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미숙은 꿈에서도 자신의 미스터리 작품이 다시 출판되길 바랐다.유보영을 찾아 몇 번이나 상의했지만, 그녀는 항상 다른 이유로 거절했다.그러나 지금, 앞의 이 남자가 갑자기 이 작품들을 출판할 수 있다고 말하다니.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었다.“만약 작가님께서 동의를 하신다면, 저희는 즉시 도서 번호를 신청할 것입니다. 동시에 인쇄공장과 매체에 연락하여 사전의 모든 준비를 마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조판, 인쇄, 홍보, 출시가 남았죠. 전체 과정은 두 달 안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저작권료와 후속 수입 배분에 관해서, 저희는 이렇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다 보신 후에 의견을 제출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잘 상의할 수 있습니다.”나석천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다.제시된 저작권료와 배당 비율도 매우 성의가 있었다. 그 외에 그는 심지어 계약서까지 들고 왔다.이미숙은 처음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나중에는 나석천의 말을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나 선생님.”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미안해요...”나석천은 이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제시한 조건은 이미 상당히 완벽하지만, 제 자신 때문에 그래요. 저도 잠시 냉정을 취해야 할 것 같아요...”10년 동안 자신의 작품이 매몰된 이미숙은 지금 엄청난 경계를 하고 있었다.비록 나석천이 매우 솔직하고 성의가 넘쳤지만, 당시 유보영이 찾아와서 계약을 하려 했을 때도 이랬다.그러나 그 결과, 이미숙은 지금 트라우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나석천은 실망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미숙의 선택을 존중했다.“이 작가님, 지금 작가님의 심정을 잘 이해합니다. 누가 이런 일을 당하더라도 한동안 우울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완벽한 미스터리 추리 작가는 일반 사람보다 더 이성적이고 명석할 것이라 믿습니다.”“이것은 제 명함입니다. 위에 저의 모든 연락처가 있으니, 만약 생각을 바꾸셨다면 저와 텐스출판사가 작가님이 가장 먼저 연락하고 싶
정은과 소진헌은 카페 밖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이미숙이 심각한 표정을 하다가 마지막에 미안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보니 분위기가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것 같았다.나석천은 이미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했지만, 이때 이미숙이 고개를 들어 무슨 말을 했다. 그는 마치 불과 닿은 촛불처럼 열정이 다시 넘쳐흘렀다.그리고 다시 앉아서 계속 이미숙과 상의했다.이번에 이미숙이 말이 많아졌고, 무뚝뚝했던 얼굴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얘기를 끝낼 때, 나석천은 일어나 다시 손을 내밀었다.“이 작가님, 저희와 즐거운 협력을 하셨으면 좋겠네요.”이번에 이미숙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일어나 악수했다.“고마워요. 사실 처음부터 수정한 원고를 내놓으셨다면, 저희의 대화가 많이 순조로웠을 텐데.”그러나 나석천은 고개를 흔들었다.“글은 아주 신성한 존재입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정서를 표현할 수 있으며, 아름다움을 찬양할 수 있지만, 유독 남을 이용하는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이미숙은 감탄했다.“당신은 정말 좋은 편집장입니다. 이번에...”‘또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은은 이미숙에게 나석천의 첫인상에 대해 물었다.“착실하고, 성실하고, 성의가 있어.”“그래서, 지금 얘기를 끝내신 거예요?”“응. 난 이미 희망을 품지 않았지만, 그 성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 자세히 생각해 보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거야. 그럼 서로에게 기회를 줘야지.”집에 돌아온 정은은 계약서를 뒤지다가 갑자기 감탄을 했다.이미숙은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소진헌은 즉시 다가왔다.“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이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척 평등했다. 심지어 이미숙에게 더 이롭기도 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계약서가 책 대신 작가를 체결했던 것이다.나석천이 작품만 보고 작가를 보지 않던 관례를 깨고, 이미숙과
그날 저녁, 정은의 은행카드에는 4천만 원이 더 많아졌다.그녀는 잔액 변동 알림을 받고 멍해졌다. 잠시 후, 정은은 바로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 쿵쿵거리며 옆방으로 달려갔다.“엄마, 왜 저한테 돈을 주시는 거예요?”이미숙과 소진헌은 눈을 마주쳤는데, 마치 정은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미리 예상한 것 같았다.“네 아빠와 상의를 해봤는데, 그때 너 별장을 사느라 엄청 많은 돈을 썼잖아. 전에 우리는 분담할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 돈이 생겼으니 주는 거야. 비록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어도 널 도와 부담을 좀 덜어주고 싶어.”“저한테 돈 많아요!”“알아.”이미숙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네가 돈이 부족해서 준 게 아니야. 별장은 나와 네 아빠가 살고 있잖아. 이제 우리도 여유가 생겼으니, 집을 산 비용을 조금 분담하는 게 당연하지.”“그러나 우리는 가족이잖아요. 이렇게 분명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는데.”“나도 이 말에 동의해. 그래서 넌 계속 우리와 이렇게 따질 거니?”이미숙이 이렇게 말하자, 정은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자, 이제 그만해.”소진헌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 엄마 말 들어. 게다가, 앞으로 우리에게 돈 쓸 곳이 필요하다면, 넌 우리를 무시할 거니?”“그럴 리가요.”“그럼 됐어. 시간도 늦었군. 내일 우린 고속열차 타야 하니까 얼른 자야 돼.”“그럼 이 돈은 우선 제가 관리하고 있을게요. 돈 쓰실 곳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그래, 얼른 가서 자.”정은은 그제야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이미숙이 말했다.“우리 착한 딸이 또 잠을 설치겠어요.”“사실 정은 이런 돈에 신경을 쓰지 않을 거야...”소진헌은 정은에게 돈이 꽤 많다는 것을 대충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아마도 수백억 정도는 있을 것이다.이미숙이 갑자기 정색을 했다.“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건 정은의 돈이에요. 우리가 준 돈이 아무리 적어도 부모님으로서의 마음이고요.”이것은 돈이 많든
이날, 정은은 일찍 일어나 먼저 학교에 가서 등록한 후, 다시 입학수속을 밟았다.개학식은 이튿날이었다.정은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지 않기 때문에 마침 짐을 옮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후에 할 일이 없었다.그래서 정은은 정보학과에 가서 성달수를 찾았다.“정은아? 네가 웬일이야?!” 성달수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교수님 뵈러 왔죠. 아니면 제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탓하시면서 삐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일부러 저를 시험하고 싶으시다면서 사실은 기말 시험지를 준비하고 계실지도 몰라요.”“에헴!” 성달수는 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나도 시험 문제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문제를 충분히 이용한 거야!”두 사람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도중에 정은은 사무실에 오라는 오미선의 전화를 받고서야 성달수와 작별을 했다.“오미선이 부른 거야?”“네.”성달수는 콧방귀를 뀌었다.“그 사람일 줄 알았어. 남이 널 빼앗아갈까 봐 두렵긴.”‘남들이 탐낼까 봐 얼마나 잘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니깐.’정은은 오미선의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왔어, 정은아? 어서 들어와.”오미선은 웃으며 정은에게 손짓했다.“마침 잘 왔어. 너희들끼리 인사 좀 나눠.”오미선은 올해 도합 3명의 대학원생을 모집했는데 정은은 그중의 하나였고, 나머지는 1남1녀였다.남자의 이름은 임서준이었고, J시 사람이며 나이는 22살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대학원으로 진입했다.1미터80센티미터의 키에 잘생긴 외모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킹카가 다름없었다. 다만 표정이 차가워 보여서 쉽게 다가가면 안 되는 소외감을 주었다.맞은편에 앉은 하민지는 그의 기질과 정반대였다. 동그란 얼굴은 불그스름했고. 정은과 눈을 마주치자 즉시 활짝 웃으며 귀여운 보조개 2개를 드러냈다.통통하지만 정말 깜찍했다.“다들 서로에 대해 잘 알았겠지? 앞으로 3년 동안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민지는 말문이 막혔다.정은은 과자를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어때요? 맛있어요?”정은을 바라보는 민지의 눈빛은 기대를 머금었고, 마치 칭찬을 원하는 아이 같았다.“응, 질리지 않고 맛있어.”“그렇죠? 제가 많은 브랜드를 먹어봤는데, 이 브랜드의 초콜릿 과자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생각하다 민지는 또 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조금 먹을래?”“아니, 고마워. 열량이 너무 많아서 먹으면 살찌기 쉬워.”그는 다른 뜻이 없었다. 다만 최근 운동을 하고 있었기에 음식을 통제해야 했다.그러나 키 1미터60센티미터에 몸무게가 70KG 넘는 민지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이 친구 무슨 뜻이지? 지금 날 비웃는 거야?!’정은은 얼른 입을 열었다.“민지야, 하나 더 주면 안 돼?”민지는 바로 정은의 곁에 앉았는데, 마치 억울함을 당한 작은, 아니 큰 강아지와 같았다.“정은 언니밖에 없어요.”서준은 영문을 몰랐다.과자는 어느새 바닥이 났다. 정은은 세 조각을 먹었고 나머지는 모두 민지 혼자 해치웠다.민지의 몸이 튼튼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잘 먹고 잘 웃으니 통통하면서도 귀여웠다.이때 오미선도 돌아왔다. 그녀는 세 사람의 학교카드와 학생증을 가져왔다.“5시 30분이네. 우리 같이 식당에 가서 저녁 먹을까?”세 사람은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사람이 많아서 일행은 닭볶음탕 먹기로 결정했다.식당 5층에는 큰 룸이 있었는데, 동그란 식탁에 10명 정도 앉을 수 있었다.민지는 Y시에서 왔기에, 정은은 음식을 주문할 때 특별히 달콤한 음식을 하나 시켰다.민지는 또다시 정은에게 반했다.서준은 말이 많지 않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정은도 그를 챙기기 귀찮아졌다.오미선의 입맛을 고려하여 정은은 또 그녀가 좋아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 두 개를 주문했다.매운 음식, 단 음식이 다 있었기에, 네 사람은 모두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다 먹은 다음, 오미선은 자신의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이건
“서지예라는 사람, 만만하지 않은 것 같아요.”“이유는?”“대학원 입학 통지가 내려오자마자 제가 신입생 단톡방에 들어갔거든요. 그 안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서지예라고요...”지예는 서비대학교의 우수학생으로서, 비록 성적이 대학원 입시를 면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6편의 SCI를 발표한 적이 있기에 학교에서 그녀를 특별히 입학시켰다.‘천재 소녀’, ‘학술계의 샛별’이란 별명이 있기도 했다.“이분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오미선 교수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5명 중 한 남자아이가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는데, 말투는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다.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신진호는 단톡방의 방장이에요. 하루 22시간 동안 단톡방에 문자를 보내는 거 있죠? 입이 엄청 세요.”진호가 입을 열자, 송지혜는 다른 학생들에게 말했다.“다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얼른 오 교수님께 인사하지 않고.”지예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명성이 자자한 그녀는 성격이 무척 오만했다.경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웃으면 매우 부드러웠고, 목소리도 달콤하면서 듣기 좋았다.“교수님 안녕하세요.”서정은 많이 뻘쭘했다.전에 그녀는 오미선을 여러 번 찾아갔었다. 병문안도 하고 선물까지 줬는데, 오미선을 아예 자신의 조상으로 삼은 것만 같았다.그러나 지금, 서정은 오히려 송지혜의 학생으로 되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 대학원생 자리를 얻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오미선도 서정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서 송지혜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서정은 더욱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오미선과 눈빛조차 마주치지 못했다.탁재민이라는 남학생만이 흥분을 하며 앞으로 달려가서 오미선의 손을 꼭 잡았다.“오미선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저, 저는 탁재민이라고 합니다! 전에 교수님의 논문을 읽은 적이 있고, 강의하시는 영상까지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인을 만날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
이 말은 진호뿐만 아니라 송지혜와 다른 학생들까지 함께 욕했다.“네가 바로 그 나이 많은 대학원생이지?” 송지혜는 그제야 정은을 바라보더니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입은 대단하지만, 실력이 어떤지 모르겠네.”진호가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어느 정상적인 학생이 서른이 다 되어서야 대학원 시험에 붙었겠어요?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재능이 없는 거겠죠. 지금 대학원생으로 될 수 있는 문턱이 이렇게 낮은 거예요?”정은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넌 내 머리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필요가 없지만, 넌 정말 병이 있는 것 같아.”줄곧 소리를 내지 않던 서준이 갑자기 말을 이어받았다.“그것도 미친 개한테 물린 광견병에 걸린 거죠. 사람만 보면 물려고 하니까.”말을 마치자, 서준은 또 송지혜를 바라보았다.“제가 만약 주인이라면, 이런 말을 듣지 않는 개가 자신을 물지 않도록 일찌감치 죽였을 텐데.”송지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진호는 제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다.“지금 누가 개라고?! 너희들이 개지! 너희들 전부 미친 사람들이라고!”정은이 말했다.“누가 짖어대면 그 사람이 개겠지. 교수님, 얼른 갑시다. 이런 길을 막는 개들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잖아요. 재수가 없으니까요.”오미선은 원래 화가 나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바로 가셨다.“그래.”일행 네 사람은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이때, 송지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학교에서 연구비용을 정식으로 비준했어요. 오 교수는 이미 몇 년째 변변한 논문을 내놓지 못했잖아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스스로 이 자리를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양보했을 거예요.”오미선은 갑자기 멈칫했다.“자원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지, 나이 먹어서 매일 돈이나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보다 낫죠. 안 그래요, 오 교수님?”정은은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그건 교수님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죠. 학술 성과는 누가 진정으로 자원의 주인이 되어
개학식이 끝나자, 정은의 대학원 생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수업은 아주 많았는데, 아침 9시부터 점심 12시까지 거의 수업으로 꽉 찼다.민지는 첫날 수업에 지각할 뻔했다. 그래서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왔다.정은은 멈칫하더니 주의를 주었다.“민지야, 너 신발 잘못 신은 거 아니야?”“네?” 민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슬리퍼를 바라보았다.“아니요, 잘못 신지 않았는데, 왜 그래요?”“너... 슬리퍼 신고 수업 들으러 온 거야?”“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우리 집은 여름에 다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거든요. 저도 정숙해 보이기 위해 특별히 크록스 슬리퍼를 샀어요.”서준은 민지를 힐끗 훑어보았다.“이게 정숙하다고?”“그런 게 아니면?!”“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어.”민지는 입을 삐죽거리며 한마디 남겼다.“넌 패션을 몰라.”서준은 확실히 잘 몰랐다.수업이 끝난 후, 세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은은 민지와 서준도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준은 직접 자신의 집에서 지냈고, 민지는 학교 근처에서 아파트 하나를 구했다. 심지어 정은이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다.민지는 정은을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뚱뚱해서 늘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먼저 다가와서 민지와 놀아주는 여자아이가 아주 적었다.그러나 정은은 예외였다.그녀는 거리감 있을 정도로 예뻤지만, 접촉해 보면 사실 정은은 성격이 까칠하지 않았고,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보지 않았다.“정은 언니, 우리 학교 근처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요. 맛도 최고급인데,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와서 사진까지 찍었다는 거예요. 인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엄청 싸다잖아요. 우리 오늘 가서...”민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장미꽃 한 송이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정확히 말하면 정은의 눈앞에 나타났는데, 민지는 단지 그녀와 거리가 가까웠을 뿐이었다.강도겸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옷깃이 살
정은은 농담으로 말했다.“오빠, 고작 2천만 원으로 우리 실험실의 모든 프로젝트에 투자하려고? 에이, 그럼 너무 적은데.”인훈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겠어? 하나만 투자할게!”말을 이렇게까지 한 이상, 정은도 그저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인훈은 자신이 아무 핑계나 대고 준 2천만 원이 앞으로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안겨다 줄지 전혀 몰랐다....새 실험실로 이사했으니 이제 이웃대학의 임시 실험실에 갈 필요도 없었다.당초에 마정일은 호의로 실험실을 그들에게 빌려주었는데, 비록 재석의 체면을 봐주기 위해서였지만 정은은 여전히 감격했다.토요일에 그녀는 꽃과 과일을 사서 마정일을 찾아갔는데, 실험실 열쇠를 돌려주는 김에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마정일의 사무실은 행정동 3층에 있었고, 정은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어 이미 길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마 교수님, 계세요?”안에서 곧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와.”정은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마정일의 사무실은 그란 사람처럼 간단하고 넓으며 질서정연했다.책상과 탁자 하나 외에 소파와 책꽂이었다.나무 다탁 위에는 다기 한 세트가 놓여 있었는데, 금방 끓여내서 방 안에 차 향기가 넘쳤다.뜻밖에도 안에 재석이 있었다.‘선배님을 위해 끓인 것 같군.’“정은이구나.”“조 교수님, 마 교수님, 안녕하세요! 두 분 점심 드셨어요?” 정은은 꽃을 잘 놓은 다음 과일을 옆의 탁자에 놓았다.“당연히 먹었지. 너도 참, 뭘 또 이렇게 사서 오는 거야?”“꽃과 과일일 뿐, 귀중한 물건이 아니에요. 실험실을 저희에게 공짜로 빌려주셨으니 저도 당연히 뭘 좀 사드려야 하지 않겠어요?”“하하...” 마정일은 크게 웃었다.“넌 말재간도 참 좋구나. 무슨 말을 해도 다 일리가 있어. 나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군.”“그럼 그냥 받으세요.” 정은은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재석아, 이 아이 좀 봐. 자신감이 넘쳐서 조금도 겸손하지 않잖아!”재석은
이미숙의 일을 해결하고 정은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J시로 돌아갔다.곧 기말고사가 다가왔기에 대학원은 이미 휴교하고 정식으로 복습기간에 들어섰다.이틀 동안 학교에 없었으니, 비록 수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실험 진도가 적지 않게 지체되었다.민지와 서준은 아직 정은이 데이터를 체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은은 쉬지 않고 실험실로 달려갔다.그다음 며칠도 정은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짐을 풀지 않아 수고까지 덜었다.밀린 데이터를 처리한 후에야 정은은 인훈과 현빈에게 결산해야 할 잔금이 남았단 것을 떠올렸다.이날 저녁, 그녀는 먼저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불러냈다.여전히 서비대학교 밖의 그 레스토랑에서.인훈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이미숙이 입원했다는 것을 듣고 정은에게 상황을 물었다.“다 해결됐어. 오늘 내가 오빠와 심 대표님을 불러낸 것은 주로 잔금에 관해서야... 계약서에 적힌 대로, 공사대금은 3분기로 나누어 지불해야 하잖아. 앞의 2분기는 이미 입금되었고, 오빠 쪽으로 마지막 1분기의 돈을 넣어야 할 텐데. 한번 확인해 봐. 맞다면 지금 바로 잔금 입금해줄게.”“심 대표님, 그동안 줄곧 오빠와 소통했기 때문에 나도 심 대표님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오빠가 계산을 끝내면 심 대표님도 한번 계산해 봐요. 오늘 모두 여기에 모인 이상,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인훈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지만, 정은이 이렇게 엄숙한 것을 보고 그래도 진지하게 한번 체크해 보았다.“아무 문제도 없어.”“응.”다음은 인훈과 현빈이 결산할 차례였다.두 사람은 모두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신속하게 끝냈다.모든 일을 마치자, 세 사람은 마침내 젓가락을 들었다.그동안 인훈과 현빈의 도움을 떠올리며 정은은 차를 따른 잔을 들었다.“오빠, 심 대표님, 실험실을 순조롭게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다 두 분 덕분이에요. 쓸데없는 말 대신 그냥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인훈은 어
“사장님이 하신 그 일들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왔고, 지금 수십 명의 작가들이 연합하여 사장님을 고소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가들은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고요. 만약 정말 소송을 한다면, 저희는 절대로 이길 리가 없단 말입니다!”유보영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누가 인터넷에 올렸는데요?! 이미숙만 날 고소했던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까지...”“합의를 거절하실 때, 이 소식이 전해지면 사장님한테 당한 다른 작가들도 다 같이 연합하여 배상을 요구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신 거예요?!”수십 명이 동시에 배상을 요구하다니, 유보영은 아무리 멍청해도 그게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 변, 지금 가서 이미숙에게 말해요. 합의서에 사인할 테니까, 원하는 만큼 배상할 거라고!”“늦었어요! 오기 전에 전 이미 피해자의 따님에게 연락했는데, 합의를 거절했어요.”“왜, 왜요? 전까지만 해도 합의를 원하지 않았어요?”오지후는 한숨을 쉬었다.“기회는 한 번 뿐이고, 놓치면 더 이상 없어요. 사장님이 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무조건 협조하는 게 아니잖아요.”유보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두 다리가 나른해졌다.인터넷에 폭로된 이상, 유보영의 명예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마지막에 이 일이 해결되더라도 그녀는 더 이상 이 업종을 종사할 수 없었다.그리고 거액의 배상금은 유보영의 가산을 탕진하기에 충분했다.“오 변호사, 나 좀 살려줘요... 잘못을 깨달았으니까 제발. 방법 좀 생각해 봐요...”오지후는 안타까움을 느꼈다.“죄송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돈을 얼마 원하든 다 괜찮으니까, 제발요. 꼭 소송에서 이겨야 돼요!”오지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겨? 그럴 리가. 상대방이 손에 쥔 증거는 사장님을 감옥에 넣기에 충분하다고!’“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장님이 감옥에 들어가는 대신 가능한 한 적은 배상금을 내시도록 쟁취하는 것뿐이에요.”“감, 감옥?! 그
재생 버튼을 누르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명한 작가와 계약한 이유가 무엇일 것 같아? 그 작가에게 유명작이 있기 때문이지! 이 책들은 대부분 출판되어서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어.][돈을 좀 써서 이 작가와 계약을 하고, 겉으로는 상대방을 다시 대단한 작가로 만들겠다고, 꽃길을 걷자고 뻥을 치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기존 작품 판권을 전부 자신의 손에 쥐는 거지.]유보영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직원이었다.“양심도 없는 것!” 그녀는 이를 깨물었다. “녹음은 어디서 났어요?”“피해자 따님이 제공했고, 녹음을 한 이 두 직원도 증언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증거로 삼을 수 있는 증거를 제공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사장님에게 매우 불리합니다.”유보영은 이미숙이 기껏해야 고의상해죄로 자신을 고소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숙을 밀치지 않았으니, 나중에 기껏해야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파손한 죄로 배상만 하면 끝날 줄 알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이미숙이 저작권 침해로 자신을 고소할 줄이야.“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이군! 내가 그때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계약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날 고소해! 오 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오 변호사 오지후는 그녀를 직시했다.“지금 진실을 말씀하셔야 해다. 몰래 작가들의 판권을 운영하여 본인에게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판권을 판매하신 적이 있습니까?”유보영은 눈을 깜박였다.“나도 다 계약서에 따라서...”“있다, 없다만 말씀하세요. 솔직히 말해야 저도 도울 수 있습니다.”유보영은 입술을 깨물고 상대방의 압박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있어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알아맞혔음에도 불구하고 오지후는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런 짓을?!”“내가 그 사람들과 계약을 했고, 그럼 그 작품들도 다 내가 운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자선가가 아니니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에 따라 사장님
J시, 무한 실험실에서.정은은 실험대 앞에 서서 데이터를 세 번이나 수정했다.서준과 민지는 눈을 마주쳤다. ‘뭔가 이상해!’“정은 언니, 어젯밤에 잘 못 잤어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나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어. 오늘 계속 마음이 불안하네.”“오늘 아침부터요?”“그래.”...점심에 정은은 낮잠을 잤는데 상황이 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마치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저녁 무렵, 가까스로 일을 마친 정은은 데이터를 대조한 후 기지개를 켰다.“후, 드디어 끝났다.”민지가 말했다.“나도 다 끝냈는데. 쮼, 너는?”“나도.”“잘됐네! 오늘 밤 드디어 밤을 새울 필요가 없어. 같이 밥 먹으러 갈까? 내가 쏠게.”정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너희들 가, 난 쉬고 싶어.”그동안 정말 피곤했기에 정은은 지금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었다.민지도 뭐라 하지 않았다.“그래요, 정은 언니, 그럼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좋아.”도중에 정은은 택시에 앉아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리자 그녀는 바로 잠에서 깨어났다“어, 아빠.”[정은아, 네 엄마 다쳤으니 얼른 집으로 와!]“네? 엄마가 다쳐요? 왜요? 어쩌다가요?!”[오늘 유보영이 집에 찾아왔다...]이미숙은 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그 순간 피가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다행히 소진헌이 제때에 돌아왔고,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런데도 세 바늘을 꿰매었는데, 의사는 가벼운 뇌진탕이라면 이틀 동안 입원하여 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유보영 그 여자는요?”[도망갔어.]정은은 이를 갈았다.그날 저녁, 그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끊은 후, 마침내 새벽 3시에 L시에 도착했다.이튿날 아침, 정은은 자신이 만든 죽과 3시간 동안 끓인 보신탕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왔다.“정은아?!”소진헌과 이미숙은 모두 놀랐다.“언제 돌아왔어?”“왜 말 안 했어? 내가 데리
“능청스럽게 굴지 마요. 우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어때요? 나는 이미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했어요. 당신이 본 『7일담』이 바로 그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에요. 그러니 나는 당신과 재계약을 할 수 없어요. 지난 10년간의 감정을 봐서, 우리는 좋게 갈라지죠.”“좋게 갈라져?” 유보영은 냉소를 지으며 드디어 연기를 하지 않았다.“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누가 나의 손실을 배상하는 건데?”“당신이 무슨 손실을 입었다는 거죠?” 이미숙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너와 계약을 했어. 10년, 꼬박 10년, 당신은 좋은 책 한 권도 쓰지 못했잖아. 그런데 다른 사람을 찾아가 계약을 하더니 바로 인기 소설을 출시해? 이미숙, 너 지금 날 갖고 장난하는 거지?”“내가 쓰기 싫어서 그래요? 당신이 줄곧 나의 구상을 부정하고, 나에게 출판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이 10년 동안 내가 당신에게 몇 권의 책의 대강을 주었는지 계산해 본 적 있어요? 마지막에는 예외가 하나도 없이 전부 거절을 당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인기를 끄는 작품을 출판하라는 거예요?”“너...”“당초의 계약비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래요, 당신은 확실히 많은 돈을 주었지만, 당신도 날 10년 동안 ‘감금’했잖아요. 이 10년 동안 내 예전에 쓴 책의 판권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당신이 잘 알고 있겠죠.”유보영은 시선을 피하더니 다소 마음이 찔렸다.‘이미숙이 어떻게 그 판권에 대해 알았지?’“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죠? 나는 이미 변호사를 청해 계약서를 확인해 보았는데, 당신은 몰래 내 판권을 대리 운영하겠다는 조항을 추가했죠. 사인할 때 나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직접 이름을 쓰라고 했고요.”“허... 그래서? 이제 돈 계산을 하자는 거야? 변호사까지 불렀다고? 진작부터 날 방비했나 보네.”“당신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요. 전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지만, 지금부터 날 방해하지 마요.”이미숙은 일어나더니 손님을 내
이 시각, 소진헌은 학교에 수업하러 갔는데, 집에는 이미숙 혼자밖에 없었다.J시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새 책의 대강을 구상했고, 학교 괴담을 주제로 한 공포 소설을 창작할 계획이었다.그사이 정은이 전화를 걸어 실험실 완공식에 초청했지만, 부부는 아쉬움을 느끼며 거절했다.소진헌은 수업을 해야 했기에 떠날 수 없었고, 이미숙은 창작을 해야 해서 방해를 받으면 안 됐다.이야기가 이미 태반이 완성되고, 곧 마지막 장을 끝내려 해서 이미숙은 요즘 자신을 방에 가두었다.유보영이 문을 두드릴 때도 이미숙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 문을 열러 가는 길에 머릿속에서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그...”유보영은 미소 지었다.“오랜만이에요, 이 작가.”이미숙은 이마를 찌푸렸다.“당신이었어요?”“그래요, 그래도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유보영은 내색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인테리어가 이렇게 호화로운 걸 보니 정말 부자가 된 모양이야.’이미숙이 거절을 하기 전에 유보영은 하이힐을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이미숙은 비록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유보영이 떠들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웃고 있었기에, 예의상 이미숙은 그녀를 내쫓지 못했다.더군다나 이미숙도 유보영이 오늘 무엇을 하러 왔는지 궁금했다.“앉아요.” 이미숙은 물 한 잔을 따라 탁자 위에 놓았다.유보영은 앉은 후,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당당하게 별장 곳곳을 살펴보았다.“이 작가님, 이사를 해도 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거예요? 내가 예전에 이 작가님이 살던 곳에 달려가서 얼만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전화해도 항상 전원이 꺼져 있어서 나도 이곳을 찾느라 애를 엄청 썼어요.”이미숙은 대답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그게요, 우리 계약도 곧 만기 되어 가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아주 잘 협력했고, 재계약도 형식일 뿐이에요. 하지만 형식이라도 같이 사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것 좀 봐요...”말하면
그리고 유보영의 밑에 이런 작가가 무려 수십 명이나 있었다.“어머!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그 작가들은 바보 아니에요? 판권 같은 것을 팔려면 작가 본인의 동의를 거치고 사인까지 해야 되잖아요?”장민영은 가볍게 흥얼거렸다.“넌 매일 그렇게 많은 계약을 복사하는데, 위의 상세한 조항을 보지 않았니?”“어?”“유 사장님은 계약을 할 때 이미 작가의 명의로 된 기타 서적의 판권 대리권을 손에 넣었다고. 그럼 작가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고, 사인할 필요도 없어. 유 사장님이 가서 잘 이야기한 다음, 작업실 쪽에 공인만 하나 더 찍으면 끝.”“만약 정말 사인해야 할 상황에 부딪히면, 아무나 찾아서 사인하면 되지 않겠어? 그 사람들 정말 작가 본인을 찾아 가서 대조할 수도 없잖아.”“어머, 그럼 유 사장님은 작가에게 주는 배당금까지 절약한 셈이네? 어차피 작가도 모르니, 돈을 모두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장민영은 커피 한 모금 마셨다.“그래, 넌 사장님이 좋은 차에 비싼 집을 산 돈이 어디서 났다고 생각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명품인데, 내가 듣기로는 그 가방 하나만 해도 수천만 원이라잖아? 정말이야?”“정말이야, 그것도 에르메스.”“쯧쯧...”장민영은 감탄하면서 부러워했다.“가장 비참하게 당한 작가는 추리 소설을 썼다고 들었어. 일찍 엄청난 인기를 끈 두 권의 소설 판권은 유 사장님이 모두 팔았고. 최근 몇년간 또 기타 판권을 연장했는데, 그 작가 혼자만 해도 매달 최소 우리에게 수백만 원의 이익을 가져다줄수 있어.”“추리 소설 작가? 누구지? 요즘 한 추리 소설 작가가 대박 났는데. 이란 책을 써서 지금 아주 난리도 아니야. 작가 이름이... 이미숙이라 한 것 같아!”“이, 이미숙?!” 장민영은 깜짝 놀랐다.“그 제대로 당한 작가도 무슨 미숙이라고 한 것 같은데.”“같은 사람 아니겠지?”“아닐 거야. 유 사장님이 어떻게 새 책을 내줄 수 있겠어?” 장민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긴
봉수진이 말했다.“이 작가님은 이름이 이미숙이라고 하는데, 우리 미숙이와 이름이 똑같잖아.”이것은 그녀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표지의 작가 이름을 보았을 때, 봉수진은 완전히 멍해졌다.이춘재는 한숨을 쉬었다.보아하니 그도 이것 때문에 이 책을 펼친 것 같았다.그 결과, 이춘재는 이 책이 보면 볼수록 재밌다고 느꼈다.원래 봉수진은 그저 무심코 물었을 뿐, 현빈이 정말 알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알아요.”그는 이미숙과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했다.이춘재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그 소녀가 바로 이미숙의 딸이란 것을 깨달았다.그날, 위층에서 마침 이 책의 사인회가 열렸다.그는 웃음을 금지 못했다.“이런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봉수진은 지난번에 만났던 그 여자애를 떠올렸다. 말소리가 부드럽고 듣기 좋아 그녀는 갑자기 정은이 보고 싶어졌다.“그 아이는 딱 봐도 올바른 가르침을 받고 자란 게 분명해. 영리하고 철이 들었지, 또 예의가 바르지. 이렇게 우수한 부모만이 이렇게 우수한 아이를 가르칠 수 있어.”‘언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겨울이 되기도 전에 유보영은 호주로 휴가를 갔다.그녀는 해마다 그랬기에 작업실 사람들도 모두 익숙해졌다.유보영에게 돈이 많았으니 이렇게 즐기는 것도 당연했다.사실 유보영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그녀의 직원들은 전혀 모른다.다들은 이곳이 출판사라는 것밖에 몰랐다.유보영은 매년 돈을 들여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과 계약했고, 그 다음은 없었다.계약한 이 작가들은 더 이상 새 작품을 발표한 적이 없으며, 새 책을 출판하는 경우는 더욱 없었다.마치... 문학계에서 사라진 것처럼.예전에는 분명히 그렇게 유명했는데, 왜 유보영을 만난 후에 재능이 떨어진 것일까?그럼 유보영은 왜 또 그들과 계약을 한 것일까?작업실은 또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수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좀 작작해, 이런 것들은 너와 나 같은 직장인이 걱정할 차례가 아니야.”“난 걱정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