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이윤정의 뺨을 후려쳤다.퍽!선명한 손자국과 함께 이윤정의 입가에서 피가 맺혔다.하지만 조윤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방을 휘둘러 이윤정을 계속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년! 감히 내 남편을 유혹해? 염치없는 년, 더러운 년!”이윤정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둘은 뒤엉켜 난투극을 벌이게 되었다.두 여자의 시끄러운 싸움에 일요일 저녁 집에 있던 옆집 사람들도 소란을 듣고 하나둘씩 나왔다.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말리지 못했다.조윤이 이윤정의 얇은 잠옷을 찢어버리면서 고함을 지르자 사람들은 이제가 눈치를 챘다.“이 더러운 년! 내 남편을 유혹해? 찢어 버릴 거야!”아내가 내연녀를 잡으러 온 상황임이 명확해지자 구경꾼들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샤워를 마친 정일범이 소란을 듣고 뛰쳐나왔고 난장판이 된 거실 한가운데 두 여자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뛰어들어 이윤정의 위에 있는 아내를 발로 차버렸다.방심하던 조윤은 남편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나뒹굴었고 등에서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이윤정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윤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조윤의 양쪽 볼이 얼얼해지더니 눈앞이 아득해졌다.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남편이 내연녀를 도왔다는 사실이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조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이윤정의 이마를 머리로 들이받았다.이윤정이 비명을 지르며 움찔하자 조윤은 다시 그녀 위에 올라타 두 손으로 목을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손아귀에서 이윤정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정일범이 다시 아내를 발로 찼다.하지만 조윤은 손을 놓지 않았고 남편의 발길질을 버티며 더욱 세게 이윤정의 목을 조였다.“놔! 죽이려는 거야?”정일범이 소리치며 아내를 붙잡고 잡아당겼다.이윤정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정일범은 필사적으로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고 그제야
앞으로 정일범이 누구와 함께 있든, 조윤과는 상관없었다.이씨 가문의 큰며느리 자리도 이제 누구에게 가든,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 살아남는 것이었다.“큰오빠,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이윤미는 정일범을 차갑게 꾸짖었다.“형수님을 거의 죽일 뻔했잖아!”“오빠가 그 여자랑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집에서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이윤미는 허리를 숙여 조윤의 가방을 집어 들어 안에 있는 사진 한 뭉치를 꺼내 정일범에게 던졌다.그러고는 조윤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형수님, 우리 돌아가요.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짐승들은 어머니께 맡기죠.”“윤미야...”바닥에서 사진을 집어 든 정일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동생은 이미 조윤을 데리고 떠났고 이곳에 더 이상 오래 머물러선 안 될 것 같았다.정일범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뛰쳐나왔다.이윤미는 기절한 이윤정을 남겨둔 채,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정일범 역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떠났다.심지어 방문조차 닫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결국, 이웃 중 한 명이 나서서 이윤정을 위해 방문을 닫아 주며 드라마는 끝났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다음 날, 사람들은 전날 밤에 불륜 현장에서 들킨 내연녀가 16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 높이에서 떨어져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기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머리가 깨지고 바닥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이 현장을 본 이윤정의 어머니와 두 오빠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사람들은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들이 조윤의 전화를 받고 이윤정이 망신스러운 짓을 했다는 걸 알고 밤새도록 고향에서 달려왔다고 했다.밤늦게 도착한 모자는 번갈아 가며 그녀를 심하게 꾸짖었다.불륜남의 아내한테 뚜들겨 맞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고, 어머니와 오빠들에게까
이은화는 이윤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이틀 후면 퇴원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정군호는 마치 부모를 잃은 사람처럼 온몸이 축 처져 있었다. 눈은 붉게 부어 있었고 오랜 시간 울었던 흔적이 역력했다.어제 그의 곁에 함께 있어 준 사람은 막내아들이었다.정일호는 한때 여동생이었던 이윤정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명지 빌리지로 달려가 그녀의 친오빠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이은화는 그런 부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깊은 눈빛 속에 어떤 감정이 스며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가주의 시선이 닿자 부자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극도로 긴장했다.정군호는 막내아들에게 눈짓으로 이 무거운 침묵을 깨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나 정일호는 선뜻 나설 수 없었고 그는 오히려 아버지가 먼저 말하기를 바랐다.눈빛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한참이나 이어지다, 결국 정일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는 어머니를 위해 조용히 의자를 가져와 뒤에 놓고는 나직이 말했다.“엄마, 앉으세요.”이은화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고 정일호는 서둘러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어머니에게 건네고는 곧장 과일을 씻으려 했다.“과일은 괜찮다. 그냥 네 아버지랑 할 얘기하고 곧 회사로 돌아가야 해.”이은화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과일을 씻으려던 막내아들을 불러 세웠다.“그럼 아버지랑 이야기하고 계세요.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정일호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아들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두려워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엄격했고 집이든 회사든 단 한마디로 결정을 내리는 법이었기에 그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반면 아버지는 온화한 사람이었고 아이들을 아꼈다. 무슨 부탁이든 가능한 한 들어주려 했고 때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어머니를 설득하다가 크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그렇게 형제들은 자연스레 아버지와 더 친해지게 되었다.하지만 여동생은 이제 세상을 떠났다.정일호의 마음속에서 이윤정은 언제까
그 집안은 흡혈귀나 다름없었다.이윤미가 아니라 이윤정이야말로 이씨 가문의 친딸과 같은 존재이다. 이윤미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어려서부터 이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이윤정에게 그런 짓을 했으니 어찌 그런 굴욕을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결국 그들은 이윤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뜻밖의 추락사라고? 정일호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는 이윤정이 친오빠에게 밀쳐 떨어졌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병실에서 이은화는 막내아들이 따라준 미지근한 물을 두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후, 컵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여보, 윤정이 죽었어. 알고 있지?”정군호는 초췌한 얼굴과 부은 눈을 감출 수 없었다. 거짓말할 수 없는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어젯밤에 알았어요. 셋째가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윤정이는 머리가 깨져 그 자리에서 죽었다더군요. 의사가 도착해서는 응급처치도 없이 사망 선고를 내렸대요.”이미 사망한 상태였기에 응급처치는 무의미했다. 의사들은 현장에 도착해 검사를 마친 후, 이윤정의 사망을 선고했고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겼다.“여보, 윤정이는 절대 사고사가 아니에요. 친엄마와 친오빠가 윤정이를 밀어 떨어뜨렸다고 확신해요. 윤정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에요.”이은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군호는 계속 말을 이었다.“여보, 윤정이와 20년 넘게 모녀로 지낸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윤정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세요.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채로 남겨질 수는 없어요. 당신이 윤정이를 원망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윤정이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조차 한 적 없어요. 윤정이가 당신을 얼마나 공경했는지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윤정이는 계략에 빠졌어요. 점점 몰리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 거예요.”정군호는 분노를 터뜨렸다.“윤미 때문이에요, 다 이윤미 때문이에요! 이윤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윤정이는 절망에 빠지지 않았을 거예요. 저와 윤정이를 계략에 빠뜨린 건 분명 이윤미예요. 친아버지인 나에게 애정도 없고 내가 윤정이를 귀하게
“그건 단순한 우연이었어. 당신과 윤정이가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윤미가 아무리 우리 곁에서 자라지 않았다고 하지만, 윤미야말로 우리의 딸이야.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는 혈육이라고.”“어떻게 안 좋은 일이라고 하면 그저 온갖 누명을 윤미한테 다 뒤집어씌워? 당신이 그러고도 아빠라고 할 수 있어?”이은화의 말에 정군호는 말문이 막혔다.“...”한참 침묵 끝에, 정군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나와 윤정이가 그렇게 된 게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단 말이에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 아니라?”“그래. 우연이었어. 만약 어떤 음모가 있었다면, 그건 당신이 제일 아끼는 장남이 당신을 속인 거야. 당신 장남이 속였다는 거 믿을 수 있으면 계속 음모라고 생각해. 나도 말리지 않을 테니.”정군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장남이 자신을 배신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는 이윤미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네 명의 자식 중에서도 유독 장남과 딸 이윤정을 가장 아꼈다. 그리고 장남과 정군호, 부자 둘 사이도 매우 좋았다.‘우리 장남이 나를 속였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정군호는 장남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여보, 나와 윤정이가 그렇게 된 게 단순하게 우연이었다면, 왜 윤정이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어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하지만 않았어도 윤정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이은화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친딸을 탓할 수 없으니, 이제는 아내인 나를 탓하기 시작하는 거야?”“뭐야, 당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애첩이 죽어서 복수라도 하고 싶어? 지금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순간, 정군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는 급히 손을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이은화는 냉정하게 말했다.“이윤정은 애초부터 내 딸이 아니었어. 우리 집안에서 자라며 원래대로라면 평생 겪어보지 못할 부귀영화
수십 년 결혼생활 동안, 이은화는 세 아들보다 남편인 정군호를 더 치밀하게 관리했다. 그것은 이은화가 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정군호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애가 죽은 건 그애 스스로 초래한 거야. 마음속에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으니. 그 애가 나한테 복수하려고 또 당신 장남을 꼬셨어. 군호 씨가 보기에 이게 뭐인 것 같아? 스스로 생각 좀 해봐.”“당신 큰며느리가 지금 집에서 이혼한다고 난리 치고 있어. 이윤정, 그 애가 우리 가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당신 장남의 가정까지 망쳐놨어. 그 애는 죽어 마땅해. 그 애가 자살이든 타살이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우리 누군가 이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해 이 일을 조사하려고 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누구든 내 허락 없이 이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하려는 자는, 가차 없이 벌받게 할 거야!”이은화는 단호하게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고개를 높이 들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정군호는 멀어져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정군호는 이씨 집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은화의 앞에서 허리를 펼 수도,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아내의 기분이 좋아야만 정군호의 삶도 평온해질 수 있었다.분명, 두 사람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아내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냉랭해졌다. 언제나 남편인 정군호가 양보해야 했고, 그녀한테 맞춰야 했고, 그녀를 이해해야 했다.이은화가 병실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셋째 아들 정일호와 마주쳤다. 이은화의 표정은 어두웠고 정일호는 엄마가 걱정스러웠다.“엄마...”“그래, 일호야. 네 아빠가 퇴원하면 이제는 네 별장에서 지내도록 부탁해.”이은화는 정일호에게 당부하고 급히 떠났다.‘아빠를 더 이상 이씨 가문 대저택에 들이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정일호는 이은
정일호가 그런 정군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위로밖에 없었다. 사실, 정일호 역시 이윤정이 실족사인지, 친오빠에게 떠밀려 타살된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감히 조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이미 이은화가 그들한테 명확하게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었다.“이윤정은 이미 죽었다.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그 애의 이름조차도 입 밖에 내지 마라.”정군호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아들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밖에 없었다.“퇴원하거든 네 별장으로 가지 않을 거다. 대저택으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다시 네 엄마를 화나게 하는 일도 없을 거야. 아비는 이미 70살도 넘었다.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너희들을 끝까지 지킬 거야.”“내가 있으면, 네 엄마가 화가 나더라도 나한테 화풀이할 테니, 너희들은 그나마 덜 괴로울 거야.”그리고, 정군호는 정일호에게 당부했다.“일호야, 너희 형제들도 조심해야 한다. 물론, 너희를 낳고 기른 엄마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이씨 가문보다 중요한 건 없어. 이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너희 형제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정군호의 말에 정일호는 침을 삼켰다. 이은화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가혹한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너희도 나와 윤정이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너희 힘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이씨 가문을 벗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야.”정군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비 말을 명심하거라. 난 네 엄마와 50년을 함께 살았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뼛속까지 알고 있어.”“그리고 이윤미는 너희를 형제라고 생각도 하지 않아. 네 엄마가 움직이지 않아도, 언젠가 이윤미가 너희를 하나하나 쳐낼 거야. 그 애의 피에는 너희 엄마와 똑같이 냉혹함이 흐르고 있어.”정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사업이 조금 어려워요? 저희도 여러 번 사업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정일호가 그런 정군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위로밖에 없었다. 사실, 정일호 역시 이윤정이 실족사인지, 친오빠에게 떠밀려 타살된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감히 조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이미 이은화가 그들한테 명확하게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었다.“이윤정은 이미 죽었다.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그 애의 이름조차도 입 밖에 내지 마라.”정군호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아들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밖에 없었다.“퇴원하거든 네 별장으로 가지 않을 거다. 대저택으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다시 네 엄마를 화나게 하는 일도 없을 거야. 아비는 이미 70살도 넘었다.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너희들을 끝까지 지킬 거야.”“내가 있으면, 네 엄마가 화가 나더라도 나한테 화풀이할 테니, 너희들은 그나마 덜 괴로울 거야.”그리고, 정군호는 정일호에게 당부했다.“일호야, 너희 형제들도 조심해야 한다. 물론, 너희를 낳고 기른 엄마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이씨 가문보다 중요한 건 없어. 이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너희 형제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정군호의 말에 정일호는 침을 삼켰다. 이은화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가혹한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너희도 나와 윤정이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너희 힘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이씨 가문을 벗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야.”정군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비 말을 명심하거라. 난 네 엄마와 50년을 함께 살았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뼛속까지 알고 있어.”“그리고 이윤미는 너희를 형제라고 생각도 하지 않아. 네 엄마가 움직이지 않아도, 언젠가 이윤미가 너희를 하나하나 쳐낼 거야. 그 애의 피에는 너희 엄마와 똑같이 냉혹함이 흐르고 있어.”정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사업이 조금 어려워요? 저희도 여러 번 사업
수십 년 결혼생활 동안, 이은화는 세 아들보다 남편인 정군호를 더 치밀하게 관리했다. 그것은 이은화가 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정군호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애가 죽은 건 그애 스스로 초래한 거야. 마음속에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으니. 그 애가 나한테 복수하려고 또 당신 장남을 꼬셨어. 군호 씨가 보기에 이게 뭐인 것 같아? 스스로 생각 좀 해봐.”“당신 큰며느리가 지금 집에서 이혼한다고 난리 치고 있어. 이윤정, 그 애가 우리 가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당신 장남의 가정까지 망쳐놨어. 그 애는 죽어 마땅해. 그 애가 자살이든 타살이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우리 누군가 이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해 이 일을 조사하려고 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누구든 내 허락 없이 이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하려는 자는, 가차 없이 벌받게 할 거야!”이은화는 단호하게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고개를 높이 들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정군호는 멀어져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정군호는 이씨 집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은화의 앞에서 허리를 펼 수도,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아내의 기분이 좋아야만 정군호의 삶도 평온해질 수 있었다.분명, 두 사람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아내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냉랭해졌다. 언제나 남편인 정군호가 양보해야 했고, 그녀한테 맞춰야 했고, 그녀를 이해해야 했다.이은화가 병실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셋째 아들 정일호와 마주쳤다. 이은화의 표정은 어두웠고 정일호는 엄마가 걱정스러웠다.“엄마...”“그래, 일호야. 네 아빠가 퇴원하면 이제는 네 별장에서 지내도록 부탁해.”이은화는 정일호에게 당부하고 급히 떠났다.‘아빠를 더 이상 이씨 가문 대저택에 들이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정일호는 이은
“그건 단순한 우연이었어. 당신과 윤정이가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윤미가 아무리 우리 곁에서 자라지 않았다고 하지만, 윤미야말로 우리의 딸이야.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는 혈육이라고.”“어떻게 안 좋은 일이라고 하면 그저 온갖 누명을 윤미한테 다 뒤집어씌워? 당신이 그러고도 아빠라고 할 수 있어?”이은화의 말에 정군호는 말문이 막혔다.“...”한참 침묵 끝에, 정군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나와 윤정이가 그렇게 된 게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단 말이에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 아니라?”“그래. 우연이었어. 만약 어떤 음모가 있었다면, 그건 당신이 제일 아끼는 장남이 당신을 속인 거야. 당신 장남이 속였다는 거 믿을 수 있으면 계속 음모라고 생각해. 나도 말리지 않을 테니.”정군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장남이 자신을 배신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는 이윤미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네 명의 자식 중에서도 유독 장남과 딸 이윤정을 가장 아꼈다. 그리고 장남과 정군호, 부자 둘 사이도 매우 좋았다.‘우리 장남이 나를 속였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정군호는 장남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여보, 나와 윤정이가 그렇게 된 게 단순하게 우연이었다면, 왜 윤정이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어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하지만 않았어도 윤정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이은화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친딸을 탓할 수 없으니, 이제는 아내인 나를 탓하기 시작하는 거야?”“뭐야, 당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애첩이 죽어서 복수라도 하고 싶어? 지금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순간, 정군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는 급히 손을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이은화는 냉정하게 말했다.“이윤정은 애초부터 내 딸이 아니었어. 우리 집안에서 자라며 원래대로라면 평생 겪어보지 못할 부귀영화
그 집안은 흡혈귀나 다름없었다.이윤미가 아니라 이윤정이야말로 이씨 가문의 친딸과 같은 존재이다. 이윤미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어려서부터 이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이윤정에게 그런 짓을 했으니 어찌 그런 굴욕을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결국 그들은 이윤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뜻밖의 추락사라고? 정일호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는 이윤정이 친오빠에게 밀쳐 떨어졌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병실에서 이은화는 막내아들이 따라준 미지근한 물을 두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후, 컵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여보, 윤정이 죽었어. 알고 있지?”정군호는 초췌한 얼굴과 부은 눈을 감출 수 없었다. 거짓말할 수 없는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어젯밤에 알았어요. 셋째가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윤정이는 머리가 깨져 그 자리에서 죽었다더군요. 의사가 도착해서는 응급처치도 없이 사망 선고를 내렸대요.”이미 사망한 상태였기에 응급처치는 무의미했다. 의사들은 현장에 도착해 검사를 마친 후, 이윤정의 사망을 선고했고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겼다.“여보, 윤정이는 절대 사고사가 아니에요. 친엄마와 친오빠가 윤정이를 밀어 떨어뜨렸다고 확신해요. 윤정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에요.”이은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군호는 계속 말을 이었다.“여보, 윤정이와 20년 넘게 모녀로 지낸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윤정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세요.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채로 남겨질 수는 없어요. 당신이 윤정이를 원망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윤정이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조차 한 적 없어요. 윤정이가 당신을 얼마나 공경했는지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윤정이는 계략에 빠졌어요. 점점 몰리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 거예요.”정군호는 분노를 터뜨렸다.“윤미 때문이에요, 다 이윤미 때문이에요! 이윤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윤정이는 절망에 빠지지 않았을 거예요. 저와 윤정이를 계략에 빠뜨린 건 분명 이윤미예요. 친아버지인 나에게 애정도 없고 내가 윤정이를 귀하게
이은화는 이윤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이틀 후면 퇴원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정군호는 마치 부모를 잃은 사람처럼 온몸이 축 처져 있었다. 눈은 붉게 부어 있었고 오랜 시간 울었던 흔적이 역력했다.어제 그의 곁에 함께 있어 준 사람은 막내아들이었다.정일호는 한때 여동생이었던 이윤정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명지 빌리지로 달려가 그녀의 친오빠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이은화는 그런 부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깊은 눈빛 속에 어떤 감정이 스며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가주의 시선이 닿자 부자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극도로 긴장했다.정군호는 막내아들에게 눈짓으로 이 무거운 침묵을 깨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나 정일호는 선뜻 나설 수 없었고 그는 오히려 아버지가 먼저 말하기를 바랐다.눈빛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한참이나 이어지다, 결국 정일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는 어머니를 위해 조용히 의자를 가져와 뒤에 놓고는 나직이 말했다.“엄마, 앉으세요.”이은화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고 정일호는 서둘러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어머니에게 건네고는 곧장 과일을 씻으려 했다.“과일은 괜찮다. 그냥 네 아버지랑 할 얘기하고 곧 회사로 돌아가야 해.”이은화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과일을 씻으려던 막내아들을 불러 세웠다.“그럼 아버지랑 이야기하고 계세요.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정일호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아들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두려워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엄격했고 집이든 회사든 단 한마디로 결정을 내리는 법이었기에 그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반면 아버지는 온화한 사람이었고 아이들을 아꼈다. 무슨 부탁이든 가능한 한 들어주려 했고 때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어머니를 설득하다가 크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그렇게 형제들은 자연스레 아버지와 더 친해지게 되었다.하지만 여동생은 이제 세상을 떠났다.정일호의 마음속에서 이윤정은 언제까
앞으로 정일범이 누구와 함께 있든, 조윤과는 상관없었다.이씨 가문의 큰며느리 자리도 이제 누구에게 가든,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 살아남는 것이었다.“큰오빠,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이윤미는 정일범을 차갑게 꾸짖었다.“형수님을 거의 죽일 뻔했잖아!”“오빠가 그 여자랑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집에서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이윤미는 허리를 숙여 조윤의 가방을 집어 들어 안에 있는 사진 한 뭉치를 꺼내 정일범에게 던졌다.그러고는 조윤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형수님, 우리 돌아가요.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짐승들은 어머니께 맡기죠.”“윤미야...”바닥에서 사진을 집어 든 정일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동생은 이미 조윤을 데리고 떠났고 이곳에 더 이상 오래 머물러선 안 될 것 같았다.정일범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뛰쳐나왔다.이윤미는 기절한 이윤정을 남겨둔 채,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정일범 역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떠났다.심지어 방문조차 닫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결국, 이웃 중 한 명이 나서서 이윤정을 위해 방문을 닫아 주며 드라마는 끝났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다음 날, 사람들은 전날 밤에 불륜 현장에서 들킨 내연녀가 16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 높이에서 떨어져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기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머리가 깨지고 바닥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이 현장을 본 이윤정의 어머니와 두 오빠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사람들은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들이 조윤의 전화를 받고 이윤정이 망신스러운 짓을 했다는 걸 알고 밤새도록 고향에서 달려왔다고 했다.밤늦게 도착한 모자는 번갈아 가며 그녀를 심하게 꾸짖었다.불륜남의 아내한테 뚜들겨 맞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고, 어머니와 오빠들에게까
조윤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이윤정의 뺨을 후려쳤다.퍽!선명한 손자국과 함께 이윤정의 입가에서 피가 맺혔다.하지만 조윤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방을 휘둘러 이윤정을 계속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년! 감히 내 남편을 유혹해? 염치없는 년, 더러운 년!”이윤정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둘은 뒤엉켜 난투극을 벌이게 되었다.두 여자의 시끄러운 싸움에 일요일 저녁 집에 있던 옆집 사람들도 소란을 듣고 하나둘씩 나왔다.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말리지 못했다.조윤이 이윤정의 얇은 잠옷을 찢어버리면서 고함을 지르자 사람들은 이제가 눈치를 챘다.“이 더러운 년! 내 남편을 유혹해? 찢어 버릴 거야!”아내가 내연녀를 잡으러 온 상황임이 명확해지자 구경꾼들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샤워를 마친 정일범이 소란을 듣고 뛰쳐나왔고 난장판이 된 거실 한가운데 두 여자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뛰어들어 이윤정의 위에 있는 아내를 발로 차버렸다.방심하던 조윤은 남편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나뒹굴었고 등에서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이윤정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윤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조윤의 양쪽 볼이 얼얼해지더니 눈앞이 아득해졌다.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남편이 내연녀를 도왔다는 사실이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조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이윤정의 이마를 머리로 들이받았다.이윤정이 비명을 지르며 움찔하자 조윤은 다시 그녀 위에 올라타 두 손으로 목을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손아귀에서 이윤정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정일범이 다시 아내를 발로 찼다.하지만 조윤은 손을 놓지 않았고 남편의 발길질을 버티며 더욱 세게 이윤정의 목을 조였다.“놔! 죽이려는 거야?”정일범이 소리치며 아내를 붙잡고 잡아당겼다.이윤정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정일범은 필사적으로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고 그제야
“네 큰오빠한테 따지러 찾아가야지. 개도 못 고치는 버릇이라잖아.”조윤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이윤미에게 대답했다.화가 난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순식간에 거실을 지나 본채를 벗어났다.이윤미는 곧장 밖에서 차가 출발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조윤이 정말로 큰오빠 찾으러 나간 것이다.이윤미는 음식을 위층으로 가져가 어머니께 드린 후, 핑계를 대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조윤을 따라간 이유는 그녀가 화가 나서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었다.만약 큰오빠와 이윤정이 손을 잡고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라면 형수가 손해를 볼 게 뻔했기 때문이다.그때, 방윤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어디 가세요?”방윤림은 이윤미가 외출한 것을 알고 전화를 걸어 목적지를 물었다.“형수님이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갔어요. 혹시 손해 볼까 봐 따라가서 도와주려고요.”방윤림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구경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구경도 하고 형수님도 도와야죠.”“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면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방 비서님은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의 비서가 근처에 있어요.”방윤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선배가 있다니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다치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저 싸움 꽤 잘해요.”방윤림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진짜 고수를 만나보지 못했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한 방에 쓰러질 수도 있어요.”“운전 중이라서, 그만 끊을게요.”싸움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들통나자 이윤미는 운전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명지 빌리지에 도착했다.조윤은 도착하자마자 잠시 멈춰 서서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화가 난 채로 나왔기에 남편이 산 집이 몇 동 몇 층인지 묻지 않았던 것이다.명지 빌리지는 꽤 넓은 아파트 단지였기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웅웅웅.”조윤이 길을 헤매던 중, 휴대폰이 울렸고 가방에서 꺼내 보니 낯선
무엇보다 시부모님은 이윤정을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했고 심지어 이윤미보다 훨씬 더 잘해주었다.이씨 가문에 시집와서 큰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시어머니가 이윤정을 그토록 아꼈으니 조윤은 마음속으로 불편해도 겉으로는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됐어.”이은화는 며느리의 말을 끊어 버렸다.“이 일은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예전에 이윤정을 너무 아꼈어.”이 큰 저택에서는 모두가 이은화의 눈치를 보며 행동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건 먼저 이은화의 잘못이었다.조윤은 조용히 말했다.“어머님은 윤정이가 가짜라는 걸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아끼신 거잖아요. 저도 엄마가 된 사람이고 딸이 하나뿐이라,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이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아이들은 학교까지 잘 바래다줬어?”그녀는 손주들을 무척 아꼈다.사실, 이윤미가 처음 돌아왔을 때는 손녀를 키울 생각도 했었다. 처음엔 그녀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에서는 가주에게 딸이 없으면 손녀를 돌봐야했다. 가주 자리를 다른 친척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네, 다 잘 도착했어요.”“아이들 성적은 어때?”조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중, 중간 정도예요.”이은화는 며느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조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덧붙였다.“아이들 성적은 뛰어나진 않지만 머리는 똑똑해요. 절대 멍청한 애들이 아니에요.”이은화는 한숨을 쉬었다.“아들이 바람피웠으니, 난 네 편에 있기로 했다. 네가 뭘 하든, 어떻게 화내든, 난 네 편이야.”그녀는 다시 아들의 외도 이야기를 꺼냈다.손주들이 여러 명 있지만 모두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키우려 했던 장손녀조차 마찬가지였다.아마도 역대 가주들이 딸을 낳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아들도 후손이고 손녀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아들들은 딸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고 손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맙습니다, 어머님.”시어머니의 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