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듣자 하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빼고는 주구장창 내 욕만 하시면서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던데, 정말로 제게 사과를 하려는 거예요?"하지명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변명하려고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는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저들에게 설득을 당해 괜한 피해를 입을까 얼른 이 일을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쌍방이 합의만 하면, 열기는 빠르게 가실 것이다. 또 그 자리에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어낼 테니, 사람들은 이내 그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고 그때가 되면 그들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이번 일은 그들에게 물이 배를 띄우는 동시에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인터넷은 강대하지만, 쉽사리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을 공격하다가 일단 반격을 당하게 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다른 볼일 없으면 그만 떠나주세요. 괜히 여기에 우르르 몰려서 남 장사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요."하예정은 더는 그들과 말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축객령을 내렸다.그러자 하씨 형제들의 얼굴이 구겨졌다.옆에 서 있던 심효진과 김진우는 그들을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노려봤다.한참 뒤, 하지문이 말했다. "예정아, 용서를 해야 할 때는 용서를 해야 하는 법이야. 무슨 일을 하든 한발 양보를 해야 앞으로 서로 다시 좋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말을 마친 하지문은 먼저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하씨 집안의 그 세대에서 하지문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들 집안에서만이 아니라 마을에서도 그가 제일 능력이 출중했다.예전에는 마을에 돌아가면 하지문은 가장 추앙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촌 동생에게 반격을 당해 하마터면 체면도 못 차릴 뻔했으니, 하지문은 지금 여기서 하예정에게 욕을 먹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하지문은 하예정이 형제간의 정은 전혀 없는 것 같아 하예정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뭐가 됐든 사
김진우도 그 사람들은 대단하다 못해 감탄이 나올 정도라고 생각했다. 뻔뻔하기도 뻔뻔했고,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하예정, 방금 전의 대화 내가 다 녹음했어."심효진이 입을 열었다. "녹음 파일 보내줄게. 괜히 또 인터넷에서 허튼소리하고 없는 얘기 지어낼라."심효진의 행동에 하예정은 그녀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웠다. 하예정은 하씨 집안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 녹음을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진우야, 출근 안 해?"녹음 파일을 하예정에게 보낸 심효진은 김진우가 아직 가게에 있다는 것이 떠올라 얼른 출근하라고 재촉했다.김진우는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 투덜대며 말했다. "우리 집안 회사에서 출근하는 건데, 뭘. 좀 늦어도 괜찮아.""집안 회사에서 출근하는 거니까 더 열심히 하고, 회사의 규율을 잘 지켜서 모범이 되어야지.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네 트집을 못 잡을 거 아니야. 얼른, 가서 출근해. 고모가 너 출근 안 한 거 알면 너 큰일 나."김진우는 장손이라, 김진우의 부모는 그에게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김진우가 김씨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하예정도 옆에서 거들었다. "진우야, 너 얼른 출근 해. 더 늦었다간 퇴근 시간 다 되겠다."김진우는 구시렁대면서도 차키를 챙겨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하예정에게 귀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정 누나, 나 밥 사주는 거 잊지 마요.""알았어. 내가 언제 너랑 했던 약속 안 지킨 적 있어?"김진우는 그제야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서점을 나섰다.김진우를 보내자 서점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심효진은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하예정은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점심쯤이 되자, 그녀는 도구들을 정리했다. 이제 곧 있으면 학생들 하교 시간이었다.그리고 그 시각, 전씨 그룹.대표 사무실 안, 공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뒤, 소정남은 무심하게 말했다. "전 대표, 방금 전에 형수님네 고향 사람 수십 명이 엄청난 기세로 차 여러 대를 나눠타고 형수님네 가게
전태윤은 비록 하예정이 하씨 집안 형제들을 상대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긴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예정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지 이제 약 한 달쯤 되었을까, 전태윤은 하예정에 대해 처음보다는 알게 된 게 많았다. 하예정이 만약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었다면 분명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아직 전화가 없는 걸로 봐선 혼자 상대할 수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그녀는 떳떳한 입장이니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전태윤은 저녁에 퇴근한 뒤 차를 바꿔서 관성중학교로 향했다.회사를 떠날 때, 소정남은 그에게 최근 전태윤이 접대도 가지 않아 모든 부담을 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다고 투덜거렸다.그에 전태윤은 소정남에게 이런 답을 남겼다. "난 아내가 있어서, 퇴근하면 집으로 가서 아내 곁에서 감정을 키워 나가야지.""..." 소정남은 어이가 없었다.핑계!핑계가 분명했다!게으름을 피우기 위한 핑계가 확실했다!소정남은 속으로 자신의 상사에게 결혼을 한 뒤로 점점 더 게을러진다고 거듭해서 비난했다. 정말로 전태윤답지 않은 행보였다.소정남의 비난을 듣지 못한 전태윤은 곧 관성중학교에 도착했다. 하예정의 서점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자료를 보거나 문구를 고르고 있었다.자신의 기가 큰 것을 아는 전태윤은 곧장 가게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괜히 학생들이 놀라 도망이라도 가면 하예정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교감 선생님보다 더 엄숙하다고 하면서, 선생님이 되지 않은 것이 참 아깝다고 말했었다.한참이 지나, 밤 자습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하나둘씩 학교로 돌아갔다.전태윤은 그제야 차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갔다.조금 어지러워진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던 하예정은 안으로 들어오는 전태윤에 조금 의외라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하예정은 다시 한번 전태윤의 아우라에 감탄했다.그것은 마치 왕이 왕림하는 것 같은 아우라였다. 어쩐지 학생들이 전태윤이 가게에 있으면 감히 들어오
잠시 머뭇거리던 전태윤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 내가 출근 도와줄게."전태윤이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겠다고 하니, 하예정은 스쿠터를 가게에 둔 채 전태윤의 차에 탔다.심효진은 떠나는 두 사람을 눈으로 배웅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점점 더 부부 같네."전태윤은 비록 늘 냉담하고 말이 많지는 않지만 하예정에 대한 애정을 사소한 것에서 보여주었다."만약 내가 태윤 씨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나도 기꺼이 초고속으로 결혼할 거야."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맞선 상대는 다 전태윤보다 못했다. 소위 뛰어난 남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그저 수입이 높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뛰어남과는 거리가 멀었다.지난번 소희 카페에서 만난 맞선 상대는 하예정을 마음에 들어하더니, 주선자에게 하예정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하예정이 유부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헛된 꿈을 꾼 것이다.심효진은 곧바로 그 맞선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뒤 감히 몰래 또 하예정을 찾아가서, 하예정의 결혼 생활을 망친다면 지위와 명예를 전부 잃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그렇게 하고 나서야 겨우 하예정의 앞까지 찾아가는 것을 막았다. 심효진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하예정에게 찾아가 고백한다면, 하예정은 그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팰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예정은 산타를 배운 사람이었다."가는 길에 언니네가 있으니까, 언니 보고 집에 가요."하예정은 습관적으로 날마다 언니네 집에 다녀 왔다.하예정의 말에 전태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예정 부부는 하예진이 살고 있는 단지에 도착했다.지금 이 시각은 저녁 식사가 끝났을 시간이었다. 단지 내의 주민들은 저녁을 먹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산책을 즐기는 탓에 지금은 단지가 제일 시끌벅적할 때였다.전태윤이 차를 세우자, 하예정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 뒤 뒷자석의 문을 연 하예정은 그 안에서 과일 두 봉지를 꺼냈다. 다 전태윤이 처형
동네 사람들은 자매 사이가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하예진은 여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고,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는다."주이모, 감사합니다."하예정은 주이모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전태윤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언니가 살고 있는 그 빌딩으로 들어간다."어제 언니를 집에 데려다줬는데 형부가 언니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고 나무랐고, 그때 형부는 때리고 싶은 기색이었다가 나를 보고 비로소 표정을 바꿨어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수다스럽게 말한다."우리 언니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죠."하예정은 언니를 몹시 아까워한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은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언니의 재탄생은 좋지 않다.결혼한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형부가 언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한다. "누나도 너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방금 주이모는 누나가 부엌칼을 들고 형부를 쫓아 몇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말했잖아, 그건 누나가 지는 편이 아니라는 뜻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아."하예정이 걱정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하지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고 올라가 언니가 준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주방에서 밥을 짓던 하예진은 문 닫는 소리를 듣고 주형인이 돌아온 줄 알고 주걱을 들고 나온다. 주형인이 또다시 자신을 때리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주형인은 부모님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시부모와 큰누나가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 욕설을 퍼부었고, 주씨 가족의 단체채팅에서 그녀의 험담을 퍼부어 다른 친척들이 그녀가 아내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남편에게 맞았다고 비난하도록 이끌었다.어쨌든 말끝마다 그녀 싸다고 하고, 잘못된 사람은 주형인이 아니라 그녀라고 했다.일부 친척들은 웃어른의 틀을 차리고 그녀에게 주형인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하면서 부부 두 사람은 침대맡에서 다투고는 침대 아래에서 화해한다느니,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가족의 단체채
예전에는 언니가 그녀를 지켜줬는데 지금은 커서 능력도 있고, 그녀가 언니를 지켜줄 차례다."예정아."하예진은 여동생을 붙잡고 말한다. "가지 마, 나는 피부 외상일 뿐이지, 걔도 이득을 보지 못했어. 내가 칼을 들고 몇 거리를 뒤쫓아 그를 겁에 질리게 했으니, 앞으로 감히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못할 거야.""언니, 가정 폭력은 단지 0번과 무수한 번만 있어. 그가 감히 너를 때리는데 그를 찾아가서 결판을 내지 않으면, 그는 두려워할 줄도 모를 것이고, 이후에 또 너를 때릴 거야."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나는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때렸고 칼을 들고 그를 쫓아 몇 거리를 뛰어다녔어. 너는 모르지만 그는 그때 겁에 질려 있었고 두 다리가 모두 떨렸어. 부부가 처음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잖아. 내가 이겼으니까 그는 앞으로 나를 때리려고 해도 뒤의 결과를 생각해야 해."하예진은 여동생을 붙잡고 주형인을 찾아가 결판을 짓지 못하게 한다. "주형인도 이미 주씨 집에 돌아갔는데, 만약 네가 찾아간다면 그의 대가족 사람들이 모두 너를 상대할 것이고 오히려 네가 손해를 보게 될 거야. 가지마, 나는 더 이상 그를 참지 않을게. 앞으로 나를 때리기는커녕 욕을 해도 걔랑 싸울 거야.""언니, 당시에 왜 나랑 얘기 안 했어?"하예정은 상처 난 언니의 얼굴을 안쓰러운 듯 만지며 말한다. "언니, 아직도 아파? 빌어먹을 주형인! 이렇게 심하게 했다니! 너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정이 많았고 너는 또 그를 위해 우빈을 낳았는데, 그가 어떻게 독하게 너를 때릴 수 있겠느냐?"하예진은 쓴웃음을 짓고 말한다. "지금 내 모습을 그는 벌써부터 싫어했어.""태윤이 왔어?""왔어. 지금 거실에서 우빈이랑 놀고 있어."하예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여동생에게 말한다. "예정아, 지금 언니의 결혼생활이 난리판이 된 걸 봤지. 결국은 내가 결혼한 후 직장을 그만둔 데다 주형인이 날 부양해줄 거라는 헛소리를 믿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너는
자매는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예진은 여동생을 잘 알고 있었고, 하예정이 여전히 그녀를 도와 분풀이를 해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하예정을 집에 남겨두고 술을 한 병 들고 나와 그녀과 한 잔 마시고, 밤늦게까지 머물게 한 후에야 예정 부부를 떠나게 한다.하예정의 주량은 보통이고, 언니가 꺼낸 것도 독한 술이였는데, 술을 한 잔 마신 후 취기가 올라 언니의 집을 나설 때 머리가 약간 어지럽고 걸음을 걸을 때도 똑바로 걷지 못한다.하예진은 젊은 부부를 배웅한다.하예진은 예전에 일할 때 상사와 접대를 자주 하면서 주량이 점차 세져 독한 술 한 잔은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태윤 씨, 예정이 취했으니 잘 돌봐줘요."하예진은 매부에게 당부한다.하예정을 취하게 만들면, 그녀은 더 이상 주형인을 찾아가 결판을 낼 수 없게 된다.하예진은 여동생이 주씨 집에 가면 주씨 가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렵다.주씨 집안의 사람들은 그녀의 고향집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밉살스럽다."누나, 예정을 잘 돌볼게요."전태윤은 하예정을 가볍게 붙잡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하예정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자 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가로 껴안는다."술을 이렇게 못하면서도 계속 마시려고 하는데, 누나가 술 한 병 들고 나온 것은 목적이 있는 건데, 바보같이 마셨네."하예정은 두 손으로 전태윤의 목을 끌어안고 술 트림을 한다. 그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전태윤은 싫은 듯 얼굴을 떼며 말한다. "내게 입김을 불지 마, 술냄새나 죽겠어.""난 이렇게 할거예요!"하예정은 일부러 그의 얼굴에 대고 말한다. "벌 받은 거예요. 언니의 속셈을 간파해도 날 막지 않았잖아요."전태윤이 이렇게 붙이는 게 익숙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녀를 땅에 버릴 뻔한다."예정아!"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외친다. "네가 제정신인 것을 알고 있어. 기회를 틈타서 나를 속이지 마라!"하예정은 냉소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한다. "주형인은 우리
하예정은 전태윤의 소리에 잠이 깨서 일어나 앉아 애기처럼 눈을 비벼본 후 눈이 깜박이지 않고 그를 쳐다본다.갑자기 그녀는 태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맑은 목소리로 말한다. "멋쟁이, 날 안고 차에서 내려줘요."전태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 하예정을 한 대 때린다. "난 경고했어, 술김에 날 놀리지마. 너는 취했지만 아직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취하지 않았어. 지금 네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 마음속은 다 알고 있지."하예정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하지만 알코올의 작용으로 그녀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전태윤이 그녀에게 그를 놀리면 안된다고 경고할수록 그녀는 더욱 그를 놀리려고 한다.사내대장부가 여자에게 희롱당할까 봐 두려운가?소문이 나면 남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태윤 씨......"하예정은 히죽히죽 웃으며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전씨 그룹의 큰아들처럼 사실 이상이 있습니까?"전태윤은 남녀관계에 대해 하예정보다 더 순수하다.하예정은 술기운을 빌려 전태윤을 희롱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뭐가?""안 되든가, 아니면 여자가 싫고 남자가 좋든가."전태윤은 떫은 표정을 짓는다."할머니가 자꾸 우리 둘이 사귀자고 하신데, 나는 서른 살의 남자가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면 아마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요. 못생기기는커녕 아주 잘생겼더라고요.""또 너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는데......" 하예정은 웃으며 두 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엄하게 그의 얼굴을 만지며 말한다. "태윤 씨, 앞으로 날 때릴 거예요? 잘 들어봐요. 나는 무술을 연마한 적이 있어요. 네가 감히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절대적으로 너를 여기저기 이빨을 찾도록 때릴 거예요.""아이고, 이렇게 잘생겼는데 정말 뽀뽀하고 싶네요. 아니면 누나한테 뽀뽀 한 번 해줄까요? 자, 자, 나한테 뽀뽀 한 번 해줘요......"하예정이 방자하게 전태윤을
화분과 꽃들을 감상한 하예정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하예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동명 오빠가 우빈을 데리고 공항에 갔어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곧 전화를 걸어왔다.“언니. ”“나도 동명 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어. 두 사람 곧 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했어. 좀 이따가 도착하면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어.”금요일에 우빈은 일찍 하교했다. 관성에서 강성으로 날아가려면 몇 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하예진은 조금만 더 기다려 노동명과 우빈과 함께 밥 먹을 수 있었다.“우빈이 아빠가 데리러 갔다고?”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아침에 우빈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주형인 씨를 만났어. 마침 손님을 근처로 데려다주다가 들렸다고 하더라고. 겸사겸사 유치원에 들러서 우빈이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때 우빈이가 이미 유치원에 들어갔거든.”그러나 하예정은 주형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난 형인 씨가 일부러 유치원으로 갔다고 느껴져. 방금 형인 씨가 우빈과 동명 오빠가 부자처럼 친해진 걸 보더니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빈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거 있지. 근데 우빈은 형인 씨에게 끌려갈까 봐 동명 오빠와 함께 강성으로 가겠다고 조르더라고. 내가 보기엔 우빈이는 이제 점점 주씨 집안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하예정은 비꼬며 말했다.주씨 집안은 유일한 손자 우빈을 매우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으로 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경우에 우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그러나 주형인은 우빈에게 진심이었다. 어쨌든 친부 자이니까.하지만 주형인은 먼저 바람을 피우고 이혼까지 했으며 바람난 상대와도 결혼까지 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과 노동명의 일을 알게 된 후로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예진에게 다시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우빈 앞에서는 노동명의 온갖 험담을 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라 누가 그에게 잘해주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
“네. 우빈아, 안녕! 잘 다녀와.”“이모 안녕히 계세요.”우빈은 노동명에 의해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형인을 바라보며 입술을 약간 오므리다가 작별 인사했다.“아빠. 다녀올게요.”주형인은 웃으면 지었다.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경호원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여운별은 들통날까 봐 모두가 그녀를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어린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들은 픽업 카드를 선생님께 제출하기만 하면 어린이들은 곧 선생님의 안내로 나올 수 있었다.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그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소위 시누이라는 존재를 데려오지 못하면 하예정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노동명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하예정은 자신의 차로 돌아와 차를 몰고 곧 유치원을 떠났다.주형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친아들이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때때로 그는 우빈의 양육권을 되돌려 받으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니까.주경진 부부도 찬성했다.하지만 충동은 충동일 뿐, 방금 진정되었다.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오면 우빈이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니까.주형인의 세계와 하예진의 지금 세계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우빈의 미래를 고려하여서라도 주형인은 아들의 양육권을 다시 쟁탈할 생각을 단념했다.우빈이 주형인과 친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그의 친자식이었다.앞으로 우빈에게 큰 능력이 생기면 주형인도 체면이 크게 설 것이다.하예정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태윤은 손님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고 회사에 없었다. 그러나 곧 돌아올 거라 하예정은 대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전태윤의 사무실은 예전보다 조금 변했다. 간식 캐비닛이 하나와 화분 몇 개가 늘었으며 인형도 몇 개 더 생겼다.화분은 부자 나무, 돈나무, 부귀 나무 등이 놓여있었다.물론 하예정이 그녀의 남편을 위해
그리고 주형인의 집에 가면 우빈은 늘 주경진이 자신을 보며 한숨만 내쉬는 장면을 봐야 했다.김은희는 우빈에게 집에 돌아가서 하예진과 주형인이 재혼하도록 설득하라고 가르치곤 했다.우빈은 아직 어려서 재혼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자 김은희는 아빠와 엄마가 다시 함께 살게 하는 거라고 자상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우빈은 스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을 뿐 아빠와 살고 싶지 않다고 명백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는 주형인 집에 있으면 임정한이 늘 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지금은 주경진 부부가 임정한의 편을 들지 않지만, 주서인은 여전히 우빈에게 그의 집에 돈과 장난감이 그토록 많은데 인색하게 임정한에게 놀게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 했다.어리석은 주서인은 심지어 돌려쓸 자금이 모자란다고 어린 우빈에게 돈을 가져다 달라고 설득했다!그러나 우빈은 그에게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의 돈은 전부 하예진이 도맡아 저축해 주었다면서 말이다.주서인은 그 말을 듣더니 우빈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냐면서, 왜 자신이 돈을 손에 넣어두지 않느냐고 따졌다.하여 우빈은 점점 더 주서인을 싫어했다.주씨 집안은 더 이상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빈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하예진에게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그들의 주씨 집안 사람이 직접 유치원 입구에서 우빈을 데리러 간 후 전화로 하예진에게 알리곤 했다.하예진의 동의 없이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려갈 수 없었다.하예진이 동의하지 않으면 친아버지인 주형인이 데리러 간다고 해도 우빈을 데려갈 수 없었다.누가 예전에 주씨 집안 사람더러 우빈을 따돌려 숨겨놓고 하예진이 아들을 못 보게 숨기라고 했는가!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특히 주서인과 김은희는 매우 못마땅했지만, 하예진 앞에서는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인지라 주씨 집안의 사람들이 전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형인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 한 주형인의 집에 가는 것을 꺼렸다.
우빈은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챙겼어. 걱정하지 마. 동명 아저씨가 시간 아끼려고 여기까지 마중 나온 거야. 가자! 너희 엄마가 강성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우빈은 기뻐하며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그럼 우리 빨리 가요. 우리 엄마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노동명은 녀석을 끌어안고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며 말을 건넸다.“자, 그럼 지금 출발했다!”노동명은 경호원에게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개인 비행기가 유치원 입구에 주차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우빈이 안 배고파?”노동명이 묻고 있었다.“유치원에서 간식 좀 먹었어요.”점심 휴식시간이 지나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늘 간식을 제공한다.우빈은 먼 길을 떠날 것을 알고 간식을 많이 먹었던지라 녀석은 지금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노동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배고프면 차나 비행기 위에서 간식 좀 먹자. 우리 밥 먹지 말고 네 엄마를 만나면 함께 식사하자.”“네.”노동명은 우빈이가 배고플까 봐 다정하게 여러 쥬스와 간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하예정도 두 사람을 위해 간식들을 준비해 왔다.그녀는 먼저 차에 가서 우빈의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노동명의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예정 씨, 우빈이를 제 차에 태워요.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힘들어요. 오다 다가 시간도 한참 걸릴텐데. 제가 우빈을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우빈이 머리카락 한 올도 빠지지 않으리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는 배웅하러 가지 않을게요. 우빈아, 도착해서 엄마 만나면 이모한테 문자 한 통 보내라고 전해줘. 그리고 이모도 많이 생각해야 해.”우빈은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이모, 그리고 이모부, 다른 이모들도 많이 생각할게요.”노동명은 농담하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다 생각할 수 있겠어?”모두가 빵 터졌다.우빈은 진지
“이모! 아저씨!”우빈이가 달려 나왔다.그는 멀리서 하예정과 노동명을 보자마자 바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작은 가방을 멘 채로 빠르게 달려왔다.선생님은 깜짝 놀라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왔다.“우빈아, 너무 빨리 뛰지 마. 넘어져! 조심해야지.”하예정이 몇 발짝 앞으로 나가며 소리쳤다.눈 깜짝할 사이에 우빈은 하예정의 곁으로 달려갔다.하예정은 쪼그리고 앉아 그를 안아 주었다. 그러다가 곧 몸부림치며 내려왔다.“이모 뱃속에는 제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지금 자라는 중이라 이모가 저를 안아 주면 제가 이 동생을 누를지도 몰라요.”우빈은 가끔 이모의 배를 만지면서 하예정 배속의 동생과 인사 나누기도 했다.심지어 배속의 동생에게 왜 여동생이 아니고 남동생이냐고 묻기까지 했다.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아직 그에게 답을 줄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한 달 후,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면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때면 태아의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괜찮아. 우리 우빈이 전혀 무겁지 않은걸. 동생을 누르지 않을 거야.”임신해도 우빈이 정도는 거뜬하게 안을 수 있었다.다만 다들 우빈이가 함부로 움직여 실수로 그녀의 배를 다치게 할까 봐 안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우빈도 철이 든 아이였다.하예진이 그에게 다시는 하예정 품에 안기지 말라고 한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아까는 너무 기뻐서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안긴 것이다. 하하!“아저씨.“우빈은 즐겁게 노동명의 앞으로 뛰어갔다.그는 자연스레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두 손으로 노동명의 목을 껴안으며 달콤하게 소리쳤다.“아저씨, 보고 싶었어요.”“아저씨도 우리 우빈 너무 보고 싶었어.”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껴안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어제 아저씨를 못 봤더니 태윤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 못 봤더니 일... 일...”우빈은 전태윤이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그 뒷부분의 구절이 기억나지 않았다.“하루 못 보니 일 년이나
하예정의 차는 노씨 그룹 입구에 멈춰 서서 노동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정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2분도 채 되지 않아 차를 타고 나왔다.“예정 씨.”노동명은 차창을 내리누르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빈의 여행용 가방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하예정이 대답했다.“어차피 저도 바래다 드려야 해요. 오빠, 우빈이 물건들도 전부 제 차에 있으니 먼저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에 가보세요. 유치원에서 곧 하학해요.”“네.”그러자 노동명이 물었다.“태윤이는 안 왔어요?”“너무 바빠서 얘기도 안 꺼냈어요.”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정말 바쁜 친구였다.하예정이 먼저 차를 몰았고 노동명의 차도 곧 뒤를 따랐다.그런데 유치원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여운별을 만나게 되었다.여운별은 매일 유치원 입구에서 하예정과 우연히 만날 기회를 잡고 있었다.“사모님, 또 조카 데리러 오신 거예요?”여운별은 입가에 우아한 웃음을 머금으며 걸어오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과 함께 있는 노동명을 보는 여운별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거렸다. 하예정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노동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가 그의 좋은 형제와 함께 다니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네, 사모님도 시누이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만 매일 제가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내일 주말이니까 이틀 쉬어도 되겠네요. 참, 쉬지도 못하겠네요. 애가 자꾸 놀이터에 가겠다고 조를 테니까요.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집에서 쉬고는 계시지만 매일 수많은 사업을 해야 하거든요. 손님께 음식 대접도 해야 하고 고객과 함께 골프도 치러 가야 해서 너무 바쁘세요.”여운별은 거짓말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했다.너무 잘해서 그런지 자신조차 사실 같다고 느껴졌다.마치 그녀가 정말로 용씨 사모님인 듯, 정말로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우리 시누이도 시부모님과 함께 놀지 않고 매일 저에게 달라붙어서
여운초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주 꿀이 떨어지네요.”하예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꾸 새어 나왔다.그녀도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운초 씨도 도련님 사랑 듬뿍 받으시잖아요.”둘은 마치 꿀단지에 잠긴 듯, 사랑의 달콤함에 흠뻑 젖어 있었다.여운초가 바빠 보였기에 하예정은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그녀가 천천히 제 차로 돌아와 막 차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주형인이 서 있었다.“처제.”주형인은 다가오며 그녀가 혼자인 것을 보고 물었다.“우빈이는 안에 데려다줬어?”“네. 우빈이 보고 싶으세요?”주형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손님 모시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빈이 얼굴이나 볼까 해서 왔어. 아직 안 왔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일 줄이야.”“우빈이는 잘 지내요.”하예정은 전 형부에게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주형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우빈이는 잘 지낼 거라 믿어. 네가 돌보고 있으니 나랑 너희 언니도 마음 놓고 있어. 우빈이한테 들었는데 너희 언니 출장 갔다며?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그건 왜요?”“아, 별일은 아니고 그냥 물어봤어.”잠시 침묵하던 주형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출장, 정말 오래 걸려?”“정확히는 몰라요.”“아, 그렇구나.”주형인의 얼굴엔 아쉬움이 스쳤다.하예정은 차갑게 말했다.“더 할 얘기 없으시면, 저 먼저 가볼게요.”“아, 그래.”주형인은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삼켰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하예정이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주형인은 그때 이후로 다시 회사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젠 갈 곳도, 그를 받아줄 곳도 없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관성시에서 그는 이미 유명했다. 나쁜 쪽으로 유명했다. 그 이름에 따라붙는 것은 조롱뿐이었다.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과응보라며 혀를 찼다. 뿌린 대로 거
그래서 녀석의 짐은 미리 노동명에게 맡겨야 했다.하예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우빈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점점 멀어지자 하예정은 그제야 주차해 둔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막 차에 오르는 용씨 가문 사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곁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한 경호원이 공손히 차 문을 열어주며 예의를 갖췄다.용씨 가문 사모님은 살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하예정을 발견하자 미소를 머금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예의상 하예정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잠시 후 여운별을 태운 고급 승용차는 부드럽게 하예정의 시야에서 멀어졌다.하예정은 시선을 거두며 휴대폰을 꺼내 여운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운초 씨, 용 사모님을 또 만났어요. 그나저나 동생분께서 찾아와 귀찮게 굴지는 않으셨나요?”여운초는 아직 집을 나서지 않은 상태였다. 오전에는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꽃집에 들를 틈이 없었다.회사에도 처리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통화로 해결할 업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어쨌든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저녁이 되면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서원 리조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그렇게 또 주말이 다가왔다.주말에는 대체로 업무에서 손을 뗐다. 급한 일이 생기면 한동호가 대신 해결해 주곤 했다.꽃집도 믿음직한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주말을 남편과 함께 오롯이 둘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내일 밤은 시어머니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네, 괜찮아요. 곧 있다 올지도 모르겠네요.”여운초는 하예정에게 답장을 보냈다.“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제 눈에 너무 겹쳐 보이더라고요.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여운별은 지금 남자친구도 없고 경호원을 둘 형편도 안 돼요. 고급 승용차라니, 여운별이 타는 차는 제가 익히 알아요.”여운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다음에 용씨 가문 사모님을
하지만 하예정은 아직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한자리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여운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의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은 애초에 하예정을 기다리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지나친 의도는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겼을 것이다.하예정이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고 용태호가 알려준 적이 있었다.물론,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여운별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여운별은 문득 가장 증오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주했던 언니의 목소리, 그 익숙한 울림이.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긴 것은 분명 여운초의 말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용태호는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하예정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찾아낼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허상일 뿐이었다.그러나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했다. 심효진은 소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소씨 가문은 정보망이 촘촘하기로 유명했다.하예정이 누구를 조사하려면 소씨 가문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예정은 빈손이었다. 여운별이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운별은 마음 한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그리고 그 여유는 곧 그녀의 표정에 스며들어 하예정을 마주할 때면 그녀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진짜 용씨 가문 사모님인 것처럼, 여운별이라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말이다.용태호는 그녀한테 내일 밤에 있을 연회에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참석하라고 말했다. 용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참석하라는 것이었다.그 연회에는 관성시 상류 사회의 귀부인들이 모일 터였다.전씨 가문의 명해은도 내일 밤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며느리인 여운초도 데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