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참, 제가 두 박스의 물건을 배송했는데 받으셨나요? 제가 배송 기록을 확인해보니 오늘 받아보실 수 있다고 하던데.”소지훈은 관성의 특산품을 많이 샀다. 그중 정수호 부부의 영양제도 들어있었다.물론 수신자는 정윤하의 이름으로 적어놓았다.정윤하는 그의 운명적인 여신이기 때문에 정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그리고 먼 곳에서 왔는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오후에 공항으로 왔기 때문에 택배가 있으면 아마 집에 배송될 거에요. 우리 엄마가 종일 집에 있으니까 택배를 받으실 거예요. 지훈 씨, 무슨 물건을 보냈어요? 너무 돈을 낭비하지 마세요.”“관성의 특산품들이에요. 지난번에 너무 급하게 가서 준비한 특산품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 제가 좀 더 사서 이틀 전에 택배로 보냈거든요. 그럼 오늘 제가 도착하면 택배도 도착할 수 있잖아요.”“저의 부모님은 윤하 씨가 제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저를 호되게 꾸지람하셨어요. 감사할 줄 모른다면서요. 은혜는 항상 몇 배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제가 감사할 줄 모르는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정윤하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이미 저에게 보답했는걸요. 지난번에 제가 학생들을 데리고 시합에 갔을 때 제가 돈 한 푼도 낼 필요 없이 우리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나가서 재미있는 것도 놀게 해줬잖아요. 그리고 특별히 저를 전 대표님 결혼식에 데려간 것도 모두 저에 대한 보답이세요.”“그래도 부족하죠. 보답은 많이 해야 해요.”몸으로 보답을 허락해 주면 더 좋지만 말이다.“지훈 씨 부모님들 너무 놓은 분들이시네요.”정윤하는 소균성 부부를 만났는데 너무 열정적이고 자상한 느낌을 받아 그들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소균성 부부의 소질은 매우 좋고 말씨도 매우 부드러웠다. 최민주가 자신의 손을 잡고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본 정윤하는 최민주가 그녀를
정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집안에 등불이 켜져 있었다.정씨 가문 식구들은 모두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차 소리가 나자 정윤하의 큰오빠 정혁주가 여동생의 차인 것을 확인하더니 웃으면서 마중 나갔다. 그리고 소지훈을 도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소 대표님.”“형, 저는 소지훈이에요.”소지훈은 정혁주보다 나이가 많지만, 정윤하를 따라 형님이라고 불렀다. 정혁주는 노동명처럼 성격이 털털한 사람이라 소지훈이 뭐라고 불러도 개의치 않았다.“다들 두 사람이 도착하여 밥 먹기를 기다려요.”정혁주는 차 뒤로 가더니 트렁크를 열어 안에서 소지훈의 캐리어를 꺼냈다.정윤하가 말했다.“오빠, 지훈 씨가 호텔 예약했어요. 이따가 밥 먹고 제가 호텔까지 데려다줄 거에요. 캐리어를 꺼낼 필요 없어요.”“그래? 혹은 호텔 예약을 취소하시겠어요? 우리 집에 빈방이 많은데 괜찮으시다면 우리 집에서 묵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연성으로 출장을 오실 때마다 우리 집에서 묵으세요.”정혁주는 소지훈과 여동생이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친구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소지훈이 연성으로 출장을 온 이상 소지훈을 잘 대접해 주고 싶었다.“그럴 리가요. 예약한 호텔을 취소해도 돼요. 그럼 저는 지금 호텔을 취소하고 여기에 묵도록 할게요. 여러분을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가 일이 바빠서 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데 여러분의 정상적인 휴식을 방해할 것만 같아 걱정이네요.”소지훈의 출장은 핑계였지만 또 핑계가 아니었다.소지훈은 정말로 연성에서 사업을 발전하고 투자를 늘리고 싶어 했다.이렇게 하면 그는 자주 와서 정윤하를 볼 수 있었고 또 정윤하가 앞으로 친정집에 가서 며칠 더 묵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들 소씨 가문이 연성에 세력이 없으면 안 되었다.앞으로 그는 연성에 자주 오려고 계획했다. 만약 연성에 세력이 없다면 소지훈의 개인 안전은 물론, 소지훈 때문에 정씨 가문 식구들이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했다. 그는 그런 일들을 허용하지 않았다.하여 소지
정윤하는 정혁주를 꾸지람했다.“또 술을 마시면 엄마가 우리 집안의 좋은 술을 다 팔아버릴걸요.”그녀도 술을 좋아하지만, 술에 아주 약했다.정윤하의 어머니 윤미연도 계집애가 주량이 약한데도 술을 마시면 사고 치기 쉽다고 정윤하를 술을 못 마시게 했다.정혁주가 멋쩍게 웃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소 대표님을 우리 집에 있게 해야지. 소 대표님은 우리 집의 손님이니까 우리 집에 야식을 포장해 오시면 우리가 술을 내놓고 마시면 얼마나 좋아. 술을 적게 마시면 이튿날 출근하는 데 지장도 주지 않아서 엄마도 아무 말 안 하실 거야.”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고통과 다름없었다.그때 정혁주는 소지훈이 생각났다.지난번에 소지훈이 왔을 때, 정윤하만 빼고 모두 술을 마셨다.정혁주는 소지훈을 이용해서 술을 마시려고 했다. 누가 그들 정씨 성을 가진 부자가 정씨 성을 가지지 않은 윤미연의 손에 꽉 잡혀 살게 했는지... 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소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여기 있는 동안 형이 드시고 싶은 야식이 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포장해 올게요. 술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시고 한 잔만 하시죠. 이모도 형님 건강을 고려하셔서 그러는 거예요.”그는 미래의 처남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그렇다고 또 장모님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장모님과 처남 사이에서 소지훈은 분명 장모님의 편을 들 것이다.정혁주가 말을 건넸다.“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마시고 싶을 때만 조금씩 마시는 편이에요. 우리 어머니께서 나오셨으니까 그만 말해요.”어머니의 익숙한 발걸음 소리를 들은 정혁주는 정윤하와 소지훈에게 술에 관한 주제를 더는 언급하지 말라고 주의를 시키었다. 윤미연이 들으면 또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소지훈은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정씨네 남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밖으로 마중 나온 윤미연을 보면서 예의 갖춰 인사했다.“이모, 제가 또 폐를 끼치러 왔어요.”윤미연은 소지훈을 반갑게 맞아주며 인사
윤미연은 늘 정수호에게 딸을 잘못 가르쳤다고 잔소리했다. 24살의 처녀가 연애해본 적이 없고 중매 아주머니가 남자친구를 소개해도 사귀지 못한다면서, 정윤하가 남자를 형제로 생각하게 했다고 늘 불평했다.친구는 무슨... 정녕 애인으로 될 수는 없단 말인가!정수호는 윤미연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윤미연을 놀렸다. 두 사람 함께 몸조리 잘해서 딸 하나 더 낳아 막내딸을 숙녀로 키우면 어떻겠냐면서 말이다. 결국, 윤미연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정수호를 한 대 때렸다.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될 나이인데 어찌 또 낳을 수 있겠는가!낳고 싶었으면 젊었을 때 벌써 낳았을 텐데.“식사하세요. 밤에 수면에 영향이 갈 텐데 지훈 씨에게 차를 마시게 하면 어떡해요? 당신도 참, 밤에 잘 주무시지 못하면 어떡해요...”윤미연이 부엌에서 요리들을 들고나오면서 남편에게 몇 마디 했다.정수호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훈 씨가 멀리서 오신 손님인데 차 한 잔 정도는 대접하는 게 도리 아니야? 지훈 씨, 식사하러 가요. 윤하야, 가서 좋은 술 한 병 가져와. 내가 지훈 씨랑 말도 잘 통하니 오늘 저녁에 한 잔 마셔야겠어.”정윤하는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엄마, 나도 마셔도 돼?”윤미연은 정윤하를 노려보며 말했다.“넌 두 모금만 마셔. 너의 주량으로 더 마시면 망신당할 수 있으니까.”두 모금 마시는 것이 술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정윤하는 기뻐하며 가서 아버지가 간직하고 있던 좋은 술 한 병을 가져왔다.정혁주는 일찍이 술잔을 준비해 두었다.소지훈이 있었기에 술을 좋아하는 정씨 가문의 식구들은 술을 맛볼 수 있다면서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윤미연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많이 마시지는 못했다.“엄마, 지훈 씨가 출장하러 와 있는 동안 큰오빠가 지훈 씨를 우리 집에 머물게 하시라면서 예약한 호텔을 취소하라고 했어요.”정윤하는 음식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윤미연과 정수호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윤미연이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빈방이 있는데... 지훈
정씨 가문 사람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소지훈은 부모의 행동을 막을 능력이 없다고 하여 정씨 가문 식구들은 허탈해했다.소지훈의 부모님이 정말 오신다면 그들이 잘 대접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따르릉...윤미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쳐다보지도 않고 이내 전화를 받았다.“박씨 아줌마시군요.”전화기 너머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정윤하 남매는 귀가 솔깃해져 윤미연과 박선주의 전화 통화를 엿듣고 있었다.“우리 윤하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시려고요? 상대방은 무슨 직업을 가진 남자예요? 우리 윤하 상황을 아시죠? 예전처럼 윤하가 또 폭행할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겠죠? 박씨 아줌마, 제가 먼저 말하는데 만약 남자가 우리 윤하가 가정폭력을 휘두를까 봐 걱정하는 남자라면 이 일을 주선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라면 우리 윤하가 평생 혼자 살게 할지언정 시집 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런 가정폭력 성향의 남자와 저의 딸을 결혼하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박선주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이번에는 그런 남자 아니에요. 저도 그 남자와 분명히 말했어요. 윤하가 좋은 아가씨라고요.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소탈해서 저도 윤하를 너무 좋아하는걸요. 우리 아들이 성년이라면 윤하를 저의 아들과 맞세웠을 거예요.”“이번에 윤하에게 소개한 사람은 제 동료의 아들이에요. 제 동료의 집안 형편이 좋아서, 당신 집안의 형편과도 겨룰 수 있다니까요. 그 집 아들은 큰 회사에서 일하는데 평소에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요. 하여 저를 찾아왔는데 제가 윤하가 생각났던 거에요. 저의 동료가 내일 두 사람을 만날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는데 윤하가 시간이 있을까요?”박선주가 물었다.“박씨 아줌마 동료의 아들은 사람 됨됨이가 어때요? 인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우리 사이가 이렇게 가까운데 우리 딸을 함정에 빠뜨리면 안 돼요. 호호호...”윤미연은 정윤하가 스물네 살에 아직 연애를 못 해 봐서 좀 조급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정윤하는 담담하게 반찬을 집어 먹다가 윤미연이 눈치채지 못할 때 몰래 술을 조금 따라서 급히 마셨다. 그리고 윤미연이 고개를 올려 정윤하를 보았을 때 정윤하는 이미 술잔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밥을 먹을 때였다. 하여 방금 딸이 술을 훔쳐 마신 것을 윤미연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소지훈은 그 장면이 너무 웃겼다.소지훈은 감히 정윤하의 술잔에 술을 채우지 못했다. 미래의 장모님이 엄격히 단속하여 집안의 남자들도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집에 손님이 와도 술 두 잔 정도만 마시게 할 뿐 더는 못 마시게 했다. 하여 그는 장모님의 규칙을 깨뜨리지 않고 장모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 했다.“네, 박씨 아줌마의 직장 동료의 아들이래요. 우리 윤하와 내일 만나게 하기로 약속했어요. 우리 집 도장 근처에 있는 근사한 밀크티 가게에서 만나게 하겠대요.”윤미연은 휴대전화를 정수호에게 보여주면서 조용하게 물었다.“이 남자가 이렇게 생겼는데 만나게 할까요? 살이 좀 찐 것으로 보면 딱 봐도 운동이 부족한 모양인데.”정수호가 휴대전화를 건네받자 정혁주도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보더니 싫은 티를 냈다.“돼지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제 동생과 어울리겠어요? 엄마, 박씨 아줌마가 어떻게 이런 남자를 제 여동생에게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좀 좋은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하세요. 적어도 좀 멋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못생겼는데 앞으로 내 조카가 이 남자의 모습을 닮으면 정말 못생기면 어떡해요? 조카가 외삼촌을 닮는다고 하던데, 저를 닮아야 예쁠 텐데.”윤미연이 꾸지람했다.“너도 좋은 남자인데 왜 너에게 소개해 주는 여자마다 다 싫어해? 정말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좀만 나이가 들어서 늙으면 이혼한 여자와 결혼해야 할걸.”정혁주가 고개를 돌려 소지훈에게 물었다.“소 대표님도 저보다 두 살 위인데 부모님께서 결혼을 재촉하시죠?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부모님께 결혼 재촉을 당하시죠? 그리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하루에 800번 소개팅을 주선해 주
게다가 정윤하는 소지훈을 친구처럼 대했다. 그래서 소지훈은 지난번에 왔을 때 이미 정씨 집안의 예비 사윗감 선정에서 탈락하였다. 순간 말문이 막힌 윤미연은 내밀었던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만약 내일 박씨 아줌마한테서 약속 취소한다는 연락이 오지 않으면 계획대로 출발해. 어차피 약속 장소도 우리 도장과 멀지 않으니.”“넌 내일 출근할 때, 아예 긴 치마와 하이힐을 챙겨서 가.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지 않으면 넌 긴 치마에 하이힐을 바쳐 신고 약속 장소에 나가. 그래야 숙녀답지. 매일 보디가드같은 차림새만 하지 말고. 상대방이 네 지금 차림새를 보면 한 대 얻어맞을까 봐 겁 안 나겠어?”“엄마, 지금 무슨 계절인데 나보고 치마를 입어라고 해? 나 감기 걸리는 거 보고 싶어?”정윤하는 소지훈의 술잔을 흘끔 훔쳐보았다. 대신 좀 마셔주고 싶었다.“누가 너보고 여름 치마 입으라고 했어? 겨울 치마 입으면 되지.”“엄마, 내 옷장에는 치마라곤 없어. 나는 커서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어.”정윤하는 치마 입기를 딱 질색했다. 왜냐하면, 치마를 입고 무술을 연습하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난 하이힐도 못 신어. 하이힐을 신으면 걸음도 제대로 못 걷겠어.”“혹시 누구랑 싸울 일이라도 생기면, 하이힐을 신고 어디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그러자 소지훈이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받아넘겼다.“왜 제대로 못 싸워요? 하이힐을 신은 발로 상대방을 걷어차면 아파서 곧 기절할걸요. 또 상대방이 도망치려고 하면 하이힐을 벗어서 힘껏 던져요. 적중이라도 하게 되면 그놈은 아마도 아파서 한동안 끙끙거릴걸요.”그 말에 정씨 집안 식구들은 일제히 시선을 소지훈에게 던졌다.소지훈은 계면쩍은 듯이 말했다.“저도 TV에서 이런 장면을 봤어요. 이모님,
정혁주는 박씨 아줌마가 소개한 남자는 못생긴 데다가 돼지처럼 뚱뚱하다면서 절대로 성사할 리가 없다고 장담했다.정수호는 말리지 않았지만, 윤미연은 두 남매를 꾸지람했다. 그리고 큰아들한테 소지훈은 손님이니 부디 양보해야 한다면서 절대로 소지훈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정씨 일가 중에서 윤미연을 제외한 기타 사람들은 모두 무술 실력이 대단한 고수이기 때문에 자기들과 같이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적으로 꼭 한번 겨뤄 보고 싶어 했다.소지훈은 잠시 후에 정합 도장에서 겨룸할 때 있는 힘껏 발휘해야 할지, 아니면 진정한실력을 좀 숨겨야 할지를 고민했다.그는 정윤하가 강자를 우러러보리라 생각하고, 있는 힘껏 발휘하여 정혁주를 이기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정윤하의 숭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다만 미래의 처남이 자기를 원망하지 않기를 바랬다.밥 먹고 난 뒤, 소지훈이 도와서 상을 치우려고 일어서자, 윤미연이 다급히 막으면서 말했다.“지훈 씨는 안 도와줘도 되니깐 가서 아저씨랑 차나 한잔해요. 나와 윤하 둘이면 금방 다 치울 수 있어요.”이에 소지훈이 벙싯 웃으면서 말했다.“이모님, 괜찮아요. 저는 집에서도 설거지를 도맡아 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수저를 내려놓으면 그냥 자리를 떠요. 저는 집 일하는데 이미 익숙해졌어요.”그는 반드시 정씨 일가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모님도 저녁 식사 준비하시느라 많이 힘드실 텐데, 얼른 들어가셔서 TV 보세요. 제가 윤하 씨를 도와서 설거지하면 됩니다.”소지훈이 상을 치우면서 말했다.윤미연은 말리지는 못했지만, 혼자서 일하게 두지 않고 두 아들을 불러와서 일을 시켰다.“너희 둘도 얼른 도와서 설거지해. 그러고 난 뒤 산책해서 도장에 가면 되겠네.”정윤하의 두 오빠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두 아들을 시킨 뒤에야 윤미연은 돌아서서 남편의 곁에 걸어가 앉았다.정수호는 어느새 주전자에 차를 새로 끓여 놓았다.“지훈 씨는 참 훌륭한 남자야. 밥 먹고 난 뒤, 도와서 설거지도
“처음부터 네 것 아니었잖아. 20 년 넘게 남의 인생 훔치고 부유하게 살아온 넌 이제부터 짐승보다 못한 가난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지금 당장 시골로 꺼져.”“감히 네가 우리 윤미를 촌년이라고 불러? 진짜 촌년은 너잖아! 아퉤!”모든 것을 잃게 된 이윤정에 대한 사모님들의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그들은 온갖 비꼬는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이윤정은 앉으면서 말했다.“절대 못 나가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는 거라고 엄마한테 다 설명할 거예요. 누가 나를 해치려고 했는지 알아내면 그 사람 가만히 안 둘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세 사모님을 노려보며 물었다.“날 해치려고 한 사람이 설마 당신들이에요?”이씨 집안 큰 사모님은 이윤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같은 짝퉁이 내 손을 더럽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싸구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남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까지 갖춘 거니? 이년아, 잘 들어.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어머님 머릿속에 새겨져서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넌 이제 끝났어.”이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몸을 돌려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 다시 나왔다.그녀는 모든 사람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윤정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악!”이윤정은 비명과 함께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튕겨 일어났다.가뜩이나 날씨가 추운데 찬물까지 끼얹었으니, 이윤정은 너무 추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흠뻑 젖었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옷들도 꽤 많이 젖어버렸다.“셋째 동서, 가서 물 한 바가지 더 가져와요. 저년이 덮을 수 있는 옷들을 싹 다 적셔버리고 얼어 죽게 내버려둬요. 언제까지 버티는지 한번 보자고요.”큰 사모님은 셋째 사모님에게 물 한 바가지를 더 가져오라고 분부했다.“나도 같이 가요.”둘째 사모님도 뒤를 따랐다.곧 두 사모님은 각각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마찬가지였다.고현은 눈이 높아 그 누구도 좋아해 본 적 없었다.참, 남자를 좋아했었지!이제 고현과 전호영은 짝을 지어 다녔다.전호영이 있는 장소에서 종종 고현을 볼 수 있었다. 고현이 나타나기만 하면 반드시 전호영도 따라서 나타났다.젊고 예쁜 아가씨들은 한 남자에게 졌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또 어쩔 수도 없었다.“왜 이렇게 됐지?”이윤정이가 중얼중얼 혼잣말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이윤정은 여전히 이씨 가문의 둘째 딸이었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이미 이씨 가문의 쓰레기로 되었다.이은화는 이윤정을 내던졌다.이윤정도 그녀의 양부모님을 대할 면목이 없다.그녀가 친부에게 찾아가려고 해도 그녀의 친아버지는 아직 감옥에 계시고 친어머니는...이윤정은 그녀의 친가족의 부끄러움을 생각하더니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이윤정의 친엄마 김현미가 이윤정을 매우 사랑하더라도 이윤정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김현미 부부가 이윤정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심지어 이윤정에게서 이득만 얻어내려고 할 뿐이다.하지만 김현미 부부에게 쫓겨나게 되면 이윤정은 또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지금 이윤정은 가진 게 하나도 없다.또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윤정은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다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그녀의 세 형수님이었다.이윤정은 희망 섞인 눈빛을 거두어들였다.예전 같았으면 조윤 일행이 그녀의 편 들었을 텐데, 지금은...“형수님.”이윤정은 조윤 일행을 향해 인사했다.“어머, 윤정이 아니야? 너야? 머리를 풀어헤치니 너무 초췌해 보여. 난 거지가 온 줄 알고 동서들이랑 널 내쫓으려고 했는데 너구나. 응? 날 형수님이라고 불렀어? 하지 마. 난 네 형수님이 아니야. 난 거지 시누이가 없어. 윤미가 내 친시누이거든. 너처럼 짝퉁 시누이는 자기 처지도 모르고...”이때 이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김여희가 말을 이었다.“내 말이. 짝퉁은 여전히 짝퉁일
이윤미는 너그럽게 대답했다.“우리 엄마 앞에서 조심하세요. 엄마가 지금 여전히 화내고 계시거든요.”이윤미는 집 밖으로 나갔다.집사는 그녀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큰아가씨, 실례지만 어젯밤에 어르신과 둘째 아가씨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가주님께서 화를 내시면서 둘째 아가씨를 내쫓으셨고 또 정 어르신께서도 병원에 실려 갔잖아요. 둘째 아가씨께서 어르신을 해친 거예요?”진숙녀는 예전의 집사가 아니지만, 그녀가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이은화가 가주 자리에 오른 뒤 진숙녀가 이씨 가문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줄곧 일했다. 그리고 정군호 부부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이윤정이 정군호를 다치게 했어도 진숙녀는 이은화가 이토록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아줌마, 저희 엄마가 아줌마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은 일을 묻지 않으시는 게 나을 거에요 너무 많이 아시게 되면 다치실 거에요. 저도 아줌마를 위해서 하는 소리예요”집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얼른 아침 운동 하세요. 저는 이만 주방에 가서 아침 식사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볼게요. 아가씨가 아침에 건강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놓겠습니다.”진숙녀는 방문 앞에 멈춰 서서 이윤미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돌아서서 집안으로 돌아갔다.이윤미는 먼저 정원에서 몸을 풀고 두 바퀴를 뛰다가 별장 대문으로 향했다.대문이 아직 잠겨 있었지만 이윤미는 열쇠를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열쇠로 문을 열었다.문 여는 소리에 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이윤정이 깨어나게 되었다.이윤정은 고개를 들어 별장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더니 재빨리시 일어나 앉았다. 피곤한지, 옷을 너무 많이 입은 탓인지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비틀거리다가 결국 땅에 넘어졌다.이윤정은 마침 이윤미의 발밑으로 엎어지게 되는 바람에 이윤미에게 큰절하게 된 셈이다.이윤미는 멈춰 서서 이윤정을 내려다보았다.이윤정은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형수님 혼자 보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둘째 형수님이랑 셋째 형수님과 함께 봐야 재미있죠. 우리 엄마가 돌아오셔서 형수님들을 보시게 된다고 해도 엄마는 형수님들을 나무라지 않으실 거예요. 엄마가 홧김에 윤정이를 쫓아내서 이씨 성을 따르지 못한다고 하셔도 윤정이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뿐이에요. 윤정이는 절대로 성씨를 바꾸지 않을걸요. 윤정이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엄청나게 싫어하거든요. 저번에 윤정이 친어머니가 윤정을 찾아왔는데 거지 취급하며 친어머니를 쫓아냈거든요.”지난번에 이윤정의 친어머니 김현미가 이윤정을 찾으러 왔는데 때 이윤정이 김현미에게 어떻게 대했었는지 이윤미는 잘 알고 있다.김현미가 이윤미를 그토록 못되게 굴더니, 이윤정의 미움을 사는 것도 김현미의 업보였다.“저는 저의 엄마가 화가 풀리게 되고 윤정이가 울고불고 사정하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걱정이에요.”조윤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이 정도로 배반했는데도 어머님께서 또 윤정이를 데려온다고요?”“제 말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이은화가 이윤정을 끔찍이 사랑하는 모습을 떠올린 조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도 있어. 내가 네 둘째 형수님과 셋째 형수님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윤정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싶은지 물어볼게.”어젯밤에 그녀들은 감히 밖에 나가 보지도 못했다.이윤정이 조윤 일행에게 끌려가 저택 문 앞에 던져진 뒤로 그녀들은 더는 그곳에 머물지 못하고 집안으로 바로 돌아갔다.이은화의 노여움이 이씨 집안 전체를 불태우려고 했으니, 그녀들은 얌전히 있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형수님, 그럼 저는 운동을 하러 나가볼게요.”“추운 날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다니, 난 네 끈기에 감복할 수밖에 없어. 난 아침 일찍 달리기를 못 하겠어. 내 배를 봐. 점점 더 커지고 있어.”조윤은 자신의 뱃살을 만지며 말했다.“형수님 몸매가 잘 유지되고 있는 편이에요. 중년이 되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살이 찌고 옆으로 퍼지는지 아세요? 형수님은 조금만 조절을 하
전태윤은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우빈이 녀석은 놀음을 잘 탐내는 아이지. 평소 우빈이는 친구가 없어 늘 혼자 놀고 있었어. 우리가 함께 놀아준다고 해도 늘 외로워했지. 애들은 역시 또래 아이들과 놀아야 재미있게 놀 수 있나 봐.”그는 하혜정의 배를 만지며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이 꼬마는 내년에나 만날 수 있겠지? 이 꼬마가 우빈이만큼 크면 우빈은 아마도 이 꼬마랑 놀아주지도 않겠지?”“우빈이는 우리 아기를 예뻐할 거에요. 큰오빠처럼 잘 대해줄걸요.”“그럼. 얼른 자. 안 자면 내가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라.”하혜정이 말을 이었다.“잘게요. 저는 이미 잠들었어요.”하혜정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전태윤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잠들어 있는데도 말하고 있네.”“잠꼬대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웃으며 하혜정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그녀를 껴안고 꿈나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하룻밤을 푹 잤다.다음 날 아침, 강성 이씨 가문.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된 이윤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상쾌한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쉬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살금살금 걸어갔다.어젯밤 일은 아주 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정군호가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이씨 가문의 저택은 조용해 졌다.이윤미는 정군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어젯밤 이은화가 이윤미와 정일범 형제를 아래층으로 내려오게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위층에서 아버지의 비명이 들렸고 그 뒤로 구급차가 도착하여 구급대원들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떠났다. 병원에 따라간 사람은 이은화와 그녀의 경호원들뿐이었고 다른 사람은 병원에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정군호가 비명을 지른 이유를 묻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이윤미는 정군호가 살아계신 것만 알면 되었다. 이은화도 네 남매를 생각해서라도 정군호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이윤미는 계단 입구로 가기도 전에 다른 방의 문 여는 소리를 들었고 뒤이어 발소리가 들려 앞을 바라보았다.그녀의 형수님 조
그런 두려움은 한 번 겪으면 그뿐이다. 전태윤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제가 잠에서 깼어요. 잠이 안 오는데 한번 말해줘요.”하예진이 물었다.전태윤은 다가와 하혜정의 얼굴에 뽀뽀한 후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의 귀를 더럽힐까 봐 걱정이야. 좋은 일은 아니야. 참,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 이씨 가문의 나쁜 일은 우리 가문의 좋은 일이나 다름없으니까.`”하예진이 흥미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전태윤은 그녀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이자 그녀는 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전태윤을 쳐다보면서 그다지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호영이가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믿기지 않아 다시 눈을 비비고 확인했다고 하더라고.”하혜정은 피식 웃었다.“너무 어이없네요. 사실이라니... 이모할머니 남편 성이 정 씨죠? 윤정 씨는 그들의 수양딸로서 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친딸처럼 키워졌다고 해요. 부녀지간의 감정도 아주 두터울 텐데 제 그런 짓을 벌일 리가 없는데. 누군가 뒤에서 음모를 꾸민 거 아니에요? 이 시 가문의 주인들마다 특별 비서 한명씩 배정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실력이 대단해요?”전태윤이 말을 이었다.“그 두 사람은 의심하지 않아도 돼. 배후에서 이 모든 것을 꾸민 사람은 이씨 집안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일 리가 없어. 아마도 이씨 가문 사람들중 윤정 씨와 정군호 씨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싶거나 죽지 않더라도 그들을 괴롭히고 싶은 사람일 거야.”“음모를 꾸민 사람은 이 대표님의 성격도 잘 아는 사람일 거야. 이 대표님께서 이런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정군호 씨와 윤정 씨가 무고하다고 해도 이 대표님은 두 사람에게 벌을 줄 거야.”하혜정은 이윤미를 떠올리며 물었다.“이윤미 씨 아닐까요?”“윤미 씨라고 생각해?”곰곰이 생각해보던 하혜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닐 것 같아요. 윤정 씨 몸에는 이모할머니의 지독한 피가 흐르고 있고 또 성장 환경도 열악한 편이라
“여보, 물 마셔.”전태윤은 하예진을 따라 침대 앞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두 모금만 마시고는 더는 마시지 않았다.“목 좀 축이면 돼요. 자꾸 화장실 가는데 힘들어 너무 많이 마시기 싫어요. 방금 누구한테서 전화 왔어요?”전태윤은 담담하게 거짓말을 했다.“정남이가 한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해 날 괴롭히려고 전화 왔어. 그래서 내가 욕했어. 분명 나한테 복수하려는 속셈일걸. 내가 예전에 종종 한밤중에 정남에게 전화했거든.”하혜정은 그를 바라보았다.“여보, 당신이 전화를 받은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어요. 단지 너무 졸려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태윤 씨가 통화한 내용은 제가 듣지 못했지만 분명 정남 씨한테서 걸려온 전화는 아니었어요. 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저한테 거짓말하신 것을 알아요. 그 전화는 호영 도련님께서 걸려온 전화죠?”하혜정을 걱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하예진뿐이었다.전태윤은 하혜정을 껴안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임신하면 바보 된다고 하던데, 우리 부인은 여전히 똑똑하네.”“호영 도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 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처형은 괜찮아. 단지 이씨 가문에 일이 생긴 것뿐이야. 처형이 오늘 저녁에 이씨 가문에 가서 밥을 먹다가 이씨 가문에 큰 볼거리가 생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 처형은 서둘러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났고 지금은 호텔에서 쉬고 있대. 걱정하지 마.”“호영이와 고현 씨가 강성에 있어서 처형은 안전할 거야. 그리고 나와 노동명 그리고 당신 이모의 경호원들도 전부 처형을 따라다니고 있는걸. 처형은 요즘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서 자신의 편에 서 있게 하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강성에서 사업 제국을 세우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야.”하예진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물론 전씨 그룹과 노 씨 그룹 그리고 성씨 그룹이었다.사실 하예진은 모습을 드러내고 일하는 사람일 뿐 진짜 주인은 관성의 3대 가문이다.이경혜는 조카딸 하예진을 도와 이윤미와
“예진 누나의 경호원들도 고현 씨 경호원 차에 올라탔거든. 경호원들 전부 술을 마셨다는 핑계로 차를 몰지 못한다고 이씨 가문의 집사님에게 청탁했거든. 그래서 그 집사님도 누나의 요구대로 이씨 가문의 경호원을 안배해 주어 누나의 차를 몰고 우리 뒤를 따르게 한 거지.”“그 사건은 사고처럼 보였지만 우리는 사고라고 믿지 않거든. 경호원들의 차 안의 블랙박스를 보면 그 화물차가 빠른 속도로 우리 경호원들의 차 두 대를 추월한 뒤 바로 예진 누나가 이씨 가문으로 타고 갔던 차를 쫓고 있었어. 옆 도로에 차가 없어서 일반적으로 차를 추월하려면 도로를 변경하여 앞으로 몰고 나가면 되는데 직접 누나가 탔어야 할 차를 들이박은 거야.”“화물차가 속도가 빠르고 추돌하는 힘이 너무 세서 누나가 전에 탔던 그 차는 맞은편의 도로로 튕겨 나가게 되면서 뒤집히게 된 거야. 그리고 곧이어 차에 불이 붙은 바람에 차 안의 사람을 구해낼 시간조차 없었어.”불에 타 죽은 이씨 가문의 그 경호원은 정말 비참하게 죽었다.“오늘 밤 이씨 가문에서도 엄청난 볼거리가 생겼어. 그 볼거리는 아마 이 대표님이 꾸민 짓은 아닐 거야. 누가 뒤에서 꾸몄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있어. 이씨 가문의 상황은 아마도 곧 변하게 될 것 같아. 예진 누나가 이 시점에 강성으로 오다니, 참 잘된 것 같아.”전호영은 정군호와 이윤정의 일을 전태윤에게 알려 주었다.“형은 아마 모를걸.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전부 멍하니 쳐다만 봤다니까. 나도 믿기지 않아서 내 눈을 몇 번이고 비벼서 다시 확인했어.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이 대표님 남편과 윤정 씨인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두 사람은 정말 우리 젊은이들보다 더 격렬하더라고.”“어쩐지 이 대표님이 관성에 있는 틈을 타 정군호 씨가 바람을 피우더라니.”“아무튼, 이씨 가문은 지금 난리 났어.”전태윤은 나지막이 동생에게 신신당부했다.“이씨 가문에 큰 사건이 생겼기 때문에 너희들도 조심해야 해. 그 여자가 전임 이 가주도 해친 것으로 보면 무슨 짓이든
정군호가 어떻게 선택했는지 멀리 있는 관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한밤중에 전태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벨 소리에 잠을 깨고 재빨리 핸드폰을 가져갔다.전태윤은 휴대폰 화면에 뜬 번호도 확인하지 않은 채 몸을 일으켜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와 침실을 나갔다.그리고 나지막이 물었다.“여보세요?”“형, 나야.”“호영아, 늦은 시간까지 왜 아직도 안 잤어?”전호영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깨달은 전태윤은 급히 침실 문을 닫았다.그리고 방을 나선 뒤에야 비로소 큰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전호영이 먼저 물었다.“형, 형수님은 아직 안 깼지?”“아니. 임신 중이라 잠들면 깊은 잠을 자거든. 우리 처형이 무슨 일이라고 생겼어?”전호영이 한밤중에 한가하게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하예진이 강성에 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만약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하혜정은 결코 견딜 수 없을 것이다.“사고가 났긴 났지. 우리도 방금 호텔에 돌아왔거든. 내가 예진 누나를 먼저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 이 사실은 형한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 이렇게 전화를 걸었어. 내가 지금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일이 되면 형도 알게 될 거야.”하예진이 강성으로 데려간 경호원들은 세 가문의 경호원이었기에 전태윤이 배치한 경호원도 내일이면 전태윤에게 보고할 것이다. 노씨 가문과 성씨 가문의 경호원들도 그들의 지도자에게 알려줄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진이 이미 호텔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한숨 돌렸다.아무 일 없으니 당행이었다.“무슨 사고? 다친 사람은 없고?”전태윤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우리 쪽에는 다친 사람이 없어. 이씨 집안의 경호원 한 명이 돌아가셨고 내 차 한 대가 파손됐어.”하예진이 강성에서 사용하는 차량은 전호영의 차였다.“내가 너에게 차 한 대를 배상해 줄게.”그러자 전태윤이 대답했다.사촌 동생 전호영에게 부탁해서 하예진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전호영의 차가 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