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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잠시 머뭇거리던 전태윤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 내가 출근 도와줄게."

전태윤이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겠다고 하니, 하예정은 스쿠터를 가게에 둔 채 전태윤의 차에 탔다.

심효진은 떠나는 두 사람을 눈으로 배웅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점점 더 부부 같네."

전태윤은 비록 늘 냉담하고 말이 많지는 않지만 하예정에 대한 애정을 사소한 것에서 보여주었다.

"만약 내가 태윤 씨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나도 기꺼이 초고속으로 결혼할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맞선 상대는 다 전태윤보다 못했다. 소위 뛰어난 남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그저 수입이 높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뛰어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번 소희 카페에서 만난 맞선 상대는 하예정을 마음에 들어하더니, 주선자에게 하예정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하예정이 유부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헛된 꿈을 꾼 것이다.

심효진은 곧바로 그 맞선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뒤 감히 몰래 또 하예정을 찾아가서, 하예정의 결혼 생활을 망친다면 지위와 명예를 전부 잃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겨우 하예정의 앞까지 찾아가는 것을 막았다. 심효진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하예정에게 찾아가 고백한다면, 하예정은 그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팰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예정은 산타를 배운 사람이었다.

"가는 길에 언니네가 있으니까, 언니 보고 집에 가요."

하예정은 습관적으로 날마다 언니네 집에 다녀 왔다.

하예정의 말에 전태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예정 부부는 하예진이 살고 있는 단지에 도착했다.

지금 이 시각은 저녁 식사가 끝났을 시간이었다. 단지 내의 주민들은 저녁을 먹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산책을 즐기는 탓에 지금은 단지가 제일 시끌벅적할 때였다.

전태윤이 차를 세우자, 하예정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 뒤 뒷자석의 문을 연 하예정은 그 안에서 과일 두 봉지를 꺼냈다. 다 전태윤이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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