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도차연은 도기범에게 말했다. "오빠, 내일 저녁에 갈게, 내일 저녁 약속을 잡았거든.”"누구랑 밥 먹어? 오라버니가 같이 갈게, 그리고 내일 저녁에 같이 돌아가자.”"오빠는 모르는 사람이잖아. 따라가면 걔가 어색해 할 거야.”"그건 모르지, 네가 만나서 소개를 해주면 그때부터 알게 되는거지. 어쨌든 오늘 밤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으면 관성에 있는 너의 일거수일투족은 이 오빠가 지켜봐야 해. 네가 누구를 만나든 내가 그 자리에 같이 할거야.”“...”"시간이 늦어서 비행기 표 끊기도 힘들어.”도기범이 말했다."그럴줄 알고 친구한테서 전용기를 빌렸어. 전용기가 곧 관성에 도착할거야. 우리는 그걸 타고 오늘 돌아갈거야.”"이미 다 계획해 놓은거네? 우리 아빠한테도 이미 얘기했어?”도차연은 도기범의 이런 행동에 매우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아버지는 도기범을 믿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다.도기범이 말했다."난 그저 둘째 삼촌이 내게 맡긴 임무를 완수했을 뿐이야.”도차연은 도기범이 너무 얄미웠지만 어쩔수 없이 그를 따라 관성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은 도차연이 다음날 그녀에게 전태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만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도차연은 예상외로 지난 밤에 관성을 떠났다. 덕분에 그녀의 생활은 계속 조용하고 행복하게 흘러갔다.......강성.경호원들에게 에워싸인 고현은 호텔을 나서자마자 호텔 입구의 붉은 꽃바다를 보았다.그 많은 꽃잎 앞에 흰 치마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녀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하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커다란 꽃다발을 손에 들고 그 꽃잎 앞에 서 있었다.빨간 장미꽃잎들이 커다란 하트 모양을 이루었는데 그 모양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도 아름다웠다.주위에 구경꾼이 많았다.연예계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녀와 그 여자아이를 향해 사진을 마구 찍고 있었다.구경꾼들이 모두 그를 보고 있었다."도련님.”그 여자아이는 고현을
그 여자는 고현에게 거의 다다랐을때 무엇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꽃다발을 안고 그녀의 품으로 뛰어드는 자세를 취했다.지금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게다가 얼마 전 고현은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미인이 품에 안기는데, 고현이 그녀를 밀어낼리가 없겠지?사실 이 여자는 바로 요즘 강성에서 새로 뜨는 스타인데, 작은 도련님, 즉 고현의 쌍둥이 동생인 고빈이 이 여배우를 매우 마음에 들어해서 여자가 촬영하는 동안 면회를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할수없이 누나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고현은 남들 앞에서는 냉정한 편이지만 쌍둥이 동생을 매우 귀여워했다. 그녀는 일이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동생의 거듭된 부탁으로 한 번은 가주겠다고 승낙했다. 그리고 한번 그녀의 촬영장에 면회를 가서 상대방의 연기를 보고 연기가 괜찮다고 말했다.뜻밖에도 그 한번의 방문으로 스캔들이 났고, 연예 기사에서는 모두 고씨 그룹의 고현, 즉 큰 도련님이 이 여배우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한편 고현에게 첫눈에 반한 여배우는 기사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기회를 통헤 고현과의 스캔들로 자신의 신분을 높이고, 사랑에 빠져서 부잣집에 시집가기를 원했다.연예계 여자 스타들은 대부분 명문가에 시집 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그녀도 예외는 아니다.고씨 가문은 강성에 있는 최고의 명문가였다. 만약 고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면, 평생 먹고 입을 걱정 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고현 도련님은 젊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심지어 고씨 그룹의 주인이었다. 고 회장님은 이제 거의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실질적인 경영은 고현이 맡고 있었다.고현을 만난 적이 있는 강성의 젊은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이 귀한 도련님을 이상형으로 생각할 것이다.다시 현재.고현은 달려드는 여배우가 뭘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달려오던 여배우는 뜻대로 한 사람의 품에 안겼고, 상대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해
강성 호텔을 떠난 고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동생이 전화를 받자자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고빈, 만약 그 여자가 다시 한번 나를 귀찮게 한다면, 나는 그녀를 연예계에서 매장시킬거야.”깜짝 놀란 고빈이 말했다."형, 육진희 씨는 단지 형을 좋아할 뿐이야. 형에게 고백하는 횟수가 좀 많을 뿐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매장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아? 그 어린 아가씨가 거기서 버티는게 어디 쉬웠겠어? 많은 고생을 했을거야.”"형이 그녀를 봉인하면 그녀의 꿈은 그대로 끝나는 거야. 이제 겨우 23살이고 젊은데 아직 갈 길이 멀어.”고빈은 누나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것 또한 고현이 그에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요구를 한것이었다.예전에 그들의 어머니는 이렇게 부르는 것을 들으면 매번마다 아들의 호칭을 바로잡아 주곤 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바로잡기 귀찮아졌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외부 사람들은 고씨 그룹 사모님이 28년 전에 사실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사람들은 그저 모두 사모님이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고 생각한다.고현은 어려서부터 남장을 해서 고씨 집안과 친한 사람들조차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몰랐다."모르겠고, 그녀가 다시 매달린다면 난 매장시킬거야.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그녀를 좀 설득하든지 해.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게. 어차피 넌 좋아하는 스타가 많으니 한 명 쯤 없어져도 별 상관없겠지.”어느 스타가 갑자기 뜨게 되면 고빈은 그게 남자든 여자든 팬이 되고는 했다.하지만 그 열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나마 육진희에 대한 열정이 제일 오래 지속된 것이었다.고빈이 그 대신 누나가 촬영장에 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로."알겠어 형. 내가 바로 육진희 씨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다시는 형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설득할게.”고현은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들은 뒤 전화를 끊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본가로 가죠.”그녀는 오랫동안 본가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주 그녀에
그래서 고현은 전호영을 경계해야 할 사람으로 여겼다. 전호영의 말빨이 너무 좋다보니 그와 자주 접촉하게 되면 그의 말에 쉽게 마음을 열고 비밀을 말하게 된다.그녀가 남장을 하고 있다는 비밀처럼."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왜 여기 오셨대요?”고현은 눈살을 찌푸린 뒤 집사에게 물었다."그가 온 지 얼마나 됐어요?”"온 지 10여 분밖에 안 됐는데, 저도 전씨 가문 도련님이 뭘 하러 오셨는지 잘 몰라요. 근데 선물을 많이 들고 왔더라고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이 방문하신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 이십니다.”고현은 잠시 생각해 본 후 대답했다. "우리 집은 소씨 가문과 친분이 있고, 소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관계가 좋으니, 전씨가문 셋째 도련님이 강성에 출장 오신 김에 겸사겸사 방문하러 온 것 같네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혼자 집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호원들은 잠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 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큰 도련님이 본가에 오실 때면 보통 얼마 안 계시다가 사모님만 뵙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화려한 거실에는 고현의 엄마인 진미리 내외가 함께 있었는데, 그들 부부를 제외하고도 방금 방문한 전호영이 있었다.전이진과 여윤초는 이미 약혼을 했지만 전호영과 고현의 사이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전호영과 그의 할머니 두 사람 모두 급해하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이 다급하게 결혼을 재촉했다.엄마의 거듭된 잔소리에 전호영은 소란을 피해서 강성으로 출장을 간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강성으로 도피해 드디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는가 싶었는데, 그의 엄마가 앞으로도 아무 진전이 없으면 하루 24시간내내 문자하고 30분 간격으로 전화해서 결혼 재촉을 한다고 엄포를 놓으셨다.강성에 숨었다고 해서 결혼 재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협박은 덤이었다.어머니의 위협 아래, 전호영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 그
전호영은 바로 웃으면서 일어났고 오른손을 내밀어 고현과 악수했다.”고현은 전호영과 악수를 한 후 손으로 앉으라는 의사표시를 했다.전호영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고현은 어머니 옆에 앉았다.고 사모님은 도량이 비범한 딸을 흘겨보았고 건너편 전호영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의 딸이 전호영보다 더 남성스러워 보였다.“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고 사모님은 부드럽게 딸에게 물었다.“지금쯤이면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어요. 이참에 아빠와 엄마를 뵈러 왔죠.”고현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외부인이 있기에 고현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행동했다.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이 여성인 것을 눈치채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전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고현은 전호영에게 물었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오늘 도착했어요. 회사 일 때문에 일이 좀 있어서 잠시 출장을 온 거예요. 저번에 아주머니와 같이 식사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인상 깊어 오늘 또 찾아뵙게 되었어요.”“호영아, 앞으로 강성으로 올 때면 자주 여기로 들러. 아주머니도 너와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걸!”고 사모님은 이 젊은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전호영은 언변이 아주 좋았다.전호영은 상대방의 연령대가 좋아할 만한 옛날의 재미있는 이야기만 꺼내어 말했다.비록 옛날 시절의 사람은 아니지만 전호영의 할머니가 자주 전영호에게 그 시절 얘기를 말해준 덕에 전영호도 많이 알게 되었다.그 때문에 전영호도 고 사모님과 지인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전영호는 고 사모님처럼 중년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눌 때 아들딸의 결혼 얘기거나 요리 같은 화제에도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잘 이어 나갔다.고 사모님은 딸의 과묵함에 익숙해져 평소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문득 고 사모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니 전호영을 맘에 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겨우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고현은 경호원 한 명을 불러 전호영의 운전기사로 그를 호텔로 데려다주면 되리라 생각하고 나지막이 대답했다.“아버지, 알았어요.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몇 잔만 마실 거야. 네 엄마가 있어서 많이 못 마셔. 네 엄마도 내가 취하도록 마시게 놔두지 않으실 거야.”고 아저씨가 취하게 된다면 아내가 시중들어야 해서 몸을 생각해서라도 그의 아내는 남편이 취할 정도로 술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현은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을 뵙고 이내 떠나려고 했지만 집에서 밥을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저녁 식사하기를 기다려야 했다.고현은 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 일러 앉아 있기가 너무 지루하고 불편했다.전호영이 자꾸 고현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는데 고현은 자신이 민감한지 아닌지 헷갈렸다.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현아, 호영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는데 얼른 데리고 가서 집구경이나 시켜주렴. 저녁 식사 시간도 아직 이른데 같이 나가서 산책이나 할 겸 구경시켜주고 와.”고 사모님은 딸이 짜증을 내는 기색을 눈치채고 딸에게 부탁했다.고현이 밥도 먹지 않고 돌아갈까 봐 걱정했다.고 씨 본가는 분명히 고현의 집인데도 고현은 일이 너무 바빠서 항상 집을 호텔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현은 가끔 집에서 밥만 먹고 가거나 손님처럼 밤에 잠만 자고 이내 출근하러 가는 것이 습관 되었는지 집에 대한 귀속감이 없었다.고현은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전호영에게 말했다.“전 대표, 같이 나갑시다.”전호영은 웃으며 일어나 고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고 씨 본가로 나선 전호영이 말했다.“고 대표가 집에 있는 게 너무 불편하게 느껴져요. 평소엔 집에서 잘 안 지내죠?”“우리 집과 회사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가 회사 부근에 집 한 채를 샀거든요. 평소에는 그 집에 가서 살기 때문에 본가로 잘 오지 못해요.”전호영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고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전 대표도 결혼 재촉에 시달릴 줄 몰랐어요. 전 대표가 이렇게 훌륭한데 전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거 아니에요.”“저를 따르는 사람은 있어요. 그러나 제가 안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와는 상관없게 되는 거예요.”전호영은 자신이 많은 구애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사실 그들 집안의 형제들은 모두 많은 구애자가 있었다.심지어 전 씨 집안 아홉째 아들은 성인이 아닌데도 불과하고는 학교 여학생들의 연애편지를 자주 받고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현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고현은 그녀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좋아할 수도 없었다.고현도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여자이기 때문이다.고현은 정상적인 여자이고 레즈비언이 아니었다.고현은 결코 그 그녀들의 감정을 받아 일수 없었다.고현은 방금 집에 가기 전에도 한 스타의 고백을 거절했다.“전 대표가 너무 훌륭해서 그래요.”고현은 전 대표를 칭찬했다.그 칭찬도 사실이기 때문이다.전호영은 확실히 훌륭했고 그들 가문의 형제들도 모두 훌륭했다.전씨 가문의 모든 남자는 가족의 지탱이 없어도 스스로 창업하고 성공했기 때문이다.고현의 아버지는 항상 전씨 가문의 할머니가 자손을 잘 교육한다고 칭찬했다.그 어르신의 지도하에 전씨 가문의 자손은 모두 인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자손들이 훌륭해야 지킬 수 있는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자손이 능력이 있다면 조상들이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아도 더 많은 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대표도 엄청 훌륭하신데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전호영은 고현에게 물었다.“아직 없어요. 매일 스케줄이 꽉 차서 바쁘다 보니 연애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어요. 저를 따르는 여자들은 많지만 전 대표 말대로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잖아요.”“저는 상대방의 가문에 요구조건이 없어요. 물론 가정환경을 중시하죠. 한 가정의 가풍이 중
“할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태 할아버지는 심한 바람둥이셨거든요.”“그 시절의 사람들은 집안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삼, 사첩이었지만 본처인 태 할머니는 매우 속상했대요. 자식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혼인을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 거죠.”“우리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고생한 것을 봐오셔서 아주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태 할머니가 집안을 다스리게 되실 때부터 어르신께서 그 가정 규칙을 세우셨고 조부뻘 때부터 대대로 이를 지켜오셨기에 밖에서 복잡한 남녀관계는 전혀 없었어요. 일단 결혼하면 평생 그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거죠.”“저와 제 동생도 그럴 겁니다. 앞으로 결혼을 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결혼에 충실할 거예요. 결혼은 평생의 큰일이니 충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전호영은 걸으면서 고씨 가문 정원의 풍경을 감상했다.서원 리조트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웠다.부지도 넓고 아름답지만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운 환경에 익숙해져서인지 전호영은 자신의 리조트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씨 대표는 상대방이 가풍이 좋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요구가 있어요?”“제가 조건에 맞는 여자가 있는지 알아보고 소개해 드릴게요. 제가 중매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고현은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 당신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 대표가 집안 어른들의 결혼 재촉으로 강성으로 패해 오셨잖아요.”“전 대표 아직 서른도 안 됐죠?”“저는 올해 방금 스물아홉이에요. 고 씨 대표보다 한 살 많을 거예요. 저는 우리 남자들, 특히 우리처럼 사업에 성공한 남자는 35세에 결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우리 집 어른들은 필사적으로 재촉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큰형을 앞세워 막았는데 둘째 형마저도 약혼녀가 있으니 저의 어머니께서 많이 조급해하셔요. 제가 마치 팔지 못하는 상품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푸웁!”고현은 또 웃고 말았다.전호영은 유머 적이었다.고현의 부모님이
송씨 가문의 어르신 송국호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현과 전호영은 이미 한 쌍의 커플로 되었다. 그들이 동성애자일지라도 두 가문의 어르신들 모두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뭔 소용 있으랴!그 또한 두 사람의 자유였다.고현이 여자 분장하든 전호영이 여자로 분장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였다.“전 대표님. 고 대표님.”별장 주인의 성씨는 송 씨로서 이름은 국호였다 그는 팔순이 넘었지만 정정하시고 강성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은 업계에서도 명망이 꽤 높은 가문이다. 따라서 송씨 가문의 연회에 고현도 체면을 세워 주어 참석했다.“어르신.”두 사람 모두 예의 바르게 송국호에게 안부를 물었다.송국호는 웃으며 맞이했다.“고 대표님. 전 대표님. 안으로 들어오세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송국호만큼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고현을 가끔씩 힐끗 쳐다보았다.그들은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이 남성 옷을 입은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현은 도도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도도한 모습 때문에 그녀의 특유한 부드러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여자로 변장하니, 마치 고현의 본래 모습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고현이 여자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현이 여자로 변장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도 여전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잡고 송국호의 안내로 화려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정원에 서 있던 사람들 전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전호영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이때 어떤 재벌가 딸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분이 정말 고 대표님이라고요? 내 눈이 멀어진 게 아니죠? 여자로 분장하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고현이 남자로 분장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인상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고현은 분명 남자인데 전호영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니 전호영을 위해 여자로 분장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면, 다들 그들이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겠는가?그들이 8년을 따라다니던 대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눈이 먼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경호원들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고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현은 자신이 여자 신분을 회복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그녀가 전호영을 위해 여자 분장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마도 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에 닿을 때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아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로 변장하기 위해 긴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휴. 어차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현은 늘 여의치 않았다.어쨌든 그녀가 여자라는 진실을 말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몫이었다.연회가 열리는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의 주위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별장의 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별장 정문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별장 안에는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러 오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현마저 체면을 살려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면 오늘 저녁 연회가 엄청나게 크고 호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강성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며 연회를 주최한 주인도 강성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신분이 아니라면 고현도 체면을 새우 주지 않을 것이다.고현이 자주 타던 그 마이바흐 차는 강성 상류사회 사람들도 익숙히 잘 알고 있다.고현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급히 마중 나와 운전 기사에게 별장 안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진미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전화기가 꺼져도 찾아올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낳은 사람이 원래 딸이잖아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미리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꺼버렸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는 강성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현의 경호원들과 고씨 가문의 노동자들도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씨 가문의 집사는 수없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경호원들도 멍한 정신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전호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불만인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전호영이 고현을 비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현에게 여자 행세를 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호영 이 나쁜 놈이 고현을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고현과 전호영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 경호원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경호원들은 고현은 이미 전호영에게 속아 넘어가 진정한 게이로 되었다고 여겼다.너무 아쉬웠다!고현처럼 훌륭한 회사 대표가 전씨 가문의 전호영에 의해 삐뚤어졌으니 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일인가!전호영은 신사처럼 고현을 위해 차 문을 열어 그녀가 차에 올라타도록 부축했다. 고현이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전호영은 부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경호원들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정말 전호영을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도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고현은 전호영으로 인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도록 망가지고 있었다.그나저나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으니 경국지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고현은 성격이 냉담했기에 여자로 변장하면 고귀하고 도도하게 보였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호영 씨를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호영
고현은 전호영의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넣은 가방을 들며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씨, 우리 출발해요.”“경호원들과 함께 가시겠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요?”분명히 그녀는 고현이지만 오늘 밤 여자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야만 경호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통해서라도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을 것이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고 꽃에 물을 주고 있던 고진호 부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현이 여전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딸의 짧은 단발머리를 보자 진미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발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니... 휴.”진미리는 다시 고현의 발을 보았다. 고현의 치맛자락이 좀 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걸을 때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여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켜버렸다.어쨌든 연회에 참석할 사람은 고현일 텐데,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미래의 사위도 개의치 않은데 진미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뭔 소용 있으랴!진미리는 못 본 척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아저씨, 아주머니.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사람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그를 위해 치마를 입으려 했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이 그를 위해 여자의 신분을 드러내게 되는 날을 기다려 왔다.전호영이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그는 헤벌쭉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다.“그래, 다녀와.”고진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고현이 입을 열었다.“호영 씨는 너무 뻔뻔스럽네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제가 뻔뻔스럽지 않았다면 고현 씨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걸요. 우리 큰형을 따라 배웠거든요. 우리 형이 형수님에게 구애한 적 없지만 뻔뻔스럽게 자신의 미래 아내를 쫓아다녀야 한다고 저에게 말했거든요. 우리 큰형도 옛날에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겼지만, 우리 형수님과 지내면서 점점 뻔뻔스럽게 되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금방 결혼했을 때 많은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자주 했었다.전호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더 깊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때로는 전태윤 부부가 싸움이 심해질 때면 전씨 할머니까지 나서야 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님께서 호영 씨가 자신을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마 호영 씨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몰라요.”고현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맏형 전태윤을 유난히 존중했고 또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해 들었다.전태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지만 하예정 앞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전씨 가문은 형제들은 서원 리조트에서 함께 산 덕분에 사촌 형제지간일지라도 정이 아주 깊었다.따라서 맏형 전태윤의 지위도 높았고 그의 형제들도 그를 잘 따랐다.“큰형이 지금 여기에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제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우리 형도 형수님이 생긴 뒤로 뻔뻔해졌거든요. 우리도 따라 한 것뿐이에요.”고현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가 뻔뻔한 사실을 남에게 밀지 마세요. 그만하고 우리 얼른 가요. 호영 씨, 네가 오늘 제가 드레스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겠어요?”전호영은 그녀가 벗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제가 뭘 더 신경 쓰겠어요? 제가 언제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했었나요? 저는 남들 시선이 두렵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오늘 같은 달콤함도 없었을 거예요.”전호영은 다른 사
사실 전호영은 차를 세울 때 고현이 평소에 자주 타는 그 마이바흐 차를 보았다.“집 안에 있어. 들어가 봐.”진미리는 물건을 들여 집 안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전호영의 손에 물건을 전호영 손에 쥐여주었다.“난 꽃에 물을 좀 주고 들어갈게. 날도 어두워질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가 봐.”전호영은 자주 고씨 가문의 저택으로 왔고 진작에 고씨 가문을 그의 두 번째 집으로 생각했다.전호영은 혼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들어서자 그는 한 여자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았다.그 여자는 고현과 정말 똑같이 생겼다.만약 고현이 치마를 입고 가발을 쓴다면 저렇게 예쁠 것이다.고현은 원래 긴 가발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전호영이 말하는 소리를 듣더니 재빨리 가발을 쓰고 앉아 있었다.전호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었다.그녀는 전호영 앞에서 치마를 입은 적 있었다.당시 고현은 그날이 전호영 앞에서 치마를 입는 유일한 날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고현은 지금 또 치마를 입고 있다.그녀는 전호영을 위해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늘 그녀의 원칙을 깨뜨렸다.아니,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의 고현이었다.전호영은 씩 웃었다.그는 다가가더니 먼저 손에 들고 있던 가방들을 내려놓고 꽃다발을 고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여신님, 이 꽃다발을 당신에게 드릴게요.”고현의 시선은 꽃다발에 가려져 더는 휴대전화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전호영을 올려다보며 빙그레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서프라이즈도 해주고 싶었는데, 호영 씨 표정을 보니 놀라지 않은 것 같네요.”“현이 씨가 저를 위해 치마를 한 번 갈아입었을 때 제가 재빨리 현이 씨 도도한 모습을 기억해 버렸죠.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꽃다발을 받기를 기다렸다가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준비되었다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나가려고요? ”고현은 지금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착용
잠시 후, 진미리가 말했다.“됐어. 나도 상관 안 할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는 몇 년 더 살고 싶어.”“엄마, 저는 효녀거든요.”진미리가 입을 열었다.“난 네가 불효녀라고 말 한 적 없어. 네가 여자 신분을 회복하는 일에 엄마가 더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야. 더 관여하면 내가 열 받아서 죽을 것 같아. 내가 몇 년을 더 살아서 네가 결혼하고 자식까지 낳는 것을 보려면 너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네가 여자로 살든 남자로 살든 네가 개의치 않는데 나도 더는 상관하지 않을래. 내가 진작에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어.”말을 마친 진미리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엄마, 어디 가세요?”“엄마 바람 좀 쐬면서 기분 전환 좀 할게. 네 아빠한테 잔소리 좀 해야겠어.”고진호는 밖에서 꽃들에 물을 주고 있었다.그러자 고현이 말을 건넸다.“그럼 나가서 아빠에게 몇 마디 잔소리하고 오세요. 잔소리하시고 나면 그래도 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실걸요.”진미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꽃에 물을 주던 고진호는 진미리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물었다.“현이가 연습 잘하고 있어요?”“휴, 말도 마세요. 지금에야 와서 가르치려고 하니 너무 어려워요. 오후 몇 시간 만에 20년이 넘는 습관을 고치려고 하니 너무 어려워요.”고진호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그럴 줄 알았어요. 됐어요. 내버려 둬요. 현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현이가 어떤 신분으로 살아가든 상관없잖아요.”갑자기 고현이 여자라는 일이 드러나게 되면 아마 강성 전체가 뒤흔들릴지도 모른다.전화 폭격을 당할 장면을 미리 생각한 고진호도 미리 전원을 끄려고 계획했다.“현이가 드레스는 입고 싶지만, 하이힐 대신 구두를 신겠대요. 휴... 진작 알았다면 애당초 현이가 소란 피울 때 반대했야 했는데. 벌써 20년이 흘러 멀쩡한 딸이 아들로 변하게 되다니...”“현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게 놔둬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대상은 현이지, 우리가 아니잖아요.”고진호는 고현이
“걱정하지 마세요. 준비하고 계세요. 저랑 함께 연회에 가요.”고현이 말을 이었다.“그럼 집에서 기다릴게요.”“좀 이따가 봐요.”그는 고현이 왜 반나절 휴가를 냈는지 전호영은 더는 묻지 않았다.전호영은 먼저 서둘러 고씨 가문의 저택으로 간 다음 다시 얘기하려고 했다.전호영과의 통화를 마친 고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다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미리를 보더니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전호영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척했다.“메시지 보내는 척 하지 마.”진미리는 일어나서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고현의 휴대전화를 가져다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엄마, 저는 핸드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회사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저를 찾아야 하거든요.”고현은 다시 휴대전화를 방패막이로 삼고 싶어 했다.“회사 일 전부 고빈에게 맡겼잖아. 고빈이가 처리하게 놔둬. 빈이가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빈이는 너보다 어리지 않아. 너보다 겨우 10분 정도 어릴 뿐이야. 게다가 남자로서 빈이는 당연히 그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해. 남존여비라고 당연히 남자가 무거운 짐을 지게 해야지.”고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 그 생각은 너무 보수적이에요.”“남들에게는 보수적인 사상일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남자가 무거운 짐을 지게 하고 딸이 가볍게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 우리 집안의 규칙이야.”진미리는 고현 옆에 앉았다.고현은 진미리와 논쟁하려 하지 않고 바로 머리를 수그렸다.“네네, 우리 엄마는 가장 예뻐요. 우리 엄마가 하신 모든 말은 다 정확해요.”진미리는 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엄마, 또 왜요? 오후 내내 저를 노려보신 횟수가 지난 20여 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요.”진미리는 딸의 허벅지를 툭툭 치며 꾸지람했다.“똑바로 앉아! 사나이처럼 앉지 마. 넌 지금 우리 가문의 딸이야. 고씨 가문의 아들이 아닌 딸이라고! 그리고 앉자마자 하이힐을 벗지 마. 어느 집 딸이 자리에 앉자마자 하이힐을 벗는 것을 봤어?”고현은 투덜댔다.“
전호영의 전화를 받은 고현은 잠시 멈추고 쉴 수 있는 핑계를 주었다.고현은 자신의 하이힐을 신고 걸어 다니는 자태를 감시하고 있는 진미리에게 말했다.“엄마, 호영 씨 전화예요.”“그래.”고현은 소파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앉았고 그녀의 걸음걸이 자태를 보던 진미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따라왔다.남자의 분장에 익숙해진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하이힐을 신으면 진미리의 요구대로 잘 걸을 수 없었다. 재벌가 딸들의 우아한 자태로 걷는다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현은 하이힐을 신고 삐뚤삐뚤 걸어 다녔다.어쨌든 진미리는 고현이 하이힐을 신고 걷는 모습이 매우 못마땅했다.고현은 소파에 앉자마자 바로 하이힐을 벗어 던졌다.진미리는 고현의 상황을 살피지도 않은 채 하늘을 찌르는 듯한 굽 높은 신발을 신고 걷는 연습을 시켰다. 비록 연회에 참석할 때 신을 하이힐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말이다.고현은 내심 불만이었다.하지만 진미리는 굽 높은 신발로 연습을 해야 연회 때 신어야 할 하이힐을 쉽게 신을 수 있다고 했다.“호영 씨.”고현은 부드럽게 전호영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처럼 전호영의 전화를 기다린 적이 없었고 또한 이렇게 부드러운 말투로 전호영의 이름을 부른 적도 없었다.그녀는 성격이 차가운 편이라 전호영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그에게 부드럽게 대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여자들처럼 애교도 부리지 않았다.가끔 고현이 전호영과 이야기할 때 약간의 웃음을 띠면서 말을 건네기만 해도 전호영은 며칠 동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오후에 회사에 돌아가지 않았어요. 반나절을 쉬려고 우리 부모님 집으로 왔어요.”고현의 부드러움은 전호영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만 사용됐고 다시 입을 열어 말했을 때는 말투가 정상으로 돌아갔다.전호영이 물었다.“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그녀는 워커홀릭이라 결혼하기 전의 전태윤처럼 평일에 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말이 되어 집에서 쉰다 해도 사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고현은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