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영은 이내 대답했다.“내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내가 게이라고 착각할걸. 그렇게 된다면 강성과 관성에서 내가 실시간 검색 1위로 오를지도 몰라.”전이진은 그 말을 듣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동생의 처지가 너무 웃긴 것이다.애초에 전씨 할머니가 여운초를 골라주셨을 때 전이진은 할머니가 너무 했다고 생각했다. 전이진의 아내감은 앞을 못 보기 때문이었다.여운초와 접촉한 후에야 전이진은 차츰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예뻐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운초는 순진한 모습으로 전이진을 자신에게 점점 빠져들게 했다.모두가 여운초를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전이진은 그녀와 접촉한 후에야 않았다. 여운초는 절대 순진한 양이 아니었다.여운초의 눈만 치료해 준다면 전이진은 완벽한 아내감이라고 생각했다.전호영의 아내감 고현과 비교해보면 전이진은 그래도 할머니가 자신을 더 이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전씨 할머니가 전씨 형제들에게 찾아준 아내감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구애하기 어려운 여자들이였다.형수님은 부족함이 없지만 형수님의 집안 배경이 조금 부족했다. 앞으로 전씨 가문의 진정한 큰 사모님이 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하예정은 요즘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전태윤도 하예정이 사업 때문에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고 원망이 가득할 저도였다.여운초는 눈이 안 보일 뿐 다른 방면은 우수했다. 하지만 고현은 아주 훌륭하지만 20년 넘게 남장을 하고 있었으니 전호영이 고현을 데려오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이진 형!”전이진의 호탕한 웃음에 전호영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전화 좀 끊고 웃으면 안 돼? 내가 지금 기분이 정말 별로란 말이야.”“널 들으라고 웃는 거야. 네가 듣지 못한다면 내가 아무리 크게 웃어도 네가 못 듣잖아. 그러게 누가 지금까지 미루고 있으랬어? 벌써 9월이야, 날짜도 안 보고 말이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
“우빈이 잠 든 거야?”“조금 전에 샤워하다가 잠들 뻔했거든. 점심에 쉬지도 않고 종일 놀더니 졸리지 않은 게 더 이상해. 지금 잠들면 아마 내일 점심에야 깨날 수 있을걸.”전태윤은 우빈을 침대에 눕히고 우빈의 옷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입혀줬다. 그리고 수건으로 우빈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사내아이의 머리카락이 매우 짧았기에 마른 수건을 몇 번 닦아내니 바로 말랐다.그리고 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침대 반대편으로 옮긴 후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호영이가 왜 전화 왔어?”우빈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에야 전태윤은 다가와서 물었다.하예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전화기 너머 전호영에게 말했다.“남자든 여자든 일단 정상적으로 구애하는 건 어때요? 할머니가 호영 도련님을 해칠 리는 없잖아요.”전호영은 대답했다.“형수님, 둘째 형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 그래요.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들춰내느니 차라리 마음을 들춰내는 것이 더 효과 있을 거라고 봐요. 고현 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장을 20년 넘게 하고 다녔는데 하루 이틀에 허점을 찾기는 바빠요.”“폭로하는 게 그리 쉬웠다면 고현 씨도 20년 넘게 분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지난번에 심효진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본 적 있어요.”“그분의 언행과 행동, 일거수일투족 모두 남자 다름없었어요. 그리고 가짜 목젖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을 일부러 낮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전혀 허점을 찾을 수 없겠던데요.”“고씨 그룹 사람들은 매일 고현 씨와 접촉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먼저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폭로할 생각이라면 올해가 지나가도 폭로할 수 없을 겁니다. 할머니가 도련님께 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죠?”하예정은 전호영이 처음부터 한 계획이 틀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한 다음에야 구애할 작정이었다.고현은 남자 행세를 20년 넘게 해왔다. 몸이 남자로 변하지 않았을 뿐, 그것 빼고는 진짜 남자
형수님과 둘째 형이 직접 고현에게 구애하라는 제안을 떠 올린 전호영은 내일부터 직접 쫓아다닐 계획이었다.게이라는 의심을 받고 실시간 검색에 오르더라도 자신이 진짜 게이가 아니라는 것만 알면 그뿐이었다.할머니가 전호영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음, 할머니가 날 해지지는 않으시겠지? 난 할머니의 친손자잖아.'그리고 조용한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전태윤은 일찍 관성으로 돌아갔다.하예정과 할머니는 예진 리조트에 남아 2, 3일 후에 다시 관성에 돌아갈 예정이었다.정겨울은 이미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 산후조리했다.우빈은 예진 리조트가 너무 좋았다. 많은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들이 말을 못 해도, 울기만 해도 그곳에서 놀기 너무 좋았다.매일 준호와 함께 정겨울한테로 달려가 아기들을 쳐다봤다.우빈이는 하예정에게 동생 한 명 낳아달라고 졸랐다. 준호은 남동생 네 명에 여동생이 한 명이 있다고 했다. 우빈이는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고 여동생 딱 한 명만 낳아달라고 졸랐다.하예정은 우빈의 말을 듣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예정은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우빈의 손에 휴대전화를 쥐여주며 말했다.“동생 갖고 싶으면 엄마에게 말해봐.“우빈은 휴대전화를 꼭 쥐고는 하예진에게 말했다.“엄마, 나 동생 갖고 싶은데 언제 낳아 줄 거예요? 저는 욕심 안 부리고 동생 한 명만 있으면 돼요.”하예진은 한참 말이 없다가 그제야 대답했다.“엄마는 우빈이 하나로 충분해. 동생을 안 낳을 거야.”“왜요?”우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준호의 엄마는 준호에게 동생을 낳아줬는데 엄마는 왜 안돼?”하예진은 해석했다.”엄마는 낳고 싶지 않아. 엄마는 너 하나면 돼. 둘째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엄마와 아빠는 이미 이혼했어. 엄마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아들이 갑자기 동생을 달라고 아우성쳤다. 알고 보니 모연정의 아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거었다.우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그러면 엄마가 아저씨와 함께 아이를 낳으면 안 돼?”엄
우빈이가 원한다면 엄마와 작은이모가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예진은 전화 건너편에서 정신없이 웃었다. 하예진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나 했어. 그전에는 한 번도 이런 일로 싸운 적 없거든. 준호와 싸워서 그런 거였어.”“괜찮아, 금방 잊어버릴 거야. 나이가 비슷해서 잘 놀아서 다행이다. 가끔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가 금방 화해하고 그러는 거지 뭐. 애들은 다 그래.”하예정이 언니와 통화할 때 준호는 물총 두 자루를 들고 들어왔다.“우빈아.”“준호는 걸어오면서 우빈을 불렀다.“우빈아, 물총 놀이하러 가자. 나에게 물총 엄청 많으니까 너 한 자루 줄게.”“그래!”방금까지 서러워하던 우빈은 준호가 물총 놀이를 하러 가자고 부르는 소리에 바로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준호에게로 총총걸음으로 다가갔다.그리고 두 어린이는 보모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밖으로 나가 물총을 가지고 놀았다.“언니, 괜찮아요. 둘이 또 밖으로 물총놀이 하러 갔어.”“응, 언제쯤 돌아올 계획이야?”“며칠 후면 돌아갈 거야. 우빈이가 준호랑 더 놀고 싶다며 떠나지 않겠대. 유치원에 가기 싫은 모양이야.”하예진은 생각할수록 웃겼다.“놀음에 탐해서 엄마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유치원에도 가기 싫은가 봐. 그곳에서 이틀 정도 더 놀다가 돌아와. 마음도 잘 추슬러야 유치원 갈 때도 울지 않지.”“응. 언니. 주형인은 아직도 안 깨어났어?”하예정은 주형인의 안부를 물었다.“아직. 조금 전에 병원에 다녀왔거든. 주서인을 보러 갔는데 많이 다치지 않아서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예진은 매일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하예진은 주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들을 봐서이다. 다만 아들 때문에 전 형님과 시부모님을 보러 간 것뿐이다.주형인은 아직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고 주씨 집안 모두가 주형인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의사도 주형인이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가족들이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기에
언니와의 통화를 마친 하예정은 우빈이가 밖에서 환하게 웃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또 웃었다.“아이들의 기분은 꼭 날씨와 같다니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우빈이가 하예정에게 언제 동생을 낳아 줄 건지 캐묻지만 않으면 되었다.하예진은 자신의 새 가게로 돌아와 차를 세웠다. 이때 노동명이 휠체어를 타고 가게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경호원 한 명이 그의 휠체어를 밀면서 나왔다.노동명은 하예진을 찾으러 왔다. 하예진이 가게에 없는 것을 보자 바로 떠날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하예진이 이 시간에 돌아올 줄은 몰랐다.하예진이 차에서 내리자 노동명은 경호원에게 밀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노동명은 가게 입구에 앉아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하예진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동명 씨, 언제 오셨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하예진은 걸어오면서 노동명을 보며 물었다.“제가 가게에 없을 때 급한 일 있으면 전화 주시지.”“나도 조금 전에 와서 둘러본 거야. 당신이 없는 걸 보고 집에 가려던 참에 당신이 돌아온 거야. 별일은 없고 그냥 당신을 보러 온 거야.”하예진은 지금 노동명이 일어나려 하는 자신감이자 버팀목이다.점점 더 훌륭해지는 그녀를 보면서 노동명은 위기감을 느껴야만 재활을 견지할 수 있었다.하예진이 걱정되었다. 노동명은 휠체어를 타서라도 하예진을 다른 남자들로부터 지켜야 했다.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예진은 노동명을 가게 안으로 밀어가면서 말했다.“사무실 실내장식이 끝났어요. 들어가서 물 한 잔 마셔요.”“그래.”노동명은 하예진이 그를 밀고 갈 때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쳐다봤다.사무실에 들어서자 노동명은 물었다.“아까 어디 갔어? 당신이 하루 토스트에 있는 줄 알고 먼저 그곳으로 갔어. 그 가게에 없는 걸 보고 여기로 온 거야.”“병원에 다녀왔어요.”하예진은 솔직히 말했다.“주형인의 상황도 물어볼 겸 주서인을 보러 갔어요. 우빈의 아빠니까요.”노동명은 답했다.“응.”질투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
“예진아, 난 너를 너무 좋아해. 오랫동안 좋아해 왔어. 내가 너무 둔해서 일찍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어. 아니면 진작 고백했을 거야. 어쩌면 우리 서로에 대한 적응 기간이 지났을지도 몰라.”하예진은 노동명이 잡은 손을 빼고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예진은 고개를 들었다. 노동명의 기대 섞인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동명 씨, 내일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지금 바로 당신에게 답장 드릴 수 없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재혼을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먼저 재활치료 잘 받으세요. 만약 당신이 회복한다면, 제가 마음이 바뀌면 다시 당신을 고려해 볼게요. 동명 씨에게 기회를 드릴게요.”이 답변이 노동명을 안심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희망 있는 대답이었다. 노동명은 웃으면서 답했다.“예진아, 희망이라도 줘서 고마워.”앞으로 노동명은 매일 재활 치료가 끝나면 경호원에게 하예진 한 테로 가자고 지시할 것이고 매일 얼굴도장을 찍을 계획이었다.다른 남자가 하예진에게 접근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하예진은 젊었다. 게다가 날씬한 몸매를 되찾아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그날 전태윤이 노동명을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간 날 하예진이 노동명을 데려다줬다. 하예진이 노동명을 밀고 가게를 나올 때 맞은편의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슈퍼의 젊은 사장이 하예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하예진은 아마 눈치도 못 챘을 것이다.노동명은 지금 불구이지만 그의 예리함은 하예진보다 조금 더 강했다. 그 슈퍼 사장의 눈빛을 보았다.“동명 씨, 저도 마음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지금 이런 생활이 너무 충실하고 자유로워요. 생각이 바뀌지 않을지도 몰라요.”하예진은 아들을 데리고 사는 이런 생활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 낮에는 자유로워서 자신의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시집가게 된다면 시댁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 뻔했다. 노씨 집안이 재벌 가문이라 하예진이 아무것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
하예진은 그 편지를 건네받았다.변호사는 서현주의 변호사였다.서현주와 연관된 두 사건은 모두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설령 판결이 나더라도 하예진은 서현주의 가족도 보호자도 아니기에 면회를 가지도 못한다.서현주는 편지를 써서 자신의 변호사에게 부탁해 하예진에게 보내온 것이다.사실 서현주는 죽기만을 기다렸다. 변호사도 청하고 싶지 않았지만 친정 식구들이 무슨 생각인지 서현주에게 변호사를 청해 주었다.하예진은 아마 주형인의 집을 상속받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주형인은 부동산 소유증서에 서현주의 이름을 올렸다. 그 집은 서현주의 몫도 있었다.친정 식구들이 그녀에게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어쩌면 서현주를 도와 형을 가볍게 받게 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재산을 노린 것일 수도 있었다.서현주와 주형인은 자식 하나 없었다. 서현주가 겨우 임신한 아기도 서현주 스스로 넘어져서 유산되었다.아이가 유산된 탓에 서현주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 삶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여 외곬으로 빠져들어 결국 칼을 휘둘러 주형인을 찌른 거였다.서현주에게는 재산이 있었다. 서현주가 죽으면 그녀의 재산은 주형인과 서현주의 부모가 상속받게 된다.하지만 서현주가 유언장에 재산을 모두 자신의 부모에게 준다고 적으면 주형인이 죽는다 해도 서현주의 부모가 자신의 재산을 순조롭게 모두 얻을 수 있었다.서현주가 이토록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서현주는 지금 그 누구를 봐도 자신을 이용할 뿐 관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예정 씨, 저의 당사자는 당신이 그 편지를 읽어 본 후 바로 답장 주기를 원했어요. 제가 예진 씨의 답장 편지를 가지고 서현주 씨를 만나러 가게 했으면 좋겠어요.”변호사는 서현주의 뜻을 전달했다.하예진은 바로 대답했다.“그럼 변호사께서 들어가서 물 한잔 드세요. 제가 천천히 읽어볼게요.”변호사는 거절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변호사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갔다.노동명의 예리한 눈빛은 변호사에게로 향했다. 서현주
서현주의 간섭으로 인해 서현주와 주형인의 생활이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그 혼인 생활을 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하예진이 결국 최종 승자였다.하예진이 새로운 삶을 얻었기 때문이다.[예진 씨, 죄송해요!]서현주는 계속 사과를 반복했다.서현주가 하예진에게 하지 못한 사과였다. 또 뒤늦은 사과이기도 했다.하예진은 서현주의 편지를 읽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변호사에게 말했다.“주형인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요 생사를 알 수 없어요. 서현주 씨의 판결도 아직 나지 않았어요.”서현주가 했던 일에 대해서 하예진은 입을 열었다.“사과는 받아들이지만 아직 용서할 수 없어요. 적어도 지금은 용서할 수 없어요.”“현주 씨가 저와 주형인 씨의 결혼에 끼어들어서가 아니라 저와 우빈이를 해치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저의 모자를 거의 죽일 뻔했던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요.”“현주 씨가 만약 잘못을 고칠 기회가 있다면 감옥 안에서 잘못을 잘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사회로 돌아와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서 속죄했으면 좋겠네요.”변호사도 침묵을 지키다가 하예진이 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모두 마시고는 한마디 했다.“예정 씨, 답변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당사자에게 당신의 말을 전할게요.”“참, 그리고 제 당사자는 자신과 주 선생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 집을 주선생의 아들 주빈에게 물려주겠다고 했어요.”예전에 서현주는 큰 도시에 자신만의 집과 가정이 있기를 원했다.서현주가 주형인을 눈여겨본 이유가 바로 주형인이 어린 나이에 매니저 자리에 올랐고 도시의 좋은 위치에 집 한 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학교 부근의 집이었다.지금 서현주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죽고 싶을 뿐이다.죽지 못한다면 서현주는 자신이 가진 그 재산으로 우빈에게 보상하고 싶었다. 속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건 나중에 얘기해요.”주형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 게다가 주형인 부모님은 살아계셨고 주형인이 죽으면 그의 명의로
“기자들이 모여있든 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저의 경호원들과 회사 경비실 직원들이 제가 회사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서 답을 얻지 못하면 호영 씨에게 매달릴지도 모르니 호영 씨도 조심하세요.”고현이 연예기자를 처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의 남자 친구이다.연예 기자들도 전호영의 곁을 맴돌며 혹시 그도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구애하지 않았냐며 그에게 매달릴 것이다.전호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요. 저에게 그런 물음을 물어본다면 제가 바지를 벗겨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으면 기자들이 더는 물어보지 못할 거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할 텐데 제가 그런 말을 하면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저를 게이로 보고 있기도 하고 고현 씨가 여자인 걸 알았다고 해도 뭐 어쩔건데요? 저도 어제 금방 알았다고 말하면 기자들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고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하긴, 전호영은 말재주가 좋아 연예 기자들은 몇 번이나 그의 손에 놀아났는지 모른다.전호영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기자들이 제아무리 애써봤자 그의 입에서 실오라기 하나도 건질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전호영은 화제를 돌려 연예 기자들의 주의력을 딴 곳으로 끌어가면서 기자들을 되돌려 보낼 것이다. 그러다가 기자들은 떠난 뒤에야 또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예전에 고현과 전호영의 일에 관해 연예 기자들에게 쫓겨 다녔을 때 연예 기자들은 모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언정 친근해 보이고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 전호영의 주위를 맴돌지 않았다.연예 기자들은 왠지 전호영이 그들을 원숭이 놀리듯 조롱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는 전호영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현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늠름하고 멋진 예전의 모습으로 나왔다.전호영은 사랑하는 여인을 보며 휘파람을 불며 농담했다.“
전호영은 정돈을 마친 후 노크했다.“현이야, 나야, 호영이”방금 잠에서 깨나 침대에 아직 누워 있던 고현은 노크 소리를 들고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다.“좋은 아침!”전호영은 꽃다발을 내밀면서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꽃처럼 매일 환하게 웃을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고현은 호영과 꽃다발을 번갈아 보다가 꽃을 건네받으면서 물었다.“고작 이 꽃 선물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거야?”“아침 같이 먹으려고 왔지, 꽃은 덤으로 선물하는 거고. 내가 선물 한 꽃이 향도 좋고 예쁘다고 했잖아. 매일 선물 해줄게. 매일 싱싱하고 이쁜 꽃다발을 받는 게 좋지 않아?”고현은 꽃다발을 든 채 뒤돌아서서 말했다.“내가 싫다고 해도 매일 보낼 거잖아.”전호영은 구애하는 데 있어서 고현의 말을 들은 적이 없이 줄곧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왔고 고현은 그런 전호영이 귀찮다 못해 한 대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맨 처음 호영은 고현의 부모님을 공략해 자신의 편을 들어주게끔 만들더니 나중에는 고씨 그룹도 자유롭게 출입하곤 했다.“네가 없이도 난 아침밥 잘만 먹었어.”고현은 입으로는 전호영이 너무 강압적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꽃 선물을 한다고 나무랐지만 어느새 꽃을 꽃병에 꽂아 넣고 한 발짝 멀리서 구경했다.방으로 들어온 전호영은 아직 잠옷 차림인 고현을 보더니 옷방에서 옷을 꺼내 건네 주며 말했다.“요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아침에는 특히 더 추워, 얼른 옷 갈아입어,그러다 감기 걸리겠다.”고현은 별다른 얘기 없이 옷을 건네받고는 말했다.“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어, 옷 갈아 입고 올게.”“그래.”어젯밤 일이 생각 난 호영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네가 여자 옷을 입은 일이 강성에 다 퍼졌어, 오늘 아마 인기 검색어가 돼 있을 거야, 너희 회사랑 고성 호텔에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을걸. 오늘 회사 나가지 말고 하루 쉬는 건 어때?”회사랑 고성 호텔은 고현이 매일 가는 두 곳이었다.연예기자들은 고현이 여자가 맞는지를
병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밤은 깊어져 가고 북적이던 도시도 점점 고요해져갔다.다음 날, 마이바흐 한 대가 고현의 별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손에 꽃다발과 예쁜 쇼핑백을 든 전호영이 차에서 내려 벨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을 연 집사는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전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셔요.”고현은 어젯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 사실 일도 바쁘고 접대도 많아서 매일 집에 늦게 돌아오곤 했다.고현은 어젯밤 파티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었다.그녀는 친분이 있는 몇몇분의 대표님들과 인사를 건넨 뒤 비즈니스를 나누고는 전호영과 같이 파티장을 떠났다.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남장으로 바꿔 입었다. 대신 가짜 복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낙 살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옷 한 벌 더 입고 겉에 양복을 걸치면 남들 눈에는 여전히 멋진 고씨 집안 도련님이었다.그 후 고현은 여의 팰리스로 돌아와 잠을 잤다.전호영은 웃으며 집사와 얘기했다.“괜찮아요, 안 깨울 거예요. 제가 일찍 도착한 거예요. 늦게 오면 아침을 같이 못 먹을까 봐서요.”집사는 전호영의 차를 보고는 물었다.“대표님, 안쪽에 주차해 드릴까요?”“괜찮아요, 밖에 세워둬도 아무 일 없어요.”그곳에 주차하면 기자들이거나 고씨네 친척들이 별장 문 앞에 모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었다.집사는 별장 문을 닫았다.“이모님, 무슨 얘기 못 들으셨어요?”전호영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집사는 전호영이 자신과 고현의 연애에 관해서 물어보는 줄 알고 대답했다.“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대표님과 저희 도련님 두 분께서 좋으시면 되죠, 남들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어요.”전호영과 만나기 시작한 후로 고현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하긴 그렇죠. 내 갈 길 가는데 남들이 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집사는 아직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고
“윤미의 결혼을 생각하면 나도 걱정이 태산이야. 걔는 보통 사람들이랑은 달라.”윤미는 혼자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둘 생각이었다. 남편 없이 아이만 원하는 윤미의 생각에 이 가주도 머리가 아주 복잡했다.비록 이 가주와 정화의 오랜 결혼생활에도 결국 금이 생겼지만 수십 년간 부부생활을 해온 만큼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정은 남아있었다.노년이 됐을 때 동반자가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자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나이가 들면 다들 가정을 차리게 되고 또 일과 육아 때문에 부모는 뒷전일 게 분명했다.결국 곁에 남는 것은 동반자일 뿐.정화와 윤정의 해프닝이 있고 난 뒤에도 결국에는 윤정이만 내쳐지고 정화는 수술하는 것에 그치고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이 가주는 정화가 나중에 해코지할 걱정도 없었다. 그녀는 이씨 집안의 실세이고 윤미가 후계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윤미는 이 가주랑 더 친하고 정화랑은 아무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정화가 이 가주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가주가 나이가 들어 걷지 못할 때가 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땐 정화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가주는 윤미가 그냥 아무 남자나 만나 후계자가 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남편이랑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보내기를 바랐다.정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친딸이랑 친하지도 않았고 또 그녀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었다.얼마 전에도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자 좋아하기는커녕 상대가 돈만 많고 능력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나무랐다.이씨 집안은 데릴사위를 찾는 상황인데 데릴사위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이씨 가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면 정화도 애당초 데릴사위가 될 일은 없었다.정화는 자신과 이 가주의 친딸이 나중에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젊었을 때 체면이 구겨졌더라도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가 뒤바뀌었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졌을 때에는 이미 부녀지간의 감
이 가주는 미소를 띠었다. 어쩐지 마음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고현이 자신의 사위가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이 가주가 생각하기에 고현이 윤미를 대하는 매너는 아주 좋았다.윤미는 비록 절세 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미모 하는 여자였다. 아무렴 정화와 이 가주의 친딸인데 외모가 뒤쳐질 리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젊었을 때는 인물들이 좋았고 특히 정화는 젊었을때 이 가주의 눈에 쏙 들 정도로 아주 꽃미남이었다.이 가주는 윤미가 고현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고현이 그동안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받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여자라서 그럴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현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왜 전호영이랑 만나는 건데?”“알아맞혀 봐.”“전혀 모르겠는데?”이 가주는 설명에 나섰다.“고현이 오늘 이브닝드레스르 입고 송씨네 파티에 갔는데 송씨네 안주인이 고현의 엄마랑 친분이 있어서 현이한테 몇 마디 했나 봐. 그런데 고현이가 자기는 여자라고, 평소에는 편리함 때문에 그냥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거라고 했대.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현은 도련님이 아니라 아가씨인 거지. 남장하고 다니는 아가씨. 걔가 여자인데 어떻게 우리 딸을 마음에 두겠어? 전호영이랑 만나는 게 정상인 거지.”정화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고현이 여자라고? 진짜로?윤정이가 알면 얼마나 속상해할까?정화가 맨 처음으로 든 생각은 윤정이가 속상해할 것이었다.사실 윤정이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아무도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이씨 집안에서 한 푼도 없이 쫓겨난 윤정이는 별장 부근에서 떠돌이 생활하고 있었고 그마나 정일범이 정 때문에 아무도 몰래 윤정이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가 잠시 지내도록 도와주었다.그는 엄마랑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오고 엄마의 화가 좀 가시면 윤정이에 대해 사정을 들려고 생각 중이었다.집으로 다시 돌아오게는 못해도 살길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지금 윤정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었다.정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