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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Author: 동과
석나은이 갑자기 제안했다.

“수아 씨,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줘요. 만약 이번에도 제가 실패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당신들 앞에서 사라질게요.”

차가운 강바람에 으슬으슬 떨렸고 몸도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런 유치한 내기 같은 건 생각 없어요. 하지만 지훈 씨에 대한 그쪽의 마음은 존중해요. 그게 다예요. 그러니 나를 끌어들여서 무슨 약속을 하려 하지 마세요!”

그녀가 석지훈을 좋아하든 말든, 쫓아다니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녀와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어리석게 나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었다.

석나은은 내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수아 씨는 정말 냉정하고 무정하네요.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고집불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항상 자신을 유리한 위치에 두는 것이 참 존경스러워요.”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나은 씨와 지훈 씨의 일에 대해서 나는 할 말 없네요.”

지금 내가 무슨 자격으로 왈가불가한단 말인가?

석나은은 나와 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 한마디만 남기고 가버렸다.

그녀는 분명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는 그 남자를 찾아갈 것이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현정우는 석나은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내게 다가와 코트를 걸쳐주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석나은 씨 예쁘죠?”

현정우는 남자의 시점으로 대답했다.

“예쁩니다.”

나는 이어서 물었다.

“정우 씨 이상형이에요?”

현정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감히 석나은 씨에게 흑심을 품겠습니까.”

나는 그를 흘겨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이상형인지 물어봤을 뿐이에요.”

현정우는 진지하게 잠시 생각하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나는 무심코 말했다.

“그럼 지훈 씨의 이상형이기도 하겠네요.”

옆에 있던 현정우는 대담하게도 되물었다.

“가주님, 질투하시는 겁니까?”

질투?!

내가 현정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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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석지훈과 한씨 가문의 어르신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는 나에게 위층으로 올라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방으로 돌아가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여자 옷이 많이 있었다. 나는 먼저 따뜻한 내복을 입고 그 위에 흰색 스웨터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코트를 걸치고 따뜻한 목도리를 했다.나는 추위를 많이 탔다. 최근에 생긴 일이었다.아마도 몸이 예전보다 약해져서 그런 것 같았다.나는 연한 립스틱을 바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석지훈은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신발을 신으며 물었다.“선물 사 갈까요?”석지훈은 대답했다.우리가 별장을 나서며 보니 현정우는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담배를 끄고 달려와 공손한 말투로 불렀다.“가주님, 석 대표님, 나가십니까?”석지훈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차 키 주세요.”현정우는 순순히 차 키를 건넸다.석지훈은 현정우가 가리키는 차를 찾아갔다. 내가 조수석에 앉고 나서야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현정우와 경호원들은 동행하지 않은 채 나와 석지훈은 단둘이 별장을 떠났다. 그는 나를 에르크 중심가로 데려갔다. 에르크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어 길이 미끄러웠다. 석지훈은 안전하게 운전했지만 속도는 느렸다.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2~3시였다.선물부터 사러 갈 줄 알았는데 그는 나를 근처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건네주자 난 대충 훑어보고 느끼하지 않은 음식 몇 개와 케이크 두 조각, 요구르트 과일 플래터를 주문했다.그리고 석지훈에게 물었다.“오빠는 뭐 먹고 싶어요?”“스테이크 주세요. 미디엄 레어로.”잠시 멈추더니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리고 딸기 주스 한 잔 주세요. 따뜻하게 데워서 설탕을 좀 넣어 주시고요. 샴페인도 한 병 주세요.”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가자 나는 맞은편에 앉은 석지훈에게 물었다. “오빠, 딸기 주스는 저 마시라고 시킨 거예요?”석지훈은 나를 보며 대답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8화

    “좋아해요.”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네가 이름을 지어줘.”그가 말했다.“정말요? 얘들 데리고 있을 거예요?”내가 기뻐하며 묻자 그가 대답했다.“좋아한다면서?”“난 이름 잘 못 짓는데.”내 말에 석지훈은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으니까.나는 그의 차가운 손을 잡고 궁금한 듯 물었다.“오빠, 사별의 이름을 왜 윤아라고 지었어요?”석지훈이 가볍게 말했다.“네가 처음에 그 이름으로 날 속였잖아. 그 이름은 나에게 의미가 있어. 넌 윤아고 사별이는 작은 윤아고, 둘 다 내 아가야.”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달콤한 말을 하다니, 그는 정말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였다.나는 그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윤민이는요?”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냥 아무렇게나 지은 거야.”나: “...”‘앞으로는 윤민이를 더 예뻐해 줘야겠다.’나는 웃으며 발꿈치를 들고 석지훈의 뺨에 입을 맞췄다. 순간 그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낮게 잠긴 목소리로 경고했다.“적당히 해.”나는 그때 석지훈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가 오랫동안 금욕했다는 사실을 잊은채 더욱 들이대며 말했다.“오빠는 내 남자인데 뽀뽀하는 게 뭐 어때서요? 난 오빠가 좋은걸.”...침대에서 뒤척이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아래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발코니로 나가 보니 인부들이 개집을 짓고 있었다. 옆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놀이터도 만들고 있었다.한민수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별장 마당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석지훈은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는 나를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그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배고파?”그리고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때 인부가 말했다.“배고픈 것 같지는 않은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7화

    내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석지훈은 나를 꽉 껴안더니 손바닥으로 내 허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는 그가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자, 내가 옆에 있잖아.”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네.”오랜만에 느끼는 그의 품이었다. 나는 그의 향기에 취해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이미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일어나 보니 밖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아래층에 내려가 봤지만 석지훈은 없었다. 다시 위층 서재로 갔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어디로 간 거지?나는 서재에서 그가 어제 쓴 글씨를 보았다. 마지막에 ‘자경’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설마 이게 그의 호인가?석씨 가문은 명문가였으니 석지훈에게도 당연히 호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몰랐다.자경,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내가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가볍게 만지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급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한민수가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를 힘겹게 끌고 오고 있었고 석지훈은 처마 밑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민수와 그의 개들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는 아주 건장했고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한민수는 힘겹게 개들을 끌며 웃으면서 말했다.“왜 인상 쓰고 있어? 너희 집 지키라고 경비견을 데려온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집에 들락거리지 않게 말이야.”이상한 사람들...한민수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석지훈은 거절했다.“너나 데리고 있어.”“안돼. 멀리서부터 데려왔단 말이야.”한민수는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를 마당의 나무에 묶고 뻔뻔하게 말했다.“여기 묶어둘게. 이따가 사람이 와서 개집을 설치할 거야. 걱정 마, 네가 먹이를 줄 필요 없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매일 정기적으로 밥 주고 정기적으로 애견 삽에 데려가서 목욕도 시키도록 할 테니까.”석지훈: “...”그는 한민수에게 대꾸도 않고 집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6화

    하필이면 이 부분을 설명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몸이 다시 안 좋아져서 의식을 잃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매우 서투른 거짓말을 했다.“사진은 순간 포착된 거예요. 미처 그를 밀어낼 틈도 없었어요.”석지훈은 더 이상 그 일을 묻지 않고 갑자기 침묵에 잠겼다.2월의 핀란드는 전통적인 스키 성수기이자 눈이 가장 자주 내리는 계절이었고 이때 밤하늘에는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나는 몸이 약간 추웠다. 석지훈은 내가 떨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소파 위의 담요를 끌어다 나에게 덮어주었다. 나는 그의 이런 세심함에 감동했고 마음은 물처럼 녹아내려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석지훈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처음 너를 칼로 찌른 건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준 건 사실이야. 그건 인정해! 그리고 너와 고현성은 네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는 결국 너에게 키스했어. 난 남자야. 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그런 짓을 당하는 걸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 그 일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너는 인정해야 해. 그러니 우리 이 일로 저 일을 퉁 치고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자.”석지훈의 뜻은 그냥 두 가지 일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거였다.그는 정말 너무나 쉽게 나를 용서했다.예전에도 그랬다. 그는 한 번도 나를 진심으로 나무란 적이 없었고 내 과거를 존중한다면서 나를 오해하거나 화를 낸 적도 없었다. 그는 정말 관대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었다.그런 그였기에 내 마음은 더욱 아팠다.나는 이번 생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석지훈을 한결같이 믿고 다시는 그를 오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그를 사랑할 것이다.나는 그의 목을 껴안고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말했다.“일어나. 버릇없이 굴지 말고.”그는 또다시 어른처럼 나를 훈계하고 있었다.원래는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얌전히 일어났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5화

    전화 속 목소리는 진유겸이었다.‘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결혼한단 말인가? 약혼녀랑 결혼하는 건가? 그럼 2년 동안 그와 같이 있었던 최희연은 어떻게 되는 거지?’석지훈은 애매모호하게 말했다.“나중에 봐.”“그래. 운성에서 보자고.”석지훈은 전화를 끊고 침대 위에 던졌다. 나는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유겸은 그 솔이라는 여자랑 결혼하는 거예요?”석지훈은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했다.다시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는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바닥에 앉아 우동을 다 먹고 아래층 주방으로 내려가 설거지를 했다.주방 정리를 끝내고 위층 침실로 돌아왔지만 석지훈은 아직 욕실에 있었고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리였다. 나는 맨발로 방안을 서성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해야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까.나는 그가 나를 봐주길, 나를 안아주길, 그의 온기를 나에게 나눠주기를 간절히 바랐다.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나는 얼어붙은 채 시선을 돌렸다. 석지훈의 이마에는 촉촉한 물기가 맺혀 있었고 검은색 실크 가운은 단정하게 걸쳐져 있었다. 드러난 가슴은 없었고 바닥에 닿은 두 다리는 길고 곧으며 탄탄했다.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석지훈은 나를 지나쳐 발코니로 향했다. 그곳에는 소파 세트와 테이블 위에 놓인 레드 와인 한 잔이 있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곧은 등으로 나를 등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불렀다.“오빠.”석지훈은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이리 와.”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는 재빨리 그의 옆에 얌전히 쪼그려 앉았다.그는 위에서 아래로 깊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감히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잘못했어요.”그 말을 들은 석지훈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잘못이 아니야.”그는 갑자기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나는 영문을 몰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4화

    하지만 나는 그들의 아빠를 더 사랑했다.그는 내 마음의 전부니까.석지훈이 내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나에게 일어서라고 하지 않고 붓을 들어 하얀 선지 위에 ‘석윤아’, ‘석윤민’이라고 적었다.나는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하며 굳은 몸으로 물었다.“이건 뭐예요?”석지훈은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설명했다.“석윤아, 사별의 이름이야.”나는 석지훈의 말에 이어서 물었다. “그럼 석윤민은 사별이 오빠의 이름인 거예요?”그러고 보니 석지훈은 이미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놓았던 것이다.마음속에 따스함이 차올랐다. 나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껴안고 참았던 마음을 털어놓았다.“고마워요. 오빠. 미안해요. 다시는 오빠 곁을 떠나지 않을게요!!”내가 너무 세게 껴안았는지 아니면 그가 아직 나를 용서하지 않은 탓인지 그는 무심하게 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뻔뻔하게 그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원태웅이 예전에 석지훈을 상대하려면 적극적이고 뻔뻔해야 한다고 했었다.석지훈은 갑자기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가에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잘생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이런 걸 가르쳐줬어?”나는 입술을 깨물고 침묵했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석지훈은 바로 돌아서서 서재를 나가버렸다. 나는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 찰싹 붙어 따라갔다. 마치 작은 강아지가 주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그는 나를 기다려주기도 했던 것 같은데.석지훈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나도 따라 내려갔다.그가 주방으로 가자 나는 주방 문 앞에 서서 그를 지켜보았다.사실 나는 고현성과의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그러니 그가 나를 용서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나는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석지훈은 우동 한 그릇과 샌드위치 두 개를 만들었다.그리고 우유 한 잔과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가 떠나기 전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우동은 안 먹어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3화

    2층은 매우 조용했고 서재는 더 조용했다. 나는 뭔가 엿들을 수 있을까 싶어 갔지만 두 사람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있었다. 문 앞에 서서 보니 석지훈은 여전히 고개를 살짝 숙이고 큰 글씨를 쓰고 있었고 흰 선지에는 빽빽하게 작은 해서체 글씨가 가득했다. 그리고 석나은은 그의 옆에 서서 감상하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지만 세월이 정지된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늑한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가시에 찔린 듯 아팠다. 그 순간 고현성이 나에게 키스하는 사진을 봤을 때 그가 느꼈을 슬픔과 분노 그리고 깊은 소유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세상에. 석지훈과 석나은이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견디기 힘든데 하물며 나와 고현성은 키스까지 했으니 항상 냉정하고 침착한 석지훈이 주먹을 날린 것도 이해가 됐다.나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 엄청 우울했을 것이다.갑자기 석지훈의 마음이 참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하면 강할수록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항상 내 감정만 생각하고 내 입장에서만 문제를 바라봤지 한 번도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감정은 애써 달래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무시했던 것이다.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 내가 쓰레기 같다고 느꼈다. 석지훈과의 관계에서 나는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내 잘못이었다. 몰래 그에게 상처를 거듭해서 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까.석나은이 먼저 내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지훈아.”석지훈은 대꾸하지 않았는데 늘 그랬듯 무뚝뚝한 모습이었다.석나은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수아 씨가 왔어.”석지훈이 석나은 앞에서 나를 무시하고 곤란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 순간, 그는 붓을 내려놓고 석나은에게 말했다.“운성으로 돌아가. 사람을 시켜서 데려다줄게.”석지훈의 말에 석나은의 고운 얼굴은 하얗게 질렸지만 그녀는 순순히 대답했다.“알았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2화

    석나은이 갑자기 제안했다.“수아 씨,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줘요. 만약 이번에도 제가 실패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당신들 앞에서 사라질게요.”차가운 강바람에 으슬으슬 떨렸고 몸도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그런 유치한 내기 같은 건 생각 없어요. 하지만 지훈 씨에 대한 그쪽의 마음은 존중해요. 그게 다예요. 그러니 나를 끌어들여서 무슨 약속을 하려 하지 마세요!”그녀가 석지훈을 좋아하든 말든, 쫓아다니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녀와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니까.나는 그렇게 어리석게 나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었다.석나은은 내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수아 씨는 정말 냉정하고 무정하네요.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고집불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항상 자신을 유리한 위치에 두는 것이 참 존경스러워요.”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은 씨와 지훈 씨의 일에 대해서 나는 할 말 없네요.”지금 내가 무슨 자격으로 왈가불가한단 말인가?석나은은 나와 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 한마디만 남기고 가버렸다.그녀는 분명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는 그 남자를 찾아갈 것이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현정우는 석나은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내게 다가와 코트를 걸쳐주었다.나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석나은 씨 예쁘죠?”현정우는 남자의 시점으로 대답했다.“예쁩니다.”나는 이어서 물었다. “정우 씨 이상형이에요?”현정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감히 석나은 씨에게 흑심을 품겠습니까.”나는 그를 흘겨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그냥 이상형인지 물어봤을 뿐이에요.”현정우는 진지하게 잠시 생각하더니 솔직하게 말했다.“네, 맞아요.”나는 무심코 말했다.“그럼 지훈 씨의 이상형이기도 하겠네요.”옆에 있던 현정우는 대담하게도 되물었다.“가주님, 질투하시는 겁니까?”질투?!내가 현정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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