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말이다.마음이 없는 사람이 진심의 소중함을 어떻게 알겠나?김단이 아무 말이 없자, 옆에 있던 임씨 부인이 입을 열었다. “단아, 이 어미는 네가 예전 일 때문에 우리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정말 너를 위해서 한 일이란다! 정 종사관은 좋은 사람이야. 보통 집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좋은 신랑감이지. 하지만 너에게는 맞지 않단다. 네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단 말이다...”“그분이 저에게 주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 집안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까?”김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임씨 부인의 말을 끊었다.임학은 마음이 저릿하며 곧장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김단,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다! 은혜 모르는 소리 하지 말거라!”걱정이라고?김단은 비웃으며 말했다.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제가 원하는 것은 그분에게 있고, 얼마든지 주실 수 있습니다.”그 말과 함께 김단은 임씨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고는 조소 가득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은 그분에게 없지요.”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권력, 그 두 글자였다.그들은 김단을 이 집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안의 사람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다.정암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비웃음을 알아차렸다.임씨 부인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진산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 결혼은 내가 결정할 것이다! 너와 정암은 절대 결혼할 수 없어! 꿈도 꾸지 말거라!”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김단이 진산군보다 더 강경했다. “제가 방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저 모두에게 알리러 온 것이지, 동의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대감 마님, 잊지 마십시오. 앞으로 저희는 연을 끊을 것입니다.”어차피 연을 끊는다면, 그녀의 혼사는
임원은 계속해서 울면서 불쌍한 척을 했다. 아마도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는지,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약해져 결국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 자신의 정절을 스스로 더럽히려는 여자가 어디 있겠느냐? 보아하니 원이가 억울하게 당한 것 같구나.”하지만 오히려 김단은 비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까 임씨 낭자께서 자신을 버릴까 봐 두려워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오늘 일이 사실이라면 임씨 가문 여러분은 분명 저를 비난하고 임씨 낭자를 옹호하며 소 장군님과의 혼인을 서둘렀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임씨낭자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셈이겠지요.”김단은 이 말을 하며 시선을 임원에게 고정하였다.임원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하지만 김단은 비웃으며 가볍게 웃었다. “게다가 낭자는 이미 도련님께 사람을 보냈었습니다. 도련님이 곧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진짜로 변을 당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요.” “아니야!” 임원은 끝내 소리쳤다. 마치 김단의 말을 덮어버리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를 낸 것 같았다.하지만, 어떻게 덮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라버니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흠칫 놀랐다.그녀는 가장 가까이 있던 임학의 다리를 붙잡고 애걸복절했다. “오라버니, 저를 믿어주세요. 김씨 낭자가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하지만,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임학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녀를 위해 사람을 죽이지 않았나!늘어져 있던 손에 주먹 꽉 쥐었다.만약 평소였다면 임학은 주저 없이 임원을 일으켜 세웠겠지만, 오늘만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내가 직접 조사해 보겠다.”과연 그 거지들이 악의를 품었던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임원의 계략이었는지, 그는 확실히 밝혀낼 것이다.진산군 역시 입을 열었다. “그럼 네 오라버니가 진상을 밝히기 전까지, 너는 매화당에 머물며 반성하도록 해라!”이 말을 들은 김단과 임원
그녀의 말은 둘을 위해서라면 언제까지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는 뜻이었다.정암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동과 동시에 자격지심을 느꼈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그때 김단이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정암.”정암이 고개를 들자 김단은 인상을 찌푸린 채 정암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는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마세요. 나는 앞으로의 삶을 당신에게 의지할 겁니다. 당신이 자신을 잘 지켜야 나를 지킬 수 있어요.”정암은 깜짝 놀랐다. ‘앞으로의 삶을 당신에게 의지하겠다’라는 말이 그의 가슴에 무거운 짐처럼 내려앉았다.그가 머리를 다쳐서 그런지, 그는 김단이 그에게 청혼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모호하게 기억되며 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그의 어깨에 얹는 순간, 그는 비로소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김단은 계속해서 말했다. “종사관님이 저를 걱정하여 서둘러 어린 거지를 찾으러 나간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종사관님을 걱정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종사관님이 저 때문에 다치셨습니다. 만약 거지를 찾는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정암은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는 단지 그녀가 걱정되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의 행동이 정말 어리석었던 것 같았다.이에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에는 군의관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 김단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다봤다. “아직도 농담할 기분이십니까?”정암은 그제야 웃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습니다. 제가 잘 할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가 자신을 잘 지켜야 그녀의 남은 생을 지킬 수 있었다.정암의 눈빛 속 진심을 본 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얼른 들어가서 쉬시지요?” “네, 지금 가겠습니다!” 정암은 호방하게 대답하며 돌아서려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김단
하지만 김단은 소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별로 궁금해할 것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분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소 장군님이 꼭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고, 그저 점점 깊어진 것이라고.”그 말을 들은 소한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의 눈에도 서리가 내린 듯했다.점점 깊어졌다고?정말 절절한 사랑이군!하지만 정말 그녀가 서서히 사랑에 빠진 것이라면, 지금처럼 갑자기 정암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소한은 비웃으며 말했다. “김씨 낭자의 사랑은 정말 변덕스럽소!”그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김단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굳혔다. “소 장군님에 대한 저의 마음은 어린 시절의 어리석은 감정이었습니다. 소 장군님은 예전부터 저를 마음에 두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어째서 지금 이렇게까지 신경 쓰시는 겁니까?”김단이 그렇게 말하는데, 소한이 어찌 자신이 신경 쓰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그는 이를 악물고 싸늘한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김씨 낭자, 농담하는 것이오? 나는 그저 김씨 낭자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고 싶어서 온 것이오. 이번 일은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오.”김단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제 일에 소 장군님이 왜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소 장군님께서 그렇게 심심하신 거라면 임씨 낭자를 얼른 신부로 맞이해 또 누군가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시지요.”소한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김단을 흘긋 보고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일은 비록 임씨 낭자가 잘못했지만, 그 거지들도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소.”소한은 임원이 돈을 주고 거지들에게 김단의 명예를 훼손하도록 시켰다기보다는, 거지들이 먼저 나쁜 마음을 먹었을 것이라고 믿었다.설령 거지들이 임학을 찾아갔다 해도, 임원은 임학이 언제 올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위험한 일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원래 겁이 많은
그녀는 임학이 아가씨에게 해를 입힐까 봐 정말 두려웠다.김단은 가볍게 웃었다. “괜찮아!”하지만 갑자기 숙희가 놀라 소리쳤다. “아가씨, 다치셨잖아요!”김단은 당황하여 말했다. “아닌데?”임학이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쳤겠는가?하지만 숙희가 김단의 왼손을 들어 올리자, 왼쪽 소매에 피가 묻어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피가 많이 묻었어요?” 숙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누구 피예요?”자신의 소매에 묻은 붉은 피를 보며, 김단의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아려왔다. “소 장군님의 피야.”그 말과 함께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소한이 이렇게 유치할 줄이야, 그녀도 처음 알았다.그는 정암의 저택 밖에서부터 아주 조심스러웠고, 심지어 임원의 방 안에서는 손을 등 뒤에 숨긴 채 상처를 감추려고 했었다.그런데 방금 전에는 일부러 그녀 앞에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일부러 옷에 피를 묻히려고 했다. 마치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 것처럼 말이다.그는 그녀가 그의 부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예전에 그녀는 그가 다치기만 하면 너무나 안타까워하며 마치 자신이 다친 것처럼 울곤 했다.그녀는 정암의 방에서 나올 때 깨진 약병과 피 묻은 자국을 발견했었다.게다가 오늘 그는 옅은 색 옷을 입었는데, 그 붉은 피가 소매에 선명하게 묻어 있으니, 어떻게 못 볼 수 있겠는가?그녀는 더 이상 그를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다.소한을 안타까워하던 사람은 임단이다.임단은 이미 죽었다.깊게 숨을 들이쉰 김단은 방 안으로 들어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피 묻은 옷을 숙희에게 던지며 말했다. “버리거라.”이 말을 듣고 숙희는 놀라서 소리쳤다. “버리라고요? 아가씨, 이정도 피는 쉽게 지워지는데요.”이렇게 좋은 옷을 버리다니?하지만 김단은 입꼬리를 올리며 경멸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더러워졌어. 빨아도 깨끗해질 수 없을 거다. 그냥 버려!”그녀는 한번 더러워진 것은 다시 사용하지 않
큰 마님은 잠시 깨어났다가 금세 피곤해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김단은 조모의 이불을 정리해 드리고 나서 수 나인과 함께 방을 나섰다.방문이 닫히자, 김단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의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구나.”수 나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의원님이 말씀하시길, 큰 마님께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소 장군님께서 매달 보내주시는 귀한 약 덕분에 버티고 계신 거였습니다.”그 점에 대해서만큼은 김단 역시 마음속으로 소한에게 감사를 표했다.주상이 소한에게 하사한 귀한 약재의 절반은 모두 진산군 댁으로 들어왔다.만약 그 약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위태로운 진산군 댁에서 큰 마님을 이렇게 오래 모실 수 없었을 것이다.김단이 아무 말이 없자, 수 나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가씨, 소인이 듣기로는 마음에 드시는 분을 찾으셨다고 하던데요?”조모를 걱정하느라 마음이 무거웠던 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수 나인은 말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아가씨께서 빨리 혼인하셨으면 좋겠어요. 큰 마님의 가장 큰 소원은 아가씨께서 혼례복을 입는 모습을 보는 것이랍니다. 아가씨께서 결혼을 미루시면...” 여기까지 말하고 수 나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였다.김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둘 다 그녀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와 정암의 일이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순간 김단은 조모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밀려오는 강한 죄책감에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김단의 모습을 본 수 나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소 장군님은...”말을 하다 말며 수 나인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자신이 단지 하녀일 뿐, 주인들의 일에 간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소 장군이 큰 마님에게 특별히 당부하기를, 큰 아가씨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큰 마님도 말씀하지 않으시는데, 그녀가 어떻게 감히 입을 열 수 있겠는가?이에 그저 크게 한
숙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만약 안 계신다면요?”만약 그가 없다면 진산군이 이미 정암에게 해를 입힌 것이라는 뜻이다!하지만 김단은 숙희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숙희도 걱정할까 봐 그저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숙희는 돌아오자마자 재빨리 사람을 시켜 목전촌으로 보냈다.그동안 김단은 쭉 집에서 기다리며 마음을 편히 놓지 못했다.저녁때가 되어서야 목전촌에 다녀온 하인이 먼지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김단이 서둘러 물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정 종사관님을 만났느냐?”하인은 고개를 저으며 약을 그대로 가져다주며 말했다. “목전촌에서는 정 종사관님을 찾지 못했고, 심지어 정 종사관님의 가족분들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어젯밤 경조부 사람들이 와서 정 종사관님의 아버지를 데려갔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정 종사관님을 찾으러 한양으로 갔다고 합니다.”역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김단은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경조부 사람들이 정 종사관님의 아버지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했느냐?”“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였습니다.”하인의 말에 김단은 깜짝 놀랐다!살인이라니?이는 사형에 해당하는 큰 죄였다!진산군이 그녀를 굴복시키기 위해 이리 아무렇지 않게 사람까지 죽였단 말인가!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숙희가 허둥지둥 따라오며 물었다. “아가씨, 어디 가시려고요?”“경조부.”김단이 경조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날이 어두워졌다.붉게 물든 노을이 경조부 밖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고, 하얀 붕대 위 핏자국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김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두 차례 깊이 숨을 들이쉬고 감정을 다스린 후, 그제야 그의 앞에 섰다. “정 종사관님.”부드러운 목소리에 정암의 몸이 굳어버렸다.정암은 놀란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찌 여기 계십니까?”김단은 정암에게 다가갔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정암에게 왜 이런 큰일이 있었는데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에 정암은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김단은 서둘러 정암 앞을 가로막으며 그가 감정적으로 행동할까 봐 걱정했다.그리고 구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가 한 짓이오?”만약 구서가 한 일이 아니라면, 어떻게 정암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와 비웃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김단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구서는 구태부의 손자이긴 하지만 직계 손자가 아니고, 그다지 귀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경조부 사람들이 이렇게 건방진 놈 한 명 때문에 함부로 사람을 잡아갈 리가 없었다.그 말인 즉, 구태부가 나선 것이다.하지만 구태부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단지 구서를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구서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입꼬리를 입가의 상처에까지 찢어 보이더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김씨 낭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난 잘 모르겠소. 하지만 정 종사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주겠소. 이 여자에게서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걸세. 그렇지 않으면 자네 가족의 관짝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니!”“이 자식이!” 정암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소리치며 구서에게 달려들 뻔했지만, 김단이 말렸다.구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를 보이며 몇 차례 크게 웃더니 마차의 막을 내리고 유유히 떠났다.정암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다. “저 자식은 일부러 나를 비웃으려고 온 것입니다!”“정암 나리.”김단은 차분히 정암의 이름을 불렀다.정암은 고개를 숙여 자신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닿을 정도로 작았고, 평소라면 그를 올려다보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초식 동물처럼 보였다. “진산군 쪽에서 벌인 일입니다.”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경조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구서가 아니라 임씨 가문, 즉 진산군이었다!구서는 직접 개입했을 수도 있고, 그저 이 일에 대해 들었을지도 모른다.아까 구서는 정암에게 그녀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면 가족이 다
5일 후.김단은 허약해 보이는 안색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 했다.그녀는 이미 십여 일 동안 조모께 문안드리지 않았다. 비록 수 나인께서 돌보고 계시지만, 조모는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걱정하실 것이다. 그녀는 조모께 안부를 드려야 한다.조모를 만난 후에 그녀는 정암을 찾아가려 한다.그녀는 정암도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마당에 서 있는 임씨 부인을 보았다.김단을 보자 임씨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가서려 했으나 김단이 밀어낼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김단은 살짝 한숨을 쉬고 나서야 임씨 부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인사를 올렸다.“마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김단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임씨 부인의 웃음은 그제야 어색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김단을 보고 말했다.“원이가 오늘 침대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서야 너를 보러 왔다. 지금 네가 이렇게 잘 회복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할 수 있다.”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어색해하자, 임씨 부인은 다시 물었다.“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정암한테 가려고 합니다.”“뭐?”임씨 부인은 좀 놀랐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단이야, 잘 생각했어? 정말 정암과 함께 할 셈이야?”김단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임씨 부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 눈에 담겨있는 확고함을 똑똑히 보았다.이 상황을 본 임씨 부인의 마음은 매우 아팠다.“나는 네 결심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암의 아버지께 일이 생기고, 그럼 다음은? 앞으로 정암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는 계속 이렇게 너와 원이의 몸을 망가트릴 것이냐?”이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임씨 부인이 걱정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정암은 진산군댁에 들어서자마자, 별당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김단을 만나지 못했다.숙희가 방문 밖에 서서 정암을 향해 인사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암 종사관님의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니 첨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아씨께서 휴침 중이시라 아마도 종사관님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정암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씨께서 날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숙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가 다시 말했다.“종사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씨께서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종사관님 아버님께서 풀려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정암은 심장이 갑자기 쪼여지더니,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야지. 그럼,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그는 말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숙희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종사관님!”정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아씨는 종사관님 아버지께서 감옥에서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셨고, 종사관님께서 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서 저희 아씨께서 종사관님을 보러 갈 것입니다.”며칠 지나서 김단이 그를 보러 갈 테니, 그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정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니, 지금은 분명히 매우 허약할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걱정하고 자책할까 봐,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서 그의 두 눈마저 시뻘게졌다.그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밉다.숙희는 정암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바삐 입을 열었다.“종사과님, 아씨의 마음속에는 종사관님이 있어요.”이 말을 듣고 정암이 멍하니 있다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정암은 멍해졌다.단식? 찌꺼기를 먹는다고?요즘,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고, 가끔 한가해질 때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다.그는 그녀가 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진산군댁의 호위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그도 감히 담을 넘지 못한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그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할 줄 몰랐다.그는 그가 찾은 증거가 충분해서 아버지가 석방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가 경조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식하고, 찌꺼기까지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가슴이 무언가에 찢기는 것 같았다. 정암은 지금처럼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무능한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다!임학은 이 틈을 타서 정암의 제한 속에서 벗어났고 정암의 얼굴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너 때문이야! 이 썩을 놈아! 네가 뭔데 내 여동생이라 혼인하겠다는 거야!”정암은 비틀거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이 사정없이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당신들은 왜 계속 그녀를 괴롭힙니까? 그녀는 진산군댁의 친딸이 아니더라도 당신 집에서 15년 동안 키운 딸이지 않습니까?”임학은 몇 대 맞고 피를 토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정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분수도 모르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단이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암은 피하지 않았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신이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자신의 무능함에 주는 벌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임학이 자기보다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이 그녀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있습니다!”임학은 쓰러지더니, 발버둥 치며 일어나 바닥에 앉아 거
진산군은 몸을 돌려 시녀들을 향해 화냈다.“다들 멍청이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 큰 아씨한테 오라고 해! 어서 제비집 죽 가져와!”이렇게 소리쳤지만 몸을 돌려 김단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숙희도 그제야 김단 곁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다른 손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아씨, 흑흑흑, 방에 들어가요...”그러나 김단은 그저 평온하게 임학을 바라보며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말한 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이후로, 진산군댁은 더 이상 정암 가족을 괴롭히지 못한다!이 말은 마침내 임학을 자극했다.임학은 김단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정암이 그렇게 좋아?”얼마나 좋았으면, 정암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통의 찌꺼기를 다 먹을 수 있겠어?정암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건가?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숙희랑 방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과연 정암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나?그녀도 잘 모른다.그녀의 진산군댁 생활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암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쪽배처럼 그녀가 익사할 때 나타나 그녀를 배에 태워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모든 사람이 정암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쪽배도 바다 위에서는 물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면 쪽배도 부서지고 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쪽배가 그녀의 생명을 구했었다는 것을 모른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암이 그녀를 버리지 않는 한 그녀는 정암을 포기할 수 없다!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김단을 따라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김단이 막았다.“숙희만 있으면 돼요, 마님은 돌아가세요!”말이 떨어지자, 김단은 방에 들어가 담담하게
임학은 김단을 노려보았다. 마치 김단이 먹지 않을까 봐 걱정된 듯 또 입을 열었다.“만약 네가 이 통 안의 것을 먹는다면 진산군댁에서 더는 정암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임학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쪼여졌다.“학아,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단이는 벌써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찌꺼기를 먹이느냐?”임학은 몸을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김단이 너무 교활해서 그래요! 이번에 원이를 단식하게 하고, 다음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두 분은 정말 더 이상 김단을 믿어서는 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임학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임원마저 삼키는 동작을 멈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놀라서 그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임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온몸이 뻣뻣해져 천천히 몸을 돌렸다.김단은 어느새 찌꺼기 통 옆에 엎드려 두 손을 통에 넣고 통 안의 물건을 잡고 먹고 있었다.임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천천히 먹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먹고 있었다.마치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것은 어젯밤에 남겨진 찌꺼기다!모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다!먹기는커녕, 한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찌꺼기 통에서 가끔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냄새만 맡아도 속이 쓰리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지?임원의 눈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3년 전에 그녀가 김단을 해쳤지만, 그녀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지금, 이 순간, 한때 구슬처럼 눈부시게 빛났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길가의 거지처럼 찌꺼기 통을 안고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마침내 자기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헤쳤는지 깨달았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려 무의식적으로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놀
김단의 움푹 들어간 검은 눈언저리를 본 숙희는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김단이 힘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보내서 경조부에 가서 확인해 봐.”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숙희는 즉시 사람을 경조부로 보냈다.진산군은 조급했다.“너도 사람을 보냈으니, 내가 속일 수는 없지 않느냐? 빨리 네 여동생에게 좀 먹어라 해!”말하는 사이에 임씨 부인도 왔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시녀 두 명이 제비집을 넣고 끓인 죽을 한 그릇씩 들고 있었다.김단과 임원을 보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고 바삐 시녀에게 말했다.“빨리 두 아씨에게 죽을 먹여라!”그러자 두 시녀는 김단과 임원 앞에 무릎을 꿇고 제비집 죽 한 숟가락을 떠서 두 사람의 입으로 떠넣었다.그러나 김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김단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김단의 시선을 감지한 임원은 가슴이 조여와, 이미 벌린 입을 재빨리 다물고 다시 누웠다.임원은 눈을 감고 어깨를 계속 떨며 우는 것 같았다.그러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서, 그녀는 지금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진산군과 임학은 분노했다.임학은 심지어 욕설을 퍼부었다.“양심 없는 년! 아버지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주셨는데, 또 뭐 어쩌려고? 정말 원이를 죽게 만들 셈이야? 정암 때문에 네 눈에는 네 여동생의 목숨도 보이지 않니?”임학은 화가 나서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김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았다.5일 동안 먹고 마시지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정말 그와 다툴 힘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꼭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임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아니라고!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보낸 머슴애가 황급히 돌아왔다.이 머슴애는 별당 사람이다. 김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려 말하는 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아씨, 소인은 정암 종사관이 그의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이
예전에 김단을 위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참!김단은 소리 내며 웃더니, 몸을 돌려 계속 풀을 뽑았다. 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대감마님께서 정말 임 낭자를 아끼신다면 빨리 무고한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 낭자는 굶어 죽어도 전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김단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눈빛에 담긴 슬픔은 이미 사라졌고, 오직 비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임 낭자는 대감마님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진산군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김단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 솟구쳤다.“좋아! 좋아! 정말 이것으로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너는 정말 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진산군은 김단에게 자기도 고집불통이라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김단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의 성은 김씨 입니다. 벌써 죽었다고 들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진산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커다란 별당이 다시 썰렁해졌다.김단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다시 굳게 닫힌 정원 문을 보면서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정원 문이 다시 열릴 때는 3일 후였다.이때 김단은 정원의 흔들의자에 누워 힘이 조금도 없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니 진산군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화내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배고픔이 극에 달했는지, 김단은 눈앞이 흐릿해져도 진산군이 오는 쪽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산군의 뒤를 따르는 임학과, 뒤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려 오는 임원의 모습을 뚜렷이 알아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보
김단은 정원 문 뒤에 서서 어두운 밤 속에 가려진 연못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연못 물은 맞은편에 있는 초롱의 빛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약한 빛은 마치 언제든지 어둠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아 연못의 돌다리조차도 똑똑히 비추지 못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귀밑의 살쩍을 불었지만,연못은 미동도 없었다.김단은 자기가 마치 초롱의 빛이고, 부드러운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옛 가족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고 느꼈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임원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임원이 정말 마시지 않고 먹지 않는 한 진산군은 반드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김단의 짐작이 맞았다.이틀이 지나자, 진산군은 노기등등하여 별당으로 왔는데, 마침, 김단은 정원에서 김매고 있었다.초봄이 되어 화단의 잡초가 매우 빨리 자라서 제때 뽑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진산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본 김단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진흙으로 더럽혀진 두 손을 진산군을 향해 내보이며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 오늘 오실 줄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망할 년!”진산군은 노발대발하더니 손을 휘젓더니 엄하게 명령했다.“뒤져라!”갑자기 두 팀의 호위가 좌우로 나뉘어 줄지어 들어왔다.김단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대감마님께서 무슨 뜻입니까?”진산군은 대답 없이 김단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의 호위는 또 모두 나왔다.“대감마님, 어떤 음식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대감마님, 저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녀가 음식을 숨겨서 먹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진산군이 차갑게 소리치며 물었다.“너는 도대체 먹을 것을 어디에 숨겼느냐!”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임원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
진산군은 이 일을 알고 매우 화가 났다.김단이 별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산군댁의 호위들은 벌써 별당을 포위했다.호위장은 때마침 돌아온 김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께서 오늘부터 큰 아씨를 별당에 연금하여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김단은 이미 예상해서 놀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호위장은 또 김단을 막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큰 아씨께서 단식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오늘부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김단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알겠으니,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김단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자, 호위장은 의아했다. 김단이 무슨 방법이 있어 연금에서 빠져나갈까 봐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대감마님께서 우리더러 별당을 엄격히 지키라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별당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합니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당장 죽이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김단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밖의 사람과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예를 들면, 전에 몰래 그녀를 보러 왔던 정암을 말한다.하지만 지금, 김단이 걱정되는 사람은 정암이 아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벌을 내린 사람은 나뿐이오. 내 마당의 하인과는 무관하오. 나를 가둬두기 전에 내 마당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오라 해도 되겠소?”이 말을 듣자, 호위장도 난감했다.“이러면...”“모두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그들도 집에 살려 먹여야 할 사람이 있는데, 주인인 내가 잘못했다고 그들까지 연루해야 하오?”김단은 말하면서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서 호위장 손에 넣어 줬다.“좀 봐주시죠.”이 비녀는 전에 궐에서 하사한 것이다. 비녀 위에 있는 진주만이라도 가치가 어마어마해서 호위장은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해 보면 김단의 말도 도리가 있다.더군다나, 진산군은 큰 아씨를 연금하라 했지, 미리 별당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