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는 자랑스럽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서북에서 장작을 캐는 일도 한 적 있는데 믿을 수 있어? 등에는 아이를 업고 품에는 아이를 안고 장작을 캐고 나면 두 손으로 들고 갔고 한 번에 5,6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지. 그렇게 난 조금씩 모아 보름 동안에 서북에서 서경으로 가는 교통비를 마련하여 서경 고성에 정착했던 거야.”“그러니까 미란다를 만난 곳 말이지?”신세희가 물었다.“맞아.”미란다를 떠올린 미루나는 탄식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엄선희는 미란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어. 미란다가 날 받아줬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신세희가 물었다.미루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난 좋은 사람만 만나왔고 외국에 납치된 이번 사건 말고는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왔기 때문이야. 세희 씨도, 정아 씨도, 그리고 준명 씨도 모두 좋은 사람이고 외국에 살던 부부도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나를 납치한 그 남자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아내분도 좋은 사람이었지.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어. 그렇기에 미란다의 다정한 태도에 난 전혀 경계하지 않았고 내 과거와 경험들 모두 미란다에게 털어놓았지. 그런데 이번엔 진짜 늑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죽이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한 늑대였어!”신세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독해졌다.“보아하니 이 여자도 뭔가 준비를 마치고 다가온 거였고 이기세라면 틀림없어, 아니면 선희 씨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병원의 의사들도 모두 미란다가 손을 쓴 게 틀림없어, 지금 미란다가 선희 씨 부모님댁에 있으니까.”미루나는 이내 다급해졌다.“안돼, 세희 씨, 그러면 안 되는데..! 비록 미란다가 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아닌 이상 내 부모님을 바로 해치려고 할 거야.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과 요 몇 년 동안 준명 씨가 부모님께 드린 재산까지
세희의 표정을 본 미루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세희 씨, 세희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니 분명 미란다를 처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지?”신세희는 진지하게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선희 씨, 잠시 억울함을 좀 견뎌야겠어. 우린... 내 말은 우리 모두 당분간 선희 씨와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잠시 동안 겉으로는...”“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 알겠어, 세희 씨, 내가 잘 협조해 볼게.”신세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루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미루나를 품에 끌어안았다.“선희 씨, 정말 착하지. 조금만 더 버티면 그 사람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야!”“응, 난 꼭 버틸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난 계속 버틸 거야! 1년이든, 10년이든 다 버틸 수 있어, 설사 그게 한평생이더라도 상관없어. 마음속으로 나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미루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준명 씨도... 당분간은 선희 씨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부모님도...”“알아, 오라고 하지 마, 난 참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잖아.”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당분간 여기 의사와 간호사 모두 선희 씨를 돌봐줄 거야.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유리에게 전화해, 아침 7시부터 전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유리가 수업이 없는 점심 11시 이후, 오후 1시 이전, 그리고 저녁 4시 30분 이후엔 언제든 유리와 전화할 수 있어. 유리는 학생이고 학교에 있으니 아무도 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알겠지?”신세희가 미루나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었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몇 년 만에 유리가 이렇게까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줄이야. 정말 잘 됐어.”“우린 그만 갈게, 잘 지내.”신세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응, 잘 지내고 있을게.” 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신세희와 반명선 두 사람은 병원에 더 머무르지
”이 세상에는 99프로가 넘는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마음속에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모르는 치욕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저도 그렇고요.”“하지만 엄선희에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의 그녀는 무척이나 착하고, 즐겁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엄선희가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희는 우리 모두의 해피 바이러스잖아요. 그래야만 하잖아요. 하늘이 왜 선희에게 이런 벌을 주는 걸까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요. 하지만 왜 유독 엄선희에게만 이런 거예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늘이 왜 이렇게까지 벌하는 거냐고요! 대체 왜!”신세희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그러자 반명선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숙모, 숙모가 선희 언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이잖아요. 그게 바로 인생 아니겠어요? 이유랄게 없어요. 가끔씩은 하느님도 실수해요. 그냥 앞으로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엄선희 마음속의 상처를 치료해 주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엄선희를 다시 예전의 해피 바이러스로 돌려놓으면 되는 거예요.”“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감개했다. “선희를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선희 얼굴도 다시 예전처럼 못 돌리는 데 마음을 어떻게 예전으로 돌려놓겠어요.”“엄선희 부모님이 왜 아직도 선희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아요? 얼굴이 달라서 그래요. 30년이나 함께한 아이예요. 그들 마음에는 지금 선희의 예전 모습이 가득할 거예요. 선희가 바로 선희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전과 다르게 생긴 아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예요. 오히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가짜가 더 받아들이기 쉬울 걸요?”신세희의 말에 반명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엄선희 부모님은
반명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담은 못해요.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어요.”“그래도 해봐요. 한 번 해봐요.” 신세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해요, 꼭 경계를 늦추면 안 돼요.”“네 알겠어요, 숙모.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할게요. 특히 엄선희 부모님 집에 있는 가짜 엄선희를 꼭 주의 하겠습니다.” 반명선은 무척이나 똑똑한 아가씨였다.그녀는 숙모과 함께 엄씨네 집으로 출발했다.같은 시각, 엄씨네 집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나금희와 엄위민도, 엄선우의 부모님도, 엄선우 연선의 부부도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엄선희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엄선희 엄마는 엄선희의 왼손을, 엄선우 엄마는 엄선희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우리 선희, 오랜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살 빠진 것 좀 봐. 선희야, 우리 집에 가자. 내가 제대로 몸보신 시켜줄게. 너네 엄마는 다 좋은데 음식 솜씨가 나보다 못해. 한 달만 같이 살면 내가 책임지고 통통하게 찌워줄게.” 큰엄마는 눈물을 머금으며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이 집에는 딸이 딱 하나 있었다.그래서인지 두 가족 모두 엄선희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었다.큰엄마, 큰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엄선희를 봐주었고 엄선우보다 더 그녀를 귀여워했다.모든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물건들은 엄선희의 독차지가 되었고 한 번도 그녀에게 고난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어릴 때 엄씨 집안은 생활고를 겪었었다.그럼에도 두 가족은 항상 엄선우를 고생하게 했지 종래로 엄선희한테 고된 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그들은 여자아이는 응당 온실 속 화초처럼 귀하게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아끼고, 보호하고, 사랑한 아이는 결국 지옥처럼 힘든 인간 세상을 겪게 되었다.큰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큰아버지는 그녀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
염선의는 진심이었다.그녀가 엄선우와 함께 이곳으로 오는 길 내내 엄선우는 그녀에게 당부했었다. “선희가 얼마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깐 우린 꼭 아무런 빈틈없이 개를 받아줘야 해. 걔가 이 집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우리가 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해야 해. 비록 거의 5년 동안 집을 떠나있었지만, 비록 거의 5년 동안 떠돌며 고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걔가 남성 패션계의 베테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해.”말을 쏟아내던 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여보, 화내지 마. 내 동생 몇 년 만에 집에 돌아왔잖아…”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바보 같네요!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하는데요! 몇 년 동안 항상 처음처럼 포기하지 않고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동생에 대한 그 가족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봤기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 거예요.”“만약 당신이 동생을 전처럼 아끼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싫어했을 거예요!”“걱정 말아요!”“나 엄선희랑 이름도 비슷하고 또 올케 언니이기도 하잖아요.”“꼭 친동생처럼 대해줄게요.”“여보, 당신이 내 동생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엄선우는 그런 엄선희를 놀렸다.“흥! 이제 당신이랑 말 안 할래요! 당신 동생이랑만 얘기할 거예요!” 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코를 꼬집었다.그리고는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부부는 그렇게 서로 합의를 이루었다. 엄선희 집에 도착한 후, 그들은 엄선희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사실 염선의도 진심으로 엄선희를 아끼고 있었다.같은 고통을 겪었었기 때문에 더 상대방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말이 날라왔다. 엄선희는 위아래로 염선의를 훑어보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리 꾸며도 그 촌티 절대 못 벗어요!”“…”순간, 염선의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껄끄러워졌다.그리고 그때, 신세희와 반명선이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드디어 서준명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고, 신세희와 반명선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곧이어 나금희가 입을 열었다. “선희야, 준명이 보고 싶어?”그 말에 엄선희가 뾰로통한 얼굴로 나금희를 쳐다보았다.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준명 씨랑 얼마나 오래 만났는데!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준명 씨는 내 찐 사랑이야! 난 믿어! 내가 바로 준명 씨 찐 사랑이라는 걸! 내가 아무리 오랫동안 사라졌다고 해도, 분명 준명 씨는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준명 씨가 몇 년 사이에 다른 여자를 찾았다고 해도 내가 그 여자 떠나게 할 거야!”“내가 바로 준명 씨랑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니까!”“어머님, 아버님도 날 엄청 사랑하고 돌아가신 준명 씨 할아버님도 날 인정해 주셨어!”“내가 바로 서씨 집안의 사모님이야. 이건 절대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고! 준명 씨는 내 것이여야만 해!”지금 이 순간, 신세희도 마침내 알게 되었다.결국은 서준명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던 것 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남성에서 서씨 집안의 명성은 부씨 집안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었고, 서준명의 인기도 부소경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가끔은 부소경보다 인기가 더 높기도 했다. 서준명이 착하기도 했고, 또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후하게 대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부소경보다 더 여자들의 인기를 사기도 했다.좋은 사람인 데다 집안까지 완벽한데 이런 남자랑 결혼하기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신세희는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무척이나 침착하게 말했다. “선희야, 준명 씨 일에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네. 근데 네 말이 맞아. 준명 씨는 네 거야! 네가 없는 몇 년 동안 나랑 정아가 옆에서 보고 있었어!”“감히 준명 씨를 차지하려는 여자가 있으면 정아가 먼저 난리 치고 쫓아냈어.”“그래서 준명 씨가 아직도 혼자인 거야.”“정말이야?” 엄선희는 기대 이상의 말에 기뻐하더니 다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근데 왜 나 보러 안 와?”“마침
그들은 잠깐의 어색한 시간을 보낸 후, 바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온 가족은 여전히 엄선희를 아껴주고 있었고 마치 공주처럼 그녀를 보살펴주고 있었다. 신세희도 그렇고.엄씨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신세희와 반명선은 핑계를 대며 집을 나섰다.동네를 나서자마자 반명선이 입을 열었다.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숙모! 가짜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선의 언니를 쫓아내다니요! 대체 걔가 뭔데! 선의 언니는 엄선우랑 당당하게 결혼 사람이에요! 걔랑 무슨 상관이라고!”그 말에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잖아요.”반명선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숙모를 쳐다보았다. “숙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니요? 설마 가짜 엄선희가 준명 삼촌으로도 모자라서, 선우 삼촌까지 넘보고 있다는 거예요?”“그래도 그건 아니죠! 두 사람은 피가 섞인 진짜 가족이잖아요!”“바보!” 신세희는 손을 들어 반명선의 코를 꼬집었다. “의대는 괜히 보냈나 봐요! 아까 자기 입으로 가짜라고 했잖아요. 두 사람에게 혈연관계가 있겠어요?”그 말에 반명선은 바로 맹한 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잊고 있었어요. 어머… 설마 진짜 두 남자를 독차지할 생각은 아니겠죠?”“그건 아닐 거예요. 저 여자 서준명 때문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에요. 전국에 서준명이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엄선희 행세를 하며 서준명 옆에서 평생 살 수만 있다면 그건 엄청 남는 장사 인거죠.”“근데 왜 선의 언니를 왕따시키는 건데요!” 반명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이게 바로 그 여자의 욕심이라는 거예요. 서준명이랑 결혼하는 해서 당당하게 서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걸로도 모자라는 거겠죠. 지금 가짜는 엄씨 집안의 재산까지 독차지하려고 하고 있어요!” 신세희가 가짜 엄선희의 속셈을 입 밖으로 꺼냈다.“엄씨 집안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엄씨 집안이 아니에요. 예전에도 그들은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어요.”“엄위민과 나
조의찬의 모습에 신세희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반명선도 웃고 있었다.“세희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명선이는요? 이 사람은 누구예요?” 조의찬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그 말에 반명선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명선아?” 조의찬이 아무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너… 왜 얼굴이 요정이 됐어?”“맞아요. 다른 남자 꼬시려고 준비했어요.” 반명선이 솔직하게 말했다.“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당신 뻥 차 버리려고 그러죠. 당신 이제 곧 마흔이잖아요. 근데 난 아직 서른도 안 됐다고요. 비록 평소에는 못생기고 얼굴에 주근깨도 많아서 C그룹의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긴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봐요. 유학파 의대 박사 출신에 이렇게 예쁘게 꾸몄는데 지금 당신을 차버리는 건 나한테 일도 아니에요.”“그래?” 그녀의 말에 조의찬이 풉하고 콧방귀를 꼈다.“그럼 한번 물어나 보자! 네가 꼬시고 싶은 바로 그 남자, 네가 매일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시끄럽게 코 고는 건 알아? 네가 잘 때 침 줄줄 흘리는 건 아냐고?!”“다들 네가 의사라 위생 관념을 잘 지키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잖아. 보름이 넘어도 발 한 번 씻은 적 없었고, 샤워하라고 안 보채면 도무지 할 생각 없잖아… 게을러터져서는…”“조의찬!” 단점이 까발려지자 반명선은 마음이 급해지고 말았다.한쪽에 있던 신세희는 이 상황을 장난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무척이나 따뜻했다.사실 몇 년 동안 신세희는 줄곧 조의찬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남은 생을 함께 해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다 쓸데없는 걱정인 것 같았다. 조의찬과 반명선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숙모, 저 사람 좀 보세요! 꼭 저 대신 복수해 주셔야 해요! 꼭 제 편 들어주세요!” 반명선은 신세희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그 말에 신세희는 조의찬을 쳐다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기 시작했다.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