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이 돌아온 뒤, 고향기와 고연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다.그들의 눈에는 윤도훈이 원래 이런 실력이었고 이 정도면 잘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잘 유지해. 120명 중에 20명만 탈락할 것이고 네 실력이라면 문제없을 거야.”고향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드물게 윤도훈을 향해 격려했다.“고마워. 그렇게 할게.”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자 고향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는데.“고마워할 필요 없어.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이 자격 박탈당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이때 오훈의 이름이 들려왔다.그는 바위 앞으로 다가가 단번에 10환을 쳐내고 윤도훈과 고향기를 향해 도발하며 웃었다.첫 번째 공격 테스트는 자그마치 두 시간이나 걸려 오전 9시에 끝났다.이 항목의 1등은 그 금도문의 임수학으로 무려 22환, 120점을 따냈다.2등은 바로 하씨 가문의 하장풍, 20환.3등은 태원문의 참가자제로서 진진이라고 하는데 초급 경지 후기 절정 실력으로 15환.그리고 4등은 고향기이고 5등은 호씨 가문의 호정우이다.윤도훈은 7환의 성적으로 44위로 77점을 받았다.이 테스트가 끝난 후 호정우는 얼굴에 오만과 포악한 기색을 띠고 윤도훈 앞에 다가갔다.“쓰레기, 그런 실력으로 감히 나한테 들이댄 거야? 초급 중기 주제에?”“아직도 나와 우열을 가리고 결투 신청 따위 하고 싶어? 네가?”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담담하게 웃었다.“4대 고대 무술 세력 가운데, 네 공격이 꼴찌인 건 알지?”예상치 못한 말에 호정우는 멈칫거리다가 윤도훈을 노려보며 노발대발했다.“꼴찌면 뭐? 그래도 너 같은 놈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꼴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의 선수보다 더 못하던데? 그 말은 즉, 초급 경지 후기 절정 선수들 가운데서 네가 가장 약하다는 말이야. 허허.”윤도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호정우가 아무리 날뛰고 비아냥거려도 윤도훈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조곤조곤 염장을 질렀다.화가 치솟은 호정우는 얼굴색이 붉어지고 당장 윤도훈을 죽
“공격력 하나도 뭐하겠다고! 참나!”몇 마디 독설을 내뱉은 후, 호씨 가문 도령은 윤도훈을 매섭게 쳐다보고서 바로 몸을돌려 떠났다.호정우가 가고 나서 고향기는 윤도훈을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며 말했다.“제발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호씨 가문이라고. 넌 지금 고씨 가문 제자로 이 자리에 있는 거야. 그러니 제발 좀 우리 가문한테 원수 좀 그만 만들어줘.”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반문했다.“먼저 와서 비아냥거리는 데 그럼 가만히 참고만 있을까?”“너...”고향기는 순간 말 문이 막혀 윤도훈을 노려보며 뭐라고 할 수 없었다.책망하는 모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정말로 날 미워하면 날 원수로 생각해서 너희 집안에 찾아간다면 사실그대로 말해주면 돼. 내가 일으킨 일이니 절대 피해 가지 않게 처리할게.”고향기는 그 말을 듣고서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그 뜻이 아니라... 암튼 너 알아서 잘해!”고연도 윤도훈을 향해 웃으며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려고 했다.그다음으로 두 번째 방어력 테스트가 시작되었다.잠시 휴식 정비를 한 후 축대에 십존동인이 떡 하니 솟아올랐다.“두 번째 항목, 방어력 테스트.”“십존동인은 우리 하란파에서 200년 전에 단조 대가님께서 만드신 겁니다. 공격력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초급 경지 초기에서 금단 경지 초기까지 다양하게 자아낼 수 있습니다.”“선수들은 자기 방어력을 동인의 공격 강도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미리 일깨워주는데 자기 실제적인 힘에 맞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동인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하란파에서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입니다.”축대 위에서는 백장미의 목소리가 퍼져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었다.이 종목은 공격력을 시험하는 것과 달리, 십존동인이 있기에 한 번에 10명씩 진행할 수 있다.말하는 사이에 첫 번째 참가자가 등장했다.그중 한 명은 초급 경지 초기 선수
오훈과 오적의 도발에 윤도훈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분개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초기 경지 후기인 너희들인데, 내가 왜 너희들과 시합을 해야하는 거지?”얼굴이 약간 붉어지면서 달갑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초급 경지 후기면 뭐? 그럴 용기가 있냐 없느냐 난 지금 그걸 묻고 있어. 할 수 없으면 네가 병신이라는 것밖에 증명 안 되고.”무지막지한 표정과 어투로 오훈이 말했다.“맞아! 초급 경지 후기나 중기 실은 그리 큰 차이는 없어. 고작 그 정도의 차이로 모든 면에서 너보다 강해야 한다는 거야? 못난 놈! 그나마 방어에 약한 편인데, 나랑 한번 해볼래?”오적도 윤도훈을 향해 극도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들도 어제 하숙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다.‘고도훈’이 호정우에게 발길질을 당했고 감히 겁도 없이 그에게 결투를 신청했다는 것.그래서 그들이 보기에 ‘고도훈’은 눈에 뵈는 게 없는 어리석은 놈으로 그 어떠한 억울함과 굴욕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두 사람은 윤도훈을 끊임없이 도발했고 그가 순간 이성을 잃은 틈을 타 서 주동권을 쟁취하여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했다.생각과 달리 현실은 더없이 참혹했다.최종 결과로는 그들이 윤도훈 손에 놀아났으니 말이다.오훈과 오적이 끊임없이 비아냥거리는 것을 듣고 윤도훈은 안색이 점점 붉어졌으면 달갑지 않음과 노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병신? 내가?”윤도훈은 이를 갈며 분개했다.“하하, 그래 너! 네가 병신이라고. 왜? 의견 있어?”“함께 테스트받기 싫어하는 거 보면 겁이 나서가 아닐까? 그래서 병신이라는 거야.”오훈과 오적은 비웃음을 연발하며 경멸하는 표정을 보였다.“그래! 그깟 테스트인지 뭔지 한 번 하자! 어떻게 하고 싶은데?”윤도훈은 이를 갈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두 눈은 약간 붉어졌고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룰은 아주 간단해. 내가 선택한 공격 강도대로 너도 똑같은 걸 선택하면 돼. 어때? 아니면 남들이 내가 널 괴롭혔다고 할 수도 있잖아.
그전까지만 해도 백아름은 내심 윤도훈을 살짝 궁금해하고 있었다.어제 백아름이 나서서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었을 때 윤도훈이 대수롭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혹시나 범상치 않은 모습이 있을 줄 알고 역시나 자기 그 생각이 맞았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뜻이 아니라 나쁜 뜻으로 똑같았다.허영스럽고 유치하고 우스운 인간이라며.모든 사람 중에서 고향기와 고연만이 윤도훈을 위해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도훈, 함부로 하지 마. 그냥 쟤들 말 다 무시하고 네 실력에 따라 선택해. 흥분하지 말고.”급한 마음에 고향기가 달려와서 윤도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고연 역시 윤도훈이 순간 충동할까 봐 눈살을 찌푸렸다.걱정하는 그녀들과 반대로 윤도훈은 달갑지 않아 하며 귀찮다는 듯이 고향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걱정하지 마.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다 생각이 있다잖아.”“고수, 아직 네 차례 아니야. 룰 깨지 말고 당장 네 자리로 돌아가.”오훈이 고향기를 향해 말했다.이제 겨우 넘어올 것 같은데, 고수의 권고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다.“자, 본격적으로 제2차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외부인들은 나가주시기 바랍니다.”이때 은둔 오씨 가문의 대표가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무대 위의 ‘심판’들은 오훈과 오적이 끊임없이 윤도훈을 도발하고 있을 때도 이처럼 재촉하지 않았다.그러나 말도 안 되는 순간에 테스트를 시작하겠다고 엄숙하게 말하고 있다.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 그 이유를 알기 마련이다.오훈과 오적 그리고 윤도훈은 어느새 십존동인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동인마다 그 뒤에 공격 강도를 조절하는 하란파 제자들이 서 있었다.“고도훈, 난 초급 경지 후기 강도로 할 생각이야. 어디한 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오적이 윤도훈을 향해 도발적하며 말했다.이때 오훈 역시 옆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고도훈, 모두가 보고 있어. 조금 전에 약속한 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이 시점에서 물러선다면 너뿐만 아니라
이번 방어 테스트에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많다.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선택할 수도 있다.말이 떨어지자, 오적은 눈빛을 몇 번 반짝이며 무대 위 백장미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저요! 이번 테스트 공격 강도를 초급 경지 후기 절정으로 올리겠습니다.”말하면서 그는 겨우 바닥에서 기어서 일어선 윤도훈을 향해 도발했다.“고도훈, 따라올 테면 어디 한번 계속 따라와 봐. 방어가 네 주특기라며. 설마 살짝 다쳤다고 물러서는 건 아니지?”오훈 역시 계속 부채질을 했다.“맞아! 고씨 가문의 영광이 너한테 달렸어.”그들의 목적은 윤도훈을 미친 듯이 가지고 노는 것이다.이번 테스트에서 완전히 망가뜨려 그 뒤로 진행될 테스트에 참여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속셈이다.이렇게 되면 고씨 가문의 고수가 아무리 실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고씨 가문이 고대 무술 연합회에서 자격을 박탈당하는 건 틀에 박힌 일이 된다.피를 토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윤도훈을 보고서 그들은 멈출 수 없었다.강도를 높여 계속 ‘계획’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이때 호정우가 냉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다.“그럴 용기가 없을 것 같은데... 저런 병신같은 놈이 대체 무슨 용기로 나한테 결투신청을 했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되네.”“야, 이 병신아, 그냥 잠자코 당장 내려와. 초급 경지 후기 공격도 너한테 버거울 정도인데, 그깟 오기로 계속 따라가다가 너 더 큰 망신만 당하게 될 거야.”호정우도 여세를 몰아 옆에서 부단히 부채질을 하며 일부러 윤도훈을 폄하하고 자극했다.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이 흥미진진했다.또 다른 이들은 윤도훈의 선택이 궁금했고 기다려졌다.“고도훈, 그만 해! 초급 경지 중기 실력인 네가 그 정도 공격을 당해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아주 좋았어.”“당장 내려와. 지금 이 정도 성적이라면 절대 탈락하지 않아. 그러니 제발 인제 그만내려와.”고향기가 초조해하며 소리를 질렀다.“고도훈, 그만 내려와.
초급 경지 후기 실력으로 후기 절정의 공격을 마주한다는 건 실은 아주 리스크가 큰 결정이다.심지어 이미 부상 입을 각오까지 한 상황이다.고도훈만 구덩이로 밀어버릴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입는 상처 따위는 그리 개의치 않았다.남은 테스트에 참여할 수 없게 되더라도 오씨 가문의 다른 자제들도 많으니, 세가의 자격을 보장할 수 없을 염려는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고씨 가문에는 고도훈과 고수 단둘이다.고도훈만 완전히 무너뜨린다면 고씨 가문도 따라서 완전히 무너지는 격이다.일단 고대 무술 연합회에서 고씨 가문을 밀어내면 오씨 가문에서는 아무런 거리낌도없이 고씨 가문을 없애고 두 가문의 수십 년간의 원수를 끝맺을 수 있다.펑펑펑-동인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한바탕 무서운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윤도훈은 지난번과 더더욱 비참한 모습으로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오적 역시 이번엔 피를 토하고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무의식적으로 윤도훈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아직도 험상궂고 매서운 기색이 역력했다.윤도훈이 그곳에 엎드려 시체가 되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크크... 큭큭...”하지만 거꾸로 날아간 윤도훈은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다시 힘겹게 일어났다.비록 그의 입과 비강에서 피가 미친 듯이 흘러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섰다.“대... 박...”“어떻게... 그 지경이 되었는데 일어설 수 있는 거야...”오적은 충격에 부상까지 겹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심신의 파동으로 또 한 모금의 피가 뿜어져 나와 기운이 쇠퇴했다.윤도훈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을 보고 장내는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났다.“대박! 안 죽었다고?”“죽지 않았어도 저 꼴을 보니 거의 죽은 것과 같지 않아? 그냥 쓰러져 있을 것이지 왜 일어났지?”“피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데, 가만히 누워있지 그래.”“저 바보 같은 녀석 설마 계속 방어하려는 건 아니지?”오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운 광경에 서로 멍하니 바라보았다.오씨 가문
“미쳤어! 저 자식 미쳤어!”“미친 게 분명해.”“감히 결단 초기까지 강도를 올리라고 하다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거지?”“젠장, 초급 경지 후기 절정 공격으로 저 지경이 되었는데, 계속한다고?”윤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에는 미친 놈을 보는 듯한눈빛으로 변했다.윤도훈의 미친 듯한 도발에 오적은 얼굴에 몇 번 경련을 일으켰다.“제길... 정말 미친놈이야?”미친 듯한 얼굴로 윤도훈은 그를 향해 이를 갈았다.“왜? 겁나? 똑같은 등급으로 공격받기로 했잖아. 내가 어디까지 가면 너도 따라서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물러서려는 건 아니지?”“따라와!”말하면서 윤도훈은 피거품을 토하고 비틀거리며 자신의 동인을 향해 걸어간 후 오적을 향해 소리쳤다.“따라오라고!”오적의 안색은 한동안 흐리멍덩했다.이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어 그로 하여금 진퇴양난의 길에 들어서게 하였다.오산은 눈빛을 몇 번 반짝이며 오훈과 다른 오씨 가문 자제들에게 손을 흔들어 그들이 오적과 교류하거나 설득하는 것을 막았다.그의 눈빛에는 기대와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내심 오적이 윤도훈의 도발을 받아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오산이다.설사 오적이 몸에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죽는다고 하더라고 오씨 가문 전체에 있어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고도훈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고씨 가문이 고대 무술 연합회 멤버 자격이 박탈당하게 된다면 제자 한 명쯤은 희생해도 괜찮았다.지금, 이 순간 오적의 안색은 흐리멍덩했고 무의식적으로 자기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의와 도움을 청했다.마음속으로 오씨 가문 쪽에서 누군가가 나와서 체면을 살려주며 안전하게 그만둘 수있게끔 도와줬으면 했다.그러나 오산 등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덩그러니 서서 망설이는 듯한 오적의 모습을 보고서 장내는 또다시 야유 소리와 더불어 의논이 분분했다.“쳇! 오씨 가문에서 쫄았네.”“먼저 도발하더니 자기 먼저 발
“지질하게 피하지 마!”“절대 그럴 리 없어. 지질한 놈아!”윤도훈과 오적은 두 미치광이처럼 큰소리로 포효하며 노호하였다.두 눈이 빨개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지금, 이 순간 군중 속에서 고향기과 고연은 서로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는 동시에 조급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들은 이미 절망했고 윤도훈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미 미쳤어.’‘몇 마디에 자극받고 목숨 걸고 싸우고 있으니 참나...’고향기의 아름다운 얼굴에 짙은 조롱과 실망이 떠올랐다.‘할아버지, 아버지는 왜 그렇게 바보처럼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을 찾아오셨지?’‘사람이 없어서 그러신 걸까?’‘끝났어. 윤도훈 이번엔 정말로 안녕할 것 같아.’‘우리 집안도 마찬가지고.’한편 호정우는 양팔을 안은 채 고소한 얼굴로 미쳐 날뛰는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다.조롱과 농담이 가득 담긴 두 눈으로.“병신아, 내가 널 직접 죽이고 싶어도 인제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구나.”무대 아래서 백아름도 고개를 저었다.“어쩜 저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다 있을까... 이번에 고씨 가문에서 테스트에 참여하러 온 사람이 고작 두 명이라고 하던데, 고도훈 정말로...”그녀는 경멸로 가득 찬 말투로 내내 중얼거렸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 그 책임은 스스로 짊어지시기 바랍니다.”“준비!”“공격!”무대에서 백장미 장로의 명령과 함께 또다시 피바람이 불어왔다.순간 윤도훈과 오적이 각각 마주한 동인에게서 공포스러운 강대한 기운이 솟아올랐다.곧이어 동인의 팔은 결단 초기 강자에 해당하는 최강의 한방의 위력을 안고 두 사람을 향해 휘둘렀다.“아! 들어와!”오적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자신을 고무시키고 마음속의 두려움을 쫓아냈다.그와 반대로 윤도훈은 조용히 공격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펑펑-두 번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적은 몸이 날아가 버리면서 공중에서 미친 듯이 피를 뿜어내어 피 안개가 형성되었다.찰칵-찰칵-심지어 내장 조각 두 개가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 땅에 떨어졌다.펑-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