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대표는 급히 전태윤의 말을 끊고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마쳤고 저는 기꺼이 협력할 것입니다. 저도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라 딴말하지 않을 테니 전 대표님도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차연이가 한 일은 제가 돌아가서 엄중히 처리할 것입니다. 우리 두 회사가 협력하는 동안 다시는 전 대표님의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주시하고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도록, 전 대표님에게 다시는 매달리지 않도록 주의할게요.”그는 딸을 100%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은 여태 훌륭하게 자라줬고 그들 부부가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이니 유부남을 좋아해서 여생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전태윤도 침착하게 말했다.“저는 도 대표님을 믿습니다. 프로젝트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테니, 도 대표님은 말하신 대로 따님 단속을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따님도 아주 훌륭한 사람이니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그러니 더 이상 나 같은 유부남에게 매달리지 말라고.’도씨 그룹과의 협력은 이 프로젝트뿐이다.앞으로 다시는 협력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번 프로젝트도 하예정의 만류로 마지못해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으니까.전태윤은 이번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직접 팔로우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앞으로 도 대표와의 접촉 기회를 줄이고 싶었다.“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도 대표는 그의 요구에 연거푸 응했다.이런 일이 생긴 이상 계속 앉아 있기도 언짢았다.그는 전태윤에게 사과를 전했다.“전 대표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또 하예정에게도 사과했다.“사모님, 오해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딸은 전 대표님과 정말 딱 한 번 만났을 뿐입니다. 전 대표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 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고요, 다만 예의상 악수를 했을 뿐입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전 대표님, 전 일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도 대표는 일어나서 작별
하예정은 남편에게 잡힌 손을 다급하게 빼냈다전태윤이 불만스러워하자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그를 상기시켰다.“호영이하고 우빈이 둘 다 여기 있잖아요.”전태윤은 동생과 조카를 바라보았다.전호영은 주우빈에게 음식을 집어 주고 있었다. 어린 녀석이 자기 젓가락으로 그릇에 담겨 있는 반찬을 집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어른들의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우빈아 집을 수 있어? 아니면 삼촌이 먹여줄까?”전호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옆에 있는 꼬마에게 물었고 맞은편에 있는 형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는 자기가 커플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전태윤은 전호영이 자기 부부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싫었겠지만 전호영도 형인 전태윤이 자꾸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꼴 보기가 싫었다.“삼촌 제가 할게요.”우빈이는 전호영이 먹여주겠다고 하는 걸 거절했다.하예정은 국 한 그릇을 떠 우빈이의 앞에 놓아주었다.“우빈아, 국도 먹어.”“고맙습니다, 이모.”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먹고 싶은 건 삼촌한테 집어달라고 해”그런 다음 옆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여보는? 아직 배 안 불렀죠?”그녀는 세 사람이 비즈니스 얘기를 하느라 별로 먹지 않은 식탁 위의 요리들을 바라보았다.“아직, 우리 국만 조금 먹었어.”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고 하예정도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세 사람과 우빈이는 즐겁게 식사하며 배를 채운 뒤 전태윤은 호텔에 남에 휴식도 하지 않고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우빈이도 열이 내렸으니 하예정도 우빈이를 데리고 전태윤과 함께 회사로 향했다.한편 도 대표는 본인의 별장으로 돌아와 문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미에게 물었다.“차연이는요?”도우미가 대답했다.“지금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계십니다”도 대표는 꽃다발과 새 옷을 소파 위에 올려놓은 뒤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다.도차연은 마치 물고기처럼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 수영장 끝으로 헤엄쳐왔다.“아빠 일찍 돌아오셨네
도 대표는 딸에게 타월을 건넨 후 몇 마디 남기고서는 뒤 돌아 자리를 떠났다.도차연은 손을 뻗어 타월을 받아 들고서는 뒤 돌아 나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예측했다.어쩌면 전태윤은 그녀가 자기를 유혹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기에 협력을 취소했을 수도 있었다.도씨 그룹의 프로젝트는 두 회사에 큰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윈윈인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수많은 회사에서 그들과 손잡고 싶어 했다. 전태윤도 사업가인데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이런 기회를 포기할 수 있을까?도차연은 수영장에서 나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바꿔 입은 뒤 거실로 향했다.거실에 도착하니 아빠가 분노를 억누른 채 소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발견했다.아빠의 앞에는 꽃다발과 쇼핑백들이 놓여 있었다.“아빠, 누구한테서 선물 받은 거예요? 아빠한테 온 거예요? 아니면 나한테?”도차연은 걸아가면서 물었다.“누가 아빠한테 선물한 거면 난 엄마한테 말할 거예요.”그녀는 아빠의 옆으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 회사를 물려 받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도 엄마를 도와 아빠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는지 감시했다.그녀의 엄마는 아빠가 아들을 갖고 싶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들을 낳을까 봐 걱정했다. 엄마는 이미 나이가 많으니 더는 아이를 낳을 수가 없었고 엄마는 딸인 도차연밖에 낳지 못한 걸 아빠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아빠의 건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엄마는 아빠가 오랫동안 꾸준히 건강을 잘 관리했다고 했다. 엄마가 둘째를 낳지 못하는 건 나이가 많아서이기 때문에 아빠가 젊은 여자와 함께 아들을 낳지는 않을까 하는 말을 자주 했었다.그녀의 엄마는 평생 자식이라고는 도차연 하나였다. 그것도 딸이었기에 남편이 다른 사람들의 꼬드김에 의해 밖에서 아들을 낳아 도씨 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히 그녀는 자기 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남편이 밖에서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는 것을 막았다.“너 이 꽃다발에 대해 몰라? 이 옷들은 기억 안 나니?”도 대표는
“전 대표의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라. 두 사람 이제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됐어. 두 사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는 건 아주 정상적인 상황이야.”“넌 네가 어떻게 태어난 줄 알아? 아빠가 수많은 의사를 만나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약을 먹지 않았다면 네가 태어났을 것 같아? 차연아 너 그냥 입 다물고 있어. 사람은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어. 나와 네 엄마가 아이를 낳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도차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전태윤은 너한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전태윤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한테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그렇게 쉽게 꼬실 수 있는 남자라도 네 차례는 오지도 않았을 거야. 애초에 성씨 가문의 딸이 전태윤에게 푹 빠졌었어. 성씨 가문의 딸도 너보다 못하지 않아.”도차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성소현도 나보다 별로예요. 고집스럽고 무지막지한 여자라고 관성에서도 유명해요. 집안이 나와 비슷할 뿐이지 다른 건 다 나보다 별로라고요.”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한숨을 쉬고 또 쉬며 자기 딸이 친 자식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잠시 후 그는 힘없이 앉아 오랫동안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가 이 프로젝트는 협력하자고 고집했다. 전 대표를 후회하게 해서는 안 돼. 우리는 전 대표가 화나지 않도록 전씨 그룹에 이익을 양보해야 해. 하지만 이게 우리 도씨 그룹과 전씨 그룹의 처음이자 마지막 협력일 거다.”“두 그룹이 협력하는 동안 넌 날 따라서 전씨 그룹에 드나들 생각은 하지도 마. 나도 오늘부터 전 대표의 앞에 널 나타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왔어. 다시는 전 대표한테 찝쩍대지도 말고 귀찮게 하지도 마.”“차연아 아빠가 듣기 안 좋은 말부터 하는 거다. 두 그룹이 협력하는 동안 네가 아빠 말을 듣지 않고 몰래 전 대표를 귀찮게 하면 아빠는 도씨 그룹의 지분을 네 사촌 형제들에게 줄 거야. 걔들도 우리 도씨 가문의 핏줄이다
도차연은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음으로 좋아한 남자인데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야 하는 걸까?그녀는 너무 아쉬웠다.왜 하예정은 전태윤처럼 잘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걸까?전씨 그룹, 대표 사무실휴식실에서 하예정은 자는 조카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 남편에게 물었다.“도 대표님이 가셔서 잘 처리할 수 있을까요? 하나뿐인 딸인데 아마 도차연 씨를 많이 사랑하실 거예요.”전태윤은 바로 우빈이를 지나쳐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서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예정아 너 질투해?”그녀는 질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혼인 신고를 하고 지금까지 그녀는 한 번도 질투를 하지 않았다.전태윤도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도 소정남의 입에서 정말 많은 여자들이 그를 좋아했지만 고백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들었다. 공개적으로 그를 쫓아다닌 것은 오직 성소현뿐이었고 또한 성소현은 아주 깔끔한 성격이었다.성소현은 전태윤이 하예정과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안 뒤에는 그에 대한 자기의 마음을 바로 칼로 무 자르듯 잘라버렸다.그래서 하예정도 질투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단지 성소현에게 미안했을 뿐이다. 하예정은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소현 마음에 있는 사람을 뺏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행히 지금 성소현에게는 예준하가 있었고 하예정도 마음속의 미안한 감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자주 질투했고 또 하예정이 질투하는 것을 자주 보고 싶어 했다.“질투까지는 아니고 내 남편을 다른 여자가 탐낸다는 게 조금 불쾌해서요.”하예정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그러고는 아주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전태윤, 당신은 내 것이야.”전태윤은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그래. 난 영원히 네 것이야. 오직 너만의 것.”그녀의 말속에 질투는 별로 없었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불쾌하게 생각했고 아주 조금 질투를 하기도 했다.이 건 그에
전태윤은 하예정의 얼굴에 뽀뽀하고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걱정하지 마. 당신 남편인 난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하루 종일 우빈이 돌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우선 좀 쉬어.”하예정은 전태윤이 오후에 많이 바쁘다는 것을 알기에 잠깐 쉬는 동안만 그와 함께 있었다.사랑하는 아내가 옆에 있으니 전태윤은 그녀가 다른 남자의 꿈을 꾼다고 해도 기분이 아주 좋았고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상대적으로 조용한 대표 사무실에 비해 부대표의 사무실에서는 전이진이 셋째를 챙기고 있었다.전호영은 큰 형을 따라 사교활동에 참가한 뒤 회사 본사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본사에 오지 않아 아무도 전씨 가문의 셋째인 그를 기억해 주지 않을까 봐서였다.“호영아, 너 여기서 지금 1시간 동안 앉아 있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바로 말해. 형제 사이에. 바로 못 할 말이 뭐 있어?”전이진은 시계를 자꾸 쳐다보다가 자기 맞은편에 앉은 사촌 동생이 1시간 넘도록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얼마 전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전화를 해서 꽃다발을 주문했다. 그는 특별히 여운초를 지목해서 자기에게 배달해 달라고 했다. 그러고서는 점원에게 그가 오늘 점심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말까지 했다.그는 점원이 그 말을 여운초에게 전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는 여운초가 자기에게 꽃다발과 먹을 것을 가져다주길 바랐다.그 소녀는 분명히 그를 신경 쓰고 있었다. 형수님의 말로는 그가 A시로 떠난 뒤로 여운초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 묻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럼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지만 그가 돌아와 그녀를 찾아가니 그녀는 바쁘다며 그를 피했다. 그를 마주쳐도 별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집 센 계집애.때때로 전이진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서는 거칠게 그녀의 작은 입술에 벌을 주고 싶었다.전호영은 전이진의 사무실에 1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 있었고 전이진은 셋째 동생이 여운초와 자기 사이에 껴있는 것이 싫었다.“별거 아니
전호영이 말했다.“그래 성취감은 있겠지. 근데 내가 감정을 잡을 수가 없잖아.”“그럼 넌 그냥 고현을 아름다운 미녀라고 상상해.”“고현은 원래부터 대단한 미인이었어.”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네. 대단한 미녀에 가문도 우리 가문과 어울리고 너한테 아주 넘치는 사람이네. 서둘러. 그러다 다른 남자가 고현이 사실은 미인이라는 걸 발견하면 너보다 먼저 채갈 수도 있어. 그러고 나서 후회하지 마라.”“할머니의 안목을 믿어. 할머니가 모두 우리를 위해서 고른 상대야.”“내가 할머니를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다들 잘하고 있는데 처음에 꽃과 선물도 주고. 근데 난 뭘 선물해? 고현은 지금 남자처럼 하고 있는데. 내가 꽃을 주면 바로 다음 날에 신문에 날 거야.”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충격적인 기사로 인해 관성과 강성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소리에 전이진은 자기의 약혼녀가 왔다고 예측했다.여운초는 자기가 전이진의 약혼녀라는 것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전이진은 온 동네에 그녀가 자기의 약혼녀라고 소문내고 다녔다. 전이진은 여운초를 위해 김씨와 최씨 가문 사람들을 상대했다. 이제 관성의 사람들도 그와 여운초의 일을 알고 있었다.단지 여운초 혼자서 인정을 하지 않을 뿐이다.“분명 제 둘째 형수님이 오셨을 거다.”전이진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지나 손수 여운초에게 문을 열어주었다.전호영는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즐거워하는 전이진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바라보았다.사랑이 정말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걸까?사랑에 빠져본 적 없는 전호영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못했다.전이진이 사무실의 문을 열자 역사니 여운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꽃다발을 한 손에 들고서는 다른 한 손에는 쇼핑백과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운초야, 왔어? 빨리 들어와.”전이진은 부드럽게 몸을 비키며 여운초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기
“운초야 내 동생 전호영이야. 우리 형제 중에 셋째.”전이진은 약혼녀가 전호영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목소리를 들어도 전호영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다고 생각해 먼저 설명해 줬다.여운초는 다시 한번 전호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셋째 도련님 안녕하세요.”“운초 씨 저도 그냥 호영 씨라고 불러주세요.”전이진은 전호영에게 그녀를 둘째 형수라고 말했다.여운초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꽃다발과 사 온 디저트를 전이진의 앞에 건네며 말했다.“이진 씨, 이건 주문한 꽃다발이야. 내가 갖고 왔어. 그리고 점심을 배부르게 못 먹었다고 해서 디저트 좀 사 왔는데 커피랑 먹어 봐.”전호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째 형이 정말 밥을 잘 못 먹은 걸까 아니면 그냥 핑계를 댄 걸까?맞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에게 접근할 핑계가 떠올랐다. 이유가 없다면 이유를 만들고 기회가 없다면 기호를 만들면 된다.전이진은 물건을 받아 들고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여운초에게 말했다.“꽃다발 갖고 오나라 힘들었을 텐데 나하고 같이 디저트 먹자. 다 먹으면 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난 배 안 고파. 밖에 동호 오빠가 기다라고 있어.”여운초가 말하지 않았다면 괜찮았겠지만 한동호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전이진이 그녀를 한동호와 함께 보낼 리가 없었다.전이진이 말했다.“한 대표님도 한 번 오시기 힘들 거야. 관성에서 이틀 동안 쉬려고 온 걸 텐데 자꾸 귀찮게 하지 마. 넌 내가 있잖아. 내가 데려다줄게.”여운초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동호 오빠 나하고 일 얘기 하러 왔어. 바쁠 텐데 나 먼저 갈게.”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다가 잊지 않고 진호영에게 인사를 건넸다.“내가 아래층까지 데려다줄게.”전이진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형 나도 마침 가려던 참인데. 아니면 내가 운초 씨 아래층까지 모셔다드릴까?”전호영이 말했지만 전이진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전이진은 여전히 여운초의 뒤를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