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14화

ผู้เขียน: 적매화
김단은 덕빈궁의 뜰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서 있었다.

세답방에는 3년 있었지만 덕빈궁은 처음이다. 그러나 덕빈궁은 세답방과 느껴지는 기운이 비슷했다. 숨 막힐 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3년 전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차가운 날씨 때문에 발가락은 점점 감각을 잃었다.

그때 덕빈궁의 나인이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따듯한 공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김단은 코끝이 찡해냈다.

“과연 빨래를 잘했더군.”

덕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고 김단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말했다.

“마마,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

덕빈은 가볍게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과연, 자네 모친 말대로군.”

그녀가 말하는 모친은 임씨 부인이었다.

김단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덕빈은 방안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

방문이 닫히자 따뜻한 기운이 그녀를 감쌌지만 김단은 마냥 편안하지는 않았다. 알 수 없는 불길함만 들었다.

덕빈은 섬섬옥수 같은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

부드러운 덕빈의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렸다.

김단은 어리둥절해서 덕빈의 손을 잡았다.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킨 덕빈의 시선이 동상에 걸린 김단의 손에 머물렀다.

“어제 빨래를 하라 명한 것에 속상하진 않았소?”

덕빈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어투에 김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세답방에서 3년간 겪었던 수모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김단을 자기 옆에 앉힌 덕빈이 계속해서 물었다.

“본궁을 탓하지 말게. 세답방 궁녀들이 누구의 명 때문에 그리 한 것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소. 하나, 낭자의 오라비가 충동적으로 군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오. 본궁이 낭자를 벌하지 않았다면 전하께서 진산군댁을 가만두진 않았을 것이오.”

김단도 이해했다.

진산군댁의 지위는 예전 같지 않았다. 그들의 생사는 덕빈이나 다른 후궁들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될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3년 전에 공주자가의 유리잔을 깼다는 연유로 세답방의 무수리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상전하께서 진산군에게 주는 일종의 경고였다.

친딸도 아닌 수양딸에게 황명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본궁도 낭자의 억울함을 알고 있소.”

덕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얼어붙은 김단의 마음을 녹이려 했다.

그러나 김단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3년 전에 공주의 유리잔을 깨뜨린 게 정말로 그녀였다면 그녀는 순순히 무수리가 되어 마땅히 처벌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김단을 쳐다보던 덕빈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의 빨래는 본궁이 낭자에게 빚진 것으로 하겠소. 나중에 원하는 것이 생기면 본궁에게 말하시오. 내 빚을 갚겠네.”

김단의 마음이 비로소 흔들렸다.

덕빈이 이번 일로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봐왔던 정 때문에 그녀에게 죄책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잠시 고민하던 김단이 입을 열었다.

“세답방에 류 나인이라는 자가 있사온데 덕빈마마께서 이 나인을 품어주실 수 있사옵니까? 청소 같은 허드렛일이라도 되오니 덕빈궁의 나인으로 써주십시오.”

덕빈의 은혜를 한낱 궁녀에게 베푸는 일에 쓰는 김단이다.

덕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나인과 친하시오?”

김단은 고개를 저었다.

“세답방에서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유일하게 소녀를 괴롭히지 않은 나인이옵니다. 성정이 워낙 연약하여 그곳에서 소녀 대신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옵니다.”

자신이 겪었던 고초를 다른 사람까지 겪게하고 싶지 않았다.

덕빈은 단단한 김단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좋소. 그 나인을 이곳으로 데려오겠소.”

덕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읍하옵니다.”

김단은 예를 갖춰 인사했다.

덕빈은 안쓰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낭자는 바라는 게 없소?”

3년간 겪었던 고초에 대한 보답을 묻는 것이다.

김단은 은혜를 베푸는 덕빈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살짝 미소 지었다.

보기 드문 미소였다.

“조모님의 곁을 지키고 싶사옵니다. 그것 외엔 바라는 것이 없사옵니다.”

그녀의 발언에 덕빈은 목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김단이 물러간 뒤에도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상궁 하나가 그녀의 어깨에 겉옷을 덮어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보다 더 말수가 적어지신 것 같사옵니다.”

“그런 것 같구나.”

덕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고난을 겪었기에 명랑하고 밝았던 아이가 저리도 변할 수 있단 말인가?’

덕빈은 오래전에 봤었던 김단의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덕빈궁에서 나온 김단은 길을 인도하는 나인의 뒤를 바짝 쫓았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이 궁궐에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인을 놓쳐서 또다시 궐에 몇 년이고 묶이게 될까 봐 빠르게 걸었다.

그녀가 조급해할수록 온전하지 못했던 걸음걸이는 꼬였고 문턱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어떤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가 그녀의 콧등을 간지럽혔다.

“장군님! 죽여주시옵소서!”

길을 안내하던 나인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말했다.

김단은 황급히 자신을 안고 있는 소한의 품에서 나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송구하옵니다.”

소한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는 뒷짐을 지고 김단의 발목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낭자의 발목은 아직도 불편하오?”

약왕곡의 약을 준 지도 벌써 사흘이 되었다. 약효가 탁월한 약을 줬으니 완치되는 게 정상이었다. 그녀가 약왕곡의 약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알아차린 소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의 팔로 향했다. 긴 옷소매로 손등까지 가린 거로 보아 약을 사용하지 않은 게 확실시 되었다.

소한을 이곳에서 마주칠 줄 몰랐던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게다가 자기 건강까지 챙겨주는 그의 낯선 모습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말을 섞어서는 안 될 정도로 신분 차이가 났다.

그러나 소한은 이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무심한 눈길로 바닥에 몸을 엎드린 나인을 쳐다보았다.

“가서 일 보거라. 낭자는 내가 모시고 가겠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ที่เกี่ยวข้อง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5화

    순간 김단은 가슴이 철렁했다. 나인도 깜짝 놀란 듯 김단과 소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알겠사옵니다.”나인은 곧장 떠났다.소한은 김단에게 손짓했다.“낭자, 가지요.”김단은 어쩔 수 없이 소한과 함께 입구로 향했다.오늘따라 궁궐 안의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아무리 걸어도 커다란 궐문이 보이지 않았다.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만 나아갔다.둘 사이에는 신발 밑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소리만 있었다. 소한의 기억 속엔 언제나 시끄럽게 떠들던 그녀만 있었다. 종일 쉬지 않고 떠들었던 그녀이기에 이런 침묵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참다못한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낭자 오라버니의 일은 나도 들었소. 어심이 어지러웠던 것은 사실이나 크게 노여워하시진 않으셨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자기를 위로하는 소한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임학의 걱정은 하지 않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소한이 다시 말을 이었다. “덕빈마마도 진산군댁의 안위를 위해 그리한 것이니 마음에 두지 마시오. 큰 마님 생각도 해야지 않겠소.”덕빈의 의중도 그녀는 알고 있다. 이런 것은 그녀가 3년 전에 겪었던 고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소한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단 낭자.”순간, 그녀의 심장이 뛰었다. 3년이나 지난 뒤에도 자신을 불러주는 소한에게 심장이 반응할 줄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얼른 자기 감정을 억제했다.소한은 조만간 임원의 낭군님이 될 사람이었고 명목상 그녀와 사돈이 될 사내였다.그에게 감정을 품어서는 아니 되었다.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소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언제부터 말수가 준 것이오?”소한은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싫었다.그의 질문에는 항상 대답했던 김단이다. 하나, 오늘 김단은 인사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단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는 뒤늦게 자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답방에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6화

    김단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큰 마님을 살펴보았다.자신을 바라보는 큰 마님의 시선에서 소한과 다시 잘되길 바라는 큰 마님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한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큰 마님의 눈에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주상전하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소한가 그녀의 정혼자로 딱 맞았다.하지만 둘 사이의 감정은 오래전에 끝났고 소한의 곁에는 임원이 있었다. 이제 와서 그녀가 끼어들 수도 없었고 둘 사이에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김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조모님, 소 장군께서 임원 낭자에게 줄 수정과를 쇤네에게 부탁하여 전달하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야말로 부부의 연이지요. 하오니 더는 그런 생각 마십시오.”큰 마님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한탄했다.“아이고! 남녀 사이의 정이 어디 한 번에 끊어지더냐? 난 그저 너희 둘이 전부터 잘 지내왔기에 아쉬워서 그런 것이다.”김단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올렸다.“소녀는 그저 조모님과 함께하고 싶사옵니다. 진심이옵니다.”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다시피 했기에 큰 마님이 이리 아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둘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더는 소한 때문에 괴롭게 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모님의 곁을 지키며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어둠이 깃들자 김단은 큰 마님을 모시고 방에서 나왔다. 몸종들은 풍성한 음식을 갖춰놓았고 진산군과 정부인은 진작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단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큰 마님을 발견한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큰 마님은 김단의 부축을 받으며 원탁의 상석에 천천히 앉았다.“모두 자리에 앉게.” 큰 마님은 오늘 유난히 기분 좋아 보였다. 그간 김단의 자리가 계속 비어 있었던 탓에 그녀는 항상 우울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김단도 자리에 있었다. 흥이 난 큰 마님에 부부는 김단을 바라보며 말했다.“단아, 너도 앉거라.”고개를 살짝 끄덕인 김단은 어색하게 자리를 둘러보았다. 예전에는 모친의 곁에 앉았지만 지금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7화

    사실 김단도 이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가진 돈이 한 푼도 없었고 알고 있는 친구도 없었기에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었다.게다가 조모님은 아직 여기에 계셨다. 조모님을 홀로 남겨두고 맘 편히 떠날 순 없었다.그렇기에 진산군과 임학이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그릇에 닿았다. 이 사달이 난 원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릇에 있는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임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먹을 마음이 생긴 것이냐? 진산군댁 첫째 아씨 성정 한 번 맞추기 어렵구나.”김단은 임학을 한 번 쳐다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산군에게 예바르게 말했다. “노여워 마십시오. 의도적으로 도련님께서 집어주신 음식을 피한 것이 아닙니다. 몇 해 전에 몸이 상하면서 비린내가 나는 음식을 먹으면 발진과 아양으로 견딜 수 없었사옵니다. 하여 금일도 음식을 먹지 못한 것입니다. 다른 해산물에도 손을 대지 않았사옵니다.”김단의 말에 진산군 일가는 깜짝 놀라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어떤 해산물도 먹지 않았다.임학은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위병이 나 먹지 못한다면 믿었을 것이다. 한데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을 먹고 발진이 났다는 것을 나더러 믿으라는 것이냐? 내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김단은 조용히 옷소매를 거둬 자신의 팔을 보여주었다.매질에 상처가 가득한 팔에는 발진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이럴 수가!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부인이 다급히 외쳤다. 바로 이때, 임원의 기침 소리가 거세졌다.목에 무엇이 걸리기라도 했는지 숨이 가쁘게 기침하는 임원의 모습에 부인은 김단은 뒷전에 두고 임원부터 살펴보았다.그러나 임학의 시선은 여전히 김단의 팔에 향해 있었다. 이런 꼴을 보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그저 가족들에게 체면을 주지 않는 그녀가 얄미워 모질게 말했던 것이다. 생선을 좋아했던 누이의 얼굴에 어느새 발진 증세가 일어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8화

    갑작스러운 제안에 소한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그러나 그가 답하기도 전에 임학은 소한에게 주먹을 날렸다.소한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임학의 몸이 술상에 엎어졌고 음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음식을 들어 소한에게 던졌다.소한은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미친 것이오?”이것은 취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임학의 옷자락이 어지럽혀있었다.임학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손가락으로 소한을 가리키며 말했다.“원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시 내 자네를 가만두지 않겠네!”소한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옷 정리를 했다.“전에도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군.”그때는 김단을 위해 말했었다. 멈칫하던 임학이 말을 이었다.“이제는 원이의 정혼자이니 탐욕 부리지 말게.”“자네가 먼저 제안했소. 난 아무 말도 안 했소.”소한은 차분하게 다른 쪽에 앉았다.임학은 헛웃음을 지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몇 해인데 내가 자네 속셈을 모를 것 같소? 단이가 그날 수정과를 가져가지 않아 오늘 특별히 챙겨주지 않았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정과를 원이에게 보냈다네. 단이는 자네에게 마음이 없네. 그만 질척거리시오!”‘내가 질척거려? 먼저 질척거린 게 누구인데.’소한은 마음속 말을 삼킨 채 술잔을 들이켰다.소한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임학은 술병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소한의 뇌리로 상흔과 발진이 얼기설기 자리 잡은 김단의 팔이 스쳐 지났다. 옆 방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얼마 뒤 밖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불꽃놀이가 시작한 듯 시끌벅적해졌다.사람들은 하늘에 터지는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두 사람도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았다.창가에 기대 손을 흔드는 여인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불꽃을 즐기는 형체가 두 사람의 시야로 다가왔다.올해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화

    이 시점에서 자신을 찾아온 것으로 보아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자리에서 일어선 김단은 임씨 부인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마님, 오셨습니까.”아직도 자신을 마님으로 칭하는 그녀 때문에 임씨 부인은 속상했다.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김단의 손을 맞잡으며 자리에 앉았다.“혼자 울적하게 있을까 봐 이리 와 보았다.”김단은 말없이 자기 손을 빼냈다.임씨 부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큰 마님께서 널 얼마나 아끼셨니, 네가 이 집안 핏줄이 아닌 것을 안 뒤에도 널 가장 어여뻐 하셨다.”김단도 인정한다.누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누가 진심으로 대하는지 그녀는 알 수 있었다.편찮으신 몸으로 중전마마께 간청하여 자기를 빼내온 것만으로 봐도 그녀의 진심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고개를 떨군 김단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녀는 눈물을 쏟지 않기 위해 애썼다.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의 진심을 모르는 듯했다.임씨 부인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대감이 계셔 말을 아꼈다. 네 조모님께 남은 시일이 얼마 없다.”임씨 부인의 말에 김단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그대로 흘러내렸다.‘조모님 곁을 지킨 지 며칠이나 됐다고…’임씨 부인은 안쓰러운 심정으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큰 마님을 향한 네 마음도 잘 알고 있다. 하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큰 마님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느리라.”김단은 코를 훌쩍이며 답했다.“직언하시지요, 마님.”둘 사이에 묘한 괴리감이 들었다. 김단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들었던 임씨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뒀다.긴 한숨을 내쉰 부인이 다시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어미가 미울지도 모르겠구나. 허나 큰 마님께서도 나와 생각이 같을 것 같구나.”임씨 부인은 물끄러미 김단을 쳐다보았다.“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이젠 혼처를 찾을 때가 된 것 같구나.”사실 그녀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20화

    김단과 명정대군과 아는 사이였다.덕빈과 임씨 부인은 오랜 친우였기에 어릴 적부터 두 여인의 아이들은 함께 놀면서 컸다. 하지만 신분이 고귀했던 명정대군과 아무리 친하게 지냈다고 할지 언정, 그들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존재하고 거리감이 있었다.훗날 학업에 열중해야 했던 명정대군은 궐밖으로 나오는 빈도수가 점점 줄었고 그들의 만남도 줄어들었다.그녀는 세답방에서 명정대군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다만 무수리의 신분이었던 그녀는 많은 나인들 뒤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인사밖에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군도 그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덕빈의 옆에 명정대군이 앉아 있었다. 정갈하게 옷을 갖춰 입은 명정대군은 우아했다. 워낙 키가 컸던 탓에 앉은 키도 덕빈보다 훨씬 컸다.이목구비가 뚜렷했던 명정대군은 주상전하를 닮았다. 눈매는 덕빈을 닮아 온화하면서 부드러웠다.그는 연민이 어린 시선으로 김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김단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처럼 느껴졌다.“일어나시오.”덕빈은 바닥에 엎드려 인사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낭자의 모친께서 어제 서신을 도내왔다오.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이 늦은 감은 있구려. 내 미리 알았더라면 그날 낭자가 왔을 때 좀 더 이야기를 나눠을텐데.”김단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남들 눈에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사실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김단에게 인정을 베푸는 덕빈의 모습에 임씨 부인은 기분이 좋았다. 김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명정대군에게 임씨 부인이 화색을 띠며 말했다.“대군자가께서 점점 준수해지고 비범해지십니다.”명정대군은 임씨 부인에게 가볍게 목례했다.“장모의 농이 지나치군.”장모라는 호칭에 임씨 부인은 그들의 관계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덕빈과 임씨 부인은 눈을 마주쳤고 둘 사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오갔다.그러나 김단은 이해되지 않았다.덕빈은 그녀가 진산군의 수양딸인 것을 알고 있다.세답방에서 3년 간 무수리로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21화

    아마도 들려오는 냉랭한 목소리가 익숙한 탓인지, 김단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두 발짝 물러서려 했지만, 서두르는 바람에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했다.다행히도 명정대군이 민첩하게 반응해 그녀를 끌어당겼다.하지만 명정대군이 끌어당기는 탓에 두 사람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멀리서 봤을 때, 마치 명정대군이 김단을 안은 것처럼 보였다.소한의 원래 맹렬했던 눈동자는 김단의 팔을 꽉 잡은 명정대군의 손에 내려앉았고, 어두운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김단은 머리를 흔들면서 왠지 모르게 찔린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찔릴게 뭐 있어?자신은 소한과 이미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설령 관계가 있다 해도 그저 명목상의 '친척'일 뿐이다. 따라서 그녀가 누구와 함께 있든, 무엇을 하든 그것은 소한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아마 소한은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괜히 자기 혼자만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것이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어마시고, 마음속 쓸데없는 생각을 가라앉지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한에게 인사를 올렸다.“소 장군님.”명정대군도 소한을 바라봤다.“소 장군, 또 궁에 들려 복명하러 왔소?”'또' 자에는 약간의 괴상함이 은은하게 물들어 있었다.소한의 시선은 드디어 명정대군의 손에서 떠나 명정대군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요즘 당우리 주위에 산적들이 창궐해서 현지 관려들이 몇 번이나 토벌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여 주상전하께서 저를 불러 대책을 상의한다고 하십니다.”이 일은 명정대군뿐만 아니라 김단도 들었던 소문이다.전에 세답방에 있을 때부터 나인들이 얘기한 걸 들었다.듣기로는 당우리에 있는 산적들은 일반 산적들과 달리 일찍 전쟁터에서 내려온 장병들로 구성된 사람들이라 훈련도 잘되어 있고 능력이 탁월해서 일반 관병들이 대처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정예 군대를 투입해도 쉽게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라 한다.이 일을 생각하자, 김단의 안색은 자기도 모르게 무거워졌다.이때 그녀의 곁에는 명정대군의 지극히 부드러운 속삭임이 들려왔다.“걱정하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22화

    김단은 마음속으로만 이렇게 생각하고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는데 이는 소한이 보기에는 묵인의 뜻이었다.몸 뒤에 주먹을 꽉 잡은 채, 그는 김단을 차가운 눈빛으로 봤다.“탐라성은 저 멀리 남쪽에 있고, 풍토와 인심도 한양이랑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소, 낭자 정말 잘 생각했소?”김단은 소한이 그녀에게 탐라의 날씨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는 것으로 생각해, 다소 진지하게 말했다.“대군자가께서 탐라의 겨울은 한양처럼 이렇게 춥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아주 춥지 않은 한, 저는 잘 적응할 수 있어요.”그녀는 정말 추위를 많이 탄다.두 손을 물속에 담그고 있는 시린 한기도, 겨울밤 문밖에 갇혀 있는 그 차가움도 그녀는 다시는 겪어보고 싶지 않았다.소한은 김단의 이 말에 목이 메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김단을 노려보며 눈에는 한기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래서 김단이 소한을 쳐다보지 않더라도 강렬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소한은 화가 났다.왜 화가 난걸 가?명정대군한테 시집가기 때문인가?그럴리가 없어!그는 그녀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았던가?그녀가 시집가야 그도 쉽게 임원과 혼례를 치를 수 있지 않겠는가?아, 그렇구나, 그녀는 그제야 알았다. 그는 그녀가 시집을 너무 잘 갔다고 화내고 있었던 것이다.세답방에 들어가 3년 동안이나 노비로 일한 그녀가 언젠가 대군자가께 시집가서 대군빈이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김단은 사실 이처럼 천박한 생각으로 소한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한의 노여움은 정말 엉뚱했다.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머리를 들고 소한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난 더 이상 소 장군의 길을 막지 않을 겁니다. 소 장군은 응당히 기뻐해야 하지오”여기 서서 자기에게 눈치를 주는 대신에!소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이때 그의 손에 무엇인가가 쥐어졌다면 이미 재가 되었을 것이다.그러자 명정대군은 뭔가 생각난

บทล่าสุด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54화

    그때 구태부가 입을 열었다.“내가 나이가 들어 저희 집안 사람이 이런 불상사를 저지른 줄도 몰랐소. 소 대감께서 궁궐에 가 전하께 고한 뒤에야 일을 알게 되다니, 정말 미안할 따름이오!”그 말을 들은 소씨 대감은 다급히 말했다. “구 대감, 그런 말씀 마십시오. 대감께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힘쓰시니, 우리와 같은 백성들이 평안한 것 아니겠습니까.”소하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서가 심성이 악독하여 저지른 불상사이니, 구 대감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소씨 부인도 따라 위로했다. “맞습니다. 이번 일은 구 대감과는 무관합니다.”그럼에도 구씨 집안은 소씨 집안에게 명확하게 해명해야 했다.구태부도 그 점을 알고 있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임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둘째 며느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우리 못난 손자가 도대체 어쩌다 죽은 것이오?”임원은 구태부가 이리 직접적으로 물을 줄은 몰랐다.구서의 시신은 구씨 집안 사람들 모두가 보지 않았던가?순간 당황한 임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구태부의 말을 이었다. “다른 뜻은 없소. 그저 진산군께서 둘째 며느님이 무예를 배운 적이 없다고 하여 궁금했을 뿐이오.”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임원에게 향했다.임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단이 먼저 말했다. “구서가 저를 희롱하려했고, 저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 그의 다리에 침 두 개를 꽂았습니다. 이내 구서가 아파하며 땅에 쓰러졌고, 제가 돌로 그를 기절시켰습니다. 동서는 구서가 정신을 잃었을 때 찔러서 죽인 것 같습니다.”구태부는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포졸이 구서의 시신을 확인했을 때도 그의 다리에서 은침 두 개를 발견했었고, 머리에 상처도 확인되었다. 그렇기에 김단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이에 임원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가 갔을 때 구서는 정신을 잃어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어떻게 당신을 희롱하려 했다는 것이오?”소하의 목소리가 나즈막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53화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흘렀다.임원은 자신의 마당 앞에 앉아 청소를 하는 하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영희가 따뜻한 차를 한잔 건넸다. 따사로운 6월 날씨에 어울렸다.임원은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최근에 숙희가 너를 찾아온 적이 있느냐?”영희는 고개를 저었다. “첫 날 소인에게 말을 걸었던 것 외에는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임원은 깜짝 놀라 물었다.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그저 저에게 또 다른 명희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였습니다.”영희는 사실대로 말했다. 임원은 순간 자세를 고쳐 앉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영희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물었다. “그래서, 너는 뭐라고 대답했느냐?”영희는 웃었다. “당연히 소인은 무시했습니다. 명희는 아씨 곁을 떠나 그렇게 된 것이고, 소인은 아씨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임원은 의심스러운 듯 영희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지만 어떤 이상한 점도 찾지 못했다.그녀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근 시아버지께서 태부 집안과 마찰이 있었다는 것 빼고 집안 사람들이 그때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사람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영희도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 생각에 큰 며늘 아씨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사람을 시켜 몰래 조사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씨 말씀대로 구서가 죽었으니 그 자들이 아씨를 특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정말 그러했다.임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슴속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그때 하인 한 명이 마당으로 들어와 임원에게 말했다. “둘째 며늘 아씨, 도련님께서 앞뜰로 오라고 하십니다.”불안해하던 임원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나를 찾으신다고?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구태부께서 직접 소씨 가문의 여성분들께 사과드리러 오셨습니다. 지금 앞뜰에 와 계십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52화

    숙희는 옆에 서서 곰곰이 생각했다. “혹시 구서가 깨어나고 분노해서 둘째 아가씨에게 칼을 겨누다 그 분 손에 죽은 건 아닐까요?”소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임원이 입막음하려고 죽였을 가능성이 더 크오.”김단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구서가 아직 정신을 잃었을 때 죽였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서를 상대할 수 없었을 거예요.”임원은 무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이각은 깜짝 놀랐다. “둘째 며늘 아씨께선 평소 가련해 보이셨는데, 정말 그분이 그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실 수 있었을까요?”숙희는 코웃음을 쳤다. “그 분은 일부러 그런 척하는 거예요! 전에는 살인 청부를 하더니 이번에는 직접 손을 쓴 것이죠!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숙희는 임원이라는 여자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다!소하는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숙희의 말에 크게 동의했다.김단이 말했다. “저는 지금 영희가 좀 걱정됩니다.”그 말을 들은 소하의 표정도 어두워졌다.영희는 현재 임원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동시에 임원이 가장 입막음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명희처럼 가까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여자인데, 자신을 따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희는 어떻겠는가?소하는 차분히 말했다. “오늘 구서가 소씨 가문의 여자들을 납치했으니 소씨 가문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오. 다만 구서가 죽었으니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태부가 구서 대신 책임을 지게 될 것이오.”소씨 가문의 여성 신분인 임원은 피해자였기에, 그녀를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영희가 나서서 임원의 죄를 밝힌다면...”소하는 말과 함께 김단을 올려다보았다.김단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무턱대고 설득하면 영희가 우리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어요.”소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일을 위해 숙희와 이각의 도움이 필요하오.”그 말을 들은 김단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51화

    한편, 소하의 방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김단이 씻고 나왔을 땐 이미 반 시진이 지난 후였다.숙희는 김단 뒤에 서서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를 닦아주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그녀는 방금 전 일을 전부 똑똑히 보았다.그녀의 아씨 몸에 있는 흉터와 오늘 새로 생긴 상처가 그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머리카락도 많이 끊어졌고, 두피에는 긁힌 자국까지 있었다. 오늘 밤 아씨가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런데 밖의 사람들은 아씨가 혼자 도망쳤다고 비난하고 있지 않겠는가!정말 최소한의 눈치도 없는 사람들이다!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었다면 아씨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했겠는가!숙희는 분하고 안타까웠지만 김단이 들을까 봐 흐느끼는 소리를 최대한 감추었다.하지만 김단은 이를 다 듣고 있었다.이에 못내 뒤돌아보며 말했다. “난 괜찮다. 무사히 돌아왔지 않느냐?”뜻밖의 위로에 숙희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오늘 소인이 아씨를 따라갔어야 했어요!”그녀가 따라갔다면 아씨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김단은 황급히 일어나 숙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오늘은 어머님께서도 하인을 데리고 가지 않으셨잖니? 네가 따라갔다면 어머님께서 또 뭐라고 하셨을 거다.”오히려 숙희가 따라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 난리였다면 숙희도 호위들처럼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에 김단은 약간 두려워졌다.임원은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더 이상 그녀를 내버려 둘 수 없다!김단은 눈에 살기가 스쳤다.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숙희는 눈물을 훔치고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소하와 이각이 있었다.“큰 도련님? 아가씨, 큰 도련님이 오셨어요!”숙희의 외침에 김단은 급히 겉옷을 걸치고 방에서 나왔다.하지만 아직 머리가 마르지 않아 헝클어진 채였다.이전의 엉망진창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소하의 심장이 묘하게 뛰기 시작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50화

    하지만 그저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소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예, 그럼 저도 가서 쉬겠나이다. 한이 오라버니도 얼른 들어가 쉬시지요.”말을 끝내고 발걸음을 옮겼다.임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한은 자신의 겉옷을 만지작거렸다.그의 눈동자가 점점 어두워졌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문 닫거라.”영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그녀가 뒤를 돌았을 때,임원이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거리가 가까운 탓에 영희는 깜짝 놀라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두려움에 떠는 영희를 보며,임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못났다, 뭐가 그리 무서운 거야?”그녀는 말하는 도중에 영희의 손을 잡았다.“염려 말거라. 구서가 죽었으니, 우리가 구서와 손을 잡았는 것은 아무도 모를 거야. 네가 입 막음만 잘한다면 우리를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임원은 ‘우리’ 라며 강조했다.영희와 자신을 하나로 묶어 버렸다.영희는 착한 모습의 임원을 바라보면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졌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씨, 노비는 언제나 아씨의 사람이옵니다.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겠나이다.”영희는 말 끝을 흐렸다.두려움에 훌쩍 거린 것이다.이전에 임원은 사람을 시켜 명희를 죽였었다.이 사실만으로도 영희는 임원이 무서웠다.헌데, 임원이 구서마저도 직접 죽였지 않았는 가.영희는 어쩌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임원은 영희의 태도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손을 들어 영희를 볼을 쓰다 듬었다.“나와 구서의 일을 아는 것은 오직 너뿐이야.”영희는 두려움에 뒷걸음을 쳤다. 하지만 문에 부딪혀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영희는 두려움에 떨면서 무언가 생각났다.“노비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나이다. 헌데 아씨, 그 검은 옷 무리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사옵니까?”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동행자를 찾으려 생각했다.하지만 임원은 크게 웃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9화

    김단의 눈빛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임원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영희를 바라보았다.구서가 죽었어도 자신이 그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남았지 않았는 가.영희는 김단의 눈빛에 놀라 진정하기도 전에, 김단의 차가운 눈빛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옆에 있던 소정원은 김단을 욕하기 바빴다.“뭐가 인과응보라는 거요? 이상하기도 하지.”임원은 소정원과 삼 년이라는 세월 동안 친한 친구로 보냈었다.그녀는 소정원을 잘 알고 있었다.“정원, 너무 그러지 마시오. 어쩌면 누이께서 나를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소.”“작은 형수!”소정원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이제 큰 형수 편은 그만 드시오! 오늘 일은..”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상을 찾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늦었으니 어머니를 데리고 들어가거라.”소하는 바퀴를 구르며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소하의 뒷모습을 보며 소정원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하의 말투에는 분노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소정원은 단 한번도 소하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의 다리가 마비가 되어도, 그가 명을 포기하려는 순간에도 항상 고운 말투로 소정원과 대화를 하곤 했다.헌데…소정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씩씩거리며 소 씨 부인을 바라보았다.“김단 이라는 자가 대체 큰 오라버니께 무슨 짓을 한 것이옵니까? 어머니, 큰 오라버니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시지 않사옵니까?”소 씨 부인도 눈살을 찌푸렸다.“다리 치료를 도와주지 않느냐! 아무리 나쁘다고 하여도 네 형수님이다, 네 큰 오라비와 한 평생을 할 사람이란 말이다! 오라비가 감싸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그만 되었다, 오늘 다들 놀랬으니 어서 들어가 쉬거라.”소정원은 여전히 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몇 걸음 가기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8화

    소정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눈을 떴을 때, 소 씨 부인과 함께 큰 바위 뒤에 누워 있었다.옆에는 사람 네 명이 망을 보고 있었다.그녀도 저항을 해보았지만, 얼마 못가고 저지 당하고 말았다.이때, 임원이 상대편의 한 사람을 위협하며 다가왔다.소정원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리 이상할 것이 있습니까? 작은 형수님께서 무술을 배우지 않았다 하셔도, 구서의 빈틈을 노려 공격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포로로 잡힌 놈도 빈틈을 보이는 바람에 잡혔을 수도 있지요, 작은 형수님께서 저와 제 어머니를 구한 것은 사실입니다!”임원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누이가 모르는 것이 있사옵니다. 구서가 저를 덮치려고 하던 찰나 동굴에 있던 돌에 넘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머리에 있는 비녀를 가지고 찔렀습니다. 구서가 숨을 멎고, 저는 무서워서 동굴 모서리에 숨어 있었나이다, 포로로 잡힌 그놈은 동굴 안이 깜깜해서 저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저에게 잠시 등을 돌리는 찰나에 비녀를 그의 목에 찔렀습니다… 저, 저도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모르겠나이다. 다시 생각해도 여, 여전히 무섭습니다..”임원의 말에 소정원은 마음이 찢어질 지경이었다.그녀는 임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왜 설명을 하시려 하십니까.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 표정입니다. 두려움에 우리를 두고 도망친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니옵니까. 그리고 형수께서 저와 제 모친을 구한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작은 형수님, 두려워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저와 제 모친이 지켜 드리겠나이다.”그녀의 말에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치 괴롭힘을 당한 며느리 같았다.옆에 있던 소 씨 부인이 입을 열었다.“원아, 두려워 하지 말거라. 아버님께서는 이미 궁에 들어가시지 않았느냐,태부댁에서도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야.”태부댁 구서가 감히 소 씨 집안의 여인들을 납치한 것은 용서치 못할 일,소 씨 집안을 만만하게 보아서 생긴 일이지 않는가.이번 일은 태부댁이 직접 찾아와 용서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7화

    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소정원이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정원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리가 없다.하지만 소하의 눈빛도 같이 어두워졌다.소정원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노가 들어있었다.“진상을 밝히기 전까지,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이야.”하지만 소정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그녀의 말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진상이 어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당시에 저는 모친과 있었사옵니다, 자칫하면 그 사람들한테 죽을 뻔했습니다! 만일 작은 형수님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옵니다!”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소정원의 눈가가 붉어졌다.놀란 마음이 아직 진정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그리고 억울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찾으려고 했는데, 먼저 도망갔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그녀의 말에 소 씨 부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정원과 함께 김단을 찾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허나 김단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서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그만하거라. 네 형수도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소정원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몸을 돌려 김단을 보지도 않았다.김단은 귀찮은 마음에 자리를 떴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이 돌아오셨습니까?”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원이었다.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임원은 몸종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누이, 어찌 이리 되셨습니까. 홀로 숲으로 도망쳤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흑흑흑..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옵니다..”임원은 엉엉 울었다.진심 어린 행동을 하며, ‘누이’ 라며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에 김단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옆에 있던 소정원은 화를 내며 다가왔다.“형수님, 저런 사람을 어찌 걱정하시옵니까?”임원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정원,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누이는 어쩔 수 없이 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6화

    과거의 기억이 다시 몰아치자, 김단은 그만 묻혀 버리고 말았다.그 순간 만큼은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마치 상황에 홀린 것 같았다.어찌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했을까,그가 한 번도 자신의 말을 믿은 적이 있었는 가.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졌다.김단의 자신의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았다.작은 따뜻함이라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차가운 기운은 사방곳곳에서 퍼졌다.김단은 자신을 더욱 감싸안았다.그녀의 몸은 벌벌 떨기 바빴다.옆에 있던 소한은 김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어쩌면 오늘 일에 화가 나서, 순간 차가워졌다고 생각했다.그는 손에 쥐고 있는 겉옷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마부에게 앞으로 가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다.진상은 자신이 돌아가서 직접 조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해시가 되기 전에 마차가 관저 앞에 멈췄다.김단이 가림천을 들췄다.소한이 밖에 서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그녀의 발목이 다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성을 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김단은 그를 무시했다.아픔을 꾹 참고 마차에서 내렸다.소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찌 된 일 인지 알 수 없었다.숲에서는 자신의 등에 기대어 있었지 않았는 가.그때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 가.“아씨!”큰 목소리가 들려왔다.숙희가 서둘러 관저에서 뛰쳐나왔다.그녀는 김단을 보자 눈물을 쏟아냈다.“흑흑, 아씨, 다쳤사옵니까? 흑흑흑..”숙희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김단도 자신의 모습이 꼴사나울 것이라 생각했다.머리가 풀려 있고 치마도 찢어졌으며, 팔목에는 여러 상처가 그어져 있었다.숲에 가시나무가 많았던 탓이다.그저 도망치기 바빠서 상처는 볼 시간도 없었다.숙희가 알려주고 나서야,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김단은 숙희에게 몸을 반쯤 기대었다.농을 하며 웃었다.“울지만 말고, 네 아씨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느냐.”숙희는 그제야 눈물을 닦고, 김단을 부축하여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곧이어 소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