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878화

작가: 고능비
A시의 여자들의 눈에 예씨 일가의 남자들은 완벽한 신랑감이었다.

관성의 여자들이 전씨 일가에 시집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씨 일가의 부를 원했을 뿐만 아니라 전씨 일가의 남자들이 아내에 대한 총애도 각별했다.

예진 리조트를 반 바퀴쯤 돌았을 때 모연정과 하예정도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둘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빈이는 아직 어려 너무 먼 길을 걸을 수 없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모에게 업어 달라고 했다.

어린 녀석을 업은 하예정은 말했다.

“이럴 때 나는 유난히 우리 집 태윤 씨가 그리워요.”

모연정은 깔깔 웃었다.

“이 말 태윤 씨가 들었으면 속상해할걸요? 다른 남자아이 때문에 자기를 그리워한다면서요.”

하예정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물었다.

“연정 씨도 이런 불평 자주 듣죠? 말하는 말투가 어쩜 우리 그이랑 그렇게 비슷해요?”

“네 맞아요, 우리 집 준성 씨도 항상 불평하고 질투하거든요. 내가 아들에게 너무 잘해준다며, 아들은 앞으로 남의 집 남자가 될 몸이라고, 자기야말로 내 남자라면서... 꼭 어린아이 같아요.”

“준성 씨랑 태윤 씨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내가 우빈이를 좀 업을까요?”

모연정은 하예정의 등에서 우빈이를 안아 오려고 했다.

하예정은 서둘러 그녀를 막았다.

“연정 씨,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피곤하면 안 돼요. 우빈이가 체중이 얼마 가지 않아 괜찮아요..”

다만 이미 잠에 든 우빈이가 등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걷는 게 좀 힘들었을 뿐이다.

하예정이 허락하지 않자 모연정도 고집하지 않고 집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

곧 도우미가 차를 몰고 찾아왔다.

“사모님.”

도우미는 차를 세우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

“차 키 나에게 줘요.”

차 키를 건네받은 모연정은 차에 하예정과 잠든 우빈이를 태우고 본채로 돌아갔다.

“리조트가 너무 커서 걸어서 전체를 한 번에 둘러보기는 힘들어요. 우리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요.”

“네. 서원 리조트도 그래요.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79화

    하예정에 대한 소개를 들은 정겨울은 말했다.“전이진 씨가 예정 씨의 남편분 동생이 되죠? 이제 돌아가거든 대신 전해줄래요? 이제 40일이 지나면 꼭 전이진 씨 약혼녀의 눈을 치료하러 갈 거라고요.”“네, 꼭 전할게요. 이진 도련님도 오래 기다렸을 거예요.”옆에서 아들을 안고 있던 예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정겨울이 흘겨보자 예준일은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아들을 달랬다.신의는 작은 소리로 용정에게 말했다.“넌 앞으로 나의 강임함을 이어받아야지 넷째 작은아버지처럼 아내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용정은 모연정을 어머니라고 불렀고 예준일을 넷째 작은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러다 스승인 정겨울이 예준일의 아내가 되자 뭐라고 불렀으면 좋을지 난감했다. 이에 정겨울은 제자에게 그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라고, 만약 예준일이 뭐라 하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했다.정겨울의 태도에 예준일은 아내가 자기보다 다른 집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투덜댔다.예씨 일가의 남자가 아니랄까 봐, 척하면 질투했다.이때 예준일이 작은 소리로 변명했다.“어르신, 이건 제가 아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거예요. 저를 위해 힘들게 아이를 낳았는데...”이때 품 안의 아기가 또 울먹이기 시작했다.예준일은 바삐 달래지만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울보 아들을 안고 방 안을 왔다 갔다 하였는데 울음이 그치지 않자 할 수 없이 아들을 신의에게 맡겼다. 아기는 신의의 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쳤다.“이것 봐봐, 자네는 아이 하나 안을 줄도 모르는가? 이게 모두 자네가 안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는 거라고. 울면 울보라고 탓하지, 안 울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자네 이러면 안 되는 거야.”“아니요, 지연이는 이렇게 잘 울지 않아요.”예준일은 무의식 간에 한마디 했다.사실 그들 부부는 모두 예지연처럼 말을 잘 듣는 아기를 낳기를 바랐다. 그리고 아들도 갓 태어났을 때는 잘 울지 않았다. 예준일은 먹고 자고 하는 아들을 보며 다른 조카보다 훨씬 얌전하다고 생각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0화

    어린 친구가 집에 왔다는 말에 용정은 매우 즐거웠다.그도 일찍이 집에 돌아가 여동생을 보고 싶었다. 자기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누군가가 여동생을 데려갈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신의는 병원에서 갓 태어난 남동생을 돌보고 싶어 했다.용정은 신의도 분명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모를 따라 예진 리조트로 온 우빈이는 용정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나이가 비슷한 두 아이는 자라면서 사이가 점점 좋아졌고, 이는 두 명문가 후손의 연계를 뜻하기도 했다.비록 우빈이가 전씨 일가의 아이는 아니지만, 이모는 전씨 일가 미래의 안방마님이다.우빈이가 모연정의 양자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두 일가의 왕래가 한층 더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해가 서쪽으로 지면서 노을이 하늘을 불태웠다.하예정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두 어린이가 멀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언제 나도 아이가 생길까?’할머니가 가장 신뢰하는 점쟁이는 전태윤 부부가 나중에 아들과 딸을 둘 다 가지게 될 운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하지만 아직 아무런 미동도 없는 배를 보며 하예정은 걱정이 들었다.‘정말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잘못 짚은 거면 어떡하지?’“이모부!”우빈이가 갑자기 이모부를 불렀다.이에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빈아, 이모부 여기 안 계시니까 이모부 보고 싶거든 우리 조금 일찍 집에 돌아갈까?”다만 우빈이는 이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로 이모부가 보였으니까.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이모부의 몸 위로 석양이 드리워 마치 금빛 옷을 입은 듯했다.전태윤을 발견한 용정이는 그쪽으로 달려가려는 우빈이를 붙잡으며 물었다.“우빈아, 너 저 사람 알아? 낯이 익은 얼굴 같기는 해... 전씨 아저씨?”“내 이보부야. 음... 이모부가 전씨 성인 게 맞는 것 같기는 해. 다른 사람이 항상 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거든.”“그럼 전씨 아저씨가 틀림없어.”용정은 우빈이를 잡았던 손을 놓고는 우빈이보다 더 빠르게 전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1화

    전태윤은 용정을 품에 안았다.바로 우빈이도 달려왔다.“이모부.”전태윤은 웃으며 다른 한 손으로 우빈이를 품에 안았다.하예정이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남편이 두 아이를 안고 그녀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어?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찾아온 거지?’전태윤은 두 아이를 안고 다가와 다시 허리를 굽혀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자, 놀러 가.”우빈이는 용정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용정아, 우리 놀러 가자.”용정이도 활발한 성격이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예진 리조트에는 아이가 몇 명 있었지만 용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젖먹이였다.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여 용정이는 그들과 노는 게 재미없었다.모처럼 나이 또래의 친구가 왔으니 용정이는 우빈이와 미친 듯이 뛰어놀았다.하예정은 남편을 잠시 바라보더니 물었다.“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전태윤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말 한마디 없이 가버리면 어떡해? 당신 보려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더니 당신은 이미 할머니를 따라가 버렸지 뭐야. 그러다 당신이 나에게 전화했을 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고 예진 리조트에 왔다는 걸 알았어.”전태윤은 원래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아내와 함께 있는 날들에 익숙해졌는지 너무 지루한 나머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하예정이 떠난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몇 년 동안 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리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개인 비행기를 타고 예진 리조트에 왔다.“지호의 울음소리를 들은 거네요.”예지호가 울고 있을 때라 전태윤이 들을까 봐 급히 전화를 끊었는데 그래도 한발 늦었다.“방금 도착하셨나요?”“응, 예씨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먼저 만나 뵈었어. 그리고 허락받고 당신을 찾아온 거야.”전태윤은 근처에 있는 두 아이가 즐겁게 노느라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 하예정을 품으로 당겨와 힘써 껴안고는 바로 놓아주었다.“여보, 앞으로 다시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2화

    하예정은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볼 때마다 자기는 언제쯤이야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곤 한다.전태윤은 아내를 너무나도 잘 알아 위로하는 말을 한마디 한 것이다.하예정은 머리를 남편의 어깨에 기댔다.놀다가 지친 두 아이는 다시 어른들 쪽으로 뛰어왔다.용정은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부주의로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우빈이는 얼른 친구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전태윤과 하예정도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우빈이는 아직 어려 포동포동한 용정이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결국 하예정이 용정이를 땅에서 일으켜 안았다.용정이는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예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넘어진 게 아프지 않냐고 묻자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것만 같았다. 이에 용정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으며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하예정은 용정 옷의 먼지를 털어주었고,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것을 보고 또 휴지를 꺼내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등이 다쳤어 아니면 머리가 다친 거야?”용정이는 뒤로 넘어졌다.하예정은 어디 다친 데는 없나 확인하려고 용정이의 옷을 위로 당겨 올렸다. 아이의 등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멍해졌다.전태윤도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전씨 그룹의 대표가 아니랄까 봐 반응이 빠른 그는 침착하게 용정의 등을 한번 쭉 훑어보아 등에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옷을 내려 등의 도안을 가렸다.“이모부, 용정의 등에...”“아무것도 아니야, 우빈이도 아무것도 못 본 척 절대 입 밖에 내지 마, 알겠어?”전태윤은 처음으로 엄숙한 태도로 우빈이에게 요구했다.우빈이는 이모부의 엄숙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절대 다른 사람과 말하지 않을게요.”하예정은 원래 몇 마디 묻고 싶었지만 남편이 조카에게 하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들 부부는 용정의 머리 쪽도 확인해 보았는데 아무 곳도 다친데가 없었다. 꼬마 녀석은 그저 넘어진 게 아픈 것뿐인 것 같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3화

    “이모.”우빈이는 질투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용정에게 이모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우빈이도 참지 못하고 이모의 품으로 들어갔다. 용정과 겨룰 기세였다.하예정은 웃으면서 조카를 한 번 껴안고는 두 어린 녀석을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따라 일어나 한 손에 한 사람씩 잡고 말했다.“밖에서 충분히 오래 놀았으니까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전태윤은 우빈이의 다른 한쪽 손을 잡았다.부부는 아이 둘을 거느리고 있으니 네 식구처럼 보였다.집안으로 돌아온 하예정은 모연정에게 용정이 넘어진 것을 알려주었다.모연정은 급히 끌고 와서 검사하려고 하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용정의 옷을 들어보려다 멈추고 용정의 어깨를 잡고는 관심 조로 그에게 물었다.“넘어진 곳은 아프지 않아?”“아파요, 하지만 예정 이모가 안아주니까 아프지 않아졌어요.”꼬마는 이렇게 대답한 후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마디 더 보탰다.“예정 이모 몸에서 엄마와 같은 냄새가 나요. 예정 이모 너무 좋아요.”모연정은 웃으며 말했다.“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좋은 거야?”그녀의 두 어머니, 은서윤 등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용정은 모두 좋다고, 너무 좋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용정은 자기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든지 좋아했다. 비록 그는 아직 어리지만 누가 자신에게 진심인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그저 밖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어떤 일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마음속으로만 알고 있으면 됐다.용정은 어머니의 웃음에 약간 쑥스러웠지만, 여전히 뻔뻔스럽게 어머니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품에서 애교를 떨며 말했다.“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어머니뿐이에요.”모연정이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용정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큰 도련님이라고 공손히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곧 모연정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러고는 우빈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빈아, 동생들 보러 가자.”준성 아저씨는 그가 어머니의 품에서 애교 부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용정은 예준성을 많이 무서워했다.예준성은 사실 용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4화

    예준성은 또 전태윤 부부와 인사를 나눈 후에야 마침내 사랑하는 아내 옆에 앉았다.모두들 수다를 떠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귀한 손님이 방문했기에 예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중앙의 본채에서 떠들썩하게 식사를 했다.그중 두 할머니가 가장 기뻐했다. 나이가 든 탓일까? 둘은 자손들이 온 집안에 가득 찬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저녁이 되고 하예정은 조카를 재우는 사이에 자신도 잠시 졸았다.문 여는 소리에 깨어나자 전태윤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아직 안 잤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준성 씨와 얘기가 길어져서 당신 먼저 잠든 줄 알았어.”“우빈이를 재우다가 잠이 들 뻔했어요.”전태윤이 다가오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용정의 등에 있는 알 수 없는 문양은 뭘까요? 문신을 새긴 것 같은데... 어린애 등에 그런 것을 새겼으니 그때 얼마나 아팠을까요?”전태윤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어찌할 방법이 없는 이상 누가 자기 핏줄에게 그런 것을 새겼겠어.”“용정의 신분은 수수께끼일 뿐만 아니라 절대 원만한 신분도 아닐 거야. 예준성 부부가 용정이를 친자식처럼 대하면서도 곁에 두고 키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어떤 일에 연루될까 봐서일 거야. 용정은 아직 어리고 계속 감싸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릴때 부터 미리 기초를 다져둬야지.”“겨울 의사가 용정을 마음에 들어 해서 모연정은 용정이를 정겨울에게 제자이자 아들로 보낼 생각인 것 같아. 신의 세대의 괴짜들에 대한 전설도 적지 않잖아. 필요할 때가 오면 나서줄지도 몰라. 한 사람을 건드리기만 하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셈이라 감히 건드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게다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 어디를 가든 기척을 남기지 않아. 그러니 용정이 신의를 따라가는 것이 훨씬 안전해.”하예정은 겁에 질린 듯 조용히 물었다.“설마 누군가가 용정을 쫓는 것은 아니겠죠? 아직 세 살도 안 되는 아인데.”전태윤은 깊이 잠든 우빈이를 바라보았다. 우빈이는 용정과 사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5화

    “내일, 내일 우리 우빈이을 데리고 관성으로 돌아가요.”하예정은 조카을 데리고 예진 리조트를 떠나기로 했다. 어린아이는 일을 오래 기억하지 못해 관성에 돌아간 후 용정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자연히 이 일을 잊게 될 것이다.전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좋다고 하면 당신이 내가 당신들이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말할까 봐 무서워. 또 안 된다고 하면 우빈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용정에게 물을까 봐, 혹시라도 용정의 옷을 들춰볼까 봐 두려워. 아이의 호기심은 매우 강하니까.”“본의 아니게 이런 비밀을 알게 되지만 않았더라면 예정된 날짜를 따라 돌아가려 했어요.”하예정은 자신이 용정의 등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용정의 등에 문신을 새긴 사람은 틀림없이 용정의 가족일 것이다.전태윤의 말처럼 오죽하면 그렇게 어린아이에게 문신을 새겼을까?“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이틀간은 더 놀아도 돼. 예진 리조트에 있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어.”전태윤은 와이프를 위로했다.“아마도 하늘의 뜻인가 봐.”온 지 이틀 만에 떠나면 너무 서두르는 것 같고 게다가 모연정과 함께 내일 아이들을 데리고 선우 집에 가서 은서윤을 찾아 놀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갑자기 마음을 바꾸면 의심이 생기기 쉬웠다.“그럼 이틀만 더 놀아요.”전태윤은 응하고는 말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그는 아내 곁에 앉아 그녀를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여긴 남의 집이니까 잠시 참는 거야.”하예정은 서둘러 남편을 밀어내고는 우빈의 옆으로 가 누웠다.전태윤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밤이 조용히 흘러갔다.어둠이 지나고 동으로 떠오르는 해가 눈부신 아침 햇살을 비췄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강성.아직 꿈속에 있던 고현은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그녀는 화가 잔뜩 났다.평일에는 일이 바빴기에 일요일이 되어야만 푹 쉬고 늦잠을 잘 수 있었다.그런데 이른 새벽에 누군가가 전화를 하다니... 그녀는 눈도 뜨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86화

    고씨 집안 저택에 가서 뭘 하는 거지?부모님이 전호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고현은 더 이상 침대에 앉아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더 이상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말만 번지르르한 전호영에게 넘어갈까 봐 두려웠다.고현은 부모님이 자기 결혼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20년 넘게 남장을 해온 그녀는 일찍이 남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졌다.하지만 그녀보고 아내를 찾으라면 그것 또한 불가능했다.어떻게 말해도 그녀는 여자니까 결혼한 후 아내에게 진정한 결혼 생활을 줄 수 없다.하지만 고현은 누구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여자로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치마를 입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다.부모님도 그녀가 너무 훌륭해서 그녀와 어울릴만한 남자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그리하여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면서도 재촉하지는 않았다.만약 전호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고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평생 솔로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전호영은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으로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그녀도 사실 전호영의 재능에 대해 마음속으로 인정했다. 전씨 일가는 가풍도 좋아 비록 두 집안의 거리가 좀 멀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이 전호영을 사위로 삼으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주말엔 부모님을 만나러 고택에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거예요. 대표님, 아줌마가 아침 같이 먹자고 하셨어요, 일찍 오세요, 기다릴게요.”전호영은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현은 안색이 안 좋았다.전호영은 그녀의 집을 아예 자기 집으로 여기고 있었다.고현은 일어나기 싫었지만 최대한 빨리 일어났다. 그녀는 남자로 분장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30분 후.고현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큰 별장을 떠나 고씨 일가의 저택으로 향했다.집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묻지 않아도 전호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사람을 참 잘

최신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7화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6화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5화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4화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3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2화

    도아영은 요즘도 이런 식으로 자식들의 혼사를 정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자유로운 시대인데 아직도 자식들의 혼사를 결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고?’도아영은 곧바로 자기 집 안 어르신들을 떠올리더니 다시 묵묵히 조금 전의 의문을 거두어들였다.재벌 가문에서는 많은 혼사가 부모님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대부분 어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그들에게는 결혼의 자유가 많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익뿐이었다. 두 가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으로 인해 두 회사에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다.“그럼 전이혁 씨 할머니께서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저는 할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도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녀는 전씨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아마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알아본 뒤에야 전이혁의 미래 아내로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전이혁에게 건네주며 도아영에게 구애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아직도 자주 돌아다니시니까. 우리가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할머니의 건강은 좋으시고 관리도 잘 되어서 겉으로 보기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전이혁도 할머니가 어떻게 도아영을 선택하셨는지 모른다.도아영만 궁금한 게 아니라 고현과 여운초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제 그녀들을 눈여겨보셨는지 궁금해했었다.“그래서 저를 알게 되었고 저를 쫓아다녔던 거예요? 전이혁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이 애정 공세가 아니라고 하면 당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죠?”전이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인정해요. 제가 당신에게 구애했다는 것을.”전이혁은 도아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렸으니까.하지만...“그런데 왜 한동안 사라지고 저를 무시했어요?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던 거예요?”전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1화

    전이혁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몸만 돌려 옆에 앉은 도아영을 돌아보았다. 전이혁의 깊고 검은 눈빛은 도아영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했다.이때 도아영은 몸을 굽혀 천천히 전이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전이혁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아영이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는 몰랐지만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전이혁 씨.”도아영은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말해봐요, 듣고 있어요.”그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대답했다.“제가 한 가지만 물을게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저를 대하는 거예요? 저에게 잘해주는 게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저에게 애정 공세를 하면서 왜 또 저를 무시하는 거죠?”전이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가지 물음보다 더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로 전이혁이 말을 이었다.“저도 제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 도아영 씨는 저를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죠?”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의 눈썰미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없었다면 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아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당당함, 대담무쌍함, 의협심, 기발한 성격, 고요할 때의 차분함과 활발할 때의 성격은 전이혁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바로 그 ‘여우 같은 여자' 말이다. 도아영 같은 재벌가 따님이 아니라.도아영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며 전이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이혁을 내려다보았다.전이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순간 도아영의 동작과 표정이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0화

    “예정 언니, 벌써 다 드셨어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가 좀 빨리 먹는 편이긴 하지. 평일엔 일이 바빠서 먹는 시간도 쪼개 써야 하다 보니 빨리 먹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도아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우빈의 손을 잡고 남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로얄 스위트룸을 빠져나왔고 거기에 문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도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다.전이혁과 도아영은 이 모든 것이 하예정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겨준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얄 스위트룸 안에는 전이혁과 도아영만 남았다.도아영은 와인잔을 들어 우아하게 음미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역시 피할 수 없었군.'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도아영 씨,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도아영은 대답 대신 잔을 기울이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정말 잘생겼어...'그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본 전태윤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인상에, 인사할 때 잠깐 마주친 뒤로는 도아영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오직 하예정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내 바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태윤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달리 전이혁은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전태윤 앞에서 전이혁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면 전이혁의 우수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도아영이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전이혁이 잘해줄 때면 도아영은 그에게 정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그녀를 소홀히 대할 때면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그를 한 대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애완견이야?'마음 내키면 그녀와 잠시 놀아주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그의 태도에 도아영은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전이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전이혁 씨, 왜 자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9화

    하예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암투를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좋은 술 두 병 시킵니다. 저는 임신 중이라 못 마셔요. 우리 배 속의 아기 건강 생각해서라도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거든요. 태윤 씨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혁 도련님이 도아영 씨랑 같이 마실 수밖에 없네요. 도련님, 아영 씨를 잘 모셔야 해요. 저와 태윤 씨가 있으니 도련님이 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책임질게요.”하예정은 도아영에게 윙크했다. 도아영은 슬쩍 OK라는 사인을 보내며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하예정은 그제야 도아영의 주량이 꽤 괜찮음을 눈치채고 안심했다. 하예정은 도아영이 전이혁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술에 취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도아영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니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술과 여러ㅓ 요리가 나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자! 전이혁 씨, 건배하죠.”전이혁은 잔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도아영의 잔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 공복에는 술에 취하기 쉬워요. 이 술은 독해서 마실 땐 괜찮다가도 나중에 훅 가버릴 수 있어요. 먼저 요리들을 좀 드시고 또 국물도 한 그릇 드세요.”그 말과 함께 전이혁은 도아영에게 국물을 떠주었다.“국물부터 드셔보세요.”도아영은 평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이혁이 떠준 거라 예의상 한 수저 떠먹었다.“하 대표님, 이 국물이 정말 맛있네요. 저 원래 국물을 잘 안 마시는데 이 국물은 진짜 맛있어요.”“그럼 많이 드세요. 우리 집은 항상 식사 때 국물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에요.”하예정은 우빈에게도 국물을 떠주며 물었다. 식습관은 바꾸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도아영은 관성의 사람이 아니라서 관성의 식습관과 달랐다.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국물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니 그 국물이 정말로 맛있었던 모양이다.“몇 살이에요? 동갑인 것 같은데.”“하 대표님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제 생일은 연말이라 하 대표님보다 몇 개월 어려요.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