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가문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분명 노동명을 막지 않으셨을 것이다.노동명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는 그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셨다. 그가 만약 진심으로 하예진을 사랑한다면 할머니는 반드시 그가 하예진에게 구애하는 것을 응원해 주셨을 것이다.“은경 씨 설마 아직도 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죠?”손은경이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어요.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오빠가 저한테 감정이 없는데 제가 환상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 세상에 오빠만큼 잘난 남자가 오빠 한 사람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오빠한테만 매달릴 수 없는 거 아니에요? 난 잠재력이 있는 다른 나무를 찾을래요. 아니면 더 향긋한 숲을 찾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해요, 그럼. 나도 더 이상 연기하지 않을게요. 돌아가서 아주머니와 저녁을 먹은 뒤에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오빠 집에서 나갈게요. 관성 호텔에서 지내도 되고요. 저희 앞으로 부부는 안 돼도 친구는 할 수 있는 거죠?”손은경은 좋은 뜻이었지만 노동명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윤미라에게 사실을 분명히 말한 뒤 노씨 저택에서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래야 윤미라가 더는 그녀에게 희망을 걸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노동명을 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명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관성에는 훌륭한 젊은 남자들이 가득했다. 그녀의 운명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만약 관성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만나보면 된다.만약 운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녀는 혼자서 사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다.“오빠 일 보세요. 저 운전해야 해요.”손은경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 일들을 하예정은 모르고 있었다.오후에 그녀는 공예품을 도와주는 학생들에게 재료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저녁이 되자 학교는 끝나고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학교의 대문을 걸어 나왔다. 하예정은 그들의 활기찬 얼굴을 보며 그들의 청춘을 부러워했다.한동안 바쁘게 보낸 하예정은 가게 앞에 놓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저씨. 저희 언니 많이 좋아졌어요. 회복도 꽤 잘 됐고요.”“정말 다행이야.”정씨 아저씨는 반찬을 집어 먹으며 밥을 한입 먹었다.“예정아, 아저씨가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네 의견을 말해 줄 수 있겠니? 아줌마한테 말했더니 혼나기만 했어.”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말씀하세요. 무슨 일인데요? 제가 들어보고 의견을 말씀드릴게요.”“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알잖아. 하지만 진정한 사부님 밑에서 배우지 못하고 혼자서 여기저기서 조금 배웠을 뿐이야. 그런 다음에 혼자서 책을 보며 공부했지.”정씨 아저씨는 식사를 멈추고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지금은 내가 육교나 공원 같은 곳에 가서 관상을 봐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심심할 때 가서 돈을 벌면 집안 살림에 도움도 될 것 같아서. 비록 우리 잡화점으로도 돈을 벌긴 하지만.”“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어르신은 점점 더 늙어가고 우리 중년층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어. 온 식구가 이 가게 수입에 기대 살기는 힘들어. 그래서 밖에서 좀 빨리 돈을 벌고 싶은데 집사람은 날 혼내기만 하니. 우리 집사람은 오늘 저녁, 아니구나 내일인가? 오늘이 수요일이니 목요일에 로또 번호를 공개하겠네. 나한테 내일 저녁 로또 번호를 알려달래. 전 재산을 털어서 로또를 사겠다면서. 많이 사야 상금이 더 높대. 5천 원이 당첨되면 5만 원을 받을 수 있다네.”정씨 아저씨는 불만을 말했다.“내가 로또 번호를 알았다면 이미 부자가 되었을 거야. 육교에 가서 관상이라도 봐 줄 생각을 하겠니? 집사람은 내가 게을러서 몰래 빠져나가려고 하는 줄 알 거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내일 저녁 로또 번호 아시면 저한테도 전화해서 알려 주세요. 저도 전 재산을 털어서 살게요.”“예정아, 아저씨 놀리지 마라. 난 내 실력으로 관상을 봐주고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싶을 뿐이야.”“정씨 아저씨, 꼭 공원에 가서 관상을 봐주는 걸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은 그걸 사기라
하예정은 언니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이미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다.“이모.”우빈이는 하예정을 발견하고 기쁘게 달려와 하예정의 품에 안겼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으며 언니가 도시락을 씻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언니, 내가 가서 씻어 올게.”“됐어. 나 지금 너무 심심해.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그렇지 않으면 이미 간병인에게 도시락을 씻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이렇게 일찍 문 닫은 거야?”하예정은 조카를 안고서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언니가 뜨거운 물로 도시락을 씻는 걸 바라보며 대답했다.“효진이가 오늘 밥을 산다고 해서. 우빈이가 밥 먹지 않았으면 내가 데려가서 밥 먹였을 텐데.”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 돼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 밥 먹고 바로 자니까. 아저씨가 가져다주는 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매일 이렇게 잘 먹어. 퇴원할 때가 되면 몸무게가 또 70킬로를 넘길 것 같아.”그녀는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었다.조금만 많이 먹어도 허리가 바로 통통해졌다.“괜찮아, 언니 지금 너무 말랐어.”어차피 이제 저승 문 앞에서 유턴까지 했다.“조금 있다가 네가 우빈이 좀 데려가. 하루 종일 나하고만 있어서 우빈이도 답답할 거야. 계속 내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만 보고 싶어 해. 눈 나빠질까 봐 걱정돼서 안 보여줬지만.”하예진은 도시락을 씻으며 말했다.“예정아, 내일 너 올 때 우빈이 로고 좀 가져다줄래? 우빈이 유치원 끝나면 여기서 로고 하면서 놀게.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 보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아. 그리고 한글 공부하는 책도 가져다줘.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이럴 때 우빈이 한글 좀 가르쳐 줘야지. 9월에 유치원 중급반으로 올라가야 배운다고 하네. 지금은 초급반은 그저 애를 봐주는 거하고 같아.”지금 유치원 등록금도 싸지 않았다. 한 학기에 수백만 원이 들었다. 더 비싼 곳은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중급반부터 아직도 3년을 더 유치원을 다녀야 초등학교에 입학
사람들은 아기를 안고 출근하는 전태윤의 모습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하예정과 이야기를 나누던 몇몇 임원들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전 대표님께서 오셨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괜히 커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원진들이 간 뒤 웃으며 함께 있는 아이와 남자에게 다가갔다.“태윤 씨, 애 잘 잡고 있어요.”아이를 높이 들어 올리거나 허공에서 빙빙 돌릴 때 제대로 안지 않아 떨어뜨리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높이 들고 빙글빙글 돌리는 것을 멈춘 다음 아이를 내려놓으며 웃었다.“걱정 마, 내가 우빈이 떨어지지 않게 꼭 안고 있을 테니까. 우빈아, 이모부 좋아?”우빈이 대답했다.“좋아요, 이모부 너무 좋아요.”그들 사이에 꼽사리 낀 꼬맹이라고 부르는 것만 그만두면 더 좋을 것 같았다.우빈은 말하며 두 팔로 전태윤의 목을 감싸고, 전태윤의 얼굴에 뽀뽀하더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전태윤은 꼬마 녀석의 입맞춤에 빙그레 웃으며 하예정에게 말했다.“동명이가 왜 우빈이를 유난히 좋아하는지 알겠어. 애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하예정이 웃으며 맞장구쳤다.“당연하죠, 누가 키웠는데. 내가 키운 아기니까 당연히 귀엽지.”전태윤은 아내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봐요? 우빈이 내가 키운 거 맞잖아요.”“그래, 맞아. 그냥 나랑 만나고 나서 당신이 얼마나 능글맞아졌는지 보는 거야.”“당신이나 능글맞다는 거 인정해요.”하예정이 전태윤의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은 함께 걸어 나갔다.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인정해, 당신 앞에서 난 무척 뻔뻔하게 행동하지. 할머니는 그래서 나한테 자꾸 뭐라고 하시잖아, 가끔은 내가 친손자가 아닌지 의심할 정도야.”늘 전태윤에게 한 소리 하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하예정은 큰 소리로 웃고 싶었지만, 대표 사모님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기에 참았다.“친손자니까 그러는 거죠. 원래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싫은 소리 하고,
“그래, 아직 이르긴 하지만 우리도 준비해야지.”전태윤은 말하며 빠르게 덧붙였다.“네가 걱정할 건 없어, 디자이너가 오면 잘 협조하면 돼. 네 체형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만들어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 거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굳이 맞춤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가장 아름다운 신부예요.”그녀는 나름 자기 외모에 자신 있었다.전태윤은 웃으며 맞장구쳤다.“그래, 넌 언제나 내 가장 아름다운 신부였지. 그냥 내가 너한테 최고인 것만 해주고 싶어서 그래.”하예정을 위한 예물도 준비해야 했던 전태윤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과 가족들이 그에게 물려준 것 전부를 그녀에게 주기로 했다.두 사람은 사옥을 나와 함께 전태윤의 롤스로이스를 향해 걸어갔다.“따라오지 않아도 돼요.”전태윤이 경호원들에게 말하자 경호원들은 정중하게 대답했다.전태윤의 차가 시동을 걸고 전씨 그룹을 빠져나가자, 경호원들도 뒤따라 회사를 떠났다.소정남은 관성 호텔에서 가까운 지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이 자리에는 그의 절친한 친구들과 전이진, 예준하와 소지훈을 제외하고는 초대받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소씨 가문에서는 소정남에게 특별히 소지훈을 부르라고 지시했다.소정남이 애정을 과시하면서 소지훈을 자극해 결혼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소정남은 소지훈이 감정에 대해선 무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지라 대신 마음이 조급했다.삼촌의 부름에 소지훈은 흔쾌히 승낙했다.심효진은 하예정과 성소현만 초대했는데 성소현은 갑자기 일이 생겨 오지 못했다. 관성 호텔에 온 김에 소정남은 전호영에게 연락해 그에게도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모두 도착했을 때, 아내가 있었던 소정남과 전태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싱글이었다.“소 이사님, 효진아, 두 사람 축하드려요.”하예정은 이제 막 부부가 된 사랑스러운 커플을 보자마자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심효진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그녀는 허리를 굽혀 우빈이를 안아 들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이 이달 말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저마다 소정남을 한마디씩 놀렸다.소정남은 모두의 놀림과 축복을 기꺼이 받아들였다.“여기서 전태윤 빼고 다 똑같아.”소정남은 스스로 잔을 가득 채우더니 모두를 향해 웃으며 건배했다.“자, 똑같은 분들, 오늘부로 전 그쪽들 모임에서 빠집니다. 앞으로는 솔로 모임에 절 부르지 마세요. 건배!”예준하가 웃으며 말했다.“아주 부럽네요, 소 이사님.”반면 노동명은 이렇게 말했다.“오늘부터 소정남도 전태윤처럼 아내 바보가 되겠네.”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받아쳤다.“괜찮아, 넌 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 아내 바보.”“전태윤, 너 되게 상처받게 말한다. 예정 씨, 태윤이 제대로 단속 안 해요?”하예정은 조카에게 음식을 집어주고 있었다. 이미 저녁을 먹은 우빈이는 더 먹기 싫어 좋아하는 음식만 몇 입 먹고 있었다.“태윤 씨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단속할 필요가 없잖아요.”“들었지, 부부는 한통속이야.”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친구들 중에 두 사람이 제일 부러워.”전호영이 거들었다.“형, 부러우면 얼른 여자 친구 찾아요, 우리도 형 부러워하게. 지난번 공씨 집안 파티에서 손정 그룹 부회장님하고 얘기 잘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 춤추는 걸 봤는데 정말 잘 어울렸어요.”노동명은 하예진에게 말할까 봐 재빨리 하예정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하예정 역시 그날 밤 파티에 있었고, 이미 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려줄 거라면 진작 말했을 것이다.그러자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건 우리 엄마 마음에 드는 신붓감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그 사람 마음 얻어서 운 좋게 결혼까지 하게 되면 꼭 소정남처럼 성대한 만찬을 대접할게.”두 커플을 제외한 나머지 싱글들은 노동명이 좋아하는 사람이 하예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예준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노 대표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
소정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형이 왜 정상이 아니야?”소지훈은 입술을 꾹 다물다가 말을 꺼냈다.“여기 다 아는 사람들이고, 두 제수씨도 예전부터 가까운 사람이라 그냥 얘기할게. 난 여자한테 아무 감정을 못 느껴.”“...”하예정과 심효진은 친구 아니랄까 봐 동시에 집었던 새우를 그릇에 떨어뜨렸다.“형, 그냥 핑계지?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로 나를 겁줄 필요는 없잖아.”소정남은 큰아버지의 눈빛과 큰어머니의 기대에 찬 표정을 떠올리며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형이 어떻게 이런 말을, 깜짝 놀랐다.“소지훈 씨 혹시 남자를…”예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지훈 옆에 앉아있던 그는 이미 조용히 엉덩이를 들면서, 소지훈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언제든 자리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었다.소지훈이 어떤 사람인데, 준하의 이런 작은 행동까지 그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가 장난스럽게 예준하의 팔을 잡아당겼고, 예준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예준하 씨, 겁먹을 필요 없어요. 전 남자한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병이죠. 정신과도 가봤고, 남성 질환 전문으로 유명한 의사도 만나봤는데, 다들 이건 치료 방법이 아니라 운명에 달렸다고 하더라고요.”“형, 놀라게 하지 마.”“소정남, 내가 거짓말할 사람이야? 사실대로 말하는 거야. 난 내 몸 상태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아.”소지훈의 표정이 진지했다.하예정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지훈 씨, 그게 혹시 감정이 없는 병인가요?”소지훈은 하예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런 병도 있습니까?”“전에 잡지에서 봤는데, 그런 병은 치료법도 없고 전적으로 운명에 달렸대요. 소지훈 씨를 구원해 줄 여자를 만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말 평생 혼자 살아야 해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소정남, 돌아가서 큰아버지한테 말해. 나만 보면서 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이 많은 사람
형을 위해 선발 대회라도 열 수는 없지 않겠나?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그릇 가득 새우를 깐 후 일회용 장갑을 벗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그런 병 들어봤어요.”“소지훈 씨, 순리대로 따라요. 아니면 우리 할머니가 가장 신뢰하는 점쟁이를 소개해 줄 테니, 점쟁이의 도움을 받는 게 어때요? 혼자 살 운명인지, 아니면 대대로 이어갈 운명인지 점쳐 보시죠.”“전씨 할머니께서 믿는 점쟁이요? 어르신이 믿는 점쟁이라면 진짜가 틀림없겠네요.”전씨 할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이 컸던 소지훈은 할머니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형, 그럼 할머니가 아시는 점쟁이에게 가서 누가 구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지 그래?”소정남은 불안한 마음에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아, 이따가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우리 형한테 점쟁이를 소개해 달라고 말씀드려.”하예정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려고 애썼다.전태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돌아가서 할머니한테 전화할게.”소지훈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전태윤을 바라봤고, 전태윤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이모, 나 물 마시고 싶어요.”“그래.”하예정이 우빈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주려던 찰나, 전태윤은 이미 우빈에게 물을 따라주러 간 뒤였다.곧 전태윤이 우빈이를 위해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이모부 고마워요.”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소지훈은 우빈을 바라보며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 씨 조카 맞죠? 정말 귀엽고 예의 바르네요.”하예정은 손을 뻗어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제 조카 맞아요. 이름이 우빈이에요.”“삼촌도 귀여워요.”우빈이 덩달아 소지훈을 칭찬했다.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소지훈도 웃으며 말했다.“꼬마야, 삼촌은 어른이라 귀엽다고 하면 안 돼.”“삼촌 잘생겼어요, 우리 이모부만큼.”우빈이 말을 바꿨다.소지훈은 일부러 아이를 놀렸다.“그럼 삼촌이 잘생겼어, 이모부가 잘생겼어?”우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이모부가 더 잘생겼죠.”사람들은 다시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