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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사람은 고윤희였다.

  보름 전, 고윤희는 최여진이 고용한 사람들 때문에 산 꼭대기에서 구타를 당하고 버려졌다. 그녀에게 남아있던 신용카드마저 뺏겨서 그 날 밤, 고윤희는 정말 자신이 죽는 줄 알았다.

  그녀는 혼자 산 꼭대기에 웅크리고 있었고, 곳곳에서 산 짐승과 새소리밖에 안 들렸다.

  하지만 그 순간 고윤희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

  산 꼭대기에 누워서 고윤희가 온 몸이 너무 아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었을 때, 머릿속에 구경민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

  그는 한번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약속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그저 하녀 대하듯이 대해줬다.

  단지 구경민이 너무 착해서 하녀에게 좋은 대우를 해줬을 뿐이고, 그래서 매번 외출을 할 때 그녀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그녀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까먹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하녀였다.

  심지어 그가 그녀에게 알려준 비밀번호도, 다 진짜 여자친구의 생일이었다.

  내일 아침 날이 밝아서 은행 문이 열리면, 그녀가 모아둔 2억 남짓의 돈은 그 여자친구가 다 인출해 가지 않을까?

  그럼 고윤희는 정말 살아갈 수가 없었다.

  산 꼭대기에 누워있는 그 순간, 고윤희는 신세희를 떠올렸다.

  하지만, 신세희가 아직 힘든 일을 겪고 있는 게 떠올랐고, 앞으로 신세희의 생사도 정해지지 않은 와중에, 그녀가 어떻게 신세희를 찾아갈 수 있을까?

  설령 신세희가 그녀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지금 당장 핸드폰도 없는데 어떻게 신세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신세희를 생각하니, 고윤희는 신세희의 어린 딸이 생각났다.

  그렇게 어린 딸이 벌써부터 사람을 걱정해주는 법을 알았다.

  어린 아가씨가 그녀에게 준 인형을 그녀는 꺼내 보지도 못 했다.

  “유리… 유리야, 넌 참 착한 아이야. 윤희 이모가 과연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산 꼭대기에 누워있던 고윤희는 추워서 계속해서 몸을 떨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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