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고작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러 온 거야? 너, 원영 강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해? 그런 존재를 고용하겠다고? 그것도 최소 세 명을? 웃기는 소리도 적당히 해. 아니면, 여기 와서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려는 건가?”고지철은 비웃음과 조롱 섞인 말투로 큰소리로 웃었다. 그리고는 주민석을 슬쩍 쳐다보며 자신이 손을 써야 하는지 묻는 눈빛을 보냈다.그러나 주민석은 잠시 망설인 듯하더니 고개를 약간 저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에 진지한 표정으로 윤도훈에게 물었다.“손님, 정말 농담이 아니라면, 이곳을 찾아와 원영 강자를 찾으러 왔다는 건 우리 일월안보 회사의 배경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바로 의자에 앉아 말했다.“모른다면 제가 왜 이곳에 왔겠어요? 설마 일월문이 이제는 고작 원영 강자 세 명도 보내지 못할 만큼 몰락한 건가요? 돈은 충분히 있으니, 얼마든지 가격을 말해 보세요.”윤도훈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투엔 자신감이 묻어났고, 태도 또한 여유로웠다. 그의 아내 이진희가 매일같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기에, 그들의 자산은 이미 수조 원에 달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윤도훈은 더없이 편안하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게다가 이틀 전, 고씨 가문에서 단약 판매 수익으로 2천억을 이체받기도 했다. 따라서 윤도훈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편, 이 말을 들은 주민석과 고지철의 표정이 달라졌다.“흥, 손님이 일월문을 언급했다면, 뭔가 목적이 있어서 온 거겠군.”“하지만 원영 강자를 동원하는 일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주민석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원영 강자는 단순히 고용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저들의 행동은 일정 부분 문파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즉, 당신의 적이 우리 일월문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도 우리가 원영 강자를 보내 당신을 돕는다면, 그 문파는 우리를 적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잠시 후, 주민석은 전화기를 윤도훈에게 건네며 말했다.“도훈 씨, 이쪽은 저희 일월문의 장문인, 주수현입니다. 장문인과 직접 이야기하세요.”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전화를 받았다.“일월문의 수현 장문인입니까?”이윽고 전화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습니다. 당신이 오늘의 고객입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죠?]“제 별명이 불꽃입니다. 그러니 불꽃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윤도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주수현이 냉소를 어뜨리며 대꾸했다.[허허.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제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이에 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수현 장문인, 너무 피상적인 것에 얽매이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아무 이름이나 대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당신이 나와 협력하여 은둔 윤씨 가문의 손에서 그 영맥을 빼앗을 의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니면 은둔 윤씨 가문이 영맥을 차지해 점점 강해지는 걸 그냥 두고 보겠습니까? 이건 일월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성공하면, 그 섬을 나눠 가지는 것으로 합의하죠. 섬의 절반과 영맥을 차지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윤도훈은 돈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섬과 영맥 분배라는 실질적인 제안을 꺼냈다.[절반이라고요?]주수현은 냉소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 속에는 조롱의 기색이 엿보였다.[젊은이,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당신은 은둔 윤씨 가문과 직접 맞설 능력이 전혀 없겠죠? 심지어 원영 강자와도 겨룰 힘이 없을 테고. 결국 당신은 그저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인데, 섬의 절반을 요구한다니 말이 됩니까?]“그 섬과 영맥은 꽤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반도 적지 않은 몫입니다. 주 장문인, 때로는 정보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윤도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수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말을 돌렸다.[분배 문제는 일이 성공한 뒤에 논의하도록 하죠. 문제는 당신의 정보가 신뢰할 만한가라는
규칙에는 몇 가지 허점과 전제가 존재했다.첫 번째는, 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선자에게 감지되지 않는다.두 번째는, 상대가 자신의 경지보다 높은 경우, 규칙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세 번째는, 상대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반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이러한 이유로 윤도훈은 눈앞의 고지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록 고지철은 금단 후기에 도달한 강자로 경지에서 윤도훈보다 높았지만, 만약 그가 먼저 공격한다면 윤도훈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반격할 수 있었다.심지어 금단 초기 경지인 윤도훈이라 하더라도, 모든 힘을 발휘한다면 금단 후기 강자와 겨뤄도 결코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주민석이 문파와 연결된 위성 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 젊은이를 잠시 돌려보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 우리가 협의한 뒤 다시 연락하겠다.]전화 너머에서 주수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습니다, 수현 장문인!”주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지철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훈 씨, 수현 장문인께서 지금 문파의 고위층과 협의 중이니 잠시만 앉아 기다려 주십시오.”윤도훈은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그래도 장문인이라기에 성격이 급해서 아예 협상을 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결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던 거구나.’한편, 일월문 본부에서는 주수현이 최대한 빠르게 문파 내 영향력 있는 고위층 몇 명을 소집했다.“상황은 이렇습니다. 제가 받은 소식은...”주수현은 이번 일의 전말을 문파 고위층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그리고 설명을 듣던 고위층들의 눈빛이 갑자기 빛났다.“영맥?”두 글자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뜨거워졌다.현재 일월문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문파의 기존 영맥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자원이 나오지 않아, 기존 자원으로만 문파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수십 년, 길게는 백 년이나 천 년 안에 현재의 강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날, 윤도훈은 일월문의 장문인 주수현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그 답변은 단 한 문장이었다.[이틀에서 사흘 정도 기다리십시오. 그때 주민석이 연락할 것입니다.]일월안보 회사를 나선 윤도훈은 차 안에서 빌딩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일월문이 반드시 사람을 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들은 협력 조건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었다. 자신들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윤도훈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은둔 윤씨 가문을 견제할 기회라면, 그는 그 무엇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 역시 영맥에 대해 욕심이 있었다. 최악의 경우, 단만수의 제자라는 신분을 밝히면, 일월문도 그에게 적대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다.다음 이틀 동안, 윤도훈은 이진희와 윤시율을 데리고 P시를 여행하며 가족 간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은둔 윤씨 가문이 그렇게 빨리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믿었고, 단맥종으로 돌아가는 일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소한 그 섬의 일을 마무리한 후에나 돌아가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이틀 동안, 성시아도 종종 이진희와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돈독히 했다. 또한 성조현은 두 번이나 윤도훈과 이진희를 성씨 가문으로 초대했다.성씨 가문은 이제 단순히 그린 제약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는 데 그치지 않고, 윤도훈 부부와 깊은 교류를 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생명의 은혜 때문만이 아니었다.윤도훈의 믿기 어려운 의술, 특히 절단된 사지를 재생하는 기술이 만약 세상에 알려진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사건이었다.그러나 성조현을 포함해 그날 병원에 있던 이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삼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날 정오, 윤도훈과 이진희는 윤시율과 함께 디즈니랜드에서 오전을 보낸 후 근처 음식점을 찾으러 나섰다. 그들은 한 미식 거리로 갔는데, 이곳에는 염하의 각종 특색 있는 간식부터
“헐, 그래도 꽤 실력 있네요?”“저 강철봉, 진짜에요?”“화강암도 진짜네요. 도구가 아니네요.”특히, 그들이 일부러 강철봉을 무대 아래로 던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다들 보셨죠? 우리 무관에 가입하면, 언젠가는 이런 실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처음부터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남자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현장의 반응에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율이야, 가자. 이제 밥 먹으러 가야지.”이때 윤도훈은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율이를 재촉했다.“아빠, 조금만 더 보고 가요. 저 사람들 정말 재밌어요.”율이가 웃으며 말했다.“율이가 구경하는 걸 좋아하니까, 잠깐만 더 봐요. 배 안 고프니?”그러자 이진희는 못마땅하다는 듯 윤도훈을 흘겨보며 말했다.“뭐 볼 게 있다고? 저 사람들이 여기서 허세 부리는 걸?”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솔직히 무대 위에 있는 영도 무사들의 거만한 태도가 그의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었다. 더 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무대에 올라가 그들을 눌러버릴까 걱정되기도 했다.“알겠어요. 사실 별로 대단하지도 않네요. 이런 강철봉, 저도 부러뜨릴 수 있거든요.”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가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흥미를 잃은 듯 말했다.“그러니까. 그저 곡예 부리는 수준일 뿐이잖아. 허허.”윤도훈은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평소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무심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이 말은 무대 위의 영도 무사들에게 들렸다. 특히 염하 무술을 비하하며 영도의 가라테를 칭송하던 선두 무사는 곧바로 윤도훈을 차갑게 노려보았다.“X발! 염하 사람, 방금 뭐라고 했어?”이름이 이나시타 아카이시라는 남자는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이나시타 아카이시의 듣는 귀가 날카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그의 시선은 처음부터 윤도훈과 이진희 쪽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이진희의 아름다움은 어디서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에,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욕심이 나기
윤도훈은 무대 위 영도 무사들의 도발적인 태도를 보며, 자신이 나서서 겨루지 않으면 이 일이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자신의 한 마디가 이 무사들의 끝없는 추궁으로 이어졌다.‘게다가 진희더러 이들의 무관에 가입하라고?’정말 어이가 없었다.한편,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며 분위기를 부추겼다. 모두 염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아까 영도 무사 염하의 무술을 화려하기만 한 허세라며 비하한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강철봉을 부러뜨리고 화강암을 부수는 것을 보면서, 막상 나서지 못하고 속으로만 분노를 삼켰다. 마침 그때 윤도훈이 나서자,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응원하며 상대를 제압해 주기를 기대했다.물론, 그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영도 무사들의 겉모습만 봐도 강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단단해 보이기는 했지만, 과연 저들과 겨룰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보이기도 했다.“겨루자고? 좋아. 어떻게 겨룰 건지 말해 봐.”윤도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현재 그는 무대 위에 서 있는 이나시타 아카이시가 이진희를 바라보는 눈빛에 몹시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겨루자고? 좋아, 네 놈들, 내 손에서 어떻게 당하는지 보게 될 거야.’옆에서 지켜보던 이진희와 율이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특히 율이는 오히려 기대에 찬 표정으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반면, 구경하던 군중들은 윤도훈이 어떻게 겨룰지 말해 봐라고 말하며 진지하게 겨루기를 수락한 것으로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가 우리 가라테를 우습게 보며 곡예라 했지? 그렇다면 간단해. 무대 위로 올라와서, 방금 우리가 한 것처럼 똑같이 해봐! 네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하는 건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곡예라고 인정할게!”이나시타 아카이시는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웅성거림이 터졌다.“그게 가능하겠어요? 저 청년이 강철봉
이나시타 아카이시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조금 후에 이놈을 제대로 박살내 주지. 이 염하 놈의 척추를 부러뜨리는 건 오히려 가벼운 처벌일 뿐이야!’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에 들려 있던 강철 막대기가 가볍게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그 강철 막대기는 윤도훈의 손에 들려 있었다.“차라리 내가 직접 하지.”윤도훈이 태연히 말했다.영도인더러 윤도훈을 때리게 하다니? 설령 그들이 그를 다치게 할 수 없더라도 이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쾅-윤도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강철 막대기를 자신의 머리에 세차게 내리쳤다.놀랍게도, 단단하던 강철 막대기가 깨끗이 두 동강 났다.꺄악-그 장면을 보고 있던 영도 무사들은 마치 목이 졸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을 잃었다. 또한, 윤도훈을 지켜보던 관객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곧이어, 현장은 술렁이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대단하네요! 이 친구, 철두공을 수련한건가요?”“설마 이 막대기 장난감인가요?”“그럴리가요! 이건 영도 무사가 가져온 막대기잖아요. 저들이 상대를 봐줄 리가 있나요?”한편, 이나시타 아카이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는 윤도훈을 향해 더욱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쾅-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도훈은 바닥에 있던 화강암 조각을 주워 들더니 단숨에 주먹으로 쳐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이윽고 다시 한번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이나시타 아카이시와 영도 무사들은 순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원래의 거만한 태도는 사라지고, 그들의 기세는 확연히 꺾였다.“좋아. 당신들이 방금 하던 것을 내가 그대로 따라 했어.”“이제 내 차례야!”윤도훈은 차분한 얼굴로 말하며, 단단한 나무판자 앞으로 걸어갔다. 이 나무판자는 영도 무사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던 도구였다. 이 판자는 기름을 먹여 단단하고 튼튼하며, 그 옆에는 10cm 정도 길이의 강철 못도 놓여 있었다.이윽고 그가 강철 못 쪽으로 다
이나시타 아카이시는 단단한 나무 판자와 10여 센티미터 길이의 강철 못을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으로 강철 못을 박는 것은 사실 그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도훈처럼 뾰족한 끝을 손으로 치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왜 그러지? 영도의 무사라면서, 설마 겁쟁이인가? 그리고 내가 당신들 방식대로 했으니, 이제 당신도 내가 한 방식을 따라 해야지. 못 하겠다면, 그건 당신들이 겁쟁이라는 뜻이잖아.”윤도훈은 냉소를 머금고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관중들은 모두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크게 웃었다.“맞아! 너희의 무사도 정신은 어디 갔어!”“하하하, 봐라! 이 작은 영도 녀석들, 벌써 겁먹었잖아!”“염하 무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알겠지? 괜히 허세 부리다가 망신만 당하잖아!”“우리 염하의 진짜 고수 앞에서 영도 애들 그냥 바보 된 거지!”“와, 이 청년 진짜 멋지다. 손으로 강철 못을 박다니,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보다 더 대단하네!”염하의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마치 자신들이 직접 이긴 것처럼 기뻐했다.이윽고 윤도훈이 무대 위에서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던졌다.“겁먹었으면, 영도 무술이 그냥 서커스라고 인정해. 아니면, 내가 한 대로 똑같이 하든가.”그는 경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또한, 표정 역시 상대방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X친! 우리 영도의 무사는 절대 물러서지 않아!”이나시타 아카이시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하지만 용감하다고 해서 어리석다는 뜻은 아니야! 염하 놈, 속임수를 쓴거지? 네 손은 분명 합금으로 만든 의수일 거야!”그리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뭐, 네가 그렇게 비겁하다면 나도 굳이 상대하지 않겠어. 너와 네 여자는 여기서 당장 꺼져!”그러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야유가 나왔다.“엄마, 저 사람 진짜 비겁해요. 흥! 아빠, 제가 가서 혼내줘도 돼요?”윤시율이 화난 얼굴로 물었다.“시율아, 걱정하지 마. 아빠가 알아서 할 거야.”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