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영은 바로 웃으면서 일어났고 오른손을 내밀어 고현과 악수했다.”고현은 전호영과 악수를 한 후 손으로 앉으라는 의사표시를 했다.전호영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고현은 어머니 옆에 앉았다.고 사모님은 도량이 비범한 딸을 흘겨보았고 건너편 전호영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의 딸이 전호영보다 더 남성스러워 보였다.“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고 사모님은 부드럽게 딸에게 물었다.“지금쯤이면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어요. 이참에 아빠와 엄마를 뵈러 왔죠.”고현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외부인이 있기에 고현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행동했다.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이 여성인 것을 눈치채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전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고현은 전호영에게 물었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오늘 도착했어요. 회사 일 때문에 일이 좀 있어서 잠시 출장을 온 거예요. 저번에 아주머니와 같이 식사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인상 깊어 오늘 또 찾아뵙게 되었어요.”“호영아, 앞으로 강성으로 올 때면 자주 여기로 들러. 아주머니도 너와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걸!”고 사모님은 이 젊은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전호영은 언변이 아주 좋았다.전호영은 상대방의 연령대가 좋아할 만한 옛날의 재미있는 이야기만 꺼내어 말했다.비록 옛날 시절의 사람은 아니지만 전호영의 할머니가 자주 전영호에게 그 시절 얘기를 말해준 덕에 전영호도 많이 알게 되었다.그 때문에 전영호도 고 사모님과 지인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전영호는 고 사모님처럼 중년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눌 때 아들딸의 결혼 얘기거나 요리 같은 화제에도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잘 이어 나갔다.고 사모님은 딸의 과묵함에 익숙해져 평소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문득 고 사모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니 전호영을 맘에 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겨우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고현은 경호원 한 명을 불러 전호영의 운전기사로 그를 호텔로 데려다주면 되리라 생각하고 나지막이 대답했다.“아버지, 알았어요.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몇 잔만 마실 거야. 네 엄마가 있어서 많이 못 마셔. 네 엄마도 내가 취하도록 마시게 놔두지 않으실 거야.”고 아저씨가 취하게 된다면 아내가 시중들어야 해서 몸을 생각해서라도 그의 아내는 남편이 취할 정도로 술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현은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을 뵙고 이내 떠나려고 했지만 집에서 밥을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저녁 식사하기를 기다려야 했다.고현은 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 일러 앉아 있기가 너무 지루하고 불편했다.전호영이 자꾸 고현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는데 고현은 자신이 민감한지 아닌지 헷갈렸다.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현아, 호영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는데 얼른 데리고 가서 집구경이나 시켜주렴. 저녁 식사 시간도 아직 이른데 같이 나가서 산책이나 할 겸 구경시켜주고 와.”고 사모님은 딸이 짜증을 내는 기색을 눈치채고 딸에게 부탁했다.고현이 밥도 먹지 않고 돌아갈까 봐 걱정했다.고 씨 본가는 분명히 고현의 집인데도 고현은 일이 너무 바빠서 항상 집을 호텔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현은 가끔 집에서 밥만 먹고 가거나 손님처럼 밤에 잠만 자고 이내 출근하러 가는 것이 습관 되었는지 집에 대한 귀속감이 없었다.고현은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전호영에게 말했다.“전 대표, 같이 나갑시다.”전호영은 웃으며 일어나 고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고 씨 본가로 나선 전호영이 말했다.“고 대표가 집에 있는 게 너무 불편하게 느껴져요. 평소엔 집에서 잘 안 지내죠?”“우리 집과 회사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가 회사 부근에 집 한 채를 샀거든요. 평소에는 그 집에 가서 살기 때문에 본가로 잘 오지 못해요.”전호영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고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전 대표도 결혼 재촉에 시달릴 줄 몰랐어요. 전 대표가 이렇게 훌륭한데 전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거 아니에요.”“저를 따르는 사람은 있어요. 그러나 제가 안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와는 상관없게 되는 거예요.”전호영은 자신이 많은 구애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사실 그들 집안의 형제들은 모두 많은 구애자가 있었다.심지어 전 씨 집안 아홉째 아들은 성인이 아닌데도 불과하고는 학교 여학생들의 연애편지를 자주 받고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현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고현은 그녀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좋아할 수도 없었다.고현도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여자이기 때문이다.고현은 정상적인 여자이고 레즈비언이 아니었다.고현은 결코 그 그녀들의 감정을 받아 일수 없었다.고현은 방금 집에 가기 전에도 한 스타의 고백을 거절했다.“전 대표가 너무 훌륭해서 그래요.”고현은 전 대표를 칭찬했다.그 칭찬도 사실이기 때문이다.전호영은 확실히 훌륭했고 그들 가문의 형제들도 모두 훌륭했다.전씨 가문의 모든 남자는 가족의 지탱이 없어도 스스로 창업하고 성공했기 때문이다.고현의 아버지는 항상 전씨 가문의 할머니가 자손을 잘 교육한다고 칭찬했다.그 어르신의 지도하에 전씨 가문의 자손은 모두 인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자손들이 훌륭해야 지킬 수 있는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자손이 능력이 있다면 조상들이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아도 더 많은 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대표도 엄청 훌륭하신데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전호영은 고현에게 물었다.“아직 없어요. 매일 스케줄이 꽉 차서 바쁘다 보니 연애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어요. 저를 따르는 여자들은 많지만 전 대표 말대로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잖아요.”“저는 상대방의 가문에 요구조건이 없어요. 물론 가정환경을 중시하죠. 한 가정의 가풍이 중
“할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태 할아버지는 심한 바람둥이셨거든요.”“그 시절의 사람들은 집안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삼, 사첩이었지만 본처인 태 할머니는 매우 속상했대요. 자식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혼인을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 거죠.”“우리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고생한 것을 봐오셔서 아주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태 할머니가 집안을 다스리게 되실 때부터 어르신께서 그 가정 규칙을 세우셨고 조부뻘 때부터 대대로 이를 지켜오셨기에 밖에서 복잡한 남녀관계는 전혀 없었어요. 일단 결혼하면 평생 그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거죠.”“저와 제 동생도 그럴 겁니다. 앞으로 결혼을 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결혼에 충실할 거예요. 결혼은 평생의 큰일이니 충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전호영은 걸으면서 고씨 가문 정원의 풍경을 감상했다.서원 리조트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웠다.부지도 넓고 아름답지만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운 환경에 익숙해져서인지 전호영은 자신의 리조트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씨 대표는 상대방이 가풍이 좋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요구가 있어요?”“제가 조건에 맞는 여자가 있는지 알아보고 소개해 드릴게요. 제가 중매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고현은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 당신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 대표가 집안 어른들의 결혼 재촉으로 강성으로 패해 오셨잖아요.”“전 대표 아직 서른도 안 됐죠?”“저는 올해 방금 스물아홉이에요. 고 씨 대표보다 한 살 많을 거예요. 저는 우리 남자들, 특히 우리처럼 사업에 성공한 남자는 35세에 결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우리 집 어른들은 필사적으로 재촉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큰형을 앞세워 막았는데 둘째 형마저도 약혼녀가 있으니 저의 어머니께서 많이 조급해하셔요. 제가 마치 팔지 못하는 상품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푸웁!”고현은 또 웃고 말았다.전호영은 유머 적이었다.고현의 부모님이
고현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전호영을 바라보았다.가까이에 있는 정호영의 눈을 바라보며 고현은 순간 정호영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봤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더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강성의 사람들은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고현은 20여 년 동안 남장을 했기에 경험이 풍부했고 바지를 벗기지 않는 이상 아무도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아낼 수 없었다.전호영은 여러 번 강성에 왔지만 고현과의 접촉시간이 짧았기에 전호영은 고현의 신분을 알 수 없다.“전 대표, 남자에게 관심 있으세요? 만약 남자를 집에 데려간다면 전 대표 당신 집안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전호영이 이 정도로 가까이 왔는데도 고현은 여전히 담담했다.전호영은 마음속으로 고현의 정신력이 좋다고 생각했고 고씨 가문의 도련님답다고 느꼈다.“제가 남자에게 관심은 없지만 제가 정말 남자를 집에 데려가면 어른들은 한동안 못 받아들이겠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받아들일지도 몰라요. 우리 어르신들은 늘 우리가 좋으면 다 된다고 말씀하셨거든요.”고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어르신들 사상이 참 현대적이네요.”“저는 동성에게도 관심이 없어요.”고현은 동성에게 관심이 없다고만 했지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은 개방하기로 유명하세요. 고 대표, 우리 서로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기로 약속해요.”고현은 말이 없었다.전호영은 진담으로 받아들였다.고현은 웃어넘길 뿐 더는 이 주제에 관해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전호영이 계속 강성에 있을 수도 없었기에 만약 그가 다시 이 일을 묻는다면 고현은 아무 핑계나 대고 거절할 계획이었다.고현이 전호영과 함께 고택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야 하인이 와서 저녁 식사하셔도 된다고 알려주었다.두 사람은 비로소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고 사모님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 딸의 키와 카리스마가 전호영과 뒤떨어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이 딸에게 무
고 아저씨도 신나게 마셨다.전호영의 주량도 만만치 않아 그 둘은 후회 없이 마셨다.고 사모님은 남편에게 한마디 건넸다.“호영은 당신보다 한 세대 아래 되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아들뻘 되는 애한테 동생으로 부르면 어쩌자는 거예요. 촌수도 맞지 않아요.”전호영은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할머니가 고현을 아내로 맞이하라는 말이 생각났다.미래의 장인어른과 호형호제한다면 확실히 촌수가 맞지 않다.고 사모님이 남편을 질책했지만 정호영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고 이사님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나와 호영이 이제야 만난 것이 너무 유감스러워. 호영아, 난 너를 친구로 생각해. 우리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친구야. 시간이 될 때마다 매일 와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자!”“좋아요. 고 씨 아저씨의 요청이라면 제가 아무리 바빠도 모든 일을 미루고 고 씨 아저씨와 술을 마시러 올 거예요.”고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아빠, 전 대표가 일이 얼마나 바쁜데요. 지금의 아빠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에요.”고현은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고 씨 그룹은 겉으로 여전히 고현의 아버지가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손을 뗀 지 꽤 오래되었고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고현이가 처리하고 있었다.“아버지가 이렇게 마음 편히 손 놓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토록 훌륭한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지.”고현의 아버지는 호영을 향해 딸을 칭찬하며 말했다.“호영아, 아저씨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은퇴하여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는 이유가 바로 우리 아들 덕이야. 내가 없어도 우리 그룹은 점점 더 잘 되어가고 있잖아. 우리 아들 한 명이 다른 집 아들 열병과 맞먹는걸.”“우리 고빈 이와 현이는 쌍둥이야. 고빈이는 우리 현이와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집 아들 다섯 명과 맞먹는 실력이지.”고 대표는 평생 가장 기뻤던 일이 아내와 쌍둥이를 낳은 것이라고 여겼다.두 아이가 모두 훌륭했고 비록 아들이 딸만큼 듬직하지 않지만 혼자서도
고현은 부모님의 행동을 못 본 척했다.고현은 자신의 경호원더러 전호영을 호텔까지 바래다주라고 계획했다.하지만 고현의 아버지가 말했다.“현아, 호영이가 술을 너무 마셨어. 너의 차에 태워서 데려다줘. 아빠가 호영이가 가는 길에 아무도 호영을 돌봐주지 않아 불편해할까 봐 그래.”고현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답했다.“알았어요.”자신은 틀림없이 부모님이 주워온 것이라고 고현은 생각했다.부모님은 고현의 남매에 대해 이 정도로 배려해주고 관심해 준 기억이 없었다.고현 부모님의 요청으로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전호영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전호영의 마이바흐는 고씨 가문의 경호원이 전호영이 묵은 호텔로 몰고 갔다.차가 고 씨 가문의 본가를 빠져나갔다.고현은 차에 타고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은 전호영을 흘겨보았다.“전 대표, 취하셨어요?”“취한 것은 아니지만 술 뒤끝이 너무 강한 탓인지 지금 좀 어지러워요. 제정신은 멀쩡해요.”고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을 꺼냈다.“우리 부모님께서 호영 씨를 매우 좋아하셔요. 저는 저의 부모님이 다른 집 자식을 이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처음 보았어요. 우리 아버지께서 오늘 심지어 오랫동안 간직해 온 좋은 술을 당신과 함께 마셨는걸요.”“그 술은 마실 때 매우 맛있지만 끝 맛이 매우 강해요. 종종 마실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금방 취하게 돼요.”전호영은 눈을 뜨고 고현을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그 술의 뒤끝은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고 씨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평소 매우 고독하시죠? 당신 형제들 매일 사업 때문에 바빠서 부모님 곁에 있을 시간이 적으시잖아요.”“저의 가장 우수한 장점은 바로 사람들과 대화를 잘 나누는 거예요. 그래서 고 씨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저를 좋아하게 됐나 봐요.”고현은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전 씨의 요식업이 전 대표 손에 넘어가더니 업계 앞자리를 차지 하나 했어요. 전 대표가 이렇게 말재주가 좋을 줄 몰랐네요.”전호영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었었다.
“어느 업계를 관리하는지 모르세요? 전 씨 그룹의 주요 산업이 요식업이에요. 그 주요 산업을 호영에게 맡긴 후로 승승장구하여 지금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이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우리 집안의 사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고현의 아버지는 감탄했다.“현이는 스물여덟인데 아직도 자신의 여성 신분을 드러내 놓으려 하지 않다니.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야. 평생 남자로 살 생각은 아니겠지? 그것도 홀아비 남자로?”고 사모님이 말했다.“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 분장하기 좋아했잖아요. 동생과 형제처럼 지내기도 했고요. 애들은 어렸을 때 너무 비슷하게 생겼고 귀엽기도 해서 성별을 분간 못할 정도였어요.”“그런데 어른이 되어 이제는 남자 행세를 하면 안 되는데 당신은 기어코 고현이가 좋아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고 해서 이게 뭐예요.”“현이가 형이 되고 싶다고 하니까 당신이 또 허락하셨고요. 20여 년을 남자로 살아왔는데 여자로 살고 싶어 하지 않으면 어떡해요.”“제가 사놓은 하이힐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치마는 옷장 밑바닥에 숨겨둔 지 오래됐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물건은 다치지도 않아요.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제가 아들 둘 낳은 줄 알겠어요.”고 사모님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팠다.다행히 고현이는 생리를 하고 있었고 풍만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이런 현상들은 고현이가 여성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우리가 현이를 바꿀수 있다는 희망은 접는 게 좋을 거야. 현이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어. 현이가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 그는 결국 여성 옷을 입을 거고 점점 여성의 부드러움을 찾게 될지도 몰라.”그러다가도 고현의 아버지는 이내 질투하기 시작했다.“우리 이쁜 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자기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내가 또 그 남자를 질투하게 될지도 몰라.”고 사모님은 화났는지 톡 쏘아붙이며 말했다.“현이 주위에는 예쁜 여자들뿐이지 남자가 한 명도 없어요. 당신의 현이도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