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고씨 그룹의 경호원 리더가 경호원 1팀을 데리고 나와 꽃을 부수려 했다.전호영 쪽의 사람들도 자연스레 막아 나섰다.현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전호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유 있게 자신의 ‘노동' 성과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었다.사진을 찍고 난 뒤 전호영은 무심코 사람들 속의 고빈을 보았고 고빈에게로 걸어갔다.고빈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꽃밭에서 꽃 한 송이를 꺾었다. 전호영이 가까이 오자 고빈은 멋진 얼굴로 웃음꽃을 흩날리며 그 꽃을 전호영 앞으로 건네줬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전 대표가 남자를 좋아하신다면 저를 고려해 보시는건 어떠세요?”“제가 전 대표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우리 형은 전 대표에게 안 어울려요. 정상적인 남자라면 보통 우리 형을 좋아하지 않거든요.”전호영은 두 손가락으로 그 꽃을 집었고 몸은 기울여 꽃 냄새를 맡더니 계속해서 말했다.“향긋한 냄새가 나네요.”그러자 전호영은 손으로 고빈의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살짝 들어어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고빈 도련님은 멋있지만 당신 형에 비하면 좀 못해요.”“빈은 싱글벙글 웃으며 전호영의 손을 잡더니 다시 물었다.“제 몸에서 어떤 부분이 못한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해결할 수 있는지 한번 들어볼게요. 우리 형은 매우 진지하세요. 이런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해요.”“만약 전 대표가 이런 스캔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저를 찾으세요. 제가 끝까지 협조해 드릴 테니 우리 형을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고빈도 전호영 앞으로 다가와 속삭였다.“저는 전 대표가 고의로 이렇게 행동하시는 이유를 알고 있어요. 당신 가문의 어른들 결혼 재촉을 피하려고 우리 형을 끌어들인 거잖아요.”“전 대표가 게이라는 스캔들을 퍼뜨리기 위해서요. 이렇게 되면 당신이 전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에게 구애하지 않아도 당신 할머니께서 당신을 용서해 주실 테니까.”“좋은 방법이긴 해요. 하지만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동이잖아요. 자신의 명성을 훼손시키는 것은
고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전호영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 꽃다발을 받는 것이 더 나을 듯했다. 전호영이 떠난 후에 쓰레기통에 던지면 그만이었다.이렇게까지 큰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대표, 퇴근하셨죠?”전호영은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올려다보더니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이면서 고현에게 물었다.“고 대표, 제가 밥 사드릴게요. 같이 저녁 식사하실래요?“죄송합니다만, 점심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네요.”고현은 바로 거절했다.전호영은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 고 대표가 오늘 시간이 없으시면 앞으로 언젠가 시간 있으시겠죠. 고 대표가 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동의할 때까지 매일 매일 고 대표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하고 매일 매일 고 대표 회사 앞에서 이런 꽃바다를 만들 거예요.”고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가 갈렸다.고현의 품격이 우수했기 때문에 전호영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현은 전호영과 이제는 말하기 귀찮았다. 전호영이 기필코 자신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생각했다.고현은 손을 흔들어 자신의 회사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이 꽃들을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그리고 고개를 돌려 비서에게 지시했다.“강성 꽃집 주인들에게 연락하세요. 앞으로 아무도 전호영에게 꽃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요. 누가 전 대표께 꽃을 판다면 저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해주세요.”전호영은 고현을 꾸지람했다.“고 대표, 꽃집들도 1년에 얼마 벌지도 못할 텐데 너무 하시네요. 저처럼 큰 고객을 만나기도 어려운데 돈 좀 벌게 해주시지 그러세요. 저에게 꽃을 못 판다면 꽃집들의 돈줄을 끊어 놓는 거나 다름없잖아요.”“이렇게 돈줄을 끊어 놓는 것은 그들의 목숨을 끊는 것과 다름없어요. 뒤에서 몰래 고 대표를 향해 평생 아내를 얻지 못하게 하려고 저주하면 어쩌려고요.”고현은 평생 아내를 얻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고현도 여자의 몸이라 장가를 가는 것이 아닌
고현은 말도 없이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고빈은 비서에게 따라올 필요 없다고 말했고 고빈은 누나 뒤를 따라 고현의 차로 향했다.곧 고현은 차에 올랐고 고빈도 누나 따라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는 전호영을 힐끗 보더니 묵묵히 차의 시동을 걸고 앞으로 몰았다.“형, 제가 아까 전호영한테 물어봤어. 전 대표가 인정했어. 전씨 집안 어른들의 결혼 재촉을 피하려고 이슈를 만드는 거라고.”고현은 동생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그 말을 믿어?”고빈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조사해 봤어. 내가 접한 정보에 따른다면 난 전호영의 말을 믿어. 아니면 전 대표가 정말 게이라는 사실을 믿는 건 아니지? 게이라고 해도 형과 몇 번밖에 접촉 못 했을 텐데 이렇게 빨리 형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는 않을걸.”이번에 고현이 말문이 막혔다.고현은 전호영이 고작 화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전호영이 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만약 전호영이 남자를 좋아한다면 관성에도 우수한 청년들을 많고 많을 텐데 진작 남자 친구를 사귀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굳이 이렇게 멀리 강성으로 와서 고현에게 치근덕거리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둘 다 아니라면 전호영의 동기가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고현의 차가 회사를 빠져나왔다.그 넓은 꽃바다는 이미 깨끗이 정리되었다.구경하던 사람들도 점점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러나 전호영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전호영은 그의 차 앞에 기대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현의 전용차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고현의 전용차 방향으로 손까지 흔들었다.입으로 무엇 가를 말했지만 고현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아무런 표정 없이 앞만 바라보았다. 전호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운전기사는 고현이 지금 전호영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빠른 속도로 전호영을 지나쳤다.반나절 후, 고현은 고빈이게 부탁했다.“고빈아, 관성에 가서 전호영의 약혼녀가 누구인지 한번 알아봐 줘.”고빈은
“전 대표의 부모님도 모르신다고 들었어.”고현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전씨 큰 도련님은 아실 거야. 전씨 형제들은 큰형을 가장 존경하거든. 매사에 전태윤의 의견을 존중했고 모든 일을 다 전태윤에게 알려준다고 했어. 부모님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전씨 큰 도련님은 꼭 알고 있을 거야.”“전태윤은 입이 엄청 무거워서 알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전씨 사모님에게 한번 접근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전태윤은 하예정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분명 하예정에게 알려줄 거야.”고빈은 이내 입을 열었다.“전씨 할머니와 사모님 모두 여행 갔다고 들었어. 지금 아마 찾기가 어려울걸.”고현은 또 침묵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입을 열었다.“하루 이틀에 조사하라는 뜻 아니야. 이 일을 머릿속에 일단 남겨두고 있어. 물론 빨리 알아내면 더 좋고.”“못 알아내면 어떡해?”고현의 잘생긴 얼굴이 굳어지더니 눈빛마저도 어두워졌다. 그리고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그럼 상황을 봐가면서 모든 수를 써서 이 일에 대처할 거야.”전호영이 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을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꼬리를 밟힐 것이다.“형, 전태윤을 찾아가서 전호영에 관해 말해보는 건 어때? 내 생각엔 전태윤도 분명 초조할 거야. 형으로서 자신의 동생이 남자에게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내가 남자에게 빠져있다면 형은 분명 나에게로 찾아와서 여자를 좋아해야 한다고 타이를 거잖아.”고현은 동생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고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만약 네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해가 서쪽에서 떠오를걸. 나 오늘 저녁에 연회에 참석해야 해. 너도 따라와. 오늘 이윤미도 참석할 거야.”고빈은 바로 누나에게 용서를 비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형, 살려 줘. 난 이윤미에 정말 관심이 없어. 그런 순한 척하고 속셈이 많은 여자를 내가 이길 수 없어. 형도 알잖아. 난 잔꾀가 많은 사람이 가장 싫어.”전호영도 같이 잔꾀를 부리겠지만 그래도 이윤미가 싫었다.고
십여 분 후.“큰 도련님.”운전기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고현에게 말했다.“큰 도련님, 전 대표가 꽃다발을 안아 들고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전호영은 하루 호텔이 아닌 길 건너편의 고씨 호텔 앞에서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고현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현은 자신이 점심 약속이 있다고 했다.고현은 손님들과 식사를 할 때 보편적으로 고씨 호텔에서 식사했다.전호영은 끈질기게 쫓아왔다. 그것도 고현의 차를 따라잡아 먼저 호텔 입구에서 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현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고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우리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전 대표가 회사 앞에 있었는데 어떻게 우리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지?”운전기사가 대답했다.“아마도 전 대표가 지름길로 온 것으로 보입니다.”고빈이 꾸지람했다.“왜 우리도 지름길로 가지 않았어요?”기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고현은 전 대표가 고현보다 먼저 도착할 줄 몰랐다.고현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동생에게 부탁했다.“강 대표가 호텔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전 대표와 낭비할 시간이 없어. 도와줘.”“형, 걱정하지 마. 내가 형을 도와 전 대표를 귀찮게 하면 되니까.”고빈은 흥미를 느끼며 승낙했다.몇 분 후.고씨 남매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고현의 경호원들이 빠르게 달려와 고현을 도와 길을 터주었다.이때 전호영도 걸어왔다. 고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고현을 바라보면서 전 대표를 막아야 할지 망설였다. 그때 고빈은 양복 외투를 벗더니 빠른 걸음으로 전 대표를 향해 다가갔다.“전호영 씨.”고빈은 전호영 이름을 부르며 걸어갔다.“저에게 선물하려는 꽃인가요? 너무 예쁘네요.”고빈이가 손을 뻗어 전호영의 손에서 그 꽃다발을 빼앗으려 하였으나 전호영은 몸을 한켠으로 기울이면서 고빈의 손을 피했다. 고빈은 결국 그 꽃다발을 빼앗지 못했다.고빈은 단념하지 않고 두 손을 벌리면서 전호영을 껴안으려고 했으나 전호영 역시 재빨리 피했다. 그리고 교묘하게 고현의 앞으로 다가갔다.고씨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망나니짓을 하니 너무 아쉬웠다.고현은 바로 그 꽃다발을 힘껏 낚아채 전호영의 앞에서 꽃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발로 몇 번 짓밟았다. 그리고는 전호영의 곁을 지나갔다.“꽃을 받았으니 전 대표도 어서 돌아가세요.”고현은 차가운 말투로 몇 마디 내뱉었다.전호영은 바닥에 짓밟힌 꽃다발을 보고 또 고현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재미있는걸. 은근 신경 쓰이네.”전호영은 고현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할머니가 주신 시간이 거의 끝나가자 어쩔 수 없이 움직인 것뿐이었다.고현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 고현에게 구애하면서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제야 전호영은 조금이나마 호감이 생겼다.고빈은 바닥에 버려진 꽃다발을 보면서 걸어왔다.전호영은 바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전 대표.”고빈은 허리를 굽혀 누나에게 밟혔던 꽃다발을 주우며 입을 열었다.“전 대표, 슬퍼하지 마세요. 전 대표가 만약 진심으로 우리 고씨 가문의 남자를 좋아한다면 저를 고려해 보라니까요. 저는 기꺼이 전 대표와 함께 연기해 드릴 수 있어요.”“이렇게 예쁜 꽃다발이 망가진 것을 보니 너무 아쉽네요. 저는 평소에 이런 꽃들을 여성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든요. 물론 다들 감동하고 무척 좋아하죠.”고빈은 말하면서 그 꽃다발을 들고 근처에 있는 휴지통에 버렸다.고빈은 다시 전호영에게로 다가갔지만 전호영은 실망한 모습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전 대표.”“고빈은 앞으로 다가가 전호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위로했다.“전 대표, 실망한 척할 필요 없어요. 연기하려면 저를 찾으셔도 돼요. 전 대표가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저는 전 대표가 연기하는 건지 진짜 우리 형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지 헷갈려요.”“저는 정말 당신 형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고빈 씨도 정말 멋지지만 당신 형보다 매력이 없어요. 당신 형이 도도하잖아요. 저는 고현 씨의 도도함이 좋아요.”말을 마친 전호영은 고빈의 어깨에 걸쳤던 손을 떼어냈다.“고빈 씨, 저는 고현 씨를 진심으로 좋아해
고현은 한참 말이 없다가 목소리를 낮춰서 입을 열었다.“전호영 씨가 지금 공개적으로 저한테 구애하고 있어요. 자꾸 따라다녀요. 하지만 저는 남자예요! 전 대표도 동생이 게이로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실 겁니다. 전 대표, 이 일을 잘 처리해주세요.”“호영이가 공개적으로 당신에게 구애하겠다고 말했어요? 실행으로 옮겼어요? 아니면 말로만 한 거예요?”전태윤은 이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고현에게 물어봤다.“그분은 오늘 저에게 꽃도 주었어요. 회사 입구에 꽃바다를 만들고 그 꽃들로 글씨도 새겨놓았어요. 수많은 사람의 관심도 끌었고요. 지금 강성의 모든 사람은 저와 전호영의 관계에 대해 의논하고 있어요.”“태윤 씨, 전호영 씨는 관성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게이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였다고 들었어요. 지금 막 이런 성향을 보일 때 빨리 전호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계속 이대로 놔두면 안 돼요.”“저는 전호영 씨를 받아주지 못해요. 우린 결과가 없을 겁니다. 전호영 씨가 저를 따른다 해도 저는 감정적으로 그분을 속상하게 할 수밖에 없어요.”전태윤의 사촌 동생들에 대한 사랑을 믿었기에 고현은 전태윤이 전호영을 꾸지람할 줄 알았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잠시 침묵했고 아내 다시 입을 열었다.“고 대표, 다른 일이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이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감정은 사적인 일이라서 제가 전호영의 형이라 할지라도 동생의 감정을 좌우할 수 없어요.”“호영이가 정말 고 대표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우리도 호영의 선택을 존중할 거예요.”고현은 놀라워했다.“태윤 씨, 정호영이 게이일 수도 있는 데 관여하지 않으신다고요?”“감정상의 일은 제가 관여할 수 없어요. 세상 속에 그렇게 많은 게이가 존재하는데 그분들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어떻게 관여해요? 호영이가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우리가 좌우지 할 수 없어요.”전태윤은 사상이 진보적인 것처럼 말했다.“우리는 호영이가 여자를 찾든 남
고현이 전화를 끊자 전태윤은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호영은 이내 전화를 받았다.“형.”“너 이 자식, 행동이 참 빠르구먼. 어제까지만 해도 전화로 조언을 구하더니 오늘 바로 열정적으로 구애하고 있었던 거야? 고현이 깜짝 놀란 눈치더라고.”전호영은 이미 고씨 호텔에서 빠져나와 하루 호텔로 돌아왔다. 어쨌든 전호영은 자신의 목적에 달성했다.고현이 적응할 수 있도록 반나절의 시간을 주었다.저녁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전호영도 저녁에 그 연회에 참석해야 했다. 그때 가서 다시 고현에게 구애할 작정이었다.전호영은 고현이가 남자 신분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는지 지켜보았다.“둘째 형님과 형수님 모두 그렇게 조언해 주셨고 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할머니가 주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 움직이지 않는다면 할머니께서 이번 설에 나를 집에서 쫓아낼 수도 있어.”전호영 바보처럼 웃으며 말했다.“형, 이 방법이 아주 좋았어. 내가 고현에게 꽃을 줬는데 고현의 그 무표정하던 얼굴이 확 변하는 것을 봤거든.”“나보다 더 남자다웠어. 나보다 더 남자다운 것 외에 나보다 더 멋있잖아. 내가 반드시 그녀의 가면을 벗겨버리고 말 거야.”전태윤은 또 입을 열었다.“고현 씨를 아내로 받아들이려고 구애하는 거야? 아니면 너보다 더 남자다워서 이겨보려고 구애하는 거야?”“물론 아내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러는 거지.”전태윤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고 대표가 방금 나한테 전화 왔어.”“고 대표가 형에게 전화했다고? 뭐라고 고자질했어?”“너에게 신경 쓰라고 그러지. 네가 게이 성향이 있다고 빨리 바로 잡으라고 했어. 네가 고 대표를 쫓아다녀도 고 대표가 게이가 아니기에 소용없대. 계속 이렇게 지속하면 너만 다칠 거라고 말하더라고.”“게다가 네가 결혼 재촉을 피하려고 고현을 이용해 게이에 관한 화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어.”전호영은 한바탕 웃었다.“형, 나도 알고 있어. 고빈 씨도 나에게 그렇게 물어
“기자들이 모여있든 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저의 경호원들과 회사 경비실 직원들이 제가 회사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서 답을 얻지 못하면 호영 씨에게 매달릴지도 모르니 호영 씨도 조심하세요.”고현이 연예기자를 처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의 남자 친구이다.연예 기자들도 전호영의 곁을 맴돌며 혹시 그도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구애하지 않았냐며 그에게 매달릴 것이다.전호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요. 저에게 그런 물음을 물어본다면 제가 바지를 벗겨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으면 기자들이 더는 물어보지 못할 거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할 텐데 제가 그런 말을 하면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저를 게이로 보고 있기도 하고 고현 씨가 여자인 걸 알았다고 해도 뭐 어쩔건데요? 저도 어제 금방 알았다고 말하면 기자들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고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하긴, 전호영은 말재주가 좋아 연예 기자들은 몇 번이나 그의 손에 놀아났는지 모른다.전호영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기자들이 제아무리 애써봤자 그의 입에서 실오라기 하나도 건질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전호영은 화제를 돌려 연예 기자들의 주의력을 딴 곳으로 끌어가면서 기자들을 되돌려 보낼 것이다. 그러다가 기자들은 떠난 뒤에야 또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예전에 고현과 전호영의 일에 관해 연예 기자들에게 쫓겨 다녔을 때 연예 기자들은 모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언정 친근해 보이고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 전호영의 주위를 맴돌지 않았다.연예 기자들은 왠지 전호영이 그들을 원숭이 놀리듯 조롱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는 전호영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현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늠름하고 멋진 예전의 모습으로 나왔다.전호영은 사랑하는 여인을 보며 휘파람을 불며 농담했다.“
전호영은 정돈을 마친 후 노크했다.“현이야, 나야, 호영이”방금 잠에서 깨나 침대에 아직 누워 있던 고현은 노크 소리를 들고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다.“좋은 아침!”전호영은 꽃다발을 내밀면서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꽃처럼 매일 환하게 웃을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고현은 호영과 꽃다발을 번갈아 보다가 꽃을 건네받으면서 물었다.“고작 이 꽃 선물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거야?”“아침 같이 먹으려고 왔지, 꽃은 덤으로 선물하는 거고. 내가 선물 한 꽃이 향도 좋고 예쁘다고 했잖아. 매일 선물 해줄게. 매일 싱싱하고 이쁜 꽃다발을 받는 게 좋지 않아?”고현은 꽃다발을 든 채 뒤돌아서서 말했다.“내가 싫다고 해도 매일 보낼 거잖아.”전호영은 구애하는 데 있어서 고현의 말을 들은 적이 없이 줄곧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왔고 고현은 그런 전호영이 귀찮다 못해 한 대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맨 처음 호영은 고현의 부모님을 공략해 자신의 편을 들어주게끔 만들더니 나중에는 고씨 그룹도 자유롭게 출입하곤 했다.“네가 없이도 난 아침밥 잘만 먹었어.”고현은 입으로는 전호영이 너무 강압적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꽃 선물을 한다고 나무랐지만 어느새 꽃을 꽃병에 꽂아 넣고 한 발짝 멀리서 구경했다.방으로 들어온 전호영은 아직 잠옷 차림인 고현을 보더니 옷방에서 옷을 꺼내 건네 주며 말했다.“요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아침에는 특히 더 추워, 얼른 옷 갈아입어,그러다 감기 걸리겠다.”고현은 별다른 얘기 없이 옷을 건네받고는 말했다.“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어, 옷 갈아 입고 올게.”“그래.”어젯밤 일이 생각 난 호영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네가 여자 옷을 입은 일이 강성에 다 퍼졌어, 오늘 아마 인기 검색어가 돼 있을 거야, 너희 회사랑 고성 호텔에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을걸. 오늘 회사 나가지 말고 하루 쉬는 건 어때?”회사랑 고성 호텔은 고현이 매일 가는 두 곳이었다.연예기자들은 고현이 여자가 맞는지를
병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밤은 깊어져 가고 북적이던 도시도 점점 고요해져갔다.다음 날, 마이바흐 한 대가 고현의 별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손에 꽃다발과 예쁜 쇼핑백을 든 전호영이 차에서 내려 벨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을 연 집사는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전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셔요.”고현은 어젯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 사실 일도 바쁘고 접대도 많아서 매일 집에 늦게 돌아오곤 했다.고현은 어젯밤 파티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었다.그녀는 친분이 있는 몇몇분의 대표님들과 인사를 건넨 뒤 비즈니스를 나누고는 전호영과 같이 파티장을 떠났다.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남장으로 바꿔 입었다. 대신 가짜 복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낙 살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옷 한 벌 더 입고 겉에 양복을 걸치면 남들 눈에는 여전히 멋진 고씨 집안 도련님이었다.그 후 고현은 여의 팰리스로 돌아와 잠을 잤다.전호영은 웃으며 집사와 얘기했다.“괜찮아요, 안 깨울 거예요. 제가 일찍 도착한 거예요. 늦게 오면 아침을 같이 못 먹을까 봐서요.”집사는 전호영의 차를 보고는 물었다.“대표님, 안쪽에 주차해 드릴까요?”“괜찮아요, 밖에 세워둬도 아무 일 없어요.”그곳에 주차하면 기자들이거나 고씨네 친척들이 별장 문 앞에 모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었다.집사는 별장 문을 닫았다.“이모님, 무슨 얘기 못 들으셨어요?”전호영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집사는 전호영이 자신과 고현의 연애에 관해서 물어보는 줄 알고 대답했다.“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대표님과 저희 도련님 두 분께서 좋으시면 되죠, 남들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어요.”전호영과 만나기 시작한 후로 고현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하긴 그렇죠. 내 갈 길 가는데 남들이 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집사는 아직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고
“윤미의 결혼을 생각하면 나도 걱정이 태산이야. 걔는 보통 사람들이랑은 달라.”윤미는 혼자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둘 생각이었다. 남편 없이 아이만 원하는 윤미의 생각에 이 가주도 머리가 아주 복잡했다.비록 이 가주와 정화의 오랜 결혼생활에도 결국 금이 생겼지만 수십 년간 부부생활을 해온 만큼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정은 남아있었다.노년이 됐을 때 동반자가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자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나이가 들면 다들 가정을 차리게 되고 또 일과 육아 때문에 부모는 뒷전일 게 분명했다.결국 곁에 남는 것은 동반자일 뿐.정화와 윤정의 해프닝이 있고 난 뒤에도 결국에는 윤정이만 내쳐지고 정화는 수술하는 것에 그치고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이 가주는 정화가 나중에 해코지할 걱정도 없었다. 그녀는 이씨 집안의 실세이고 윤미가 후계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윤미는 이 가주랑 더 친하고 정화랑은 아무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정화가 이 가주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가주가 나이가 들어 걷지 못할 때가 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땐 정화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가주는 윤미가 그냥 아무 남자나 만나 후계자가 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남편이랑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보내기를 바랐다.정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친딸이랑 친하지도 않았고 또 그녀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었다.얼마 전에도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자 좋아하기는커녕 상대가 돈만 많고 능력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나무랐다.이씨 집안은 데릴사위를 찾는 상황인데 데릴사위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이씨 가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면 정화도 애당초 데릴사위가 될 일은 없었다.정화는 자신과 이 가주의 친딸이 나중에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젊었을 때 체면이 구겨졌더라도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가 뒤바뀌었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졌을 때에는 이미 부녀지간의 감
이 가주는 미소를 띠었다. 어쩐지 마음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고현이 자신의 사위가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이 가주가 생각하기에 고현이 윤미를 대하는 매너는 아주 좋았다.윤미는 비록 절세 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미모 하는 여자였다. 아무렴 정화와 이 가주의 친딸인데 외모가 뒤쳐질 리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젊었을 때는 인물들이 좋았고 특히 정화는 젊었을때 이 가주의 눈에 쏙 들 정도로 아주 꽃미남이었다.이 가주는 윤미가 고현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고현이 그동안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받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여자라서 그럴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현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왜 전호영이랑 만나는 건데?”“알아맞혀 봐.”“전혀 모르겠는데?”이 가주는 설명에 나섰다.“고현이 오늘 이브닝드레스르 입고 송씨네 파티에 갔는데 송씨네 안주인이 고현의 엄마랑 친분이 있어서 현이한테 몇 마디 했나 봐. 그런데 고현이가 자기는 여자라고, 평소에는 편리함 때문에 그냥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거라고 했대.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현은 도련님이 아니라 아가씨인 거지. 남장하고 다니는 아가씨. 걔가 여자인데 어떻게 우리 딸을 마음에 두겠어? 전호영이랑 만나는 게 정상인 거지.”정화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고현이 여자라고? 진짜로?윤정이가 알면 얼마나 속상해할까?정화가 맨 처음으로 든 생각은 윤정이가 속상해할 것이었다.사실 윤정이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아무도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이씨 집안에서 한 푼도 없이 쫓겨난 윤정이는 별장 부근에서 떠돌이 생활하고 있었고 그마나 정일범이 정 때문에 아무도 몰래 윤정이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가 잠시 지내도록 도와주었다.그는 엄마랑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오고 엄마의 화가 좀 가시면 윤정이에 대해 사정을 들려고 생각 중이었다.집으로 다시 돌아오게는 못해도 살길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지금 윤정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었다.정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