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이는 눈만 깜빡일 뿐 어느 곳이 어떻게 불편한지는 말하기 어려웠다.“평소에는 큰 소리로 외치던데 오늘은 나른한 걸 봐서 어딘가 불편한 거야, 여보 체온계 좀 가져와 체온을 재봐.”전태윤이 말하는 사이에 하예정은 이미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 우빈이의 체온을 재기 시작했다.몇 분 후.전태윤은 꼬마의 겨드랑이에서 체온계를 꺼내 하예정에게 건넸다.하예정은 체온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38점 3도, 정말 열이 나네요. 이마를 만질 때는 체온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았는데... 체온계로 재보니 이렇게 높네요. 위층으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 봐야겠어요. 그리고... 무관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휴가도 내야하고...”하예정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무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우빈이를 도와 휴가를 신청했다.이때 전태윤이 위로했다.“너무 당황하지 말고 우선 찬물로 열부터 좀 내리고 봐. 그다음 가정의에게 와서 봐달라고 하자.”“그 방법도 좋은 것 같네요.”하예정은 몸을 돌려 조카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우빈아, 자, 물 좀 마실래? 열이 나면 미지근한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해.”전태윤의 품에 안겨있는 우빈이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하예정은 물컵을 들고 앉아서 우빈이에게 물을 먹여줬고, 반쯤 마시자 우빈이는 더는 마시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우빈아, 그럼 우리 죽 좀 먹을까?”우빈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일어나서 타월을 찬물에 적셔 가져와 우빈이의 이마에 놓아주었고 죽 한 그릇을 떠 와서 먹여주기 시작했다.꼬마는 몸이 불편한지 반 그릇도 채 먹지 않고 더는 먹기 싫다고 했다.하예정은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달래보았지만 실패했다.우빈이를 자기 아이처럼 보살펴온 하예정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둘 사이의 감정은 진짜 모자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초조해하며 아이에게 미지근한 물을 먹여주기도 하고, 또 위층으로 올라가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켜주기도 했다.그리고 30분 간격으로
가정의가 이어 말했다.“사모님,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찬물찜질로 체온이 완전히 떨어지거든 약은 먹이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만약 체온이 반복하여 38. 5도를 넘으면 그때 다시 약을 먹이도록 해요. 저는 내일 다시 와서 볼게요.”“지금 약을 먹이지 않아도 괜찮은가요?”하예정이 이렇게 묻자 전태윤이 대신하여 대답했다.“모든 약에는 독성이 있는 법이야. 약을 먹지 않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먹지 말아야지.”작은 병에도 약을 먹고 수액을 맞으면 저항력이 내려가기 쉽다.하예정도 가능한 한 약을 먹이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우빈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나 언니나 모두 매우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아이가 곧 좋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기만 하면 바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약을 먹일 생각부터 한다.그녀는 몇 분 후 체온계를 꺼내 들여다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금은 37. 8도까지 떨어졌어요.”“이모, 만두 먹고 싶어요.”온도가 조금 내려가자 꼬마는 다시 입맛이 돌았고, 이모의 품에서 벗어나며 만두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좋아, 그럼 만두 먹자.”하예정은 또 가정의에게 물었다.“이렇게 물리적으로 열이 내리기만 하면 당분간 약을 먹지 않아도 되죠?”“네, 당분간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우빈이의 몸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마 밤에 이불을 걷어차서 감기에 걸려 열이 난 것으로 추측됐다.하예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가정의는 꼬마가 하루 먹을 약을 처방해 준 후 몇 마디 당부하고서야 떠났다.우빈이에게 만두를 먹일 때에야 하예정은 비로소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하예진은 이미 병원에 있었다.노동명은 여전히 경호원에게 하예진을 문밖에 막아두라고 분부했다.하예진은 여전히 윤미라의 도움을 받아 당당하게 노동명의 병실에 들어갔다.그녀가 사 온 꽃다발을 머리맡에 놓자, 노동명은 꽃다발을 집어 들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하예진은 아무 말 없이 노동명을 위해 끓여온
노동명은 맨 끝에 있는 보온 도시락을 보며 생각했다. 다리가 불편한 자기는 눈앞에 보이는 물건도 마음대로 가져올 수 없다고.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이라고!다들 그에게 상처를 잘 치료하라고 격려하고 있지만, 의사도 회복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만 할 뿐 100% 회복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진짜 회복될 수 있을지 누가 알까?만약 계속 회복하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이 코 앞에 있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있는 보온 도시락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싶어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는 보온 도시락이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에 거슬리는 물건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며... 그는 하예진이 전화를 받으며 “예정아.”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하예정으로부터 온 전화임을 알았다.하예진이 전화를 받는 동안 그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자, 그는 위장된 차가운 가면을 벗어버리고는 탐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누군가를 좋아하면 하루 24시간 함께 있고 싶어진다.그는 십여 일 동안 하예진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그가 얼마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무도 모른다.어제 하예진이 와서 반나절 동안 돌봐줬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만 같았다. 비록 그녀가 오늘도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는 어젯밤에도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며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우빈이가 열이 난다고? 의사는 뭐래?”‘우빈이가 아프다고?’노동명의 눈가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마도 하예진이 자기를 돌보느라 우빈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서 우빈이가 병이 났을 거로 생각했다.다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하예진이 통화를 마치자 노동명은 감정을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우빈이는 왜 열이 난 건데? 나한테 올 필요 없으니 가서 돌봐줘.”“밤에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데... 지금은 예정이와 제부가 잘 돌봐줘서 열이 거의 내렸대요, 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요
노동명은 그런 하예진이 가슴 아팠고 더 이상 그녀에게 짐을 가해주기 싫었다.“내가 엄마가 주는 두 배를 준다고 했잖아? 그러니 지금 당장 떠나!”“동명 씨, 난 동명 씨가 주는 돈은 받지 않을 거예요. 사모님께서 마련해준 일자리가 얼마나 좋다고요, 동명 씨가 주는 돈은 한 번밖에 가질 수 없지만 이 일자리는 오랫동안 돈벌이할 수 있는 거잖아요. 동명 씨가 주는 돈을 한 번만 받고 떠나가면 내가 손해 볼 거고, 그렇다고 매달 그 돈을 공짜로 받으라면 미안하기고 하고. 아예 이렇게 출근해서 돈을 버는 편이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어요.”노동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평생 날 돌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동명 씨의 지금 마음가짐으로는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꿈 깨! 나는 반드시 좋아질 테니까!”하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거야 동명 씨가 치료에 협조해 주냐에 달려 있죠. 계속 이런 태도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네요. 계속 이렇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싶으세요? 무슨 일을 해도 불편하고 계단을 혼자 오르내릴 수도 없고, 그 장면을 생각만 해도 답답하지 않나요? 멋지게 살던 예전의 동명 씨는 다 어디로 가고, 정말 이렇게 억울하게 살아갈 생각인가요?”노동명은 어두운 얼굴로 말을 하지 않았다.회복할 수만 있다면야 왜 싫을까?문제는 의사마저 그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의사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 한 번도 낫지 않을 거라고 말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노동명은 재활 치료하는데 들 오랜 시간만 떠올리면 자신감이 떨어졌다.“동명 씨, 배고프지 않아요? 국 좀 드실래요?”노동명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엄마가 일당 200만 원씩 주며 돌봐주라는데 맨날 가져온다는 게 국이 다야? 밥도 없고 반찬도 없고 이렇게 챙겨주면 언제 나아?”“동명 씨 드디어 음식 드시게요? 잠시만 기다려요.”하예진은 얼른 병실을 나왔다.윤미라 부부는 밖에서 앉아
“하예진!”노동명이 병실에서 소리쳤다.“사모님,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하예진은 윤미라의 손에서 가볍게 자기 손을 빼낸 후,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갔다.윤미라는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하예진이 아들 옆에 있는 한, 그녀가 직접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한, 윤미라 부부는 들어가지 않고 단둘이 지내게 할 생각이었다.비록 아들이 여전히 태도가 고약하고 성깔도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부부는 그가 하예진이 옆에 남아서 돌봐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윤미라는 남편 곁으로 돌아와 앉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전엔 내가 너무 고집이 셌어요. 앞으로는 장소민을 따라 배워야겠어요.”노진규는 말했다.“몇 번이나 충고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동명이는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그 나이 때쯤이면 벌써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동명이는 여자친구도 없어. 모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상대가 몇 번을 이혼했든 동명이만 좋아하면 되는 거지 뭐. 당신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더니... 이제는 동명이가 하예진 씨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치료에 협조하여 빨리 퇴원해서 재활치료를 거쳐 빨리 회복하길 바랄 뿐이야.”윤미라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대부분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거예요. 장소민처럼 싫어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으며 자식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 사람이 또 몇이나 되겠어요?”노씨 일가와 같은 재벌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도 문벌이 맞는지를 매우 중시한다.조건이 좋은 집안은 틀림없이 비슷한 조건을 찾으려고 하지, 누가 빈털터리를 찾고 싶어 할까?젊은이들은 사랑지상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정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집안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항한다. 정말 결혼하고 난 뒤 열정이 식어져야 상대방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고, 서로 다른 집안 조건의 사람들끼리 섞이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윤미라는 자신의 반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사용한 수단이 너무 격렬해서 아들이 교통사
피크 별장.하예정은 언니에게 전화를 건 후 계속하여 우빈이에게 만두를 먹였다. 우빈이가 만두를 다 먹자 다시 체온을 재보니 37.7도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우리 따뜻한 물로 샤워 한 번 더 시켜줄까요?”전태윤은 우빈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우빈이 이제 막 배가 불렀으니 좀 쉬게 하고 다시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켜. 해열은 과정이 필요하니 조급해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어, 가정의가 이미 약도 처방해 줬잖아.”따르릉!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남편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하예정은 말했다.“우빈이가 열이 내리고 있어요. 당신 회사에서 부르거든 먼저 출근하도록 해요. 난 집에서 우빈이를 보고 있을게요.”전태윤은 아내의 말을 받지 않고 전화부터 받았다.“도 대표.”전태윤은 비록 도차연을 싫어하지만 도 대표한테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대하고 있다. 두 그룹은 현재 협력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도차연이 너무 과분하게 나온다면,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 전태윤이다.도 대표는 전화 저편에서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 점심에 시간 되나요? 함께 식사 어때요? 제가 삽니다.”그는 전태윤이 뭐라 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관성 호텔에 별실을 예약해 놓았으니 우리 둘만 함께 얘기 좀 나누는 건 어떨까요? 어젯밤에 얘기했던 프로젝트에 관해 이제 식사하면서 마저 얘기 나누고 싶은데... 아무 문제 없으면 바로 계약하는 겁니다.”도차연은 어젯밤 전태윤의 손바닥을 유혹하듯 건드렸다. 그로 인해 도 대표로부터 밤새도록 질책과 교육을 받게 되었다. 도 대표는 딸을 데리고 전태윤과의 비즈니스를 논하는 자리에 갔다가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그리고 전태윤이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 준 것에 대해 결혼 후 전 대표는 결혼 전보다 훨씬 너그럽게 변했고, 이는 사랑이 가져다준 변화라고 생각했다.도 대표는 자기 딸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다.그도 자기 딸을 매우
“우빈이가 이렇게 아픈데 집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그래요. 당신도 마음이 놓이지 않죠? 내가 당신과 함께 간다면, 안심할 수 있겠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마음이 놓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다음에 같이 가요. 다음에는 꼭 같이 갈 테니까 이렇게 정색하지 말고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요. 도 대표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나와 함께 올라가서 옷 한 벌 골라줘.”전태윤이 요구했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고 일어서며 말했다.“당신 옷들 모두 내가 사준 게 아닌가요? 모두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 컬러로 샀는데,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내 남편은 아무렇게나 입어도 다 잘 어울릴 거니까. 우리 남편은 몸매가 옷걸이 같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다 멋져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매일 하고 다니는 넥타이도 모두 내가 사준 거니,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모델처럼 멋있을 거예요.”전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졸랐다.“난 당신이 입혀줬으면 좋겠단 말이야.”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뭐 하고 있어요? 빨리 가지 않고.”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아내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왔다.“내가 우빈이를 안고 올라갈게, 당신 너무 무리하지 마. 우빈이는 이제 내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무거워.”“그때는 겨우 두 살이었는데 지금은 세 살이니까요. 1년 동안 몸무게가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면 나랑 언니가 걱정할 차례일 거예요.”전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우빈이는 벌써 세 살이다.몇 분 후 부부는 우빈이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고, 하예정은 남편의 양복과 넥타이를 골라 가져왔다.그리고 남편에게 양복 재킷을 다정하게 입혀 주었다.옆에 있던 우빈이는 이를 보고 전태윤을 향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모부, 아직도 이모한테 옷을 입혀달라니... 부끄러워요.”“...”발가벗고 아내에게 옷을 입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외투를 입혀달라고 했을 뿐인데, 꼬마 녀석이 비웃다니!하예정도 따라
“내가 당신 말고 누구에게 신경 쓰겠어요. 우빈이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무조건 당신과 함께 갔을 거예요.”하예정은 우스운 듯 말했다.전태윤은 차에 오르기 전에 우빈이를 안으며 말했다.“우빈아, 이모부는 우빈이가 이모 곁에 매일 붙어 다닐 수 있어서 정말 부러워. 난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붙어 다닐 수도 없거든.”“이모부, 제가 이제 커서 능력이 생겨 이모부를 도와드리면 이모부도 휴식하실 수 있을 거예요.”우빈이의 애티 가득한 말에 전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이모부가 널 이렇게 아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전태윤은 기쁜 나머지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부의 일들은 처리하기 아주 어려워. 이제 개학하거든 열심히 공부해, 그래야 나중에 커서 이모부를 도와줄 수 있지.”우빈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부, 저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엄마가 말하셨는데 지식은... 지식은... 어쨌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셨어요.”엄마가 한 말이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는 말할 수 있었다.“그래, 엄마와 이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해.”전태윤은 우빈이를 내려놓고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진하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꼬마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여보, 도 대표 만나러 갈게.”“다녀오세요.”하예정은 말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보고 싶을 거예요. 우빈이 완전히 열이 내리면 오후에 데리고 나가서 산책하면서 기분 전환하다가 회사에 당신을 찾으러 갈게요.”전태윤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집을 나섰다.하예정은 우빈이를 데리고 별장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탄 롤스로이스가 경호차 몇 대에 둘러싸여 가는 것을 배웅하고 나서야 집안으로 돌아갔다.“이모, 밖에 놀러 가고 싶어요.”우빈이는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아직 열이 내리지 않았잖아. 이제 다 나으면 놀러 가자, 괜찮지?”우빈이는 입술을 삐죽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