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는 자랑스럽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서북에서 장작을 캐는 일도 한 적 있는데 믿을 수 있어? 등에는 아이를 업고 품에는 아이를 안고 장작을 캐고 나면 두 손으로 들고 갔고 한 번에 5,6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지. 그렇게 난 조금씩 모아 보름 동안에 서북에서 서경으로 가는 교통비를 마련하여 서경 고성에 정착했던 거야.”“그러니까 미란다를 만난 곳 말이지?”신세희가 물었다.“맞아.”미란다를 떠올린 미루나는 탄식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엄선희는 미란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어. 미란다가 날 받아줬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신세희가 물었다.미루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난 좋은 사람만 만나왔고 외국에 납치된 이번 사건 말고는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왔기 때문이야. 세희 씨도, 정아 씨도, 그리고 준명 씨도 모두 좋은 사람이고 외국에 살던 부부도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나를 납치한 그 남자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아내분도 좋은 사람이었지.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어. 그렇기에 미란다의 다정한 태도에 난 전혀 경계하지 않았고 내 과거와 경험들 모두 미란다에게 털어놓았지. 그런데 이번엔 진짜 늑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죽이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한 늑대였어!”신세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독해졌다.“보아하니 이 여자도 뭔가 준비를 마치고 다가온 거였고 이기세라면 틀림없어, 아니면 선희 씨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병원의 의사들도 모두 미란다가 손을 쓴 게 틀림없어, 지금 미란다가 선희 씨 부모님댁에 있으니까.”미루나는 이내 다급해졌다.“안돼, 세희 씨, 그러면 안 되는데..! 비록 미란다가 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아닌 이상 내 부모님을 바로 해치려고 할 거야.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과 요 몇 년 동안 준명 씨가 부모님께 드린 재산까지
세희의 표정을 본 미루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세희 씨, 세희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니 분명 미란다를 처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지?”신세희는 진지하게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선희 씨, 잠시 억울함을 좀 견뎌야겠어. 우린... 내 말은 우리 모두 당분간 선희 씨와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잠시 동안 겉으로는...”“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 알겠어, 세희 씨, 내가 잘 협조해 볼게.”신세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루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미루나를 품에 끌어안았다.“선희 씨, 정말 착하지. 조금만 더 버티면 그 사람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야!”“응, 난 꼭 버틸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난 계속 버틸 거야! 1년이든, 10년이든 다 버틸 수 있어, 설사 그게 한평생이더라도 상관없어. 마음속으로 나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미루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준명 씨도... 당분간은 선희 씨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부모님도...”“알아, 오라고 하지 마, 난 참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잖아.”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당분간 여기 의사와 간호사 모두 선희 씨를 돌봐줄 거야.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유리에게 전화해, 아침 7시부터 전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유리가 수업이 없는 점심 11시 이후, 오후 1시 이전, 그리고 저녁 4시 30분 이후엔 언제든 유리와 전화할 수 있어. 유리는 학생이고 학교에 있으니 아무도 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알겠지?”신세희가 미루나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었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몇 년 만에 유리가 이렇게까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줄이야. 정말 잘 됐어.”“우린 그만 갈게, 잘 지내.”신세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응, 잘 지내고 있을게.” 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신세희와 반명선 두 사람은 병원에 더 머무르지
”이 세상에는 99프로가 넘는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마음속에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모르는 치욕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저도 그렇고요.”“하지만 엄선희에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의 그녀는 무척이나 착하고, 즐겁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엄선희가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희는 우리 모두의 해피 바이러스잖아요. 그래야만 하잖아요. 하늘이 왜 선희에게 이런 벌을 주는 걸까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요. 하지만 왜 유독 엄선희에게만 이런 거예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늘이 왜 이렇게까지 벌하는 거냐고요! 대체 왜!”신세희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그러자 반명선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숙모, 숙모가 선희 언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이잖아요. 그게 바로 인생 아니겠어요? 이유랄게 없어요. 가끔씩은 하느님도 실수해요. 그냥 앞으로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엄선희 마음속의 상처를 치료해 주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엄선희를 다시 예전의 해피 바이러스로 돌려놓으면 되는 거예요.”“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감개했다. “선희를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선희 얼굴도 다시 예전처럼 못 돌리는 데 마음을 어떻게 예전으로 돌려놓겠어요.”“엄선희 부모님이 왜 아직도 선희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아요? 얼굴이 달라서 그래요. 30년이나 함께한 아이예요. 그들 마음에는 지금 선희의 예전 모습이 가득할 거예요. 선희가 바로 선희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전과 다르게 생긴 아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예요. 오히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가짜가 더 받아들이기 쉬울 걸요?”신세희의 말에 반명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엄선희 부모님은
반명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담은 못해요.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어요.”“그래도 해봐요. 한 번 해봐요.” 신세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해요, 꼭 경계를 늦추면 안 돼요.”“네 알겠어요, 숙모.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할게요. 특히 엄선희 부모님 집에 있는 가짜 엄선희를 꼭 주의 하겠습니다.” 반명선은 무척이나 똑똑한 아가씨였다.그녀는 숙모과 함께 엄씨네 집으로 출발했다.같은 시각, 엄씨네 집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나금희와 엄위민도, 엄선우의 부모님도, 엄선우 연선의 부부도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엄선희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엄선희 엄마는 엄선희의 왼손을, 엄선우 엄마는 엄선희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우리 선희, 오랜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살 빠진 것 좀 봐. 선희야, 우리 집에 가자. 내가 제대로 몸보신 시켜줄게. 너네 엄마는 다 좋은데 음식 솜씨가 나보다 못해. 한 달만 같이 살면 내가 책임지고 통통하게 찌워줄게.” 큰엄마는 눈물을 머금으며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이 집에는 딸이 딱 하나 있었다.그래서인지 두 가족 모두 엄선희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었다.큰엄마, 큰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엄선희를 봐주었고 엄선우보다 더 그녀를 귀여워했다.모든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물건들은 엄선희의 독차지가 되었고 한 번도 그녀에게 고난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어릴 때 엄씨 집안은 생활고를 겪었었다.그럼에도 두 가족은 항상 엄선우를 고생하게 했지 종래로 엄선희한테 고된 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그들은 여자아이는 응당 온실 속 화초처럼 귀하게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아끼고, 보호하고, 사랑한 아이는 결국 지옥처럼 힘든 인간 세상을 겪게 되었다.큰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큰아버지는 그녀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
염선의는 진심이었다.그녀가 엄선우와 함께 이곳으로 오는 길 내내 엄선우는 그녀에게 당부했었다. “선희가 얼마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깐 우린 꼭 아무런 빈틈없이 개를 받아줘야 해. 걔가 이 집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우리가 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해야 해. 비록 거의 5년 동안 집을 떠나있었지만, 비록 거의 5년 동안 떠돌며 고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걔가 남성 패션계의 베테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해.”말을 쏟아내던 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여보, 화내지 마. 내 동생 몇 년 만에 집에 돌아왔잖아…”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바보 같네요!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하는데요! 몇 년 동안 항상 처음처럼 포기하지 않고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동생에 대한 그 가족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봤기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 거예요.”“만약 당신이 동생을 전처럼 아끼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싫어했을 거예요!”“걱정 말아요!”“나 엄선희랑 이름도 비슷하고 또 올케 언니이기도 하잖아요.”“꼭 친동생처럼 대해줄게요.”“여보, 당신이 내 동생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엄선우는 그런 엄선희를 놀렸다.“흥! 이제 당신이랑 말 안 할래요! 당신 동생이랑만 얘기할 거예요!” 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코를 꼬집었다.그리고는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부부는 그렇게 서로 합의를 이루었다. 엄선희 집에 도착한 후, 그들은 엄선희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사실 염선의도 진심으로 엄선희를 아끼고 있었다.같은 고통을 겪었었기 때문에 더 상대방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말이 날라왔다. 엄선희는 위아래로 염선의를 훑어보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리 꾸며도 그 촌티 절대 못 벗어요!”“…”순간, 염선의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껄끄러워졌다.그리고 그때, 신세희와 반명선이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드디어 서준명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고, 신세희와 반명선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곧이어 나금희가 입을 열었다. “선희야, 준명이 보고 싶어?”그 말에 엄선희가 뾰로통한 얼굴로 나금희를 쳐다보았다.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준명 씨랑 얼마나 오래 만났는데!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준명 씨는 내 찐 사랑이야! 난 믿어! 내가 바로 준명 씨 찐 사랑이라는 걸! 내가 아무리 오랫동안 사라졌다고 해도, 분명 준명 씨는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준명 씨가 몇 년 사이에 다른 여자를 찾았다고 해도 내가 그 여자 떠나게 할 거야!”“내가 바로 준명 씨랑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니까!”“어머님, 아버님도 날 엄청 사랑하고 돌아가신 준명 씨 할아버님도 날 인정해 주셨어!”“내가 바로 서씨 집안의 사모님이야. 이건 절대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고! 준명 씨는 내 것이여야만 해!”지금 이 순간, 신세희도 마침내 알게 되었다.결국은 서준명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던 것 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남성에서 서씨 집안의 명성은 부씨 집안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었고, 서준명의 인기도 부소경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가끔은 부소경보다 인기가 더 높기도 했다. 서준명이 착하기도 했고, 또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후하게 대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부소경보다 더 여자들의 인기를 사기도 했다.좋은 사람인 데다 집안까지 완벽한데 이런 남자랑 결혼하기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신세희는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무척이나 침착하게 말했다. “선희야, 준명 씨 일에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네. 근데 네 말이 맞아. 준명 씨는 네 거야! 네가 없는 몇 년 동안 나랑 정아가 옆에서 보고 있었어!”“감히 준명 씨를 차지하려는 여자가 있으면 정아가 먼저 난리 치고 쫓아냈어.”“그래서 준명 씨가 아직도 혼자인 거야.”“정말이야?” 엄선희는 기대 이상의 말에 기뻐하더니 다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근데 왜 나 보러 안 와?”“마침
그들은 잠깐의 어색한 시간을 보낸 후, 바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온 가족은 여전히 엄선희를 아껴주고 있었고 마치 공주처럼 그녀를 보살펴주고 있었다. 신세희도 그렇고.엄씨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신세희와 반명선은 핑계를 대며 집을 나섰다.동네를 나서자마자 반명선이 입을 열었다.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숙모! 가짜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선의 언니를 쫓아내다니요! 대체 걔가 뭔데! 선의 언니는 엄선우랑 당당하게 결혼 사람이에요! 걔랑 무슨 상관이라고!”그 말에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잖아요.”반명선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숙모를 쳐다보았다. “숙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니요? 설마 가짜 엄선희가 준명 삼촌으로도 모자라서, 선우 삼촌까지 넘보고 있다는 거예요?”“그래도 그건 아니죠! 두 사람은 피가 섞인 진짜 가족이잖아요!”“바보!” 신세희는 손을 들어 반명선의 코를 꼬집었다. “의대는 괜히 보냈나 봐요! 아까 자기 입으로 가짜라고 했잖아요. 두 사람에게 혈연관계가 있겠어요?”그 말에 반명선은 바로 맹한 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잊고 있었어요. 어머… 설마 진짜 두 남자를 독차지할 생각은 아니겠죠?”“그건 아닐 거예요. 저 여자 서준명 때문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에요. 전국에 서준명이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엄선희 행세를 하며 서준명 옆에서 평생 살 수만 있다면 그건 엄청 남는 장사 인거죠.”“근데 왜 선의 언니를 왕따시키는 건데요!” 반명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이게 바로 그 여자의 욕심이라는 거예요. 서준명이랑 결혼하는 해서 당당하게 서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걸로도 모자라는 거겠죠. 지금 가짜는 엄씨 집안의 재산까지 독차지하려고 하고 있어요!” 신세희가 가짜 엄선희의 속셈을 입 밖으로 꺼냈다.“엄씨 집안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엄씨 집안이 아니에요. 예전에도 그들은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어요.”“엄위민과 나
조의찬의 모습에 신세희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반명선도 웃고 있었다.“세희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명선이는요? 이 사람은 누구예요?” 조의찬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그 말에 반명선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명선아?” 조의찬이 아무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너… 왜 얼굴이 요정이 됐어?”“맞아요. 다른 남자 꼬시려고 준비했어요.” 반명선이 솔직하게 말했다.“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당신 뻥 차 버리려고 그러죠. 당신 이제 곧 마흔이잖아요. 근데 난 아직 서른도 안 됐다고요. 비록 평소에는 못생기고 얼굴에 주근깨도 많아서 C그룹의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긴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봐요. 유학파 의대 박사 출신에 이렇게 예쁘게 꾸몄는데 지금 당신을 차버리는 건 나한테 일도 아니에요.”“그래?” 그녀의 말에 조의찬이 풉하고 콧방귀를 꼈다.“그럼 한번 물어나 보자! 네가 꼬시고 싶은 바로 그 남자, 네가 매일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시끄럽게 코 고는 건 알아? 네가 잘 때 침 줄줄 흘리는 건 아냐고?!”“다들 네가 의사라 위생 관념을 잘 지키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잖아. 보름이 넘어도 발 한 번 씻은 적 없었고, 샤워하라고 안 보채면 도무지 할 생각 없잖아… 게을러터져서는…”“조의찬!” 단점이 까발려지자 반명선은 마음이 급해지고 말았다.한쪽에 있던 신세희는 이 상황을 장난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무척이나 따뜻했다.사실 몇 년 동안 신세희는 줄곧 조의찬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남은 생을 함께 해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다 쓸데없는 걱정인 것 같았다. 조의찬과 반명선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숙모, 저 사람 좀 보세요! 꼭 저 대신 복수해 주셔야 해요! 꼭 제 편 들어주세요!” 반명선은 신세희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그 말에 신세희는 조의찬을 쳐다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기 시작했다. “축하해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