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들 인터넷에 해명을 하지는 않겠지?"하 영감이 물었다.그는 인터넷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큰 손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이 사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은 알았다. 그는 두 손녀가 해명하고 나면, 결국에 돈도 못 받고 체면도 깎일까 걱정됐다."걔네 말을 누가 믿어요. 제가 고용한 그 많은 댓글 알바들이 지금 물타기를 하면서 계속 폭로하고 있는데요. 걔네들은 나타나기만 하면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죽도록 욕먹을 거예요."하 영감이 말했다. "지명아, 너 네 할머니 전화로 하예정에게 만약 계속 욕먹고 싶지 않으면 돈 보내라고 다시 전화해 보거라. 하예진은 시집갔으니 아마 돈이 별로 없을 게다. 그러니까 하예정을 꽉 물어, 그 애 보고 돈 내라고 해!""하예정 더러 1억을 보내면 그 무슨 글 같은 거 지워준다고 말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신세를 망쳐서 시집도 못 가게 될 거라고 말이야.""할아버지, 저희는 먼저 연락하지 말고 그쪽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려야 해요. 그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죠."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로 두 사촌 동생이 먼저 자신에게 연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잠시 고민하던 하 영감에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누가 먼저 나서면 누가 지는 게임이었다.하 영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너희들이 쓴 사진을 보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볼 것 같더구나, 벌써 십 년도 더 된 사진이지 않으냐. 전에 하예진을 찾아갔을 때 보니까 그 계집애 점점 더 그 애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더구나. 하예정은 오히려 걔 아빠를 닮고."하지명은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에요. 다 크고 나서는 우리랑 연락을 하는데 어디서 사진을 얻어오겠어요?"자라는 여자애는 변화무쌍하다더니, 다 큰 두 사촌 동생은 변화가 꽤 컸다."이거 순위 왜 떨어졌어."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몇 분에 한 번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순위
전태윤은 묵묵히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넸다.수많은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 덕에 하예정 휴대폰은 배터리가 닳아버렸고, 하예정도 드디어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하예정을 걱정하는 사람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누구예요?""할머니."하예정은 얼른 휴대폰을 받았다."할머니.""예정아, 할머니 쪽에 이제 인터넷이 돼서 네가 문제가 생긴 걸 이제야 알았어. 어떡하니? 내가 도와줄 게 있니? 필요한 게 있으면 태윤이에게 뭐든 얘기하렴. 직장에서 오래 구른 애라 지인들 대부분이 어디 회사 대표이고 그래. 이런 일을 처리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일 거야.""너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너희 둘은 부부이지 않니, 그 녀석이 만약 이렇게 사소한 일도 안 도와준다고 하면, 그 녀석이 돌아오거든 내가 아주 혼쭐을 내마."전씨 가문 할머니는 확실히 이 일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실시간 검색어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또 전태윤과 상소현의 스캔들에 밀려 이제는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내려온 탓에 미디어 쪽 사람들의 공유로만 조회수를 벌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었다.게다가 전씨 가문 할머니는 둘째 손자에게서 자신의 귀한 손자며느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 할머니도 이건 사소한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도 태윤 씨 오늘 하루종일 제 옆에 있어주면서 적잖은 도움을 줬어요."그 말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 그래도 양심과 책임감은 있구나."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속으로 하예정에게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의 손자는 계속 하예정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명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건 감정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전태윤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하예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하예정은 전태윤의 차가운 겉모습 안에 세
하예진이 말했다. "후기에는 착한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는 이미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도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적혀 있었어.""네티즌들은 우리를 엄청 심하게 욕하고 있어. 우리 보고 양심도 없다고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힘들게 우리를 키웠는데 이제 잘나간다고 노인에게 효도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어르신이 병을 앓고 입원했는데 병문안 한 번 가지 않는 우리를 매정하다고 하면서 어르신들을 실망시키고 하늘에 있는 부모님도 실망시켰다고 하고 있어."집에서 하루 종일 댓글들을 살펴본 하예진은 보면 볼수록 분통이 터졌다.부모님까지 언급하니 그녀는 원망이 더욱더 커졌다.부모님은 살아계실 때 친척 삼촌들보다 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도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자매에게 어떻게 대했던가?"언니, 그 악플러들이 뭐라고 하는지 볼 필요 없어.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가 본대로만 생각하면서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어. 스스로 정의롭고 착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기 말로 이용당하며 무고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있는 건 모르고 있지."인터넷에 떠도는 일들에는 반전이 자주 생겼다.하예정은 그런 일들을 많이 봤었다.그때 전태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예정아, 당신 할머니는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입원한 게 아니야. 스스로 가서 접수하고 수납하고 입원한 뒤 수술 준비하고 있어.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는 다 지어낸 이야기야."두 자매는 그를 쳐다봤다.전태윤이 해명했다. "당신과 같이 고향에 갔을 때, 휴게소에서 우리 회사와 협력하고 있는 한 대표님께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었어. 그분이 나에게 당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해줬어. 당신 친척 삼촌들과 사촌 동생은 병원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서 지내고 있고. 그 사람들 이러는 건 다 돈을 뜯어내려고 몰아붙이고 있는 거야."하늘은 정말로 무심했다. 그런 집안이 다들 떵떵거리며 잘 나가게 하다니.돈은 있었지만 양심은 사라지고 없었다.15
글들 사이사이에 비통함과 분노, 절망과 무력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언니의 일기를 뒤적이던 하예정은 과거의 일들이 떠올라 눈물을 뚝뚝 흘렸다."할머니 할아버지는 돈을 더 나눠 가지기 위해, 외가 친척들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다. 모두들 다 조금이라도 더 나눠 가지려고 할 뿐 누구도 우리 두 자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아무도 우리를 데려가 키워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다 돌아가셨는데 저 사람들은 그저 돈을 나눌 생각만 하며 우리 둘의 마음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런 걸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엄마, 아빠, 얼른 돌아와요. 당신들 딸이 지금 무슨 일을 겪는지 알아요? 왜 그렇게 매정하게 우나랑 동생을 버리고 떠난 거예요?""비가 온다. 하늘도 나랑 동생에게 엄마아빠가 없다고 가여워하는 걸까? 우리는 부모가 없는 아이가 되었다. 내가 아빠라고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내가 엄마를 불러도, 이제 들을 수가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을 보고 나는 울었다. 동생도 나를 따라 운다.""동생은 늘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엄마 아빠 보고 싶어.""나는 동생을 끌어안고 울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두 분은 우리 둘만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갔어. 우리는 고아가 된 거야,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가 된 거야…"......"할아버지, 할머니는 돈을 더 받기 위해, 1억만 주면 앞으로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우리의 도움을 바라지 않겠다고 했다. 하긴, 두 분은 자식이 많으니 노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그 사람들은 돈밖에 모른다. 돈돈돈, 돈이 가족보다 중요하고, 돈이 손녀보다 더 중요한 걸까? 그 돈은 당신 아들과 며느리의 목숨과 바꿔온 돈인데 말이야. 돈을 달라고 소란을 피울 때 아들과 며느리의 기분은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아, 우리 엄마아빠는 다 돌아가셨지. 그 사람들은 애초에 죽은 사람의 기분은 신경 쓰지 않아.""그 사람들 결국 돈을 받아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1억을
하예정은 언니의 일기장를 인스타에 올려서 "불효녀"라는 검색어에 대하여 응답하였다.그리고 언니의 일기장 외에도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수집한 증거들도 많다. 증거들은 두 어르신께서 잘살고 있고 통장에 천만 원 이상의 적금이 있으며 자식들은 마을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부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전태윤은 그날에 아내와 함께 처형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그녀가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 어르신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였다. 블랙박스를 보면 어르신과의 통화내용이 녹화되어 있을 것이다.확인해 보니 정말로 녹화되어 있었다.하예정은 할아버지와의 통화내용도 함께 인터넷에 올렸다.그러고 난 후 그녀는 네티즌들이 분노 하든 욕을 하든 관계하지 않았다.전태윤은 소정남이 하 씨네 집사람들을 조사한 자료를 하예정보고 인네에 올리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소정남더러 네티즌들이 스스로 하 씨네 손주들의 취업 상황과 수입을 밝혀내게 조작하라고 하였다.전에 "불효녀"라는 검색어가 얼마나 큰 화제를 일으켰으면 네티즌들의 분노는 얼마만큼 클 것이다.그래서 원래 하예정 자매에게 불효라고 욕하던 사람들은 "불효녀"라는 인스타 글을 올린 작가에게 댓글을 달아 욕을 했다.사건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자 하지명의 미디어하는 친구들은 제일 빠른 시간에 올린 글들을 삭제하였다. 그들도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을까 봐 무서웠다."언니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그들은 이제 돈 달라는 소리를 하러 못 올 거야. 진작 오더라고 우리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러 올 거니까."하예정은 이렇게 언니를 위로하였다."난 그냥 그들이 징그러워서 그래."하예진은 잠든 아들을 안고 말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했어. 하느님은 꼭 공정한 판결을 해 줄 거야. 예정아, 너도 태윤 씨랑 하루 종일 다니느라 힘들어겠는데 얼른 가서 쉬어.""언니, 우빈이 방에 안고가서 제워."언니가 조카를 방안으로 안고 들어가고 다시 나온 후에야 하예정부부는 인사를하고 떠났다.밖
하예정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테라스에 있는 그네에 앉아 키운꽃들과 어두운 밤하늘을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야 방으로 들어갔다.두 부부의 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그러나 병원에 있는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인터넷의 폭우를 겪고 있었다.그들이 하예정 자매에게 주었던 인터넷 폭우는 그녀들에게 별 영향이 없었는데 하예정이 이슈에 대한 응답은 달랐다. 그중에는 하예진이 쓴 일기뿐만 아니라 그때 당시의 사실을 샅샅이 밝혀냈고 마을 사람들의 증언까지 있었다. 그리고 마을위원회에서도 하예정의 말이 사실이라고 밝혔다.심지어 그들의 수입, 자 가집 등 각종의 정보들까지 네티즌들이 찾아냈다.그들은 자택 별장을 살고 있고 체면 있는 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연 수입은 적어서 천만 원 많아서는 2천만 원을 벌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두 어르신의 적금 돈도 천만 원이 넘는다.그들은 생활 조건이 이렇게나 좋으면서도 할머니가 아픈데 손녀들보고 치료비를 지급하라고 한다. 특히는 하 씨 할아버지와 하예정의 통화내용이 폭로된 후 네티즌들은 그들을 엄청 욕을 하고 있다."자기 돈 쓰기 싫어서 손녀더러 돈을 지급하라는 거잖아. 자식들과 손주들이 다 잘사는데 왜 자식들더러 돈을 내라고 하지 않아?""그리고 손녀는 한세대를 건넜고 또 그때 당시 그녀들의 부모님이 목숨으로 바꾼 배상금을 나눠 가졌을 때 죽든 말든 관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뻔뻔스럽게 손녀들보고 돈을 내라고 하다니.""녹음을 들어봐, 그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소리냐? 손녀보고 그들의 기름값을 결제하고 호텔비까지 내놓으라고 하다니. 자기 부모가 아파서 입원하면 당연히 자식들의 책임이 아닌가?""손자와 손녀들이 돈을 좀 내거나 힘을 좀 내어 효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왜 두 손녀만 못 살게 하는 거야? 왜 손자들보고는 돈을 내라고 안 할 뿐만 아니라 손자들의 기름값을 손녀보고 내라고 하는가? 이건 남존여비의 사상 아닌가?""그리고 그 하지
하예정의 둘째 큰아버지는 조카보고 말했다. "지문이의 일이 제일 중요해, 만약에 이것 때문에 지문이가 회사에서 잘린다면......"하 씨네 둘째 큰아버지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하지명을 보는 눈빛에는 탓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인스타를 이용해 이슈를 만들어 하예정 자매가 어쩔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은 하지명의 아이디어였다."삼촌, 지문이가 회사에서 경영한 지 오래됐고 본사에서도 그를 신임하기에 이런일로 자르지는 않을 거야. 나중에 내가 지문이 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면 돼."하지명은 자영업자기에 인터넷의 일들은 그의 사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조카의 말을 들은 하 씨 둘째 큰아버지는 마음을 좀 놓였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전화하여 일하는 데 영향을 끼처지 않게 인터넷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설명하라고 하였다."계집애들 너무 독한 거 아니야?"하 씨 큰아버지는 그녀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돈을 안 주면 안 줬지 꼭 사람을 못살게 굴며 초라하게 만들어야 해?"전에 그들이 "불효손녀"라는 글을 올렸고 검색어 순위에 올랐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런데 하예정이 이슈에 답을 하고 난 후에 끼친 영향은 아주 크다. 그리고 또 모르는 사람들이 전화하여 그들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그들은 하예정 자매가 사이버 폭력을 당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단단히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자자했고 병원까지 와서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병원의 경호원이 사람들을 쫓아내고 신고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일족이 다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맞을 수도 있다.심지어 계란까지 맞을 수도 있다.말이 없던 하 씨 작은 고모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할때부터 난 반대였어. 십몇 년 전에 엄마아빠가 예정이 걔네랑 계약서를 쓸 때 죽든 말든 관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엄마가 아프니 당신들은 한마음으로 걔네들보고 돈을 내놓으라고 핍박했어.""엄마아빠가
하 씨 할멈은 마을에서도 무지막지함으로 유명하다. 그의 성격은 항상 셌고 언제나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았다.그는 손주들더러 사과하지 못하게 우겼다.하지만 그가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하예정은 어르신이 이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꿀잠을 잤다. 그런데 일어나기 전에 부모님 꿈을 꾸었다. 그들의 손을 잡으려고 내밀었는데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잠에서 깨여나 보니 벌써 눈물이 베개 수건을 적셨다.천장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고서야 하예정은 앉아서 종이로 볼에 남긴 눈물자국을 닦아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빠엄마도 딸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아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나랑 언니는 이미 15년 전의 애가 아니야. 그들이 또 우리를 괴롭피려 하는 것은 어림도 없어."그리고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제저녁 자기 전에 그녀는 핸드폰을 소음모드로 설정하였다.핸드폰을 보니,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가득했다.그리고 부재중 전화를 보니, 전부 모르는 번호였고 하 씨네 집사람이라는 것이 뻔하였다. 그는 메시지를 두 개 열어봤는데 인스타 글을 삭제하고 같은 핏줄인 한 가족이라는 말들이었다.그리고 그녀가 이러는 것이 그들을 죽이려고 몰아가는 혐의가 있다고 하였다.인스타 글을 삭제하면 더 이상 그녀와 따지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할머니의 치료비도 내지 않아도 되니 양심이 있으면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하였으며 그것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보답이라고 퉁쳐주겠다고 하였다.하예정은 귀찮아서 메시지를 더 이상 보지 않았다.그들은 역시 자신이 일리가 있고 그녀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만약에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면 죽음에 몰린 사람은 두 자매들이었을 거다.보살펴 주지도 않은 주제에 그들에게 보답하라고? 두 자매는 그들에게 뭔 보답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그때 부모님의 목숨으로 바꾼 배상금을 그들이 빼앗은 보답? 아니면 그들이 두 자매를 때리고 집에서 쫓아낸 보답을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
“다 좋대. 오늘 오전에 병원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아기가 잘 자라고 있대. 초음파를 찍을 때 옆에 서서 봤는데 아기가 움직이더라니까. 그런데 효진이는 느끼지 못한대.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일반적으로 16주 때부터 태아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해.”소지훈은 마음속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하늘나라로 간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목 안으로 삼켰다. 그러나 그도 처음 아빠로 되는 소정남을 이해해 주었다.만약 소지훈도 정윤하와 결혼해서 아기가 생기게 되면 그도 소정남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하지만 그건 아직 머나먼 일이다. 그는 아직 고백도 안 했다.언제쯤이면 결혼하여 애 아빠로 될 수 있을지!마흔이 되기 전에 아빠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어떤 사람들은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아 40대 초반부터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소지훈의 소원은 단지 40대 전에 아빠로 되는 것뿐이다.소지훈은 자신이 바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낳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형, 무슨 일 있어?”소정남과 소지훈은 사촌 관계로 사이가 좋지만, 평소 별일 없을 때면 서로 연락이 뜸했다.각자 너무 바쁜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소지훈이 먼저 전화한 것을 보니 분명 무언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관성에서 멀리 떨어진 소정남은 곧바로 차의 속도를 줄여 길가에 차를 멈추어 세웠다.조수석에 앉아있던 심효진이 물었다.“무슨 일이 생겼대?”소정남은 아직 무슨 일인지도 몰랐기에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형, 우물쭈물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 이렇게 뜸 들이니 내가 너무 무섭잖아.”소지훈은 소씨 가문의 장남으로서 관성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그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극히 드물기에 갑자기 우물쭈물하는 소지훈을 본 소정남은 무척 놀랐다.“정남야. 나... 좀 부끄러운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어.”“뭐가 부끄러울 게 있다고. 형제끼리 못할 말이 뭐가 있어. 설마 윤하 씨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