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제야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축하해, 동명아. 내가 마침 때맞춰 왔네. 마침 널 집에 데려다주면 되겠어.”노동명은 답했다.“집에 누워있는 게 더 편해. 이젠 링거도 맞지 않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서 누워 있을 거야. 집에 가면 기분도 많이 나아질 것 같아.”가능하다면 노동명은 평생 병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아저씨, 다 나아진 거예요?”주우빈은 노동명 곁으로 다가가서 걱정스레 물었다.“아저씨는 오늘 퇴원할 거야.”노동명은 주우빈을 끌어당기며 안아 올려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려 했다그러나 주우빈이 발버둥 치며 앉지 않으려 했다.주우빈은 꼬마 어른처럼 말했다.“ 저 아저씨 다리에 앉지 않을래요. 아프시잖아요.”하예진은 노동명의 다리를 다쳐 아프니 당분간 노동명의 다리에 안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주우빈은 엄마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었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우빈이가 가만히 앉아 기만 하면 괜찮을 거야. 감당할 수 있어.”사고 당시 통증에 비하면 이만한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노동명은 다시 주우빈을 안아 그의 다리에 앉혔다.주우빈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내 노 동명에게 물었다.“아저씨, 다리가 아파요? 아프면 우빈이 내려갈게요.”“알았어.”철이 든 주우빈을 보고 노동명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같이 있는 내내 웃고 있었다.전태윤은 한쪽에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하예진은 옆에서 노동명의 물건을 정리해 주었다.가끔 노동명은 하예진이 짐 정리하는 모습을 힐끗 보다가 또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하예진에 대한 감정을 감추고 싶은 것이다.“태윤아, 지금 우리 회사 상황은 어때?”노씨 그룹은 지금 노동명의 둘째 형님이 잠시 맡고 있었다.노동명의 형님은 필경 노씨 그룹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아주 바빠 보였다.가끔 노동명이 전화해서 회사의 상황에 관해 묻기도 했다.노동명의 형의 대답은 항상 노동명을 어이없게 만들었다.전태윤에게 물어보는 것이 오
“잘 될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을 격려했다.“동명아, 너는 매우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야. 자신을 믿고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분명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의사들 모두 네가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어.”노동명은 한참 침묵했다.의사는 노동명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뿐 그가 반드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아저씨, 힘내세요!”주우빈은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고 불쑥 노동명에게 힘내라고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노동명은 웃으며 주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전태윤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누나도 이젠 레스토랑을 찾고 리모델링 하는 중이야. 곧 정상 영업할 수 있게 되었어. 동명아, 우리 누나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너도 포기하면 안 돼.”“하루 토스트 가게는 문 닫은 거야?”하예진은 사업상의 일은 지금까지 노 동명에게 말한 적이 없고 노동명도 묻지 않았다.노동명은 하예진과 자신은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예전처럼 다리가 멀쩡해지지 않은 이상 노동명도 하예진을 곁에 두지 않으려 했다.하예진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하예진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다는 생각에 노동명은 가슴이 칼에 베인 것 처럼 아팠다.“하루 토스트 가게는 운영방식을 바꿨을 뿐이지 계속 운영되고 있어. 누나는 두 직원이 가게의 주식을 매입하게 하고 해마다 이익을 배당시켜 주기로 했어.”“그리고 평소 가게운영은 두 직원에게 맡기고 누나는 주식의 80%를 점유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어. 또 다른 직원 두 명을 더 청해 가게 일을 돕기로 하고. 누나는 매일 돌아가서 장부만 보면 되거든.”“이렇게 되면 시간을 내 새로운 식당을 운영할 수도 있고 말이야.”하예진은 새로운 가게에 더 많이 투자했다.하루 토스트 가게에서 벌어온 이익과 자신의 적금을 모두 새로운 가게에 투자한 것이다.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잇지 않았다.노동명은 알고 있었다.하예진이 지금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우
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명아, 우리 누나를 위해서라도 재활 치료를 잘 받고 빨리 회복하는 건 어때? 정말 누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참을 수 있겠어?””“네가 정말 참을 수 있다면 내가 할머니께 말씀드려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를 소개해주라고 말할 거야. 만약 정말 서로가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면 나와 예정이는 친정 식구로서 최대한 화려한 결혼식을 마련해 줄 거야.”노동명은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동명은 하예진이 좋았다.너무 사랑했다.사고로 목숨까지 위태로워진 주형인을 찾아가는 하예진을 보며 하동명은 질투에 눈이 멀어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쳤다.퇴원하려는 이유는 단지 하예진이 전남편을 찾아가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전씨 할머니도 훌륭한 남자 몇 명을 하예진에 소개해 주겠다고 말하셨다.만약 노동명이 정녕 하예진을 보낼 수 있다면 전태윤은 전씨 할머니께 부탁드릴 참이었다.“동명아,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을 먼저 포기해 버린다면 정말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을 거야.”노동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태윤아, 네 말대로 할 거야. 퇴원 후 재활 치료도 열심히 할 거야. 내 다리가 감각을 잃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 할 거야. 꼭 일어나서 걸을 거야!”1년이고 3년이고 심지어 10년을 견지하여 꼭 일어날 계획이었다.물론 하예진을 위해서라도 하동명은 10년까지 끌어서는 안 되었다.그들은 이제는 스무 살의 젊은이가 아닌 삼십 대로서 더이상 시간을 끌면 늙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하동명은 하예진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았다.“힘내. 넌 꼭 해낼 거야!”“주씨 집안이 피바닥이 된 이유를 넌 알고 있어?”노동명은 친구의 격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그리고 물었다.주형인이 죽지 않는 한 그는 노동명의 강력한 적이었다.주우빈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이었다.주우빈의 아빠 신분만으로도 주형인은 아들 핑계로 하예진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내가 이 소식을 정남이에게 전달했어. 정남이는 아내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
김은희는 주우빈을 꼭 끌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그래, 아빠는 괜찮아질 거야. 꼭 회복될 거야. 우빈아, 아빠는 널 사랑해. 네가 아빠를 보러 온 걸 알면 꼭 힘내서 다시 일어날 거야.”주우빈은 할머니 품에 안겼다.어린 주우빈은 아빠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빠의 사랑이 엄마의 사랑보다 못한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빠는 현주 아줌마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주우빈을 내팽개치고 떠났었다.아빠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주우빈은 마음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따르릉...”하예진의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하예정의 전화였다.하예진은 자리를 떠나 전화를 받았다.“언니, 아직도 병원에 있어?”“응, 우빈 데리고 형인 씨 보러 왔어. 동명 씨도 퇴원할 거야. 좀 있다가 떠나려고 해.”노동명이 퇴원하여 집에 돌아가면 하예진은 자신이 노씨 가문으로 따라가 노동명을 돌 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노동명이 주로 해야 할 것은 재활 치료이기 때문이다.하예진이 새로 개업한 가게에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계속 노동명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주형인 안 죽었지?”“살아있지만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셔. 이젠 주형인 자신의 의지력에 달렸어.”하혜정은 주형인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전 형부에 대한 동정심은 조금도 없었다.조카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겨우 몇 마디 물어본 것뿐이다.하지만 주우빈이 없어도 하혜정은 이 일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하혜정은 주형인과 서현주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효진이가 나한테 이유를 알려줬어. 태윤 씨가 남편에게 알아보라고 해서 정남 씨가경찰 쪽에서 소식을 들었거든. 경찰서에서도 곧 통보할 거야.”“서현주는 주형인이 점심시간에 집에서 쉬는 틈을 타 방에 숨겨둔 날카로운 칼로 주형인을 마구 찔렀대.”이것이 덩치 큰 주형인이 서현주에게 찔려 중상을 입은 이유였다.“서현주는 유산된 후 산후조리를 마친 뒤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언니, 노 대표 오늘 퇴원하는 거야?”하혜정은 전화기 너머로 언니에게 물었다.“좀 더 입원한다고 하지 않았어?”“동명 씨가 퇴원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지. 진작부터 퇴원하겠다고 난리쳤어. 오늘은 전혀 말릴 수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께 물었더니 퇴원하고 나서 좀 쉬다가 재활 치료 하라고 말씀하셨어.”하예진은 아쉬운 말투로 대답했다.“동명 씨 요즘 변덕이 너무 심해.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니까.”하지만 노동명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예진은 매일 누워있었더라면 자신도 미쳐버렸을 것이라 생각했다.“이제 링거도 맞을 필요 없고 퇴원해서 집에 돌아가 안정을 취하는 것도 좋은 일일 수도 있어. 매일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기분 전환할 겸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노 대표도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그러다 보면 회복도 빨라 질 수 있어.”하예진이 답했다.“응, 이미 짐 정리도 다 했어. 태윤 씨가 우빈이를 데리고 병원에 동명 씨를 찾아왔어. 병원에 온 김에 우빈이에게 아빠도 보여주고. 유리 너머로 잠깐만 본 거지만.”하예정도 언니를 응원해주며 말했다.“언니, 나 이제 돌아갈 준비 해야 겠어. 나중에 말하자.”“알았어. 운전 조심하고.”하예진은 전화를 끊고 돌아서 멀리에 있는 전 시부모님과 주우빈을 쳐다보았다.노진규 부부가 번갈아 주우빈을 껴안고 있었는데 이런 광경은 전에 있어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하예진은 몇 분 동안 묵묵히 있다가 그제야 시부모님에게 걸어갔다.“아저씨, 아주머니. 우빈 아빠는 지금 돌봐줄 필요 없어요. 먼저 돌아가서 쉬면서 뭐 좀 드세요.”하예진은 시어머니 품에 있는 아들을 안아왔고 우빈을 데리고 노동명과 같이 병원을 떠나려 했다.하예진은 노규진 부부를 설득했지만 김은희는 병원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김은희는 그들이 떠나자마자 아들이 사망 선고를 받을까 봐 무척 두려웠다.지금은 그들이 병실 앞에서 지키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만약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떠나려 하지 않았다.
노동명이 퇴원 수속을 마치고 휠체어를 탔고, 경호원이 그를 밀며 계단을 내려갔다.그의 형수는 그가 퇴원한 것을 알고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서둘러 그를 데리러왔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동명의 퇴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경호원이 돌봐주고 있었으니 하예진은 이제 그만 그녀의 일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녀는 윤미라에게 말했다."사모님, 대표님도 이제 퇴원했고 그를 보살펴줄 가족 분들도 많아서 대표님을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저는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새로 개장한 식당이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서 저는 이만 가서 리모델링 상황을 확인하고 싶습니다.”윤미라는 사실 하예진과 집에 같이 가고 싶었다. 그녀가 있으면 윤미라의 아들이 화를 내지도, 건방지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하예진의 피곤한 얼굴을 본 윤미라는 마음이 조금 아파졌다. "예진 씨, 동명이는 우리가 돌보면 돼요. 그러니 이만 가서 일 봐요. 그래도 너무 피곤하게 무리하지는 마요, 그동안 이미 많이 지쳤잖아요.”그녀는 하예진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사모님, 저희는 대표님의 건강만을 바라왔잖아요. 대표님만 괜찮아 지신다면 전 피곤해도 괜찮아요. 그럼 사모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윤미라가 그녀의 손을 놓았다.하예진은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윤미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하예정이 본가에서 떠나 시가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황혼이 가까워 있었기에 그녀는 먼저 언니의 집으로 갔다.언니가 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우빈이 홀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닫으며 그를 불렀다.“우빈아.”주우빈은 이모가 온 것을 보고 TV 리모컨을 놓으며 벌떡 일어나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하예정이 어린 조카를 안고 몇 바퀴를 돌았고 두 사람은 모두 환하게 웃었다.하예진은 방금 요리한 음식 두 접시를 들고 부엌에서 나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예정아, 마침 잘 왔어. 방금 밥 다 했으니까 빨리 손 씻고 와서 밥 먹어.”
"대표님도 퇴원했고, 언니도 집에 있을 것 같아서 와서 밥 얻어먹으려고 왔지. 집에 가면 혼자 밥 먹을 맛도 안 나잖아.”하예정은 주우빈을 안고 식탁 앞에 앉아 있다가 그릇을 가져다가 국을 담았다.관성 사람들은 모두 국을 좋아해서 매 끼니마다 국물이 없으면 밥을 삼키기가 힘들다고 한다.하예진은 동생이 와서 밥을 먹을 줄 알고 반찬 네 가지에 찌개 하나를 준비했다. 찌개는 된장찌개였다."우빈아, 이건 네 국이야. 먼저 마셔봐”하예정이 조카에게 먼저 국 한 그릇을 떠준 뒤 언니에게 한 그릇을 떠주고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국을 떴다.국을 한 모금 마신 후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만족해했다."역시 언니가 만든 국맛은 달라. 집에 있는 요리사가 끓여주는 국도 맛있지만, 그래도 나는 언니가 끓여주는 탕을 가장 좋아해.”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끓여주는 국이 그렇게 좋으면 자주 와서 먹어도 돼.”진수성찬도 싫증이 나서 이제는 평범한 집밥이 먹고 싶어졌다."언니, 노 대표는 이미 퇴원했는데, 그래도 계속 돌볼 거야?”하예정이 물었다."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그 집에는 사람이 많아서 대표님을 잘 돌봐줄 수 있으니 난 레스토랑이나 관리해야겠어. 근데 일단 내일 하루는 쉬면서 우빈이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 갈 거야. 우빈이도 이제 곧 유치원에 갈거니까.”"마침 나도 내일 쉬려고 했는데. 우리 그럼 공원 말고 우리 서원 리조트에 가자. 리조트가 공원보다 훨씬 재미있어.”하예진이 그 의견에 동의했다.서원 리조트는 공원보다 더 아름답게 지어졌고, 리조트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주우빈은 서원 리조트에 갈 때마다 집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언니, 이따가 쇼핑하러 가자. 사람들 줄 선물 좀 사가게.”"그래."하예진이 흔쾌히 대답했다.두 자매는 이제껏 매우 바빠서 함께 쇼핑을 한 지 꽤 오래되었다.저녁 식사 후, 쇼핑을 하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하예정은 차에 선물을 가득 싯고 피크 별장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9시 30분 전에 집에 도착할 것
보디가드가 낯선 여자에게 정중하게 물었지만 그 여자는 차체에 기대어 있다가 가방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두 개비를 꺼내 두 명의 경호원에게 건넸다. 경호원은 그녀가 건네준 담배를 거절했다.여자는 개의치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가방을 다시 차에 올려놓고 다시 차체에 기대어 연기를 뱉으며 경호원에게 말했다."전 당신들 사모님을 찾으러 왔어요. 당신들 사모님에게 가서 전해요. 내가 밥을 살테니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젊고 예쁜 여자가 사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우기고 있었기에, 경호원은 이 여자가 도련님을 사모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도씨예요."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다름아닌 도차연이었다.도차연은 전태윤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은 뒤 한동안 전태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자신이 전태윤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태윤이어야만 했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조씨 그룹이 전씨 그룹과 협력하는 동안 그녀가 전태윤 부부를 방해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후계자 위를 박탈하고 사촌 오빠를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했다.이런 아버지의 협박때문에 도차연은 한동안 감히 손을 쓸 수 없었다.하지만 요 며칠,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가면서 이번 출장은 몇 달이 걸린다며 회사를 그녀와 큰 오빠에게 공동 책임으로 맡겼다.아버지가 제지하지 않자 도차연은 그리움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자 관성에 왔지만감히 전씨 그룹에 가서 전태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 가도 전태윤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이렇게 하예정을 만나러 왔다.그녀는 하예정과 직접 겨루어 보고 싶었고 하예정이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전태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사실 이 빌라 촌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어 원래라면 도차연은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
전태윤은 그를 속인 거였다. 하예정은 주우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눈이 왔구나. 우빈이 운이 좋네, 갔는데 바로 눈이 와서 진짜 눈을 볼 수 있게 됐구나.] [눈사람도 만들 수 있네. 이모는 지금까지 눈사람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아침 맛있게 먹었어? 옷 많이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너희 셋째 작은 아버지는 여행 갔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가 따라가면 유치원에 못 가잖아.] 다행히 전호영은 빨리 도망친 덕분에 주우빈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하예정의 답장을 받은 주우빈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하예정과 주우빈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중얼거렸다. “오늘에서야 우빈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알았네. 당신이랑 30분 동안이나 이야기하다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는 앞으로 수다쟁이가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따뜻한 남자가 될 거예요.” 따뜻한 남자에다 수다쟁이라니... “9시가 넘었네요. 부모님과 할머니도 일어나셨을 거예요. 우리도 얼른 서둘러야죠. 창빈 도련님은 오늘 원림성의 A 시로 가는 거예요?” 전태윤은 먼저 그녀의 옷을 가져오며 말했다. “월요일에 갈 거야. 이틀 정도는 집에서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10여 분 후, 부부는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전현림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 그리고 어제 형의 집에서 잔 전창빈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님.” 부부는 전현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현림은 부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어났구나. 아침 식사 준비해 뒀어. 아직 따뜻할 거야. 먹으러 가.”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전태윤이 물었다. “창빈이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창빈이도 같이 갔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산책하러 나가시다니.”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하시길,
“예진아, 늦었어. 얼른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 같이 먹자.” 노동명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하예진은 그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동명 씨, 잘 자요.” “잘자.” 하예진은 그를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달콤한 미소였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출근할 필요도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평소 일찍 일어나던 전태윤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그는 침대에 늘어져 아내의 따뜻한 핫팩이 되어 주었다. 관성의 기온이 떨어져 정말 추웠지만 사실 기온은 아직 10도 정도였다. 낮에는 최대로 10도 중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성 사람들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인터넷으로 두꺼운 옷을 주문했다. 관성 사람들이 옷을 주문하면 판매자들은 재빨리 발송했다. 며칠 후 주문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관성의 추위는 찬 공기가 남하할 때 며칠 동안 추워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발송이 늦으면 날씨가 풀리고 나서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하게 된다.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가장 추운 며칠 동안 전태윤은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그는 보일러를 켜면 하예정이 더워서 자신의 품에 안기지 않을까 봐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건 절대 예정이에게 들키면 안 돼. 아니면 또 교활하다고 할 거야.’ ‘카톡!’ 하예정의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에서 깼지만 움직이기 싫어서 전태윤에게 말했다. “여보,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좀 봐줘요. 너무 시끄러워요.” 전태윤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빈일 거야.” “우빈이는 엄마랑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직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먹여줬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하예진은 그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는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됐네요.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예요. 또 산책하면서 소화라도 좀 시켜야겠어요.” 노동명이 일어나자 하예진과 보디가드가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를 밀면서 호텔까지 걸어가. 산책하면서 소화 시키는 거지.” 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뭐. 그런데 걸어가면 길을 못 찾을지도 몰라요. 길을 잘못 들면 우리 둘 다 강성의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저 원망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 지금은 밤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천천히 밀며 걸었다. 보디가드들은 두 사람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보호했다. 걷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명 씨, 눈이 오네요. 빨리 차 타고 호텔로 돌아가요.” 어느 정도 걷자 하예진은 더 이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니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어려울까 걱정되었다. “그래.” 노동명은 아무런 이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는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이내 그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우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강일구는 주우빈과 함께 있었다. 하예진이 돌아오자 강일구는 방으로 돌아갔다. “우빈이 자고 있어?” 노동명은 방에 들어와 주우빈을 보았다.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보일러 온도는 적당하면 돼, 너무 높일 필요 없어. 우빈이가 땀을 흘리고 있잖아.” 아이는 더우면 이불을 걷어차는 버릇이 있었다. 하예진은 온도를 조금 낮췄다. 노동명은 주우빈의 땀을 닦아주고 이불을 살짝 걷어내 더 덥지 않게 했다. 노동명의 행동을 보며 하예진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주
노동명은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하예진은 다급하게 손을 뺐다. 그녀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아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동명 씨, 진지하게 좀 굴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노동명은 늘 거칠고 대범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쳤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하예정은 언니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명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진지해질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예진아, 앞으로 네가 휴식을 원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다면 나에게 말만 해줘. 아무리 바빠도 내 손에 있는 일을 내려놓고 너와 함께 나갈 수 있어. 일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해. 나는 돈도 충분히 있어. 예전에 번 돈이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했어. 지금 일을 하는 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용돈을 버는 정도야. 나에게는 너와 우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하예진은 그를 꾸짖듯 말했다. “동명 씨가 말하는 약간의 용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 버는 금액이에요. 동명 씨,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예진이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이 좋아 월 순이익이 꽤 높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는 돈에 비하면 그녀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잇, 비교하니까 열 받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온 힘을 다해야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노동명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동명은 업계에서 십여 년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노
우빈은 새 장난감을 들고 호텔로 돌아가 놀고 싶었다.아직 강성의 밤 구경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하예진이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일구 삼촌과 함께 호텔로 돌아가서 놀아달라고 할래? 엄마랑 아저씨랑 좀 더 돌아다니다가 돌아갈게.”우빈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하여 강일구는 우빈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계속 돌아다녔다. 이는 두 사람만의 데이트나 다름없다.“동명 씨, 우리 영화 보러 갈까요? 이 근처에 큰 영화관이 있거든요. 저는 거의 매일 그 영화관 입구를 지나다녔는데도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노동명이 간절히 원하던 바였다.그는 즉시 경호원에게 먼저 영화표를 사라고 지시했고 그와 하예진은 천천히 걸어갔다.십여 분 후, 두 사람은 영화관 입구에 도착했다.경호원은 표를 끊고 간식도 사 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간식을 먹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단지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고 구매한 표도 곧 시작하게 된다.영화관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면 곧 들어갈 수 있었다.노동명은 휠체어를 타지 않고 한 손으로 경호원의 어깨를 잡고 나머지 한 손은 하예진이 부축하여 들어갔다.자리에 앉은 노동명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그와 하예진, 그리고 몇 명의 경호원들이 두 사람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경호원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었다.“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노동명은 자리에 앉은 뒤 감개무량하게 한마디 했다.하예진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저도 몇 년 됐어요.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온 적 없어요.”결혼한 뒤로 영화를 보기는커녕 주형인은 그녀와 함께 쇼핑하는 것조차 점점 더 짜증을 냈다.그는 하예진이 물건을 살 때 항상 물건을 이리저리 비교하여 싼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싫어했다.하예진은 그때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배속의 태아를 돌봐야 했다. 저축한 돈은 모두 신혼집을 꾸미는 데 썼기에 돈 가방
하예진은 아들의 이마를 톡 쳤다.“뭐라고 한 거야?”우빈은 하예진이 때린 곳을 만지며 노동명에게 말했다.“아저씨, 엄마가 절 아프게 때렸어요. ‘호’ 해주세요.”노동명은 재빨리 불어주고는 다시 어루만져주며 하예진을 나무랐다.“예진아, 우빈 이마를 자꾸 치지 마. 똑똑한 애가 멍청해지면 어떡해.”“똑똑하면 똑똑하고 멍청하면 멍청한 아이인 거예요. 제가 몇 번 쳤다고 멍청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멍청한 건 녀석이 원래 멍청한 아이였기 때문이에요.”“우리 우빈은 똑똑하거든 멍청하지 않는단 말이야.”우빈은 하예진에게 혀를 내밀고는 얼른 노동명의 품으로 쏙 들어갔다.노동명 아저씨가 그를 보호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우빈을 아껴주던 노동명은 결국 우빈을 데리고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가게에 들어간 우빈은 노동명 품으로부터 바닥에 미끄러져 내려와 먼저 몇 권의 유아용 스케치북을 가져와서 하예진의 앞에서 귀여운 얼굴을 들고 물었다.“엄마, 이거요. 저 장난감을 더 사도 돼요?”노동명이 녀석에게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녀석은 엄마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하예진이 그에게 새 장난감을 사지 말라고 고집한다면 그도 사지 않을 것이다.하예진이 대답했다.“하나만 사.”우빈이가 대답했다.“네.”우빈은 장난감 몇 개 더 사려고 했지만, 하예진이 한 가지만 살 수 있다고 하니 하나만 사는 수밖에!녀석은 얼른 가서 그의 장난감을 고르고 있었다.노동명은 우빈이가 여러 장난감을 어루만지며 전부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사랑하는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이 좋아하는 건 다 사자. 내가 선물로 사줄게.”“동명 씨, 너무 아이 뜻에만 따르면 안 돼요. 한 가지만 고르게 해요. 장난감도 가지고 왔던데.”그러나 하예진은 아들에게 장난감 하나만 사주겠다고 고집했다.노동명은 어쩔 수 없이 하예진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는 우빈이가 원하는 것을 전부 사서 우빈에게 주고 싶었다.“우빈은 너무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고 아껴
“엄마, 하나만 사줘요. 네?”우빈은 계속해서 졸라댔다.“안 돼. 장난감을 사도 여기저기 쌓여 있을 텐데. 네가 놀다가도 정리하지 않으면 엄마가 대신 치워야 하잖아.”“엄마, 제가 다 치울게요. 앞으로 다 치울게요.”우빈도 스스로 정리하고 있었다. 다만 가끔 치우지 않을 때도 있었을 뿐이다.“장난감을 가지고 왔잖아.”하예진은 우빈에게 장난감을 너무 많이 사주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녀석이 장난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우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댔다.“새 장난감 사고 싶어요. 제가 새것 사 가서 동생에게 줄게요.”“그 동생은 아직 어려서 못 놀아.”“그럼, 스케치북을 사줘요. 글씨를 쓰고 숫자도 적으면서 놀래요. 네?”우빈이는 한발 물러서서 스케치북이라고 사고 싶었다.그 장난감 가게에는 연필들과 책들도 많았다.우빈은 그 가게를 다 돌아본 후에야 엄마를 찾으러 돌아와서 사달라고 졸랐다.강일구는 우빈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준다고 했지만, 녀석은 감히 받지는 못하고 하예진의 뜻을 물어보려고 했다.하예진은 항상 우빈의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두 번째 장난감 방도 가득 찼다고 잔소리했다.우빈은 장난감을 매우 사랑했다. 어떤 장난감은 실수로 망가져도 엄마가 버리겠다고 하면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다.하예진이 쓰레기통에 버리면 녀석은 전부 도로 주워왔다.“스케치북은 사줄게.”우빈은 금세 원숭이처럼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자신을 안아달라고 요구했다.그리고 하에진이 그들을 밀고 앞으로 가게 했다.“엄마, 그럼 우리 스케치북 사러 가요.”가게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녀석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룰 수 있었다.우빈은 여러 대의 큰 장난감 차와 강아지 인형이 갖고 싶었다.정말 탐나는 장난감이었다!그는 엄청 좋아했다.“스케치북만 사. 이따가 돌아오면 그림도 그려.”하예진은 그녀의 아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그녀는 손을 뻗어 아들의 이마를 콕 찔렀다.“엄마가 네 곁에 없었는데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