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74화

Author: 동과
석 씨 저택은 석씨 가문의 부패한 냄새로 가득했고 이 방에는 특히 석지훈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계속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나는 얼마 눕지도 못하고 일어났다.

휴대폰을 들고 정원 입구로 가보니 현정우가 계속 지키고 서 있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운성으로 돌아가요.”

예전에 고현성이 있는 곳을 떠나고 싶어서 연 씨 가문을 동성으로 옮겼다. 비록 나중에 연 씨 가문은 동성에서 몰락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적어도 노력은 했으니까.

그런데 이젠 석지훈을 떠나고 싶어서 다시 운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돌고 돌아, 나는 역시 운성의 습한 기후가 더 좋았다.

현정우는 순순히 대답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현정우가 정원을 나섰다. 예전에 이렇게 큰 석 씨 저택에 왔을 때, 석지훈은 나에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염려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엔 이미연에게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석씨 가문 전체가 내 것이니까.

나는 자갈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뒤에 경호원들이 따라오고 있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을 부르면 되었다.

게다가 길을 잃지도 않았다. 2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저택 입구에 도착했고 석지훈이 문 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 멀리 하늘은 안개가 자욱했고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발밑의 눈도 아직 녹지 않았는데 말이다.

몇 분 후 현정우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를 따라 석지훈을 지나쳐 차에 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내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운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 나는 산꼭대기 별장으로 가지 않고 시내에 있는 내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는 매우 썰렁했다. 현정우는 차에 있던 책을 나에게 건네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나는 책을 들고 현관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책을 침대에 놓은 뒤, 욕조에 몸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5화

    나는 바로 최희연 옆에 앉지 않고 그들 옆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그린 마운틴 커피를 주문했다.최희연은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읽지 않은 문자 메시지를 훑어보다가 새해 밤 고정재가 보낸 문자를 발견했다.[현아가 한민수를 따라 말도 없이 핀란드로 떠났어.]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그 남자의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고정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것이다.나는 답장을 보냈다.[미안해요. 이제 봤어요.]나는 생각하다가 담현아에게 어디 있는지 카톡을 보냈지만 바로 답장은 없었다. 이때 최희연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나를 만난 건 유겸 씨한테서 떠나 달라고 하려는 거죠?”최희연의 맞은편 여자는 정말 아름다웠다. 복고풍의 영국 스타일 체크 무늬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한눈에 봐도 예전에 내가 만났던 석나은처럼 명문가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유겸이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는 어렸을 때 나중에 나랑 결혼할 거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약혼녀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그때 나는 그 말을 믿었고 그를 따랐어요. 그 후 그는 귀국했고 나는 계속 해외에서 생활했죠. 그러다 그의 소식을 다시 들었을 땐, 이미 다른 여자가 있더군요. 물론 마음이 아팠지만 남자들은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잖아요.”최희연은 놀라서 되물었다.“그럼 내가 내연녀라는 거예요?”여자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굳이 뭔가를 쟁취하려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유겸이가 그쪽을 좋아한다면 나는 기꺼이 물러날 거예요. 오해 말아요. 사실 내가 멀리 운성까지 온 건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에요. 제 목적은 따로 있어요.”최희연은 차분히 물었다.“그럼 목적이 뭔데요?”여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유겸이랑 잤어요?”최희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하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6화

    그 여자는 진유겸 앞에서 매우 무리하게 굴었지만 진유겸의 표정에는 조금도 화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부드럽게 해명했다.“이 일은 나중에 설명할게. 일단 너를 서위스로 돌려보내야겠다.”“이렇게 빨리 날 내쫓고 싶어?”진유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솔아, 날 이해해 줘.”진유겸은 그녀의 이해를 바랐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바로 코앞에 최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최희연은 조용히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돌아갈 거니까.”출입구가 조용해졌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최희연은 테이블에 엎드려 억울함에 목놓아 울었다.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진유겸은 석지훈과 비슷한 남자였다. 솔직하고 스캔들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다른 오해가 있을지도 몰랐다.최희연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유겸 씨가 여자한테 저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 봤어. 누가 감히 그 사람을 발로 차겠어?”최희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 팔로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나중에 집에 가서 물어봐. 어쩌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잖아.”나는 마음속으로 진유겸이 그런 남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최희연은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며 말했다.“나중에 얘기해. 이런 짜증 나는 일은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 나랑 드레스 사러 가자.”나는 의아하게 물었다.“드레스는 왜 사?”“내일 고씨 가문 창립 20주년 기념식이야. 각 도시의 많은 가문을 초대했는데 고현성이 나도 특별히 초대했어.”고씨 가문이 벌써 20주년이라니.처음에는 작은 IT 기업이었는데 이렇게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다니, 고현성이라는 그 남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기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나는 최희연과 함께 백화점에 가서 적당한 가격의 드레스를 골랐다. 그녀는 내일 나도 고씨 가문에 같이 가기를 바랐는지 나에게도 드레스를 골라 주었다. 그런데 가격은 정말 말도 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7화

    [핀란드예요. 석지훈의 지시를 받고 일하러 왔어요.]나는 이 페이지를 캡처해서 고정재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정재의 답장이 왔다.[고마워. 꼬마 아가씨.]그와 한민수 사이에서, 결국 난 고정재 편을 들었다.나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세수하고 나와 주방에서 컵라면 하나를 끓였다.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컵라면을 먹었다.식사 후 고현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은 의외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나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고씨 가문 경축 행사에 나를 초대하려는 걸까?어젯밤 나는 최희연에게 저녁에 그녀를 따라 경축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인의 초대 없이 함부로 가는 건 곤란했다.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오늘 밤은 고씨 가문 20주년 기념행사인데 널 초대하고 싶어. 수아야, 고씨 가문은 결국 네가 발전시킨 곳이잖아.”역시 그랬다.나는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녁에 갈게요.”내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자 고현성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너...”“희연이랑 같이 갈게요.”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화장하고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이때 마침 최희연에게서 문자가 왔다.고 씨 저택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그래. 이따 봐.]나도 답장했다.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느긋하게 화장을 했다. 진한 화장이 아니라 창백한 얼굴을 가리려고 볼 터치만 살짝 한 뒤, 어제 최희연이 선물해 준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코트를 들고 집을 나서니 현정우 일행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면서 나는 현정우에게 제안했다.“함 집사에게 내 옆집 아파트 두 채를 사두라고 하세요. 내가 외출하지 않을 때는 거기서 쉬시고요.”현정우는 감격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가주님.”그들도 온종일 나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현정우만 데리고 고 씨 저택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뒤뜰로 가서 사람들을 기다렸다.몇 분 지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8화

    고 씨 저택은 환한 불빛에 잠겨 있었고 2층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석지훈은 너무나 낯설었다. 낯설고 차가워서 온몸에서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석지훈은 진유겸을 무시했다. 나는 진유겸을 흘끗 쳐다보고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본인 일이나 신경 쓰시죠.”“허, 협박하는 거예요?”나는 협박이 아니라 정중한 충고를 한 것이었다.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나는 진유겸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묻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또 저 여자를 화나게 한 거야?”석지훈은 대답하지 않았고 진유겸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자는 정말 귀찮아.”그의 말투를 들으니 어젯밤 최희연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았다.하지만 최희연의 성격상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돌아서서 방에 있는 생수를 찾아 한 모금 마시고 한참 후에 가방에서 항암제를 꺼내 두 알을 먹었다.내 병세는 확실히 악화됐다. 지금 내 상태로는... 그저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의사는 자궁 적출을 권유했다.자궁 적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겨둬도 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임신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는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난 이번 생에 엄마가 되긴 글렀다.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정우 씨, 누구세요?”“가주님, 원태웅 씨입니다.”원태웅?맨발로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원태웅이 품에 붉은 장미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그는 꽃다발을 내 품에 안겨주며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이야. 이건 형이 너에게 주는 거야.”“오빠가 주는 거면 오빠가 준 거라고 해요.”원태웅은 웃으며 말했다.“형에게 점수 따주려고 그러는 거잖아.”나와 석지훈은 헤어졌지만 원태웅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항상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79화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원태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성으로 돌아온 후 형이 말하더라. 널 칼로 찔렀다고. 너도 알잖아. 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꾹 참고 말 안 하는 성격이라는걸. 그런데 이번에는... 네가 오해할까 봐 엄청 걱정하더라.”석지훈은 원태웅에게 말했고 원태웅은 내게 설명해주러 온 것이었다. 나는 그날 송 어르신이 석지훈에게 나를 찌르라고 시켰던 게 떠올랐다. 그 얘기를 하자 원태웅은 잠시 침묵하더니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은 타이탄의 새 두목인데 형한테 기술은 많이 가르쳤지만 질투가 심하고 잔인해서 누구도 형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꼴을 못 봐. 그 상황에서 형은 너한테 관심 없는 척해야 널 살릴 수 있었어. 송 어르신의 질투심 달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지.”잠시 말을 멈춘 후, 원태웅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송 어르신은 네가 석씨 가문 사람이라는 게 좀 껄끄러웠겠지만 형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드러냈다면 그는 석씨 가문과 척질 각오였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 상황에선 형이 너한테 차가운 척해야 송 어르신의 질투심이 약해지고 네가 석씨 가문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널 보내줄 수 있었던 거라고.”그럼 석지훈이 날 찌른 건 날 살리기 위해서였던 건가?그럼 내가 그동안 힘들어했던 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단 말인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를 위한답시고 날 구했다.그야말로 따귀를 때리고 사탕을 주는 격이었다.이게 그 당시 고현성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원태웅은 내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아직도 속으로 형을 원망해? 그런 상황에서, 네 생사가 걸린 선택 앞에서 형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비록 칼은 네게 꽂혔지만 형 가슴에 꽂힌 거나 마찬가지지! 형도 똑같이 아프고 괴로웠다고. 윤아야, 형이 널 얼마나 아끼는지 우린 다 알아. 넌 형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형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네가 다치거나 그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0화

    석지훈: “...”고현성이 나를 말하고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고현성의 이 말은 석지훈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석지훈을 화나게 하기 딱 좋은 말들이었다.고현성은 나지막이 말했다.“난 예전엔 걔가 내 평생 마누라가 될 거라고 확신했었어. 날 사랑했으니까. 비록 그때 그녀는 자신이 엉뚱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몰랐지만 난 그녀를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지! 그런데 나중에... 난 그녀를 계속해서 실망시켰고 바로 그때 네가 그녀 옆에 나타나서 그녀가 원하는 따뜻함을 줬어. 난 그녀가 왜 널 선택했는지 항상 이해할 수 있었어.그녀라는 사람을 내가 너무 잘 아니까. 그녀는 따뜻함이 엄청 부족해서 조금이라도 따스하면 꼭 붙잡으려고 했어!”“그래. 그녀는 연씨 가문의 대표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린 나이에 유명하고 권력이 대단했지만 결국은 애에 불과했지.”이렇게 말한 건 석지훈이었다.나는 그가 고현성의 말에 대답할 줄은 몰랐다.그의 성격답지 않았다고현성은 후회와 억울함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그때 난 그녀를 살리고 싶었어. 그녀가 잘 살기를 바랐기에 서정과 결혼했던 거지. 근데 그게 오히려 그녀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계기가 돼서 그녀를 너한테 보내버렸어. 결국 난 아무것도 못 하고 그녀를 잃었던 거야!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다 내가 그때 너무 쉽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탓에 그녀랑 남이 돼버린 거야!”멀리서 석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마워.”고현성은 약간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뭐가?”“그녀를 내 곁으로 보내줘서.”두 사람의 대화에서 석지훈은 먼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고현성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넌 그저 줍줍남일 뿐이야! 너희 사랑이 순탄할 거 같아? 지금 그녀는...”석지훈은 담담하게 경고했다.“뒷말은 닥쳐.”고현성은 겁 없는 남자였고 제일 싫어하는 게 위협이었다. 그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석지훈에게 물었다.“내가 길들인 여자, 만족스러워?”석지훈은 몸을 돌려 고현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고현성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1화

    방금 고현성의 이름을 부른 건 일부러 석지훈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 우리 사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까.그가 찌른 칼 때문이 아니라 가장 큰 이유는 내 병 때문이었다...이렇게 헤어지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서로에게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줄 수 있으니까.나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난 현성 씨를 선택할게요.”난 고현성을 따라 아까 그 방으로 돌아갔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욕실에서 따뜻한 수건을 찾아 그에게 건넸다.그는 수건을 받아 얼굴에 대고 사과했다.“미안해, 방금 그 말들은... 일부러 그를 힘들게 하려고 한 말이야.”“괜찮아요. 나도 방금 당신 이용했으니까.”나는 그를 이용해서 석지훈을 밀어내려고 했다.고현성은 이해하는 듯했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아, 네 몸 때문이라는 거. 2년 전처럼... 근데 2년 전엔 날 밀어내지 않고 사귀자고 했잖아. 근데 왜 지금은 그때만큼 용기가 없는 거야?”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은 그때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이 말에 고현성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고현성이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 그와 연애를 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내가 떠날 때 그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석지훈은 날 사랑했다. 그래서 난 그가 나를 잃는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난 석지훈과 완전히 인연을 끊고 어딘가에 숨을 것이다.“찜질 좀 하세요. 희연이도 이젠 왔을 테니 내려가 볼게요.”난 서둘러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최희연이 여러 재벌가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최희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해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누군가 묻는 말을 들었다.“솔이 씨는?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솔이?!설마 진유겸의 그 약혼녀인가?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최희연을 바라보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2화

    현정우가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나는 그녀의 몸에 바로 발길질을 했다. 새하얀 드레스에는 순식간에 발자국이 남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때리지는 못하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지시했다.“최희연을 패!”그들을 화나게 한 것은 나였지만 그들이 때리려는 사람은 최희연이었다.요즘 세상은 이렇게 삭막했다.강한 자는 약한 자를 괴롭히고 어른은 아이를 괴롭혔다.나는 2층에서 두 남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보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유겸 씨, 당신 여자 안 챙길 거예요? 안 챙길 거면 평생 챙길 생각 말아요!”왠지 모르게 석지훈의 눈가에 미소가 어려있는 것 같았다.진유겸과 석지훈이 아래층으로 내려오기도 전에 그 재벌가 아가씨들의 어른들이 와서 그녀들을 끌어갔다. 최희연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저 사람들 파리처럼 엄청 귀찮게 구네.”“아까 무슨 말을 들었길래 얼굴이 그렇게 안 좋아 보여”내 질문에 최희연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솔이.”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왜?”“아까 계속 그녀가 유겸 씨를 차버렸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엄청 곤란했지. 마치 내가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 같잖아!”“정말 네가 그랬다 해도 너도 피해자야!”최희연은 우울하게 말했다.“맞아. 난 유겸 씨에게 약혼녀가 있는 줄 몰랐어. 그리고 나랑 유겸 씨는... 우린 1년 전에 혼인 신고를 했단 말이야. 나는 그의 법적인 아내라고!”나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한 번도 말 안 했어?”“혼인 신고할 때 유겸 씨는 별로 날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우리 사이가 앞으로 더 굳건해지길 바랐었지! 수아야, 난 지금 유겸 씨가 나랑 이혼하자고 할까 봐 제일 두려워. 혼인 신고할 때 약속했거든. 누구든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만둘 수 있다고. 그건 내가 그에게 한 약속이야. 지금은 너무 후회되지만!”나: “...”최희연은 어떻게 진유겸에게 그런 바보 같은 약속을

Latest chapter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1화

    이 경악하는 목소리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석지훈의 머리에서 악마 머리띠를 벗겨내고 돌아서며 웃었다.“하! 태웅 오빠도 여기서 놀고 있었어요?”원태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맨날 정색하고 차가운 지훈이 형이 악마 뿔 머리띠라니, 진짜 귀엽다.”석지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점점 버릇없어지는구나.”말에 담긴 협박을 알아챈 원태웅은 재빨리 잘못을 빌었다.“잘못했어. 난 태림이 그 녀석한테 가봐야겠다. 두 사람 데이트 방해 안 할게. 근데 형 이런 모습 보니까 진짜 인간적이야.”석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뭐야? 아직도 손에 못 넣었어?”원태웅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이고, 형.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봐!”원태웅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흰 셔츠를 입은 문태림이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짜증 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은 뭐예요?”두 남자가 놀이공원에 있는 게 좀 수상했다.석지훈은 원태웅의 비밀을 바로 털어놓았다.“둘이 썸씽 같은 건데, 몇 년째 아웅다웅하면서도 관계를 정확히 안 정했어.”나는 놀라서 말했다.“태웅 오빠가 게이!”석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호기심에 재빨리 물었다.“다른 비밀은 없어요? 오빠는 완전 정보통 같아요. 두 사람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말했잖아. 다들 나한테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그들의 속마음이 석지훈에게는 그저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혹시 창피해서 화났어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하게 물었다.“어?”“태웅 오빠에게 냉정한 모습 말고 다른 모습 들켜서요.”“상관없어. 우리 관람차 타러 가자.”석지훈은 내 손을 꼭 잡고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우리는 표를 사고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 높이에서 바라보는 운성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석지훈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뺨에 얼굴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0화

    석지훈은 가볍게 웃었다.“정말 자기애가 너무 심하다니까.”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또 물었다.“나한테 주는 게 아니에요?”석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물었다.“뭐하려고요?”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글쎄? 우리 사모님은 뭐가 먹고 싶을까?”나는 주방에 들어가 석지훈의 팔을 안고 애교를 부렸다.“배 안 고파요. 얼른 나랑 얘기 좀 해요.”석지훈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데이트하고 싶다면서.”“지금 데이트 아니에요?”“우리 사모님 눈에는 이게 데이트인가 보네...”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우리 이따가 어디 가요?”“밥 먹고 놀이공원에 갈 거야.”나는 기뻐하면서 물었다.“오빠, 놀이공원 가봤어요?”석지훈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날 보면서 얘기했다.“장난치지 마.”나는 석지훈의 팔을 놓아주었다.석지훈은 얼른 요리를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지훈의 부상 때문에 우리는 간이 적게 된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나는 석지훈이 만드는 모든 음식을 좋아했다. 음식의 맛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전에는 항상 내가 고현성을 위해 요리하는 거였다.그래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밥을 먹은 후 석지훈은 운전대를 잡고 나를 데리고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갔다.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젊은 커플들이었다. 나와 석지훈은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누볐다.어두운 녹색 코트를 입은 석지훈은 오늘따라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그와 함께 반짝이는 악마 머리띠를 샀다.머리띠를 한 후, 내가 물었다.“예뻐요?”석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오빠도 같이할 거죠?”석지훈이 악마 머리띠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석지훈의 입에서 나온 건 긍정의 대답이었다.나는 석지훈에게 악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9화

    “나도 진실은 잘 몰라.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 하지만 진서준의 죽음이 왕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해. 진유겸이 알아냈거든. 하지만 그걸 최희연이 알면 버티지 못할까 봐 알려주지 않은 거야.”만약 왕자현이 최희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최희연은 유일한 희망을 잃고 그대로 사라지려고 할 것이다.나는 그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럼 어떡해요?”“사람을 시켜서 이 일의 진실을 알아보게 할 거야. 하지만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는 꼭 비밀을 지켜야 해. 희연 씨가 이 일을 발견하게 해서는 안 돼.”“만약 진실이...”석지훈이 되물었다.“그게 중요한가?”나는 멍해졌다. 그럼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윤아야, 만약 정말 진유겸의 말대로 왕자현이 이 모든 것을 저질렀다고 해도 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야. 희연 씨에게는 왕자현이 진실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최희연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아닌 왕자현이다.왕자현은 최희연의 유일한 희망이다.그래서 진유겸이 이 비밀을 까밝히지 않은 것이었다.진유겸이 이것까지 생각해 주다니.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알겠어요.”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하지만 왕자현은... 왜 최희연을 속인 거지?“그래, 배고파?”석지훈이 수영장에서 나왔다. 나는 익숙한 듯 석지훈의 팔을 안고 얘기했다.“아니요. 오늘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석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서오가 경찰서에 잡혀갔어요. 제가 담현아한테 부탁했거든요. 하지만 이걸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요. 아, 그리고 오늘 시혁 오빠한테 이연 씨의 병에 대해 알려줬어요. 하지만 한민수의 전여친 일은 처리하기 어렵네요.”석지훈은 서오의 일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별장 안의 방으로 데려가면서 넌지시 물을 뿐이었다.“한민수의 전여친? 혹시 엄슬기라는 사람 말이야?”석지훈이 한민수의 전여친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8화

    석지훈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진유겸은 석지훈의 말을 듣고 더욱 골치 아파했다.깊은 한숨을 내뱉은 진유겸이 얘기했다.“최희연은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정신이 불안정해.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그런 최희연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이 왕자현인데, 내가 진실을 알려줬다가 최희연이 정말... 정말 무너지면 어떡해.”최희연은 정신 상태가 건강하지 않았다.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석지훈이 옆에서 얘기했다.“왕자현에게 의지하는 사람이니, 네가 만약 왕자현을 빼돌린다면 희연 씨 상황도 악화될 거야.”“그냥 거짓말 속에서 살라고 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왕자현은 정말 최희연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거야.”석지훈이 물었다.“너는?”“응?”“너는 그렇게 떠나보낼 수 있어?”진유겸은 석지훈의 질문에 피식 웃고 대답했다.“나를 뼛속까지 싫어하는 사람이야. 이번 생에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내가 예전에 너한테 경고했잖아.”한층 더 차가워진 봄바람이 불었다.진유겸은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했다.“지금 와서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지훈아. 난 운성을 떠날 거야. 왕자현과 마주치면 또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될 거니까 말이야.”진유겸의 말을 들어보면 왕자현은 여전히 운성에 있는 것 같았다.최희연은 왕자현이 아이스랜드에 있다고 했는데...석지훈은 진유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진유겸을 석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얘기했다.“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도 꽤 오래됐지? 서로 죽고 죽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너라도 성공해서 다행이다. 나는... 완전히 실패야. 네 말을 잘 들을 걸 그랬어.”석지훈은 몸을 약간 틀어 진유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얘기했다.“내가 말릴 때 넌 한 번도 듣지 않았어. 사실 우리는 많이 닮았어. 하지만 시작점이 달랐지. 나는 항상 내가 석씨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7화

    나는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문자를 보냈다.연시혁은 바로 답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별장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나는 밤바람을 맞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송이연의 일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나는 문자 속에서 똑똑히 얘기했다.송이연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말이다.“지금 운성에 도착했어.”그렇게 말하는 연시혁의 목소리는 약간 젖어있는 것 같았다.“수아야, 이제 어떡해?”하지만 그렇게 물어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오빠, 그냥 옆에 같이 있어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부담스러워 할 거야.”연시혁의 울먹임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아야, 나 죽을 것 같아.”차는 바닷가에 멈춰 섰다. 나는 연시혁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절벽 위의 호화로운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석지훈이 아침에 별장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이 별장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별장 근처로 걸어갔다.300미터쯤 남았을 때, 나는 별장의 수영장에 두 남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명은 수영장 끝에 앉아있었고 한 명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서 있었다.서 있는 사람은 바로 석지훈이었다.나는 단번에 그의 뒷모습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앉아있는 건...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어. 모든 걸 버리고 여길 떠날 거야.”진유겸의 목소리였다.“희연 씨는 네가 준 것들에 대해 흥미가 없을걸?”진유겸이 최희연에게 뭘 준다고?나는 갑자기 진유겸이 나한테 준 서류가 생각났다.“희연이가 원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왕자현이 미친개처럼 내 뒤를 쫓고 있어. 상처는 장난 아니지. 그래도 왕자현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왕자현이 진유겸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왕자현은 보기엔 부드러워도 사실을 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6화

    다소 친하지 않은 오빠 말이다.예지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남자가 있다면 소개해줘요. 난 결혼하고 싶어요.”나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제 나이가 몇이라고 그래요.”“빨리 결혼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예지한은 그저 담현아보다 한 살 정도 많아 보였다.나는 일부러 예지한을 떠보려 말했다.“피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남자친구를 찾아야겠어요.”예지한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물었다.“소개해줄 사람 있어요?”“소개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예지한이 실망한 듯 얘기했다.“그렇게 어려워요?”그리고 묵묵히 계속 일했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최희연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자현 씨가 아이스랜드로 갔어.”왕자현이 갑자기 아이스랜드로 갔다니?지금 아이스랜드로 가는 게 최희연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알 텐데...최희연은 왕자현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잘 모르겠어.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아서. 아마 처리할 일이 있는 모양이야. 어젯밤에 떠났는데 여태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최희연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쓸데없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자현 씨가 떠나니까 마음이 복잡하고 기분이 이상해.”담현아가 물었다.“왜 복잡해요?”“요즘 꿈에서 자꾸만 진유경이 나와.”“...”카페에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래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서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생겼어. 좀 도와줄...”나는 어머니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그 일에 대해서 이미 들었어요. 민수 오빠가 연락했거든요. 아까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게 했는데 서오를 노리고 있는 건 현성 씨와 유희진 검사예요. 한 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5화

    유희진이 고현성의 약혼녀라니.나는 어젯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리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시윤을 때리고 있었다.그럼 그때 이미 날 알아봤을 텐데...게다가 그 여자는 그때도 고현성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여자는 악의 하나 없이 이 사건을 받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희진은 유씨 가문 사람 같지 않았다.오히려 유서정보다 더욱 고급스러웠다.하지만 유서정이 더 예쁘긴 했다.유희진에게서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흘러내렸다.그런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아마 오랜 시간 검사를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담현아가 설명했다.“고현성 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약혼녀가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나는 담현아를 보면서 물었다.“무슨 뜻이야?”“고현성 씨는 이 결혼을 수긍하지 않았지만 또 혼약을 깨트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유희진 검사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느낌이에요.”“그럼 유희진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 사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그날 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린 이유는 분명 고현성 씨 때문인데, 고현성 씨 앞에서는 차갑게 구니까 말이에요.”“차갑게 군다고?”“아저씨가 알려줬는데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대요. 오늘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결국 서오의 일로 엮인 거래요.”유희진이 서오를 주시하고 있는 건 분명 고현성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유희진이 어떻게 우리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거지?신비스러운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희진은 본인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유서경처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요.”“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가자. 일단 희연이를 만나러 가자. 아마 카페에 있을 거야. 아마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걸?”최희연을 떠올리면 저번의 일이 생각났다.마음속 상처가 잘 치유됐을련지. 걱정되었다.그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담현아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4화

    어머니한테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들키면 어머니는 마음 아파할 게 분명하니까. 나를 탓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시겠지.내 머릿속에서 문득 한 단어가 스쳐 갔다.“경찰서에 간 거야?”“선배를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본 거예요. 선배의 사건이 엄청 어려운가 봐요. 무죄판결이 나기 어려울 정도래요.”“유희진 씨는 뭐라고 하셨어?”“아직 조사 중이래요.”담현아는 말을 마친 후 나한테 또 물었다.“수아 언니, 처음은 피가 나요?”“갑자기 그건 왜?”“어젯밤에... 그런데 피가 안 났어요.”“피가 안 날 수도 있어.”아니, 잠깐만담현아와 고정재가...?나는 속으로 기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제 피가 안 나서 아저씨가 저를 엄청 위로해줬거든요. 이것 때문에 기분도 안 좋았어요.”나는 고정재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사랑을 속삭이는 석지훈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남자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평소에는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운명적인 그 상대를 만나면 입안의 사탕처럼 달달하게 구니까 말이다.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좋네.”담현아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뭐가요?”“우리 모두 사랑받고 있잖아.”전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던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적어도 지금은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건강하고 귀여운 아들과 딸도 있고.“나는 인생이 그냥 다 쉬웠어요.”담현아가 만족한 듯 얘기했다.“사업도 문제없었고 모든 일에 걸림돌이 없었어요. 만난 남자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요. 태어나서부터 유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부럽네.”“하하,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이런 삶에 감사하다는 거지. 이제 경찰서로 갈까요?”“지금 경찰서로 가면 내 어머니랑 마주치는 거 아니야?”“그러면 먼저 어머님께 연락해봐요.”내가 어머니한테 연락하려는데 조민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오가 죄를 지어서 경찰서에 있다고 말이다. “까다로운 일이야.”난 아무것도 모르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3화

    “그저 물어본 거예요. 거기 외전에 썼잖아요. 날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빠의 의견이 궁금했어요.”나는 석지훈의 반응이 궁금했다.석지훈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서 얘기했다.“이제 좀 졸리네. 너도 얼른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석지훈이 새벽에 먼저 일어났다. 나는 멍한 상태로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서는 두 의사가 석지훈을 치료해주고 있었다.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석지훈의 상처를 확인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치료를 받은 후 석지훈은 나더러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송이연이 아래층에 있었기에 석지훈은 아래층에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하긴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 한 잔을 따랐다. 이때 마침 원태웅이 전화 와서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내 트위터 계정, 결국 사라졌어!”난 의아해하면서 물었다.“해결한 거 아니었어요?”“형이 아침에 트위터를 다운 받았나봐. 그리고 내 계정이 있는 걸 보고 또 윤승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윤승민도 놀라서 얼른 처리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심지어 윤승민은 근무 태도 불량으로 월급까지 깎였다. 하지만 공식계정은 아직 남아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게. 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생각은 했지만 공식계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나 봐.”석지훈은 그저 원태웅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나?나는 윤승민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다. 그러자 윤승민이 대답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직 공식계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대감 트위터만 먼저 삭제했습니다.]윤승민이 일부러 공식계정을 지우지 않은 것이었다.[고마워요, 윤 비서님.]그리고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깎인 월급은 함승윤 씨한테 얘기해서 더 얹어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3개월 치 보너스도 드릴게요.]나는 기쁜 마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석지훈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그리고 물을 마시는 석지훈의 모습을 물끄러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