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뭐라고요?"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반명선을 바라보았다.반명선은 곧바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미루나 언니, 일단 먼저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요. 갈비뼈가 부러진 지 얼마 안 돼서 심하게 움직이면 안 돼요. 갈비뼈 회복에 좋지 않으니까 어서 누워서 쉬어요.""명선씨는 내가 엄선희라는 걸 믿어주는 거죠..?"미루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네."반명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고마워요, 명선 씨. 고마워요. 명선씨가 먼저 내 정체를 믿어줄 줄은 몰랐어요."미루나는 서럽게 울며 말했다.반명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루나 언니, 숙모를 탓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언니와 사이가 가장 좋은 사람이 바로 제 숙모일 거예요. 숙모는 멋대로 구는 유리와 달리 심사숙고하고 판단해야 하는 분이에요. 사실 언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언니가 바로 엄선희 씨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엄선희 씨 본인이 아니라면 그토록 많은 디테일들을 알 수 없거든요. 하지만 유전자가 다른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숙모는 쉽게 믿을 수 없었어요. 만약 숙모가 느낌대로 언니를 엄선희 씨로 받아들였다가 진짜 엄선희 씨가 돌아오면 우리 숙모는 어떡해요? 그건 진짜 엄선희 씨한테 너무 불공평한 일이잖아요. 미루나 언니, 우리 숙모를 탓하지 말아요.""난 신세희 씨를 탓하지 않아요. 신세희 씨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탓할 수 있겠어요? 다 나를 위해서 그런거라 생각해요."미루나는 울고 웃으며 말했다.반명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건 모두 유리 덕분이예요. 어려 보여도 아는 게 많더라고요. 게다가 줏대도 강해서 언니가 바로 엄선희라면서 꼭 집어서 말하더라고요. 유리는 확신에 찬 말투로 언니가 바로 엄선희라고 얘기했어요.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도 분명 검사 쪽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고요! 그 말을 듣고 알게 되었죠."반명선의 말에 미루나도 깜짝 놀랐다."그러니까 내 유전자 검사를 담당한 사람이 조작했다는
“하지만 영화 세트장에서는 한동안 사극 촬영을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엑스트라들은 배가 등가죽에 붙을 정도로 굶어야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배가 고파도 괜찮았지만 제 두 아이는 굶길 수 없었죠, 아이들은 배가 고파 울기까지 했어요. 바로 그때 미다인 기획사 사장인 미란다가 제가 두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보고선 식사를 대접해 주셨고 저한테 기획사에서 제안받은 사극의 엑스트라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미루나의 말에 반명선이 물었다.“그래서 하겠다고 한 거고요?”미루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사건이 있기 전, 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고 김가명 감독님과 얘기까지 마쳤는데, 결국 그런 일이 생겨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된거죠. 그래서 미란다가 찾아왔을 때 생각도 하지 않고 승낙했어요. 난 그 사람의 기획사로 들어갔고 미란다는 저에게 도시락을 챙겨주었고 아이들에게는 분유를 사줬죠. 그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반명선은 무언가 눈치챈 듯 물었다.“설마 그 사람이 언니에게 밥을 챙겨주고 아이들에게 분유까지 사준다고 고마워서 돈도 받지 않고 연기한 건 아니죠?”미루나는 머리를 저었다.“난 정말 바보예요. 부모님과 사이도 좋고, 그러다 준명 씨의 사랑을 받고, 세희 씨와 정아 씨의 보호도 받다 보니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미란다가 저한테 너무 잘해주는 것 같아서 하소연하는 셈 치고 그동안 힘들었던 경험들을 모두 털어놓았죠.”반명선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전 미란다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를 기획사로 불러 매일 아침 6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종일 엑스트라 연기를 시킬 줄은 몰랐어요. 제가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밤에 셋방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 그 몇 시간뿐이었어요. 그렇게 미란다는 계속 저를 부추겨서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라고, 심지어는 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팔라고 했죠. 미란다는 내가 그렇게 많은 연기를 했는데도 돈 한 푼 주지 않았고 그제서야 나는 여
미루나는 신세희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세희 씨, 내가 엄선희라는 걸 정... 정말 믿는 거야?”“당연하지!”신세희는 확신하며 말했다.미루나가 입을 열었다.“세희 씨...”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신세희의 품에 안겨서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펑펑 울었다.“너무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어... 근데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았어! 다들 날 싫어했잖아! 흑흑... 준명 씨는 나를 때리기까지 했고 부모님은 계속 의심하시고, 다들 믿어주지 않았어.. 흑흑...”그녀의 억울함에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눈물샘이 터졌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 엄선희의 등에 떨어졌다. 신세희는 울음을 터뜨렸고 목이 메어 아무 말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울먹이며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이 모든 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선희 씨, 내가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늦게 선희 씨를 알아보면 안 되는 거였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전국적으로 선희 씨를 찾아봐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그녀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반복해서 말했고, 미루나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울며 신세희에게 한탄했다.“모두가 나를 믿어주지 않아.. 준명씨도.. 내 부모님도..”“아니야.. 나중에 내가 준명 씨 갈비뼈를 부러뜨려서 대신 복수해 줄게!”신세희가 승낙했다.“아니... 세희 씨, 그러지 마! 준명 씨 때리지 마, 제발...”미루나가 고개를 들더니 신세희의 입을 막았다.마치 신세희의 말 한마디면 서준명이 얻어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신세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선희 씨, 울지 마.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려줘, 나한테 그동안의 일들을 말해줘야 내가 도울 수 있어. 그리고 그 가짜 엄선희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아는 게 그렇게 많을 수 있어? 디테일한 것까지 심지어 명선 씨도 알고 있었고 선희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전화기 너머로 부소경이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우리 여보의 말투를 들으니 당신이 이 구역의 두목이 된 것 같네?”신세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흥! 제가 두목의 부인이 된지 벌써 20년이나 되가는데 두목이 되면 안 되나요?”“당연히 되지, 문제없어!”부소경이 신세희를 아끼며 말했다.“우리 아내는 두목이 되기에 손색없는 사람이야.”“아 맞아! 여보, 얼른 말해봐요, 그 겁 없는 세력이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신세희가 물었다.부소경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남성의 주요 시장에서 나간다는 얘길 하더라고. 그래서 남성엔 지금 우두머리가 없으니 머리 좋은 사람 몇 명이서 남성의 물을 흐리려고 하고 있어.”“개자식들!”신세희가 분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조사 중이니 너무 급해하지 마, 당신은 일단 선희 씨를 위안해 주고 경거망동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계획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어.”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이만 끊을게.”신세희는 뭔가 생각난 듯 재빨리 말을 건넸다.“아, 잠깐만요, 소경 씨.”부소경이 대답했다.“왜 그래?”“병원에서 DNA검사했던 그 의사 말이예요, 그 의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사람을 찾아서 좀 지켜봐 줘요.”부소경이 말했다.“이미 사람을 보내 미행하라고 했어.”“네, 알겠어요.”신세희가 말했다.“그리고 또 있어요!”그때 미루나가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신세희가 고개를 돌려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왜 그래, 선희 씨?”미루나의 얼굴에는 아직 눈물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나 대신... 유리에게 고맙다고 전해줘요. 4, 5년 만에 만나니 유리가 많이 컸더라고요.. 유리가 성격이 좋고 부드러우면서 마음까지 치밀한 진정한 어른으로 컸으니 나까지 뿌듯해졌어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모두 유리 덕분이야.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단순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잖아, 가끔은 정말 간단
미루나가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배 안이었어.”“그 사람이, 선희 씨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했던거야?”신세희가 물었다.“출국시키려는 거지.”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난 내가 출국했다는 걸 한 달 만에 알았고 그때의 기분은 너무 절망적이였어.. 나는 준명 씨가 나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서 해외로 보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그런 건 줄 알았거든. 하지만 해외에서 그 사람들이 준명 씨에 대해 잘 모른 다는 걸 발견했어, 비록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말을 이어가던 미루나는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다만 나를 병원에서 안고 간 남자는... 나름 참 잘 대해주었어. 그 사람은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아 항상 내 옆을 따라다니며 치료해 주도록 해서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어. 외국에 도착한 후, 그 남자는 아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했고 아내분도 잘 대해주었어, 그저 외출만 못하게 했을 뿐. 그때 내가 뭘 묻던지 그들은 절대 말해주지 않았어. 그저 매일 많은 사람들이 그 남자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걸 볼 수밖에 없었고 마치 그 남자는 매우 큰 세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어. 다만 그 남자는 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 점만은 소경 오빠와 좀 비슷했지. 그리고 그 사람 위에 무슨 ‘아가씨’라는 분이 있는 것 같았는데...”“진상희.”신세희가 무의식중에 말했다.“진상희?”“소경 씨 아버님의 원래 부인의 친정 조카였는데 그 해 진상희 씨는 소경 씨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 그러다 잘 안됐고 진문옥이 돌아간 뒤 진상희도 부씨 집안을 떠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본인의 집에서 남은 생을 잘 살줄 알았어. 진씨 집안이 비록 재벌 댁은 아니지만 집안 형편은 꽤나 좋은 편이었어. 어쩌면 진상희는 쉽게 무너질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그리고 상희 씨가 집에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뜻밖에도 큰 재산을 얻었어, 엄청 많은 재산은 아니었지만 몇 천억은 됐었던 것 같애.”미루나는 깜짝 놀랐다.“몇 천억이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
그 해 소경과 성욱이 만났을 때 성욱은 소경에게 그가 엄선희를 잘 돌보고 있고 엄선희를 데려올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엄선희를 데리러 갔을 때에는 엄선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그때 그녀와 소경은 모두 성욱이 사기를 친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성욱을 잘못 탓한 것 같다.“왜 그래, 세희 씨?”미루나가 물었다.신세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하늘이 사람을 갖고 노는 것 같단 말이지..?”그녀가 엄선희를 거의 찾을 뻔했다고, 결국 한 걸음 차이로 엄선희를 찾지 못했다고, 그 한 걸음 때문에 엄선희가 몇 해 동안 고생을 하게 된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미루나에게 물었다.“선희 씨가 도망친 후 외국에서 임신까지 한 몸으로 혼자 어떻게 생활한 거야?”그 말에 미루나의 웃음은 더욱 씁쓸해졌다.“그때 난...”그녀는 목이 메었고 눈물은 뚝뚝 떨어졌다.“세희 씨 말대로 하늘은 정말 사람을 갖고 장난치는 것 같았어.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힘든 날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세희 씨가 어릴 적 힘들게 보냈다고 했다는 걸 들은 적 있고, 서진희 아주머니가 그렇게 오랫동안 방랑하고 고생한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언젠가는 내 차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 하지만 삶이 그 정도로 고달파지면 쓴맛을 너무 많이 느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때 배가 많이 불렀지만 달리는 속도가 꽤나 빨라 흑인 아이들과 음식을 빼앗아 먹을 수 있었지. 매번 나는 그 애들보다 더 많이 빼앗아 먹었어. 그렇기에 쓰레기통에서 무엇이 좋은지, 먹을 수 없는 음식인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어. 예전에 서진희 아주머니한테서 전해 들어서 경험이 있었지.”그 순간을 회상하던 미루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신세희는 눈물을 흘렸다.그들은 모두 고난을 겪은 적 있었다.신세희와 엄마, 그리고 민정아, 심지어 유리까지 그들은 신세희와 함께 가장
신세희와 반명선은 동시에 멍해졌는데, 곧이어 신세희가 물었다.“선희 씨... 병까지 걸렸어? 혹시... 매일 밥을 못 먹어서 빈혈이 생겨 혈액병까지 걸린 거 아니야?”반명선도 참지 못하고 미루나에게 물었다.“선희 언니, 언니 몸에 있는 피가 예전과 다르고 부모님과도 다른 이유가 모두 병 때문에 혈액을 바꿔서 그런 거예요?”그러자 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희귀한 조혈 모세포를 의식 받아 병을 치료한 거죠.”신세희는 엄선희를 붙잡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선희 씨?”미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당시 외국의 어느 빈민가에서 매일 흑인 아이들과 떠돌이 사람들과 음식을 빼앗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배는 점점 커졌어. 솔직히 나는 장담할 수 없었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어디 가서 낳을지.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어. 뱃속에서 하루라도 더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했지. 어쩌면 하나님께서 내가 고생하는 걸 보셨을 수도 있고, 배가 너무 커진 걸 보셨을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시아계 부부가 나를 집으로 데려갔어. 그들 부부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는데 서른 여섯 살 정도 된 것 같았고, 두 사람은 아이가 없었지만 사이가 아주 좋았어. 두 사람 모두 대학교 교수였는데, 한가할 때는 소설 작가로도 일했어. 그들은 내가 아시아인이고 임신까지 한 모습을 보고는 불쌍하게 여겨 그들 집에서 도우미로 일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때부터 나는 매일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는 고정된 숙소가 생겼지. 그 부부는 아시아인이었기에 나는 요리도 할 수 있었어. 예전에 집에 있을 땐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그 중년부부를 따라 요리를 배웠고 매일 내가 하는 일은 청소하고 한가할 때는 의자에 기대어 햇볕을 쬐는 일이었어. 한동안은 편안한 날들을 보낸 셈이지.”신세희는 퉁명스럽게 엄선희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러면 왜 그때 나한테 전화 한통 하지 않은 거야?! 우리가 선희
그러나 미루나는 웃었다.“사실 저는 운이 좋아요! 왜냐하면 병을 발견한 병원은 예전에도 같은 병을 본 적이 있었기에 제 병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 병원에서 같은 병을 두 번이나 발견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인거죠.”반명선이 곧이어 물었다.“그 사람은 살았대요?”미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살아 있어요.”반명선은 호기심이 가득해졌다.“어떻게 된 거래요?”미루나가 대답했다.“그때 그 병례도 저처럼 아이를 낳을 때 발견하거고 아이를 낳은 뒤 추위를 심하게 느꼈대요. 병원에서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가망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매일 방금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영양을 공급했고 다시 아이를 임신시켜 출산할 때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하여 엄마의 생명을 구했다고 해요.”“제대혈?”반명선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사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 때에는 제대혈을 사용하는 게 가장 안전한 치료방법일 수도 있어요.”미루나는 생존자가 된것처럼 말했다.“모든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은 운이 좋았던 거죠. 그리고 이건 사람들의 종족과 관련이 있는데 그들은 고산지에 살던 종족이었고 비교적 추위에 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혈액조차도 차가운 성질이었어요. 그러니 운이 좋았던 거죠.”“혹... 혹시 선희 씨도 그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한 거야?”신세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미루나도 감격해하며 말했다.“그때 모든 의사들이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못 살리면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돌려보내더라도 국내에선 아직 이런 병을 발견한 적 없으니 속수무책이라 시도해 보는 게 차라리 나을 거라고 했어. 그런데 뜻밖에도 골수를 바꾸니 몸이 나아졌어...”미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와 반명선을 바라보았다.“그러니 세희 씨, 만약 내 인생이 정상적인 궤적대로 진행되었다면 달콤함을 즐기는건 서씨 부인이었을 거야. 부모님이 아껴주시고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남편은 더더욱 사랑을 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