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와 반명선은 동시에 멍해졌는데, 곧이어 신세희가 물었다.“선희 씨... 병까지 걸렸어? 혹시... 매일 밥을 못 먹어서 빈혈이 생겨 혈액병까지 걸린 거 아니야?”반명선도 참지 못하고 미루나에게 물었다.“선희 언니, 언니 몸에 있는 피가 예전과 다르고 부모님과도 다른 이유가 모두 병 때문에 혈액을 바꿔서 그런 거예요?”그러자 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희귀한 조혈 모세포를 의식 받아 병을 치료한 거죠.”신세희는 엄선희를 붙잡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선희 씨?”미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당시 외국의 어느 빈민가에서 매일 흑인 아이들과 떠돌이 사람들과 음식을 빼앗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배는 점점 커졌어. 솔직히 나는 장담할 수 없었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어디 가서 낳을지.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어. 뱃속에서 하루라도 더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했지. 어쩌면 하나님께서 내가 고생하는 걸 보셨을 수도 있고, 배가 너무 커진 걸 보셨을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시아계 부부가 나를 집으로 데려갔어. 그들 부부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는데 서른 여섯 살 정도 된 것 같았고, 두 사람은 아이가 없었지만 사이가 아주 좋았어. 두 사람 모두 대학교 교수였는데, 한가할 때는 소설 작가로도 일했어. 그들은 내가 아시아인이고 임신까지 한 모습을 보고는 불쌍하게 여겨 그들 집에서 도우미로 일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때부터 나는 매일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는 고정된 숙소가 생겼지. 그 부부는 아시아인이었기에 나는 요리도 할 수 있었어. 예전에 집에 있을 땐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그 중년부부를 따라 요리를 배웠고 매일 내가 하는 일은 청소하고 한가할 때는 의자에 기대어 햇볕을 쬐는 일이었어. 한동안은 편안한 날들을 보낸 셈이지.”신세희는 퉁명스럽게 엄선희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러면 왜 그때 나한테 전화 한통 하지 않은 거야?! 우리가 선희
그러나 미루나는 웃었다.“사실 저는 운이 좋아요! 왜냐하면 병을 발견한 병원은 예전에도 같은 병을 본 적이 있었기에 제 병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 병원에서 같은 병을 두 번이나 발견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인거죠.”반명선이 곧이어 물었다.“그 사람은 살았대요?”미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살아 있어요.”반명선은 호기심이 가득해졌다.“어떻게 된 거래요?”미루나가 대답했다.“그때 그 병례도 저처럼 아이를 낳을 때 발견하거고 아이를 낳은 뒤 추위를 심하게 느꼈대요. 병원에서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가망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매일 방금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영양을 공급했고 다시 아이를 임신시켜 출산할 때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하여 엄마의 생명을 구했다고 해요.”“제대혈?”반명선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사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 때에는 제대혈을 사용하는 게 가장 안전한 치료방법일 수도 있어요.”미루나는 생존자가 된것처럼 말했다.“모든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은 운이 좋았던 거죠. 그리고 이건 사람들의 종족과 관련이 있는데 그들은 고산지에 살던 종족이었고 비교적 추위에 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혈액조차도 차가운 성질이었어요. 그러니 운이 좋았던 거죠.”“혹... 혹시 선희 씨도 그 아이의 제대혈을 사용한 거야?”신세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미루나도 감격해하며 말했다.“그때 모든 의사들이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못 살리면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돌려보내더라도 국내에선 아직 이런 병을 발견한 적 없으니 속수무책이라 시도해 보는 게 차라리 나을 거라고 했어. 그런데 뜻밖에도 골수를 바꾸니 몸이 나아졌어...”미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와 반명선을 바라보았다.“그러니 세희 씨, 만약 내 인생이 정상적인 궤적대로 진행되었다면 달콤함을 즐기는건 서씨 부인이었을 거야. 부모님이 아껴주시고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남편은 더더욱 사랑을 주
모든 건 하늘의 뜻이었기에 신세희가 내뱉은 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이었다.미루나는 흐뭇하게 웃었다.“그러게 말이야.”신세희는 엄선희를 끌어안고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선희 씨가 왜 이런 고통을 겪은 건지 드디어 알게 됐어! 모든 건 다 병 때문인거야. 정말 너무 다행이야! 그러니 앞으로 다 잘 될 거야, 모두 잘 풀릴 거야. 나도, 부모님도, 그리고 준명 씨도 이젠 선희 씨를 받아들일 거고, 앞으로 선희 씨는 여전히 그 달콤한 공주로 돌아갈 거야.”미루나는 신세희를 안고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세희 씨가 드디어 나를 알아봤다니, 흑흑... 흑흑, 나는 이미 너무 행운스러워, 세희 씨가 나를 알아본다면 정말 행운스러운 일이지.”신세희는 손을 들어 미루나의 머리를 콕 찍었다.“운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선희 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운스러운 여자야! 생각해 봐, 백만분의 일, 심지어는 천만분의 일 확률로 걸리는 질병을 치료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선희 씨를 사랑하고 있어. 선희 씨, 언니 말 들어봐, 지금까지 겪은 좌절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을 살면서 좌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온갖 풍상을 다 겪어봐야 인생이 헛되지 않아, 안 그래?”미루나가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맞아!”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울다 웃었다.한참 뒤에야 신세희가 문득 물었다.“선희 씨, 그럼 중년 교수의 도움을 받고 잘 살았을 텐데 왜 다시 돌아온 거야?”그러자 미루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희 씨, 세희 씨도 방금 말했다시피 좌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생은 원래 변덕스럽다는 거야. 세희 씨는 내가 많은 억울함을 당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살아 있잖아. 하지만 하늘은 정말 눈이 먼 게지, 그 중년 교수 부부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분들은 나에게 다 잘해 주셨고 문화화 지식수준도 높았으며 비록 부모님보다 훨씬 젊어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지만 정말 부모님처럼 대해주었어. 아이
미루나는 자랑스럽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서북에서 장작을 캐는 일도 한 적 있는데 믿을 수 있어? 등에는 아이를 업고 품에는 아이를 안고 장작을 캐고 나면 두 손으로 들고 갔고 한 번에 5,6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지. 그렇게 난 조금씩 모아 보름 동안에 서북에서 서경으로 가는 교통비를 마련하여 서경 고성에 정착했던 거야.”“그러니까 미란다를 만난 곳 말이지?”신세희가 물었다.“맞아.”미란다를 떠올린 미루나는 탄식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엄선희는 미란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어. 미란다가 날 받아줬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신세희가 물었다.미루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난 좋은 사람만 만나왔고 외국에 납치된 이번 사건 말고는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왔기 때문이야. 세희 씨도, 정아 씨도, 그리고 준명 씨도 모두 좋은 사람이고 외국에 살던 부부도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나를 납치한 그 남자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아내분도 좋은 사람이었지.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어. 그렇기에 미란다의 다정한 태도에 난 전혀 경계하지 않았고 내 과거와 경험들 모두 미란다에게 털어놓았지. 그런데 이번엔 진짜 늑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죽이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한 늑대였어!”신세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독해졌다.“보아하니 이 여자도 뭔가 준비를 마치고 다가온 거였고 이기세라면 틀림없어, 아니면 선희 씨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병원의 의사들도 모두 미란다가 손을 쓴 게 틀림없어, 지금 미란다가 선희 씨 부모님댁에 있으니까.”미루나는 이내 다급해졌다.“안돼, 세희 씨, 그러면 안 되는데..! 비록 미란다가 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아닌 이상 내 부모님을 바로 해치려고 할 거야.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과 요 몇 년 동안 준명 씨가 부모님께 드린 재산까지
세희의 표정을 본 미루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세희 씨, 세희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니 분명 미란다를 처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지?”신세희는 진지하게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선희 씨, 잠시 억울함을 좀 견뎌야겠어. 우린... 내 말은 우리 모두 당분간 선희 씨와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잠시 동안 겉으로는...”“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 알겠어, 세희 씨, 내가 잘 협조해 볼게.”신세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루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미루나를 품에 끌어안았다.“선희 씨, 정말 착하지. 조금만 더 버티면 그 사람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야!”“응, 난 꼭 버틸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난 계속 버틸 거야! 1년이든, 10년이든 다 버틸 수 있어, 설사 그게 한평생이더라도 상관없어. 마음속으로 나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미루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준명 씨도... 당분간은 선희 씨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부모님도...”“알아, 오라고 하지 마, 난 참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잖아.”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당분간 여기 의사와 간호사 모두 선희 씨를 돌봐줄 거야.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유리에게 전화해, 아침 7시부터 전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유리가 수업이 없는 점심 11시 이후, 오후 1시 이전, 그리고 저녁 4시 30분 이후엔 언제든 유리와 전화할 수 있어. 유리는 학생이고 학교에 있으니 아무도 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알겠지?”신세희가 미루나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었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몇 년 만에 유리가 이렇게까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줄이야. 정말 잘 됐어.”“우린 그만 갈게, 잘 지내.”신세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응, 잘 지내고 있을게.” 미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신세희와 반명선 두 사람은 병원에 더 머무르지
”이 세상에는 99프로가 넘는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마음속에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모르는 치욕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저도 그렇고요.”“하지만 엄선희에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의 그녀는 무척이나 착하고, 즐겁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엄선희가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희는 우리 모두의 해피 바이러스잖아요. 그래야만 하잖아요. 하늘이 왜 선희에게 이런 벌을 주는 걸까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요. 하지만 왜 유독 엄선희에게만 이런 거예요? 선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늘이 왜 이렇게까지 벌하는 거냐고요! 대체 왜!”신세희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그러자 반명선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숙모, 숙모가 선희 언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이잖아요. 그게 바로 인생 아니겠어요? 이유랄게 없어요. 가끔씩은 하느님도 실수해요. 그냥 앞으로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엄선희 마음속의 상처를 치료해 주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엄선희를 다시 예전의 해피 바이러스로 돌려놓으면 되는 거예요.”“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감개했다. “선희를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선희 얼굴도 다시 예전처럼 못 돌리는 데 마음을 어떻게 예전으로 돌려놓겠어요.”“엄선희 부모님이 왜 아직도 선희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아요? 얼굴이 달라서 그래요. 30년이나 함께한 아이예요. 그들 마음에는 지금 선희의 예전 모습이 가득할 거예요. 선희가 바로 선희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전과 다르게 생긴 아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예요. 오히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가짜가 더 받아들이기 쉬울 걸요?”신세희의 말에 반명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엄선희 부모님은
반명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담은 못해요.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어요.”“그래도 해봐요. 한 번 해봐요.” 신세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해요, 꼭 경계를 늦추면 안 돼요.”“네 알겠어요, 숙모.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할게요. 특히 엄선희 부모님 집에 있는 가짜 엄선희를 꼭 주의 하겠습니다.” 반명선은 무척이나 똑똑한 아가씨였다.그녀는 숙모과 함께 엄씨네 집으로 출발했다.같은 시각, 엄씨네 집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나금희와 엄위민도, 엄선우의 부모님도, 엄선우 연선의 부부도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엄선희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엄선희 엄마는 엄선희의 왼손을, 엄선우 엄마는 엄선희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우리 선희, 오랜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살 빠진 것 좀 봐. 선희야, 우리 집에 가자. 내가 제대로 몸보신 시켜줄게. 너네 엄마는 다 좋은데 음식 솜씨가 나보다 못해. 한 달만 같이 살면 내가 책임지고 통통하게 찌워줄게.” 큰엄마는 눈물을 머금으며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이 집에는 딸이 딱 하나 있었다.그래서인지 두 가족 모두 엄선희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었다.큰엄마, 큰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엄선희를 봐주었고 엄선우보다 더 그녀를 귀여워했다.모든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물건들은 엄선희의 독차지가 되었고 한 번도 그녀에게 고난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어릴 때 엄씨 집안은 생활고를 겪었었다.그럼에도 두 가족은 항상 엄선우를 고생하게 했지 종래로 엄선희한테 고된 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그들은 여자아이는 응당 온실 속 화초처럼 귀하게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아끼고, 보호하고, 사랑한 아이는 결국 지옥처럼 힘든 인간 세상을 겪게 되었다.큰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큰아버지는 그녀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
염선의는 진심이었다.그녀가 엄선우와 함께 이곳으로 오는 길 내내 엄선우는 그녀에게 당부했었다. “선희가 얼마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깐 우린 꼭 아무런 빈틈없이 개를 받아줘야 해. 걔가 이 집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우리가 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해야 해. 비록 거의 5년 동안 집을 떠나있었지만, 비록 거의 5년 동안 떠돌며 고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걔가 남성 패션계의 베테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해.”말을 쏟아내던 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여보, 화내지 마. 내 동생 몇 년 만에 집에 돌아왔잖아…”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바보 같네요!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하는데요! 몇 년 동안 항상 처음처럼 포기하지 않고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동생에 대한 그 가족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봤기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 거예요.”“만약 당신이 동생을 전처럼 아끼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싫어했을 거예요!”“걱정 말아요!”“나 엄선희랑 이름도 비슷하고 또 올케 언니이기도 하잖아요.”“꼭 친동생처럼 대해줄게요.”“여보, 당신이 내 동생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엄선우는 그런 엄선희를 놀렸다.“흥! 이제 당신이랑 말 안 할래요! 당신 동생이랑만 얘기할 거예요!” 그 말에 염선의는 엄선우의 코를 꼬집었다.그리고는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부부는 그렇게 서로 합의를 이루었다. 엄선희 집에 도착한 후, 그들은 엄선희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사실 염선의도 진심으로 엄선희를 아끼고 있었다.같은 고통을 겪었었기 때문에 더 상대방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말이 날라왔다. 엄선희는 위아래로 염선의를 훑어보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리 꾸며도 그 촌티 절대 못 벗어요!”“…”순간, 염선의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껄끄러워졌다.그리고 그때, 신세희와 반명선이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