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아요, 이분은…….”윤도훈은 아무 일도 없다며 손을 흔들었고 정중하게 물었다.군복을 입은 세련된 남자는 윤도훈을 향해 인사를 했다.“저는 민정군의 부관입니다. 윤 선생님은 저를 채 부관이라 부르면 됩니다.”“채 부관이군요, 반가워요!”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채 부관은 인사를 한 뒤 열정적으로 말했다.“이제 제가 선생님을 데리고 별장으로 가 보겠습니다.”어떤 사람이 이 별장을 민정군에 선물한 후, 수속을 밟는 일은 바로 이 채 부관이 처리했는데, 이제 점차 익숙해졌다.말하면서 그는 그 경비원들을 차갑게 보더니 부하 장병 몇 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풀어줘, 눈이 없는 것들일 뿐!”그리고 채 부관은 윤도훈과 지연을 데리고 제황원에 들어가 A 구 1호 별장에 갔다.이 별장의 지세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아 아래의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느낌이 든다.원림 스타일의 정원에 수영장과 각종 시설도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그리고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었다.채 부관의 소개에 따르면 이 별장,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합쳐, 전에 누군가 1,000억을 주고 사겠다고 했지만 민정군은 팔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오히려 윤도훈에게 선물로 주었다니, 그는 윤도훈이 자기 딸을 치료한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있었다!그러나 윤도훈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내가 방금 민정군에 연락하여 자신이 신약을 출시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후에 그의 부하들이 별장의 수속과 열쇠를 보내왔다니, 이는 신세를 다 갚으려 하는 것 같은데.’이때 다른 한쪽에서, 윤도훈 그들이 채 부관을 따라 제황원에 들어서자, 주선미 등 네 사람들 그리고 그 판매원 아가씨까지 포함해 모두 입이 쩍 벌려졌다.그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군대의 특수 번호판을 단 지프차와 실탄을 든 장병 몇 명을 보면서 이들의 신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채 부관은 방금 공손하게 윤도훈을 대한 것을 생각하자, 주선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지난번의 은표도
판매원 아가씨는 어안이 벙벙했다.이 말을 듣고 주선미 등 네 사람의 안색은 제각기 달랐다.믿을 수 없다는 눈빛, 의혹, 부러움 그리고 질투…….“이 거지 자식이 지금 부자라도 됐나?”조미란은 중얼거렸다.주선미의 안색은 말할 것도 없이 어두웠다. 그 큰 별장을 한참 동안 쳐다본 후 그녀는 유현을 바라보았다.“여보, 나도 별장! 여기에 별장 하나 사줘요! 응?”“그래! 남이 준 게 뭐라고, 자기가 산 게 실력이지!”주정은은 콧방귀를 뀌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럼, 우리 들어갈까요?”판매원 아가씨는 마치 수천억의 공제금을 본 것처럼 눈에 반짝반짝 빛을 내뿜으며 유현은 바라보았다.윤도훈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판매원은 유현에게 희망을 걸고 집을 하나 팔 수밖에 없었다.“어…… 하하, 좋아! 그럼 들어가자, 적합한 집이 있나 없나.”유현은 하하 웃으며 표정은 좀 어색한 것 같았다.그러나 결국 그는 큰 손을 흔들며 호기롭게 말했다.“여보, 당신 정말 대단해요!”주선미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유현의 팔을 안고 아양을 떨며 말했다.……이날 오후, 채 부관은 윤도훈과 함께 별장을 참관한 후, 또 출입문 카드 등을 모두 처리해 주었다.모든 것을 마친 후, 민정군의 부하는 떠났다.“마침내 율이를 데리고 큰 집에 살 수 있게 됐어.”윤도훈은 족히 100평에 가까운 이 큰 거실에 서서 만족스럽게 말했다.그러나 이때, 다른 한편!“아니, 이봐요, 내가 오후 내내 유 선생님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도대체 사실 거예요 말 거예요?”판매원 아가씨는 유현을 보면서 이미 의심과 짜증이 났다.큰 손님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오후 내내 4명을 데리고 돌아다녔고, 아직 팔리지 않은 이곳의 별장을 거의 다 둘러봤다.그러나 상대방은 끝내 구매할 의도가 없었다.“어, 다시 좀 보자! 다시…….”유현은 어색하게 말했다.“다시요? 우리 제황원 전체를 다 돌았는데! 설마 살 돈이 없는 건 아니죠? 내가 당신들 데리고 오후 내내 돌았는데, 하이힐도 거의
주정은의 이 말이 나오자, 주선미와 조미란 모녀도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 금쪽같은 사위를 바라보았다.유현은 마음이 찔렸다.‘내가 왜 윤도훈 곁에 있는 지연을 보자마자 바로 그녀를 일깨워 줬는지, 왜 윤도훈에게 속이지 말라고 했는데? 나도 그럴 작정이었으니까.’오늘 주선미 일가족을 데리고 나온 유현은 확실히 그들의 기분을 달래고 싶었던 것이었다.그는 그녀들 일가가 모두 허영심이 많은 것을 알고, 그들을 데리고 허세를 부리며 별장을 보러 왔다.윤도훈이 없었다면 유현은 그냥 넘어가며 돌아가서 상의하자고 얼버무릴 작정이었다.그는 비록 재벌 2세이지만, 아버지의 자산도 고작 수백억일 뿐, 아들이란 그의 손에는 많은 돈이 없었다.그러니 수십억이나 하는 별장을 어찌 마음대로 살 수 있겠는가?그러나 이때 윤도훈의 자극을 거쳐 주선미 일가는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오지 못했다.판매원 아가씨는 오후 내내 그들을 데리고 돌아다녔으니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유현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그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유현은 자신이 잘난 척하다 오히려 바보로 된 것 같았다.“에이 그럴 리가요? 알았어요, 그럼 우리 돌아가서 어느 집을 원하는지 정하고 다시 오면 되잖아요!”유현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말이 떨어지자, 판매원 아가씨는 갑자기 비웃었다. “그럼, 먼저 계약금부터 내시죠? 그리고 어느 집에 의향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네가 예약해 드릴게요.”유현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말했잖아, 돌아가서 결정한다고!”“쳇! 전혀 살 돈이 없는 것 같은데요! 거지 식구들이 왜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 지금 나 놀려요?”판매원 아가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이 말을 듣자, 주선미는 바로 화가 났고, 조미란과 주정은은 더욱 체면이 깎였다.그들은 체면을 가장 중시해서, 남에게 이렇게 비웃음을 당하니, 땅굴이라도 파서 숨고 싶었다.“유현! 너 오늘 나 갖고 논 거지? 윤도훈도 여기에 살 수 있는데, 왜 난 안 되는 거지?
……윤도훈은 주선미 일가가 어떤 해프닝을 벌였는지 몰랐는데, 알았어도 아마 웃으며 지나갔을 것이다.시간이 다 된 것을 보자 그는 제황원을 떠났다.먼저 지연을 송씨 집안으로 돌려보낸 다음, 윤도훈은 유치원에 가서 율이를 데리러 갔다.이진희는 일을 아주 열심히 해서 6시 전에 절대로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시간을 틈타 그는 딸을 데리고 먼저 원래의 임대주택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을 차에 싣고 새집으로 가져갔다.“아빠, 우리 이사 가는 거예요?”율이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깜찍하게 물었다.그리고 큰 눈을 깜박거리며 이 세 든 집을 바라보더니 서운한 모양이었다.여긴 낡았지만, 꼬마한테는 여기가 집이었다.“그래, 아빠는 율이를 데리고 더 큰 집에 가서 사는 건 어때? 여기보다 훨씬 좋아.”윤도훈은 율이를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응!”말하면서 녀석은 작은 손을 벌리고 윤도훈의 목을 꼭 껴안았다.“아빠, 엄마는 율이 버린 거 맞죠? 나도 알아요. 율이는 이제 아빠밖에 없어요. 난 아빠를 사랑해요! 아빠만 있으면 어디 가든 다 좋아요.”아이는 겨우 다섯 살이지만 부모님의 이혼과 병고에 시달린 적이 있어, 일반 아이들보다 철이 많이 들었는데, 사실 마음속으로 모두 다 알고 있었다.주선미의 버림을 받아 아이는 마음속에 안정감이 더욱 없었다.그래서 율이는 항상 아빠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아이에게 있어 집이 크든 작든 상관이 없었고, 마음속으로는 오직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윤도훈은 율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갑자기 마음이 아파서 약간 질식했다.‘하긴, 어른들의 세계는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지만, 율이의 세계에는 내가 전부지.”“아빠도 율이 사랑해! 아빠는 줄곧 율이와 함께 있을 거야, 응?”윤도훈은 코가 찡했고, 작은 율이를 꼭 안고 말했다.율이는 윤도훈의 목을 놓아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응응! 율이는 아빠를 더 사랑해요!”“누가 그래, 분명히 아빠가 율이를 더 사랑
이진희는 눈에 날카로운 빛을 띠고 윤도훈을 쳐다보며 물었다.여자의 코는 초첨단 탐지기에 비견될 정도로 예민했다.지연은 조수석에 잠시 앉았을 뿐인데, 이진희는 그녀의 향기를 포착했다.윤도훈은 말문이 막혔고, 그녀의 질문에 마음이 좀 찔렸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대로 말했다.“친구 좀 태웠어.”이진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고, 마음속에는 이유 없는 분노가 용솟음쳤다.그러나 윤도훈의 태연함에 그녀는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 할 수 없었다.‘난 왜…… 화를 내는 거지?’‘설마 이 남자를…….’‘그럴 리가 없어. 틀림없이 그가 내 동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태웠기 때문이야.’게다가, 이진희와 그는 명목상의 부부일 뿐, 서로의 사생활에 관여할 권리가 없었다.그녀가 돌아서서 아이를 한번 보더니, 이진희는 더 이상 쏘아붙이지 않았다.다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건 내 차인데, 왜 내 동의도 없이 다른 사람을 태워요? 다음에는 주의 좀 해줘요!”윤도훈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미안! 하지만…….”말하면서 그는 고개를 돌려 흠잡을 데 없는 이진희의 옆모습을 보고 사악하게 웃었다.“여보, 질투하는 거 아니지?”이 말을 듣고 이진희의 고운 얼굴은 새빨개졌고, 그녀는 쳇 하며 반박했다.“너무 자만하지 마요! 날 이 대표님이라 부르지 않았나요? 누가 당신 여보죠? 흥!”윤도훈은 웃으며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그는 자신과 이진희의 관계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당히 농담해도 괜찮지만, 만약 선을 넘는다면, 상대방의 반감만 살 뿐이다.더 이상 허튼소리를 하지 않고, 윤도훈은 몇 장의 종이를 이진희에게 건네주었다.“이 대표, 이것은 4가지 약품의 처방인데 종류마다 일부 샘플을 제작할 수 있을까?”이진희는 멍하니 있다가 받아서 몇 번 보았는데, 아름다운 눈에 이상한 빛이 돌았다.종이에는 네 가지 약품의 처방과 그에 대응하는 효과가 적혀 있었다.이진희는 그 처방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윤
윤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이진희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다 봤어요? 다 봤으면 운전해요.”이진희는 그의 눈빛에 부끄러워 화를 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하하하…… 아주머니 정말 예뻐요! 우리 아빠는 저팔계, 저팔계, 하하하…….”율이는 뒤에 앉아 작은 손을 치며 웃었다.윤도훈은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누가 저팔계야? 누구한테 배웠어?”“언니가요! 아빠가 저팔계라고 했어요.”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윤도훈은 송씨 집안 어르신의 그 작은 증손녀, 귀엽고 깜찍한 기괴한 송윤을 떠올렸다.‘그 아이는 율이와 같은 유치원에 있으며 내 딸한테 무엇을 가르쳐 준 거야!’……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나갔다.요 며칠, 윤도훈은 이미 율이를 데리고 제황원에 들어갔고 보모까지 고용했다.주말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윤도훈이 곁에 없을 때는 누군가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그동안, 이진희는 이미 제약회사의 생산부에 이 4가지 약물의 샘플을 만들어 내라고 했다.그리고 그녀는 더욱 직접 점검하며 샘플의 질과 비밀성을 확보하였다.샘플이 나온 후, 그녀는 회사 쪽에서 임상 검사 효과를 시험하도록 투입하는 동시에 윤도훈도 각각 송 씨네 할아버지, 손광성 등에게 나누어 주어 그들이 스스로 사람을 찾아 효과를 시험하도록 했다.어차피 윤도훈은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았고, 이 약품의 효과에 대해 신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민정군에게도 연락했지만, 이 교관은 태도가 좀 담담했고, 윤도훈에게 며칠 후에 다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민 교관 이쪽은 이미 전의 신세를 갚았고, 나에게 이 별장을 선물했으니 아마 이제 더는 만나지 못할 것 같군.’이날 점심, 이진희는 윤도훈에게 자신과 함께 고객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상대방은 바로 그 강진시에서 가장 큰 약재 도매상인 인광준, 인 대표였다!한 다방의 귀빈룸에서 인광준은 이진희와 윤도훈을 보자 충분한 열정을 보였다.“이 대표님 오셨어요? 그리고 윤 선생, 하하…….”인광
“인 대표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그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나요? 나도 승낙할 수 있다고요!”이진희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이 대표, 됐어요! 나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인광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진희 아가씨, 그건 당신이 할 수 없는 조건이에요! 허허!”윤 변호사, 즉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도대체 어떤 조건이죠? 말해봐요?”이진희는 화가 나서 말했다.윤 변호사는 인광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인 대표님의 아들은 만성 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급변기에 접어들었죠! 그 개인 병원은 어쩔 수 없었고요! 하지만, 도련님은 그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니 인 대표가 누구의 말을 듣겠어요?”인광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진희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이 대표님, 정말 미안해요! 지난번 중독 사건 때, 겸이는 당시 살아났지만,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여 짧은 시간 내에 급변기에 접어들었어요.나는 나의 아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고요. 윤 변호사는 나를 위해 한 한의학계의 명의에게 연락했고, 상대방의 손에는 아주 좋은 약이 있어 급변기라 하더라도 병세를 안정시키고 겸이를 살릴 수 있다고 보장했어요.조건은 바로…… 이 대표님을 거절하는 거고요! 난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인광준의 눈 밑 깊은 곳에 초췌함이 배어 있었다.아들의 병세가 악화하여 그는 심신이 고달팠다.만성 백혈병이 급변기에 접어든다면 사망한 것과 다름없었다.이런 절망적인 시기에, 어떤 사람이 그의 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제기했으니, 그는 자연히 무엇이든 승낙했다.이 말을 듣고, 이진희의 아름다운 몸은 떨렸고, 아름다운 눈에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이 배어 있었다.윤도훈은 오히려 가볍게 입을 열었다.“그렇군요! 모두 알다시피, 백혈병이 급변기에 접어든 후, 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도 모두 방법이 없는데, 이 한의학의 명의가 치료할 수 있다고요?”“인 대표님, 절대 속지 마요!”윤 변호사는 냉소하면서 윤도훈을 훑어보았다.“
윤도훈은 원래 이진희를 끌고 떠나려 했지만, 이때 멈추었다.윤 변호사가 이미 룸의 문을 열었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 찬 채 문밖의 사람들을 맞이했다.인광준은 더욱 급히 달려가 온 사람에게 허리를 굽혔다.“손 명의, 오셨습니까! 어서, 어서 자리에 앉으시죠!”상대방은 명성이 자자한 한의학계의 명의이며, 게다가 자기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니, 인광준은 무척 공손했다.인광준과 윤 변호사는 각각 양쪽에 서서 명의를 맞이했고, 바로 윤도훈과 이진희를 쫓아내며 안으로 걸어갔다.“가요, 여기서 있으면 뭐 하게요?”이진희는 윤도훈을 잡으며 씁쓸하게 말했다.“괜찮아, 잠깐만.”윤도훈은 고개를 저었고, 이진희는 의혹이 생겼다.‘방금 날 끌고 가려고 했던 사람 그인데, 지금은 왜 또 가는 않는 거지?”이때 손광성은 자리에 앉았고, 인광준과 윤 변호사가 아첨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손 명의, 당신은 정말 우리 한국 한의학계의 일인자예요!”“맞아요! 백혈병이 급변기에 접어들면 전 세계도 어쩔 수 없는데, 당신이 뜻밖에도 기약을 연구할 수 있다니! 제 아들의 목숨은 손 명의에게 달려 있어요!”“고생하셨어요! 차 드세요!”손광성은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의 아첨과 칭찬에 부끄러운 기색을 드러냈다.“명의는 무슨. 이 약은 내가 연구한 것도 아닌데.”“네? 명의께서 연구한 약이 아니라면,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인광준은 이 말을 듣고 멈칫했다.“그래요!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죠.”손광성은 말하며 자기도 모르게 숭배하기 시작했다.이 말을 듣고 인광준과 윤 변호사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마주쳤다.“만약, 내가 그 명의를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내 아들의 병도…….”인광준은 마치 혼잣말하는 것 같았지만 손광성을 간절히 바라보며 기대와 간청의 의미가 뚜렷했다.손광성도 어진 사람이어서 이 상황을 보고 웃었다.“기회가 된다면 인 대표님을 그 명의에게 소개해 주죠! 그 명의는 마음이 인후 하여 인 대표님이 아들을 구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