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르신은 웃었다.“맞아. 우빈이가 너무 신나게 놀 때면 네 생각 퍽이나 하겠다.”전호영은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셋째 작은 아버지를 달래면 되잖아. 사실 내가 너무 괴로우면 어떡해.”우빈은 그 큰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엄마도 작은 이모도 말씀하셨어요. 거짓말 하지 않는 정직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요.”우빈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엄마와 작은이모가 가르친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예정도 웃었다.“맞아, 맞아. 우리 우빈이는 성실한 아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아이지.”우빈은 하예정의 품속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혀놓고 전호영에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어떡해요? 우빈이 마음속 순위가 이렇게 뒤처져서. 아홉째 도련님도 호영 도련님보다 앞순위에 있는걸요. 우빈이는 지율 삼촌도 많이 찾고 있는데 셋째 작은 아버지는 입 밖에 꺼낸 적도 없어요.” 전호영은 우빈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우빈이와 놀아줄 기회도 적었다.전지율은 우빈이와 함께 미친 듯이 놀아준 적 있었기 때문에 녀석은 지율 삼촌을 기억했다. 심지어 하예정에게 언제 지율 삼촌과 놀 수 있냐고 묻기까지 했었다.전호영은 차에 올라 운전하면서 말했다.“형수님, 앞으로 우빈이를 데리고 자주 관성 호텔로 놀러 와. 와서 밥 먹으면서 자주 놀다 보면 금방 친해져. 자주 놀러 와.”하예정은 웃음 지었다.“도련님은 아마 관성 호텔에 너무 오래 있지 않을 걸요.”전호영은 웃을 뿐 말을 잇지 않았다.할머니가 주신 시간은 1년이었고 지금은 이미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전호영이 더 힘을 쓰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이번 설에는 서원 리조트의 문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곧 세 사람은 공항으로 도착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그제야 전호영은 공항에서 돌아왔다.전호영은 호텔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고 씨 그룹으로 차를 돌렸다.고 씨 그룹은 전 씨 그룹과 달리 주6일 출근이 아니라 매주 일요일만 휴식했다.전호
고현도 전호영과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표시했다.남자 비서가 책상으로 걸어가며 고현을 도와 그녀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커피 한 잔을 고현 앞에 살포시 내려놓으며 말했다.“고 대표님, 이만 나가겠습니다.”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자 비서가 사무실에서 나갔다.고현은 전호영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그 둘은 서로의 표정에서 뭔가를 탐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보아냈다.“전 대표, 마음에 드는 집은 있어요?”고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현은 관심 있는 듯 물었지만 사실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전호영이 갑자기 회사에 찾아온 이유를 몰랐다. 두 사람은 아무런 친분도 없었고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여전히 사업상의 경쟁자이기도 했다.고현은 전호영이 찾아오게 된 의도를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직접 물어보지는 않고 화제를 돌릴 겸 집 문제에 관해 물은 것이다.두 사람이 두 눈 뜨고 끔뻑끔뻑하며 어색해하기보다는 나았다.“네. 맘에 드는 집을 찾았어요.”전호영은 시선을 피했고 고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전호영은 비서가 따라준 물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고 잔을 내려놓으며 고현에게 인사했다.“제가 여의 저택의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고 대표의 도움 덕분이에요. 인사를 표할 겸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되세요?”“별 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점심에 약속 있어요.”고현은 핑곗거리를 만들어 전호영의 식사 초대를 거절했다.전호영은 웃었다.“괜찮아요. 고 대표가 시간 날 때 제가 다시 밥 살게요. 고 대표가 저를 도와줬는데 이 보답은 꼭 해야죠. 저도 신세 지는 게 불편해요. 저에게 보답할 기회는 줘야죠. 제가 매일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요.”고현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내일 어때요? 우리 회사가 쉬는 날이라 저도 여유 좀 있어요.”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현의 일정은 꽉 차 있었다. 전호영이 신세 갚을 시간을 짜내기 어려웠다.고현은 자신이 전호영을 도와줬다고 여기지 않
전호영은 눈을 반짝이고는 웃으며 물었다.“고 대표가 몇 번이나 갔다는 건 우리 하루 호텔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고현은 인정하는 말투로 대답했다.“전 대표가 하루 호텔을 운영하기 전에는 하루 호텔이 모든 면에서 고성 호텔보다 뒤떨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요식업을 운영한 뒤로 하루 호텔은 3개월 만에 고성 호텔과 같은 서열순위로 등극했어요. 수평이 같게 된 셈이죠.”“저는 고 씨 그룹의 실제 운영자이죠. 요식업은 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인으로서 그룹 아래 모든 산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어요.”“일개의 고성 호텔보다 못한 호텔이 갑자기 우리를 쫓아왔으니 제가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서로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었다.지금은 하루 호텔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고성 호텔은 하루 호텔을 더 이상 초월할 수 없었다.고 씨 그룹의 요식업을 담당하는 대표이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고성 호텔은 강성에서 수십 년을 운영해 온 오래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이 투자 운영한 하루 호텔은 고성 호텔 성립시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실력 있고, 가장 핫한 고성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고현은 몰래 하루 호텔을 알아봤다. 하루 호텔도 특별히 다를 바가 없었다.가장 우수한 서비스에 음식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바꾼 후로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환경을 갖추었다.고현은 하루 호텔이 강성에서의 지위를 인정했고 전호영의 능력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전호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대표가 저번에 우리 하루 호텔에 들어가셨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셨을 거예요. 내일 제가 댁으로 모시러 갈게요.”“이번에는 제가 하루 호텔로 초대해서 함께 당당하게 들어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 대표가 입맛을 바꾸고 싶으실 때도 자주 오세요. 제가 할인 가격으로 드릴게요.”“전 대표가 공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고현도
“고 대표가 구매한 액수보다 이백만 원 더 싸게 샀어요.”고현은 말이 없었다.‘이백만 원이라도 싸게 산 거면 저렴하게 산 거지 뭐.”“고 대표,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요?”전호영은 고현의 멋있는 얼굴을 멈출 수 없이 자꾸 보게 되었다.전호영은 마음속으로 만약 자신이 여자라면 아마 고현에게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너무 매력적이었다.여성 옷에 긴 머리를 하고 화장한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말씀하세요. 전 대표의 말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을 뿐 마음속으로는 전호영이 참 귀찮다고 생각했다.강성은 전씨 가문의 영역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전씨 그룹의 사업이 적지 않았다.전호영도 이곳에서 일을 많이 했고 인맥도 많았을 텐데 전호영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별장은 이미 샀지만 실내 인테리어 하는 디자인회사가 필요해요. 혹시 고 대표에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씨 그룹도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가 있을 테니 고 대표가 분명 저를 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고 대표에게는 쉬운 일이죠?”“그러죠. 사람을 시켜 준비해 드릴 테니 그때 가서 원하시는 실내 인테리어를 말씀해 주시면 돼요.”전호영은 또 고맙다며 한바탕 칭찬했다.그리고 또 말했다.“고 대표에게서 또 도움을 받다니, 또 신세를 지게 됐네요. 고작 식사 한 끼로는 이 은혜를 갚지 못하겠네요.”“강성이 해안 도시라서 생선도 너무 맛있어요. 날씨도 더운데 내일 저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서핑도 하고 바다도 밟아보고 수영도 하면서 생선도 먹어보는 건 어때요?”같이 수영하면 고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별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다기보다 저의 사업을 위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거나 다름없어요. 무료로 해드리는 것도 아닌걸요.”“저는 주말 휴식 시간에는 보통 집에서 늦잠을 자요.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고현은 변장을 잘하지만 바닷가에 가서 아무리 변장을 잘한들 옷 벗으면 들통날 게 뻔했다.고현이
고현은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전호영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고현도 나가서 기분 전환 겸 바람을 쐬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자신과 함께 승마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잠시 조용히 앉아있던 고현은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쌍둥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고빈이가 전화를 받자 고현은 말했다.“고빈아,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에 온 진짜 이유를 좀 알아봐 줘.”고빈은 본능적으로 되물었다.“전호영이 강성에 왜 왔겠어? 사업상으로 여기에 올 수도 있잖아. 정상 아니야?”“정상으로 보이지만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고현은 전호영이 고의로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추측했다.“왜, 뭐가 이상해? 누나, 전호영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들 쌍둥이는 10분 차이 남매지만 고현은 마치 10년 연상인 듯 일을 더 잘했다.따라서 고빈도 누나의 말이라면 언제든 진지하게 들었다.고빈은 가끔 고현이가 형으로 태어나길 바랐다.그렇게 되면 고빈은 후계자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현도 여자로서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시집을 멀리 가게 된다면 회사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결국 고빈이가 가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도 모르겠어.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으로 온 게 참 이상하게 느껴져. 그래서 조사해보라고 부탁한 거야.”“전 대표의 말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결혼을 재촉받아 너무 힘들어서 여기로 피난 온 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고빈은 피식 웃었다.“누나, 전 대표의 말이 백 퍼센트 사실이야. 나도 들었어. 그 집안 어르신이 형제 몇 명을 주시하고 있대. 결혼하라고 어찌 잔소리인지. 전 씨 큰 도련님은 이미 결혼했고 얼마 전에 둘째 도련님도 약혼했거든.”“전 씨 셋째 도련님인 전호영이 결혼 재촉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어. 전호영은 둘째보다 겨우 3개월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결혼
“누나는 어쩜 남장도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어? 여자들이 누나를 보기만 하면 누나에게 반할 것 같아. 전호영 혹시 게이 아니야? 누나의 훌륭한 외모에 빠져서 누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몰라.”고현은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넌 먼저 전호영이 찾아온 이유나 좀 알아봐. 그리고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응, 지금 가서 알아볼게. 누나도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 단순히 우리 집이랑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찾아온 걸 수도 있잖아. 누나는 지금 우리 가족의 대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누날 찾아온 걸 거야.”고현은 생각하더니 말했다.“우리 두 회사는 큰 모순이 없어. 그냥 라이벌 관계로 생긴 작은 모순뿐이야. 꼭 날 찾아올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아무튼 누나의 성별을 의심하는 건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 내가 바로 가서 알아볼게.”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면 누나는 고민할 게 뻔했다.고현은 응하고 동생과의 통화를 끝냈다. 쌍둥이 동생에게 일을 맡긴 이상 그녀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로 돌아와 앉아 계속하여 일에 몰두했다....관성, 노씨 일가.아내에게 버림받은 전태윤은 경호원을 거느리지 않은 채 홀로 롤스로이스를 몰고 노씨네 저택으로 들어섰다.노씨네 집사가 인기척을 듣고 나오다가 전태윤의 차량을 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태윤 도련님, 오셨습니까?”집사는 차 앞에서 기다리다가 전태윤이 차에서 내리자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차에서 보양식 박스를 꺼내는 것을 보고 집사는 급히 그의 손에서 그 박스를 받아서 들었다.“동명이는 어때요?”전태윤은 걸으면서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노동명은 퇴원 후 노씨 일가의 고택으로 돌아갔다. 고택은 면적이 넓어 큰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큰 마당에서 산책하면 기분 전환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노동명을 언급하자 집사는 웃음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동명 도련님은 퇴원 후 성격이 더 까
“동명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제가 가볼게요.”“넷째 도련님은 뒷마당에 혼자 계십니다. 우리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시는데...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모두 방해하러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전태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집사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먼저 노진규 부부를 만나 인사를 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전태윤은 일어서며 말했다.“전 이만 동명이를 보러 가보겠습니다.”노진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봐, 너희들은 가장 친한 친구이니 아마도 동명이도 너를 만나고 싶어 할 거야.”“태윤아, 네가 동명이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봐 봐. 퇴원하자마자 일어서려고 조급해하는데, 바로 당장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윤미라의 얼굴은 온통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렇게 성급하게 굴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지는 않을까 두려워...”“제가 동명이를 잘 설득해 볼게요. 뒷마당에 동명이를 보러 가보겠습니다.”안채를 나온 전태윤은 뒷마당으로 향했다.그는 자주 노씨 일가의 고택에 찾아온 경험이 있어 집안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안내할 필요가 없이 혼자 뒷마당으로 향했다.가까이 다가가자 혼자 잔디밭에서 걷는 연습을 하는 노동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다리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일어날 때마다 지독한 통증을 견뎌야 했다. 노동명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다리를 떨면서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발이 풀밭에 닿을 때마다,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제자리에 한참을 서 있어야만 다른 한쪽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종종 겨우 두 걸음만 걸어도 풀밭에 벌렁 나자빠지기 일쑤였다.잔디 위에서 걷는 연습을 하기로 한 것도 넘어져도 크게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넘어진 후 다시 일어서려면 정말 힘들었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텼다.홀로 연습하는 노동명의 이마와 얼굴에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고, 이내 땀방울은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졌다.또한 통
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노동명을 서늘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는 휄체어를 밀며 말했다.“너 여기 계속 혼자 있다가 이제 해가 점점 더 강렬해지거든 더위를 먹을 거야.”“아까 내가 왔을 때만 해도 그늘이 져 있었어.”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가 점점 중천으로 떴다.“휠체어 뒤에 물과 휴지가 있어.”노동명의 말에 전태윤은 급히 휠체어 뒤에 달린 주머니에서 물 한 병을 꺼내어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또 휴지를 꺼내어 땀을 닦게 했다.“너 연습하는 건 좋은데 시간을 가려서 해. 아침과 저녁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 그때는 해가 그렇게 맵지 않고 시원하잖아.”노씨 일가의 뒷마당에는 나무가 많아 녹음이 우거진 데가 많고 비교적 시원한 편이었다.“그리고 너 이렇게 혼자 있으면 안 돼.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몰라.”노동명은 땀을 닦고 물을 반병쯤 마신 후 말했다.“휴대폰 가지고 있어 괜찮아. 버티기 힘들거든 전화하면 돼. 그럼 날 집에 데려다줄 거야. 나 빨리 회복해서 스스로 일어나서 걷고 싶어, 다시 예진이 가까이 가고 싶어.”하예진을 생각하자 노동명은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주형인은 현재 ICU에 누워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하예진을 빼앗아 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하예진이 점점 더 우수해짐에 따라 그가 재활치료를 하는 동안 그녀에게 대시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하루라도 하예진을 데려오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동명아, 나도 네가 빨리 회복하여 평소와 같이 일어서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조급해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의사 말 못 들었어?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잖아. 이렇게 조급해하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그리고 처형 쪽도 걱정할 필요 없어, 당분간 옆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날 리 없으니까. 처형은 지금 돈벌이하느라 바빠서 전혀 감정에 관한 일을 생각할 시간이 없거든. 게다가 처형은 자기가 재혼할 마음이 없다고 계속 강조하거든.”전태윤은 열심히 친구를 달랬다.하지만 노동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