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영은 눈을 반짝이고는 웃으며 물었다.“고 대표가 몇 번이나 갔다는 건 우리 하루 호텔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고현은 인정하는 말투로 대답했다.“전 대표가 하루 호텔을 운영하기 전에는 하루 호텔이 모든 면에서 고성 호텔보다 뒤떨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요식업을 운영한 뒤로 하루 호텔은 3개월 만에 고성 호텔과 같은 서열순위로 등극했어요. 수평이 같게 된 셈이죠.”“저는 고 씨 그룹의 실제 운영자이죠. 요식업은 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인으로서 그룹 아래 모든 산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어요.”“일개의 고성 호텔보다 못한 호텔이 갑자기 우리를 쫓아왔으니 제가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서로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었다.지금은 하루 호텔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고성 호텔은 하루 호텔을 더 이상 초월할 수 없었다.고 씨 그룹의 요식업을 담당하는 대표이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고성 호텔은 강성에서 수십 년을 운영해 온 오래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이 투자 운영한 하루 호텔은 고성 호텔 성립시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실력 있고, 가장 핫한 고성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고현은 몰래 하루 호텔을 알아봤다. 하루 호텔도 특별히 다를 바가 없었다.가장 우수한 서비스에 음식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바꾼 후로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환경을 갖추었다.고현은 하루 호텔이 강성에서의 지위를 인정했고 전호영의 능력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전호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대표가 저번에 우리 하루 호텔에 들어가셨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셨을 거예요. 내일 제가 댁으로 모시러 갈게요.”“이번에는 제가 하루 호텔로 초대해서 함께 당당하게 들어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 대표가 입맛을 바꾸고 싶으실 때도 자주 오세요. 제가 할인 가격으로 드릴게요.”“전 대표가 공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고현도
“고 대표가 구매한 액수보다 이백만 원 더 싸게 샀어요.”고현은 말이 없었다.‘이백만 원이라도 싸게 산 거면 저렴하게 산 거지 뭐.”“고 대표,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요?”전호영은 고현의 멋있는 얼굴을 멈출 수 없이 자꾸 보게 되었다.전호영은 마음속으로 만약 자신이 여자라면 아마 고현에게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너무 매력적이었다.여성 옷에 긴 머리를 하고 화장한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말씀하세요. 전 대표의 말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을 뿐 마음속으로는 전호영이 참 귀찮다고 생각했다.강성은 전씨 가문의 영역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전씨 그룹의 사업이 적지 않았다.전호영도 이곳에서 일을 많이 했고 인맥도 많았을 텐데 전호영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별장은 이미 샀지만 실내 인테리어 하는 디자인회사가 필요해요. 혹시 고 대표에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씨 그룹도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가 있을 테니 고 대표가 분명 저를 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고 대표에게는 쉬운 일이죠?”“그러죠. 사람을 시켜 준비해 드릴 테니 그때 가서 원하시는 실내 인테리어를 말씀해 주시면 돼요.”전호영은 또 고맙다며 한바탕 칭찬했다.그리고 또 말했다.“고 대표에게서 또 도움을 받다니, 또 신세를 지게 됐네요. 고작 식사 한 끼로는 이 은혜를 갚지 못하겠네요.”“강성이 해안 도시라서 생선도 너무 맛있어요. 날씨도 더운데 내일 저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서핑도 하고 바다도 밟아보고 수영도 하면서 생선도 먹어보는 건 어때요?”같이 수영하면 고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별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다기보다 저의 사업을 위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거나 다름없어요. 무료로 해드리는 것도 아닌걸요.”“저는 주말 휴식 시간에는 보통 집에서 늦잠을 자요.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고현은 변장을 잘하지만 바닷가에 가서 아무리 변장을 잘한들 옷 벗으면 들통날 게 뻔했다.고현이
고현은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전호영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고현도 나가서 기분 전환 겸 바람을 쐬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자신과 함께 승마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잠시 조용히 앉아있던 고현은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쌍둥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고빈이가 전화를 받자 고현은 말했다.“고빈아,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에 온 진짜 이유를 좀 알아봐 줘.”고빈은 본능적으로 되물었다.“전호영이 강성에 왜 왔겠어? 사업상으로 여기에 올 수도 있잖아. 정상 아니야?”“정상으로 보이지만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고현은 전호영이 고의로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추측했다.“왜, 뭐가 이상해? 누나, 전호영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들 쌍둥이는 10분 차이 남매지만 고현은 마치 10년 연상인 듯 일을 더 잘했다.따라서 고빈도 누나의 말이라면 언제든 진지하게 들었다.고빈은 가끔 고현이가 형으로 태어나길 바랐다.그렇게 되면 고빈은 후계자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현도 여자로서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시집을 멀리 가게 된다면 회사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결국 고빈이가 가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도 모르겠어.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으로 온 게 참 이상하게 느껴져. 그래서 조사해보라고 부탁한 거야.”“전 대표의 말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결혼을 재촉받아 너무 힘들어서 여기로 피난 온 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고빈은 피식 웃었다.“누나, 전 대표의 말이 백 퍼센트 사실이야. 나도 들었어. 그 집안 어르신이 형제 몇 명을 주시하고 있대. 결혼하라고 어찌 잔소리인지. 전 씨 큰 도련님은 이미 결혼했고 얼마 전에 둘째 도련님도 약혼했거든.”“전 씨 셋째 도련님인 전호영이 결혼 재촉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어. 전호영은 둘째보다 겨우 3개월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결혼
“누나는 어쩜 남장도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어? 여자들이 누나를 보기만 하면 누나에게 반할 것 같아. 전호영 혹시 게이 아니야? 누나의 훌륭한 외모에 빠져서 누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몰라.”고현은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넌 먼저 전호영이 찾아온 이유나 좀 알아봐. 그리고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응, 지금 가서 알아볼게. 누나도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 단순히 우리 집이랑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찾아온 걸 수도 있잖아. 누나는 지금 우리 가족의 대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누날 찾아온 걸 거야.”고현은 생각하더니 말했다.“우리 두 회사는 큰 모순이 없어. 그냥 라이벌 관계로 생긴 작은 모순뿐이야. 꼭 날 찾아올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아무튼 누나의 성별을 의심하는 건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 내가 바로 가서 알아볼게.”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면 누나는 고민할 게 뻔했다.고현은 응하고 동생과의 통화를 끝냈다. 쌍둥이 동생에게 일을 맡긴 이상 그녀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로 돌아와 앉아 계속하여 일에 몰두했다....관성, 노씨 일가.아내에게 버림받은 전태윤은 경호원을 거느리지 않은 채 홀로 롤스로이스를 몰고 노씨네 저택으로 들어섰다.노씨네 집사가 인기척을 듣고 나오다가 전태윤의 차량을 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태윤 도련님, 오셨습니까?”집사는 차 앞에서 기다리다가 전태윤이 차에서 내리자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차에서 보양식 박스를 꺼내는 것을 보고 집사는 급히 그의 손에서 그 박스를 받아서 들었다.“동명이는 어때요?”전태윤은 걸으면서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노동명은 퇴원 후 노씨 일가의 고택으로 돌아갔다. 고택은 면적이 넓어 큰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큰 마당에서 산책하면 기분 전환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노동명을 언급하자 집사는 웃음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동명 도련님은 퇴원 후 성격이 더 까
“동명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제가 가볼게요.”“넷째 도련님은 뒷마당에 혼자 계십니다. 우리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시는데...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모두 방해하러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전태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집사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먼저 노진규 부부를 만나 인사를 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전태윤은 일어서며 말했다.“전 이만 동명이를 보러 가보겠습니다.”노진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봐, 너희들은 가장 친한 친구이니 아마도 동명이도 너를 만나고 싶어 할 거야.”“태윤아, 네가 동명이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봐 봐. 퇴원하자마자 일어서려고 조급해하는데, 바로 당장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윤미라의 얼굴은 온통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렇게 성급하게 굴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지는 않을까 두려워...”“제가 동명이를 잘 설득해 볼게요. 뒷마당에 동명이를 보러 가보겠습니다.”안채를 나온 전태윤은 뒷마당으로 향했다.그는 자주 노씨 일가의 고택에 찾아온 경험이 있어 집안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안내할 필요가 없이 혼자 뒷마당으로 향했다.가까이 다가가자 혼자 잔디밭에서 걷는 연습을 하는 노동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다리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일어날 때마다 지독한 통증을 견뎌야 했다. 노동명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다리를 떨면서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발이 풀밭에 닿을 때마다,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제자리에 한참을 서 있어야만 다른 한쪽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종종 겨우 두 걸음만 걸어도 풀밭에 벌렁 나자빠지기 일쑤였다.잔디 위에서 걷는 연습을 하기로 한 것도 넘어져도 크게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넘어진 후 다시 일어서려면 정말 힘들었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텼다.홀로 연습하는 노동명의 이마와 얼굴에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고, 이내 땀방울은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졌다.또한 통
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노동명을 서늘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는 휄체어를 밀며 말했다.“너 여기 계속 혼자 있다가 이제 해가 점점 더 강렬해지거든 더위를 먹을 거야.”“아까 내가 왔을 때만 해도 그늘이 져 있었어.”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가 점점 중천으로 떴다.“휠체어 뒤에 물과 휴지가 있어.”노동명의 말에 전태윤은 급히 휠체어 뒤에 달린 주머니에서 물 한 병을 꺼내어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또 휴지를 꺼내어 땀을 닦게 했다.“너 연습하는 건 좋은데 시간을 가려서 해. 아침과 저녁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 그때는 해가 그렇게 맵지 않고 시원하잖아.”노씨 일가의 뒷마당에는 나무가 많아 녹음이 우거진 데가 많고 비교적 시원한 편이었다.“그리고 너 이렇게 혼자 있으면 안 돼.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몰라.”노동명은 땀을 닦고 물을 반병쯤 마신 후 말했다.“휴대폰 가지고 있어 괜찮아. 버티기 힘들거든 전화하면 돼. 그럼 날 집에 데려다줄 거야. 나 빨리 회복해서 스스로 일어나서 걷고 싶어, 다시 예진이 가까이 가고 싶어.”하예진을 생각하자 노동명은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주형인은 현재 ICU에 누워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하예진을 빼앗아 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하예진이 점점 더 우수해짐에 따라 그가 재활치료를 하는 동안 그녀에게 대시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하루라도 하예진을 데려오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동명아, 나도 네가 빨리 회복하여 평소와 같이 일어서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조급해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의사 말 못 들었어?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잖아. 이렇게 조급해하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그리고 처형 쪽도 걱정할 필요 없어, 당분간 옆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날 리 없으니까. 처형은 지금 돈벌이하느라 바빠서 전혀 감정에 관한 일을 생각할 시간이 없거든. 게다가 처형은 자기가 재혼할 마음이 없다고 계속 강조하거든.”전태윤은 열심히 친구를 달랬다.하지만 노동
노동명은 짐작이 갔는지 물었다.“혹시 할머니셔?”전태윤의 성격상 만약 다른 누군가가 아내를 데려갔다면 진작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유유하게 친구를 보러 올 일은 더더욱 없었다.“할머니 말고 누가 더 있겠어?”부모님은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노동명은 껄껄 웃었다.“너 분명 할머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했길래 할머니께 미움을 산 걸 거야. 할머니는 우리의 약점을 가장 잘 짚으시잖아.”노동명에게 있어 하예진이 약점인 것처럼.할머니는 예전에 노동명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그가 정말 하예진을 포기한다면 바로 하예진에게 다른 좋은 남자를 소개해 줘 후회와 마음 아픈 맛을 보게 할 거라고 했다.그때부터 노동명은 감히 하예진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못했다.하예진을 더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리의 상처 때문에 그녀에게 행복을 주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일부러 거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니까.사실 하예진을 내쫓을 때마다 마음속으론 자책하고 후회했다. 그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받을까 봐 걱정됐다.전태윤은 입을 오므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친구의 태도를 보자 노동명은 바로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것을 알아챘다.“너 앞으로 할머니 앞에서 행동 좀 잘해.”“나 할머니에게 미움 살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손자며느리를 아끼는 할머니한테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거야. 난 밭에서 주워 왔나 봐.”“그야 더 말할 게 있겠어? 손자가 하나인 것도 아니고... 손자도 많으면 값이 가지 않는 거야. 그리고 손자며느리는 하나밖에 없는데 얼마나 소중하겠어? 그리고 지금 너희 부부 딸이 없으니까 이 정도지, 후에 딸애라도 하나 낳아봐봐, 넌 더욱 안중에도 없을 거야.”노동명의 어머니도 아들만 네 명을 낳았다. 후에 노동명의 조카이자 첫 손녀가 태어났을 때, 윤미라는 기뻐하며 매일 큰 손녀를 안고 다녔다. 귀염둥이니, 보배단지라는 말이 입에서 끊길 줄 몰랐다.그 후, 손녀가 줄줄이 생기자 윤미라도 처음처럼 기뻐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손
노동명이 말했다.“새 가게가 오픈하면 꼭 응원하러 갈 거야.”비록 직접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꽃바구니라도 보낼 생각이었다.“가게가 오픈하거든 처형도 꼭 널 가게로 초대할 거야.”노동명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예진이는 날 전혀 사랑하지 않아. 여전히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병원에서 나를 돌봐준 것도 나의 신세를 졌다고 생각해서일 거야. 그래서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신세를 갚을 겸 와서 돌봐준 거고. 어머니도 매일 일당을 주셨거든.”“일당을 주신 건 맞는데, 처형은 한 푼도 받지 않았어. 그냥 네 앞에서 돌봐줄 이유를 찾느라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노동명은 이 일을 처음 알았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이번 기회에 나에게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을 텐데 당연히 받지 않았겠지. 만약 돈을 받았다면, 계속 신세를 진 셈이잖아. 나도 예진이가 돈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어. 하필이면 자기 자신을 돈을 보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또 뭐야. 음... 태윤아, 너 지금 나랑 예진이의 새 가게로 가보지 않을래?”전태윤은 자신이 지금 심심하다는 생각에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전태윤과 함께 나간다고 하자 노진규 부부는 막내아들이 외출하는 것을 허락했다. 다만 아들이 하예진의 새 가게로 찾아갈 줄을 몰랐다.노동명은 조수석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나 언제쯤이면 혼자 운전할 수 있을까? 질주하는 쾌감이 그리워.”그는 힘없는 자기 다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쓸데없는 것들. 폐물이야, 폐물.”“노동명.”전태윤은 운전하며 말했다. “네다리는 곧 회복할 거니 폐물이라고 하지 마. 조금이라도 통증을 느낄 수 없다면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거야.”노동명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그는 친구 앞에서 일부러 강인한 척 행동했다.사실 그의 마음속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혹시라도 회복하지 못할까 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까 봐,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까 봐 두려웠다.“꽃가게를 지나가거든 잠깐 멈춰줘. 예진에게 줄 꽃다발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
송씨 가문의 어르신 송국호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현과 전호영은 이미 한 쌍의 커플로 되었다. 그들이 동성애자일지라도 두 가문의 어르신들 모두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뭔 소용 있으랴!그 또한 두 사람의 자유였다.고현이 여자 분장하든 전호영이 여자로 분장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였다.“전 대표님. 고 대표님.”별장 주인의 성씨는 송 씨로서 이름은 국호였다 그는 팔순이 넘었지만 정정하시고 강성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은 업계에서도 명망이 꽤 높은 가문이다. 따라서 송씨 가문의 연회에 고현도 체면을 세워 주어 참석했다.“어르신.”두 사람 모두 예의 바르게 송국호에게 안부를 물었다.송국호는 웃으며 맞이했다.“고 대표님. 전 대표님. 안으로 들어오세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송국호만큼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고현을 가끔씩 힐끗 쳐다보았다.그들은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이 남성 옷을 입은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현은 도도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도도한 모습 때문에 그녀의 특유한 부드러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여자로 변장하니, 마치 고현의 본래 모습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고현이 여자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현이 여자로 변장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도 여전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잡고 송국호의 안내로 화려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정원에 서 있던 사람들 전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전호영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이때 어떤 재벌가 딸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분이 정말 고 대표님이라고요? 내 눈이 멀어진 게 아니죠? 여자로 분장하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고현이 남자로 분장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인상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고현은 분명 남자인데 전호영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니 전호영을 위해 여자로 분장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면, 다들 그들이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겠는가?그들이 8년을 따라다니던 대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눈이 먼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경호원들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고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현은 자신이 여자 신분을 회복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그녀가 전호영을 위해 여자 분장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마도 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에 닿을 때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아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로 변장하기 위해 긴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휴. 어차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현은 늘 여의치 않았다.어쨌든 그녀가 여자라는 진실을 말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몫이었다.연회가 열리는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의 주위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별장의 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별장 정문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별장 안에는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러 오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현마저 체면을 살려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면 오늘 저녁 연회가 엄청나게 크고 호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강성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며 연회를 주최한 주인도 강성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신분이 아니라면 고현도 체면을 새우 주지 않을 것이다.고현이 자주 타던 그 마이바흐 차는 강성 상류사회 사람들도 익숙히 잘 알고 있다.고현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급히 마중 나와 운전 기사에게 별장 안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진미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전화기가 꺼져도 찾아올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낳은 사람이 원래 딸이잖아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미리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꺼버렸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는 강성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현의 경호원들과 고씨 가문의 노동자들도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씨 가문의 집사는 수없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경호원들도 멍한 정신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전호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불만인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전호영이 고현을 비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현에게 여자 행세를 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호영 이 나쁜 놈이 고현을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고현과 전호영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 경호원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경호원들은 고현은 이미 전호영에게 속아 넘어가 진정한 게이로 되었다고 여겼다.너무 아쉬웠다!고현처럼 훌륭한 회사 대표가 전씨 가문의 전호영에 의해 삐뚤어졌으니 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일인가!전호영은 신사처럼 고현을 위해 차 문을 열어 그녀가 차에 올라타도록 부축했다. 고현이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전호영은 부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경호원들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정말 전호영을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도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고현은 전호영으로 인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도록 망가지고 있었다.그나저나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으니 경국지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고현은 성격이 냉담했기에 여자로 변장하면 고귀하고 도도하게 보였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호영 씨를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호영
고현은 전호영의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넣은 가방을 들며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씨, 우리 출발해요.”“경호원들과 함께 가시겠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요?”분명히 그녀는 고현이지만 오늘 밤 여자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야만 경호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통해서라도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을 것이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고 꽃에 물을 주고 있던 고진호 부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현이 여전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딸의 짧은 단발머리를 보자 진미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발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니... 휴.”진미리는 다시 고현의 발을 보았다. 고현의 치맛자락이 좀 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걸을 때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여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켜버렸다.어쨌든 연회에 참석할 사람은 고현일 텐데,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미래의 사위도 개의치 않은데 진미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뭔 소용 있으랴!진미리는 못 본 척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아저씨, 아주머니.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사람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그를 위해 치마를 입으려 했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이 그를 위해 여자의 신분을 드러내게 되는 날을 기다려 왔다.전호영이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그는 헤벌쭉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다.“그래, 다녀와.”고진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고현이 입을 열었다.“호영 씨는 너무 뻔뻔스럽네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제가 뻔뻔스럽지 않았다면 고현 씨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걸요. 우리 큰형을 따라 배웠거든요. 우리 형이 형수님에게 구애한 적 없지만 뻔뻔스럽게 자신의 미래 아내를 쫓아다녀야 한다고 저에게 말했거든요. 우리 큰형도 옛날에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겼지만, 우리 형수님과 지내면서 점점 뻔뻔스럽게 되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금방 결혼했을 때 많은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자주 했었다.전호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더 깊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때로는 전태윤 부부가 싸움이 심해질 때면 전씨 할머니까지 나서야 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님께서 호영 씨가 자신을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마 호영 씨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몰라요.”고현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맏형 전태윤을 유난히 존중했고 또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해 들었다.전태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지만 하예정 앞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전씨 가문은 형제들은 서원 리조트에서 함께 산 덕분에 사촌 형제지간일지라도 정이 아주 깊었다.따라서 맏형 전태윤의 지위도 높았고 그의 형제들도 그를 잘 따랐다.“큰형이 지금 여기에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제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우리 형도 형수님이 생긴 뒤로 뻔뻔해졌거든요. 우리도 따라 한 것뿐이에요.”고현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가 뻔뻔한 사실을 남에게 밀지 마세요. 그만하고 우리 얼른 가요. 호영 씨, 네가 오늘 제가 드레스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겠어요?”전호영은 그녀가 벗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제가 뭘 더 신경 쓰겠어요? 제가 언제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했었나요? 저는 남들 시선이 두렵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오늘 같은 달콤함도 없었을 거예요.”전호영은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