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설마 그 섬을 일월문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생각이십니까?”주변에 있던 은둔 윤씨 가문의 고위 인물들이 연이어 물었다.그러자 윤진안은 손잡이를 세게 두드리며 차갑게 말했다.“영맥이 있는 섬이라면, 비록 하급 영맥일지라도 귀중한 자원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타인에게 넘겨줄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섬도, 그리고 윤도훈이라는 자도 절대 그냥 둘 수 없습니다.”말을 마친 윤진안의 두 눈에는 독하고 결단력 있는 빛이 어렸다.‘윤도훈이라는 자, 상고 윤씨 가문의 조룡 전승을 얻은 자라더니. 좋다. 아주 좋아. 그 전승이 우리 은둔 윤씨 가문에 들어온다면, 더 이상 상고 윤씨 가문에 기대지 않아도 될 거야.’은둔 윤씨 가문의 가주가 될 정도의 야망과 지략을 가진 윤진안은, 이 상황에서 이미 많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사골은 명목상 은둔 윤씨 가문의 장로였지만, 실제로는 상고 윤씨 가문의 대장로 윤창생의 하수인이었다. 그리고 사골이 윤도훈이 전승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상고 윤씨 가문의 대장로도 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지금까지 상고 윤씨 가문에서는 은둔 윤씨 가문에게 윤도훈을 찾으라는 어떤 지시도 없었다. 이는 대장로가 이 사실을 가문에 숨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장로 역시 가문 몰래 윤도훈을 붙잡아 전승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인 것이 분명했다.이 생각에 이르자, 윤진안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윤도훈이 아직 일월문과 연관된 상태라면, 이는 대장로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대장로가 직접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상고 계층의 규율 때문이다. 그리고 상고 계층의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서 행동할 경우 수호자들의 감시를 받을 수 있으지만 은둔 윤씨 가문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윤진안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이 윤도훈이라는 자가 지금 일월문과 연관이 있어 직접 붙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윤도훈의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윤도훈을 압박할 수 있을 거야. 윤도훈이 스스로 우리 가문에 오게
“여기에 별장까지 지은 거야?”윤도훈은 앞에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안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네, 이원 형님이 지었습니다.”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음, 나쁘지 않네! 노천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낫지.”윤도훈은 미소 지으며 이어 물었다.“여기서 수련하는 건 어떠냐?”정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여긴 수련 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도심보다 영기가 열 배는 더 진해요. 그리고 도훈 선생님께서 제공해 주신 수련법과 영옥, 천재지보 덕분에 모두 신적 경지까지 돌파했습니다. 이런 건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신적 경지, 즉 세속 세계에서 말하는 초급 경지는 강진과 정아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꿈 같은 경지였다. 과거에는 화경이나 종사 경지에 도달하는 것조차 감히 바랄 수 없었다.그러나 윤도훈의 도움 덕분에 단 몇 달 만에 신적 경지를 돌파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 속도는 정말로 놀라웠다. 한편, 이 말을 들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신적 경지?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여전히 너무 느려. 너희도 언젠가 금단, 원영, 그 이상도 도달할 수 있을 거야.”강진과 정아를 포함한 사람들은 윤도훈의 말을 듣고 충격과 설렘에 휩싸였다.그러나 아무도 윤도훈의 말을 허풍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의 말은 그들에게 곧 진리였다. 윤도훈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반드시 가능할 것이었다.“조만간 너희에게 더 적합한 수련 환경을 마련해 줄 게.”윤도훈은 강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이 말과 함께 먼 바다에 있는 섬을 떠올렸다. 한편, 그의 말을 들은 강진과 정아는 눈빛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러자 윤도훈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응? 노찬빈과 이찬혁은 어디 갔어? 왜 여기서 수련하지 않는 거지?”그러자 정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얼마 전까지는 자주 왔었는데, 최근엔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둘도 나름의 일이 있어서 우리가 간섭하기 어려웠습니다.”“그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제 이천수의 생일에
“뭐라고요?”단만산의 제안에 윤도훈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하면 너도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겠어? 그러면 네 일도 더 빨리 끝내고 종문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단만산은 미소를 띠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죠. 큰형님께 또 폐를 끼치게 되네요.”[괜찮아. 무구지는 어차피 한가하잖니, 하하하!]단만산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도 미소를 지었다. 스승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으며, 단만산은 거듭 외부에서의 신변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그러나 윤도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걱정한 건 율이의 안전이었다. 그리고 무구지가 율이를 단맥종으로 데려가면 더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곧이어 화교 장로와 일월문의 사람들과 합류할 계획이었고, 일월문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고 윤씨 가문에서 자신을 노리려 해도, 그들이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또한, 일월문과 화교 장로는 강력한 존재들이다. 상고 윤씨 가문이 보낸 이수연이 이미 다른 강자들에게 당한 것도 있었으니, 상고 윤씨 가문에서 더 이상 사람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이다.‘단시간내에, 또 사람을 보내지는 않겠지?’이때, 윤도훈은 모르고 있었다. 위험은 이미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윽고 윤도훈이 염하를 떠나 해역을 건너간 이후, 특정 추적 수단이 일시적으로 무효화되었고, 그의 위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평온이 주어졌을 뿐이었다.그날 밤, P시.이곳은 윤도훈이 바다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게 될 장소였다.“사골, 그놈의 위치를 제대로 추적할 수 있는 거야?”어느 민가 안, 한 남자가 냉혹한 목소리로 사골에게 물었다. 그 남자는 흩어진 머리에 기괴한 피부색을 가진, 마치 귀신처럼 보이는 존재였다. 그 남자의 이름은 청귀. 상고 윤씨 가문 대장로의 또 다른 충실한 심복이었다. 청귀의 옆에는 한 어
식사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다.식사 후, 윤도훈은 무구지와 함께 별장의 넓은 정원을 거닐며 산책했다.“도훈, 만산 선배 말로는 네가 이번에 종문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던데?”무구지가 무심한 듯 물었다.그러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무슨 일이길래? 중요한 일인가? 지금 너는 단맥종의 제자이고, 만산 선배의 제자이기도 해. 상고 윤씨 가문이 너를 공격하려 한다면, 이제는 거리낌 없이 행동할 거야. 수호자들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무구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이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윤도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야?”무구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윤도훈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가야 할 곳은 일월문이라는 은둔 문파예요.”“일월문이라고?”무구지의 표정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네, 구지 형님도 그 문파를 아시나요?”윤도훈이 물었다.“물론 알지! 한때 그 문파는 상고 세력 중 하나였어. 가장 전성기에는 수호자 조직과 맞설 만큼 강력했지. 단맥종이나 상고 윤씨 가문 같은 세력을 능가할 정도였다고.”무구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한편, 윤도훈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일월문이 그렇게 강했던 적이 있었나요?”수호자 조직의 위엄에 대해서는 무구지에게서 많이 들은 적이 있었다. 수호자 조직의 일원은 모두 초월적인 파허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수호자 조직과 맞설 수 있었다니, 일월문의 과거 위상은 윤도훈의 상상을 초월했다.“그래, 그때의 일월문은 그만큼 강력했지. 하지만 그건 수천 년 전의 일이야. 지금은 그들의 영광이 다 지나가 버렸지.”무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너는 일월문에 왜 가려는 거야?”윤도훈은 말을 신중히 골라 설명했다.“그곳에 가서 한 가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 일이 증명되면, 저는 일월문의 신뢰와 우정을 얻
지금 윤희라의 차림새를 본다면, 아무도 그녀가 상고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현대적인 멋을 뽐내는 한 명의 패셔니스타에 불과했으니까.그러나 윤도훈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여자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말이다. 비록 윤희라가 자신의 기운과 실력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윤도훈은 그녀를 더더욱 파악할 수 있었다.현재 윤도훈의 실력으로, 금단 후기에 도달한 그는 심지어 원영 중기 강자도 그 깊이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상대의 깊이를 읽을 수 없다는 건, 그녀가 원영 후기 이상의 강자이거나, 특이한 기술로 자신의 기운을 완벽히 숨기고 있다는 뜻이었다.어느 쪽이든, 윤도훈에게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한편, 윤희라는 식당에 들어서며 윤도훈을 흘끗 바라보았고,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전승자가 이 남자라고? 정말 귀찮아, 얘 때문에 나를 이곳저곳 뛰어다니게 한다니!’사실 윤희라는 얼마 전 윤도훈의 기운을 추적해 P시를 떠나 강진시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중에 그의 기운이 다시 P시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일은 윤희라에게는 꽤 짜증스러운 일이었고, 동시에 윤도훈에 대한 작은 불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녀 마음속 불만의 진짜 근원은 다름 아닌 그녀의 할아버지 윤창해였다. 그가 윤희라에게 말한 한마디 때문이다.“희라야, 전승자를 찾으면 반드시 데려와야 해. 윤도훈은 앞으로 상고 윤씨 가문의 가주가 될 뿐만 아니라, 너의 남편이 될 사람이야.”사실 윤도훈의 할아버지 역시 과거 상고 윤씨 가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강자였다. 따라서 둘은 본가로 따지면 같은 혈통이었다. 그러나 상고 윤씨 가문에서는 가까운 친척 간의 결혼을 금기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권장하기까지 했다.이는 조룡 혈통이 빠르게 약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방법이었다. 때로는 이에 따라 혈통이 폭발적으로 강해지는 경우도 있었기에, 윤창해는 전승자가 가문의 차기
“주선미?”윤도훈은 주선미를 보며 놀란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한때 자신의 전 부인이었던 그녀에게, 그는 더 이상 어떤 기대도 없었다. 오직 혐오만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주선미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매혹적으로 보였다. 주선미는 타고난 요염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로, 그녀의 몸에는 본래부터 뭔가 매혹적인 기운이 감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아이를 낳고 이혼까지 한 그녀가 어떻게 또 다른 재벌 2세와 엮일 수 있었겠는가?이로 보아 주선미는 인품은 별로일지 몰라도 외모만큼은 상당히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이전보다 더 요염해 보였다. 한 쌍의 도화안은 눈길만으로도 혼을 빼앗을 것처럼 느껴졌고, 걸을 때마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은 뼛속까지 매혹적이었다.더불어 그녀의 피부는 더욱 매끄럽고 희고 부드러워졌으며, 그녀의 몸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풍기었다. 윤도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여자가 수련자가 된 건가? 게다가 결단 초기 단계에 도달했다고?’하지만 윤도훈은 몰랐다. 지금 주선미는 이전보다 더욱 눈부시고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최근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비록 자업자득일지라도, 그녀는 이 기간에 처참한 굴욕과 학대를 견뎌야 했다.아무도 천결파의 이희철 장로가 얼마나 비틀린 정신과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어르신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주선미가 그런 어르신 손에 떨어지는 바람에, 매일같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조차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결국 체념했고, 심지어 불쾌함과 굴욕을 참아가며 일부러 이희철을 맞추고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녀는 이제 이희철의 총애를 받는 존재가 되었고, 천결파에서도 꽤 높은 지위를 얻게 되었다. 또한, 그의 도움 덕분에 그녀는 수련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주선미는 단 하루도 윤도훈에게 복수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대려면, 자신의 육체적 능력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윤도훈의 순수한 육체적 능력은 결단 후기에 해당하는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그러나 주선미와 허승재를 포함한 이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결단 경지를 넘었으며, 더군다나 그는 결단 후기 정점에 도달한 상태였다.따라서 윤도훈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를 죽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이거 참, 승재 도련님 아닌가? 주선미, 네가 승재 도련님이랑 같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개와 돼지 같아.”윤도훈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아주 거칠게 비꼬아 말했다. 그는 허승재가 주선미를 자극해 자신에게 먼저 손을 대도록 유도하려 했다. 그렇게 되면 수선자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반격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수선자가 개입하지 않는 법이다.한편, 허승재는 말을 마친 윤도훈을 증오로 가득 찬 표정으로 뚫어지게 노려보며 말했다.“윤도훈,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허승재는 이를 꽉 악물고 욕설을 퍼부으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였다.그러나 이때, 갑작스럽게 큰소리로 팍하고 손바닥이 얼굴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선미가 허승재의 얼굴을 세게 후려친 것이다.“꺼져!”주선미는 냉랭하게 허승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윤도훈, 너 참 날 얕잡아보는구나. 내가 허승재랑 함께라고? 웃기지 마! 이 개 같은 자식이 감히 나와 엮일 자격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이 녀석은 지금 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할 처지야!”그러면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허승재의 얼굴을 양손으로 번갈아 가며 세게 때렸다. 그 바람에 식당 안의 손님들과 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라 주숸미 쪽을 힐끔거렸다.주선미는 완전히 증오로 살아가는 여자였다. 그녀는 윤도훈을 증오했고, 허승재 역시 똑같이 증오했다. 또한, 그녀는 천결파의 이희철에게서 허승재가 자신을 그에게 넘긴 배경을 듣고 나서부터, 그를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 찼다.그래서 이희철의 총애를 얻게 된 이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허승재
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주선미와 허승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P시에 왔을까?’주선미의 도발과 협박에도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저 여자가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하하. 그래, 해 보시지!’주선미가 뭔가를 시도한다면, 윤도훈은 주저 없이 그녀를 처단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비록 그녀가 허승재의 스승을 따르게 되었더라도,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허승재의 스승? 이미 만나본 적 있는 자일 뿐인데. 원영 초기 강자라더니, 예전에 내 형님이신 무구지에게 몇 마디 꾸짖음만 듣고 도망치지 않았던가.’그리고 윤도훈의 실력은 금단 후기까지 올랐다. 원영 초기 강자를 다시 만난다 해도 이제는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그런 자를 의지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저기, 아까 그 여자는 누구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증오하는 거예요?”방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윤희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내 전처예요.”윤도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전처? 전처도 있었어요? 아까는 아내도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러면 윤도훈 씨.”윤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 깊은 곳에서 혐오가 엿보였다.‘남자가 첩이 많다 한들 상관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변덕스러운 건 정말 싫어.’“맞아요, 전처도 있고, 지금은 아내도 있어요. 두 번 결혼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제 아내가 되고 싶어요? 하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주선미를 이곳에서 마주친 뒤로 그는 더 이상 식욕이 없었다.“저기, 저기요! 음식 준비 중인데, 왜 가시는 거예요?”“뭐 하는 거예요, 저 사람?”“쳇!”식당 직원이 뒤에서 윤도훈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한편, 윤희라는 그를 따라 급히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자신을 따라오는 걸 느낀 윤도훈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 빠르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