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아, 이 여동생이 너무 귀엽지?”할머니는 지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우빈에게 물었다.“귀여워요. 너무 귀여워요. 우빈이도 언제면 이런 귀여운 여동생이 생길까요?”우빈이도 지연이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어르신은 우빈의 손을 가볍게 톡 두드렸다. 우빈이가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마음대로 만지면 안 돼. 힘 조절을 잘 못 하면 아기가 다칠 수도 있어. 아기 피부가 너무 여려."우빈은 되물었다.“태 할머니, 제가 아직 동생을 만져보지도 않았는데 제가 동생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세요? 제가 동생을 만지는 게 싫으신 게 아녜요?”태 할머니는 희귀한 보물을 다루듯 자주 만지면서도 우빈이는 만지게 못 했다.“맞아, 우빈아. 태 할머니는 네가 여동생을 만지는 게 너무 걱정돼. 난 지연이가 너무 귀여워. 내 증손녀라면 얼마나 좋을까.”어르신은 또 지연의 작은 발을 만지작거렸다.“태 할머니, 여동생 발이 너무 작아요.”어르신은 우빈이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너도 태어나자마자 손발이 이렇게 작았어. 네가 태어난 지 두 달 됐을 때도 이렇게 손발이 작았는걸.”어르신과 우빈이는 지연의 순하고 이쁜 얼굴을 감상했다. 어르신이 지연의 발을 만질 때마다 지연은 다리를 뻗으며 반응했다.“아이고, 이 작은 발에 힘 있는 것 좀 봐.”보모가 분유를 타오자 전씨 할머니는 일어서서 허리를 다시 굽히며 아기 침대에서 지연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 앉아 보모에게 말했다.“제가 지연이에게 먹여줄게요.”보모는 지연의 젖병을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할머니는 지연이에게 분유를 먹이며 모연정을 향해 물었다.“모유가 부족해요?”모연정은 아들 지호에게 모유를 먹이며 대답했다.“두 아기라서 모자라요. 분유와 같이 타 먹여야 아기들이 배불리 마실 수 있어요.”다행히도 딸 지연은 순해서 무엇을 먹이든 뭐든 먹었다.아들 지호는 정반대였다. 모유를 마셔본 후 지호는 점점 더 분유를 마시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정말 배가 고플 때는 미온수 30mL까
전태윤과 하예정이 혼인신고를 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곧 9월로 접어들었고 그 둘이 혼인신고를 한때가 작년 10월이었다. 진정으로 부부가 된지는 반년밖에 안 되었다.외부 사람들이 하예정이 아기를 낳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질투해서 하는 말이었다. 고의로 하예정이 속상해지라고 한 짓이 틀림없었다.어르신도 모연정의 말에 맞장구쳤다.“맞아, 예정아. 또 누가 그런 말 한다면 가서 그자의 뺨을 후려갈겨 버려. 무서워할 것 없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그 누구를 건드려도 내가 너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내가 해결하지 못해도 태윤이가 틀림없이 너를 도와줄 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태윤이가 너 대신 받쳐줄 거야.”하예정은 이내 말을 이었다.“저도 직접 들은 건 아니고요. 지인이 말해줬는데 누군가가 제 뒤에서 그런 험담을 했다고 해요. 만약 제가 직접 듣는다면 꼭 제 손으로 뺨을 후려칠 거예요.”“제 일은 그 누구도 좌우치 못해요.”“네 말이 맞아. 하도 할 일이 없으니 오지랖 넓어지는 거지. 우리 어른들도 걱정하지 않는데 뭔 상관이래.”어르신은 점쟁이 말을 굳게 믿었다. 전씨 할머니의 장손 부부는 아들딸을 모두 겸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했다.점쟁이는 운명에 아들딸이 있으면 반드시 나타난 날 것이고 운명에 자식이 없다면 무슨 수를 써도 나타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모연정은 지호를 품에 안으며 하예정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시간이 조금 지나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하예정과 모연정은 비록 관계가 밀접한 친구는 아니지만 서로 존중하고 서로 믿어주는 그런 친구였다.모연정은 하예정이 빨리 임신해서 외부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렸으면 했다.하예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 우리 쌍둥이는 언제 백일 잔치 해요? 저와 태윤 씨가 미리 시간을 비워놓을게요. 그때 되면 여기 와서 며칠 동안 머물러야겠어요. 우리 지연이 너무 이쁜걸요.”“다음 달 말 백일 잔치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어요. 예정 씨와 태윤 씨는 꼭 우리 쌍둥이
“어르신, 예정 씨, 우리 함께 밥 드시러 내려가요.”모연정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그리고 우빈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가자! 아줌마가 안아줄게.”우빈은 두 아기를 보고 또 이쁜 아줌마를 보더니 결국 아쉬워하며 모연정에게 다가갔다.“모 아줌마, 저 이젠 커서 안아줄 필요 없어요.”모연정은 우빈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아줌마 손 잡고 가자.”모연정은 또 하예정에게 말했다.“우빈이는 참 착해요. 우리 지호보다 더 나아요. 지호 녀석은 종일 울기만 한 것이 정겨울 집의 아기와 겨뤄볼 만한 하다니까요.”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정겨울은 지금 산후조리원에 앉아 있다.정겨울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전이진은 이내 사람을 시켜 보양식을 보냈다. 전이진의 약혼녀가 눈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예준일은 전이진이 보내온 보양식을 받더니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예준일은 그 보양식을 모두 구석에 처박아두었다.어차피 정겨울의 보양식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집의 보양식을 다 먹어도 모자랄 판에 전이진이 준 것을 먹을 리가 없었다.전이진이 다른 뜻이 없는 걸 알면서도 예준일은 매우 불쾌했다. 자신과 전이진은 친척도 친구도 아닌데 자신의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보양식을 보내주는 것 자체가 싫었다.전이진이 선물한 아기 옷 몇 벌은 그럭저럭 볼만 했다.“참, 정겨울 씨가 아기를 낳았는데 제가 조금 있다가 겨울 씨와 아기 보러 가야겠어요.”정겨울은 아직 퇴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정겨울의 아들이 울보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예준일은 매번 아기들이 샤워할 때면 자기 아들이 가장 높은 소리로 울었고 가장 난리 쳤다고 한다.많은 산모의 가족들은 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 목욕하는 것을 보기 위해 자주 모여들었다.어르신도 아쉬워하며 일어나셨다. 어르신은 심지어 지연을 안고 밥 드시고 싶어 하셨다.보모가 아기 침대를 밀어 가려고 했다.“아기 침대를 1층으로 밀어 가는 거세요?
전씨 가문은 몇 대째 딸이 없다는 사실을 예씨 가문도 잘 알고 있었다.예씨 할머니도 딸이 있지만 손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모연정이 예씨 집안에 증손녀를 낳아준 덕분에 예씨 할머니가 증손녀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전씨 할머니가 애타게 증손녀를 바라는 마음을 예씨 할머니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하예정의 배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예씨 할머니도 눈치껏 전씨 할머니 앞에서 아기에 관한 화제를 더는 꺼내지 않았다.전씨 할머니가 간절하게 증손녀를 바라는 그 마음이 하예정에게 부담이 갈까 봐 걱정했다.하예정의 입장도 매우 난처했다.다행히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시집갔다. 전씨 가문은 가풍이 좋고 어른들 사상이 모두진보적인 분이시라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물론 하예정의 출신도 꺼리지 않았다.애초에 예씨 가문이 모연정을 꺼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모연정은 그 당시 농촌에서 왔지만 가정 형편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부유한 집안에 속했다.모연정은 친부모를 되찾았기 때문에 만성의 남씨 가문의 장손녀가 되었다. 매우 귀한 신분으로 변한 것이다.현재 남씨 가문의 가주는 모연정의 쌍둥이 오빠였고 그들의 아버지가 은퇴한 후 개인 재산을 모연정 남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 지금의 모연정은 예씨 가문의 사모님 신분을 떠나 그녀의 개인 자산으로 따져도 엄청난 부자였다.수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였다.하예정과는 비할 수 없는 부분이다.그래서 예씨 할머니는 전씨 가문의 가풍이 정말 좋다고 느꼈다. 어른들 사상도 진보적이고 전씨 할머니가 손주를 고르는 것도 격식에 맞추지 않고 인품만 중시했기 때문이다.“예씨 동생,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예준성도 우리 집 전태윤과 똑같이 아주 훌륭한 아이입니다. 저는 오히려 준성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걸요. 성격이 얼마나 좋아요. 우리 태윤처럼 성질 더러운 편이 아니라 다행이죠.”“그래서 예정이 만이 태윤이를 견딜 수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이라면 하루건너
다만 이경혜가 강성의 이씨 일가와 관련 있을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경혜는 성씨 일가에 시집간 지도 이미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다들 그저 사모님이라 부를 뿐, 그녀의 성을 이씨 일가와 연계시키지 못했다. 예씨 일가의 할머니조차도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이경혜는 어쩌면 강성의 이씨 가문의 핏줄일지도 모른다.보육원에서 자란 이경혜는 젊었을 적 뛰어난 능력이 돋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전씨 일가에 버금가는 명문가인 성씨 일가에 시집가서 안방마님의 자리까지 차지했다. 이건 아마도 우수한 가문의 핏줄에서 물려받은 천부일지도 모른다.이씨 일가의 여인, 특히 장녀는 아주 출중했다.전씨네 할머니는 예전에 업무 관계로 이씨 일가에 관심이 생겨 한번 알아본 적이 있다.현 이씨 일가의 가장은 큰언니와 어린 여동생을 죽이고 가문 가장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큰언니는 현 가장보다 스무 살도 넘는 연상인데, 세 자매의 어머니는 거의 마흔몇 되는 나이에 현 가장을 낳았고, 그다음 해에 여동생을 낳았다고 한다.이씨 일가 현 가장의 큰언니는 일에 몰두하여 현 가장이 성인이 된 후에야 결혼하여 딸을 낳았다고 한다. 큰언니는 연거푸 두 딸을 낳았는데, 아마도 젊지 않은 나이에 낳았기 때문인지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많은 일들을 여동생에게 맡겼다.권력의 단맛을 느낀 현 가장은 전 가장인 언니를 대신해 가문을 손에 넣고 싶은 야망이 생겨 몰래 음모를 꾸며 큰언니 일가를 죽였다. 또한 모든 것을 제일 어린 여동생에게 뒤집어씌워 자신을 그 일에서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큰언니가 죽었을 때, 큰언니의 두 딸은 겨우 몇 살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였고 그 후 강성에서 조용히 사라졌다.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씨 일가 전 가장의 두 딸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감히 언급하지 못했는데, 잘못하여 죽음을 초래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이씨 일가의 현 가장은 이미 70세이다. 그녀는 가장의 자리에 앉은 후
전씨 할머니가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예씨 할머니는 곧 그 뜻을 이해하였다. 이어 예씨 할머니의 안색도 더욱 진지해졌다.비록 지금의 예씨 일가와 성씨 일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이제 예준하와 성소현이 결혼한다면 두 가문은 사돈이 되는 셈이다. 만약 성소현의 어머니 이경혜가 이씨 가문의 핏줄이라면... 수십 년 전 이씨 일가는 피바람을 겪었다. 다른 도시의 가문들도 그 일에 대해 조금은 전해 들은 바가 있다.만약 이경혜가 이씨 일가 전 가장의 딸이라면,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 이경혜가 복수라도 하려 한다면... 예씨 가문도 불가피하게 도움을 줘야 할거로 예씨 할머니는 생각했다.두 할머니는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이때 전씨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정말 그날이 온다면... 우리 전씨 일가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이경혜의 친동생은 하예정의 친어머니이다.만약 이경혜가 원수를 갚고 이씨 가장의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면 전씨 일가는 반드시 도울 뿐만 아니라 전태윤은 도움의 주역이 될 것이다. 돌아가신 장모님을 대신해 원수를 갚는 것과도 같으니까.모연정과 하예정은 두 할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보통 과거의 이야기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한다.모연정은 우빈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우빈이는 유치원에 다녀요?”“아직이요. 9월 1일 개학한다는데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데리고 놀러 나온 거예요, 이제 개학하면 놀 시간도 얼마 없겠죠...”우빈이는 평소 무술도 배워야 했다.주말 내내 무관에 가서 무술을 배웠다.두 달이 되는 여름 방학도 거의 다 지나갔고, 우빈이는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지금에야 조금의 휴가를 얻었다.“우빈이는 매우 영리한 아이예요, 하예진 씨가 아이를 아주 잘 가르친 것 같네요. 우리 집 용정이랑 나이도 비슷해요. 예정 씨, 할머니와 여기서 며칠 더 머물면서 즐겁게 쉬다 가지 않을래요? 용정이는 지금 병원에서
A시의 여자들의 눈에 예씨 일가의 남자들은 완벽한 신랑감이었다.관성의 여자들이 전씨 일가에 시집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씨 일가의 부를 원했을 뿐만 아니라 전씨 일가의 남자들이 아내에 대한 총애도 각별했다.예진 리조트를 반 바퀴쯤 돌았을 때 모연정과 하예정도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둘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우빈이는 아직 어려 너무 먼 길을 걸을 수 없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모에게 업어 달라고 했다.어린 녀석을 업은 하예정은 말했다.“이럴 때 나는 유난히 우리 집 태윤 씨가 그리워요.”모연정은 깔깔 웃었다.“이 말 태윤 씨가 들었으면 속상해할걸요? 다른 남자아이 때문에 자기를 그리워한다면서요.”하예정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물었다.“연정 씨도 이런 불평 자주 듣죠? 말하는 말투가 어쩜 우리 그이랑 그렇게 비슷해요?”“네 맞아요, 우리 집 준성 씨도 항상 불평하고 질투하거든요. 내가 아들에게 너무 잘해준다며, 아들은 앞으로 남의 집 남자가 될 몸이라고, 자기야말로 내 남자라면서... 꼭 어린아이 같아요.”“준성 씨랑 태윤 씨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내가 우빈이를 좀 업을까요?”모연정은 하예정의 등에서 우빈이를 안아 오려고 했다.하예정은 서둘러 그녀를 막았다.“연정 씨,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피곤하면 안 돼요. 우빈이가 체중이 얼마 가지 않아 괜찮아요..”다만 이미 잠에 든 우빈이가 등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걷는 게 좀 힘들었을 뿐이다.하예정이 허락하지 않자 모연정도 고집하지 않고 집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곧 도우미가 차를 몰고 찾아왔다.“사모님.”도우미는 차를 세우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차 키 나에게 줘요.”차 키를 건네받은 모연정은 차에 하예정과 잠든 우빈이를 태우고 본채로 돌아갔다.“리조트가 너무 커서 걸어서 전체를 한 번에 둘러보기는 힘들어요. 우리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요.”“네. 서원 리조트도 그래요.
하예정에 대한 소개를 들은 정겨울은 말했다.“전이진 씨가 예정 씨의 남편분 동생이 되죠? 이제 돌아가거든 대신 전해줄래요? 이제 40일이 지나면 꼭 전이진 씨 약혼녀의 눈을 치료하러 갈 거라고요.”“네, 꼭 전할게요. 이진 도련님도 오래 기다렸을 거예요.”옆에서 아들을 안고 있던 예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정겨울이 흘겨보자 예준일은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아들을 달랬다.신의는 작은 소리로 용정에게 말했다.“넌 앞으로 나의 강임함을 이어받아야지 넷째 작은아버지처럼 아내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용정은 모연정을 어머니라고 불렀고 예준일을 넷째 작은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러다 스승인 정겨울이 예준일의 아내가 되자 뭐라고 불렀으면 좋을지 난감했다. 이에 정겨울은 제자에게 그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라고, 만약 예준일이 뭐라 하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했다.정겨울의 태도에 예준일은 아내가 자기보다 다른 집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투덜댔다.예씨 일가의 남자가 아니랄까 봐, 척하면 질투했다.이때 예준일이 작은 소리로 변명했다.“어르신, 이건 제가 아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거예요. 저를 위해 힘들게 아이를 낳았는데...”이때 품 안의 아기가 또 울먹이기 시작했다.예준일은 바삐 달래지만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울보 아들을 안고 방 안을 왔다 갔다 하였는데 울음이 그치지 않자 할 수 없이 아들을 신의에게 맡겼다. 아기는 신의의 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쳤다.“이것 봐봐, 자네는 아이 하나 안을 줄도 모르는가? 이게 모두 자네가 안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는 거라고. 울면 울보라고 탓하지, 안 울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자네 이러면 안 되는 거야.”“아니요, 지연이는 이렇게 잘 울지 않아요.”예준일은 무의식 간에 한마디 했다.사실 그들 부부는 모두 예지연처럼 말을 잘 듣는 아기를 낳기를 바랐다. 그리고 아들도 갓 태어났을 때는 잘 울지 않았다. 예준일은 먹고 자고 하는 아들을 보며 다른 조카보다 훨씬 얌전하다고 생각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
송씨 가문의 어르신 송국호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현과 전호영은 이미 한 쌍의 커플로 되었다. 그들이 동성애자일지라도 두 가문의 어르신들 모두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뭔 소용 있으랴!그 또한 두 사람의 자유였다.고현이 여자 분장하든 전호영이 여자로 분장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였다.“전 대표님. 고 대표님.”별장 주인의 성씨는 송 씨로서 이름은 국호였다 그는 팔순이 넘었지만 정정하시고 강성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은 업계에서도 명망이 꽤 높은 가문이다. 따라서 송씨 가문의 연회에 고현도 체면을 세워 주어 참석했다.“어르신.”두 사람 모두 예의 바르게 송국호에게 안부를 물었다.송국호는 웃으며 맞이했다.“고 대표님. 전 대표님. 안으로 들어오세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송국호만큼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고현을 가끔씩 힐끗 쳐다보았다.그들은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이 남성 옷을 입은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현은 도도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도도한 모습 때문에 그녀의 특유한 부드러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여자로 변장하니, 마치 고현의 본래 모습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고현이 여자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현이 여자로 변장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도 여전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잡고 송국호의 안내로 화려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정원에 서 있던 사람들 전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전호영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이때 어떤 재벌가 딸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분이 정말 고 대표님이라고요? 내 눈이 멀어진 게 아니죠? 여자로 분장하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고현이 남자로 분장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인상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고현은 분명 남자인데 전호영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니 전호영을 위해 여자로 분장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면, 다들 그들이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겠는가?그들이 8년을 따라다니던 대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눈이 먼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경호원들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고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현은 자신이 여자 신분을 회복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그녀가 전호영을 위해 여자 분장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마도 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에 닿을 때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아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로 변장하기 위해 긴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휴. 어차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현은 늘 여의치 않았다.어쨌든 그녀가 여자라는 진실을 말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몫이었다.연회가 열리는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의 주위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별장의 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별장 정문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별장 안에는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러 오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현마저 체면을 살려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면 오늘 저녁 연회가 엄청나게 크고 호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강성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며 연회를 주최한 주인도 강성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신분이 아니라면 고현도 체면을 새우 주지 않을 것이다.고현이 자주 타던 그 마이바흐 차는 강성 상류사회 사람들도 익숙히 잘 알고 있다.고현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급히 마중 나와 운전 기사에게 별장 안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진미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전화기가 꺼져도 찾아올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낳은 사람이 원래 딸이잖아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미리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꺼버렸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는 강성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현의 경호원들과 고씨 가문의 노동자들도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씨 가문의 집사는 수없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경호원들도 멍한 정신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전호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불만인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전호영이 고현을 비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현에게 여자 행세를 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호영 이 나쁜 놈이 고현을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고현과 전호영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 경호원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경호원들은 고현은 이미 전호영에게 속아 넘어가 진정한 게이로 되었다고 여겼다.너무 아쉬웠다!고현처럼 훌륭한 회사 대표가 전씨 가문의 전호영에 의해 삐뚤어졌으니 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일인가!전호영은 신사처럼 고현을 위해 차 문을 열어 그녀가 차에 올라타도록 부축했다. 고현이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전호영은 부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경호원들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정말 전호영을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도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고현은 전호영으로 인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도록 망가지고 있었다.그나저나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으니 경국지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고현은 성격이 냉담했기에 여자로 변장하면 고귀하고 도도하게 보였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호영 씨를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호영
고현은 전호영의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넣은 가방을 들며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씨, 우리 출발해요.”“경호원들과 함께 가시겠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요?”분명히 그녀는 고현이지만 오늘 밤 여자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야만 경호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통해서라도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을 것이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고 꽃에 물을 주고 있던 고진호 부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현이 여전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딸의 짧은 단발머리를 보자 진미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발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니... 휴.”진미리는 다시 고현의 발을 보았다. 고현의 치맛자락이 좀 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걸을 때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여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켜버렸다.어쨌든 연회에 참석할 사람은 고현일 텐데,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미래의 사위도 개의치 않은데 진미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뭔 소용 있으랴!진미리는 못 본 척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아저씨, 아주머니.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사람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그를 위해 치마를 입으려 했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이 그를 위해 여자의 신분을 드러내게 되는 날을 기다려 왔다.전호영이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그는 헤벌쭉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다.“그래, 다녀와.”고진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고현이 입을 열었다.“호영 씨는 너무 뻔뻔스럽네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제가 뻔뻔스럽지 않았다면 고현 씨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걸요. 우리 큰형을 따라 배웠거든요. 우리 형이 형수님에게 구애한 적 없지만 뻔뻔스럽게 자신의 미래 아내를 쫓아다녀야 한다고 저에게 말했거든요. 우리 큰형도 옛날에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겼지만, 우리 형수님과 지내면서 점점 뻔뻔스럽게 되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금방 결혼했을 때 많은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자주 했었다.전호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더 깊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때로는 전태윤 부부가 싸움이 심해질 때면 전씨 할머니까지 나서야 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님께서 호영 씨가 자신을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마 호영 씨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몰라요.”고현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맏형 전태윤을 유난히 존중했고 또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해 들었다.전태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지만 하예정 앞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전씨 가문은 형제들은 서원 리조트에서 함께 산 덕분에 사촌 형제지간일지라도 정이 아주 깊었다.따라서 맏형 전태윤의 지위도 높았고 그의 형제들도 그를 잘 따랐다.“큰형이 지금 여기에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제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우리 형도 형수님이 생긴 뒤로 뻔뻔해졌거든요. 우리도 따라 한 것뿐이에요.”고현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가 뻔뻔한 사실을 남에게 밀지 마세요. 그만하고 우리 얼른 가요. 호영 씨, 네가 오늘 제가 드레스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겠어요?”전호영은 그녀가 벗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제가 뭘 더 신경 쓰겠어요? 제가 언제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했었나요? 저는 남들 시선이 두렵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오늘 같은 달콤함도 없었을 거예요.”전호영은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