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욱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공포뿐만 아니라, 깊은 불만과 증오가 서려 있었다. 그는 원수가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정우의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네가 아버지라는 걸 보니, 왜 호정우가 그렇게 오만하고 제멋대로였는지 알겠네. 결국,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이제 아들과 함께 가도록 해.”윤도훈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끝없는 살기를 내포하고 있었다.오늘 자신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면, 이원뿐만 아니라 이천수와 서지현까지 모두 위험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진희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호동욱에 대한 증오와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는 자신의 금단 후기 실력을 바로 발휘해 호동욱을 단숨에 처치하지 않고, 새로운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최근에 깨달은 죽음의 힘이었다. 이윽고 그 힘은 순식간에 물밀듯이 호동욱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아무 소리도 없이, 그러나 냉혹하고 무자비하게, 호동욱의 생명을 잠식해 갔다. 숨이 한 번 들고 날 사이, 결단 후기의 강자인 그의 눈은 완전히 회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에서 생명력이 완전히 사라졌다.윤도훈은 자신의 동공이 살짝 수축되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힘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사실에, 그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죽음의 힘을 깨달은 이후, 그는 그 힘을 화교 장로와의 싸움에서 한 차례 사용했었다.그러나 화교 장로는 원영 후기의 절정에 도달한 강자로, 그때는 그 위력을 체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호동욱에게 사용해보니, 그 효과는 실로 압도적이었다.‘이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목표의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놀라웠다. 그리고 자신이 의도적으로 조절해 단지 소량의 죽음의 힘만을 사용했음에도, 결단 후기 강자를 단번에 처치했다니. 이건 정말로 엄청난 힘이었다. 자신이 깨달은 이 법칙의 조각은 하늘을 거스르는 수준이 아닐까
이렇게 오늘의 생일 연회는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사실에 대해 윤도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이 모두 떠난 후, 윤도훈은 이천수의 곁으로 다가가 위로했다.“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원은 분명 괜찮아질 겁니다. 그리고 다친 사람들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제가 모두 치료하겠습니다. 저를 믿으세요.”“도훈아.”이천수는 입술을 조금 떨며 잠시 말없이 윤도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윤도훈은 용기혼원대법을 이용해 가장 먼저 이원의 치료에 나섰다. 이윽고 그의 몸 안팎에 난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이 기술은 용황경에 포함된 고급 의술로, 윤도훈이 수련을 거쳐 업그레이드한 뒤 사용할 수 있게 된 특별한 능력이었다. 심지어 이 기술은 잘려나간 사지도 다시 재생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었다.이진희가 율이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 이씨 가문 저택의 끔찍한 상황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부모님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원마저 윤도훈의 손길로 거의 회복되어 깨어난 것을 보며 이진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원의 치료가 끝난 후에도 윤도훈은 연회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차례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는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오후 내내 바쁘게 움직이며 중상자부터 우선적으로 치료했다. 모두의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그는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윤도훈도 손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술은 이씨 가문 저택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었다. 이원처럼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사람들까지도 치료해낼 수 있다니, 그의 능력은 신이 내린 것과도 같았다.한편, 안방에서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남미숙의 표정은 복잡하게 변해갔다. 남미숙은 처음에 윤도훈이 연회를 노리고 침입한 적들로 인해 이씨 가문이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순식간
윤도훈의 억울한 표정을 본 이진희는 그를 노려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이 끝나기도 전에, 민은비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민은비는 이원을 흘겨보더니 윤도훈에게 말했다.“완전히 마음에서 놓았다고는 말 못 하겠어. 도훈 오빠는 제게 있어서 마치 전설 같은 존재야. 존경하고 동경하지만,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아.”이원은 말을 이어갔다.“도훈 오빠는 제가 가질 수 없는 남자야. 그리고 도훈 오빠에 비해 이원 씨는 제게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지. 당신은 제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 도훈 오빠는 마치 칠색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대성 같은 존재라면, 이원 씨는 제게 처음부터 소중했던 자파보 같은 존재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이원은 민은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지! 당연히 알지. 하하, 너희가 내 매형을 존경하는 건 괜찮아. 나도 매형을 존경하니까! 내가 매형보다 못한 건 인정해!”이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윤도훈을 향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한편, 이천수와 서지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젊은이들의 일은 젊은이들 스스로 풀어가게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듯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장차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민은비가 사위인 윤도훈을 존경한다는 사실에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그때, 민정군이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딸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은비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돼. 여기 네 천수 삼촌과 지현 사모님도 계시잖니.”민은비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저는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그러자 윤도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민은비를 바라보았다.“은비 아가씨, 과찬입니다.”윤도훈은 얼굴이 살짝 경직된 채 말을 이어갔다.“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칭찬이네요”그러나 윤도훈은 이내 다리에 번지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한편, 윤도훈과 이진희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은둔 윤씨 가문의 본거지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은둔 윤씨 가문의 가주, 윤진안은 지금 처참하고 풀이 죽은 표정으로 서 있는 윤금강을 바라보고 있었다.윤금강은 가문의 태상장로로, 원영 후반의 정점에 도달한 강자였다. 이 정도의 실력은 은둔계에서도 천상계라 할 만큼 드문 존재였다. 그리고 가문은 얼마 전, 영맥을 품고 있는 섬을 발견했으며, 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윤금강을 파견했다. 이 정도의 강자가 있으면 어떤 위협도 문제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그러나 지금 윤금강은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또한, 그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금강 삼촌, 섬이 점령당했다고요? 우리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다쳤다고요?”윤진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금강은 태상장로로서 윤진안의 숙부뻘 되는 인물이었다.현장에 있던 은둔 윤씨 가문의 고위 인물들 역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윤금강을 바라보았다.‘누가 감히 윤금강의 손에서 그 섬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인가?’가문에서 파견된 병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윤금강 태상장로 외에도 원영 강자 세 명이 추가로 동행했으니, 이 정도면 강력한 전력이었다.“맞습니다. 섬은 점령당했습니다. 진안 가주님, 모두 제 무능함 때문입니다.”윤금강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신이 가문의 명예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금강 삼촌, 일어나서 천천히 설명해 주세요.”윤진안은 윤금강을 일으키려 했고,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맞습니다, 태상 장로님. 당신은 원영 후반의 정점 강자이신데, 누가 감히 당신을 이기고 섬을 빼앗을 수 있었습니까?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의 이익을 침해하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요! 설마 상고 계층의 세력들이 개입한 것입니까?”“그럴 리가요. 상고 계층이 은둔 계층을 함부로 건드린다면, 수호자들이 가만히
“가주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설마 그 섬을 일월문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생각이십니까?”주변에 있던 은둔 윤씨 가문의 고위 인물들이 연이어 물었다.그러자 윤진안은 손잡이를 세게 두드리며 차갑게 말했다.“영맥이 있는 섬이라면, 비록 하급 영맥일지라도 귀중한 자원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타인에게 넘겨줄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섬도, 그리고 윤도훈이라는 자도 절대 그냥 둘 수 없습니다.”말을 마친 윤진안의 두 눈에는 독하고 결단력 있는 빛이 어렸다.‘윤도훈이라는 자, 상고 윤씨 가문의 조룡 전승을 얻은 자라더니. 좋다. 아주 좋아. 그 전승이 우리 은둔 윤씨 가문에 들어온다면, 더 이상 상고 윤씨 가문에 기대지 않아도 될 거야.’은둔 윤씨 가문의 가주가 될 정도의 야망과 지략을 가진 윤진안은, 이 상황에서 이미 많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사골은 명목상 은둔 윤씨 가문의 장로였지만, 실제로는 상고 윤씨 가문의 대장로 윤창생의 하수인이었다. 그리고 사골이 윤도훈이 전승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상고 윤씨 가문의 대장로도 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지금까지 상고 윤씨 가문에서는 은둔 윤씨 가문에게 윤도훈을 찾으라는 어떤 지시도 없었다. 이는 대장로가 이 사실을 가문에 숨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장로 역시 가문 몰래 윤도훈을 붙잡아 전승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인 것이 분명했다.이 생각에 이르자, 윤진안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윤도훈이 아직 일월문과 연관된 상태라면, 이는 대장로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대장로가 직접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상고 계층의 규율 때문이다. 그리고 상고 계층의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서 행동할 경우 수호자들의 감시를 받을 수 있으지만 은둔 윤씨 가문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윤진안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이 윤도훈이라는 자가 지금 일월문과 연관이 있어 직접 붙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윤도훈의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윤도훈을 압박할 수 있을 거야. 윤도훈이 스스로 우리 가문에 오게
“여기에 별장까지 지은 거야?”윤도훈은 앞에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안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네, 이원 형님이 지었습니다.”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음, 나쁘지 않네! 노천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낫지.”윤도훈은 미소 지으며 이어 물었다.“여기서 수련하는 건 어떠냐?”정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여긴 수련 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도심보다 영기가 열 배는 더 진해요. 그리고 도훈 선생님께서 제공해 주신 수련법과 영옥, 천재지보 덕분에 모두 신적 경지까지 돌파했습니다. 이런 건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신적 경지, 즉 세속 세계에서 말하는 초급 경지는 강진과 정아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꿈 같은 경지였다. 과거에는 화경이나 종사 경지에 도달하는 것조차 감히 바랄 수 없었다.그러나 윤도훈의 도움 덕분에 단 몇 달 만에 신적 경지를 돌파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 속도는 정말로 놀라웠다. 한편, 이 말을 들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신적 경지?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여전히 너무 느려. 너희도 언젠가 금단, 원영, 그 이상도 도달할 수 있을 거야.”강진과 정아를 포함한 사람들은 윤도훈의 말을 듣고 충격과 설렘에 휩싸였다.그러나 아무도 윤도훈의 말을 허풍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의 말은 그들에게 곧 진리였다. 윤도훈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반드시 가능할 것이었다.“조만간 너희에게 더 적합한 수련 환경을 마련해 줄 게.”윤도훈은 강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이 말과 함께 먼 바다에 있는 섬을 떠올렸다. 한편, 그의 말을 들은 강진과 정아는 눈빛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러자 윤도훈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응? 노찬빈과 이찬혁은 어디 갔어? 왜 여기서 수련하지 않는 거지?”그러자 정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얼마 전까지는 자주 왔었는데, 최근엔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둘도 나름의 일이 있어서 우리가 간섭하기 어려웠습니다.”“그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제 이천수의 생일에
“뭐라고요?”단만산의 제안에 윤도훈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하면 너도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겠어? 그러면 네 일도 더 빨리 끝내고 종문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단만산은 미소를 띠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죠. 큰형님께 또 폐를 끼치게 되네요.”[괜찮아. 무구지는 어차피 한가하잖니, 하하하!]단만산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도 미소를 지었다. 스승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으며, 단만산은 거듭 외부에서의 신변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그러나 윤도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걱정한 건 율이의 안전이었다. 그리고 무구지가 율이를 단맥종으로 데려가면 더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곧이어 화교 장로와 일월문의 사람들과 합류할 계획이었고, 일월문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고 윤씨 가문에서 자신을 노리려 해도, 그들이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또한, 일월문과 화교 장로는 강력한 존재들이다. 상고 윤씨 가문이 보낸 이수연이 이미 다른 강자들에게 당한 것도 있었으니, 상고 윤씨 가문에서 더 이상 사람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이다.‘단시간내에, 또 사람을 보내지는 않겠지?’이때, 윤도훈은 모르고 있었다. 위험은 이미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윽고 윤도훈이 염하를 떠나 해역을 건너간 이후, 특정 추적 수단이 일시적으로 무효화되었고, 그의 위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평온이 주어졌을 뿐이었다.그날 밤, P시.이곳은 윤도훈이 바다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게 될 장소였다.“사골, 그놈의 위치를 제대로 추적할 수 있는 거야?”어느 민가 안, 한 남자가 냉혹한 목소리로 사골에게 물었다. 그 남자는 흩어진 머리에 기괴한 피부색을 가진, 마치 귀신처럼 보이는 존재였다. 그 남자의 이름은 청귀. 상고 윤씨 가문 대장로의 또 다른 충실한 심복이었다. 청귀의 옆에는 한 어
식사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다.식사 후, 윤도훈은 무구지와 함께 별장의 넓은 정원을 거닐며 산책했다.“도훈, 만산 선배 말로는 네가 이번에 종문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던데?”무구지가 무심한 듯 물었다.그러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무슨 일이길래? 중요한 일인가? 지금 너는 단맥종의 제자이고, 만산 선배의 제자이기도 해. 상고 윤씨 가문이 너를 공격하려 한다면, 이제는 거리낌 없이 행동할 거야. 수호자들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무구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이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윤도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야?”무구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윤도훈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가야 할 곳은 일월문이라는 은둔 문파예요.”“일월문이라고?”무구지의 표정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네, 구지 형님도 그 문파를 아시나요?”윤도훈이 물었다.“물론 알지! 한때 그 문파는 상고 세력 중 하나였어. 가장 전성기에는 수호자 조직과 맞설 만큼 강력했지. 단맥종이나 상고 윤씨 가문 같은 세력을 능가할 정도였다고.”무구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한편, 윤도훈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일월문이 그렇게 강했던 적이 있었나요?”수호자 조직의 위엄에 대해서는 무구지에게서 많이 들은 적이 있었다. 수호자 조직의 일원은 모두 초월적인 파허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수호자 조직과 맞설 수 있었다니, 일월문의 과거 위상은 윤도훈의 상상을 초월했다.“그래, 그때의 일월문은 그만큼 강력했지. 하지만 그건 수천 년 전의 일이야. 지금은 그들의 영광이 다 지나가 버렸지.”무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너는 일월문에 왜 가려는 거야?”윤도훈은 말을 신중히 골라 설명했다.“그곳에 가서 한 가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 일이 증명되면, 저는 일월문의 신뢰와 우정을 얻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