맞다, 이것은 소한이 선물한 귀걸이다.4년 전 이 귀걸이 차고 유람선을 탔는데 실수로 호수에 떨어뜨려 마음이 급해 같이 뛰어내렸다가 익사할 뻔했다.뱃사공이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귀걸이를 찾을 줄을 생각도 못 했다!배 안 사람들의 안색은 모두 보기 좋지 않았다. 그러나 뱃사공은 주위의 분위기가 변화된 것을 조금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잘 보이려고 애썼다. “그날 소인은 아씨가 이 귀걸이에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고,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여 호수 밑으로 내려가 며칠을 찾았는데, 다행히 찾았습니다. 그 후에 다시는 아씨를 보지 못했는데, 다행히 오늘이 돼서야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되었네요!”김단의 마음속에 감회가 남달랐다.첫째는 뱃사공이 이렇게 신경을 쓸 줄 몰랐고, 둘째는 언젠가 자신이 또다시 이 귀걸이를 볼 수 있을 줄도 몰랐다.예전에 그녀라면 당연히 매우 좋아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한이 그녀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기도 하고, 정식으로 여자한테 주는 선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녀는 그것이 소한이 마침내 그녀를 받아들이는 증명이라고 생각해서 각별히 소중히 여겼다.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김단의 마음속에는 감정이 얽히고설켜 있었다.그녀는 뱃사공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또 은자 한 닢을 꺼내 뱃사공에게 건네주었다.“제 것이 맞소. 고맙소.”이 은자 한 닢은 뱃사공의 일 년 품삯과 맞먹는다. 뱃사공은 기쁘게 은을 받고 나갔다.하지만, 뱃사공이 선실에서 물러나기도 전에 뒤에서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렸다.그가 뒤를 돌아보니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고, 김단의 손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귀걸이와 나무 상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소정온이 제일 먼저 비명을 질렀다.“김단, 당신 미쳤소? 그것은...”자기 오라버니가 얼마나 신경을 써서 얻은 것인데!그러나 소정온은 끝내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한의 안색은 이미 어둡기 그지없었다.김단은 소정온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그러나 명정대
소정온은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보였지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김단을 향해 소리쳤다.“김 낭자, 봐봐, 정말 큰 물고기가 있소!”김단은 좀 의아했다. 소정온이 이때 자기를 부를 줄은 몰랐다.하지만 불렀으니...김단은 일어나서 소정온을 향해 걸어갔다.“빨리 보시오, 이렇게 큰 물고기가 있소!”소정온은 열정 넘치게 대했다.김단은 소정온의 곁에 서서 몸을 숙여 호수를 바라보았다.“어디에 물고기가 있소?”“바로 저기에 있소!”소정온은 물밑을 가리켰지만, 몸은 김단의 뒤로 물러났다.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감히 오라버니가 준 물건을 버리다니, 넌 좀 혼나봐야 해!”말을 마치고, 바로 손을 뻗어 김단을 밀었다.그러나 김단은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쉽게 피했다.오히려 소정온이 자기 힘에 견디지 못하고 호수로 뛰어들었다.물에 빠지기 전에, 그녀는 김단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웃음을 똑똑히 보았다.소정온이 물속에서 파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김단은 냉소를 참지 못했다.이런 머리로 사람을 해치려 한다니?어이가 없군!그리고 물에 빠지는 소리를 듣고 선실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뛰쳐나왔다.소정원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임학와 소한은 모두 놀라서 바로 호수로 뛰어내려 사람을 구하려 했는데 선실 안의 임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소리쳤다.“안 돼! 오라버니들은 정온의 명예와 절조를 망칠 거야!”그녀가 비틀비틀 선실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오라버니들은 내려가면 안 됩니다. 내려간다면 정온의 이번 생을 망치는 것입니다!”예전에 임학과 소한이 물에 뛰어들어 김단을 구했듯이 그 후의 김단은 한동안 유언비어를 많이 들었다.그러나 누가 봐도 소정온은 헤엄칠 줄 모른다. 계속 구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임원도 잘 알고 있고, 바로 김단에게 눈을 돌렸다.심지어 벌써 김단에게 무릎을 꿇고 소정온을 구해달라고 빌려고 했다.김단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극도로 혐오하여,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호수는 차갑지만 그날 임원을 구하는 것보다 좀 나았다.
김단이 임원의 나쁜 말 하는 것을 듣고, 소정온은 무의식중에 반박하려고 했다.“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원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김단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 그런가? 소 낭자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소.”이 말은 소정온을 자극하여, 그녀는 물에 빠진 후의 일을 곰곰이 되새기기 시작했다.그때 그녀는 심하게 발버둥 쳤고, 오라버니와 임학 오라버니가 모두 뛰쳐나온 것을 봤으며, 그들은 모두 물에 들어와 그녀를 구하려고 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그런데 나중에, 왜 멈췄을까?소정온은 비틀거리며 뛰쳐나온 그 사람을 생각하니 가슴이 덜컹했다.임원이 그들을 막았다고?소정온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김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임 낭자는 당신의 명절을 걱정해서 소한과 임학을 막았소.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생명이 명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 지오.”그녀는 말하고는 침대 옆에 따뜻하게 데운 약을 들고 소정온의 앞으로 건넸다.“하물며 소한은 당신 친 오라버니인데, 목숨을 바쳐 너를 구한들 누가 말할 수 있소? 임학 도련님 역시 혼약이 없소. 만약 정말 무슨 유언비어가 퍼졌다면 당신과 결혼하면 되지 않소. 어떻게 당신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겠소? 그렇지 않소?”김단은 말하고는 소정온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녀와 소정온은 어릴 때부터 계속 다투며 큰 사이이다.그녀는 소정온이 어떤 성격인지 너무 잘 안다.자신이 오늘 한 말은 틀림없이 소정온이 마음속에 두었다는 것을 더욱 잘 알고 있다.소정온은 눈앞의 약을 받아 단숨에 다 마시고 마구 입을 닦고서야 김단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좋은 사람이 아니오. 물속에서 하마터면 나를 죽일 뻔했소!”“그것은 소 낭자가 정말 나를 오해한 것이오.”김단은 일어나서 탁자 옆으로 걸어갔다.“그때 당시 소 낭자가 너무 푸드덕거려서, 내가 만약 소 낭자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평소에 소 장군과 임학이 임 낭자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는 사람들이라, 당신과 나, 두 사람은 아마 모두 그 호수에서 죽을 것이
김단의 말을 듣고 소정온이 신경 쓰이는 것은 임원이 아니다.그녀는 김단을 향해 눈썹을 찌푸리고, 목소리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명정대군에게 시집가려고 하는 거시오?”김단은 소정온이 갑자기 이런 문제를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몸을 바로잡았다.“혼인 하라는 성지가 이미 내려졌으니 나는 결코 성지를 거역할 수 없소.”“그러나 내 오라버니가 전에 말렸잖소.”소정온은 입을 삐죽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오라버니가 말하기로는, 당신이 명정대군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는 거라 했소. 당신은 무슨 좋은 곳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명정대군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오! 명정대군이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당신을 감싸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것으로 생각하지 마오. 사실 모두 뒤에서 몰래 당신을 비웃고 불쌍해하고 있소!”소정온은 말하면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김단의 곁을 지날 때 그녀의 발걸음은 약간 멈추었다.“당신이 내가 놀아나는 것을 원하지 않듯이. 나도 당신이 속는 것을 원하지 않소. 김단, 명정대군이 언젠가 당신을 데리고 한양 서쪽으로 간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고 명심하오.”한양 서쪽이라?김단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소정온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때마침 임원 등이 왔다.소정온을 보자 임원은 즉시 달려갔다.“정온아, 왜 벌써 일어났어?”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자마자 소정온의 손을 잡았다.“혼수상태에서 막 깨어났으니 많이 쉬어야 하오!”말하면서 임원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소정온을 넘어 아직 방 안에 앉아 있는 김단을 보고는 다시 말했다.“여기에 있고 싶지 않으면 내 마당에 가서 이틀 동안 묵어도 되오...”“그렇소!”임학도 옆에서 말을 걸었다. “소 낭자는 많이 쉬어야 하오.”그러나 소정온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앞에서 자신의 손을 임원의 품에서 뽑아냈고 심지어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표정은 차가웠다.“임 낭자의 관심에 감사드리오. 그러나
당연히 흘려들은 것이 아니다.임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단이 이미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임원 얼굴의 난감함이 점점 짙어지는 것을 보고 김단은 마음속으로 웃었다.자기가 어떻게 알아맞혔지?사실 그녀는 소정온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어쨌든 소정온이 먼저 자신을 해쳤으므로, 그것은 자업자득일 뿐이었다.그러나 임원이 그때 한 말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모두 헤엄할 줄 알고, 심지어 뱃사공의 수성은 더 좋았지만, 임원은 그들이 물에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정온의 명절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남은 두 여인, 임원과 자기 중에서 당연히 헤엄칠 줄 아는 자기가 물에 들어가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그때 임원이 그녀에게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그것은 정말 고생은 자기가 하고, 다른 사람에게 칭찬과 찬양은 듣는 사람은 임원이 될 것이다.다행히도 지금 임원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두 줄의 눈물만 흘러내리니 정말 가련하기 그지없다.임학은 바삐 임원을 데려다가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소한도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가라앉히고 소정온을 바라보았다.“임원은 확실히 김단에게 사람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다만 김단이 먼저 물에 뛰어들어 너를 구하러 갔을 뿐이다. 일은 모두 네가 물에 빠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왜 지금 너는 도리어 원이를 탓하느냐?”이 말을 듣고 소정온은 갑자기 멍해졌다.그녀는 멍하니 소한을 쳐다보았으나, 뒤이어 김단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김단은 소정온의 눈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김단이 조금 전에 한 임원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이해했을 것이다. 소한은 소정온이 자기를 쳐다보지 않자 다소 화가 나서, 그래도 이곳이 진산군댁인데 소정온이 이곳에서 진산군댁의 아씨를 난처하게 한 것은 무례라 생각하여 바로 앞으로 나가 소정온을 끌고 왔다.“원이한테 사과하거라!”소정온은 눈을 크게 뜨고 소한을 보고 격노했다.“물에 빠진
소정온은 이렇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이 상황을 보니, 임원은 바쁘게 소리쳤다.“정온아, 정온아!”하지만 소정온이 어떻게 그녀를 상대하겠는가?그리하여 임원은 또 바삐 소한을 끌어 당겼다.“소한 오라버니, 빨리 쫓아가 보세요!”“신경 쓸 필요가 없소! 정온의 그 입은 한 번 혼나 봐야 하오!”소한은 오늘 소정온을 훈계하지 않으면. 그녀는 언젠가는 그 입 때문에 화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다.임원은 오히려 조급했다.“하지만 정온은 물에 빠져 혼수상태에서 막 깨어났는데, 이렇게 혼자서 나가게 하면, 내 마음이 안 놓입니다. 소한 오라버니, 제발, 빨리 쫓아가 보세요!”임원은 눈물을 가득 흘리면서 한 말이 소한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여리게 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김단을 한 번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쫓아갔다.소한이 떠날 때까지도, 임원은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었다.임학은 김단에게 화를 냈다.“네가 저지른 일 좀 봐라!”김단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임학을 쳐다보았다.“내가 뭘 했다는 겁니까?”“네가 부추기지 않았다면 소 낭자가 어찌 원이를 탓할 수 있는가?”임학은 손을 뻗어 김단에게 손가락질했다.“너는 남이 걱정하지 않게 얌전히 있을 수 없니?”김단은 말하지 않고 이렇게 조용히 임학을 바라만 봤다.이전에 매번 심하게 다툴 때를 생각하니, 현재 김단의 침묵은 임학을 제 발 저리게 했다.“자네는 왜 이렇게 나를 쳐다보는 건가? 내 말이 틀렸어?”임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김단은 여전히 이렇게 조용히 그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모두 이전에 임학이 그녀를 감싸고도는 모습이었다.그녀는 만약 아주 오래전에 무조건 자기를 감싸고 있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마음이 아플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숨을 크게 들이쉬고 김단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반 마디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것마저도 이간질이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김단은 가짜로 쓰러진 거지만.그러나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그녀는 소정온과 마찬가지로 진산군댁에 실려서 별당으로 온 것이다.그녀도 소정온처럼 의원의 치료를 받았다!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의 임학은 임원을 아까워하고, 심지어 그와 관계가 없는 소정온도 걱정하는데, 유독 여동생인 자기는 신경 쓰지 않는가?그는 예전에 그녀를 가장 아끼지 않았던가?그녀를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주지 않았던가?그녀를 위해 다른 사람과 머리에 피가 터지도록 싸울 수 있지 않았던가?어째서 지금 그는 모든 사람을 관심하는데 다만 그녀를 개의치 않는 것인가?임학도 김단의 가벼운 물음에 가슴이 떨렸다.심지어 그 순간, 그는 질책이 담긴 김단의 두 눈을 감히 보지 못했고, 더군다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러나 옆에 있는 임원은 심하게 울어서 거의 반쪽 몸이 그의 몸에 기대면서 계속 훌쩍거렸다.임학은 임원이 오늘 큰 억울함을 당했다는 것을 안다.조금 전에 임원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렇게 욕을 먹은 것이, 모두 김단때문에 일어났고 생각하니, 임학의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찔리던 감정이 거의 사라졌다.그는 김단을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힘 있어 보이는 것 보니 아무 일도 없어 보이구나! 아니면 무슨 힘으로 이간질까지 하겠어? 내가 경고하는데, 원이는 원래 단순하고 선량한데, 만약 이 일로 인해 밖에서 무슨 나쁜 명성을 얻게 된다면, 나는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원이야, 가자!”임학은 그렇게 임원을 껴안고 떠났다.김단은 제자리에 서서 차갑게 바라보며 자신을 비웃었다.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이 마음은 여전히 춥고 아프구나.숙희는 어느새 나타나 김단의 어깨에 외투를 걸치고 임학과 임원의 뒷모습을 향해 비웃었다.“둘이 지금은 또 명절을 개의치 않는 것입니까?”남녀는 다르므로 임학과 소한은 소정온을 구하러 갈 수 없다.그런데 임원이 불쌍하게 우니 임학은 임원을 안고 떠나는
내시는 순순히 응하고 한쪽으로 가버렸다.김단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소한이 대놓고 그녀를 막은 것은 설마 소정온 때문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어제 소정온이 떠난 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아니면 임원 때문인가?김단은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한이 말을 마치기 기다렸다 갈려고 했다. 하지만 시선에 갑자기 화자 한 켤레가 더 많아졌다.그 익숙한 숨결이 다가오자, 김단은 놀라서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야 소한이 이미 그녀의 바로 앞에까지 왔음을 발견했다.아주 가깝게!너무 가까워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틀림없이 험담이 나올 지경이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그와 거리를 두려고 바삐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귓불에 갑자기 잡아당기는 통증이 밀려왔다.김단은 급히 자기 귀를 막았는데 그녀의 귀에 귀걸이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그녀는 오늘 입궁하면서 소박하게 분장했는데, 귀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하지 않았다.그러니깐, 이 귀걸이는 방금 소한이 그녀에게 씌운 것인가?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파고들자, 김단은 마음속으로 매우 놀라 다시 소한을 바라보니 그의 손에 아직 귀걸이 하나를 더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검붉은 마노 귀걸이가 그의 손끝에서 가볍게 흔들렸다.그러나...그녀는 어제 그 나무 상자와 함께 그 귀걸이를 버렸지 않았던가?그는 그녀가 호수에 던진 귀걸이를 주웠나?김단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보았다.“장군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김단의 얼굴에 나타난 충격과 의문에 대해서, 소한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이것은 이 장군이 너에게 준 것이오.”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어딘가에 위압이 배어 있었다.“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버리는 것은 이 장군의 체면을 짓밟은 것이오.”김단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그녀 앞에서의 자칭조차도 '이 장군'이 된 것을 보니, 어제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귀걸이를 버린 행위는 확실히 그를 면목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안다.그런데..., 지금
5일 후.김단은 허약해 보이는 안색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 했다.그녀는 이미 십여 일 동안 조모께 문안드리지 않았다. 비록 수 나인께서 돌보고 계시지만, 조모는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걱정하실 것이다. 그녀는 조모께 안부를 드려야 한다.조모를 만난 후에 그녀는 정암을 찾아가려 한다.그녀는 정암도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마당에 서 있는 임씨 부인을 보았다.김단을 보자 임씨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가서려 했으나 김단이 밀어낼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김단은 살짝 한숨을 쉬고 나서야 임씨 부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인사를 올렸다.“마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김단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임씨 부인의 웃음은 그제야 어색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김단을 보고 말했다.“원이가 오늘 침대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서야 너를 보러 왔다. 지금 네가 이렇게 잘 회복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할 수 있다.”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어색해하자, 임씨 부인은 다시 물었다.“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정암한테 가려고 합니다.”“뭐?”임씨 부인은 좀 놀랐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단이야, 잘 생각했어? 정말 정암과 함께 할 셈이야?”김단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임씨 부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 눈에 담겨있는 확고함을 똑똑히 보았다.이 상황을 본 임씨 부인의 마음은 매우 아팠다.“나는 네 결심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암의 아버지께 일이 생기고, 그럼 다음은? 앞으로 정암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는 계속 이렇게 너와 원이의 몸을 망가트릴 것이냐?”이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임씨 부인이 걱정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정암은 진산군댁에 들어서자마자, 별당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김단을 만나지 못했다.숙희가 방문 밖에 서서 정암을 향해 인사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암 종사관님의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니 첨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아씨께서 휴침 중이시라 아마도 종사관님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정암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씨께서 날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숙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가 다시 말했다.“종사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씨께서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종사관님 아버님께서 풀려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정암은 심장이 갑자기 쪼여지더니,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야지. 그럼,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그는 말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숙희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종사관님!”정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아씨는 종사관님 아버지께서 감옥에서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셨고, 종사관님께서 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서 저희 아씨께서 종사관님을 보러 갈 것입니다.”며칠 지나서 김단이 그를 보러 갈 테니, 그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정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니, 지금은 분명히 매우 허약할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걱정하고 자책할까 봐,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서 그의 두 눈마저 시뻘게졌다.그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밉다.숙희는 정암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바삐 입을 열었다.“종사과님, 아씨의 마음속에는 종사관님이 있어요.”이 말을 듣고 정암이 멍하니 있다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정암은 멍해졌다.단식? 찌꺼기를 먹는다고?요즘,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고, 가끔 한가해질 때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다.그는 그녀가 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진산군댁의 호위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그도 감히 담을 넘지 못한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그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할 줄 몰랐다.그는 그가 찾은 증거가 충분해서 아버지가 석방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가 경조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식하고, 찌꺼기까지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가슴이 무언가에 찢기는 것 같았다. 정암은 지금처럼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무능한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다!임학은 이 틈을 타서 정암의 제한 속에서 벗어났고 정암의 얼굴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너 때문이야! 이 썩을 놈아! 네가 뭔데 내 여동생이라 혼인하겠다는 거야!”정암은 비틀거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이 사정없이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당신들은 왜 계속 그녀를 괴롭힙니까? 그녀는 진산군댁의 친딸이 아니더라도 당신 집에서 15년 동안 키운 딸이지 않습니까?”임학은 몇 대 맞고 피를 토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정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분수도 모르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단이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암은 피하지 않았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신이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자신의 무능함에 주는 벌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임학이 자기보다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이 그녀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있습니다!”임학은 쓰러지더니, 발버둥 치며 일어나 바닥에 앉아 거
진산군은 몸을 돌려 시녀들을 향해 화냈다.“다들 멍청이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 큰 아씨한테 오라고 해! 어서 제비집 죽 가져와!”이렇게 소리쳤지만 몸을 돌려 김단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숙희도 그제야 김단 곁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다른 손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아씨, 흑흑흑, 방에 들어가요...”그러나 김단은 그저 평온하게 임학을 바라보며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말한 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이후로, 진산군댁은 더 이상 정암 가족을 괴롭히지 못한다!이 말은 마침내 임학을 자극했다.임학은 김단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정암이 그렇게 좋아?”얼마나 좋았으면, 정암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통의 찌꺼기를 다 먹을 수 있겠어?정암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건가?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숙희랑 방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과연 정암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나?그녀도 잘 모른다.그녀의 진산군댁 생활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암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쪽배처럼 그녀가 익사할 때 나타나 그녀를 배에 태워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모든 사람이 정암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쪽배도 바다 위에서는 물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면 쪽배도 부서지고 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쪽배가 그녀의 생명을 구했었다는 것을 모른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암이 그녀를 버리지 않는 한 그녀는 정암을 포기할 수 없다!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김단을 따라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김단이 막았다.“숙희만 있으면 돼요, 마님은 돌아가세요!”말이 떨어지자, 김단은 방에 들어가 담담하게
임학은 김단을 노려보았다. 마치 김단이 먹지 않을까 봐 걱정된 듯 또 입을 열었다.“만약 네가 이 통 안의 것을 먹는다면 진산군댁에서 더는 정암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임학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쪼여졌다.“학아,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단이는 벌써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찌꺼기를 먹이느냐?”임학은 몸을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김단이 너무 교활해서 그래요! 이번에 원이를 단식하게 하고, 다음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두 분은 정말 더 이상 김단을 믿어서는 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임학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임원마저 삼키는 동작을 멈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놀라서 그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임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온몸이 뻣뻣해져 천천히 몸을 돌렸다.김단은 어느새 찌꺼기 통 옆에 엎드려 두 손을 통에 넣고 통 안의 물건을 잡고 먹고 있었다.임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천천히 먹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먹고 있었다.마치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것은 어젯밤에 남겨진 찌꺼기다!모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다!먹기는커녕, 한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찌꺼기 통에서 가끔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냄새만 맡아도 속이 쓰리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지?임원의 눈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3년 전에 그녀가 김단을 해쳤지만, 그녀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지금, 이 순간, 한때 구슬처럼 눈부시게 빛났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길가의 거지처럼 찌꺼기 통을 안고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마침내 자기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헤쳤는지 깨달았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려 무의식적으로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놀
김단의 움푹 들어간 검은 눈언저리를 본 숙희는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김단이 힘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보내서 경조부에 가서 확인해 봐.”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숙희는 즉시 사람을 경조부로 보냈다.진산군은 조급했다.“너도 사람을 보냈으니, 내가 속일 수는 없지 않느냐? 빨리 네 여동생에게 좀 먹어라 해!”말하는 사이에 임씨 부인도 왔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시녀 두 명이 제비집을 넣고 끓인 죽을 한 그릇씩 들고 있었다.김단과 임원을 보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고 바삐 시녀에게 말했다.“빨리 두 아씨에게 죽을 먹여라!”그러자 두 시녀는 김단과 임원 앞에 무릎을 꿇고 제비집 죽 한 숟가락을 떠서 두 사람의 입으로 떠넣었다.그러나 김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김단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김단의 시선을 감지한 임원은 가슴이 조여와, 이미 벌린 입을 재빨리 다물고 다시 누웠다.임원은 눈을 감고 어깨를 계속 떨며 우는 것 같았다.그러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서, 그녀는 지금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진산군과 임학은 분노했다.임학은 심지어 욕설을 퍼부었다.“양심 없는 년! 아버지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주셨는데, 또 뭐 어쩌려고? 정말 원이를 죽게 만들 셈이야? 정암 때문에 네 눈에는 네 여동생의 목숨도 보이지 않니?”임학은 화가 나서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김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았다.5일 동안 먹고 마시지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정말 그와 다툴 힘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꼭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임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아니라고!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보낸 머슴애가 황급히 돌아왔다.이 머슴애는 별당 사람이다. 김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려 말하는 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아씨, 소인은 정암 종사관이 그의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이
예전에 김단을 위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참!김단은 소리 내며 웃더니, 몸을 돌려 계속 풀을 뽑았다. 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대감마님께서 정말 임 낭자를 아끼신다면 빨리 무고한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 낭자는 굶어 죽어도 전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김단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눈빛에 담긴 슬픔은 이미 사라졌고, 오직 비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임 낭자는 대감마님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진산군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김단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 솟구쳤다.“좋아! 좋아! 정말 이것으로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너는 정말 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진산군은 김단에게 자기도 고집불통이라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김단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의 성은 김씨 입니다. 벌써 죽었다고 들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진산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커다란 별당이 다시 썰렁해졌다.김단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다시 굳게 닫힌 정원 문을 보면서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정원 문이 다시 열릴 때는 3일 후였다.이때 김단은 정원의 흔들의자에 누워 힘이 조금도 없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니 진산군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화내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배고픔이 극에 달했는지, 김단은 눈앞이 흐릿해져도 진산군이 오는 쪽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산군의 뒤를 따르는 임학과, 뒤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려 오는 임원의 모습을 뚜렷이 알아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보
김단은 정원 문 뒤에 서서 어두운 밤 속에 가려진 연못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연못 물은 맞은편에 있는 초롱의 빛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약한 빛은 마치 언제든지 어둠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아 연못의 돌다리조차도 똑똑히 비추지 못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귀밑의 살쩍을 불었지만,연못은 미동도 없었다.김단은 자기가 마치 초롱의 빛이고, 부드러운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옛 가족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고 느꼈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임원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임원이 정말 마시지 않고 먹지 않는 한 진산군은 반드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김단의 짐작이 맞았다.이틀이 지나자, 진산군은 노기등등하여 별당으로 왔는데, 마침, 김단은 정원에서 김매고 있었다.초봄이 되어 화단의 잡초가 매우 빨리 자라서 제때 뽑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진산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본 김단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진흙으로 더럽혀진 두 손을 진산군을 향해 내보이며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 오늘 오실 줄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망할 년!”진산군은 노발대발하더니 손을 휘젓더니 엄하게 명령했다.“뒤져라!”갑자기 두 팀의 호위가 좌우로 나뉘어 줄지어 들어왔다.김단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대감마님께서 무슨 뜻입니까?”진산군은 대답 없이 김단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의 호위는 또 모두 나왔다.“대감마님, 어떤 음식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대감마님, 저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녀가 음식을 숨겨서 먹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진산군이 차갑게 소리치며 물었다.“너는 도대체 먹을 것을 어디에 숨겼느냐!”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임원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
진산군은 이 일을 알고 매우 화가 났다.김단이 별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산군댁의 호위들은 벌써 별당을 포위했다.호위장은 때마침 돌아온 김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께서 오늘부터 큰 아씨를 별당에 연금하여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김단은 이미 예상해서 놀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호위장은 또 김단을 막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큰 아씨께서 단식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오늘부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김단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알겠으니,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김단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자, 호위장은 의아했다. 김단이 무슨 방법이 있어 연금에서 빠져나갈까 봐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대감마님께서 우리더러 별당을 엄격히 지키라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별당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합니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당장 죽이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김단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밖의 사람과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예를 들면, 전에 몰래 그녀를 보러 왔던 정암을 말한다.하지만 지금, 김단이 걱정되는 사람은 정암이 아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벌을 내린 사람은 나뿐이오. 내 마당의 하인과는 무관하오. 나를 가둬두기 전에 내 마당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오라 해도 되겠소?”이 말을 듣자, 호위장도 난감했다.“이러면...”“모두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그들도 집에 살려 먹여야 할 사람이 있는데, 주인인 내가 잘못했다고 그들까지 연루해야 하오?”김단은 말하면서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서 호위장 손에 넣어 줬다.“좀 봐주시죠.”이 비녀는 전에 궐에서 하사한 것이다. 비녀 위에 있는 진주만이라도 가치가 어마어마해서 호위장은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해 보면 김단의 말도 도리가 있다.더군다나, 진산군은 큰 아씨를 연금하라 했지, 미리 별당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