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동시에 흔적도 없이 임운지의 몸속으로 순수한 용기를 흘려보냈다.용기는 왼쪽 용신장에서 파생된 특별한 에너지로 진기와 완전히 다르다.윤도훈 체내의 진기는 눌려도 용기는 움직일 수 있었다.임운지는 용기를 느끼고서 깜짝 놀란 두 눈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도훈 오빠, 이건...”“말하지 말고 집중해.”윤도훈은 임운지에게 눈빛을 보냈다.“네!”임운지는 바로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뒤따르던 한이수 일행이 윤도훈을 몇 걸음 뒤쫓아오며 킥킥거렸다.“임운지 저 병신이 통과할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나 너까지 똑같은 병신일 줄은 몰랐어.”“그냥 빨리 쟤 포기해. 네 실력으로는 두 번째 관문에서 뚝 떨어질 수도 있거든.”“하하하하!”비꼬는 듯한 한이수의 목소리가 떨어지면서 그의 ‘졸개’들도 웃음을 터뜨렸다.윤도훈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서 한이수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죽기 싫으면 꺼져. 너 상대하기 귀찮거든.”“내가 널 상대하잖아? 그럼, 넌 여기서 탈락이야.”'어라?’윤도훈의 건방진 모습은 한이수의 예상을 뒤엎었다.한이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옆 사람에게 눈짓을 했다.곧 그 사람들은 윤도훈의 앞을 가로막고 계단에 올라서서 더는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감히 우리 형님한테 그딴 소리를 해?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무릎 꿇고 사과! 아니면, 둘 다 여기서 죽게 될 거야.”와르르-순간 한이수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윤도훈의 앞을 가로막았다.모습을 보아하니 윤도훈이 사과하지 않은 한 가만히 두지 않을 기세였다.“도훈 오빠...”이를 본 임운지는 겁에 질린 듯 윤도훈의 손을 잡고 엉겁결에 그의 뒤로 숨었다.“파리처럼 참 시끄럽네.”윤도훈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자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건드리지 말라니까...”“이렇게 된 이상 다 여기 남아.”이윽고 윤도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오른쪽 다리로 앞장서서 떠들던 한이수의 ‘졸개’의 오른쪽 다리를 차버렸다.“아!”곧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그
광장에는 임용 부부가 윤도훈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한이수가 윤도훈을 막자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하지만 곧이어 윤도훈의 깔끔한 손놀림이 보였고, 아주 손쉽게 한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보게 되었다.임용은 그제야 생각나는 듯했다.윤도훈은 수련 실력 외에 그 자체의 실력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말이다.“도훈 씨가 있는 한, 우리 운지 꼭 넘을 수 있을 거야.”임용은 스스로를 위로하듯 혼잣말처럼 말했다.방금의 충돌은 수험자들에게 그저 작은 에피소드일 뿐이었다.다들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인식하고 있기에 남의 일에 참견할 힘조차 없었다.한 시간 뒤.단맥종 부종주 단만산의 목소리가 갑자기 귓가에 울려 퍼졌다.“처음으로 통과한 수험생 한이수에게 보기단 한 알을 특상으로 드립니다.”이때 윤도훈과 임운지는 이제 막 절반을 넘었고 온몸의 압력은 윤도훈마저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옆에 임운지는 이미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작은 얼굴도 붉게 달아올라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임운지는 그래도 포기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그 모습을 윤도훈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몸이 약하고 의지도 약하면 희망이 없으니 말이다.다행히도, 임운지는 절대 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 있는 듯했다.수행하는 사람은 본래 하늘을 거스르는 것인데 그 정도의 끈기조차 없다면 윤도훈이지금 도와준다고 해도 앞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윤도훈은 처음부터 임운지의 압력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하지 않았다.그냥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옆에서 챙겨주면서 중요한 때에 손을 쓰면 된다고 말이다.윤도훈의 덤덤함 모습과 달리 그들과 똑같이 중턱 정도까지 온 다른 사람들은 덤덤하지 않았다.한이수가 처음으로 도착했다는 단만산의 공지가 그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었다.어떤 사람은 조바심을 내며 대여섯 개의 계단을 연달아 오르기도 했다.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면서 뚝 떨어지기까지 했다.바로 그때 옆에 있던
윤도훈이 임운지와 함께 계속 오르고 있을 때 정상에서는 갑자기 떠들썩해졌다.단만산과 무구지 그리고 문파 장로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부종주, 안녕하십니까!”“장로, 안녕하십니까!”그 사람들을 향한 인사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단만산 일행은 곧 하늘 사다리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부종주의 시선은 당연히 윤도훈에게로 향해 있었다.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윤도훈의 모습을 보고서 단만산은 어이가 없어 무구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윤도훈, 저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까? 장로 자리를 내어줘도 되는 판에 시험은 무슨.”“입만 열면 달라는 대로 다 줄 수도 있는데.”“재미로 하는 걸까?”무구지는 단만산이 인재를 아끼고 윤도훈 몸에 있는 전승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윤도훈에 관해서 종내에 보고했을 때부터 이미 종내에는 약탈 전쟁이 일어났었다.결국 단만산은 자신의 부종주 신분을 사용하여 강제로 윤도훈을 그의 수하로 예약하게 된 것이었다.종주가 지금 폐관 중이지만 않았더라면 단만산에게 차례가 가지도 않을 것인데 말이다.그렇지만 윤도훈이 단만산의 문하로 들어갈 지 아닌지는 결국 윤도훈에게 달려있다.무구지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단만산을 향해 말했다.“부종주, 제 동생은 틀에 박힌 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세속에서 자라 자기로 인해 규칙을 깨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무구지의 설명을 들으면서 단청산은 조금도 믿지 않고 혀를 내둘렀다.“제가 보기엔 저 여자애를 위해서 시험에 참가한 것 같은데요.”“저 여자애를 지켜봐 왔지만, 특출한 곳이 없었고 입문 시험을 넘을 수도 없는 것 같았어요.”“상관없고 윤도훈만 내 문하로 들어오기만 하면 돼.”단만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참, 부종주, 한이수의 재능은 어떻습니까? 듣자니 종내 장 집사의 문하로 이미 들어갔다면서요?”의문이 가득한 무구지의 말을 듣고서 화가 치밀고 있던 단만산은 콧방귀를 뀌면서 대답했다.“타고난 재능은 그런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문을 통과했다.30분 남았을 때, 윤도훈과 임운지 앞에는 아직도 개의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임운지의 얼굴은 더없이 붉었고 굵은 땀방울도 뚝뚝 떨어졌다.하늘 사다리 위에서만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라 산꼭대기의 많은 선배들도 시험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도훈 오빠, 아니면 먼저 올라가세요.”“저 실패할 것 같아요. 오빠한테 짐이 될 수는 없어요.”말로는 그렇게 하면서도 힘겹게 또 한 계단을 더 올랐다.후후-이 계단을 오르자마자 임운지는 숨을 크게 쉬기 시작했고 얼굴빛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윤도훈은 저절로 가슴이 아팠다.임운지는 지금까지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왔다.10분 전에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백 개의 계단을 고수했으니말이다.이 정도의 끈기라면 충분했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윤도훈은 임운지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운지야, 오빠는 너 믿어.”“그러니 너도 오빠 믿어줄래? 꼭 정상에 설 수 있게 해줄게.”“믿어줄래?”윤도훈의 부드러운 말에 임운지는 다시 한번 힘이 솟았다.윤도훈을 한 번 바라본 뒤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발을 들어 위를 향해 걸었다.아직도 하늘 사다리에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이미 도착을 했거나 아니면 가망이 없는 걸 보고 포기한 사람도 많았으니 말이다.윤도훈과 임운지 딱 두 사람만 아직도 버티고 있다.마지막 10분일 때, 마지막으로 500개의 계단이 남아 있다.“허허, 저 마지막 500개 계단이 고비야. 가장 힘든 구역이라고. 임운지 절대 못 버텨.”“윤도훈 쟤도 참 바보야. 실력도 있으면서 굳이... 임운지가 짐이네 짐이야.”“상대가 줄어들면 우리한테는 개이득 아니야?”이미 정상에 이른 제자들이 윤도훈과 임운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들 역시 윤도훈의 상황이 훨씬 홀가분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구지야, 넌 어떻게 봐?”그때 무구지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단만산이
그런 실력이 안 되는 임운지는 윤도훈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게 가장이라고 생각했다.“하하하하!”정상에 있는 한이수는 이미 비아냥거리는 눈망울로 너털웃음을 짓고 있었다.“마지막 300개는 내가 한다고 했어도 10분은 넘게 걸릴 거야.”“1분 안으로 들어온다는 건 말도 안 돼.”“임운지도 망하고 윤도훈 저놈도 끝장이야! 내가 단맥종에 들어가게 되면 난 쟤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을 거야.”이때 한이수의 눈에는 험상궂은 빛이 가득했다.심지어 이미 단맥종으로 들어간 후 자신의 아름다운 생활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그때 가서 윤도훈과 임씨 가문의 절망스러운 모습을 볼 생각을 하니 짜릿하기 그지없었다.이때 한이수 뿐만 아니라 모든 시험 자제가 같은 생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볼 생각도 없었다.결과는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운지야, 잘했어.”바로 그때 윤도훈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목소리에는 안도의 힘이 가득했다.“이제부터 나한테 맡겨.”윤도훈의 말이 떨어지면서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임운지의 몸통을 몇 번 두드렸다.곧, 한숨을 내쉬며 임운지의 허리를 움켜잡고 성큼성큼 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임운지는 잠시 황홀한 느낌만 들다가 윤도훈의 품에 안겼다.윤도훈의 품에 안겨 올라갔는데, 압력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그리고 그 열기가 다시 온몸으로 흘러들어와 가슴이 두근거렸다.‘오빠 냄새 너무 좋아...’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 임운지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펑펑펑-윤도훈는 눈 깜짝할 사이에 100개가 넘는 계단을 훌쩍 뛰어넘었다.이윽고 점점 더 빨라져 엄청난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헉!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본인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안고 있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잖아.”“첫 번째 관문인 하늘 사다리는 자신의 신체 소질을 시험하는 것인데... 그 어떤 진기도 쓸 수 없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거지?”“이건 분명 꿈일 거야!”정상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할 때,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한이수였다.이때의 한이수는 얼굴빛이 이미 침울하기 짝이 없었다.마지막 장면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방금 윤도훈의 행동을 생각하면 마음속에는 이유 없이 두려움이 일었다.‘안 돼!’반드시 윤도훈을 첫 번째 관문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윤도훈이 지금껏 보여준 천부적인 재능으로 언젠가는 그의 손에 죽을 것만 같았다.장로들의 불만을 사더라도 외쳐야만 했던 한이수였다.한이수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와르르 한이수을 향했다.단맥종 중에서 한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이수에게 말했다.“한이수아! 너 뭐 하는 짓이야!”“부종주도, 종내 장로들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어디 감히 네가 버릇없이 먼저 소리를내는 것이야!”“장 집사!”말하는 사람은, 바로 한이수를 제자로 받아들이려는 장 집사였다.장 집사의 얼굴은 어두웠고, 지금 당장 한이수에게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한이수는 이미 입을 연 이상 돌아설 수 없었다.울며 겨자 먹기로 말을 계속할 수밖에.“선배님들, 윤도훈이 통과한 것에 그 어떠한 이의도 없습니다.”“하지만 그에게 안겨 온 임운지까지 통과한 것으로 인정하면 이건 불공평한 일입니다.”“따라서 임운지의 실격을 취소해 줬으면 합니다.”한이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고 곧 큰 소란을 일으켰다.윤도훈이 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이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한이수의 말에 수긍했다.그들이 보기에도 임운지까지 통과한 것으로 인정하는 건 좀 아니었다.임운지는 지금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있었다.임운지 역시 윤도훈이 이런 방법으로 자기를 통관시켜 줄 줄은 몰랐다.윤도훈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 임운지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대신 말을 하려고 하던 그때 윤도훈이 임운지의 손을 움켜쥐면서 말렸다.“이치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하지만 규칙상 이런 방법으로 남의
하늘 사다리의압력이 없자, 이전에 주입한 용기의 힘으로 임운지는 빠르게 회복되었다.그리고 방금의 끈질긴 노력으로 윤도훈은 임운지가 성장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바록 아주 미미하지만, 앞으로 임운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한 시간 휴식하고 나서 다시 두 번째 관문을 시작하겠습니다.”부종주 단만산은 손을 흔들며 단맥종 무리를 데리고 떠났다.떠나기 전 윤도훈에게 눈짓을 했는데, 자기한테 한 번 오라는 사인이었다.단만산의 눈빛을 바로 깨달은 윤도훈은 어깨를 들썩이며 임운지에게 당부하고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했다.이윽고 자신은 단만산 쪽으로 걸어갔다.단만산 일행이 한 정자에 앉아 끊임없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윤도훈이 멀리서 무구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구지도 단만산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종주, 제 동생 왔습니다.”“부종주, 선배님들, 안녕하십니다!”“형님!”윤도훈은 앞으로 다가가 단만산과 무구지 모두에게 인사를 했고 말투는 매우 정중했다.단만산은 일어서서 윤도훈을 한 번 훑어보았고 눈에는 만족스러운 빛이 더욱 짙어졌다.“그래! 그래! 구지한테 네 얘기 들었다.”“관문 제자를 두려고 하는데, 넌 어떠하냐?”‘갑자기?’윤도훈의 예상을 뒤엎은 단만산의 말에 그는 바로 고개를 들어 무구지를 바라보았다.이때 무구지는 계속해서 윤도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을 표시했다.윤도훈은 물론 그 뜻을 알아차렸다.단맥종이 상고 종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지금으로서 그중의 한 ‘산’을 선택하는 것은 윤도훈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따라서 부종주 문하가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게다가 무구지와도 관계가 매우 좋기 때문에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이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만산을 향해 공손히 절을 했다.“스승님, 뵈옵소서!”“하하하, 그래 우리 제자!”“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다. 환영회는 네가 정식으로 들어오면 그때 다시 하자.”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이
윤도훈은 단만산의 이런 태도를 알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흐뭇해했다.오기 전에 단맥종이 자신한테 보일 태도를 이미 구체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대체로 좋았다.수련계에 입문한 후, 윤도훈은 많은 위험한 일들을 겪었는데 단맥종 부종주의 태도는 그를 매우 감동하게 했다.어쩌면, 자신 몸에 있는 상속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서로 상대에게 바라는 게 없는 이상 무턱으로 잘 해주는 것도 별로 없는 세상이기도하다.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만으로 좋았다.그뿐만 아니라 단만산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이유 모를 소속감과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스승님... 스승님...’윤도훈은 1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힘으로 살아왔다.이런 느낌은 아주 오랜만이고 낯설 정도였다.“됐어, 도훈아, 네가 직접 입문 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으니 말리지는 않을게.”“미리 말해두지만 결단 후기 절정의 실력까지만 봐준다.”“나, 기대 많이 하고 있어.”단만산의 말에 윤도훈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웃음기가 떠올랐다.“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 자신감은 있습니다!”두 사람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 후 윤도훈은 머리를 돌려 정상을 향해 걸었다.윤도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구지는 단만산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종주, 우리 동생 어때요? 괜찮죠?”“그뿐이랴, 노부 보물을 주운 셈이야!”“완벽한 초급 경지라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게다가 금단 경지 돌파에 각성한 속성까지 두 가지라니!”“도훈이 몸에 있는 전승을 떠나 단지 이것만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수련 요물이나 다름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야.”“실력도, 성품도, 심성도, 최고 중의 최고이니 말이야.”“세속에서 이런 인재가 나올 줄은 몰랐어.”“도훈이가 단맥종에 가입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단맥종의 복일지도 모른다.”단만산 소리가 떨어지자 정자에는 곧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얼굴빛이 흐려지고 거부감과 걱정이 교차하는 사람도 있었다.“어쩌면 화일 수도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