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하예정이 대답했다.“하지만 땅을 사서 집을 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먼저 사무실을 임대할까요? 그러고 나서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 되죠.”“그래. 이 일을 효진 씨에게도 알려야 해. 네가 문자를 보낼래? 아니면 내가 보낼까?”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물었다. 그리고 하예정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네가 보내. 너랑 효진 씨의 친분이 10년이 넘는데 네가 효진 씨 신혼여행에 ‘민폐’를 끼쳐도 너를 뭐라고 할 것 같지 않아.”그러자 하예정도 웃으면서 대답했다.“네. 저녁에 전화해서 얘기할게요.”“효진 씨가 매일 올리는 인스타를 보면 정말 부럽고 질투나.”“저도 너무 부러워요. 결혼식을 올리고 저랑 태윤 씨도 신혼여행 갈 거예요.”“이젠 부럽다는 소리도 지겹네. 너랑 효진 씨 때문에 내가 못 살아.”성소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언니도 깨가 쏟아지던데 뭘. 준하 도련님이 매일 꽃도 사다 주고 연애편지도 주던데, 우리 집 그분은 나한테 쪽지도 안 줬어요. 연애편지는 상상도 못 하죠.”예준하를 언급 하자 성소현은 방긋 웃더니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우리 집에서 준하는 안 된대. 예정아, 내가 네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할게. 나는 준하가 너무 좋아. 우리 둘도 잘 지내고 있고. 준하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제일 행복해. 그런데 우리 엄마는 준하를 보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더라고. 준하가 착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떠났을 거야.”그녀는 한숨을 쉬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가족들의 그런 태도를 보면 나도 많이 혼란스러워.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야.”하예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모가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한 개인 것 같아요. 준하 도련님의 집이 너무 멀어요. 사실 이모는 준하 도련님 그리고 예씨 가문에 대한 인상이 좋거든요.”“나도 알아. 사실 많이 멀지. 하지만 준하는 앞으로 관성에서 오랫동안 일할 거고 나도 준하와 함께 관성에 있
성소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준하가 오늘 엄청 바쁘대. 꽃과 편지는 평소대로 받았는데 문자는 겨우 몇 통밖에 못 했어. 준하 큰형수가 곧 출산이라 준하가 가능한 한 빨리 업무를 보고 A시에 다녀오겠다고 했어.”“모연정 씨가 쌍둥이를 임신했잖아요. 보통 쌍둥이들이 예정 출산일보다 빨리 태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6월에 낳는다고 했는데 지금 5월 중순인 걸 보면 곧 낳을 것 같아요.”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2세 계획이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가에 맴돌던 말을 그대로 삼켰다.하예정는 일이 너무 바쁜 탓에 모든 정력을 일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2세 계획을 잠시 고민하지 않았다.만약 성소현이 아이 이야기를 꺼내면 하예정은 갑자기 슬퍼질 것이다.“저는 이따가 태윤 씨를 데리러 가야 해서 오늘은 같이 못 먹을 것 같네요.”성소현도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 아니면 나도 준하를 데리러 갈까? 예정아, 준하가 퇴근하고 내가 와있는 걸 보면 어떤 표정일까?”“너무 좋아하겠죠.”두 사람은 아직 정식으로 연인 관계를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주동적으로 예준하를 찾아간다면 이 또한 애정을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예준하가 무조건 기뻐할 것이다.얼마 후, 성소현은 하예정의 서점을 떠났다.점심시간이 너무 짧은 탓에 하예정은 전태윤을 데리러 가지 않았다. 그녀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가게 문을 닫고 꽃필무렵으로 갔다.전이진와 여운초는 아직도 밀당 중이다. 비록 전이진이 호감을 드러내면서 부지런히 대시를 했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거절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답답한 전이진은 사석에서 전태윤과 요즘 너무 힘들다고 투덜댔다.그는 전태윤과 하예정이 혼인신고 덕에 쉽게 관계를 확정 지었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었다. 사실 두 사람도 많은 일을 겪고 서로 맞춰가면서 결혼까지 골인했다.전태윤이 예전에 하예정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를 칠 때 전이진도 그 모습을 보았다.비록 전이진이 아직 여운초의 마음을 얻지 못했지만
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녀가 잘되는 모습을 배 아파 지켜볼 수가 없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여운초가 이미 여씨 그룹을 장악했다고 알려줬다.여운초도 전씨 일가 앞에서 이 일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예정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누구도 우리 남매의 것을 빼앗을 수 없어요.”그녀가 여씨 그룹의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건 아니었다. 동생의 몫은 동생이 성인이 된 후에 넘겨주려고 했다.하지만 여운별의 몫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고마워요. 지금까지는 괜찮아요. 동호 오빠도 도와주고 있고.”그리고 전이진도 있었다. 여운초는 전이진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골칫거리가 더 많아졌을 거다. 그녀는 결국에 그의 신세를 지고야 만 셈이다. 전이진은 점점 더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고 여운초를 가지고 노는듯싶었다. 주도권을 잃은 그녀는 이 관계에서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이진 도련님도 운초 씨를 도와줄 수 있잖아요.”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때, 전이진이 꽃다발을 안고 갑자기 등장했다. 하지만 그건 진짜 꽃이 아니라 5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접어서 만든 꽃다발이었다.하예정은 전이진을 보고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 씨, 저는 꽃을 가져다주러 가야 해요. 그럼, 이만.”“그래요.”여운초도 전이진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이를 모른척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배웅하려고 애써 노력했다.“형수님.”전이진이 하예정을 불렀다.“그래. 왔어? 태윤 씨는 아직도 회사에 있어?”“네. 아직도 회사에 있어요. 제가 먼저 퇴근한 거예요.”하예정은 웃으면서 여운초에게 더 이상 배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차를 몰고 떠났다.하예정이 떠난 후에야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들고 있던 꽃을 주었다.“운초야, 네 생각이 나서 이 꽃을 샀어.”“우리 가게에 있는 게 꽃인데. 필요 없어.”그녀는 꽃을 돌려주려고 했다.
“운초야.”전이진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여운초는 그의 눈빛을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전이진이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는 점점 허스키해졌다. 그녀를 또 한번 가지고 싶었다.이를 눈치챈 여운초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전이진이 준 꽃다발을 안고 뒷걸음질 치다가 실수로 화분을 걷어찼다. 그녀가 막 넘어지려고 할 때 전이진은 크게 힘센 손으로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고 그녀를 다시 끌어와 품에 안았다.공허했던 몸과 마음이 그녀로 인해 꽉 차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전이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정신을 차린 여운초는 몸부림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이진, 이거 놔.”가게에는 다른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 두 명과 경호원 두 명은 마침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전이진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나는 너를 구한 거지 해친 거 아니잖아.”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그리고 볼에 뽀뽀했다. 그러자 그녀의 가벼운 떨림을 느낀 전이진은 피식 웃었다.‘엄청 예민하네.’그는 여운초가 이런 행동에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어떻게 그녀를 꾈지 알 것만 같았다.“전이진!”그녀는 매우 예민했다. 이렇게 뽀뽀를 받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고맙다고 인사해.”여운초는 싸우기 귀찮아서 타협하기로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이진아, 잡아 줘서 고마워.”전이진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듣기 좋았던 적이 없었다. 이진이라는 두 글자가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 불리는 것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장소가 아쉽게도 그녀의 가게라 더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고작 한마디야?”여운초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 짜증 나.’“밥 사줘.”그는 또 밥을 사달라고 했다.여운초는 어이가 없어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그래. 사줄게. 우리 가게에서 먹어. 내가 밥 해줄게.”“요리할 줄 알아?”“아니.”그녀는
전이진은 여운초를 카운터 앞으로 끌어당겨 앉혔다.“요리해 줄게.”그러자 그녀는 어리둥절해졌다.“정말?”그녀는 방금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 전이진더러 그녀와 함께 있으면 생활에 많은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면 자기에 대한 호감이 떨어질 줄 알았다.“내 요리 솜씨를 한번 맛봐.”전이진은 허리를 숙인 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마음을 사로잡고 싶으면 그 사람의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고. 내가 그 생각을 왜 이제야 했을까?”“...이진아,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 내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그럼.”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이 꽃다발을 들고 자랑해도 되고 뜯어도 되지만 돌려주지는 마. 아니면 화낼 거야.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알잖아.”여운초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니 그녀는 대응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가게 안쪽에는 간이 주방이 하나 있었다. 주방이라고 하기에는 설비들이 아주 초라했다. 가스레인지랑 전기밥솥이 있었기에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었다.전이진은 한번 둘러보더니 식재료가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운초야, 장을 안 봤어?”“아니.”그녀는 배달시키려고 했다. 전이진은 쌀을 씻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내가 밥을 안치고 가서 장 좀 보고 올게. 뭐 먹고 싶어? 직원들과 같이 먹을 거야?”그 말을 들은 두 직원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아닙니다. 이진 도련님. 저희는 분식 먹으러 갈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그러자 그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직원들은 너무 눈치가 빨랐다. 그는 장사가 잘되면 여운초더러 직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라고 말하고 싶었다.잠시 후, 전이진은 가게를 떠나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고 돌아와 경호원 두 명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밥 먹어.”경호원들은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직원 두 명과 함께 근처 분식집으로 떠났다.그들이 밥을 먹으러 가고 전이진이 야채를 씻을 때 여운초가 해고한 사촌
여운초의 사촌오빠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일행들이 즉시 움직였다.그들은 선반 위에 놓인 화분을 넘어뜨리면서 가게로 쳐들어갔다.“뭐 하는 거예요?”여운초는 일어나서 엄한 말투로 물었다.그러자 최씨 도련님인 최성욱이 기세등등하게 다가와 말했다.“뭘 하냐고? 야, 이 맹인아. 네가 먼저 의리를 지키지 않았잖아. 자, 다들 뭐해? 얼른 가게를 쳐부숴! 우리 돈줄을 끊어 놓고 너는 앉아서 돈이나 세고 있어?”그는 전이준이 준 돈 꽃다발을 보더니 생각지도 않고 손을 뻗어 빼앗아 가져왔다.눈 깜짝할 사이에 누군가가 다시 꽃다발이 빼앗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여운초가 아니라 전이진이였다.최씨와 김씨 일가는 전씨 둘째 도련님이 여운초를 좋아해 부지런히 대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전이진의 신분을 신경 쓰지 않았더라면 두 가문에서 손을 잡아 여운초를 제대로 혼냈을 것이다. 심지어 여씨 저택에서 살 수도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최성욱은 전이진이 이곳에 있을 줄 몰랐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잠시 여기에 주차한 줄 알았다.“전, 전이진 도련님?”그는 말을 약간 더듬었다. 전이진은 그의 양복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마침 채소를 썰고 있었기에 그는 식칼을 들고 나왔다. 그는 한 손으로 식칼을 쥐고 한 손으로 그 꽃다발을 빼앗았다. 그리고 어둡고 사악한 눈빛으로 최성욱을 노려보았다.“뭐 하는 거야?”전이진은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넘어진 선반을 보자 그는 더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가게를 부수러왔어?”“...전, 전이진 도련님. 우리는... 우리는 가게를 부수러 온 것이 아니라 방금 실수로 넘어뜨린 것뿐이에요.” 얼음장처럼 차가운 분위기를 감지한 최성욱은 겁에 질렸고 방금 기고만장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왜 하필 여기에 있는 거야?’비록 사람 인수로는 더 많았지만 그들은 전이진 앞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건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기 때문이다!“내가 귀머거리
전이진은 빼앗은 꽃을 다시 여운초의 품에 안기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운초야, 계속 돈을 세고 있어. 요리는 금방 될 거야. 이 사람들을 신경 쓰지 마. 내가 있잖아.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지켜줄게.”그리고 그는 최성욱을 몇 번 째려보면서 말했다.“운초가 내 약혼녀라는 걸 몰라? 감히 내 약혼녀까지 건드려? 최씨 집안, 정말 대단하네.”전이진의 말 속에는 많은 뜻이 있었다. 그러자 최성욱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해, 오해입니다. 이진 도련님. 저희가... 저희가 잘못했어요. 저희랑 운초는 사촌 남매예요. 우리 엄마는 운초의 친고모고요. 한집안 식구입니다.”전이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우리 운초는 너희 같은 친척을 두고 싶지 않아 할걸.”여운초와 작은고모는 사이가 좋았다. 그녀의 목숨도 작은고모가 구해준 셈이다. 하지만 작은고모가 멀리 시집가면서 전이진은 여운초의 목숨을 구해준 작은 고모를 볼 기회가 없었다. 기회가 되면 그는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그녀의 작은 고모를 친고모처럼 대할 것이다.“이진아.”좀처럼 말할 기회가 없었던 여운초가 입을 열었다.“저 사람들한테 따질 게 있어. 먼저 가서 밥 해줘. 배고파.”“알았어. 조금만 기다려.”그녀의 배고프다는 말 한마디에 전이진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여운초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전이진은 식칼을 쥐고 부엌으로 돌아가 계속 요리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최씨와 김씨 집안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위풍당당한 전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양복과 넥타이를 벗지도 않고 앞치마를 두른 채 그녀에게 요리를 해주다니. 부잣집 도련님 같은 모습은 전혀 없고 오히려 매우 친근했다.여운초를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까지 잘해줄까?최성욱은 자기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전이진이 여운초를 더 많이 좋아하니 말이다!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신기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전씨 가문 도련님들은 어장관리를
“이진 도련님, 하지만 저희는 지금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어요. 계좌 이체로 할 수 없을까요?”최씨 도련님이 입을 열었다.“저기 반대편에 은행이 있잖아. 카드는 가지고 다니겠지? 가서 현금을 찾아와. 운초가 현금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으니 현금으로 배상해.”전이진이 엄하게 말하자 최성욱은 하는 수 없이 사촌 동생인 김양훈더러 맞은편 은행에 가서 현금 400만 원을 인출해 오도록 했다.그리고 일행들의 지갑에 있는 현금을 모두 꺼내 456만 원을 모았다.“운초야, 이건 배상금 456만 원이야.”그는 돈다발을 여운초 앞에 내밀었다. 그녀는 돈을 받고 재빨리 세기 시작했다.한참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456만 원 맞아요. 볼 일 없으시면 이만 가세요.”그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망설였다. 결국에는 최성욱의 말에 달렸다. 그는 일행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고 또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다.“운초야, 우리가 그래도 사촌 남매인데 너무 무정하게 굴지 마. 외삼촌이랑 외숙모는 이미 감방에 갔어. 외삼촌이 그래도 네 아버님 형인데. 네 아버지 일은... 그리고 외숙모가 또 네 친엄마인데 너무 한 거 아니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비록 지금 네가 여씨 그룹을 가졌지만 말이야. 너는 시각장애인이잖아. 한 대표님이 아무리 진심으로 도와준다고 해도 그 사람은 결국 외부인이야. 우리는 친사촌 남매고. 어떤 일이 생겨도 우리는 너를 도와 줄 수 있어. 그런데 우리를 쫓아내면 한 대표님만 이득을 보는 거잖아. 어쩌면 뒤에서 몰래 웃고 있을걸.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회사에 있어서 너보다 더 잘 알아. 너는 방금 회사를 인수했잖아. 한 대표님이 평소에 외삼촌 비위를 맞춰가며 지금 이 자리까지 왔어. 지금 외삼촌이 곤경에 처했으니 틀림없이 외삼촌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할 거야. 그 사람은 지금 너를 이용하는 거야.”두 형제는 화가 치밀어 올라 가게를 부수러 온 것도 사실이지만 여운초를 협박하여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는 목적도 있었다. 비록 전이진 때문에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 배상금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