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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0화

Author: 적매화
혹여 김단과 연관이 있는 일 인가.

혹여 김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기분이 좋지 않던 임학은 정암을 보자 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의원의 경고를 떠올리고는 크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그게 자네와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는 진산군의 관저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정암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쫓았다.

“단이는 어디에 있사옵니까? 관저에 의원이 있사온데, 어찌 밖에서 의원을 찾아오셨습니까? 혹여 관저의 의원께서는 단이를 치료하고 계신 겁니까?”

임학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정암이 그의 앞을 막았다.

“도련님, 단이는 어찌 되었습니까?”

임학은 양손에 약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그는 정암의 다급한 모습을 보고 잔뜩 화가 났다.

“우리 가문의 일이다, 종사관 따위가 감히 상관 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암은 길을 비키지 않았다.

“저는 가문이 아니라, 단이에 대해 물었사옵니다.”

“감히!”

정암은 여전히 길을 비키지 않았다.

임학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자신을 끝까지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등의 상처가 심한 탓에 얼른 돌아가 누워 있고 싶었다.

“네 단이는 멀쩡하다! 내 등의 상처가 바로 그 계집이 낸 것이다! 그 계집은 멀쩡한데, 임원이 많이 다쳤다. 의원께서는 지금 임원을 치료하고 계신다.

그리하여 내가 다른 의원을 찾아 나온 것이다! 이제 되었느냐? 비키거라!”

임학은 크게 외치고 나서 정암을 치고 앞으로 걸어갔다.

정암은 김단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했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 난 듯이 서둘러 다시 임학을 쫓았다.

“낭자는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헤칠 여인이 아니옵니다. 혹여 낭자를 괴롭히셨습니까?”

임학은 정암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다친 것은 나와 원이다. 우리가 어찌 그 계집을 괴롭힐 수 있겠는가?"

그는 정암을 바라보았다.

어리석기 그지없다.

하지만 과거 일을 떠올리면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정암의 말이 맞다.

그 계집은 무고하게 누군가를 헤칠 인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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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진 후, 김단은 다시 영의정 저택으로 돌아갔다.소복이 앞장서 김단을 데려갔다.궁궐에서와는 달리 소복은 영의정 댁 문을 들어서자 거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영의정이 직접 나와 그들을 맞이했고, 소복은 깍듯하게 영의정에게 예를 표하면서도 꽤나 득의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대감, 평안하셨소? 실은 공주 마마께서 사촌 분을 염려하시어 나에게 낭자를 데리고 가 살펴보라고 명하셨네.”맹영지와 서원 공주는 사촌 자매였다.소복의 말이 떨어지자 영의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그는 곧장 옆에 있는 민태훈을 노려보았다.민태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김단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고, 이내 앞으로 나와 소복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대감께서 모르시는 것이 있으십니다. 제 부인은 이미 병세가 깊어 낭자가 오늘 아침에 와서 보았음에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중전 마마와 공주 마마께서도 이미 낭자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고 계시오!” 소복은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심지어 낭자는 그 때문에 중전 마마의 맥을 짚어 드리는 일정에도 늦었소! 하지만 중전 마마께서도 조카 분을 가엾게 여기시어 꾸짖지 않으셨네.”꾸짖지는 않았지만, 민씨 가문 때문에 중전 마마의 일을 그르쳤다고 면전에 대고 말하는 격이었다.민태훈의 표정은 이미 매우 험악해져 있었다.사실 그는 시간을 계산해 두었었다. 김단이 매번 사시쯤 중전의 맥을 짚으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 청하면 전혀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더욱이 그는 김단이 궁궐에 먼저 다녀와 일을 본 뒤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부르자마자 냉큼 올 줄이야!아무래도 역시 영의정 가문의 병을 고치면 자신의 명성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서둘러 온 것일 것이다!그 생각에 민태훈의 음흉한 눈빛이 다시 김단을 향했다.김단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주 태연하게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소복이 영의정을 향해 말했다. “중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53화

    이 어찌 속임수가 아니란 말인가?그는 당장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해진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김단은 황급히 말했다. “사실 소인은 부인보다 완벽한 환자를 본적이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김단은 목소리를 낮추고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듯 조심스레 말했다. “부인은 반응이 둔하셔서 소인이 어떻게 손을 써도 아파하지 않으시니, 소인의 침술을 시험해 보기에 딱 이십니다.”이 말을 들은 민태훈은 순간 크게 소리쳤다. “어딜 감히! 공주 마마를 믿고 감히 내 부인에게 이토록 무례하게 대하시는 것이란 말이오!”김단은 민태훈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며 속이 메슥거렸으나, 고개를 숙여 공손히 예를 올렸다. “대감, 부디 용서해주시지요. 다만 부인의 상태가...”“꿈도 꾸지 마시오!” 민태훈은 코웃음을 쳤다. “비록 곧 죽을지라도 내 부인인데, 어찌 자네의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겠소!”그 말인 즉, 민태훈이 김단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그의 체면이 구겨지기 때문이었다.맹영지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민태훈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어리석었다!김단이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민태훈이 손을 들어 막았다. “됐소, 낭자도 오늘 보았으니 부인이 꺼져가는 등불과 같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오. 이제 그만 돌아가시오!”꺼져가는 등불이라니, 스물다섯도 안 된 아가씨를 두고 할 말이 아니었다.김단은 속으로 분노했지만, 끝내 예를 올리고 자리를 떠났다.상관없었다.민태훈이 그녀를 멸시하고 무시한다면, 그가 수긍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나서도록 만들면 된다!이에 김단은 일부러 미시에 이르러서야 중전의 침소로 향했다.그곳에는 서원 공주도 있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렸다. 김단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자 중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원 공주는 다소 화를 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것이오? 오늘 어마마마의 맥을 짚어 드려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오? 아니면 아바마마 곁에 가까워지니 낭자의 재주가 대단한 것처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52화

    민태훈은 답례하며 말했다. “난 낭자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올 줄 알았소.”하지만 그의 동작은 어색했고 말투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김단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약간의 경멸감까지 느껴졌다.분명 그는 그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있었다.김단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민태훈이 그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몰래 괴롭히겠는가?맹영지의 현재 상황 역시 민태훈의 소행일 가능성이 컸다.민태훈의 학대가 맹영지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리고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들어 조금씩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분명 민태훈은 맹영지에게 의원을 불러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맹영지의 상태는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한양 내에서는 맹영지에 관한 소문이 전혀 없었다.오늘 그녀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맹영지가 지금 이런 상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아마 구 씨의 제안을 민태훈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맹영지의 하녀를 시켜 그녀를 불러들였을 것이다.그렇게 된 데에는 분명 그녀를 향한 민태훈의 멸시도 한몫했을 것이다.그녀가 명의의 제자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음에도 민태훈은 그녀 같은 하찮은 의녀가 맹영지를 치료할 의술을 갖췄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그는 김단이 차를 엎질렀다는 것을 듣고도 슬쩍 하녀를 흘겨볼 뿐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김단이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하녀를 물린 뒤 말했다. “내 아내가 3, 4년 전부터 병세가 깊어져 수많은 명의를 불렀으나, 전혀 진전이 없었소.”그의 말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그는 김단에게 명의도 고치지 못한 병이니 그녀는 더더욱 고칠 수 없을 것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김단은 못 알아들은 척, 속으로 생각했다. 소 오라버니는 5년 동안이나 마비되어 있었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51화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맹영지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어의원 의녀로, 부인을 진료하러 왔소.”역시나 그녀의 말을 듣고도 맹영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김단은 더 이상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맹영지의 맥을 짚었다.맥은 매우 약했다. 심지어 죽어가는 듯한 맥 기운마저 느껴졌다.보통 이런 맥은 죽음을 코 앞에 둔 사람에게서 나타났다.김단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 같은 젊은 나이에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때 방금 전 그 어린 하녀가 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아씨, 차 드세요.”김단은 감사 인사를 하고 손을 뻗어 찻잔을 받으려 했으나, 순간 찻잔이 엎어졌다.김단에게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몽땅 맹영지의 이불 위로 쏟아졌다.“아이고! 이년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어린 하녀는 그 말과 함께 어지러워진 것을 허둥지둥 치우기 시작했다.김단도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어 어린 하녀가 편히 치울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다.어린 하녀는 분명 고의로 그런 것이다.맹영지를 그토록 걱정하면서 왜 일부러 침상에 차를 쏟았을까?김단은 의심을 품은 채 하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초가을의 얇은 이불은 차에 금세 젖어 들었고, 맹영지의 옷과 바지까지 전부 젖었다.어린 하녀는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외치며 옷장에서 깨끗한 옷과 바지를 꺼내 맹영지를 갈아입히려 했다.하지만 맹영지는 반응이 느리고 동작이 어설펐기 때문에 어린 하녀는 애를 먹으며 난처한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아씨, 혹시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김단은 이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그녀가 맹영지를 부축하자 어린 하녀는 맹영지의 바지를 벗겼다.그러자 그녀의 다리에 있는 서슬 퍼런 보라색 멍 자국이 김단의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깜짝 놀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50화

    명일.김단은 다시 어의원으로 돌아가야 했다.마차가 평양 대군의 관저에서 곧 도착하려 하자, 누군가에 의해 저지 당했다.“무엄하도다! 감히 평양 대군 관저의 마차를 막는 것이냐!”마부의 목소리는 두터워 마치 무예를 하는 자의 기운이 느껴졌다.김단은 마차 안에서, 마부가 검을 꺼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이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나으리,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노비는 도련님의 명을 받아 찾아 왔나이다. 도련님께서 관저에 들르시어, 큰 며늘 아씨의 목숨을 구해주시어라 청 하셨사옵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차 안으로 손 하나가 들어왔다.마부가 옥패를 쥐고 있었다.옥패는 투명하여 윤기가 돌았다.마치 드문 옥패 같았다.중요한 것은 옥패 위로 ‘민’ 자가 새겨있다.곧 정승댁 민 씨 집안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다.큰 며늘 아씨 라니.김단은 소하의 말이 떠올랐다.맹영지가 이후에 정승댁의 장남과 혼인을 했다는 것이다.어제만 하여도 어찌 맹영지에게 다가갈까 머리가 아팠는데, 민 씨 집안이 자처하여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마차 안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자, 민 씨 집안의 몸종이 소리를 높였다.“구 씨 집안의 셋째 아씨가 제 큰 도련님께 나으리를 소개하셨다고 하옵니다!아씨께서 이르시길, 나으리의 의술이 높고 인자하셔서, 큰 며늘 아씨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실 거라 하셨나이다!”몸종은 초조해하며 마차를 보고 있었다.드디어 마차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구 아씨의 소개라면 저도 거절할 수 없소이다. 정승댁으로 가시오!”“감사하옵니다, 나으리! 감사하옵니다!”몸종의 말투에는 기쁨이 섞여있었다.김단은 순간 숙희를 떠올렸다.만일 김단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숙희는 이 몸종 보다 더 조급할 것이 분명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정승댁에 도착했다.김단은 처음이 아니었다.어렸을 때, 민 씨 집안에서 연회를 연 적이 있었다.그 당시에 진산군과 임 씨 부인과 같이 참석했었다.어찌 된 일 인지, 민 씨 집안의 큰 도련님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49화

    서아름의 상황을 보아, 조산을 면할 수 있다고 하나 중전의 손에 죽을 것이 분명하다.허나 서아름을 살펴야, 두 사람 모두 구할 수 있을 것이다.잠시 생각하고는 김단이 말했다.“스승님, 부디 제게 귀식환의 제조 법을 알려 주시옵소서. 저도 스승님과 같이 연구를 하겠나이다, 소하 오라버니는 제가 틈틈이 살필 터이오니, 오라버니의 팔이 차가워지면, 저와 스승님이 같이 한빙산을 연구하시는 것이 어떠시옵니까? 스승님께서도 강한 독은 아니라고 하시지 않았나이까, 그러하면 어렵지 않을 것 이옵니다!”화월과 융골산 같은 독을 의원이 해독 법을 연구하지 않았는 가.의원은 김단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허나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그 해독 법은 그가 연구한 것이 아니다.약왕곡의 주인이 직접 연구해 낸 것이었다.독에 대해 모르는 이가 한빙산의 독성을 연구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의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곧이어 그의 시선이 바구니로 향했다.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다.“사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네.”김단이 눈을 크게 뜬 채로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방법이옵니까?”“약왕곡의 독은 해독약과 같이 판다네. 소 총령에게 독을 푼 자가 분명 해독약을 가지고 있을 것이야.”곧 소하에게 독을 푼 자를 찾으면, 해독약을 빼내어 더 일찍 고칠 수 있을 것 이다.허나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에,독을 푼 자를 찾아도 해독약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김단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소하 오라버니는 뛰어난 무예를 가지고 있었다.다른 이가 용골산을 풀고 나서, 오 년 동안 하반신은 움직이지도 못할뿐더러,밤 마다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지 않았는 가.이토록 잔인하고, 악독한 자가 어찌 해독약을 순순히 내어 놓겠는 가.허나 시도는 할 수 있다.만일 다른 방도가 없다면,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맹 씨에게 해독약을 내어 놓아라 해야 할 것이다.김단은 관저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의원이 귀식환의 제조 법을 알려주자마자, 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48화

    의원의 말에 김단의 얼굴이 얼어붙었다.의원은 소 총령 다리의 퍼진 독은 융골산이라 했다.“그 독은 몸 전체의 뼈를 녹이는 것이 아닌, 두 다리만 녹여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네. 더하여 독에 걸린 사람은 종종 독성이 일어나, 두 다리의 뼈가 끊어 질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하지. 초반의 소 총령의 증상과 같아.”김단은 의원의 말을 경청했다.사실 융골산은 신경 쓰지 않았다.이제 소하 오라버니는 걸을 수 있지 않은 가.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소하 안의 다른 종의 독이다.의원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소 총령 체내 안의 독은 아마도 한빙산 일 것이야.초반에는 그저 손과 발이 차가울 뿐이지,허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 한기가 온몸으로 퍼져 죽고 말 것이야.”그의 말에 김단은 등에 서늘함이 느껴졌다.의원이 수염을 쓰다듬었다.“허나 그 독은 약왕곡에 있다네. 그리 위험한 독은 아니야, 하지만 독성이 쉽게 퍼져 팔 전체가 차가워 지기도 전에, 체내에 있는 독성은 사라질 거야. 그 탓에 네가 소 총령의 손이 차갑다 하였을 때, 즉시 대답을 하지 못했네.”의원의 말에 김단은 안도를 했다.“그리하면 소하 오라버니께서는 괜찮으신 것이옵니까?”“장담은 하지 못하네.”의원이 김단의 말을 끊었다.“세상 만물에는 상생상극의 이치가 있듯이, 독성도 마찬가지네. 이전에는 융골산에 억눌려 제대로 퍼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네. 오 년이야. 오 년 동안, 한빙산이 혈을 따라 소 총령의 몸 구석구석에 퍼졌을 거야. 오늘날에는 폐로 들어가서, 빼내기 어려울 것이야.”“다른 방도가 있으십니까?”김단이 서둘러 물었다.의원은 화월, 융골산 모두 침으로 해독했다.그리하면 한빙산도 침으로 해독 할 수 있지 않은가!허나 김단의 말에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퍼지기 쉬운 한빙산의 독성은 그 누구도 연구하려 들지 않았네.”그는 김단을 바라보았다.“자네는 내가 귀식환을 연구하길 바라는가, 아니면 한빙산을 연구하길 바라는가.”그는 몸이 하나였기에 두 가지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47화

    죽음을 가장 한다니.의원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깊게 고민하고는 대답했다.“약왕곡에 귀식환이라 하는 약이 있네. 먹고 나면 한 시진 안에 숨이 멈추어 죽은 자와 같지. 허나 제조하기가 지극히 까다로워. 위의 분들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거야.”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혹여 다른 방법이 있사옵니까?”“있긴 하지.”의원이 말을 이었다.“폐와 심경 양쪽 혈에 침을 일촌삼푼 으로 놓으면, 숨을 멈춘 것과 같은 상태를 만들 수 있네. 허나 위험해.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곧 귀식환이 더 신뢰할 만한 수법이었다.김단은 잠깐 생각하고는 의원에게 절을 했다.“부탁드리옵니다, 스승님. 귀식환을 만들어 주시 옵소서.”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단을 일으켰다.“고운 마음씨를 보아, 이 스승도 최선을 다할 것이야. 허나 위험한 일이라 만일 잘못된다면, 공주와 중전의 의심을 받게 될 것이야.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큰 화를 입게 될 것이야.”“예, 알겠나이다!”김단이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리고 의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스승님께서 남은 일이 있사옵니까?”의원은 단번에 김단의 뜻을 알아챘다.“맥을 배우고 싶으냐?”김단이 예, 라며 대답했다.이전에도 의원을 따라 맥을 배웠지만,소하의 맥을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더 배우고 싶었다.날이 밝자마자 왔으니,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은가.진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의원은 은침을 꺼냈다.곧이어 두 사람은 작은 방 안에서, 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두 시진이 지난 뒤에야 멈추었다.의원도 지친 모습을 보였다.“시진도 꽤 지났지 않느냐. 배가 고프구나, 같이 식사를 하지 않으련?”김단의 손은 의원의 손목에 맥을 짚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을 거두지는 않았다.이때, 검지와 중지 사이에 익숙한 움직임이 느껴졌다.김단이 깜짝 놀랐다.의원이 은침을 천천히 빼려고 하자 서둘러 말했다.“움직이지 마십시오!”의원도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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