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32화

Penulis: 십일
여태까지 이미숙이 실종되고 경찰의 수색이 성과 없이 끝났을 때, 봉수진은 이미윤을 의심하고 싶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두 자매가 함께 외출했지만, 하필이면 이미숙만 납치되었던 것이다.

만약 범인의 목적이 돈이었다면, 둘을 함께 납치해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납치범은 멍청이가 아니었으니까.

만약 그 목적이 돈이 아니라 단지 몸을 탐냈던 것이라면?

그렇다면 더욱 둘 다 데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이미윤 혼자 멀쩡히 돌아왔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 의심과 불편한 마음은 이미윤이 심정훈과 결혼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미숙이 사라지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너무나 많은 부분이 의심스러웠다.

“증거가 없으니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어. 하지만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확신했어. 이미윤이 범인이라고!”

봉수진은 차갑게 속삭였다.

“나는 살인자와 같은 지붕 아래 살 수 없었고, 더 이상 그 아이를 딸처럼 대할 수도 없었어요.”

‘만약 나마저 진실을 외면한다면, 미숙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내가 가해자를 용서한다면, 미숙이는 그 억울함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이런 생각이 봉수진을 짓눌렀다.

그래서였다.

봉수진은 의도적으로 이미윤과 거리를 두었고,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을 때는 차가운 말과 행동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이미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절대 손에 넣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당신은 왜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

이춘재의 눈빛에는 깊은 고통이 스며들어 있었다.

“내가 말하면 당신은 믿었을까요?”

봉수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도 내가 일부러 이미윤을 멀리한다고 생각했겠죠. 내 성격이 변했다고. 그러니 내 말을 믿었을 리가 없잖아요.”

이춘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해, 미숙아, 그리고 당신에게도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렸다.

“아빠,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이미숙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건, 후회하고 슬퍼하시라고 한 게 아니에요.”

그녀는 한 글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3화

    이미숙은 두 노인에게 당시의 진실을 모두 털어놓았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춘재와 봉수진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깊은 원망 또한 피할 수 없었다.다행히 충격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이미숙은 마음이 놓였다.시간이 지나면서 두 노인은 조금씩 평정을 되찾았고, 이주 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얼굴로 명절을 맞이했다.이미숙과 소진헌 부부도 L시로 돌아가지 않았다.둘은 상의 끝에 당분간 J시에 더 머물기로 했다.하나는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혹여나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이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특히, 그날 이를 악물고 눈빛을 번뜩이며 분노하던 노부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그때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막상 한바탕 울분을 터뜨린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하지만 이미숙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나, 자꾸 뭔가 불안해요.”소진헌은 그녀가 너무 걱정이 많다며 웃어넘겼다.“당신,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냐? 내가 보기엔 두 분 다 아무렇지도 않으셔. 하루 종일 웃으면서 지내시는데, 그게 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 얼굴이야?”이미숙은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몰라요.”“뭘 몰라?”“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냥... 계속 가슴 한구석이 불안해요.”그 느낌은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과도 같았다.겉으로 평온할수록,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더욱 거대한 폭풍일지도 모른다.왜냐하면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아무도 모르니까....이춘산의 팔순 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은 전 도시에 전해졌다.이 가문은 원래부터 겸손함을 유지해 온 터라,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성대한 잔치를 연다고 하니, 초대장을 받아든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하지만 이 가문이 비록 조용히 지내왔다고 해도,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명문 집안이라는 사실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4화

    “그럼 그게 무슨 말이야?”“헤헤... 내가 말하는 건 바로 이씨 가문 둘째 아가씨의 딸, 이씨 집안의 손녀란 말이야! 듣자 하니 예쁘고 몸매도 끝내준다던데?”“게다가 어르신들께도 사랑받고 있다지. 만약 그 손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10년은커녕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을걸?”“푸하! 감히 이씨 가문의 손녀를 넘봐? 꿈이나 깨라, 초대장도 못 받은 주제에. 헛된 망상은 그만해.”“내가 안 되면, 넌 된다는 거냐?”“그래. 난 충분히 가능하지.”...선우는 마지막 한 모금의 와인을 음미하며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 놓인 화려한 초대장을 바라보았다.“이씨 가문이라, 꽤 흥미롭군요. 내일 구경하러 가야겠네요.”이번 생일 연회에는 전씨 집안뿐만 아니라 강씨 가문과 고씨 가문도 초청을 받았다.선우와 도겸, 동건 모두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이씨 가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둘째 아가씨가 실종된 이유가 산골 마을에 팔려갔기 때문이라느니, 딸을 낳은 후 버려졌다느니, 또는 그녀가 절세미인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둥,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그러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기에,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만 더욱 자극되었다.선우는 흥미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이면 진실이 밝혀지겠군요. 형들도 갈 거예요?”도겸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상황 봐서.”동건은 짧게 대답했다. “아직 정하지 않았어.”“아니, 왜 이렇게 재미없어요? 이제 즐길 거리도 포기한 거예요? 중이라도 된 거냐고요? 욕심도 없고, 재미도 없고.”동건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어쩔 수 없지. 나도 이제 여자친구가 있거든? 너희들과 같은 외로운 솔로들과 어울릴 시간은 없어.”“됐고, 카드 게임이나 해. 할 거야, 말 거야?”도겸은 다소 성가신 듯 선우를 재촉했다.그는 사실 정은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일 이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더라도 단순히 형식적인 자리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선우는 즉시 자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5화

    봉수진은 이미숙의 손을 잡았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 난 널 되찾을 줄은 정말 꿈에도 바라지 못했어. 다행히 하나님은 날 불쌍히 여겨 우리 가족 단란하게 모이게 했구나.”이춘재는 그녀가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슬픈 분위기를 깨뜨렸다. “또 의사의 말을 잊은 거야? 오늘 이렇게 즐거운 날에는 더욱 웃어야 한다고.”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말이 맞아요. 엄마, 한번 웃어 보세요.”봉수진은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면 울어도 못생기고, 웃으면 더 못생기는데, 참...”“어디가요? 분명히 세월이 흘러가면서 더욱 부드럽고 아름다워지셨는데.”한마디 말에 봉수진은 싱글벙글 웃었다.소진헌은 묵묵히 이미숙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말 당신밖에 없다니깐!”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현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저예요.”이춘재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들어와.”현빈은 그제야 문을 밀고 들어섰는데, 한눈에 소진헌과 이미숙 사이에 서 있는 정은을 보았고, 눈에는 놀라움이 번쩍였지만 이내 그 감정을 숨겼다.“밖에 손님들이 거의 다 도착하셨으니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어요.”“그래.” 이춘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나가자. 손님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연회장은 지금 불빛이 찬란하고 매우 떠들썩했다. 이씨 가문의 초청을 받은 손님들이 적지 않은데, 각 업종과 관련되었다. 그러나 같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많아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였다.“어? 나씨 가문도 왔네요? 그 집안은 요 몇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누가 좀 도와달라고 하면 거절하면서 조훈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더니, 어떻게 이번엔 시간을 낸 거예요?”선우는 샴페인을 들고 웃는 듯 마는 듯 구경을 했다.“그리고 주씨 가문의 그 감독도 얼마나 까다로운 분이신지. 내가 직접 찾아와서 광고를 찍으라고 해도 모두 거절을 한 거 있죠?”“또 밥을 사준다고 했는데, 뭐라고 대답한 줄 알아요? 너무 바빠서 접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6화

    “퉤! 재수 없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수민은 어이 없어 하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한다고?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아니면 됐어, 헤헤.”동건은 수민의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혼자 왔어?”“응.”“너희 집에서 널 대표로 파견한 거야?”“쳇, 나 오늘 우리 가문 대신 온 거 아니야.”동건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누구를 대신해서 온 거야? 우리 가문 대신일 리는 없잖아. 헤헤, 사실 생각해보면 안 되는 것도 아니지.”“결국 너는 지금 내 여자친구이니 우리 가문 예비 며느리잖아. 고씨 가문을 대표하는 것도 너무 적합하지 않아?”“흥! 꿈이나 깨! 난 남을 대표하러 온 게 아니야. 나 혼자 왔어.”“그게 무슨 뜻이야?”수민은 손에 든 초대장을 흔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초대장은 모두 붉은색이었지만, 그녀의 것은 핑크색이었다.“봤지? 개인 초대장이야.”“네가?” 동건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안 돼?”개인 초대장은 일반적으로 주인집에서 가까운 친척이나 중요한 인물에게 보내는 초대장이었기에 특별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그런데 수민은 왜 갖고 있는 것일까?“너 이씨 가문과 아는 사이야?”‘아닌데, 수민이 이씨 가문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없는데. 설령 있다 하더라도 조씨 가문에게 줘야 하는 거 아니야?’수민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 번 맞혀봐.”동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때, 선우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도겸이 형, 여기!”도겸은 그를 향해 걸어갔다.“형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선우는 도겸에게 말했다.도겸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냥 얼굴 좀 내밀려고. 나중에 볼일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해.”“그렇게 바쁜 거예요?” 선우는 놀라며 물었다.“응, 오늘 저녁에 G시에 가야 해서. 지사 쪽에 문제가 생겼어.” 도겸은 담담하게 말했다.선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웨이터에게서 와인 한 잔을 가져왔다. “형, 마셔봐. 이 술 괜찮아.”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7화

    이춘재가 손을 내밀자, 모두들 그의 손을 따라 바라보았다.이미숙과 소진헌이 손을 맞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이춘재는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가 제 딸 이미숙이고, 옆에 있는 분은 제 사위 소진헌입니다.”“사실 저도 전에 이미 제 딸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소문이 무엇인지 저도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이 말을 하자, 무대 아래 사람들의 표정이 다소 불편해졌다. 그 소문이 터무니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자리의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퍼뜨렸기 때문이다.이춘재는 계속해서 말했다. “소문이란 것이란 본래 사실과 다르게 퍼지기 때문에 쉽게 믿을 수 없는 법이지요. 모두들 이렇게 궁금해하시니, 저도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제 딸의 본명은 이미숙이고, 현재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운이 좋아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적도 있습니다.”모두들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운이 좋은 거라고요?”이춘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그는 다시 사위인 소진헌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사위는 일반인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고등학교에서 물리 교사로 재직 중이며, 성실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별히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이춘재의 설명이 끝나자, 봉수진이 무대에 올라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 외에도 한 사람을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저희 손녀입니다. 이씨 가문의 공주님이자, 저희 부부의 소중한 손녀, 소정은입니다.”말을 끝내자, 현빈이 정은을 데리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그 순간, 오빠라는 그의 신분이 온 세상에 발표되었다.현빈은 이미 이 순간을 예상했었다. 그동안 두 어르신은 이미숙을 그렇게 중시했으니 어떻게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겠는가?하지만 그 순간, 현빈은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씁쓸함과 허탈함을 느꼈다.‘이제부터, 남들 눈에 있어 우리는 남매일 뿐이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8화

    “정은 누나가 이씨 가문의 손녀라니?” 선우는 다시 한번 경탄했다.‘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네! 그런데 잠깐만...’“그럼 현빈이 형이랑 남매 사이인 거 아니에요?”이 발견에 선우는 깜짝 놀랐다.‘드라마야 뭐야, 애인이 결국 남매가 되다니?’선우의 첫 반응은 현빈이 미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다 고개를 돌려 도겸을 바라보았다.그는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처음엔 멍해졌고, 후에는 의혹을 느꼈는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으며 마지막엔 광희와 격동이 뒤섞인 얼굴로 변했다.선우는 지금까지 한 사람의 얼굴에서 그렇게 많은 감정을 본 적이 없었다.감정은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도겸이 형? 형?!”도겸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뭐라고?”“정은 누나랑 현빈이 형은 남매였어요...”“응, 남매였어. 그래서 가족사진에 정은이 있었던 거야...”‘어쩐지 심현빈과 함께 이씨 가문에 찾아갔더라니. 난 또 정은이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러 간 줄 알았지.’도겸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형, 표정 관리 좀 해요.”“그렇게 할 순 없어.”‘어! 이건 또 뭐야!’“지금 고소하다고 느끼는 거예요?”도겸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심현빈의 고의적인 행동에 비해 난 매우 착한 거 아니야?”‘분명히 엉뚱한 생각을 했으면서.’...다른 한 구석에서 이미윤은 무표정하게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춘재가 무대에 올라 정식으로 이미숙과 소진헌 부부를 소개했고, 이어서 봉수진까지 무대에 올라 대중 앞에서 정은의 신분을 공개했다.그뿐만 아니라 정은이 이씨 가문의 ‘공주’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마지막엔 자신의 친아들까지 정은과 함께 무대에 세웠다.마치 ‘우리가 정은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온 세상에 알리려는 듯한 분위기였다.그 광경을 보던 이미윤은 처음엔 냉소를 지었고, 점점 질투가 일어나더니 끝내 마음 한켠이 영 달갑지 않았다.‘생일잔치에 딸 되찾은 것을 발표하다니!’“미윤아? 미윤아!”“응? 방금 뭐라고 했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9화

    이미윤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그러나 그녀 곁에 서 있던 강서원은 그런 이미윤의 감정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상대방이 지금 얼마나 짜증나고 있는지 알 리 없었고, 오히려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지, 이렇게 고생을 많이 했으니 잘 대해줘야지...”말을 하면서도 강서원의 관심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막내아들에게 쏠려 있었다.그렇다. 재석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다.하지만 그는 개인 초청장을 받았고, 수민과 같은 핑크색 초청장이었다.그래서 두 사람 모두 가족과 따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자신이 낳은 자식이니, 강서원은 자신의 아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재석이 꼼짝도 하지 않고 무대를 응시하는 걸 보니, 딱 봐도 정은을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이미 넋을 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강서원은 심지어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 무대 위를 바라보며 정은에게 넋을 잃고, 정신을 놓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못났어! 정말 못났어!’그리고 강서원은 또 조카딸 수민을 바라보았다.‘아니야, 차라리 보지 말자. 수민이는 재석보다 더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정말 수준 떨어져.’‘소정은이 도대체 두 사람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두 사람 왜 하나 같이 그 아이한테 푹 빠져 있는 걸까? 어째서 모두들 이렇게 마음을 빼앗긴 거냐고?’수민은 무척 흥분해했다.만약 이곳이 연회장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벌써 탁자 위에 올라가 소리쳤을지도 모른다.“정은아, 네가 최고야! 정은아, 사랑해! 정은아, 난 너밖에 없어!”동건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렇게 소리를 지를 정도야? 누가 보면 네가 이씨 가문의 손녀인 줄 알겠어.”“무슨 소리야? 난 정은이를 위해서 기뻐하는 건데.”이제 이씨 집안으로 돌아갔으니, 앞으로 그 누구도 정은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강도겸도, 너도, 나도 정은이를 괴롭힐 순 없어!”동건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0화

    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공기마저 흐르는 것을 멈춘 듯했다.‘소중한 외동딸?’‘무슨 뜻이지?’‘이씨 가문에는 딸이 둘 있지 않았어?’다들 알고 있듯이, 큰딸 이미윤은 J시에서 손꼽히는 재벌 집안 심씨 가문에 시집갔다.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인정받지 못하게 된 걸까?현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분수를 알고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따지지는 않았다.이미숙과 소진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올게 왔구나!’봉수진의 ‘폭탄'이 여기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그렇게 결국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하지만...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미윤이 이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봉수진은 제멋대로 굴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이미윤이 자신의 딸을 해쳤으니, 이제부터 봉수진도 이미윤을 딸로 삼고 싶지 않았다.원래 피도 섞이지 않은 인연일 뿐이었다.이제껏 이미윤을 키워서 재벌 가문에 시집보냈으니, 두 사람의 인연도 다한 셈이었다.이제부터 그들은 ‘모녀’가 아니라, 남으로 될 것이다.무대 아래에서 이미윤은 두 어르신이 자신에게 미리 아무 말도 없이 일을 진행한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오늘은 그녀 혼자 초대장을 들고 왔고, 심정훈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지난번 두 사람이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한 이후로, 심정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이미윤은 그가 두 어르신에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동안 지켜본 결과, 심정훈이 그러게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왜냐하면, 이춘재와 봉수진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두 어르신이 이미숙의 실종이 이미윤의 소행이라는 걸 알았다면, 반드시 찾아와 따졌을 것이다. ‘두 분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야.’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이틀... 일주일을 보냈고, 이주가 지나도 두 어르신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이미윤은 완전히 안심했다.아마 이미숙도 이 사실

Bab terbaru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6화

    정은은 벌떡 일어나 재석에게 달려갔다.남자의 눈은 꼭 감긴 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기 그지없었다.“선배님? 선배님... 제 말 들리세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재석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좀처럼 뜨이지 않았다.“선배님! 제발 깨어나세요!”간절한 외침 끝에, 재석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정은아?”“하...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정은이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찰나, 갑자기 재석의 손이 뻗쳐 나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거센 힘으로 당기더니 그녀는 고스란히 재석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이었다.“꺅...!”‘지금... 뭐야 이게?!’“정은아...”남자의 숨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거칠게 들려왔다.얇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둘이 몸이 너무 가까워서, 마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서로를 녹일 것만 같았다. “읏...”재석이 저도 모르게 신음하듯 소리를 내뱉었다.정은의 온몸이 굳어버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자, 정신이 흐려진 듯한 재석의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설마, 약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거야?’정신을 다잡은 정은은 바로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재석을 밀어 침대 쪽으로 눕힌 후, 온몸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이마에 손을 얹었다.“앗!!!”뜨거운 열기에 놀란 정은이 입을 틀어막았다.‘이건... 단순한 열이 아니야. 열기가 심하게 오르고 있어...’“선배님! 제 말 들려요? 정신 좀 차려봐요! 선배님!”하지만 재석은 계속해서 중얼댔다.“정은아... 정은...”단지 이름을 부를 뿐인데, 묘하게 끈적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그 숨소리와 어우러지니, 괜히 귀가 달아오르는 듯했다.‘하... 미치겠네. 이 분위기 뭐야...’정은은 괜히 고개를 숙였지만, 시야에 들어온 건, 벌어진 가운 틈 사이로 드러난 재석의 단단한 상체.잘 정리된 근육, 그리고 땀으로 촉촉이 젖은 피부.‘어?!’‘눈을 어디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5화

    수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해졌다. 그녀는 마치 정신 잃은 파리처럼 방 안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의심하면 어때? 네가 입 다물고 있으면, 증거는 없어. 결국엔 풀어줄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듣자, 수아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정하기 시작했다.“그 약... 도대체 뭐야? 순도가 높고 효과도 강하다고 했잖아. 근데 조재석은 멀쩡해 보이던데?”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쪽이 대답했다.[질문이 너무 많네.]수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우린 협력 관계야. 말투 좀 조심하지 그래?”[하... 말투? 협력 관계라 했지? 좋아, 그럼 하나 묻자. 넌 뭘 했는데? 약은 내 거고, 약을 넣은 것도 내가 보낸 사람이야.][넌? 목욕하고, 옷 벗고 조재석이랑 자는 게 다였지? 웃기지 마. 날로 먹으려다 다 망쳐놓고, 지금 나한테 협력을 운운해? 네가 감히?]그 모욕적인 말에 수아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분노했다.“너... 대체 누구야? 뭘 원하는 건데? 피해자인 척하지 마. 너도 결국 나를 이용해서 조재석을 치려고 한 거잖아! 우리 둘 다 깨끗한 거 없어!”[쳇, 멍청한 것.]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수아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야! 뭐?! 누가 멍청하다는 거야?! 말해봐! 여보세요?!”[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를 바랍니다.]‘없는 번호?’수아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췄다. ‘그 사람이 전화를 끊고 내가 다시 걸기까지는 고작 몇십 초...’ ‘그 사이에 유심을 빼고 번호를 없애버린 건가?’‘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 ‘그리고... 그 약은...?’...한편, 재석은 2층 방으로 가지 않고, 아직도 정은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그래도 내가 2층에 가는 게 낫겠지?”정은은 체온계를 내려놓고 말했다.“지금 선배님의 체온 몇 도인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4화

    경찰 쪽의 출동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호텔 측도 연락을 받자마자 즉시 직원을 보내 협조에 나섰다. 양쪽이 제일 먼저 한 건 재석이 머물던 객실을 출입 통제하고, 실내 공기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었다.이후 호텔 총지배인과 함께 보안실로 이동해 CCTV 영상을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졌으니, 구경하러 몰려드는 투숙객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의 빠르고 능숙한 대응 덕에 곧 정리되었다....그 와중에 재석 옆방, 수아의 방은 단 한 번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궁금해서라도 문 열고 한 번쯤 내다보지 않겠는가? 하물며 ‘잘 아는 조 교수’가 쓰러졌다면 더더욱.피하려는 티가 너무 나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그런 태도는 더 수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수아는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챌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 그녀는 그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방 안을 종횡무진 오가며, 말 그대로 뜨거운 철판 위에 떨어진 개미처럼 불안과 초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했고, 입가는 경련이 난 듯 떨렸으며, 손의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정은과 얘기하고 나서 돌아온 뒤부터 수아의 가슴은 한시도 가라앉지 않았다. 몇십 분이 지났는데도, 옆방은 너무 조용했고, 마치 재석이 그 방 안에서 증발이라도 한 것 같았다.그리고 경찰이 도착했다.도어 스코프로 제복을 본 순간, 수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경, 경찰? 누가, 누가 신고를? 설마...’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정은은 방에서 나온 재석이 경찰과 정식으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본 순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진짜 신고했어... 조 교수가... 직접...’‘어떡해... 이러다 경찰이 나까지...’절망감에 휩싸인 수아는, 침대 위에 던져져 있던 핸드폰을 불현듯 바라보았다. ‘전화해야 해. 지금 이대로면 안 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3화

    “왜... 그러세요?” 정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자의 손바닥은 너무 뜨거웠다. 마치 불에 달군 듯한 쇠가 손목을 감싸는 순간, 그 열기가 피부를 타고 전해져왔다. ‘이건... 단순한 열 아니야.’ “정은아, 너...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아?” 재석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묘하게 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정은은 한 손에 든 해열 패치를 흔들며 말했다. “선배님의 이마에 해열패치를 붙이려고요. 이게 문제라도 되나요?”재석의 시선이 깊어졌다. “지금 넌, 약 먹은 남자를 곁에 두고 있는 거야.”“그래서요...?” 정은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위험할 수 있어.”“선배님, 날 위험하게 만들 거예요?” 정은의 반문에, 재석은 씁쓸하게 웃었다.“나...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 이런 상태에선...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가 정은의 손목을 붙잡은 순간, 말랑하고 차분한 감촉이 손끝에 번졌다. 마치 고운 비단처럼 스치는 그 감촉은 도리어 더욱 강한 갈증을 불러왔다. ‘더... 갖고 싶어졌어. 손목만으로는 부족해. 그 이상을 원해.’하지만, 정은이 나직이 말했다. “아니에요.” 재석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뭐?” “선배님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에요. 정말로 선을 넘었을 거였다면, 아까 욕실에서 이미... 그렇게 됐겠죠.”재석은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정은은 아무 말 없이 해열 패치를 꺼내 남자의 이마에 붙였다.“좀 괜찮아졌어요?” “응, 약 먹었으니까 곧 나아질 거야.”“그, 그거 말고요.” 정은은 살짝 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열 말고... 그쪽 말이에요. 몸 상태는... 좀 가라앉았어요?”재석의 얼굴은 이미 붉었지만, 그 순간엔 귀까지 활활 타올랐다. “너... 그거, 들었어?” ‘설마... 그 소릴 들었단 말이야?’‘얼마나 들은 거지?’ ‘혹시 나를... 더럽다고 생각했다면...’재석의 입술이 움찔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2화

    정은은 남자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지금 재석의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가...그게 어떤 감정의 결과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설마...’“그렇게 오래 있었는데도, 아무 효과가 없었어요?” 그녀는 등을 돌리고 있는 재석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대신 들려온 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고 힘없는 목소리였다. “응...” “그럼, 선배님... 난...” 정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쩐지 숨이 막히고, 입술이 덜덜 떨렸다. “정은아... 나가줄래?” 재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런... 비참한 모습, 너한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부탁이야...”그 말에 정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알겠어요.”조용히 욕실을 나서며, 문을 부드럽게 닫았다. 그 순간,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참자, 참아야 돼...’정은은 견딜 수 없었다. ‘저 남자... 지금 나한테 애원하고 있잖아.’ ‘자존심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나한테 부탁하고 있잖아.’ 그래서, 정은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욕실 안, 문이 닫히자마자 재석의 굳어 있던 등이 무너지듯 내려앉았다. 그대로 물 속으로 몸을 맡기며, 다시 깊숙이 침잠해 버렸다. 차가운 물이 사지를 감쌌지만, 몸 안에서 타오르는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아니야... 아까, 잠깐이었어. 정은이가 손을 댔을 때... 그때는 분명...’정은의 그 손길에서 전해졌던 미묘한 시원함, 재석은 그 순간만큼은 분명 조금 나아졌었다. 그걸 느꼈기에, 그는 오히려 더더욱 참기 힘들었다. 그게 얼마나 달콤했는지 알기에, 지금 이 고통은 배가 됐다. ‘이 상태로 정은이를 곁에 두면... 분명 난, 감당 못 할 거야.’ 재석은 다시 머리까지 물에 담갔다. 시야는 가려지고, 숨결은 끊겼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정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1화

    정은은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수아는 참다못해 방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조 교수님 뵌 적 있어?” “네, 만찬 자리에서요... 같이 돌아왔죠.”“그, 그다음엔...?”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하게 물었다.“그다음이요?” 정은은 눈썹을 찌푸리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돌아온 이후에, 조 교수님이 너한테 다시 안 오셨어?” 정은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수아를 몇 번 훑어보았다. “이 시간에, 조 교수님이 저를 찾아올 이유라도 있나요?”“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수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하지만 정은은 수아를 위아래로 찬찬히 훑어보다가,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선배님 지금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설마... 조 교수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그 말과 동시에 정은은 재석이 있는 맞은편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수아는 재빨리 정은을 붙잡았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조 교수님은 분명히 쉬고 계실 텐데, 괜히 방해해서 뭐 하려고?” “그럼 방금 말한 건... 도대체 뭐예요?” 정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그, 그냥 물어본 거야. 조 교수님이 혹시 너한테 들렀나 해서. 왜, 안 돼?” 수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돌아서 자기 방으로 걸어가 버렸다.걸으면서도 투덜거렸다. “진짜 피곤하게 굴어. 피해망상 있는 거 아냐...?”‘더 말하다간 내 표정에서 다 티 날지도 몰라... 소정은, 눈치는 또 왜 이렇게 빠른 거야.’수아는 차마 더 머물 수도, 더 물을 수도 없었다. 정은의 방에 들어갈 기회를 찾기는커녕, 지금은 그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은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욕실로 향했다.욕실 안, 커다란 욕조는 이미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수도꼭지는 아직도 틀어져 있었고, 넘친 물은 욕실 바닥을 흥건히 적신 상태였다. ‘언제부터 이랬던 거지?’ 정은은 물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0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아는 초조하게 방안에서 왔다갔다했다.1분 안에 시계를 수십 번도 더 본 것 같았다.수아는 입술을 깨물었고, 조용한 환경은 그녀의 마음속의 불안함을 확대시켰다.수아는 몇 차례 핸드폰을 들려고 했지만, 결국 다시 책상 위에 엎어 놓았다.마침내 그 시간이 되자, 수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재빨리 방문을 열어 복도로 나왔다.이어 표정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린 뒤, 평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교수님, 계세요? 제가 방금 실험보고서를 정리할 때 A, 아니다, 3조의 데이터에 문제가 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교수님 찾아 토론하고 싶은데, 지금 괜찮으세요?”안에는 응답이 없었다.“교수님? 저 수아예요.”안은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발작하기 시작했나 봐. 아마 지금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을 거야.’“교수님?! 괜찮으세요?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 일단 문부터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지금 너무 걱정된단 말이에요...”문을 족히 2분이나 두드린 수아는 손까지 부었지만, 안에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수아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인가?’‘아니야, 난 분명히 옆방에서 문 여는 소리를 들었고, 특별히 문구멍으로 확인했어. 교수님은 40분 전에 확실히 방으로 돌아갔다고,’‘설마... 돌아온 후에 또 나간 거야?’‘그런데 이 시간에 나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그러나 안에 만약 정말 사람이 있다면, 재석은 문을 열지 않더라도 대답을 했을 것이다. 절대로 지금처럼 귀머거리인 척할 리가 없었다.수아는 참지 못하고 문구멍으로 다가가더니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나 안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수아는 또 문에 엎드려 안의 동정을 살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계속 두드리며 떠볼 수밖에 없었다.“교수님, 안에 계신 거 알아요. 저한테 정말 중요한 일이 있으니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그러나 적막이 흐를 뿐이었다.여자의 안색은 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19화

    정은은 차갑게 웃었다.“송 교수님에게 있어, 약간의 성과를 거둔 여성은 모두 남자에 의지했단 건가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네스과학기술대학교 백지예 교수님은요?”“국내에서 손꼽히는 천문 물리학자일 뿐만 아니라, 국가 우주선 발사기지의 교수이기도 하잖아요.”“백 교수님은 누구를 의지하셨나요? 이 분야에서 누가 백 교수님보다 더 대단한 거죠? 송 교수는 어떻게 한 마디로 우수한 여성의 노력과 성과를 부정할 수가 있죠?”“그 더러운 생각 때문에? 그래서 누구를 봐도 다 부당한 수단으로 올라온 것 같은 거예요?”“아니면, 송 교수님의 머릿속에는 더럽고 저속한 것들만 있을 뿐, 과학사업을 위해 헌신한 여성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예요?”“오늘까지만 해도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박식하고 덕망이 높은 교수님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네요.”송정후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바로 이때, 오미선은 왼쪽의 작은 문을 열고 나왔고, 안경 뒤의 눈은 차갑게 그를 주시했다.“송 교수, 방금 한 그 말 다 들었어. 정은이는 내 학생이야. 지금 무엇을 암시하거나 인도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내 학생이 그 어떤 모독과 무시를 받는 것도 용납하지 않아.”“당장 정은이에게 사과해!”오미선은 목소리가 우렁차서 마치 자식을 보호하는 암컷 사자와 같았다.송정후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해졌다.‘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니. 잠시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지도 몰라. 그래도 내 체면이 중요하지...’“방금 난 농담을 한 것일 뿐인데...”정은은 송정후의 말을 끊었다.“이런 농담은 조금도 웃기지 않아요.”재석도 담담하게 말 한마디 덧붙였다.“만약 이런 농담이 여성의 노력과 헌신을 무시하고, 교수님과 학생에게 부당한 관계가 있다고 모함하는 것이라면, 그건 너무 과분한 것 같은데.”송정후는 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18화

    웨이터에게 물어본 후에야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그러나 다가오자마자 송정후가 쫓아오더니, 더러운 손으로 정은을 잡으려 하는 것을 볼 줄이야. 재석은 다급해지는 바람에 바로 입을 뗐다.송정후는 몸이 굳어졌다.정은은 멍하니 있다가 웃으며 재석을 향해 걸어갔다.“교수님.”재석은 정은이 다치지 않았단 것을 여러 번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왜 나왔어? 밖은 춥지도 않니?”지금 재석의 말투가 너무 부드러워서, 방금 송정후를 호통친 모습과 그야말로 극과극이었다.“안이 좀 답답해서 바람 좀 쐬러 나왔는데, 뜻밖에도 미친 개를 만날 줄은 몰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오지 말걸 그랬어요.”정은은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지금 그녀는 송정후의 코를 가리키며 ‘네가 바로 그 개’라고 말할 뻔했다.송정후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이때 갑자기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또 누구의 학생이 이렇게 날뛰는지 했는데, 알고 보니 조 교수의 학생이었구나? 어쩐지.”“한동안 못 봤는데, 조 교수는 언제 이렇게 예쁜 여학생을 제자로 삼은 거지? 가르칠 때 몸이, 아니지, 마음이 엄청 편하겠지? 말하자면, 네 곁에는 항상 예쁜 여자가 많았지. 정말 부럽네 부러워.”송정후는 갑자기 비아냥거리더니 재석을 모함했다.올해 초, 두 사람은 같은 국가급 프로젝트를 경쟁했는데, 송정후는 재석에게 졌기에 두 사람 사이가 이미 틀어졌다.그후 또 ‘가장 뛰어난 청년 연구원’ 선정에서 재석과 다투었는데, 송정후는 재차 실패를 거두었다.두 사람은 지금 라이벌과 다름이 없었다.송정후는 H시에 있고, 재석은 J시에 있는데, 두 사람은 일년 내내 몇 번 만나지도 못했다. 그래서 송정후가 수를 써서 체면을 되찾으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 기회가 이렇게 찾아왔으니 당연히 잘 이용해야 하지 않겠는가?송정후는 웃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나는 또 조 교수가 정말 정직한 사람인 줄 알았지. 그런데 그저 눈이 좀 높았던 것뿐이었네?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만 손을 대다니,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