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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작가: 동과
게다가 그는 통찰력 있고 사리 분별이 밝은 사람으로 내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마음이 너무 답답했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석지훈 어머니가 한 일을 낱낱이 알리고 최욱현과의 관계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창문으로 보니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문자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답장을 보내는 대신 고현성과 함께 거리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민영이 나타나 고현성을 데리고 가버렸다.

이제 거리에는 고정재만 홀로 남았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고양이 카페로 들어와 내 맞은편에 앉더니 바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답이 없어요.”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석지훈을 원망해?”

그는 다시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와는 상관없지만 마음에 걸려요.”

고정재는 스스로 찻물을 따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일이야. 지금 네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석지훈이 아니라 최욱현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욱현이는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하지만 난 최욱현이 평생 모르길 바랐다.

고정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최욱현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고 독단적이라고 들었어. 예전에 F 국 왕실에 있을 땐 공작부인 말만 들었는데, 이제 공작부인이 떠났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어져서 더욱 거침없이 행동할 거야.”

“맞아요. 바로 그게 문제에요.”

나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석지훈 어머니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우리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뭔가 하면 지훈 씨가 힘들어할 거고...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괴로워하는 걸 느꼈는지 고정재는 나를 다독였다.

“너무 마음 쓰지 마.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야.”

나는 희망에 차서 물었다.

“어떤 방법이 있는데요?”

“석지훈의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야?”

나는 석지훈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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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녀가 했던 말 중에 ‘나는 정말, 정말, 정말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이 말은...그녀는 세 번이나 강조하여 말했다.이정희가 석지훈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 아파할까.그런데 이 편지는 분명 석지훈에게 쓴 것이었다.게다가 이정희는 편지에서 석지훈을 '잡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현정우에게 물었다.“이정희가 편지에 지훈 씨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썼는데 이걸 지훈 씨에게 보여줘야 할까요?”현정우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이건 석 대표님께 남긴 편지입니다.”현정우는 내게 석지훈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하라고 넌지시 권하는 것이었다.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있어요? 난 윤아랑 윤민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죽는 순간까지 지훈 씨한테 그럴 수 있죠? 이정희는 정말 독한 여자네요.”현정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가주님, 생각을 바꿔 보시죠. 어쩌면 돌아가신 분은 석 대표님이 계속 마음 쓰는 게 싫어서 그런 말을 남기신 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아마 마음속에 죄책감이 많았을 겁니다.”현정우의 말에 내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나는 편지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엄마가 평생 너무 고집스럽게 살았구나...그 고집 때문에 그와 수십 년을 떨어져 살았고 그가 죽던 날에도 그와 다투며 누구를 사랑하는지 물었고 그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어.내가 너무 고집스러웠어.그 고집 때문에 평생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하지만 난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단다.죽음 앞에서조차 후회하지 않았어.지훈아, 나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실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이제 더 이상 날 감싸주지 않겠지?정말 더 이상 날 감싸주지 않을 것 같구나!네가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차가웠으니까.하지만 네가 더 이상 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8화

    이 편지를 손에 들고 있으니 묵직했다. 사실 아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열어볼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이정희의 유품이었으니까. 나는 관심이 없었지만 석나은이 여기에 떨어뜨리고 갔다.게다가 이정희가 편지를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나는 편지를 가방에 넣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가정부의 안내를 받아 거실에 도착하니 석지훈은 이미 어머니를 관에 모셔 놓은 상태였다. 지난번 어머니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이번에는 석씨 가문의 방계를 부를 수 없어서 조용히 이정희를 아버지 곁에 묻어야 했다. 사실 그녀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하지만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것도 너무나 잔인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누가 옳고 그른지 누구의 잘못인지 더 이상 판단하고 싶지 않다.나는 거실 입구에서 지키고 서 있었다. 석지훈은 어머니의 관 앞에 무릎을 꿇고 밤샘을 하고 있었다. 요즘 이 2년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많은 일이 있었다.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 너무 많았다.나의 친아버지와 석지훈의 두 어머니, 그리고 친어머니까지. 나와 석지훈은 장례식을 네 번이나 치렀다.나는 거실에 오래 머물지 않고 석지훈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수선화는 이미 시들었고 4월의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나는 문턱에 앉아 정원 안 인공 호수를 바라보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친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석지훈의 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내 마음속에는 큰 슬픔이 없었다. 다만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있을 뿐이었다. 몇 번 만나지 못해 깊은 정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마음이 차가운 게 아니야.”나는 마음이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피가 뜨겁게 끓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고현성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옆에 있던 현정우가 물었다.“뭐라고 하셨습니까?”“아니에요. 그저 세상사가 무상하다고 느껴서요.”나는 내가 석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 될 줄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7화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나는 입술을 깨물고 침묵을 지켰다.석지훈은 방을 나섰다. 그는 내 앞을 지나쳐 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방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안아 들었다.그는 이정희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잠시 후, 원태웅이 올라왔다.“윤아야, 왜 아직 여기 있어?”나는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오빠.”“지훈이는 석씨 가문으로 갔는데, 왜 따라가지 않았어?”“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내가 말했다.원태웅은 나를 보며 말했다.“네가 죽인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그리고 희연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건 지훈이가 허락했기 때문이야!”나는 놀라서 되물었다.“네?”“희연이 혼자 힘으로 지훈이 어머니를 죽일 수 있었을 것 같아?”지훈 씨였구나...그는 어머니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에게 대답을 주었다.마음이 답답하고 석지훈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나를 향한 그의 배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편애할 줄은 몰랐다.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그는 나를 선택했다.나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석지훈을 쫓아가려 했지만 그의 차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때 최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살려 줘.”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야?”“유겸 씨 집이야. 여기서 나가고 싶어!”나는 재빨리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원태웅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직 떠나지 않은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아직 안 갔어? 이건 형 어머니 유품인데 석 씨 저택으로 가져가야 해.”“제가 가져갈게요. 오빠 저 좀 도와줄래요.”원태웅은 흔쾌히 물었다.“무슨 일인데?”“희연이를 좀 구해주세요. 그리고 운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지금 최희연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왕자현의 곁이었다.“알았어. 내가 처리해 줄게.”원태웅이 떠난 후, 나는 이정희의 유품을 가지고 석 씨 저택으로 향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고풍스러운 저택에 도착했다.대문에는 흰 천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6화

    최희연이 이정희를 죽였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원태웅의 전화를 받자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던 먹구름이 걷히는 듯했다.최희연이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신 나서준 것이다.고마운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살인이라는 것은...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특히 최희연처럼 부드럽고 여린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 최희연은 이미 껍데기를 깨고 나비가 되어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난 카페에 앉아 오후 시간을 보냈다. 원태웅의 전화 이후 두 시간이 더 흘렀고 바깥은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석지훈은 이미 그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게다가 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나는 차를 몇 잔이고 계속해서 마셨다. 예하나는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에 화장실 계속 가야 할 텐데요.”나는 차를 내려놓았다. 그때 마침 카페에 한민수가 들어왔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물었다.“지훈의 어머니가...”나는 그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알고 있어요.”“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죠?”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아무 말이 없자 한민수는 말을 이었다.“지훈이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는 사람이에요. 예전엔 어머니가 유일한 정이었죠. 그가 석씨 가문으로 돌아가 가업을 이으려 했던 것도 어머니 때문이었어요. 비록 그의 어머니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잔인하고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그를 싫어했지만 어쨌든 그를 낳아준 사람이니까요. 지금 지훈이는 수아 씨가 필요할 거예요.”한민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어쨌든 수아 씨는 그의 아내니까요.”석지훈의 아내...나는 허둥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5화

    최희연의 말은 단호했다.진유겸은 흠칫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더 이상 날 생각하지 않는다고?”“네, 더 이상 당신 생각 안 해요!”“희연아, 다시 한번 말해 봐!”이 상황에서도 진유겸은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최희연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꺼지라고요!”진유겸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래, 꺼질게. 네가 서준의 여자 친구였을 때부터 널 좋아했어. 서준이는 내 조카였는데 조카의 여자를 좋아하게 되다니. 난 널 몇 년 동안이나 좋아했어. 희연아, 그런 너를 내가 어떻게 보낼 수 있겠어?!”최희연은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무슨 소리예요?”“비 오는 골목길에서 넌 낯선 남자에게 우산을 씌워 줬지...”최희연은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당신이었군요!”“그래, 바로 나였어. 그때 난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네가 날 따뜻하게 위로해 줬지.”최희연은 그가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괴로웠고 지금처럼 나약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이혼하던 날, 놓아줬던 것처럼 지금도 날 놓아줘요. 당신, 그때도 날 놓아줬잖아요.”진유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희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려 했다. 그때, 진유겸은 갑자기 그녀를 들쳐메고 차에 태웠다. 그러고는 아파트를 떠났다. 가는 길에 진유겸은 문자 하나를 받았는데 내용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훈이 어머니를 네가 죽였어?”최희연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네.”진유겸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유가 뭐야?”“딱히 이유는 없어요. 그냥 죽이고 싶었어요.”최희연은 단지 연수아가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석지훈의 어머니를 죽일 수 있었던 건 결국 석지훈의 묵인 덕분이었다. 이정희 주변엔 온통 석지훈의 사람들이었으니까.그러니 최희연이 그곳에 간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그는 최희연이 연수아를 위해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연수아에게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최희연이 이런 짓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4화

    최욱현이 어떤 남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정재의 말대로 시간이 촉박했다. 시급히 해결해야 했다.일단 석나은에게 연락해야 했다.그러나 석나은에게 연락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혼란스러운 마음에 나는 고정재에게 물었다.고정재는 대답했다.“죽음이 그 여자에게 가장 좋은 결말이야.”이정희에게는 죽음이 최선의 결말이라는 뜻이었다.나는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나은 씨를 이용할 수 없어요.”석나은의 손을 빌려 이정희를 죽이는 짓은 할 수 없었다.애초에 이정희에게 복수할 생각은 했지만 죽이려고 한 적은 없었다. 난 고정재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난 못 해요.”“네가 안 해도 최욱현은 언젠가 할 거야. 하지만 석지훈은 분명 최욱현을 막을 테고, 그럼 큰 문제가 생기겠지. 게다가 둘이 싸우면 누구도 좋을 게 없어.”고정재의 말은 사실이었다.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널 억지로 시키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넌 네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야 해.”“알았어요. 더 생각해 볼게요.”곧 고정재는 작별 인사를 했다.“그럼 난 현성에게 가볼게. 오후에 심리 상담 예약이 있어.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정말 회복될 수 있을까요?”고정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회복될 거야.”“네. 잘 부탁드려요.”고정재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난 걔 형이니까.”고정재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희연이 고양이 카페에 도착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무슨 생각 해?”마음이 답답하고 털어놓을 상대가 필요했던 나는 고정재와 나눴던 이야기를 최희연에게 모두 털어놓았다.최희연은 놀란 듯 물었다.“석지훈 어머니가 네 어머니를 죽였다고?”“응, 나는 지금 의지할 곳이 아무 데도 없어. 석지훈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내 손으로 직접 하기도 힘들고. 정재 씨는 계속 나를 설득하고 있어. 그의 말이 맞아. 최욱현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야. 내가 석지훈 어머니를 처리하지 않으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3화

    게다가 그는 통찰력 있고 사리 분별이 밝은 사람으로 내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다.그러다 보니 그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지금 마음이 너무 답답했으니까.한참을 고민하다가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석지훈 어머니가 한 일을 낱낱이 알리고 최욱현과의 관계까지 모두 털어놓았다.창문으로 보니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문자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답장을 보내는 대신 고현성과 함께 거리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민영이 나타나 고현성을 데리고 가버렸다.이제 거리에는 고정재만 홀로 남았다.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고양이 카페로 들어와 내 맞은편에 앉더니 바로 물었다.“어떻게 생각해?”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답이 없어요.”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석지훈을 원망해?”그는 다시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와는 상관없지만 마음에 걸려요.”고정재는 스스로 찻물을 따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일이야. 지금 네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석지훈이 아니라 최욱현이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욱현이는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하지만 난 최욱현이 평생 모르길 바랐다. 고정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최욱현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고 독단적이라고 들었어. 예전에 F 국 왕실에 있을 땐 공작부인 말만 들었는데, 이제 공작부인이 떠났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어져서 더욱 거침없이 행동할 거야.”“맞아요. 바로 그게 문제에요.”나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석지훈 어머니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우리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뭔가 하면 지훈 씨가 힘들어할 거고...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내가 괴로워하는 걸 느꼈는지 고정재는 나를 다독였다.“너무 마음 쓰지 마.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야.”나는 희망에 차서 물었다.“어떤 방법이 있는데요?”“석지훈의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야?”나는 석지훈의 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2화

    나는 이정희에게 마음의 고통을 주고 싶었다.내 친아버지를 이용해 그녀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었다.하지만 이건 단지 내 생각일 뿐이었다.석지훈이 있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결국 그녀는 석지훈을 낳아준 어머니인데.아무리 나쁘더라도 석지훈의 어머니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지금 난 정말 진퇴양난이었다.내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자 석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내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위로하려는 듯했다.난 갑자기 그의 품에서 일어나 말했다.“아이 보러 갈게요.”석지훈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같이 가자.”나는 저도 모르게 거절했다.“아니에요. 어차피 연 씨 저택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좀 있다 희연이 만나러 고양이 카페에 가야 돼요.”그를 에둘러 거절한 셈이었다.석지훈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위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니 현관에 오랜만에 보는 현정우가 서 있었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휴가 끝났어요?”현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끝났어요.”그의 눈빛은 예전보다 조금 더 차분해 보였다.나는 웃으며 물었다.“그 여자, 잡았어요?”그러자 현정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뭐가요?”“강 비서한테 들었는데, 좋아하는 여자 만나러 갔다면서요?”나는 이렇게 강해온을 팔아먹었다.현정우는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만나긴 했는데 별로 좋진 않았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나중에 얘기할게요.”확실히 현정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말하고 싶었다면 진작 말했을 테니까.게다가 지금 나도 다른 사람 걱정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30분도 채 안 돼서 연 씨 저택에 도착했다. 김은정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요 며칠 어디 갔었니?”“일 때문에 바빴어요.”나는 대충 둘러댔다.일 때문에 바빴다는 말에 김은정은 더 묻지 않았다. 나는 유모에게서 윤민이를 받아 안았다. 오랜만이라 너무 보고 싶었다. 윤민이는 여전히 얌전하고 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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