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혁은 단지 꿈속에서 그에게 치근덕거리는 여자를 현실 속에서 만나 그녀를 화나게 했을 뿐이다. 사실 전이혁도 상대방의 이름도 몰랐다.오히려 상대방이 전이혁의 이름을 알고 관성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고 전씨 그룹으로 찾아갈 줄은 더더욱 몰랐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더니...전이혁은 자신이 한 일이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전이진에게 속아서 진실을 말해버릴까 봐 마음이 켕겼다.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입원 병동으로 들어갔다. 하예정의 손에는 꽃다발이 쥐여있었고 전태윤의 손에도 크고 작은 가방들로 가득했다. 전태윤 부부는 경호원들을 거느리지 않고 조용히 들어갔다.두 사람은 일부러 누구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검은색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부인과 입원 부로 올라갔고 하예정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전태윤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을 건넸다.“여보, 너무 빨리 가지 마. 가까운 거리인데 왜 그렇게 빨리 가?”“청하 언니가 오늘 퇴원한단 말이에요.”전태윤은 낮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퇴원하시면 이모 댁에 가서 아기를 볼 수도 있잖아.”하예정은 아기를 무척 좋아했다.워낙 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임신한 뒤로도 모성애가 더 넘쳐나는지 아기들을 더 많이 귀여워했다.“저는 볼 수 있죠. 그런데 태윤 씨는 아기가 한 달 되어서야 볼 수 있는걸요. 저는 매일 보러 갈 수 있어요.”하예정은 걸음을 늦추어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웃으며 말했다.“그 아기는 성 대표님 아들이지 내 아들이 아니잖아. 나는 한 달 동안 볼 수 없어도 상관없어. 만약 내 아들이라면 매일 보고 싶을 테지만. 예정이 네가 내년에 산후조리할 때 내가 40일 동안 휴가를 내서 집에서 널 돌볼 거야. 그리고 우리 아기도 매일 자라는 모습을 볼 거야.”하예정이 입을 열었다.“태윤 씨가 산후조리 할 필요도 없는데 그렇게 긴 휴가를 쓸 필요 없어요. 집안에 가족들이 많아서 그런 장기 휴가를 내서 우리 모자를 돌볼 필요까지 없다고요.”“난
“언니가 오늘 퇴원하신다고 해서 꽃다발을 주려고 가져왔죠.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을 할 줄은 몰랐죠. 물건은 다 챙겼어요? 제가 도울 일은 없어요? 없으면 제가 언니를 도와 꽃다발을 안아 줄게요.”하예정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면서 대답했다.유청하가 퇴원하는 날은 그야말로 성대했다.전태윤 부부는 사람들 속에서 각자의 품에 꽃다발을 안고 걸었다. 두 사람은 걷다가도 서로를 마주 보면서 달콤함과 행복함을 만끽했다.그들은 입원 병동에서 나와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다.주차장은 진찰실 입구에 있었기 때문에 전태윤 일행은 자연스럽게 진찰실 입구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때 전태윤 부부는 여운별과 마주쳤다.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전태윤 부부는 여운별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운별이 감옥으로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기 때문에 하예정은 여운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그런데 전태윤 부부가 지나갈 때 여운별은 하예정의 말소리를 듣고 갑자기 멈추어 고개를 돌리며 하예정을 바라보았다.원수끼리 만나면 눈에 핏발이 선다고 여운별은 바로 달려들어 단칼에 하예정을 찔러 죽이고 싶어 했다.그녀는 발을 몇 걸음 옮겼다가 또다시 멈추었다.그대로 돌진하면 안 되었다.여운별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칼은 물론 몸에 펜도 없었다. 게다가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법이다. 여운별은 자유를 잃은 적 있기에 지금 밖에서 마음대로 다니는 자유를 무척 소중히 여겼다.복수를 위해 다시 미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여운별은 하예정의 뒷모습을 한사코 주시했다. 하예정은 전태윤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고 곧 전태윤이 차에 올라탄 뒤로 그들의 차는 멀리 떠나갔다.“하예정!”여운별은 이를 갈며 말을 내뱉었다.“언젠가 내가 널 무너뜨리고 말 거야!”그녀는 하예정이 떠난 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따라서 그녀의 등 뒤에 난 상처도 더 아파 났다.여운별은 아침에 여씨 가문으로 달려갔다가 여천우가 돈을 가지러 위층으로 올라간 틈을
전이진은 흉악한 표정으로 여운별을 향해 꺼지라고 소리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물건을 그녀를 향해 뿌렸다.겁에 질린 여운별의 얼굴은 바로 창백해졌고 본능적으로 일어나 빨리 도망쳤다.여운별이 그렇게 빨리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이진이 던진 접시에 등을 몇 번이나 맞았다.무척 아팠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뛰쳐나와 멀리 도망친 후에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감히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셋집으로 돌아갔다.원래는 아무 약이나 바르고 견뎌내려 했지만, 등이 너무 아프다고 느낀 여운별은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달려와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병원에서 줄을 서면서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야 여운별은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그때 전태윤 부부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비록 전태윤 부부는 경호원 팀을 데리고 오지 않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하예정의 목소리를 들은 여운별은 그 목소리가 곧 하예정의 목소리임을 눈치챘다. 여운별은 하예정의 목소리가 이가 갈릴 정도로 듣기 싫었고 또 기억에 남았다.“하예정! 여운초! 기다려! 내가 받은 고통을 모두 두 배로 돌려줄 거니까!”여운별은 하예정이 임신했다고 들었다.전씨 가문은 대외적으로 임신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때 하예정이 감히 술을 마시지 못하는 모습을 보더니 사람들은 하예정이 임신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여운별은 하예정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여운별은 질투로 인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감옥에서 나온 여운별은 두 고모에게서 하예정이 결혼 후 오랫동안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모두가 하예정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뒷말까지 했다.하지만 지금 하예정이 임신했다. 하예정은 어렵게 품은 아이가 정말 소중할 것이다. 이때 그녀를 유산시키게 한다면 정말 속이 다 시원할 것이다.그리고 여운초가 아이를 평생 낳지 못하게 한다면 전이진이 여운초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를 과
청소부 아줌마는 종이쪽지를 여운별이 탄 차 안에 던진 뒤 가버렸다. 원래는 여운별에게 누군가가 병원 부근의 빵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려고 했는데, 여운별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그것도 아주 험한 욕설이었기에 빗자루로 차 안에 있는 여운별을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전해주라고 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여운별은 청소부 아줌마가 차 안으로 쓰레기를 던진 거로 생각하고 종이쪽지를 주워들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문득 쪽지에 글이 쓰여 있음을 발견했다.[빵집에서 만납시다. 정현숙]그제야 여운별은 방금 청소부 아줌마는 종이쪽지를 전해주려고 차 문을 두드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청소부 아줌마를 쫓아가 묻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이미 멀리 가버렸다. 게다가 방금 그녀는 그 사람한테 악담까지 퍼부었는데 따라잡았다고 한들, 그 사람은 여운별을 상대하기조차 싫어할 것이었다.여운별은 하는 수 없이 차를 운전하여 병원을 떠났다.그녀는 정현숙이 청소부 아줌마를 시켜서 쪽지를 전하라고 했으니 분명히 이 부근에 있을 테니, 자기가 부근에 있는 빵집을 훑어보면 정현숙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복수를 위해, 그리고 또 자금위기의 곤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운별은 반드시 정현숙을 찾아내야만 했다.그래도 총기가 좀 있는 편인 여운별은 병원 부근에 있는 한 빵집에서 빵을 사 들고 나오는 정현숙을 발견했다.여운별이 차에서 내리자, 정현숙은 그녀를 스쳐 지나가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금 감시당하고 있으니 꼬리를 떼고 난 뒤 다시 연락할게요.”그리고는 차에 올라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분부했다.여운별은 감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빵집에 들어가서 아무렇게나 빵을 둬가지 샀다.이쪽에 있는 전태윤은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을 접수했다.문자와 사진을 확인한 뒤, 그는 핸드폰을 하예정에게 넘겨주었다. 핸드폰을 받아서 내용을 읽은 그녀는 전태윤을 바라보았다.전태윤은 아무
정현숙의 목적은 하예정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하예정이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기 때문에 하예정이 살아있는 한, 전씨 가문이 곧 두 자매의 뒷심이 되어 성씨 가문과 손을 잡고 이씨 가문과 맞설 것이었다.정현숙은 자매를 죽여 가족을 희생시켜서야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에 올라 몇십 년을 보내왔다. 근데 지금에 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큰언니의 후대에 물려준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일이었다.애초에 그녀는 친자매도 죽일 수 있었다지금 조카, 조카손녀를 죽인다는 것은 그녀에 대해 말하면 개미를 비벼 죽이는 것과 다름없이 아무런 고통, 잠시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장기적으로 관성에 눌려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도 그녀가 관성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계속 그녀를 물고 놓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관성에서 아무런 힘도 없으므로 뭘 좀 하려고 해도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자기가 강성에 있는 소굴로 돌아가서 천천히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자기한테 충성을 다하는 경호원을 관성에 남겨서 여운별을 사람을 죽이는 비수로 만들게 하여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하예정한테 칼을 박을 타산이었다.“사모님, 알겠습니다. 제가 꼭 사모님의 분부대로 움직이겠습니다.”정현숙은 종이에 전화번호를 적어서 경호원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이건 여운별의 연락처야. 네 핸드폰에 잘 저장해둬. 하지만 그 여자한테 연락할 때는 네 전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전태윤한테 들킬 수 있으니깐.”“밖에 있는 공중전화로 그 여자와 연락하면 되겠네.”“알겠습니다.”경호원에게 지시를 마친 정현숙은 한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야 말했다.“딴 일은 없으니 나가 봐.”경호원은 묵례한 후 공손히 물러갔다.정현숙은 혼자 방에서 조용하게 앉았다가 떠났다.그녀는 관성 호텔에 돌아가서 체크아웃 절차를 마친 뒤, 여러 명의 경호원의 호송하에 캐리어를 끌고 호텔 문을 나섰다.진작 불러온 차량이 호텔 정문에서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몇 분 뒤, 정현숙을
이에 하예정은 웃으면서 성소현을 놀려줬다.“애가 그렇게 이쁘면 언니와 형부도 얼른 하나 낳아요.”성소현은 조카의 볼에 뽀뽀하고 나서 말했다.“나와 준하 씨는 결혼 후 서둘러서 애부터 낳을 예정이야. 애를 낳는 인생의 큰 임무를 완성한 뒤, 우리는 사업에 전념할 거야.”“난 또 두 사람이 결혼 첫 2년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할 줄 알았는데요.”유청하가 말했다.“나도 처음에는 결혼한 첫 2년 동안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와 준하 씨도 이젠 어리지 않잖아요. 내년에 결혼해서 이내 서둘러서 애를 만든다고 해도 낳고 나면 제 나이가 서른이에요.”성소현은 하예정보다 한 살 위였다.“나도 옛날에는 애를 싫어했어요. 하지만 우빈이를 본 그 시각부터 애를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요.”“내 조카 같은 아기는 얼마나 키우기 쉬운데요. 배불리 먹고는 자고, 자고 일어나면 먹고. 별로 울지도 않아요. 새언니, 이렇게 키우기 쉬운 아기는 몇을 더 낳아도 아무 문제도 없을걸요. 우리 집에서는 얼마든지 키울 수 있어요.”하예정이 웃으면서 말했다.“새언니는 아직 산후조리 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둘째, 셋째를 가지라는 말을 해요? 이 말을 큰오빠가 들으면 또 언니를 한바탕 욕할 것이 뻔해요.”임신 기간에 입덧을 심하게 하는 유청하를 보는 성기현은 가슴이 아파서 애를 지우라고 권했었다.두 사람도 애 하나만 갖기로 약속했었다.그 말에 성소현은 얼른 고개를 방문 입구 쪽으로 돌려 큰오빠가 있나 없나 확인한 뒤 웃으면서 말했다.“나도 그냥 신이 난 김이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에요. 새언니는 가슴에 두지 말고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그녀도 심한 입덧으로 무척 고생한 유청하를 가슴 아파했다.“하나만 낳으면 돼요. 둘째 오빠가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난 조카와 조카딸이 다 있게 되네요.”“입덧으로 고생할 때는 딱 하나만 낳겠다고 다짐했는데, 다 낳고 나서 귀여운 아기를 보니 먹는 것만 기억
결혼 휴가가 끝나려면 아직 며칠 더 남았다.“언니, 무슨 일 있어?”“오늘 나와 동명 씨는 다 바빠서 우빈이 데리러 갈 시간이 없어. 너와 제부 씨가 어린이집에 가서 우빈이를 좀 데리고 나와서 주형인한테 데려다줄래? 주형인이 우빈이를 만나고 싶다고 해.”주형인은 앞으로 다시는 하예진 앞에 나지 않거니와 하예진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그는 말한 대로 했다.주형인이 애를 만나고 싶다고 할 때마다 하예진은 우빈이를 태워서 옛날에 그녀와 주형인이 함께 살던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가서 마중 나온 우빈이 할머니에게 맡긴 후 직접 돌아오곤 했다. 우빈이가 집에 돌아오려고 하면 주씨 집안 식구가 우빈이를 하루 레스토랑까지 데려다줬다.“알았어. 이따가 나와 태윤 씨가 우빈이 데리러 갈게. 우빈이가 그 집에 남아서 밥 먹어?” “우빈이한테 물어봐, 애가 거기에 남아서 밥 먹고 싶다고 하면 그러라고 해.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니 거기에서 잠자고 오라고 해도 돼. 너와 제부 씨는 거기에서 기다릴 필요 없어.”“알았어, 언니는 걱정하지 말고 볼일 봐. 내가 우빈이 데리러 갈 테니.”하예정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기 전에 하예정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하예진을 찾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언니는 지금 엄청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예진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어?”성소현은 걱정돼서 물었다.“언니가 너무 바빠서 우빈이 데리러 갈 시간이 없다고 나와 태윤 씨더러 어린이집에 가서 우빈이 데려오라고 하네요. 주씨 식구가 우빈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애를 데리고 와서 주씨 저택까지 데려다주라고 해요. 내일이 토요일이니 애가 거기에 남아서 자고 싶으면 자도 된다고 해요.”성소현이 미심쩍은 어투로 물었다.“주씨 집안 식구들 정말 조용해졌어?”“네, 조용해요. 주형인이 말한 대로 하네요. 우빈이를 만나는 걸 빼고는 그 집 사람들은 더는 언니를 귀찮게 하지 않았어요. 그 집 사람들이 진작 이렇게 나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정현숙이 얼마 전에 관성을 떠났어.”전태윤은 운전하면서 말했다.“하지만 그 사람이 데리고 온 경호원 중 한 사람이 바뀐 거 같아.”“한 사람 바뀌었다고요? 내 기억 속에 그 사람은 여러 명의 경호원을 달고 온 거 같은데요.”“맞아, 그 사람이 여러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왔는데, 강성에 돌아갈 때는 경호원의 인수는 변하지 않았는데 그중 한 사람은 낯선 얼굴이었어. 한 사람을 잘랐든지, 아니면 관성의 정보를 수집하려고 일부러 남겼을 수도 있어.”전태윤이 사람을 붙여서 정현숙을 감시하니 정현숙도 당연히 사람을 남겨서 그들을 감시할 것이었다.하예정은 남편의 옆얼굴을 지켜보았다.전태윤도 그녀를 흘끔 쳐다보고는 계속해서 앞을 보면서 운전했다. 아내를 태운 차를 운전할 시에 그는 한눈도 감히 팔지 못했다.“여보, 자기 눈썰미는 진짜 장난이 아니네요.”하예정이 계속해서 남편을 칭찬했다.“당신이 정현숙을 몇 번 봤다고, 그 여자가 달고 다니는 경호원의 얼굴까지 다 기억해요?”그녀는 정현숙의 얼굴과 달고 다니는 경호원이 몇 명인가만 기억했을 뿐, 그 경호원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긴 것까지는 정말 기억하지 못했다.“난 그냥 기억력이 뛰어날 뿐이야.”“나도 기억력이 좋아요.”전태윤이 웃으면서 말했다.“당신 임신했잖아. 다들 임신 한번 하면 뒤 3년은 머리가 둔해진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 지금 기억력이 무조건 나보다 못해.”“나는 하나도 둔하지 않거든요. 그럼 우리 앞으로 정현숙을 계속 감시해도 되나요? 그 사람이 진짜 경호원을 바꾸기까지 하면서 관성에 남겨뒀다는 것은 이미 무슨 기미를 알아채고 우리가 무슨 단서라도 찾아낼까 봐 두려워하는 거 같은데요.”“우리 외할머니도 십중팔구 그 사람이 해쳤어요. 그 자리에 오르려고 친형제마저 깡그리 해쳤어요.”하예정은 자신과 언니가 십여 년 동안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는데 언니에 대한 감정이 엄마에 대한 감정과 같을 정도로 깊었기에 자신더러 언니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
전태윤은 그를 속인 거였다. 하예정은 주우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눈이 왔구나. 우빈이 운이 좋네, 갔는데 바로 눈이 와서 진짜 눈을 볼 수 있게 됐구나.] [눈사람도 만들 수 있네. 이모는 지금까지 눈사람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아침 맛있게 먹었어? 옷 많이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너희 셋째 작은 아버지는 여행 갔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가 따라가면 유치원에 못 가잖아.] 다행히 전호영은 빨리 도망친 덕분에 주우빈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하예정의 답장을 받은 주우빈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하예정과 주우빈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중얼거렸다. “오늘에서야 우빈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알았네. 당신이랑 30분 동안이나 이야기하다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는 앞으로 수다쟁이가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따뜻한 남자가 될 거예요.” 따뜻한 남자에다 수다쟁이라니... “9시가 넘었네요. 부모님과 할머니도 일어나셨을 거예요. 우리도 얼른 서둘러야죠. 창빈 도련님은 오늘 원림성의 A 시로 가는 거예요?” 전태윤은 먼저 그녀의 옷을 가져오며 말했다. “월요일에 갈 거야. 이틀 정도는 집에서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10여 분 후, 부부는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전현림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 그리고 어제 형의 집에서 잔 전창빈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님.” 부부는 전현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현림은 부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어났구나. 아침 식사 준비해 뒀어. 아직 따뜻할 거야. 먹으러 가.”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전태윤이 물었다. “창빈이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창빈이도 같이 갔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산책하러 나가시다니.”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하시길,
“예진아, 늦었어. 얼른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 같이 먹자.” 노동명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하예진은 그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동명 씨, 잘 자요.” “잘자.” 하예진은 그를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달콤한 미소였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출근할 필요도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평소 일찍 일어나던 전태윤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그는 침대에 늘어져 아내의 따뜻한 핫팩이 되어 주었다. 관성의 기온이 떨어져 정말 추웠지만 사실 기온은 아직 10도 정도였다. 낮에는 최대로 10도 중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성 사람들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인터넷으로 두꺼운 옷을 주문했다. 관성 사람들이 옷을 주문하면 판매자들은 재빨리 발송했다. 며칠 후 주문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관성의 추위는 찬 공기가 남하할 때 며칠 동안 추워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발송이 늦으면 날씨가 풀리고 나서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하게 된다.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가장 추운 며칠 동안 전태윤은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그는 보일러를 켜면 하예정이 더워서 자신의 품에 안기지 않을까 봐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건 절대 예정이에게 들키면 안 돼. 아니면 또 교활하다고 할 거야.’ ‘카톡!’ 하예정의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에서 깼지만 움직이기 싫어서 전태윤에게 말했다. “여보,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좀 봐줘요. 너무 시끄러워요.” 전태윤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빈일 거야.” “우빈이는 엄마랑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직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먹여줬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하예진은 그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는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됐네요.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예요. 또 산책하면서 소화라도 좀 시켜야겠어요.” 노동명이 일어나자 하예진과 보디가드가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를 밀면서 호텔까지 걸어가. 산책하면서 소화 시키는 거지.” 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뭐. 그런데 걸어가면 길을 못 찾을지도 몰라요. 길을 잘못 들면 우리 둘 다 강성의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저 원망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 지금은 밤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천천히 밀며 걸었다. 보디가드들은 두 사람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보호했다. 걷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명 씨, 눈이 오네요. 빨리 차 타고 호텔로 돌아가요.” 어느 정도 걷자 하예진은 더 이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니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어려울까 걱정되었다. “그래.” 노동명은 아무런 이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는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이내 그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우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강일구는 주우빈과 함께 있었다. 하예진이 돌아오자 강일구는 방으로 돌아갔다. “우빈이 자고 있어?” 노동명은 방에 들어와 주우빈을 보았다.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보일러 온도는 적당하면 돼, 너무 높일 필요 없어. 우빈이가 땀을 흘리고 있잖아.” 아이는 더우면 이불을 걷어차는 버릇이 있었다. 하예진은 온도를 조금 낮췄다. 노동명은 주우빈의 땀을 닦아주고 이불을 살짝 걷어내 더 덥지 않게 했다. 노동명의 행동을 보며 하예진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주
노동명은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하예진은 다급하게 손을 뺐다. 그녀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아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동명 씨, 진지하게 좀 굴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노동명은 늘 거칠고 대범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쳤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하예정은 언니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명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진지해질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예진아, 앞으로 네가 휴식을 원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다면 나에게 말만 해줘. 아무리 바빠도 내 손에 있는 일을 내려놓고 너와 함께 나갈 수 있어. 일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해. 나는 돈도 충분히 있어. 예전에 번 돈이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했어. 지금 일을 하는 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용돈을 버는 정도야. 나에게는 너와 우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하예진은 그를 꾸짖듯 말했다. “동명 씨가 말하는 약간의 용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 버는 금액이에요. 동명 씨,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예진이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이 좋아 월 순이익이 꽤 높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는 돈에 비하면 그녀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잇, 비교하니까 열 받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온 힘을 다해야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노동명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동명은 업계에서 십여 년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