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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6화

Penulis: 고능비
임유나는 들어와서 전이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더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 그녀는 이 남자와 인연이 없을 것이다.

그를 사모하고 질투하여 여운초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자신의 남자가 아니니 이제 단념해야 했다.

임유나는 일어나 진심으로 정중하게 다시 한번 여운초에게 사과했다.

“운초 씨, 째 할머니, 어젯밤에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해요!”

여운초도 너그럽게 말했다.

“어젯밤 임유나 씨가 정중히 사과했어요. 어제도 말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셨으니 저도 잠시 용서할게요.”

임유나는 미안해하며 말을 이었다.

“저도 어제 그런 말을 내뱉고는 저 자신이 너무 미울 정도로 엄청 후회했어요. 저도 훌륭한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 수양이 높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내뱉다니 너무 후회돼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여운초도 입을 열었다.

“사과 받아들일게요. 앞으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사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잘못을 알고 고칠 수 있으면 되는 거죠.”

“고마워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유나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임씨 가족들의 태도도 무척 공손했고 임유나도 진심으로 사과했다. 여운초는 당사자로서 임유나와 따지지 않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기에 다른 사람은 더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이 일은 이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임씨 가문이 떠나기 전에 이희진은 모두에게 만약 어젯밤 일이 알려지면 그들 임씨 가문이 책임지고 추궁할 테니 전씨 가문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약속했다.

임유나가 사고를 쳤으니 그 나쁜 결과도 당연히 임씨 가문이 책임져야 했다.

임씨 가족이 떠난 후 장소민이 동서들에게 말을 건넸다.

“희진 씨 부부의 명성도 엄청 좋으세요. 사리 밝은 분들이에요.”

젊은 여자들이 질투심이 있는 것도 정상이다.

잘못을 고치면 되니까.

명해은이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제가 나서지 않은 것도 희진 씨 체면을 보고 참은 거예요.”

그녀는 또 자기 아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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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미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조윤을 바라보며 알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조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사진? 누구의 사진일까?’“형수님, 빨리 들어가세요. 어머니가 기다리시겠어요.”이윤미는 조용히 재촉하며 자리를 떴다.조윤은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딪쳐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무서워도 자신을 잡아먹지는 않을 것이다.조윤은 조용히 서재로 들어갔다.들어서자 바닥에 사진들이 흩어져 있었고 위엄 있는 시어머니는 책상에 앉아 손에 사탕 엿을 들고 조용히 먹고 있었다.조윤은 순간 당황했다. 위엄 넘치는 시어머니가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사탕 엿을 먹고 있다니. 아마도 작은 시누이가 사다 준 것이 분명했다.이은화는 며느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마지막 사탕을 다 먹고 나서 태연하게 말했다.“바닥에 있는 사진들 모두 주워.”“네, 어머님.”큰며느리는 서둘러 다가가 들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놓고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사진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사진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줍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고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조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분노가 치솟았다.사진 속 인물은 남편 정일범과 작은 시누이 이윤정이었다. 아니, 이제는 작은 시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여자였다. 이미 시어머니에게 쫓겨난 몸이니 그냥 막된 여자일 뿐이었다.“어머님!”조윤은 화가 치밀어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들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어머님, 일범 씨랑 저 막된 여자를 보세요. 둘이...”조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남편이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과거, 남편이 외도했을 때, 시어머니에게 들켜 크게 혼난 후 관계를 정리했다고 믿었다.조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외도쯤은 참을 수 있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이씨 가문 큰며느리 자리를 절대 다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3화

    이윤정과 정군호의 일 이후로, 이은화는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예전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칠십 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고 오십 대 중반이라 해도 손색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팔십이 넘은 노인처럼 보였다.이윤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부모의 결혼 생활에 대해 함부로 입을 뗄 수 없었다.“네 아버지는 내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했어. 맞아, 나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긴 했지만 바람을 피운 적은 없어. 그건 다 과거의 일이야.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기 마련이잖아? 네 아버지도 이씨 가문에 들어오기 전에 곁에 여자가 끊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해. 이씨 가문에 들어온 후,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과거를 들추지 않았어. 그런데 감히 내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이윤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엄마, 엄마 마음속에 있는 그분, 분명 엄청난 분이겠죠?”“정말 뛰어난 사람이야. 네 아버지보다 백 배는 뛰어나. 엄마가 며칠 후에 먼 여행을 떠나는데, 만나러 간다던 옛 친구가 바로 엄마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이야.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는데, 아직도 날 기억할지 모르겠어. 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남아 있는 감정으로 보면 그 남자는 이은화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큰언니만 있을 테니까.하지만 남아 있는 증오로 본다면 이은화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그는 기억할 것이다. 그를 살아 있게 만든 것은 이은화에 대한 깊은 증오심이었으니까.“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가주님, 큰 사모님이 돌아오셨습니다.”서재 밖에서 집사가 말하자 이은화는 딸에게 말했다.“윤미야, 너는 먼저 나가거라. 아직 밥 안 먹었다면 아래층에 내려가서 먹고 와. 엄마가 부르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말고.”“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몸 상하면 안 돼요.”이윤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2화

    이윤미가 다시 사진을 집어 들려 하자, 이은화가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런 사진들 보지 마. 눈만 버려.”“저 곧 서른이에요. 봐도 괜찮아요. 하지만 솜사탕이랑 사탕 엿은 다 먹고 볼게요. 혹시 토할 수도 있으니까.”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엄마, 저 방금 힐끗 봤는데, 사진이 이렇게 선명하게 찍힌 걸 보니 이윤정이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 창문을 열어두고 누군가 몰래 찍도록 한 거죠. 아마도 엄마가 자기 뒤를 캘 거라는 걸 예상하고 일부러 선명하게 찍히게 만든 거 아닐까요?”이윤미는 이은화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진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죄다 꽁꽁 숨기잖아요. 이윤정은 일부러 들키려고 한 거예요. 왜냐하면 복수하고 싶으니까. 만약 몰래 했다면 엄마는 절대 알 수 없었을 거예요.”이은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의든 아니든, 이런 짓을 벌였으니 용서할 수 없어. 네 아버지는 아직도 이윤정을 잊지 못하시는 것 같구나.”이은화는 분노에 차 말했다.“나는 이윤정이 이런 사람이 될 줄 몰랐어. 스무 해 넘게 아끼고 사랑했는데... 예전엔 이윤정이 내 친딸이 아니란 걸 모르고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어. 물론, 나랑 닮은 구석이 별로 없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키웠는데 늘 기대에 못 미쳐서 나는 내가 물려준 유전자가 문제라고만 생각했어. 우리 집안 여자들은 다 영리하고 능력이 뛰어나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가짜였던 거야.”이은화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했다.“처음부터 내쫓아야 했어. 우리 집에 둬선 안 됐어. 엄마가 잘못했어.”이윤미가 조용히 말했다.“엄마가 그렇게 하신 것도 이해해요. 어쨌든 20년 넘게 키우셨잖아요. 하루아침에 모녀의 정이 사라질 수는 없죠.”“윤미야, 엄마가 그동안 너한테 겉으로 잘해주지 못했어. 엄마 많이 원망했니?”이윤미는 솜사탕을 반쯤 먹다 말고 입가에 묻은 설탕을 손등으로 쓱 닦았다. 이은화는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1화

    “네 작은 이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나날이 흐려지더니 결국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그렇게 가문의 모든 짐을 내가 지게 됐지.”이윤미는 어머니가 큰이모와 작은이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어머니 자매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걸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어머니의 표정이 이토록 복잡한 걸 보면 큰이모와 작은이모의 죽음이 어머니의 손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묻는다 한들 어머니가 대답해 줄 리 없었다.오히려 화를 내며 친딸인 자신조차 믿지 않는다며 꾸짖을 것이다.“엄마, 큰이모랑 작은이모 사진 있어요?”이윤미는 엿사탕을 천천히 씹으며 자연스레 물었다.“엄마가 예전에 하예진은 큰이모랑 많이 닮았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전 큰이모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닮았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외손녀가 외할머니를 닮으면 얼마나 닮을 수 있겠나 깊었어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전엔 사진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다 망가져서 결국 버렸어. 지금은 내 손에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하예진은 큰이모를 좀 더 닮았어. 하예진은 아무래도 어머니를 많이 빼닮은 것 같아. 그 애 엄마도 어릴 때 큰언니랑 많이 닮았었거든. 경혜는 아버지를 닮기도 했지만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어. 경혜를 보면 옛날 언니 모습이 떠오르더라. 말투며 행동, 심지어 목소리까지도 말이야.”잠시 말을 멈춘 이은화는 창밖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만약 큰언니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경혜가 앉아 있었겠지. 그랬다면 우리 이씨 그룹도 전성기를 유지했을 거야. 난 큰언니나 이경혜만큼 뛰어나지 못해.”이은화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작은조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두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그 아이들도 뛰어나긴 하지만, 얼마나 능력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그때, 이은화는 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0화

    혹시 이윤정이 창문과 커튼을 일부러 열어두어 사람들이 보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몰래 하는 게 무슨 복수란 말인가? 모두가 알아야만 이씨 가문을 향한 진정한 복수가 되지 않을까?“엄마, 식사를 아직 안 하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저도 안 먹었어요. 저랑 같이 먹어요.”이윤미는 맞은편에 앉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엿 하나를 건넸다.“엄마, 엿장수 엿 샀어요. 드셔 보세요. 솜사탕은 한 개만 샀는데, 벌써 먹었어요. 그건 못 드려요.”이은화는 딸이 내민 엿을 보다가 손에 들린 솜사탕을 힐끗 바라보았다.어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이었다.딸은 이제 스물을 넘겨 곧 서른인데, 아직도 이런 걸 좋아하다니.다른 사람이야 뭘 먹든 말든 관심 없었지만 딸은 이씨 가문의 후계자다.“왜 이런 걸 사 먹었니?”집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눈살을 찌푸리자 이윤미가 웃으며 대답했다.“어릴 때, 남들이 먹는 걸 보고 부러웠어요. 엄청 맛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런 솜사탕을 자주 볼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못 먹었죠. 그런데 오늘 오후 놀이공원에서 딱 보이길래 사 먹어 봤어요.”이은화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딸은 타고난 천재였다. 그런데 이윤정의 친아버지 때문에 고작 솜사탕 하나도 제대로 못 먹고 남들 것만 부러워해야 했던 걸까?이은화는 스무 해가 넘도록 이윤정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결국 자신의 남편과 얽혔고 이제는 아들까지 유혹해 복수를 감행하고 있었다.그 생각이 미치자 이윤정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졌다.그럼에도 딸이 내민 것을 받아 들고 물었다.“솜사탕, 맛있었니?”이윤미는 커다란 한입을 베어 물었다. 그 바람에 솜사탕 조각이 입가에 묻고 하얀 설탕 결정이 얼굴에 달라붙었다.“어휴, 너 좀 봐. 얼굴이 엉망이 되었잖아.”이은화는 혀를 차며 휴지를 건넸다.“고양이 얼굴 같네.”이윤미는 쿡쿡 웃으며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너무 달아서 맛없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89화

    “아가씨, 아직도 그런 걸 드세요?”이윤미는 되물었다.“왜요? 이런 거 먹으면 안 돼요?”“애들이나 좋아하는 거잖아요.”“저는 어른 아이예요.”집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세요?”집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가씨, 가주님께서 점심도 조금밖에 안 드셨는데 저녁도 드시기 싫다고 하시네요. 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위층에 올라가서 가주님을 설득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드셔야죠.”“엄마가 입맛이 없으시다고요?”“네, 가주님께서 그러셨습니다.”“누가 다녀갔어요?”이윤미가 물었다.“가주님의 비서가 다녀갔고 비서가 떠난 뒤 가주님께서 저녁을 드시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 기분이 상하셔서 식사가 안 넘어가시는 것 같아요. 알겠어요. 위층에 올라가 볼게요. 엄마는 서재에 계시죠?”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재에 계십니다. 그리고 큰 사모님께서 돌아오시면 위층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 가주님께 음식을 가져다드릴까요?”‘큰 형수님과 관련된 일인가?'문득 이윤정이 큰오빠를 유혹하려 한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혹시 이미 행동을 취했고 성공한 걸까?’‘그렇다면 큰오빠는 너무 쉽게 넘어간 게 아닐까?’“음식은 준비해 주세요. 저는 먼저 올라가서 엄마한테 여쭤볼게요. 나중에 드시겠다고 하시면 가져다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이윤미는 솜사탕과 엿장수 엿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곧 서재 문 앞에 도착하자 한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다른 손으로 계속 솜사탕을 떼어 먹었다.솜사탕은 너무 달았는데 맛있다고 하긴 어려운 단맛이었다. 어릴 적, 다른 아이들과 오빠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늘 동경했었지만 직접 사 먹을 수는 없었다.어른이 되어 돈을 벌게 되었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솜사탕을 사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그런데 오늘 오후 놀이공원에서 커다란 솜사탕을 파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하나 사서 집에 가져왔지만 정작 입에 넣어 보니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하지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88화

    가장 어린 두 아이만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셋째의 자녀들이었는데 평소에는 외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셋째 며느리의 친정이 유치원과 가까웠기 때문에 아이들은 친정에서 머물며 유치원을 다니는 게 훨씬 수월했다.어린 두 손주는 친정에서 생활했고 이은화는 매달 빠짐없이 손주들의 생활비를 보냈다. “큰 며느리가 돌아오면 서재로 오라고 해.”“네, 가주님. 곧 식사 시간입니다.”집사가 조심스럽게 알렸고 이은화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입맛이 없구나.”남편도, 자식들도 곁에 없는 밥상이었다. 혼자 먹는 밥이란 그저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일일 뿐이었다.게다가 마음도 편치 않았기에 애써 먹고 싶지도 않았다.“가주님, 점심도 거의 안 드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드세요.”“안 먹겠다니까.”딱 잘라 말하고 이은화는 내선 전화를 끊었다.그 모습에 집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윤미가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를 데려다준 건 방윤림이었다.그녀는 한 손에는 커다란 솜사탕을, 다른 손에는 엿장수 엿 두 개를 들고 있었고 방윤림의 차는 이씨 가문의 저택 안으로 곧장 들어와 본채 앞에 멈춰 섰다.“아가씨, 도착했습니다.”운전석에 앉은 방윤림이 고개를 돌려 이윤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실내 놀이터에서 몇 시간 동안 실컷 놀고 난 이윤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이었다.어릴 적, 놀이공원은커녕 동물원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양부모는 단 한 번도 이윤미를 데리고 나들이를 간 적이 없었고 늘 친아들만 데리고 다녔기에 이윤미는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야 하나씩 해 나가는 중이었다.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도 사 먹고 엿장수 엿도 사서 손에 쥐었다.“들어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갈래요? 아니면 저녁 먹고 가요.”이윤미가 물었다.방윤림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저는 들어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 돼요. 괜찮습니다.”그가 시선을 돌리자, 마당 한쪽에 주차된 이은화의 전용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이은화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87화

    사진 속 정일범과 이윤정은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정일범의 두 동생도 종종 명지 빌리지를 찾았는데 올 때마다 크고 묵직한 짐을 들고 갔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윤정을 위해 사 온 물건들이었다.이은화는 화가 치밀어 가슴이 답답했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이윤정이 싫었다.이윤정과 정군호가 누군가의 계략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이은화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없었다. 더 이상 이윤정이 저택 안에 머무르는 걸 견딜 수 없었다.그동안 이윤정에게 베푼 모든 것이 되려 돌아와 상처가 되었다.이윤정이 자신을 원망하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윤정은 어디까지나 남이었다. 이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었다.사건이 터졌을 때, 만약 이윤정이 조용히 관성을 떠났다면 이은화는 비서를 통해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돈을 보내 앞날을 보장해 줬을 것이다.하지만 이윤정은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복수를 꿈꾸며 날을 세웠다.이은화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이윤정, 난 네게 살길을 열어주려고 했어. 하지만 네가 그걸 걷어차고 스스로 지옥으로 가려 한 거야, 날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이은화는 친자식도 가차 없이 내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하물며 이윤정 따위를 감당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이윤정을 제거하고도 자신에게 어떤 책임도 돌아오지 않게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정일범, 너희 형제들 자꾸 여자 못 만나본 사람들처럼 굴 거야?”이은화를 가장 분노하게 만든 건 세 아들의 행동이었다.그들은 이씨 가문을 이끌 재목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절대 박대하진 않았다.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회사에서 돈을 빼가는 것도 눈감아 주었다.게다가 그들에게 골라준 아내들은 정씨 가문과도 격이 맞았다. 오히려 정씨 가문보다 더 우위에 있는 가문이었다.그들도 정씨 가문의 핏줄이었으니 며느리를 맞이할 때도 정씨 가문과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야 했다.강성에서는 누구나 이씨 가문이 딸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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