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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작가: 동과
고 씨 저택은 환한 불빛에 잠겨 있었고 2층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석지훈은 너무나 낯설었다. 낯설고 차가워서 온몸에서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

석지훈은 진유겸을 무시했다. 나는 진유겸을 흘끗 쳐다보고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본인 일이나 신경 쓰시죠.”

“허, 협박하는 거예요?”

나는 협박이 아니라 정중한 충고를 한 것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나는 진유겸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묻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

“또 저 여자를 화나게 한 거야?”

석지훈은 대답하지 않았고 진유겸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자는 정말 귀찮아.”

그의 말투를 들으니 어젯밤 최희연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았다.

하지만 최희연의 성격상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돌아서서 방에 있는 생수를 찾아 한 모금 마시고 한참 후에 가방에서 항암제를 꺼내 두 알을 먹었다.

내 병세는 확실히 악화됐다. 지금 내 상태로는... 그저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의사는 자궁 적출을 권유했다.

자궁 적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겨둬도 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임신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는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난 이번 생에 엄마가 되긴 글렀다.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

“정우 씨, 누구세요?”

“가주님, 원태웅 씨입니다.”

원태웅?

맨발로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원태웅이 품에 붉은 장미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그는 꽃다발을 내 품에 안겨주며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이건 형이 너에게 주는 거야.”

“오빠가 주는 거면 오빠가 준 거라고 해요.”

원태웅은 웃으며 말했다.

“형에게 점수 따주려고 그러는 거잖아.”

나와 석지훈은 헤어졌지만 원태웅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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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지훈은 갑자기 나를 놓아주고 침대 옆에 가서 앉았다. 다리 한쪽을 의자에 올리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는 모습이 평소와 달리 건들거렸다.게다가 검은 코트 차림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그가 화가 났고 내가 달래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니면 내가 그에게 사과해야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의 비위를 맞추지 않았다.오히려 그를 놀리고 싶었다.나는 그의 옆에 가서 신발을 벗고 침대에 올라갔다. 방은 매우 따뜻했다. 바깥은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방안은 봄처럼 따스했다. 나는 조용히 패딩을 벗었다.안에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지만 나는 벗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석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정말 잘생겼어?”석지훈은 아직도 그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잘생기지 않았어요? 왕자현 씨는 분위기가 끝내주잖아요. 정말 멋있어 보이던데!”석지훈: “...”침대 옆에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발목을 잡고 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내 입술에 키스했다.“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밖에 나갔다 온다고? 이건 너무하잖아!’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오빠.”그는 곁눈질로 나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흘끗 보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나: “...”그는 고의로 나를 벌주는 것이었다석지훈은 질투하는 것도 모자라서 복수까지 하는 것이었다.나는 침대에서 뒹굴며 그가 언제 방으로 돌아올지 생각했다.하지만 문 앞에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실망감이 점점 커져서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석지훈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그가 왕자현의 거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거실에는 값비싸 보이는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었다.왕자현도 거기에 있었고 차를 끓이고 있었다.내가 들어가자 두 남자는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석지훈은 미간을 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63화

    “희연아, 남편 정말 잘 얻었네!”최희연은 농담처럼 물었다.“부럽지?”나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얀 도포를 입은 절세 미남이라, 정말 너무 완벽해.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잖아. 쯧, 진짜 부럽다!”“칭찬도 잘한다!”내가 왕자현을 이렇게 칭찬한 건 최희연이 그에게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해서였다. 왕자현은 그녀가 기댈 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리고 왕자현은 이런 칭찬을 받을 만했다.내가 통나무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왕자현은 연주를 멈추고 나를 보며 웃었다.“연수아 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저를 아세요?”“네. 희연이 절친이잖아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일어서더니 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내 옆을 보고 웃었다.“석 대표님도 와 계시는데.”나는 깜짝 놀라 황급히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갔다.문 옆 복도에서 석지훈이 두 손을 등 뒤로 모으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위치는 마침 왕자현과 마주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나는 방금 전까지 그가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게다가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이 어두워 보였다.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왔어요.”그는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내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가 나를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작게 “응.” 하고 대답했다. 왕자현과 최희연의 앞에서 내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왕자현이 말했다.“연수아 씨, 희연이가 그러는데 두 분 여기서 며칠 묵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방금 손님방을 하나 정리해 두었어요. 뒤편에 있으니 사람을 시켜 안내해 드리죠.”왕자현은 사람을 시켜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석지훈은 앞서 걸었고 나는 1미터쯤 뒤에서 따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에게 거칠게 밀쳐져 문틀에 부딪혔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나는 당황하며 물었다.“왜 그래요?”석지훈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나는 그가 이런 모습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내가 그에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62화

    석지훈이 떠나고 30분쯤 지났을까,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최희연이 온천 회관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내 몸에 남은 흔적을 보고는 일부러 놀리듯 물었다.“방금 온천 옆에서 남자 바지랑 셔츠를 봤는데 어떤 차가운 남자 옷 같더라! 쯧쯧, 내가 눈치 없이 온 거 아니야?”나는 일어나 최희연이 보는 앞에서 옷을 입으며 되받아쳤다.“너랑 왕자현 씨는...”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최희연은 황급히 말을 막았다.“아무 말도 하지 마. 나랑 자현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런 쪽으로는 아무 말도 안 했고 포옹이나 손잡는 것도 한 번도 없었어. 그는 항상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 그리고 내 얼굴은... 어쨌든 그는 석지훈과 달라!”나는 웃으며 물었다.“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다 네가 말한 거잖아. 근데 왜 갑자기 지훈 씨를 그 사람이랑 비교하는 건데? 솔직히 말해 봐. 만약 그가 너를 원한다면, 넌 그에게 응할 거야?”내 질문을 들은 최희연은 잠시 멍해졌다.“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가 원한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그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이고 나는 왕씨 가문의 하나뿐인 안주인이니까.”나는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돌며 일부러 물었다.“희연아, 너에게 그는 그저 이용 가치가 있는 관계일 뿐이야?”최희연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 그래. 이용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는 내 마음을 알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였어. 아마도 은혜를 갚기 위해서겠지!”나는 호기심에 다시 물었다.“무슨 은혜?”“내가 예전에 그를 구해준 적이 있어. 그가 운 좋게 나에게 구출된 게 아니라 내가 운 좋게 그를 구해준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그는 내 삶에 나타난 지 겨우 5년밖에 안 됐지만 난 왠지 모르게 그를 전적으로 믿어. 세상에서 날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이야. 이런 믿음은 정말 이상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인연이라는 게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61화

    [본사 와서 벌 받아.]“쌤통이야.”나는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석지훈이 진유겸을 만난 것은 30분 후였다. 그는 시내 중심가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이스랜드의 3, 4월은 매우 추웠는데 진유겸은 허리를 굽힌 채 마치 버려진 노숙자처럼 그곳에 앉아 있었다.석지훈은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무슨 일이냐?”진유겸과 석지훈은 오랜 숙적이었다. 유럽에서 끊임없이 영역 다툼을 벌였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상대이기도 했다. 둘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일종의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진유겸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내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됐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석지훈은 침묵했다. 연수아 외에는 누구도 위로해 본 적이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진유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었으니까.“지훈아, 우리 같은 남자들은 왜 항상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걸까? 내가... 민솔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건 사실이야. 난 희연이가 처리할 시간을 줄 줄 알았어. 근데 며칠 만에 갑자기 모든 게 변해버렸어.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아무도 한 사람을 위해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석지훈이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냐?”진유겸은 하늘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모르겠어. 왕자현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심오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야. 아무도 그를 쉽게 제거할 수 없어.”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석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석지훈은 그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자신과 진유겸은 모두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둘이 손을 잡는다면 분명 왕자현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왜 진유겸을 도와야 한단 말인가?그의 여자와 최희연은 절친한 친구였으니 그는 항상 최희연의 편이었지 진유겸을 도와 그녀를 다치게 하는 쪽이 아니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60화

    석지훈이 방을 나가자 나는 침대에 누워 심심함을 느꼈다. 하지만 석지훈이 왕자현을 안다는 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제 진유겸에 왕자현까지 만나러 간다니.하필 그 두 사람 다 최희연과 얽혀있는 남자들인데.문득 석지훈이 내게 덮어주었던 양복이 온천 옆에 놓여있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 양복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양복 주머니에는 석지훈의 휴대폰이 들어있었다. 휴대폰을 꺼내자 화면이 켜지면서 원태웅이 보낸 알 수 없는 문자가 있었다.나는 원태웅이 석지훈에게 보낸 문자가 항상 궁금했다.석지훈의 휴대폰에는 비밀번호 잠금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호기심에 못 이겨 문자를 열어보니 원태웅이 여러 개의 문자를 보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맨 위로 스크롤을 올려 몇 시간 전 대화 내용을 보니 석지훈이 원태웅에게 말한 내용이었다.[모든 기억이 돌아왔어.]원태웅은 놀란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했다.[벌써요?]석지훈: [...][그럼 형은 어디에 있어?]석지훈은 간단하게 답했다.[아이스랜드.][아이스랜드에는 왜? 설마 윤아 때문인가? 윤아가 아이스랜드에 있어? 맞다, 형이 갑자기 나한테 문자를 보낸 이유가 뭐지? 윤아가 또 형한테 화난 거 아니야?]원태웅은 석지훈의 습관을 꿰뚫고 있었다.석지훈은 담담하게 답했다.[...]나는 석지훈을 너무 잘 안다. 이 말줄임표는 원태웅을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듣고 싶다는 의미였다.[여자는 화가 나도 달래기 쉬워. 게다가 형은 잘생겼으니 누가 정말 형한테 화를 내겠어? 내 말 믿어. 윤아는 분명 거절할 거야. 그럼 그냥 좀 더 박력 있게 나가. 그리고 윤아가 좋아하는 말 많이 해줘. 뭘 좋아하든 그냥 다 맞춰줘. 원칙 같은 건 필요 없어. 자기 여자 앞에서 무슨 원칙이야. 내 말 들어. 틀림없다니까.]석지훈이 답장이 없자 원태웅이 계속해서 말했다.[윤아는 그냥 좀 까다로울 뿐 온순해서 달래기 쉬워.]내가 까다롭다고?석지훈이 대꾸하지 않자 신이 난 원태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59화

    하지만 그건 과거의 연수아일 뿐이었다.지금의 그녀는 그에게 의지하고 예전보다 성격도 더 까칠해졌지만 살아있는 사람다웠다.그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연수아는 진심으로 그에게 의지하고 그를 가장 사랑하는 남자로 여기며 그에게서 원하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평범한 여자들처럼 꾸밈없이 사랑하고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에게 화가 나면 바로 표정을 굳히는 것처럼 말이다.이런 모습이 진짜 연수아였다. 더 이상 과거 고현성에게 그랬던 것처럼 조심스러워하거나 가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그, 석지훈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의 윤아는 까다롭지 않다. 그의 윤아는 그저 평범한 행복을 바랄 뿐이었다.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우는 그런 그녀야말로 석지훈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비록 그가 시시때때로 그녀를 달래줘야 한다 해도 괜찮았다.석지훈은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사랑을 받는 이런 나날들이 행복했다.그는 심지어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평생 그녀 곁에 있을 수 있었을 텐데...하지만...인생은 늘 엇갈리고 어쩔 수 없는 일투성이다.석지훈은 옆에 있는 윤 비서를 바라보며 갑자기 뜬금없이 말했다.“윤아가 내 곁에 온 후로 너뿐만 아니라 태웅이를 포함한 몇몇이 규칙을 잊고 나한테 하지 말아야 할 질문들을 계속하더라.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멈추질 않고. 내가 우습게 보여? 설마 내 뒷말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아니라고 하지 마. 다 알고 있으니까.”연수아가 석지훈의 곁에 나타난 후에야 윤 비서를 비롯한 원태웅 등은 석지훈에게 부드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사자 수염을 건드리듯 조심스럽게 농담도 하고 그랬지만 나름대로 선은 지켰다고 생각했다.윤 비서 일행은 늘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석지훈에게 들통나고 말았다.역시 석 대표님은 세상에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58화

    내 손가락은 나도 모르게 그의 허리에 닿았고 붉어진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지만 그 순간 그가 날 끌어안았다.나는 결국 그에게 안겨 방으로 돌아왔다.그는 내 몸의 물기를 닦아주고 침대에 눕혔다.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나를 보고 석지훈은 의외로 농담을 건넸다.그는 예전보다 더 뻔뻔해진 것 같았다.나는 그를 노려보며 대꾸하지 않았다. 석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윤아야, 넌 내 사람이야.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우리 어머니 일은... 내게 위협이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난 누구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 설령 어머니가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난 슬프고 안타깝겠지만 그뿐이야. 그분이 내 행복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순 없어. 그분뿐만 아니라, 이 세상 누구도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둘 수 없어.”석지훈은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너야. 아이들도 너에 비할 바가 못 돼. 아이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너야말로 내가 평생 지켜야 할 여자라는 거야. 아이들은 네가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고! 윤아야, 앞으로는 네 마음이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직접 널 내 세상으로 데려갈게. 괜찮겠니?”그 후에도 석지훈은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고 내가 원하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었다.난 조용히 응수했다. 그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잠깐 자고 있어. 유겸이가 아직 아이스랜드에 있는데 만나고 와야 해. 그리고 친구라고 하기도 뭐한 친구도 만나야 하고.”예전 같았으면 절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난 그를 보내주며 말했다.“가서 볼일 보고 와요.”석지훈이 일어서자 난 그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친구라고 하기도 뭐한 친구는 누군데요?”그는 나지막이 대답했다.“왕자현.”석지훈과 왕자현이 아는 사이라고?...석지훈은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코트로 갈아입고 온천 회관을 나섰다. 계속해서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비서는 석지훈이 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57화

    나는 그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게 싫었다.하지만 또 그가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기를 바랐다.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아니, 그 사람 눈에 든 게 얼마나 다행인지.“윤아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눈가가 빨개진 채로 그를 쳐다보니 석지훈은 내 몸에 묻은 눈을 털어주고 자신의 정장을 벗어 내게 덮어주며 한숨을 쉬었다.“나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여자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몰라. 태웅이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는 게 정답이라고 해서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잊었어.”나는 억울해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석지훈은 하얀 입김을 뿜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태웅이가 그러더라. 차가운 남자 좋아하는 사람 없다고. 나도 네가 내가 무뚝뚝해서 여러 번 화를 냈다는 걸 알아. 그리고 핀란드를 떠날 때마다 제대로 말하지 않아서 화를 냈다는 것도. 미안해. 내가 부족해서 네가 원하는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했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에게도 힘든 시간을 주었어.”역시, 석지훈은 정말 다 알고 있었다.그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모든 생각을 알고 있었다.그는 눈밭에 쭈그리고 앉아 나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어머니 일은 아직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어. 이 일로 네게 실망을 안겨 줘서 미안해. 그러니, 우리 당분간 결혼은 미루는 게 어떨까?”눈이 그의 몸 위로 떨어졌다. 그는 얇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나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들었다.“먼저 내 세상에 적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아가야, 나는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이해해.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야. 앞으로 더 잘할게. 그러니까 화 풀어, 응?”석지훈이 이렇게까지 낮추다니.나는 그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깊은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일단 따뜻한 곳으로 가자. 몸 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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