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도 고윤희가 민정아와 같이 있을 줄은 몰랐다. 최여진은 고윤희와 민정아를 모두 미워한다. 최여진은 살면서 처음으로 맞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최여진은 민정아와 또 한 명의 깡패, 그리고 신세희의 딸 세명에게 맞았었다. 바로 구경민의 집에서 맞았다. 그중 민정아가 제일 심하게 때렸다. 그야말로 짐승처럼 때렸다. “당... 당신이 왜 경민 오빠 집에 있어?” 최여진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정아는 코웃음을 치고 말해다. “흥! 여기는 내 남자친구 숙부님 집이야! 나는 곧 구 씨 집안 며느리가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이 집에 있을 수 있지! 최여진, 내가 이 집에 있을 때 네가 숙부님과 윤희 언니 만나러 오면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야! 잘 들어, 다리를 분질러 버린다고 분명히 말했어!”“당... 당신은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최여진은 말을 더듬거렸다. 최여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고윤희가 돌아온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최여진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최여진이 구자현에게 부탁해서였다.최여진의 목표는 다시 돌아온 고윤희를 열받게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윤희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는 것이다.최여진의 가장 큰 바람은 반호영이 그녀에게 하는 것처럼 구경민 또한 고윤희를 험하게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최여진은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민정아 때문에 열이 받았다. 최여진과 반대로 민정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민정아는 전화를 끊고 고윤희에게 말했다. “윤희 언니, 앞으로 언니 괴롭히는 사람은 제가 처리할게요. 무서워하지 마요! 언니가 사라지고 난 후에 저희가 최여진을 몇 번 손 봐줬어요.”민정아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실 민정아는 평소에 구경민 앞에서는 이렇게 편하게 말하지 못했다. 민정아는 구경민을 조금 무서워한다. 하지만 민정아는 이번에 남성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신세희에게 중요한 임무를 받았다. 임신해서 거동이 불편한 신세희는 민정아를 서울로 보냈다. 민정아가 서울에
민정아는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사실 저는 원래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세희 씨가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게다가 제 목숨까지 구해줬죠. 윤희 언니, 괜찮아요! 언니랑 저랑 세희 씨 그리고 선희 씨도 있잖아요. 언니 옆에는 저희가 있으니까 외로워하지 않아도 돼요.”고윤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나한테는 정아 씨랑 세희 씨가 있어. 두 사람을 알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야. 하지만 두 사람은 남성에 있고 나만 혼자 서울에 있네…”고윤희는 그저 감정에 북받쳐 한 말일뿐 구경민에게 남성으로 가자고 할 생각은 없었다. 구경민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부모님과 형제 또한 모두 서울에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구경민의 어머니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윤희는 그저 순간 감정에 북받쳐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하지만 고윤희는 구경민이 그녀의 말을 마음에 담아둘 거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날 밤, 즉 고윤희가 구경민에게 돌아온 둘째 날 밤에 구경민은 고윤희의 발을 씻겨준 후 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어머니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으니 남성에서 치료해도 괜찮을 것 같아. 비행기 표 예약했으니까 내일 남성으로 가자.”“......” 고윤희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구경민은 고윤희의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구경민은 고윤희에게 말했다. “너는 서울에 친구가 없고, 서울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너랑 만나고 싶어 하잖아. 누가 네 남자를 경성의 일인자로 만들었지? 그런데 다들 나한테 밀렸잖아. 그래서 그 사람들이 너한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돼. 내가 봤을 때 네가 정아 씨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세희 씨는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너도 세희 씨 보고 싶지?”고윤희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성으로 가도 돼?”“비행기 표도 다 예약했는데 못 갈 이유가 뭐 있어?” 구경민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고
구경민은 기대에 찬 얼굴로 고윤희를 바라봤다. 구경민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로의 온도를 통해 더욱 가까워져 예전처럼 돌아가길 바랐다. 고윤희는 구경민을 사랑했다. 또한 구경민을 사랑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 고윤희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고윤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고윤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민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너한테 맞춰주려고 했는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고윤희는 눈물을 흘렸다. “진수 오빠와 함께 한 날들을 잊을 수 없고, 너한테 쫓겨난 순간도 잊을 수가 없어. 그 당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나를 쫓아냈다는 것도 알아. 너도 네 마음을 알지 못했겠지. 나는 너 용서해. 그리고 전혀 네 탓하지 않아. 나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네가 나를 쫓아내서 한밤중에 찬바람을 맞으며 너의 집 앞에 서 있었던 그날이 계속 생각나. 그리고 네 앞에 무릎 꿇고 떨어진 음식을 주웠을 때도... 경민아, 나 안 될 것 같아.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 4개월 동안 내가 겪은 일들을 잊기 힘들어, 정말 너무 힘들어. 미안해.”고윤희는 진지하게 말하며 매우 미안해했다. 하지만 구경민은 마음이 아팠다.고윤희가 그동안 겪은 일들은 구경민이 자초한 것은 아니었지만 구경민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고윤희가 활기를 잃은 것은 구경민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구경민이 어떻게 고윤희를 강요할 수가 있을까?구경민은 고윤희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구경민은 고윤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윤희야, 정말 미안해. 평생 다 갚지 못할 거야. 미안해, 나 좀 용서해 줄래?”“경민아, 나는 너 용서해. 나한테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남자는 여전히 너야. 나는 너 용서해.”고윤희는 따뜻한 눈빛으로 구경민을 지그시 바라봤다. “어서 자. 다시는 네 몸에 손대지 않을게.” 구경민은 고윤희를 껴안고 말했다.“응.
그와 반대로 남성은 고윤희에게 따뜻한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고윤희는 호랑이 인형을 선물해 준 신유리가 공항에 마중 나와 임신을 축해주는 모습을 떠올렸다.또한 연락을 자주 하지 않지만 항상 어디에서나 자신을 도와주는 신세희가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제 만났던 민정아도 빨리 만나고 싶었다.민정아는 박력 있는 성격에 허당미가 있어 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준다. 보고만 있어도 좋은 두 사람을 곧 만날 수 있다. 고윤희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옆에 앉아 있던 구서준은 고윤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숙모, 5~6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검사해 보셨어요? 아들이에요? 딸이에요”?고윤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직 검사 안 했어.”“숙모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구서준은 고윤희에게 물었다. “아들이면 좋겠어.” 고윤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구서준은 고윤희가 아들을 원한다고 하면 구 씨 집안에서 훨씬 더 쉽게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구서준은 말했다. “숙모, 괜찮아요. 저희 집안은 남아 선호 사상 같은 것 없어요. 저는 여동생이 갖고 싶어요!”고윤희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딸을 원하지 않아요. 만약 나 같은 인생을 살면 얼마나 불쌍하겠어?” “......” 구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구서준은 고윤희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숙모, 악몽은 이제 다 지나갔어요. 이제 좋은 일만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고윤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았다. “응, 알겠어.”세 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남성에 도착했다. 고윤희는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4개월 동안 보지 못했던 신세희와 만났다. “언니! 윤희 언니!” 신세희는 까치발을 들고 고윤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고윤희는 신세희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고윤희에게 구경민 곁을 떠나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두말
고윤희는 따뜻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세희 씨가 저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신세희는 여전히 미안해하며 말했다. “언니가 쫓겨났을 때 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어요. 원래 언니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엄마를 찾게 되는 바람에 언니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언니, 남성을 떠나 5개월 동안 힘들었죠? 저... 얘기 다 들었어요. 저... 다 들었어요. 윤희 언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진수 씨 어머니랑 언니한테 잘 해드릴게요.”신세희는 원래 말을 아끼는 편이다. 또한 신세희는 달콤한 말로 남을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다. 신세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신세희의 마음은 진심이다. 고윤희는 신세희의 진심에 평생 느끼지 못한 따뜻함을 느꼈다.고윤희가 그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것은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남성으로 다시 돌아온 고윤희 눈앞에는 친구들과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신유리가 그녀를 맞이해줬다. 인생은 고윤희가 생각한 것보다 가혹하지 않았다. “그동안 저를 생각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정아랑 세희 씨, 너무 고마워요.”잠시 후, 고윤희는 고개를 들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신유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는 유리 공주님한테 제일 고마워.”신유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윤희 이모, 괜찮아요!”“윤희 언니! 이제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되니 꼭 다시 일어서야죠! 언니도 엄마가 되면 연약한 토끼에서 자식을 지키는 용감한 호랑이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윤희 언니 우리 자식들을 위해 같이 힘을 내요! 파이팅!”신세희는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다. 신세희는 처음 부소경을 따라 남성으로 돌아왔을 때 죽도록 힘들고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부소경이 정말 자신을 팔아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당시 신세희는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부소경에게 벗어날 방법과 신유리를 지킬 방법을 생각해뒀다. 그 후, 신세희는 며칠 지나지 않아 부소경에게 벗어났다.고윤희는 용감한 신세희를
신유리는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한테 동생이 한 명 더 생기는 거네? 하하!”겨우 여섯 살 밖에 안 됐지만 일찍 철이 든 신유리는 구경민을 재촉하며 말했다. “윤희 이모랑 들어가서 쉬어. 이모 뱃속에는 호랑이 인형이 있어서 많이 피곤할 거야.”구경민은 신유리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삼촌한테 화나지 않았어?”신유리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흥! 삼촌이 하는 거 봐서!”“알겠어! 삼촌이 잘 할게!” 구경민은 신유리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구경민은 맹세하며 말했다. “윤희는 친구들에게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이니 제가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잘못하면 절대 가만두지 마세요!”부소경은 웃으며 말했다. “윤희 씨 쉬어야 하니 빨리 들어가.”구경민과 고윤희는 친구들과 인사한 후 산속 별장으로 향했다. 한진수 어머니의 병원과 치료 방법은 모두 부소경이 책임졌다. 때문에 구경민은 안심하고 고윤희와 함께 산속 별장으로 돌아왔다. 고윤희는 5개월 만에 별장에 오니 꿈만 같았다. 두 사람은 별장 앞에 차를 세운 후 창밖을 바라봤다. 이때, 고윤희는 나무에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것을 보자 그날 밤이 떠올랐다. 추운 어두운 밤 맨몸으로 쫓겨 나 갈 곳이 없는 고윤희는 밤새도록 벌벌 떨며 구경민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구경민이 아닌 최여진이 나와 고윤희를 죽일 듯이 때렸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고윤희를 본 구경민은 고윤희가 그날 밤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윤희야, 미안해.” 구경민은 고윤희에게 평생 미안하다고 해도 본인의 잘못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구경민의 예상과 달리 고윤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딸을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엄마로서 내 딸을 나처럼 불쌍하게 살아가게 할 수 없어. 그래서 오늘부터 내가 이 집의 안주인이 되기로 결정했어! 오늘부터 너한테 다가오는 여자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가정 그리고 너는 내 거야!”“알겠습니다! 마누라님!” 구경민은
예전에 햇빛이 잘 드는 구경민의 방에 지금은 고윤희의 화장대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방 안쪽을 보니 고윤희의 하얀색 옷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윤희의 침대가 있었다. 고윤희가 가장 좋아하는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까지 모두 옮겨두었다. 고윤희는 마치 자기 방에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침대 위에는 두 장의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구경민은 고윤희를 침대 앞으로 데리고 와 말했다. “윤희야, 서울에 있는 건물은 모두 구 씨 집안의 명의로 되어있는데 나 혼자 감당하지 못하니 전부 너에게 줄게. 그리고 앞으로 남성에 있는 건물도 다 네 거야. 이 별장도 이미 네 명의로 옮겨놨어. 그리고 이건 소경이가 지은 옆집 저택인데 이것도 네 이름으로 되어있어. 그리고 이건 내 몸값인데 너한테 맡길게. 앞으로 나는 너한테 돈 받아쓸 거야.”“경민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고윤희는 말했다. 구경민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윤희야, 내가 한 달에 얼마 쓸 것 같아? 100만 원 정도? 사실 나는 10만 원도 안 써. 나는 삼시 세끼 모두 집에서 먹고 회사에서 밥을 먹어서 한 달에 돈 한 푼도 안 써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내 전 재산을 너한테 줄게.”“풉!” 고윤희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위풍당당한 구경민과 함께한 지난 8년 동안 모든 일은 구경민의 마음대로 했기 때문에 고윤희는 두 사람이 함께 어딘가를 외출할 때마저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고윤희가 구경민보다 생일이 빨랐어도 고윤희는 항상 구경민 뜻에 따랐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구경민은 고윤희를 어린아이 마냥 자신의 품에 안은 채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하게 했다. 때문에 고윤희가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일 수 있었다. 남아선호 사상에 표본인 구경민이 고윤희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가 될 때면 고윤희는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구경민에게 감동받은 고윤희는 오늘 밤 매우 적극적이었다. 임신을 한 고윤희는 볼록 나온 배 때문에 구경민을 껴안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구
구경민은 매우 행복했다. 이틀 동안 잠을 못 자고, 어젯밤 고윤희를 리드해 힘이 빠진 구경민은 오랜만에 꿀맛 같은 잠을 잤다. 다음 날. 구경민이 일어났을 때 고윤희는 옆에 있지 않았다. 고윤희는 어디 간 걸까?임신한 고윤희는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힘든 상태이다. 구경민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걸쳐 입고 방에서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려고 할 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 “진 씨 아주머니, 전분은 너무 걸쭉하지도 묽지도 않을 정도로만 해주면 돼요. 제일 중요한 건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죽을 끓여야 해요.” 고윤희는 상냥하게 말했다. 진 씨 아주머니는 고윤희에게 물었다. “사모님, 예전에 매일 새벽에 일어나셨어요?”고윤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매일 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죽을 끓였어요. 죽 끓이는데 기본적으로 한 3시간 정도 걸려요.”“콩가루는요...?” 진 씨 아주머니는 고윤희에게 물었다. “이 콩가루는 서울 시내의 농가에서 사 왔어요.”“이 농가의 콩은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비료로 생산된 유기농 콩이에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죽에 넣으면 맛이 아주 좋아요.” 고윤희는 여전히 친절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남성에 머무르는 시간이 1년에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고윤희는 구경민이 그녀가 끓인 죽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성에 올 때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이 콩가루를 반드시 챙긴다. 이 죽은 고윤희가 구경민의 입맛에 맞춰 만든 죽이다. 서울 집에서도 구경민과 고윤희 두 사람만 지낸다. 때문에 구 씨 집안의 가정부들은 고윤희가 구경민의 시중을 드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지 못했다. 고윤희는 구경민에게 죽을 끓여주기 위해 거의 농가에 살다시피하며 콩가루를 구했다. 고윤희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행복해졌다. 그때와 같은 노력은 누군가를 사랑해야지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윤희는 자신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고윤희는 가정부에게 이야기를 한 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