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소경과 성욱이 만났을 때 성욱은 소경에게 그가 엄선희를 잘 돌보고 있고 엄선희를 데려올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엄선희를 데리러 갔을 때에는 엄선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그때 그녀와 소경은 모두 성욱이 사기를 친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성욱을 잘못 탓한 것 같다.“왜 그래, 세희 씨?”미루나가 물었다.신세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하늘이 사람을 갖고 노는 것 같단 말이지..?”그녀가 엄선희를 거의 찾을 뻔했다고, 결국 한 걸음 차이로 엄선희를 찾지 못했다고, 그 한 걸음 때문에 엄선희가 몇 해 동안 고생을 하게 된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미루나에게 물었다.“선희 씨가 도망친 후 외국에서 임신까지 한 몸으로 혼자 어떻게 생활한 거야?”그 말에 미루나의 웃음은 더욱 씁쓸해졌다.“그때 난...”그녀는 목이 메었고 눈물은 뚝뚝 떨어졌다.“세희 씨 말대로 하늘은 정말 사람을 갖고 장난치는 것 같았어.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힘든 날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세희 씨가 어릴 적 힘들게 보냈다고 했다는 걸 들은 적 있고, 서진희 아주머니가 그렇게 오랫동안 방랑하고 고생한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언젠가는 내 차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 하지만 삶이 그 정도로 고달파지면 쓴맛을 너무 많이 느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때 배가 많이 불렀지만 달리는 속도가 꽤나 빨라 흑인 아이들과 음식을 빼앗아 먹을 수 있었지. 매번 나는 그 애들보다 더 많이 빼앗아 먹었어. 그렇기에 쓰레기통에서 무엇이 좋은지, 먹을 수 없는 음식인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어. 예전에 서진희 아주머니한테서 전해 들어서 경험이 있었지.”그 순간을 회상하던 미루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신세희는 눈물을 흘렸다.그들은 모두 고난을 겪은 적 있었다.신세희와 엄마, 그리고 민정아, 심지어 유리까지 그들은 신세희와 함께 가장
신세희와 반명선은 동시에 멍해졌는데, 곧이어 신세희가 물었다.“선희 씨... 병까지 걸렸어? 혹시... 매일 밥을 못 먹어서 빈혈이 생겨 혈액병까지 걸린 거 아니야?”반명선도 참지 못하고 미루나에게 물었다.“선희 언니, 언니 몸에 있는 피가 예전과 다르고 부모님과도 다른 이유가 모두 병 때문에 혈액을 바꿔서 그런 거예요?”그러자 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희귀한 조혈 모세포를 의식 받아 병을 치료한 거죠.”신세희는 엄선희를 붙잡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선희 씨?”미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당시 외국의 어느 빈민가에서 매일 흑인 아이들과 떠돌이 사람들과 음식을 빼앗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배는 점점 커졌어. 솔직히 나는 장담할 수 없었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어디 가서 낳을지.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어. 뱃속에서 하루라도 더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했지. 어쩌면 하나님께서 내가 고생하는 걸 보셨을 수도 있고, 배가 너무 커진 걸 보셨을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시아계 부부가 나를 집으로 데려갔어. 그들 부부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는데 서른 여섯 살 정도 된 것 같았고, 두 사람은 아이가 없었지만 사이가 아주 좋았어. 두 사람 모두 대학교 교수였는데, 한가할 때는 소설 작가로도 일했어. 그들은 내가 아시아인이고 임신까지 한 모습을 보고는 불쌍하게 여겨 그들 집에서 도우미로 일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때부터 나는 매일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는 고정된 숙소가 생겼지. 그 부부는 아시아인이었기에 나는 요리도 할 수 있었어. 예전에 집에 있을 땐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그 중년부부를 따라 요리를 배웠고 매일 내가 하는 일은 청소하고 한가할 때는 의자에 기대어 햇볕을 쬐는 일이었어. 한동안은 편안한 날들을 보낸 셈이지.”신세희는 퉁명스럽게 엄선희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러면 왜 그때 나한테 전화 한통 하지 않은 거야?! 우리가 선희
그러나 미루나는 웃었다.“사실 저는 운이 좋아요! 왜냐하면 병을 발견한 병원은 예전에도 같은 병을 본 적이 있었기에 제 병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 병원에서 같은 병을 두 번이나 발견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인거죠.”반명선이 곧이어 물었다.“그 사람은 살았대요?”미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살아 있어요.”반명선은 호기심이 가득해졌다.“어떻게 된 거래요?”미루나가 대답했다.“그때 그 병례도 저처럼 아이를 낳을 때 발견하거고 아이를 낳은 뒤 추위를 심하게 느꼈대요. 병원에서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가망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매일 방금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영양을 공급했고 다시 아이를 임신시켜 출산할 때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하여 엄마의 생명을 구했다고 해요.”“제대혈?”반명선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사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 때에는 제대혈을 사용하는 게 가장 안전한 치료방법일 수도 있어요.”미루나는 생존자가 된것처럼 말했다.“모든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은 운이 좋았던 거죠. 그리고 이건 사람들의 종족과 관련이 있는데 그들은 고산지에 살던 종족이었고 비교적 추위에 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혈액조차도 차가운 성질이었어요. 그러니 운이 좋았던 거죠.”“혹... 혹시 선희 씨도 그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한 거야?”신세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미루나도 감격해하며 말했다.“그때 모든 의사들이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못 살리면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돌려보내더라도 국내에선 아직 이런 병을 발견한 적 없으니 속수무책이라 시도해 보는 게 차라리 나을 거라고 했어. 그런데 뜻밖에도 골수를 바꾸니 몸이 나아졌어...”미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와 반명선을 바라보았다.“그러니 세희 씨, 만약 내 인생이 정상적인 궤적대로 진행되었다면 달콤함을 즐기는건 서씨 부인이었을 거야. 부모님이 아껴주시고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남편은 더더욱 사랑을 주
모든 건 하늘의 뜻이었기에 신세희가 내뱉은 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이었다.미루나는 흐뭇하게 웃었다.“그러게 말이야.”신세희는 엄선희를 끌어안고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선희 씨가 왜 이런 고통을 겪은 건지 드디어 알게 됐어! 모든 건 다 병 때문인거야. 정말 너무 다행이야! 그러니 앞으로 다 잘 될 거야, 모두 잘 풀릴 거야. 나도, 부모님도, 그리고 준명 씨도 이젠 선희 씨를 받아들일 거고, 앞으로 선희 씨는 여전히 그 달콤한 공주로 돌아갈 거야.”미루나는 신세희를 안고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세희 씨가 드디어 나를 알아봤다니, 흑흑... 흑흑, 나는 이미 너무 행운스러워, 세희 씨가 나를 알아본다면 정말 행운스러운 일이지.”신세희는 손을 들어 미루나의 머리를 콕 찍었다.“운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선희 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운스러운 여자야! 생각해 봐, 백만분의 일, 심지어는 천만분의 일 확률로 걸리는 질병을 치료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선희 씨를 사랑하고 있어. 선희 씨, 언니 말 들어봐, 지금까지 겪은 좌절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을 살면서 좌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온갖 풍상을 다 겪어봐야 인생이 헛되지 않아, 안 그래?”미루나가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맞아!”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울다 웃었다.한참 뒤에야 신세희가 문득 물었다.“선희 씨, 그럼 중년 교수의 도움을 받고 잘 살았을 텐데 왜 다시 돌아온 거야?”그러자 미루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희 씨, 세희 씨도 방금 말했다시피 좌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생은 원래 변덕스럽다는 거야. 세희 씨는 내가 많은 억울함을 당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살아 있잖아. 하지만 하늘은 정말 눈이 먼 게지, 그 중년 교수 부부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분들은 나에게 다 잘해 주셨고 문화화 지식수준도 높았으며 비록 부모님보다 훨씬 젊어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지만 정말 부모님처럼 대해주었어. 아이
미루나는 자랑스럽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서북에서 장작을 캐는 일도 한 적 있는데 믿을 수 있어? 등에는 아이를 업고 품에는 아이를 안고 장작을 캐고 나면 두 손으로 들고 갔고 한 번에 5,6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지. 그렇게 난 조금씩 모아 보름 동안에 서북에서 서경으로 가는 교통비를 마련하여 서경 고성에 정착했던 거야.”“그러니까 미란다를 만난 곳 말이지?”신세희가 물었다.“맞아.”미란다를 떠올린 미루나는 탄식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엄선희는 미란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어. 미란다가 날 받아줬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신세희가 물었다.미루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난 좋은 사람만 만나왔고 외국에 납치된 이번 사건 말고는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왔기 때문이야. 세희 씨도, 정아 씨도, 그리고 준명 씨도 모두 좋은 사람이고 외국에 살던 부부도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나를 납치한 그 남자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아내분도 좋은 사람이었지.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어. 그렇기에 미란다의 다정한 태도에 난 전혀 경계하지 않았고 내 과거와 경험들 모두 미란다에게 털어놓았지. 그런데 이번엔 진짜 늑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죽이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한 늑대였어!”신세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독해졌다.“보아하니 이 여자도 뭔가 준비를 마치고 다가온 거였고 이기세라면 틀림없어, 아니면 선희 씨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병원의 의사들도 모두 미란다가 손을 쓴 게 틀림없어, 지금 미란다가 선희 씨 부모님댁에 있으니까.”미루나는 이내 다급해졌다.“안돼, 세희 씨, 그러면 안 되는데..! 비록 미란다가 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아닌 이상 내 부모님을 바로 해치려고 할 거야.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과 요 몇 년 동안 준명 씨가 부모님께 드린 재산까지
세희의 표정을 본 미루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세희 씨, 세희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니 분명 미란다를 처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지?”신세희는 진지하게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선희 씨, 잠시 억울함을 좀 견뎌야겠어. 우린... 내 말은 우리 모두 당분간 선희 씨와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잠시 동안 겉으로는...”“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 알겠어, 세희 씨, 내가 잘 협조해 볼게.”신세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루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미루나를 품에 끌어안았다.“선희 씨, 정말 착하지. 조금만 더 버티면 그 사람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야!”“응, 난 꼭 버틸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난 계속 버틸 거야! 1년이든, 10년이든 다 버틸 수 있어, 설사 그게 한평생이더라도 상관없어. 마음속으로 나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미루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준명 씨도... 당분간은 선희 씨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부모님도...”“알아, 오라고 하지 마, 난 참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잖아.”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당분간 여기 의사와 간호사 모두 선희 씨를 돌봐줄 거야.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유리에게 전화해, 아침 7시부터 전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유리가 수업이 없는 점심 11시 이후, 오후 1시 이전, 그리고 저녁 4시 30분 이후엔 언제든 유리와 전화할 수 있어. 유리는 학생이고 학교에 있으니 아무도 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알겠지?”신세희가 미루나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었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몇 년 만에 유리가 이렇게까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줄이야. 정말 잘 됐어.”“우린 그만 갈게, 잘 지내.”신세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응, 잘 지내고 있을게.” 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신세희와 반명선 두 사람은 병원에 더 머무르지
”이 세상에는 99프로가 넘는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마음속에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모르는 치욕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저도 그렇고요.”“하지만 엄선희에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의 그녀는 무척이나 착하고, 즐겁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엄선희가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희는 우리 모두의 해피 바이러스잖아요. 그래야만 하잖아요. 하늘이 왜 선희에게 이런 벌을 주는 걸까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요. 하지만 왜 유독 엄선희에게만 이런 거예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늘이 왜 이렇게까지 벌하는 거냐고요! 대체 왜!”신세희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그러자 반명선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숙모, 숙모가 선희 언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이잖아요. 그게 바로 인생 아니겠어요? 이유랄게 없어요. 가끔씩은 하느님도 실수해요. 그냥 앞으로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엄선희 마음속의 상처를 치료해 주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엄선희를 다시 예전의 해피 바이러스로 돌려놓으면 되는 거예요.”“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감개했다. “선희를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선희 얼굴도 다시 예전처럼 못 돌리는 데 마음을 어떻게 예전으로 돌려놓겠어요.”“엄선희 부모님이 왜 아직도 선희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아요? 얼굴이 달라서 그래요. 30년이나 함께한 아이예요. 그들 마음에는 지금 선희의 예전 모습이 가득할 거예요. 선희가 바로 선희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전과 다르게 생긴 아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예요. 오히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가짜가 더 받아들이기 쉬울 걸요?”신세희의 말에 반명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엄선희 부모님은
반명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담은 못해요.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어요.”“그래도 해봐요. 한 번 해봐요.” 신세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해요, 꼭 경계를 늦추면 안 돼요.”“네 알겠어요, 숙모.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할게요. 특히 엄선희 부모님 집에 있는 가짜 엄선희를 꼭 주의 하겠습니다.” 반명선은 무척이나 똑똑한 아가씨였다.그녀는 숙모과 함께 엄씨네 집으로 출발했다.같은 시각, 엄씨네 집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나금희와 엄위민도, 엄선우의 부모님도, 엄선우 연선의 부부도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엄선희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엄선희 엄마는 엄선희의 왼손을, 엄선우 엄마는 엄선희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우리 선희, 오랜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살 빠진 것 좀 봐. 선희야, 우리 집에 가자. 내가 제대로 몸보신 시켜줄게. 너네 엄마는 다 좋은데 음식 솜씨가 나보다 못해. 한 달만 같이 살면 내가 책임지고 통통하게 찌워줄게.” 큰엄마는 눈물을 머금으며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이 집에는 딸이 딱 하나 있었다.그래서인지 두 가족 모두 엄선희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었다.큰엄마, 큰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엄선희를 봐주었고 엄선우보다 더 그녀를 귀여워했다.모든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물건들은 엄선희의 독차지가 되었고 한 번도 그녀에게 고난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어릴 때 엄씨 집안은 생활고를 겪었었다.그럼에도 두 가족은 항상 엄선우를 고생하게 했지 종래로 엄선희한테 고된 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그들은 여자아이는 응당 온실 속 화초처럼 귀하게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아끼고, 보호하고, 사랑한 아이는 결국 지옥처럼 힘든 인간 세상을 겪게 되었다.큰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큰아버지는 그녀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