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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작가: 동과
[핀란드예요. 석지훈의 지시를 받고 일하러 왔어요.]

나는 이 페이지를 캡처해서 고정재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정재의 답장이 왔다.

[고마워. 꼬마 아가씨.]

그와 한민수 사이에서, 결국 난 고정재 편을 들었다.

나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세수하고 나와 주방에서 컵라면 하나를 끓였다.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컵라면을 먹었다.

식사 후 고현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은 의외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나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고씨 가문 경축 행사에 나를 초대하려는 걸까?

어젯밤 나는 최희연에게 저녁에 그녀를 따라 경축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인의 초대 없이 함부로 가는 건 곤란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오늘 밤은 고씨 가문 20주년 기념행사인데 널 초대하고 싶어. 수아야, 고씨 가문은 결국 네가 발전시킨 곳이잖아.”

역시 그랬다.

나는 대답했다.

“알겠어요. 저녁에 갈게요.”

내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자 고현성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

“너...”

“희연이랑 같이 갈게요.”

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화장하고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이때 마침 최희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고 씨 저택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래. 이따 봐.]

나도 답장했다.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느긋하게 화장을 했다. 진한 화장이 아니라 창백한 얼굴을 가리려고 볼 터치만 살짝 한 뒤, 어제 최희연이 선물해 준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

코트를 들고 집을 나서니 현정우 일행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면서 나는 현정우에게 제안했다.

“함 집사에게 내 옆집 아파트 두 채를 사두라고 하세요. 내가 외출하지 않을 때는 거기서 쉬시고요.”

현정우는 감격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가주님.”

그들도 온종일 나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현정우만 데리고 고 씨 저택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뒤뜰로 가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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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원태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성으로 돌아온 후 형이 말하더라. 널 칼로 찔렀다고. 너도 알잖아. 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꾹 참고 말 안 하는 성격이라는걸. 그런데 이번에는... 네가 오해할까 봐 엄청 걱정하더라.”석지훈은 원태웅에게 말했고 원태웅은 내게 설명해주러 온 것이었다. 나는 그날 송 어르신이 석지훈에게 나를 찌르라고 시켰던 게 떠올랐다. 그 얘기를 하자 원태웅은 잠시 침묵하더니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은 타이탄의 새 두목인데 형한테 기술은 많이 가르쳤지만 질투가 심하고 잔인해서 누구도 형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꼴을 못 봐. 그 상황에서 형은 너한테 관심 없는 척해야 널 살릴 수 있었어. 송 어르신의 질투심 달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지.”잠시 말을 멈춘 후, 원태웅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송 어르신은 네가 석씨 가문 사람이라는 게 좀 껄끄러웠겠지만 형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드러냈다면 그는 석씨 가문과 척질 각오였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 상황에선 형이 너한테 차가운 척해야 송 어르신의 질투심이 약해지고 네가 석씨 가문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널 보내줄 수 있었던 거라고.”그럼 석지훈이 날 찌른 건 날 살리기 위해서였던 건가?그럼 내가 그동안 힘들어했던 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단 말인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를 위한답시고 날 구했다.그야말로 따귀를 때리고 사탕을 주는 격이었다.이게 그 당시 고현성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원태웅은 내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아직도 속으로 형을 원망해? 그런 상황에서, 네 생사가 걸린 선택 앞에서 형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비록 칼은 네게 꽂혔지만 형 가슴에 꽂힌 거나 마찬가지지! 형도 똑같이 아프고 괴로웠다고. 윤아야, 형이 널 얼마나 아끼는지 우린 다 알아. 넌 형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형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네가 다치거나 그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8화

    고 씨 저택은 환한 불빛에 잠겨 있었고 2층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석지훈은 너무나 낯설었다. 낯설고 차가워서 온몸에서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석지훈은 진유겸을 무시했다. 나는 진유겸을 흘끗 쳐다보고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본인 일이나 신경 쓰시죠.”“허, 협박하는 거예요?”나는 협박이 아니라 정중한 충고를 한 것이었다.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나는 진유겸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묻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또 저 여자를 화나게 한 거야?”석지훈은 대답하지 않았고 진유겸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자는 정말 귀찮아.”그의 말투를 들으니 어젯밤 최희연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았다.하지만 최희연의 성격상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돌아서서 방에 있는 생수를 찾아 한 모금 마시고 한참 후에 가방에서 항암제를 꺼내 두 알을 먹었다.내 병세는 확실히 악화됐다. 지금 내 상태로는... 그저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의사는 자궁 적출을 권유했다.자궁 적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겨둬도 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임신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는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난 이번 생에 엄마가 되긴 글렀다.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정우 씨, 누구세요?”“가주님, 원태웅 씨입니다.”원태웅?맨발로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원태웅이 품에 붉은 장미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그는 꽃다발을 내 품에 안겨주며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이야. 이건 형이 너에게 주는 거야.”“오빠가 주는 거면 오빠가 준 거라고 해요.”원태웅은 웃으며 말했다.“형에게 점수 따주려고 그러는 거잖아.”나와 석지훈은 헤어졌지만 원태웅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항상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7화

    [핀란드예요. 석지훈의 지시를 받고 일하러 왔어요.]나는 이 페이지를 캡처해서 고정재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정재의 답장이 왔다.[고마워. 꼬마 아가씨.]그와 한민수 사이에서, 결국 난 고정재 편을 들었다.나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세수하고 나와 주방에서 컵라면 하나를 끓였다.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컵라면을 먹었다.식사 후 고현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은 의외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나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고씨 가문 경축 행사에 나를 초대하려는 걸까?어젯밤 나는 최희연에게 저녁에 그녀를 따라 경축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인의 초대 없이 함부로 가는 건 곤란했다.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오늘 밤은 고씨 가문 20주년 기념행사인데 널 초대하고 싶어. 수아야, 고씨 가문은 결국 네가 발전시킨 곳이잖아.”역시 그랬다.나는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녁에 갈게요.”내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자 고현성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너...”“희연이랑 같이 갈게요.”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화장하고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이때 마침 최희연에게서 문자가 왔다.고 씨 저택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그래. 이따 봐.]나도 답장했다.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느긋하게 화장을 했다. 진한 화장이 아니라 창백한 얼굴을 가리려고 볼 터치만 살짝 한 뒤, 어제 최희연이 선물해 준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코트를 들고 집을 나서니 현정우 일행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면서 나는 현정우에게 제안했다.“함 집사에게 내 옆집 아파트 두 채를 사두라고 하세요. 내가 외출하지 않을 때는 거기서 쉬시고요.”현정우는 감격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가주님.”그들도 온종일 나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현정우만 데리고 고 씨 저택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뒤뜰로 가서 사람들을 기다렸다.몇 분 지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6화

    그 여자는 진유겸 앞에서 매우 무리하게 굴었지만 진유겸의 표정에는 조금도 화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부드럽게 해명했다.“이 일은 나중에 설명할게. 일단 너를 서위스로 돌려보내야겠다.”“이렇게 빨리 날 내쫓고 싶어?”진유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솔아, 날 이해해 줘.”진유겸은 그녀의 이해를 바랐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바로 코앞에 최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최희연은 조용히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돌아갈 거니까.”출입구가 조용해졌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최희연은 테이블에 엎드려 억울함에 목놓아 울었다.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진유겸은 석지훈과 비슷한 남자였다. 솔직하고 스캔들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다른 오해가 있을지도 몰랐다.최희연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유겸 씨가 여자한테 저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 봤어. 누가 감히 그 사람을 발로 차겠어?”최희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 팔로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나중에 집에 가서 물어봐. 어쩌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잖아.”나는 마음속으로 진유겸이 그런 남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최희연은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며 말했다.“나중에 얘기해. 이런 짜증 나는 일은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 나랑 드레스 사러 가자.”나는 의아하게 물었다.“드레스는 왜 사?”“내일 고씨 가문 창립 20주년 기념식이야. 각 도시의 많은 가문을 초대했는데 고현성이 나도 특별히 초대했어.”고씨 가문이 벌써 20주년이라니.처음에는 작은 IT 기업이었는데 이렇게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다니, 고현성이라는 그 남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기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나는 최희연과 함께 백화점에 가서 적당한 가격의 드레스를 골랐다. 그녀는 내일 나도 고씨 가문에 같이 가기를 바랐는지 나에게도 드레스를 골라 주었다. 그런데 가격은 정말 말도 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5화

    나는 바로 최희연 옆에 앉지 않고 그들 옆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그린 마운틴 커피를 주문했다.최희연은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읽지 않은 문자 메시지를 훑어보다가 새해 밤 고정재가 보낸 문자를 발견했다.[현아가 한민수를 따라 말도 없이 핀란드로 떠났어.]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그 남자의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고정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것이다.나는 답장을 보냈다.[미안해요. 이제 봤어요.]나는 생각하다가 담현아에게 어디 있는지 카톡을 보냈지만 바로 답장은 없었다. 이때 최희연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나를 만난 건 유겸 씨한테서 떠나 달라고 하려는 거죠?”최희연의 맞은편 여자는 정말 아름다웠다. 복고풍의 영국 스타일 체크 무늬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한눈에 봐도 예전에 내가 만났던 석나은처럼 명문가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유겸이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는 어렸을 때 나중에 나랑 결혼할 거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약혼녀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그때 나는 그 말을 믿었고 그를 따랐어요. 그 후 그는 귀국했고 나는 계속 해외에서 생활했죠. 그러다 그의 소식을 다시 들었을 땐, 이미 다른 여자가 있더군요. 물론 마음이 아팠지만 남자들은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잖아요.”최희연은 놀라서 되물었다.“그럼 내가 내연녀라는 거예요?”여자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굳이 뭔가를 쟁취하려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유겸이가 그쪽을 좋아한다면 나는 기꺼이 물러날 거예요. 오해 말아요. 사실 내가 멀리 운성까지 온 건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에요. 제 목적은 따로 있어요.”최희연은 차분히 물었다.“그럼 목적이 뭔데요?”여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유겸이랑 잤어요?”최희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하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4화

    석 씨 저택은 석씨 가문의 부패한 냄새로 가득했고 이 방에는 특히 석지훈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계속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나는 얼마 눕지도 못하고 일어났다.휴대폰을 들고 정원 입구로 가보니 현정우가 계속 지키고 서 있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운성으로 돌아가요.”예전에 고현성이 있는 곳을 떠나고 싶어서 연 씨 가문을 동성으로 옮겼다. 비록 나중에 연 씨 가문은 동성에서 몰락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적어도 노력은 했으니까.그런데 이젠 석지훈을 떠나고 싶어서 다시 운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돌고 돌아, 나는 역시 운성의 습한 기후가 더 좋았다.현정우는 순순히 대답했다.“바로 준비하겠습니다.”현정우가 정원을 나섰다. 예전에 이렇게 큰 석 씨 저택에 왔을 때, 석지훈은 나에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염려됐던 것이다.그럼에도 결국엔 이미연에게 당하고 말았다.하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석씨 가문 전체가 내 것이니까.나는 자갈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뒤에 경호원들이 따라오고 있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을 부르면 되었다.게다가 길을 잃지도 않았다. 2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저택 입구에 도착했고 석지훈이 문 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저 멀리 하늘은 안개가 자욱했고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발밑의 눈도 아직 녹지 않았는데 말이다.몇 분 후 현정우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를 따라 석지훈을 지나쳐 차에 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내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았다.이번에는 정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운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 나는 산꼭대기 별장으로 가지 않고 시내에 있는 내 아파트로 향했다.아파트는 매우 썰렁했다. 현정우는 차에 있던 책을 나에게 건네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나는 책을 들고 현관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책을 침대에 놓은 뒤, 욕조에 몸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3화

    한참 만에야 여기가 석씨 가문의 저택인 석지훈의 정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침대 옆 옷을 걸치고 문을 열자 남자의 훤칠한 등이 나를 향해 있었다.등을 보인 남자는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고 검은색은 그의 고독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도망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문턱을 나서며 그에게 물었다.“내가 왜 여기에 있어요?”마치 눈앞의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마음속의 답답함과 슬픔은 너무나도 뚜렷했다.그때 문득 머릿속에 한마디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내 세상에서 혼란스럽지만 그는 그의 세상에서 바위처럼 굳건하다.바위처럼 굳건하다니...석지훈은 언제나 바위처럼 굳건했다.정원에는 가랑눈이 내리고 있었고 복도의 등불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의사가 요양이 필요하다고 해서 조용하고 경치 좋은 석 씨 저택으로 데려온 거야.”나는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모든 감정과 그에 대한 증오를 억누르고 가볍게 말했다.“아. 그럼 이젠 가셔도 돼요.”석지훈은 움직이지 않았다. 긴 침묵 끝에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만약 그날 내가...”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에게 줄 인내심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갈 거예요, 말 거예요?”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윤아야, 나를 원망해?”“지훈 씨,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요! 이 말 당신 입으로 직접 한 거잖아요. 난 그 말, 평생 못 잊어요!”석지훈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말하려다 결국 침묵했고 그 차가운 눈빛은 마치 나를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좀 쉬어.”석지훈이 떠나자 나는 온몸에 힘이 풀려 문틀을 잡고 간신히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잘못한 건 그였고 헤어지자고 한 것도 그였다.내가 잘못한 건 없었다....석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2화

    ‘내가 천벌 받는 게 두려울까? 잘못은 내가 한 게 아니잖아. 그때 그 칼, 내가 스스로 찌른 것도 아니잖아?’나는 그 칼을 석지훈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막상 이 순간이 되니 두렵고 마음이 약해졌다.나는 그의 앞으로 가서 불렀다.“지훈 씨.”내 눈앞의 남자는 더 이상 내 오빠가 아니었다.그는 너무 키가 커서 내가 올려다봐야 했다.석지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담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나는 그의 앞에 다가가 칼끝을 그의 배에 겨누었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를 해치지 못할 거라는 걸 확신하는 듯한 당당한 모습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괴롭혔다.“윤아야, 이 칼은 내가 받아 마땅해.”그 자신도 이 칼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에게 되갚아주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게 하고 싶었다.내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 함승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몸이 먼저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석지훈은 재빨리 나를 품에 안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석지훈이 동성을 떠나 핀란드로 간 후, 그는 나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았고 내 문자에도 거의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내가 잘 자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그땐 정말 행복했고 이 남자가 내 운명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한 달 전, 모든 환상이 깨졌다.나는 마치 넓은 바다의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얼음이 산산이 조각나 차가운 바닷속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차디찬 바다에 빠져 차가운 물에 휩싸여 숨 막혀 죽고 말았다.나는 힘없이 턱을 석지훈의 어깨에 기댔다. 함승윤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고 석지훈은 차갑게 물었다.“왜 이래?”나의 몸 상태에 대해 나는 함승윤에게 함구령을 내렸기에 그는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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