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 씨, 우리 이 아이를 남겨두는 건 어때요? 방금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유산하면 출혈이 심하면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여운별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계속 말했다.“저는 아직 젊어서 죽고 싶지도 않고 너무 무서워요.”용태호는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기며 웃으며 위로했다.“바보 같으니라고. 의사 선생님이 아직 아래층에 계신다니까. 의술이 아주 좋거든. 산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양수 색전증이 생겼는데 저 의사 선생님이 구해줬다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많은 일이 조금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아. 두려워하지 마. 말했잖아. 넌 나에게 아직 쓸모가 있다고. 널 죽게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젊고 예쁜데, 나도 널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용태호는 여운별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네가 먹은 피임약은 부작용이 크고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잇어. 이 아이는 남겨서는 안 돼. 만약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거나 뇌성마비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거야? 넌 아이의 평생을 망치는 거나 다름없어.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어서 네가 아이를 버리면 유기죄로 단정 지어져. 지금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아이를 버리면 누가 버렸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유산은 아파.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금방 지나가. 몸이 회복되면 가서 피임 수술을 받아.”여운별은 용태호와 같은 늙은 남자가 피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태호한테 목 졸려 죽을까 봐 두려워서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감히 내뱉지 못했다.“일어나서 약 먹어. 얼마 안 걸려. 내일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을 거야. 참, 말할 게 있는데 너의 눈먼 언니가 병원에 가서 너의 진료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어. 다행히 네가 진짜 이름으로 진료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여운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남동생이 부탁한 모양이에요. 병원에서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몸이 안 좋으니 작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돈을 좀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인색한 놈이 저에게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 차를 타고 떠났다.방윤림이 있는 한 다른 비서가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방윤림 한 명이 열 명의 비서와 맞먹을 수 있으니까.방윤림은 외투를 벗자마자 이윤미의 몸에 걸치려고 했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안 추워요.”“빨리 외투를 입으세요. 이 시간에는 정말 춥거든요.”“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추우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거든요.”“안에서는 춥지 않지만 나오면 추워요. 옷을 많이 입지 않은 것 같은데.”방윤림이 외투를 이윤미에게 걸치려 하자 그녀는 다시 막았다.“정말 필요 없어요. 빨리 입으세요. 감기 걸려요.”이윤미가 그의 외투를 거부하자 방윤림은 어쩔 수 없이 외투를 다시 입었다.그리고 이윤미와 함께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이윤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 비서님. 저랑 좀 산책할래요?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 좀 걸으면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 정신이 맑아지게요.”방윤림은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피곤해서 그래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중간에 별로 쉬지 못하셨잖아요. 매일 이러는데 강한 사람이라도 버티지 못할걸요. 주말에 쉬지도 않고.”방윤림은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주말에 모두 쉬지만, 그녀는 이씨 가문의 주인으로서 주말에도 여전히 바삐 돌아쳤다.후계자로서 정말 쉽지 않았다.특히 이윤미처럼 부모님 곁에서 자라지 않고 어릴 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이 길을 걷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다.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그녀의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관성에서 온 하예진 친구도 적수도 아니니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엄밀히 말하면 친구도 적이다. 그러나 이윤미는 하예진과 친구도 적도 아닌 사이로 지냈다.방윤림은 사실 하예진이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 이씨 그룹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이윤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방윤림은 이씨 가문의 가주를 전문적으로 보조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만약 이윤미가
방윤림이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러 갈게요.”이윤미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당신도 매일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할 정도로 저보다 더 바쁜데 하루 쉬세요. 비서님 말에 따르면 매일 이렇게 바쁘게 다니며 버티다 보면 강철로 만든다고 해도 견뎌내기 어려울 거예요.”방윤림은 이윤미보다 더 바삐 돌아쳤다. 그는 수많은 일을 해야 처리해야 했다.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어볼 때 그녀에게 답을 주고 그녀를 도와야 했다.작은 일들은 이윤미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스스로 해결할 때도 있었다.하여 방윤림은 그녀보다 훨씬 바빴다.“저는 괜찮습니다. 익숙해졌어요. 훈련 기간이 지금보다 더 힘들었는데 제가 전부 이겨냈거든요.”이윤미가 산책하고 싶어 하자 방윤림은 그녀와 함께 호텔 입구의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그리고 항상 그녀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움츠러들고 추위를 느낀다면 즉시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입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이윤미는 춥지 않았다.일할 때 실내에서 난방이 틀어져 있었고 외출하면 차에 타거나 집에 돌아오면 바로 방에 들어갔다. 늘 따뜻한 실내에서 지냈다.만약 밖에서 돌아다니면 이윤미의 옷차림으로는 춥지도 않았다.게다가 이윤미는 밖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이깟 추위가 뭐람!어렸을 때 그녀는 겨울이 무서웠다.겨울에 양부모님은 오빠들에게 따뜻한 겨울옷을 준비해 주었지만, 이윤미는 늘 오빠들이 입다 던진 옷을 입어야 했다. 그들은 이윤미를 괴롭히려고 그녀의 헌 옷마저도 빼앗아 버리곤 했다.하여 이윤미는 자주 추워서 입술 색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이를 본 이웃들이 그녀의 양부모님에게 하나뿐인 딸을 얼어 죽일 셈이냐고 꾸지람까지 할 정도였다.남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은 양어머니는 그제야 오빠들의 헌 옷을 몇 벌 더 꺼내 입혔다.새 옷을 입는 것은 한낮의 꿈이나 다름없었다.하여 양부모가 이윤미를 키워주셨다고 해도 자신이 이씨 가문의 진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는 고현이 20년 넘게 남장을 하고 있어서 성격이 남자다웠기 때문이다.방윤림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아가씨와 함께 쇼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무료로 물건을 들어 드리면 아가씨도 힘들지 않으실 겁니다.”이윤미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긴,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저는 내일 예진 씨와 함께 쇼핑하고 싶어요. 예진 씨 아들이 왔는데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제가 엄청나게 예뻐하거든요. 저와 예진 씨의 엄마는 같은 세대로 예진 씨도 사실 저를 이모라고 불러야 하고 어린 녀석도 저를 할머니로 불러야 하거든요. 놀랍게도 저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로 될 줄은 몰랐네요.”하예진은 이윤미보다 몇 살이나 더 많았다.방윤림이 말을 건넸다.“가주님과 예진 씨 외할머니가 같은 세대라니, 나이 차이가 너무 나네요. 아가씨와 예진 씨 차이도 너무 나네요.”이은숙은 이은화를 딸로 여기며 키웠다.“우빈이가 한 번 오기는 쉽지 않은데 선물을 준비하고 싶어요. 비서님, 제가 그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하죠. 혹은 어린이 금팔찌나 장수 금덩이 같은 것도 선물할 수 있어요.”우빈은 겨우 서너 살이라 그런 걸 보내도 괜찮은 선택이었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우빈은 장난감이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예진 씨가 지난번 우빈이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장난감 가게를 꾸려도 되겠다고 불편했거든요. 어린이용 금팔찌와 장수 금덩이를 선물하는 게 좋겠어요.”“우빈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은 우빈의 것이고 아가씨가 선물한 장난감은 이모할머니의 성의라서 괜찮을 거예요.”“이렇게 하죠. 내일 오전에 제가 선물을 준비할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점심 식사 후에 선물을 가지고 예진 씨와 만나시면 될 겁니다.”이런 작은 일에 대해 방윤림은 이윤미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를 도와 준비해 주세요. 노 대표님도 계시는데 그분께도 예물을 준비하세요. 앞으로 그분도 저를 이모할머니
방윤림이 입을 열었다.“아가씨, 제가 말하면 아가씨 귀를 더럽힐 수 있습니다.”“윤정의 일은 늘 제 귀를 더럽혔는데 제가 전부 들었잖아요. 너무 많이 들어서 면역력이 생겼어요. 아무리 강력한 스캔들도 들을 수 있거든요.”“이윤정 씨가 세 오빠를 꾀려고 하는 것 같아요.”이윤미가 추측했다.“아마 우리 세 형수님에게 복수하기 시작했겠죠.”방윤림은 신중하게 대답했다.“이윤정 씨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되면 창업도 불가능할 테고 가주님은 윤정 씨의 앞길을 막을 테고 남의 회사로 일하러 가지도 않을 텐데. 가주님도 윤정 씨가 좋은 직장을 찾는 것도 막을 겁니다. 이대로 강성에서 나가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원한을 품고 그런 길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이윤미는 피식 웃었다.“만약 제가 이씨 가문의 친자식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신분이 바뀐 것이 자신 친아버지의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저는 아마 이씨 가문을 떠나고 강성을 떠났을 거예요. 그때 떠났으면 양어머니가 여전히 저에게 감정이 남아 있을 것이고 따라서 저에게 돈도 줄 거 아니에요. 예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어쩌면 다 가지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져가서 다시 시작했을 거예요. 분명 잘 지내고 있었을 거예요. 우리 엄마가 공을 들여 키운 사람인데 창업 정도는 쉽게 해낼 수 있을 거예요.”아쉽지만 이윤정의 선택이 틀렸다.물론 이윤정도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할 것이지만.이윤정은 어리석게도 이씨 가문에서 20여 년 동안 후계자로 일했지만, 이윤미는 시골뜨기라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에 순조롭게 후계자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라고 생각했다.이윤정은 자신이 아직 희망이 있다고 여겼다.그래서 이윤정은 떠날 수가 없었다. 너무 아름답게 생각했다.이윤미는 이윤정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로 이윤정과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은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웠다.방윤림이 입을 열었다.“사람마다 선택이 다른 법이죠. 성
“네.”이윤미는 방윤림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시름이 놓였다.그녀는 곧 꿈나라로 들어갔다.방윤림은 그녀가 잠든 것을 발견하던 천천히 옆으로 차를 세우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이윤미는 너무 피곤해서 깊이 잠들어 있어 방윤림이 외투를 덮어줬다는 사실도 몰랐다.이씨 가문의 저택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2시가 넘었다.방윤림은 저택 문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대문의 열쇠가 없어 이윤미를 깨울 수밖에 없었다.이윤미는 얼떨결에 깨어나서 방윤림을 보며 물었다.“방 비서님, 왜 제 꿈에 계세요?”방윤림은 실소하고 말았다.“아가씨, 저는 당신 꿈에 없어요. 아가씨가 깨어나신 것은 제가 깨워서 그래요.”하지만 보아하니 이윤미는 아직 제정신이 아닌듯했다.이윤미는 눈을 깜빡이며 똑바로 앉았고 그녀의 몸을 덮었던 외투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외투를 잡았다.“너무 덥게 잤어요. 비서님 외투가 덮어졌고 에어컨이 켜지니 엄청 더웠어요. 외투로 덮어줄 필요 없어요.”이윤미는 이미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집에 벌써 도착했네요. 이 시간에 사람들을 깨울 필요 없어요. 제가 열쇠를 가지고 있거든요.”이윤미는 열쇠를 들고 차에서 내려 대문을 열었습니다. 방윤림이 말을 건넸다.“이렇게 늦었는데 비서님도 돌아가지 마세요. 오늘 밤 여기서 하룻밤 묵으세요. 집에 객실이 많으니 아무 방이나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면 돼요.”방윤림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가주님께서 아시면 안 좋아하실 거예요.”설령 그가 객실에 묵었다 하더라도 이윤미의 별장에서 묵을 것이다.이윤미와 한집에 살면 마치 동거하는 것 같았다.이윤미는 미혼이고 남자친구도 없다. 이윤미의 집에서 묵는 것이 그녀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했다.“문을 잠그고 방으로 돌아가서 쉬세요.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어떤 규정들은 깨뜨리면 안 된다.방윤림은 이씨 가문의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차로 몇 분 거리였다.만약 이씨 가문의 큰 저택에 살고 싶
이윤미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서 소파 앞에 앉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마셨다.지금의 조용함이 그녀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줄 수 있었다.위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자 이윤미의 신경은 다시 조여들었다.그러나 앉은 자세가 변함이 없었지만 위층을 올려다보지 않았다.추측할 필요도 없이 이은화일 것이다.곧 이은화가 위층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이윤미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딸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있는 것을 본 이은화는 손을 내밀어 이윤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옳은지 그른지, 복인지 화인지 모르겠네.”“엄마, 저 괜찮아요.”이은화가 내뱉은 말을 이윤미는 알아들었다.이윤미를 되찾아 진짜 딸과 가짜 딸의 신분을 되찾은 것이 이윤미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다는 의미였다.가끔 이윤미도 그 생각을 한다.이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녀는 자신의 사업도 일으킬 수 있기에 양부모 가족의 착취와 괴롭힘에서 벗어날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어쩌면 이윤미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지금처럼 이씨 그룹을 열심히 지탱할 필요가 없었다. 이씨 그룹은 이은화 손에서 수십 년 동안 운영되었지만 승승장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날따라 쇠퇴해지고 있었다.이윤미는 그 문제를 발견하고 개혁을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씨 그룹은 아직 그녀의 손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은화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회사에서도 추진할 수 없었다.가끔 이윤미는 자신이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신경 쓰지 않자니 또 그녀의 사명이라 관리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씨 그룹을 강성의 업계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으니까.그 외에도 이윤미는 암암리에 있는 적들도 상대해야 했다.가정 안의 큰일은 이윤미가 참여할 수는 있지만 결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작은 일들은 전부 그녀에게 맡겨졌다.이토록 큰 가문이 크고 작은 일이 많은데 이은화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가주가 정말로 그렇게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소한
이은화는 이윤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네 큰 오빠가 이틀 동안 외박했는데 네 큰형수님이 큰오빠가 또 밖에서 여자들과 뒹군다고 의심하고 있어.”이은화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유전자의 문제야. 내 유전자가 좋은데 어쩌면 네 아빠 유전자가 너무 강해서 너의 세 오빠에게 바람피우는 유전자를 물려준 건 가봐. 윤미야, 너도 엄마가 이 일에서 너무 한다고 생각해?”“저는 배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할 수 있지만, 결혼 중에 바람을 피우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어요.”이윤미의 대답에 이은화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이윤미를 바라보았다.“다들 이씨 가문의 좋은 유전자는 전부 딸들에게 물려준 거라고 말하고 있어. 난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네가 돌아온 후로 천천히 믿게 되더라고. 너의 성격과 일 처리 방식은 나와 너무 닮았거든.”예전에 이은화는 이윤정의 성격과 일 처리 방식이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느꼈지만, 나중에야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이윤정이 전임 집사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은화의 친딸은 집사의 딸로 살고 있었다.이윤정과 이윤미의 신분이 바뀐 후, 이은화는 이윤미가 정말 그녀와 비슷하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유일하게 다른 점을 말하자면 이윤미는 아직도 양심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가치관도 매우 올바르다는 점이다. 이은화처럼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이은숙의 한 가족을 죽이고 여동생을 죽이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을 지니지 않았다.요즘 노년에 접어들면서 이은화의 생활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아마도 하느님이 이은화의 젊은 시절에 저지른 죄 때문에 그녀에게 벌을 주고 있는듯했다.이윤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 저는 엄마 친딸이에요. 엄마를 닮은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이은화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우리 모녀가 가장 닮았어.”“엄마, 큰오빠가 정말 또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죠?”“아마도 병원에 가서 아버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