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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화

Author: 적매화
한편, 정암이 소 씨 가문 관저에 도착했다.

소한은 서재에서 병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정암이 양손에 들고 온 술을 보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았다.

그윽한 시선에 정암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신, 장군과 함께 술을 하려 찾아 왔사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한에게 술을 권했다.

소한은 술을 건네 받고는 한 입 들이켰다.

뜨거운 열기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것은 취향각의 구담술이 아닌가.”

곧이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집에 횡재가 난 것이냐?”

정암이 비싼 술을 두 병이나 가져왔기 때문이다.

곧이어 정암이 의자를 가져와 소한의 앞에 앉았다.

손에 쥔 술병을 흔들었다.

"소신이 들고 있는 술은 구담술이 아니 옵니다."

그가 들고 있는 술은 소주에 불과했다.

소한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정암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장군께 감사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소한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도와준 자는 내 아우다. 헌데, 왜 내게 감사를 표하느냐?”

그리고 술을 한 입 들이켰다.

정암도 술을 한 입 마시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하 장군께서 방 안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어찌 아시고 늦지 않게 도와 주셨겠사옵니까.”

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만 점점 어두워질 뿐이다.

정암이 다시 말을 이었다.

“더하여 소신은 군을 이끌 힘이 없사 옵니다. 형제들이 소신과 함께 태부댁에 가겠다 한 것은, 모두 장군의 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하옵니다.”

그는 들고 있던 술병을 소한 앞으로 내밀었다.

“장군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소한은 그제야 정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암의 술병에는 맞대지 않았다.

그저 술을 한 입 들이키고는 물었다.

“이후에 어떻게 낭자를 지킬 생각이냐.”

쌀쌀한 말투였다.

그의 목소리가 큰 서재 안에 퍼졌다.

정암은 움찔했다.

하지만 소한의 눈동자는 계속 그를 바라볼 뿐이다.

“오늘은 눈이지만 내일은? 네 몸의 모든 것을 다 쓰고 나면 무엇으로 지키겠냐 물었다.”

소한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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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암...”김단은 작은 소리로 불렀다. 목소리는 가볍고 가늘어서 혹여나 정암을 깨울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그를 깨우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다시 좀 큰 소리로 불렀다.“정암, 저에요, 내가 왔어요.”말 등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그녀는 더 큰 소리로 불렀고, 심지어 정암을 흔들기 시작했다.“정암, 날 놀라게 하지 말고 일어나 봐요!”그러나 정암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영원히 일어날 수 없다.김단이 정암을 너무 흔들어 말에서 떨어지려 하자, 누군가 김단 뒤에 나타나, 그녀를 안았다.“정암은 죽었어!”김단은 믿지 않고 발버둥 치며 정암을 깨우려 했다.하지만, 김단 뒤에 있는 사람은 그녀를 계속 뒤로 끌고 갔다.“정암은 죽었어! 죽었다고!”죽었다...김단은 온몸이 굳었다. 그녀는 정암이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했을 때, 한 병사가 급히 다가가 그녀를 안전하게 옮긴 장면을 봤다. 말 등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생기도 없었다.죽었다고?조모처럼 자기를 버린 건가?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김단은 정암의 꼭 감은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기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그녀는 드디어 정암이 정말로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이때, 뒤에서 익숙한 향기가 다시 전해오자, 김단은 멍하더니 뒤를 돌아봤다. 소한이다.아니야!김단은 소한 몸을 수색하면서 말했다.“돌려주세요! 돌려줘!”그녀가 정암에게 준 향낭의 향기다. 그녀가 직접 고른 향료여서 그녀가 제일 익숙하다. 향낭이 왜 소한에게 있는 거지? 소한은 그 향낭을 가질 자격이 없다! 향낭은 정암의 것이다. 그녀가 정암에게 선물한 것이다!그녀는 소한의 옷을 마구 잡아당기면서도 그의 몸에도 상처투성인 것을 보지 못한 듯싶다.그 산적들은 극악무도한 놈들이고 심지어 소한을 몇 차례 동안 공격했는데, 그는 무사할 수가 없다.하지만, 김단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에는 소한이 없다.그녀는 소한의 상처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5화

    김단은 사실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부대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며칠 동안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소한이 어젯밤 정암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온 것이다!하지만… 부대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녀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가까이 다가가면 자신이 수없이 부정했지만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진실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부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그녀는 정암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달려올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부대도 멈춰 섰다.김단은 놀라 부대의 가장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자가 햇빛을 등지고 서 있어 마치 피로 물든 것처럼 붉게 보였다.저건…소한?김단은 믿을 수가 없었다.김단의 기억 속 소한은 항상 활기차고 당당했는데, 지금은 매우 지쳐 보였다.설마, 진 것인가?소한조차 그 산적들을 이기지 못했단 말인가?그렇다면, 정암은? 김단은 소한 뒤에 있는 부대를 바라보았다.부대원들 모두 소한처럼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다.정암도 다쳤을까?다른 사람들처럼 정암도 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일까?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김단은 정확히 볼 수 없었고, 부대가 계속 멈춰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던 병사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정암은 없었다.김단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소한의 곁을 지나갈 때 익숙한 향기가 맡아졌지만, 김단은 애써 무시했다.그녀는 소한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해서 부대 안으로 걸어갔다.소한은 순간 고삐를 꽉 쥐었다.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지만, 소한은 고개를 숙일 뿐 움직이지 않았다.소한은 김단이 자신을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을 보지 못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김단의 마음에는 오직 정암만 있었다.김단은 부대의 가장 앞쪽까지 가 말에서 내려 병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정암이 없었다.두 번째 줄에도 없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4화

    산에서 내려올 때쯤, 해가 벌써 떠올랐다.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었다.소한은 무의식적으로 햇빛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눈을 찌르는 듯한 고통에 고개를 돌렸다.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그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어둡게 변했다.부하들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조용히 숲에 숨겨둔 말과 갑옷을 소한에게 가져다주었다.소한은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고 서쪽에 있는 성으로 향했다.말이 천천히 걸어갔고, 소한은 위에 올라 자신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이렇게 심하게 그의 그림자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이전에 승리를 거두고 돌아올 때, 그의 그림자는 줄곧 꼿꼿하고 올곧았다.반면에 왕여는 항상 말 위에서 가만 있지 못하고 노상과 장난을 치곤 했고, 그들의 그림자도 항상 뒤엉켜 있었다.때로는 장난을 조절하지 못하고 소한의 말에 부딪히기도 했기에, 세 사람의 그림자가 뒤엉키곤 했다.그에 비해 정암은 세 사람 중 가장 침착하고 믿음직했다. 정암은 가장 오래 군에 있었고 나이도 가장 많았다.그의 그림자는 항상 곧고 당당했다.한번은 소한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정암과 나란히 걸으며 그림자를 비교해 보았고, 자신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며 만족해했다.하지만 오늘은 땅 위에는 얽히고설킨 그림자도, 곧고 당당한 그림자도 없었다.오직 고독한 그림자 하나만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것처럼 처량했다.하지만 이번에도 승리를 거둔 것이 분명했다.산적 두목은 이미 죽었고, 부두목은 생포되었다. 돌아가면 심문을 통해 산적들과 결탁한 부패한 관리들을 처벌할 수 있었다.나머지 산적들은 죽거나 도망쳐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마을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산적 문제가 마침내 해결되었다. 그러니, 승리한 셈이다.하…승리라고?그의 형제 두 명이 저 산에서 죽었고, 그중 한 명은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이것이 승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소한의 눈은 붉은 빛을 띄웠다. 그 빛에 앞에 있던 그림자가 마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3화

    순간 멍한 상태였던 소한은 순식간에 칼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그 산적을 베어 죽였다.뒤를 돌았을 때, 정암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지만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소한이 놀란 눈으로 정암을 바라보았다. 정암은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소한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입을 열자 결국 피를 토해냈다. “정암!” 소한은 놀라 소리치며 정암에게 달려갔다.하지만 정암은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고, 뒤로 쓰러졌다.다행히 소한이 정암이 땅에 부딪히기 전에 잡아냈다.하지만…정암의 가슴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소한은 당황하여 칼을 떨어뜨리고 정암의 상처를 양손으로 막았다. “괜찮다, 곧 너를 데리고 하산할 것이다! 여봐라! 아무나 와보거라!”산길이 험했기에 그는 혼자서 정암을 데리고 내려갈 수 없었다.하지만 산적들이 아직 저항하고 있었기에, 소한의 부하들은 그를 도울 수 없었다.피가 손가락 사이로 계속 흘러나왔다.소한은 평소에 칼을 자주 쥐고 있었기에 일반 남성보다 손바닥이 넓고 단단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소한은 자신의 손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다.너무 작은 나머지 이렇게 작은 상처조차 막을 수 없었다!정암은 소한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소한의 손을 잡은 채 피를 머금은 입을 열고 힘겹게 말했다.“장, 장군님...”소한의 얼굴은 창백해졌다.평소 차갑고 냉정했던 그의 눈빛은 지금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했다.정암은 소한이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고, 이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위로했습니다. “괜, 괜찮습니다...”소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다. 괜찮다…하지만 피는 계속 멈추지 않았다!소한의 두 눈은 끝없는 핏 빛에 찔리는 듯 아파왔다.그런데 정암은 천천히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가져가더니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향낭 하나를 꺼냈다.소한은 한눈에 그 향낭이 김단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지금의 향낭은 피로 얼룩져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정암은 당황하며 피투성이의 입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2화

    공격!순간, 어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 칼날을 번쩍이며 산적들을 향해 공격했다.산적들은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하지만 오랜 시간 싸움을 해온 산적들은 두목의 명령에 따라 곧장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꺼내 들고 맞섰다.전투는 순식간에 격렬해졌다.소한은 재빨리 갇혀 있는 정암에게 다가가 칼로 쇠사슬을 끊어버렸다.그때 산적 두목이 이 상황을 눈치채었고, 옆에 있던 칼을 들고 소한을 향해 공격해 왔다.소한은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를 느끼고 몸을 피하며 장칼을 휘둘러 산적 두목을 공격했다.그런데 놀랍게도, 산적 두목의 무술 실력은 소한과 비슷하였다.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서 싸우며 쉽게 승부를 내지 못했다.소한은 순간 정암이 우리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산적이 정암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다행히도, 정암에게는 칼이 있었고,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정암은 7일 동안 감옥에 갇혀 있으며 심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몸이 매우 약해져있었다. 그는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내고 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정암에게 다시 위협이 가해지자, 소한은 얼굴을 찌푸리고 산적 두목을 발로 차 버리고 정암에게 달려갔다.소한은 칼로 산적 두목의 가슴을 찔렀고, 눈빛에 힘이 없는 정암을 보고 말했다. “안전한 곳으로 피해라!”소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산적 두목이 다시 공격해 왔다.소한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맞서 싸웠다.주변에는 불길이 치솟았다.산적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지만, 몇몇 강한 산적들은 소한의 부하들을 죽인 뒤 소한을 향해 공격해 왔다.잠시 뒤, 소한은 네 명의 산적들에게 포위되었다.산적 두목은 소한을 쏘아보며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하, 네놈이 그 영웅이라고? 이런 수준을 가지고?”그들은 진정한 영웅은 과거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소한은 왜 이들이 자신에게 분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세 명의 부하 장군이 이곳에서 죽은 것을 떠올리면 자신의 분노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1화

    육맥산은 당우리 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겹겹이 쌓인 봉우리가 마치 여섯 개의 봉우리처럼 보여 육맥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산세가 험준하여 방어하기 쉽고 공격하기 어려운 데다, 산맥이 연결되어 있어 산적들이 다른 산으로 쉽게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산적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 물론 이에는 관아와 산적간의 결탁이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깊은 밤.산채 안은 유난히 시끌벅적했다.산적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때 한 산적이 물었다. “두목, 여만안이 약속한 만 냥을 정말 가져올까요?”산적 두목은 한 손에 양다리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술병을 든 채 흐릿한 눈빛으로 감옥에 갇힌 남자를 바라보며 비웃었다.“여만안이 말하길, 이번에 온 놈들은 모두 소한의 부하들이라고 했다. 특히 심장에 화살을 맞은 놈, 팔이 잘린 놈, 그리고 감옥에 있는 놈, 이 셋 모두 소한의 부하 장수들이라고 했어.”이 말에 다른 산적이 놀라며 물었다. “소한? 돌궐족의 진형을 깨고 우두머리를 죽였다는 그 젊은 장군 말이십니까?”산적 두목의 표정이 굳어졌다.다른 산적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너무 미화시키는 거 아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그 사람 부하가 우리에게 잡혔겠어?”이 말을 들은 산적 두목은 다시 기분이 풀렸다.그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소 씨 놈 부하 장수 셋 모두 우리에게 당했다. 우리가 이 세 명 중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데, 네가 보기에 소한이 돈을 안 가져올 것 같으냐?”산적들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소한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돈을 주고 사람을 데려가겠죠! 하지만 후환이 두렵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을 데리고 복수하러 오면 어떡합니까?!”“겁낼 것 없어. 그 놈이 온다면 여만안이 우리에게 알려줄 테니까. 그때 가서 똑같이 놈을 붙잡아 오면 돼!”“맞아! 그때가 되면 놈을 산채로 잡아 왕에게서 돈을 뜯어 내는 거야!”“하하, 그 말이 맞네! 왕에게서 돈을 받아내자! 원래 우리 몫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10화

    여만안은 소한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침대에는 단 한 사람, 노상이 누워 있었다. 노상은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고, 소한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흐릿했던 그의 눈동자가 빛을 냈다.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며 소한 앞으로 갔다. “소인 장군님을 뵙습니다!”목소리가 떨렸고, 슬픔이 묻어났다.소한은 노상의 왼쪽 팔을 바라봤다.노상이 격하게 움직이자 옷소매가 흔들렸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의 왼팔은 어깨뼈 부근에서 잘려 나가 있었다. 소한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했고,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소한은 노상을 일으켜 세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설명해.”노상은 오랫동안 소한을 따라다녔기 때문에 소한의 말 뜻을 알고 있었다. “저희는 10일 전에 당우리에 도착하여 육맥산 지형을 파악한 후 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산적들이 마치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지형을 이용해 저희를 기습했습니다. 왕여 종사관은 현장에서 전사했고, 정암 종사관이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저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소한의 차가웠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옆에 있던 여만안은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지만, 소한에게 아부를 떨기 위해 입을 열었다. “산적들이 이틀 전에 편지를 보내와서 정 종사관님을 살려주는 대신 금 1만 냥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군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 분당현이 돈이 부족하긴 하지만, 백성들에게 돈을 모으라고 하여 정 종사관님을 구해낼 것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마자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소한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여만안의 어깨를 찔렀다. “여 현령, 잘도 백성들의 돈을 빼앗는구려.”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여는 전사했고, 노상은 팔을 잃었으며, 정암은 생사가 불확실하다.여만안은 이런 일을 조정에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산적들에게 돈을 대주려 하고 있다!여만안은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찌푸리고는 변명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309화

    김단과 정유이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무슨 헛소리야!” 정유이는 화가 나서 서화청을 다시 발로 차고 싶었지만, 이성을 유지하고 참았다.서화청은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김단도 미간을 찌푸리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나즈막하게 물었다. “그건 어떻게 아는 것입니까?”“우리 아버지가 얘기해 주신 것이오!” 두 여인이 모두 당황하자 서화청은 기세등등한 표정을 보였다. “주상 전하께서 어제 소식을 받기를, 정암이 사람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크게 패하고 전멸했다지 않소!"서화청은 마지막에 '전멸'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 두 글자는 김단의 가슴에 큰 돌덩이가 되어 떨어진 듯,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김단은 그 말에 너무 놀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정유이는 참다못해 서화청에게 달려들었다. “헛소리하지 마! 감히 우리 오라버니를 저주하다니!”정유이의 작은 주먹은 매우 강력했고, 서화청은 두 차례 맞고 어지러워하더니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정유이가 다시 서화청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김단은 숙희를 불러 정유이를 말리라고 했다. “숙희야, 정씨 낭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거라!”그리고 그녀는 정유이에게 말했다. “조급해 하지 마시오. 내가 군대에 가서 소식을 알아보겠소.”숙희가 정유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김단도 곧바로 뒤따라 나갔다.김단은 말을 빌려 서둘러 군영으로 향했다.비록 그녀는 소한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소한에게서만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당우리의 산적들이 포악하긴 하다만, 전멸했다는 것은…믿기 어렵지 않은가?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김단의 머릿속에는 정암이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떠올랐고, 마음이 불안해졌다.간신히 군영 앞에 도착했다.문을 지키는 병사는 김단을 알아보고 인사하며 말했다. “김씨 아가씨, 장군님은 어젯밤에 떠나셨습니다.”“떠나셨다고요?” 김단은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알면서도 되물었다. “어디로 가셨죠?”“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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