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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Penulis: 무안안
“사인했으니 이젠 구청으로 가.”

심미연은 사인한 문서를 변호사에게 넘겨주며 강지한을 향해 말했다.

“심미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

강지한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변호사는 서둘러 물건을 챙기고 급히 떠났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가 어찌 감히 들을 수 있겠는가?

“난 이미 마음을 굳혔어. 가자.”

심미연은 눈앞의 익숙한 이 얼굴을 보면서 마음은 평온했다. 그녀의 마음은 그의 거듭되는 상처와 거짓말 속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어젯밤에 그녀는 많은 생각을 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심미연...”

강지한은 또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를 마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강준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변호사가 그러는데 사인을 마쳤다며? 왜 아직도 안 가? 꾸물거리다간 구청이 퇴근하겠어!”

강준형의 기운찬 목소리가 문간에 울려 퍼졌다.

강지한은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누구의 할아버지야? 왜 내가 심미연과 이혼하지 않을까 봐 안달이지?’

심미연은 몸을 돌려 대문으로 걸어가며 강준형의 팔짱을 끼고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 가요.”

심미연은 그들이 이혼하면 강준형이 충격을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이 상태를 보니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오히려 강지한이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차일피일 미루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강준형은 돌아설 때 강지한을 유심히 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도 이혼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예전 같으면 그도 심미연을 타이르겠지만 강지한이 그렇게 심한 짓을 하고 나서 이런 말들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강지한이 급히 달려오자 심미연은 손으로 문을 막았다.

강지한이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

강준형이 그를 노려보며 구석으로 밀어붙였는데 분명히 꼴도 보기 싫다는 태도였다.

강지한의 눈길은 심미연을 향했다.

심미연도 그를 바라볼 줄 알았는데 그녀는 오히려 강준형을 향해 방긋 웃으며 부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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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묻는 방식은 거침없었고 심미연은 그 질문에 별다른 불쾌감은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직은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사모님이었다. 그 생각에 심미연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그때 갑자기 손목이 잡혔고 뒤를 돌아보니 차가운 살기가 가득한 강지한의 눈과 마주쳤다. 심미연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불안함이 엄습했다. ‘강지한은 도대체 왜 찾아온 거야!’ 강지한이 갑자기 그녀를 잡아당기자 심미연은 비틀거리며 몇 발짝 뒤로 밀려갔다. 그 순간 남자는 그녀를 아무도 없는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방원호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이 쾅 하고 닫히며 모든 소리와 외부의 시선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방원호는 손을 뻗어 문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강지한 씨! 그 사람 내보내세요.” 심미연은 문 바로 뒤에서 몸을 문에 붙인 채 두 손은 강지한에게 위로 들어 올려져 문에 눌려 있었다. 남자의 힘은 너무 강해 마치 옷을 뚫고 그녀의 떨리는 심장까지 닿을 것처럼 느껴졌다. 방원호의 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강지한 씨, 뭐 하자는 거야? 빨리 놔줘.” 그녀는 방원호에게 자신과 강지한의 관계가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났고 이제는 다시 과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강지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심미연, 대답해. 임신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떨렸으며 하나하나의 단어가 마치 이를 악물고 내뱉는 듯했다. 그 속에 묻어 있는 절박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이 일을 확실히 알고 싶었다. 심미연의 동공이 잠시 커졌고 그녀는 몰래 깊은숨을 들이쉬며 이 압박감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아니. 강지한, 너 온지유한테 속은 거야!” 그녀가 인정하지 않으면 강지한은 그녀를 더 이상 어쩔 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5화

    심미연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왜 가야 하지? 내가 왜 너한테 그걸 증명해야 해? 온지유, 너 진짜 웃기네.” 예전엔 강지한과 부부였으니까 임신 사실이 들통나면 강지한이 그녀를 낙태시키려 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혼한 사이고 더 이상 강지한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온지유 같은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너 검사 받으러 못 가는 거지? 이렇게 빨리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소문나면 별로 좋게 들리지도 않잖아.”온지유는 일부러 ‘다른 남자 아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강지한을 자극하려 했다. 그녀는 강지한이 화가 나면 심미연을 끌고 병원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 부채질하면 강지한이 심미연 뱃속에 있는 망할 아이를 없애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심미연 뱃속에 그 아이만 없어지면 더 이상 그녀에게 위협이 될 게 없었다. 심미연은 온지유를 냉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다 말했어? 다 말했으면 이제 녹음 끌게.” 온지유가 이런 식으로 뒤끝을 보이면 심미연은 바로 고소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이제 그녀는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었다. 온지유는 이를 악물며 손에 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앞의 심미연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이 년이 또 녹음했네.’‘그럼 아까 내가 한 말도 다 녹음한 거 아니야?’이어 강지한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지한 씨, 저걸 봐! 얘기하는데 녹음까지 했어. 진짜 너무 교활하지 않아?” “다 말했어?” 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온지유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 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강지한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물 글썽인 채 간절하게 말했다. “지한 씨, 내가 말한 거 다 진짜야! 심미연 씨 정말 임신했어. 왜 날 믿지 않는 거야?” 그 모습은 마치 세상 모든 불행이 그녀에게 집중된 것처럼 온몸으로 억울함을 표현하려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4화

    심미연은 온지유를 비웃으며 말했다.“내가 온지유 너라면 벌써 겁먹고 숨어 있었을 거야. 이렇게 나올 용기도 없었어. 그러다 썩은 달걀에 너덜너덜한 채소라도 맞으면 어쩌려고?”‘강지한은 온지유한테 정말 지극정성이네. 경찰까지 물러서게 하고.’하지만 그게 오히려 그녀에게 도움이 된 셈이었다.온지유는 그 말을 듣고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싹 사라지며 심미연을 노려보았다. “이 일 네가 꾸민 거지? 두고 봐. 너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심미연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해봐. 나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가 이렇게 비참한 꼴로 사는데 심미연은 왜 그렇게 잘사는 거야?’‘대체 뭐가 잘나서!’‘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온지유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받으며 한껏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 씨.”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겨우 얼마 떨어져 있었다고 벌써 전화해?’‘잃어버릴까 봐 걱정되는 거야?’‘강지한이 언제부터 그렇게 세심한 사람이었지?’ 온지유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넣으며 심미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걸 보았다. “지한 씨가 기다리고 있거든. 난 먼저 갈게.” 명백히 심미연을 자극하려는 태도였다. 하지만 심미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배웅은 사양할게.”온지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일부러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화장실 문턱을 막 넘어설 때 그녀의 시선이 무심한 듯 심미연의 살짝 불룩한 배를 스쳐 지나갔다. 그 눈빛에는 뚜렷한 조롱이 담겨 있었지만 그 속엔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도 어렴풋이 드러났다. 잠시 후 온지유는 단호한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고 화장실엔 심미연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슴 속에 치솟은 불안감을 억누르며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운명은 늘 그렇듯 사람을 농락하기 일쑤였다. 문 앞에 다가갔을 때 예상치 못한 누군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3화

    심미연은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사모님의 말은 무슨 뜻일까?’‘혹시 사모님이 뭔가 알게 된 걸까?’“사모님, 스승님과 벌써 20년을 서로 함께하셨잖아요. 스승님이 사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있다는 걸 믿으셔야 해요!” 방원호가 급히 말했다. 여인은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 사랑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사랑일지 누가 알겠어.”이제 그 일을 꺼낼 때 그녀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 남자가 배신했는지 아닌지 이제는 그저 그것조차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니요. 사모님은 자신의 눈을 믿으셔야 해요. 그리고 스승님의 인품도 믿으셔야죠.”방원호는 스승님의 인품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스승님이 아내와 가정을 배신할 사람이 될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자, 이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너희 얘기나 하자.”여인은 심미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 몇 년 동안 이룬 성과는 내가 다 알고 있어. 네 스승님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가네.” 심미연은 언제나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였다. 그래서 그때 그녀의 남편이 심미연을 특별히 가르치고 배영했었다. “사모님...” 심미연은 다시 눈물이 나려 했고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제 그만 울어. 스승님은 이미 떠나셨고 더 이상 이런 얘기 하는 것도 다 의미 없어. 너희는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게 스승님한테 가장 큰 보답이야.” 여인은 웃으며 말을 마쳤다.“그럼 그만 얘기하고 먼저 식사해요.”방원호가 말을 마치자 마침 그때 음식이 담긴 카트가 들어왔고 음식을 차례차례 올리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고 창밖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마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생선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살결 위로 황금빛 소스가 고루 얹혀 있고 그 향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생선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유 모를 구역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2화

    강지한은 화가 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심미연이 이렇게 날카로운 입을 가진 여자였다는 걸 왜 그때는 미처 몰랐을까.’방원호는 강지한을 흘낏 보고는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 여자나 잘 챙기세요. 머리 위에 뿔이 난 것도 모르고 있는 거 같은데. 미연이 일은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심미연은 원래 답답했던 마음이 그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풀리며 입술 끝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유독 예뻐 보였다.강지한은 방원호의 비꼬는 말에 화가 나 손을 뻗어 심미연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목이 너무 조여서 심미연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급히 다리를 들어 뒤로 차버렸다.강지한은 한차례 차임에 아파 급히 손을 풀었다. 심미연은 간신히 숨을 돌린 뒤 몸을 돌려 강지한의 얼굴을 향해 손을 들어 내리쳤다. 그 순간 방원호도 강지한에게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심미연의 작은 손이 강지한의 얼굴에 내리치며 맑고 또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지한은 냉큼 숨을 들이켰고 반응할 틈도 없이 가슴에 또 한 번 강한 주먹이 날아왔다. 방원호는 일부러 강지한의 가슴을 가격했다. 얼굴을 때리는 건 너무 뻔히 보였기에 나중에 강지한이 그를 찾아와 골치 아프게 할 것이 분명했다. 강지한은 두 대를 맞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화를 터뜨리려던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심미연은 방원호의 손을 잡고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강지한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빛에서 분노가 불꽃처럼 일렁였다. ‘심미연, 이 여자가 진짜! 내 돈으로 다른 남자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감히 나까지 때려? 드라마에서도 이런 황당한 전개는 절대 안 나올 거야.’ 심미연은 방원호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황급히 그의 손을 놓았다. “선배, 아까 좀 실례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방원호는 그녀가 놓아버린 손을 내려다보며 여전히 남아 있는 그녀의 체온을 느끼더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1화

    강지한이 막 걸음을 떼려는 순간 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와 심미연 쪽으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그 남자는 편안한 캐주얼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심미연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연인처럼 보일 정도로 잘 어울렸다.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강지한의 주먹이 저도 모르게 단단히 쥐어졌다. ‘뭐야, 심미연. 벌써 새 남자를 찾은 거야?’성무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지한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한 남자에게 손을 잡힌 채 있는 심미연을 발견했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잠시 멈춰 섰다. ‘뭐지?’‘심미연 씨 남자 친구가 생긴 건가?’‘그럼 대표님 엄청나게 화내실 텐데?’ 그때 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 데려와.”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화가 난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 성무진은 눈을 깜빡였다. ‘온지유 씨를 데려오라고?’ ‘심미연 씨를 약 올리시려는 건가?’‘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그가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 심미연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심미연은 그의 앞에 서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예요? 강 대표님이 이제 저를 스토킹할 정도로 할 일이 없으신 건가요?”‘아니면 이렇게 우연히 마주칠 리가 없잖아.’성무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미연이 완전히 오해하고 있음을 깨닫고 급히 손을 내저으며 해명했다. “아니에요! 대표님이 스토킹하신 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우연히 여기서 식사 약속이 있었던 거예요.” 정말 이건 너무 우연이라 그였어도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 것도 맞다. “그렇다면 넘어가죠.” 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향해 말했다. “선배, 우리 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무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어딘가 낯이 익은데... 혹시 유명한 사설탐정 방원호 아니야?’ ‘심미연 씨랑 그 사람이 친한 사이였나?’두 사람이 문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0화

    “이대로 놔둬, 아무것도 하지 마!”강지한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 일에 관하여 누가 뒤에서 심미연을 돕는지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박유진은 감히 이렇게 대놓고 그와 싸울 수 없다. 그럼 혹시 심미연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까?강지한은 지금 마음이 여느 때보다도 더 초조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는 심미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그녀의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는지도 몰랐다.“심미연 씨를 찾아 얘기해보시겠어요?”성무진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인터넷의 일이 심미연이 저질렀든 아니든 간에 이 일에 관해 심미연과 소통하는 것은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필요 없어!”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무슨 낯짝으로 심미연을 찾아가 얘기한단 말인가?그리고 심미연이 그에 대한 태도로 보아 그가 찾아간다고 해도 그녀는 그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그는 심미연의 성격이 그렇게 까칠한지 몰랐다.성무진은 더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강 대표님이 있으면 회사는 아무 일도 없기 때문이다.성무진이 떠나자마자 강지한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할아버지가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고 그는 더욱 초조해졌다.‘심미연은 정말 대단하네. 피해자인 척 연기해서 모든 사람이 동정하게 만들잖아. 할아버지는 심지어 재산도 넘겨줬어.’벨 소리가 끊어지기 전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듣자 하니 너한테 방금 완공된 주택 건물이 있다며? 정원 설계 프로젝트를 나에게 줘. 내가 사람을 찾아서 시킬게!”강준형은 우렁찬 목소리로 빙빙 돌리지 않고 요구를 말했다.“누구에게 주려고요?”강지한은 이상해서 물었다.강준형은 이미 오랫동안 회사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내가 누구에게 주든 상관하지 마. 어쨌든 이 프로젝트를 나에게 주면 돼!”강준형의 횡포스러운 말투였다. 한마디로 프로젝트만 달라는 것이다.강지한은 더더욱 궁금해졌다.“설마 속은 거 아니죠?”최근에 인터넷 사기가 많이 벌어지고 일부 사기꾼은 일부러 집까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9화

    강지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경찰이 미르 파크에 와서 나를 데려가겠다고 해. 지한 씨, 날 구해줘!”울먹이며 말하는 온지유의 목소리는 가엾었다.“당황해하지 마. 내가 일단 전화해볼게.”그는 말을 다 한 후 전화를 끊었다.강지한은 휴대폰을 잡은 채 아까 보았던 메일을 떠올렸다. 만약 온지유가 정말 이런 짓을 했다면 경찰에 잡히는 건 억울한 것도 아니다.강지한은 처음으로 온지유의 말에 의심을 했다. 이때 휴대폰 건너편의 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고 있었는데 손톱이 살갗에 들어가도 아픈 줄 몰랐다.그 사람은 이미 그녀를 버렸다. 만약 강지한마저 내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돼, 난 이렇게 무작정 당할 수만 없어! 나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생각해야 해.’마음을 다잡은 후 그녀는 문소영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가 끊겨버렸고 다시 걸어보니 이미 차단당했다.어쩌면 자신이 유산한 그 날부터 문소영은 그녀는 버렸을 것이다. 그녀의 손자를 잃었으니 더는 쳐다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은 채 심호흡했다.몇 년 동안 노력해서 곧 얻을 것만 같은 물건들이 결국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그녀가 어떻게 내킬 수 있을까?냉정해지려고 애써 노력하며 온지유는 머릿속으로 누가 자신을 구할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을 하나씩 생각했다.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생각났어. 강씨 가문의 늙다리가 날 지켜줄 수 있어. 비밀을 가지고 교환해야지.’온지유가 전화번호를 입력하려고 할 때 강지한의 전화가 걸려왔다.“지한 씨...”애처롭게 그의 이름만 부르고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온지유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든 것 같았다.“어디도 가지 말고 미르 파크 안에 있어. 이미 경찰 쪽에 사람을 보내 처리하게 했어.”강지한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해서 그의 감정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알았어.”온지유의 불안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나아졌고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지만 말할 때 목소리는 여전히 울먹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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