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진에게 욕설의 퍼부은 뒤 김은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아, 우리 우빈을 데리고 와줘. 우빈이는 우리 형인의 유일한 핏줄이잖아. 자기 아들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면 우리 형인이가 더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몰라.”하예진은 또 김은희를 위로했다.“우빈이가 예정이과 소현이 따라 고향 집으로 돌아가 채소 사고 있을 거예요. 제가 예정이에게 전화해서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볼게요.”하예진은 전 시부모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하예진은 주형인이 버텨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우빈은 분명 그의 아들이고 병문안 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예진과 주형인은 비록 이혼했지만 하예진은 아들 앞에서 주형인을 나쁘게 말한 적 없었고 주형인더러 아빠를 원망하라고 가르치는 일은 더욱 없었다.주형인도 우빈의 양육비를 책임졌기에 아빠 노릇을 어느 정도 한 셈이다.김은희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김은희는 자꾸 아들이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아들이 이겨내기를 기도했다.하예진은 이내 자리를 떠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바로 언니의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언니, 무슨 일이야?”이쯤 때면 언니가 병원에서 못된 노 대표를 돌보고 있을 시간인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하예정도 걱정스레 물었다. “우리 우빈이 너와 같이 있어?”“나는 소현 언니와 같이 고향으로 왔어. 여정이 너무 길어 우빈이는 태윤 씨 따라 회사에 갔어.”“알았어. 내가 제부에게 전화해볼게.”“언니, 노 대표가 우빈이를 보고 싶어 해서 그러는 거야?”하혜정은 노동명이 어린 녀석을 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주우빈은 며칠에 한 번씩 하예진을 따라 병원에 있는 노동명을 찾아가곤 했다.노동명은 어른들에게는 무뚝뚝하지만 주빈에게는 아주 마음이 약했다.주우빈이 울음만 터지면 노동명은 마음이 약해져서 주우빈의 요구라면 뭐든지 다 들어줬다.하예진은 한참 말이 없다가 답했다.“예정아, 주형인 씨 남매가 사고를 당했어.
”주형인 보호자분!”“선생님, 우리가 형인의 아빠와 엄마예요. 우리 아들의 상황은 어떤가요?”주경진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키는 김은희를 부축하며 다급하게 물었다.의사는 이내 답했다.“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너무 엄중한 탓에 아직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일단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으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깨어 날 수 있을지는 환자의 의지에 달렸어요.”김은희는 저도 모르게 온몸에서 힘이 풀렸다.주경진과 하예진이 함께 부축한 덕에 김은희는 넘어지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형인이는 아직도 젊은데...꼭 살려주세요.”김은희는 의사 가운을 움켜쥐며 울부짖었다.“아주머니.”하예진은 김은희의 손을 잡아당겨 의사에게 사과하고는 고맙다고 인사했다.의사는 보호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말했다.“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환자분이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주형인이 너무 많이 다쳐 의사가 노력했는데도 숨만 간신히 붙어있다는 말씀이다.주형인은 여전히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고 중환자실에 옮겨질 것이고 살아날 수 있을지는 주형인 의지에 달린 것이다.한 마디로 의사는 최선을 다했다.“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하예진은 의사 선생님께 다시 한번 인사드렸다.주경진은 아내를 달래며 위로했다.“여보, 그만 울어. 우리 형인이 아직 살아있잖아. 그만 울어.”김은희는 주경진에 의해 부축되어 의자에 다시 앉았다.김은희는 하예진에게서 휴지를 건네받아 눈물을 닦은 후 뭐가 생각났는지 하예진에게 급히 말했다.“예진아, 예정 씨에게 전화해. 우빈이를 데려올 필요 없다고 말이야. 형인이는 살아있고 중환자실에 들어갔기에 보호자가 들어갈 수도 없을 거야. 우빈이가 여기 와서 아빠도 못 볼 텐데 오지 말라고 해.”“병원이 좋은 곳도 아니고 게다가 애가 아직 너무 어려.”아들이 살아날 수 있을지 김은희는 몹시 걱정되었다.주형인이 없으면 주경진
서현주는 경찰에 잡혀가 감옥에 갈 예정이었지만 임신했기 때문에 옥외집행을 받았다.지금은 애가 없어졌고 게다가 칼로 사람을 상하게 했으니 죄에 죄를 더한 것이다.만약 주형인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죽는다면 다시 재판받아 사형은 금하지 못할 것이다.하예진은 입원 부에 가서 노동명 모자를 찾으려 했는데 마침 윤미라의 전화를 받고 그들이 병실로 돌아온 것을 알았다.하예진은 바로 노동명의 병실로 향했다.“예진 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우리 넷째 도련님이 또 화를 내시고 물건을 함부로 부수고 있어요. 만져지는 물건은 죄다 부쉈어요.”하예진이 돌아 온 것을 보자 노씨 가문의 경호원은 그녀에게 노동명이 화내고 있다고 일렀다.“동명 씨가 왜 또 화내는 건데요?”하예진은 문을 열면서 물었다.경호원은 답했다.“저희도 잘 몰라요. 사모님이 도련님을 밀고 돌아온 지 몇 분 만에 저렇게 집으로 가겠다고 떠들고 있어요. 사모님께서 위로해도 쓸모없었어요.”하예진은 이미 병실에 걸어 들어갔다.“퇴원할 거야. 집에 갈 거야! 이제는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일분도 여기 있기 싫어!”노동명은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손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움직일 수 있으니 잡히는 대로 죄다 부숴버렸다.그리고 지금 병실은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의사와 간호사는 노동명에게 진정하라고 권하고 있었다.윤미라는 이 광경을 보면서 조급해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노진규는 습관 되었다는 듯이 차분히 땅에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었다.“동명 씨, 아직 퇴원할 수 없어요. 조금만 더 버티면 퇴원할 수 있어요. 보세요. 지금 많이 좋아졌는걸요. 더는...”“어디가 나아졌어? 말해봐! 혼자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만 앉아 다니는 것이 좋아진 거야? 여기서 누워있을 바에는 집에 가서 누워있는 것이 나아!”사실 노동명은 기분이 안 좋았다.주형인 지금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 놓였다.하예진이 전남편이자 애 아빠인 주형인을 보러 간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데도
노동명은 바로 하예진에게 퇴원 절차를 밟으라고 재촉했다.의사는 맘속으로 노동명을 원망했다.‘매일 이렇게 소란을 피워 우리 의사와 간호사들도 너무 피곤해. 조기 퇴원은 너에게 영향도 크지 않으니 퇴원을 원하면 제발 퇴원해!’노씨 가문은 돈도 많아 개인 주치의도 있다.노동명이 퇴원한 후에도 노씨 가문에서는 전문의를 청해 노동명을 돌보게 할 것이다.“의사 선생님, 제 아들이 정말 퇴원해도 될까요?”윤미라는 아들이 퇴원하면 의외의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환자분께서 퇴원을 고집하시면 퇴원하셔도 좋아요. 퇴원해서 집에서 요양하면 기분도 좋아져 더 빨리 나아질 수도 있어요.”의사의 동의를 받은 윤미라는 경호원을 불러 병실을 정리하라고 지시했고 윤미라 부부는 퇴원 수속 밟으러 나섰다.화가 난 노동명은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예진에게 맡겼다.드디어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노동명은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고 소란도 피우지 않았다.노동명은 병실 홀에 앉아 조용히 텔레비전을 보며 부모님이 퇴원 절차를 밟아 주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하예진은 노동명의 옆에 앉아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해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진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었다.노동명은 느닷없이 물었다.“전 남편이 살아계셔?”“살아있어요.”노동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팔자가 정말 세군.”하예진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의사 선생님께서는 형인 씨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중환자실로 옮겨져 깨어날 수 있을지는 본인 의지에 달렸다고 하셨어요.”“웬일이래? 서로 무척이나 사랑한다더니.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다니...”노동명은 비웃으며 말했다.노동명은 주형인과 하예진의 이혼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주형인과 서주인은 관계가 매우 좋았고 심지어 하예진이 입원했을 때 그녀를 보러 올 때마저도 서현주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였다.주형인 친아들의 생명이 위험할 때조차도 서현주를 보호하려 한 것을 보면 진심이었던 모양이다.“몰라요. 갑자기
전태윤은 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제야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축하해, 동명아. 내가 마침 때맞춰 왔네. 마침 널 집에 데려다주면 되겠어.”노동명은 답했다.“집에 누워있는 게 더 편해. 이젠 링거도 맞지 않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서 누워 있을 거야. 집에 가면 기분도 많이 나아질 것 같아.”가능하다면 노동명은 평생 병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아저씨, 다 나아진 거예요?”주우빈은 노동명 곁으로 다가가서 걱정스레 물었다.“아저씨는 오늘 퇴원할 거야.”노동명은 주우빈을 끌어당기며 안아 올려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려 했다그러나 주우빈이 발버둥 치며 앉지 않으려 했다.주우빈은 꼬마 어른처럼 말했다.“ 저 아저씨 다리에 앉지 않을래요. 아프시잖아요.”하예진은 노동명의 다리를 다쳐 아프니 당분간 노동명의 다리에 안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주우빈은 엄마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었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우빈이가 가만히 앉아 기만 하면 괜찮을 거야. 감당할 수 있어.”사고 당시 통증에 비하면 이만한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노동명은 다시 주우빈을 안아 그의 다리에 앉혔다.주우빈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내 노 동명에게 물었다.“아저씨, 다리가 아파요? 아프면 우빈이 내려갈게요.”“알았어.”철이 든 주우빈을 보고 노동명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같이 있는 내내 웃고 있었다.전태윤은 한쪽에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하예진은 옆에서 노동명의 물건을 정리해 주었다.가끔 노동명은 하예진이 짐 정리하는 모습을 힐끗 보다가 또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하예진에 대한 감정을 감추고 싶은 것이다.“태윤아, 지금 우리 회사 상황은 어때?”노씨 그룹은 지금 노동명의 둘째 형님이 잠시 맡고 있었다.노동명의 형님은 필경 노씨 그룹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아주 바빠 보였다.가끔 노동명이 전화해서 회사의 상황에 관해 묻기도 했다.노동명의 형의 대답은 항상 노동명을 어이없게 만들었다.전태윤에게 물어보는 것이 오
“잘 될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을 격려했다.“동명아, 너는 매우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야. 자신을 믿고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분명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의사들 모두 네가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어.”노동명은 한참 침묵했다.의사는 노동명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뿐 그가 반드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아저씨, 힘내세요!”주우빈은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고 불쑥 노동명에게 힘내라고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노동명은 웃으며 주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전태윤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누나도 이젠 레스토랑을 찾고 리모델링 하는 중이야. 곧 정상 영업할 수 있게 되었어. 동명아, 우리 누나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너도 포기하면 안 돼.”“하루 토스트 가게는 문 닫은 거야?”하예진은 사업상의 일은 지금까지 노 동명에게 말한 적이 없고 노동명도 묻지 않았다.노동명은 하예진과 자신은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예전처럼 다리가 멀쩡해지지 않은 이상 노동명도 하예진을 곁에 두지 않으려 했다.하예진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하예진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다는 생각에 노동명은 가슴이 칼에 베인 것 처럼 아팠다.“하루 토스트 가게는 운영방식을 바꿨을 뿐이지 계속 운영되고 있어. 누나는 두 직원이 가게의 주식을 매입하게 하고 해마다 이익을 배당시켜 주기로 했어.”“그리고 평소 가게운영은 두 직원에게 맡기고 누나는 주식의 80%를 점유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어. 또 다른 직원 두 명을 더 청해 가게 일을 돕기로 하고. 누나는 매일 돌아가서 장부만 보면 되거든.”“이렇게 되면 시간을 내 새로운 식당을 운영할 수도 있고 말이야.”하예진은 새로운 가게에 더 많이 투자했다.하루 토스트 가게에서 벌어온 이익과 자신의 적금을 모두 새로운 가게에 투자한 것이다.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잇지 않았다.노동명은 알고 있었다.하예진이 지금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우
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명아, 우리 누나를 위해서라도 재활 치료를 잘 받고 빨리 회복하는 건 어때? 정말 누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참을 수 있겠어?””“네가 정말 참을 수 있다면 내가 할머니께 말씀드려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를 소개해주라고 말할 거야. 만약 정말 서로가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면 나와 예정이는 친정 식구로서 최대한 화려한 결혼식을 마련해 줄 거야.”노동명은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동명은 하예진이 좋았다.너무 사랑했다.사고로 목숨까지 위태로워진 주형인을 찾아가는 하예진을 보며 하동명은 질투에 눈이 멀어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쳤다.퇴원하려는 이유는 단지 하예진이 전남편을 찾아가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전씨 할머니도 훌륭한 남자 몇 명을 하예진에 소개해 주겠다고 말하셨다.만약 노동명이 정녕 하예진을 보낼 수 있다면 전태윤은 전씨 할머니께 부탁드릴 참이었다.“동명아,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을 먼저 포기해 버린다면 정말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을 거야.”노동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태윤아, 네 말대로 할 거야. 퇴원 후 재활 치료도 열심히 할 거야. 내 다리가 감각을 잃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 할 거야. 꼭 일어나서 걸을 거야!”1년이고 3년이고 심지어 10년을 견지하여 꼭 일어날 계획이었다.물론 하예진을 위해서라도 하동명은 10년까지 끌어서는 안 되었다.그들은 이제는 스무 살의 젊은이가 아닌 삼십 대로서 더이상 시간을 끌면 늙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하동명은 하예진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았다.“힘내. 넌 꼭 해낼 거야!”“주씨 집안이 피바닥이 된 이유를 넌 알고 있어?”노동명은 친구의 격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그리고 물었다.주형인이 죽지 않는 한 그는 노동명의 강력한 적이었다.주우빈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이었다.주우빈의 아빠 신분만으로도 주형인은 아들 핑계로 하예진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내가 이 소식을 정남이에게 전달했어. 정남이는 아내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
김은희는 주우빈을 꼭 끌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그래, 아빠는 괜찮아질 거야. 꼭 회복될 거야. 우빈아, 아빠는 널 사랑해. 네가 아빠를 보러 온 걸 알면 꼭 힘내서 다시 일어날 거야.”주우빈은 할머니 품에 안겼다.어린 주우빈은 아빠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빠의 사랑이 엄마의 사랑보다 못한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빠는 현주 아줌마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주우빈을 내팽개치고 떠났었다.아빠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주우빈은 마음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따르릉...”하예진의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하예정의 전화였다.하예진은 자리를 떠나 전화를 받았다.“언니, 아직도 병원에 있어?”“응, 우빈 데리고 형인 씨 보러 왔어. 동명 씨도 퇴원할 거야. 좀 있다가 떠나려고 해.”노동명이 퇴원하여 집에 돌아가면 하예진은 자신이 노씨 가문으로 따라가 노동명을 돌 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노동명이 주로 해야 할 것은 재활 치료이기 때문이다.하예진이 새로 개업한 가게에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계속 노동명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주형인 안 죽었지?”“살아있지만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셔. 이젠 주형인 자신의 의지력에 달렸어.”하혜정은 주형인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전 형부에 대한 동정심은 조금도 없었다.조카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겨우 몇 마디 물어본 것뿐이다.하지만 주우빈이 없어도 하혜정은 이 일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하혜정은 주형인과 서현주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효진이가 나한테 이유를 알려줬어. 태윤 씨가 남편에게 알아보라고 해서 정남 씨가경찰 쪽에서 소식을 들었거든. 경찰서에서도 곧 통보할 거야.”“서현주는 주형인이 점심시간에 집에서 쉬는 틈을 타 방에 숨겨둔 날카로운 칼로 주형인을 마구 찔렀대.”이것이 덩치 큰 주형인이 서현주에게 찔려 중상을 입은 이유였다.“서현주는 유산된 후 산후조리를 마친 뒤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