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팔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급한 업무를 다 처리하거든 며칠 시간 빼내서 함께 A시로 가자. 예씨 가문 예준성 부부랑 한번 만나. 예준성 씨는 어머님 성을 따라 예 씨야.”그는 또 하예정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여보도 소설 속 여주인공이야. 남들이 여보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알아?”하예정은 그를 가볍게 밀쳤다. 매번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며 뜨거운 입김을 불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간질거려 당장이라도 확 덮쳐버릴 것만 같았다.전태윤 부부는 계란과 닭, 오리를 하예진에게 보낸 후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왔다.집에 와보니 숙희 아주머니가 와 계셨다.아주머니는 전태윤이 애초에 하예정에게 준 반려견도 데려왔다. 반려동물들은 줄곧 아주머니가 돌보고 있어 발렌시아 아파트로 함께 돌아왔다.문을 열자 봄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하예정은 봄이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한참 넋 놓고 있다가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전태윤에게 물었다.“봄이 왜 이렇게 살쪘어요?”전태윤은 반려동물을 싫어하는데 하예정을 너무 사랑한 탓에 집에 몇 마리 키우고 있다. 하예정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하니 그는 봄이와 고양이 두 마리를 곧장 선물해줬다.하예정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자 봄이는 신나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전태윤은 개털이 몸에 묻을까 봐 얼른 저 멀리 피했다.“숙희 아주머니가 얘네들 너무 잘 돌보셔서 개자식이 점점 더 살찐 거지. 고양이 두 마리도 살찐 것 좀 봐. 저렇게 세 마리가 한데 있으니 꼭 새끼돼지 같아.”하예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쏘아붙였다.“봄이라고 불러요. 개자식이 뭐예요, 우리 봄이 욕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 알았어. 개자식 아니고 봄이지.”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부부에게 인사했다.“아주머니, 이 물건들 냉장고에 넣어두시면 돼요.”전태윤은 엄마가 챙겨주신 닭을 아주머니께 건넸다.비닐봉지를 받은 아주머니가 그에게 물었
“손자들만 해치는 할머니야.”하예정이 할머니를 옹호해 나섰다.“할머니가 당신 뭘 해쳤는데요? 할머니가 하신 모든 일은 다 당신들 잘 되라고 그런 거예요. 말해봐요, 할머니가 대체 태윤 씨를 어떻게 해쳤냐고요?”그녀는 전태윤을 밀치려 했고 이에 전태윤이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예정아, 너 방금 뚱땡이 봄이 만진 손도 안 씻었는데 얼른 가서 씻어. 개털 묻은 손으로 날 밀치지 말고. 나 이런 개털들 딱 질색이야.”“...”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답했다.“예정 씨, 얼른 가서 손 씻으세요. 제가 야식 준비했으니까 손 씻고 바로 와서 드세요.”야식 먹으란 말에 하예정은 더이상 남편과 개털 문제로 따져 묻지 않고 손 씻으러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녀는 손 씻으며 아주머니께 물었다.“야식 뭐 했는데요?”“아무튼 다 사모님 좋아하시는 거로 만들었어요.”숙희 아주머니는 봄이더러 얼른 개집에 들어가 자라고 눈치를 줬다.똑똑한 봄이는 전태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걸 알고 감히 집안에서 뛰어다니지 않은 채 얌전히 개집으로 들어가 엎드려 있었다.전태윤은 야식을 먹지 않고 TV를 보려 했는데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아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마치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부부가 집에 돌아온 뒤 일상이 곧 이러했다.그렇게 어두운 밤이 흘러갔다.오늘은 하예진 자매가 고향 마을에 돌아가 하 영감 일행과 다시 계약서를 체결하는 날이라 하루 토스트는 문을 닫았다.엄마의 끈질긴 다그침에도 꿋꿋이 전태윤의 집에 들러붙어 있는 노동명은 하루 토스트로 가서 아침을 먹으려고 늦잠을 자다가 허겁지겁 일어나 세안을 마치고 운전해 나갔다.결국 가게 문 앞에 도착해서야 문이 닫힌 걸 발견했는데 누군가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그 사람은 노동명도 아주 눈에 익은 바로 서현주였다.하예진을 찾아온 듯싶었는데 아마도 그녀한테서 소식을 캐내고 싶은 모양이다.이름 모를 여자가 서현주에게 내린 미션이었으니.상대는 전태윤과 성기현이 대체 어디까지 조사했는지 알고 싶었다.요
노동명은 서현주를 내쫓은 후 굳게 닫힌 가게 문을 보면서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예진아, 오늘 왜 가게 문 안 열어?”노동명이 살짝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예정이랑 함께 고향 마을에 일 보러 내려왔어요. 부모님 집 문제도 해결했겠다, 오늘 하루 휴식하느라고요. 왜요?”노동명이 알겠다며 대답한 후 질문을 이어갔다.“부모님 집 문제가 해결됐다고? 더이상 소송 안 걸어도 돼?”그는 하예진을 도와 소송문제도 해결해주려 했다.“협상으로 해결했어요. 대표님, 저 일 봐야 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그래.”노동명은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고향 마을의 일을 다 해결했는데 노동명은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다. 그녀가 말해주지 않았으니까.하긴, 말해줄 이유도 없잖아!노동명이 뭐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하예진이 사사건건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생각을 마친 노동명은 왠지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했다.하루 토스트가 문을 안 여니 노동명은 어쩔 수 없이 허기진 배를 안고 회의하러 회사로 가야만 했다.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은경이 하루 토스트 문 앞에 나타났다.물론 가게 문을 안 열었으니 손은경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하루 토스트가 하예진 가게라는 것도 몰랐다.그녀는 단지 노동명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보내주려고 왔을 뿐이다.저 멀리서 노동명의 차가 이 가게 앞에 세워진 걸 보고 손은경도 차를 세우고는 그의 행동을 빤히 쳐다봤다.그가 서현주를 놀라게 하고 줄행랑치게 한 것도 똑똑히 지켜보았고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윤미라에게 보여주며 그 여자가 대체 누군지 여쭐 생각이었다.서현주가 허겁지겁 떠나긴 했지만 노동명과 꽤 길게 대화를 나눈 터라 두 사람은 지인임이 분명했다. 손은경은 원래 마음만 먹으면 노동명을 바로 낚아챌 거라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윤미라의 조언을 들은 후에도 자신감을 잃진 않았지만 노동명의 곁에 나타난 어떠한 여자도 경계를 늦출 순 없었다.그와 아는 사이이고 대화도 나누는 여자라면 철저하게 뒷조사하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노동명은 손은경을 내쫓을 수가 없다.“오빠 아직 아침 못 드셨죠?”손은경이 웃으며 걸어와 도시락 두 개를 노동명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아줌마가 오빠 주라고 싸주신 거예요. 아줌마가 그러는데 오빠는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도 늦게 깨나서 아침을 거르기가 일쑤라면서 나더러 꼭 이 도시락 챙겨주라고 하셨어요. 방금 내 차가 오빠 차 바로 뒤에 있었는데 하루 토스트 앞에서 멈춰 서데요. 오빠 평소에 거기서 아침 드시나 봐요?”나중에 그녀도 그 가게 토스트가 맛있는지 친히 맛볼 생각이었다.만약 음식이 특별하게 맛있는 게 아니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오빠 마음을 사로잡은 거니까.“손은경 씨, 나 오늘 스케줄이 꽉 차서 은경 씨랑 프로젝트 상의할 시간이 없어요. 이제 곧 회의하러 들어가야 해요.”“그럼 이따가 비서한테 약속 시간 정하라고 할게요. 오빠 언제 시간 되시면 그때 다시 프로젝트 상의해요. 회의는 몇 시에 하는데요?”“아홉 시요.”손은경이 시계를 들여다보니 십 분만 남겨둔 상태였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도시락 뚜껑을 열고 안에 든 음식을 하나씩 꺼내 노동명 앞에 내려놓았다.“십 분이면 충족해요. 아줌마가 정성껏 만드신 음식이니 얼른 드세요. 아줌마 속상해하실라.”이 음식들은 손은경이 직접 만들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윤미라가 만든 걸 대신 갖고 왔다고 거짓말을 둘러댔다.그녀가 말끝마다 아줌마를 내세우며 다그치자 노동명도 배가 고파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손은경이 건넨 수저를 들자마자 몇 분 만에 도시락을 말끔히 비웠다.“집에 요리사가 바뀌었나?”노동명이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 두 장 꺼내 입을 닦았다.손은경은 그에게 온수 한 잔 따랐다.노동명은 고맙다고 말한 후 온수를 두어 모금 마셨다.“그새 눈치 챘어요 오빠?”손은경이 웃으며 물었다.“새 요리사 솜씨가 어떤 것 같아요?”“꽤 잘하는 것 같네요.”다만 그는 여전히 하예진이 해준 아침이 더 맛있었다. 아주 평범한 야채 토스트
손은경은 노동명이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오빠, 이건 아줌마가 특별히 오빠랑 가고 싶으시다고 한 거라 나도 대체할 순 없어요. 난 어디까지나 아줌마 친구 딸이지 가족은 아니잖아요. 연회는 사실 나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하잖아요.”노동명은 비즈니스 때문에 상업적인 연회에 많이 참가했었다. 노씨 그룹이 자리 잡기 전까지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연회란 연회는 전부 참가했다.인제 노씨 그룹은 관성의 유명한 대기업으로 거듭났고 빅 보스 노동명도 그와 급이 비슷한 회장님들과만 사업을 논의하지 소소한 것들은 임원 층에 맡긴다.그 뒤로 노동명은 각종 연회에 참석하는 횟수가 확 줄었고 두 절친이 다 참가하는 곳만 골라서 다녔다.친구가 있어야 그도 얼굴을 내비치는데 전태윤이 거의 얼굴을 내비치는 일이 없어서 세 남자를 연회에서 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호스트는 누구예요? 어디서 열리는데요?”노동명이 물었다.“아줌마 말로는 도씨 가문 어르신이 관성 호텔에서 연회를 여신대요.”도씨 가문 어르신이란 말에 노동명은 아무 말도 없었다.도씨 일가의 자산은 전씨 일가보단 못하지만 관성에서 나름대로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도씨 일가 어르신은 인맥이 아주 넓고 그 집안 사람들은 매우 겸손하다.도형욱이 주최하는 연회라면 관성 상업계의 모든 거물들이 어르신을 뵙기 위해 다 참석한다. 전태윤도 얼굴을 내비칠 정도이다.도씨 일가와 전씨 일가는 친분이 두터워 작년에 도형욱이 주최한 비즈니스 리셉션에도 전태윤이 참석했다. 때는 바야흐로 그와 하예정이 금방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 당시 하예정은 심효진과 심미란을 따라 관성 호텔에 갔었다.전태윤이 연회장에 나타나자 장내가 떠들썩해졌고 심효진도 구경하러 달려갔지만 인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하예정은 구석에 숨어서 실컷 음식을 먹었다.“오빠 일단 회의하러 가요. 난 도시락 깨끗이 씻고 집에 돌아갈 거예요.”손은경이 노동명에게 얼른 회의하러 가라고 일깨워주었다.노동명은 알겠다고 대
윤미라는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녀가 들고 나간 아침 도시락을 노동명이 다 먹었는지 몹시 궁금했다.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윤미라는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아줌마.”손은경이 차에서 내린 후 텅 빈 도시락통을 들고 윤미라를 향해 걸어왔다.활짝 웃는 손은경의 모습에 아들이 도시락을 깨끗이 비운 걸 바로 알아채곤 함께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손은경은 도우미에게 도시락통을 건넨 후 윤미라를 부축하며 소파에 앉았다.“동명이랑 좀 더 있지 그랬어?”“오빠가 회의가 있다고 해서 방해될까 봐 바로 왔어요. 아줌마, 내가 이 도시락 아줌마가 해준 거라고 했더니 오빠가 바로 먹는 거 있죠. 게다가 요리사가 바뀐 거 아니냐고 묻더라니까요. 내 요리 솜씨가 괜찮은가 봐요.”윤미라는 활짝 웃으며 손은경이 마치 진짜 며느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앞으로 동명이한테 아침 도시락 자주 만들어서 보내줘. 걔가 평소에 뭐가 부족하면 바로 챙겨주고. 그 녀석 얼음 같은 마음도 천천히 녹아내릴 거야. 은경이 화이팅. 아줌마는 너희 둘 좋은 소식만 기다린다.”이때 손은경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 속 서현주를 가리키며 윤미라에게 물었다.“아줌마, 이 여자 누구예요? 아시는 분이에요? 동명 오빠랑 아는 사이인 것 같더라고요. 두 사람 대화 나누는 걸 봤어요. 그리고 이 하루 토스트는 하예진 씨 가게래요. 오빠가 원래 여기서 아침 먹으려다가 하예진 씨가 오늘 마침 고향 마을에 볼일이 있어 내려간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대요. 그래서 오빠도 배고픈 김에 회사에서 내가 준 도시락을 다 먹었어요.”안 그러면 노동명은 한 입도 안 먹었을 것이다.손은경은 원래 자신만만하여 하예진을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윤미라가 그녀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바로 하예진이라고 했다. 이혼녀에 뚱뚱하지 게다가 애까지 딸린 여자를 노동명이 눈이 멀었다고 좋아할까, 손은경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인제 보니 아줌마의 조언이 나름대로 일리 있어 보였다.노동명은 하예진의 가
손은경이 계속 말을 이었다.“이것들도 다 아줌마가 나한테 알려준 거잖아요. 예정 씨랑 예진 씨는 친자매이고 예정 씨가 열 살 되던 해에 부모님을 여읜 채 언니가 소녀 가장이 되어 힘겹게 동생을 키웠어요. 예정 씨는 보고 배운 게 언니뿐이라 예정 씨 성품을 보면 예진 씨 성품도 알 수 있어요. 난 예진 씨가 그런 여자가 아닐 거라고 믿어요. 어쩌면 나랑 라이벌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그건 절대 예진 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오롯이 동명 오빠한테 달렸어요.”손은경은 종일 궁궐에만 박혀있는 재벌 집 따님이 아니다. 그녀는 손정 그룹 임원이라 박학다식하고 많은 곳을 돌아다녀 윤미라보다 그릇이 좀 더 크다.“뭐 그래도 이런 일들을 미리 알아서 경계하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손은경은 노동명과 하예진이 시작하기 전에 재빨리 노동명을 제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만약...하예진에게 진다면...손은경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여러모로 하예진보다 몇 배는 더 훌륭하니 노동명이 눈이 멀지 않는 한 그녀를 내버려 두고 이혼녀 하예진을 선택할 리는 없으니까.동생과 함께 고향 마을로 내려온 하예진은 고향 친척들과 계약서를 다시 체결하는 내내 재채기를 해댔다.“언니 감기 걸렸어? 이따가 갈 때 성균 삼촌한테 들러서 한번 보여.”성균 삼촌은 근처의 몇몇 마을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의사이다. 의원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인근 마을 사람들은 두통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전부 그를 찾아간다.하예진 자매도 어릴 때 성균 삼촌네 의원에서 적잖게 약을 처방받았다.“감기 기운은 아니야.”하예진이 귀를 어루만지며 동생에게 물었다.“예정아, 내 귀 좀 봐. 빨갛지 않아? 누가 내 욕하는지 타오를 것처럼 뜨거워.”하예정은 언니의 귀를 힐긋 봤는데 정말 빨갛게 달아올랐다.“언니가 오늘 가게 문을 닫아서 단골손님들이 헛걸음했다고 구시렁대는 거겠지.”진짜 언니 험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현주 말곤 더는 생각나는 자가 없었다.
하 영감 부부는 하예진 자매를 도와 등기부 등본 실소유주 변경도 해주었다.모든 수속을 마친 후 등본에 하예진 이름으로 변경됐고 두 자매는 하 영감 부부한테서 산 부동산 몫의 금액을 지급했다.하예정은 자신이 상속받은 그 목도 언니에게 전부 내주었다. 언니는 장녀이기에 당연히 언니가 상속받아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언니가 마주한 역경이 그녀보다 더 많은 걸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이 일은 아직 언니에게 알리진 않았다.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마을 이장이 두 자매에게 말했다.“예진아, 예정아, 너희 집 텃밭은 임대했니? 어떤 사장이 우리 마을의 밭을 도급받고 싶대. 마을 회의를 열었는데 다들 찬성표였어. 밭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아서 밭 면적에 따라 돈을 나누는 거야. 모든 과정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거니까 너희도 만약 의향 있으면 누구 한 명 카톡 남겨줘. 계약서 체결하고 임대료 받거든 너희들한테 돈 입금해 줄게.”마을의 밭을 도급받는 사람은 바로 하예정이다.다만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가볍게 웃었다.“고마워요, 이장님. 나랑 언니는 돌아와서 밭을 가꿀 일이 없으니 집에 있는 텃밭을 그대로 놔둬도 낭비인 것 같아요. 어떤 사장이 우리 밭을 욕심 내고 도급받겠다면 그렇게 해줘요. 임대 기간은 대략 어느 정도예요?”“적어도 15년이래.”이장이 대답했다.하예정은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가 20년이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아직 마을 사람들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장이 정확한 기간이 20년인 걸 모르고 있다.“좋아요.”하예진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동생이 언급하지 않자 그녀도 입을 꾹 다물었다.하예정은 언니더러 이장님께 카톡을 남겨주라고 했다.그때 가서 밭 임대료를 받으면 이장이 직접 언니에게 계좌 이체하면 된다.“띠리링...”이때 하예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태윤한테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한쪽 옆으로 가서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여보.”하예정은 남들이 부부의 대화를 엿들을까 봐 나지막이 말했다.“예정아, 목소리 너무 낮아. 좀
“엄마, 저는 밖에서 낳은 딸이 없어요. 만약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면 그 딸을 이씨 가문에서 인정하나요?”“네가 낳은 친자식이라면 당연히 인정하지. 네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을 때 가족 모두가 동행한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의 사람들도 인정할 거야.”이윤미가 대답했다.“그러면 제가 왜 시집을 가야죠? 시집가지 않으면 그 쓰레기들이 재산을 가져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이은화는 정신이 나갔는지 갑자기 딸의 이상한 질문에 대답까지 해주었다.정군호의 배신 때문인지, 기분이 나쁜 탓인지 모른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완벽한 대책을 세워도 빈틈이 생길 것 같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딸이 아빠를 두지 않으면 좋잖아요. 제가 결혼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부부로 되지 못하니 당연히 부부의 공동 재산이 될 리가 없을 테고 그 남자도 재산을 분할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거고요.”이은화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다시 이윤미를 설득했다.“윤미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생각해. 엄마는 네가 외롭지 않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제가 딸을 낳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 텐데 어떻게 외롭다니요? 가주 자리에 앉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이 바빠서 매일 발이 땅에 닿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텐데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남자가 없어요. 그런데 또 딸을 낳아 가주 자리를 물려주려면 예진 리조트의 넷째 사모님을 따라 배우면 되잖아요.”“이윤정은 어떻게 됐어?”이윤미의 생각에 놀란 이은화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사상은 여전히 비교적 보수적이었다.“우리 별장 앞에서 밤새 울부짖었어요. 오늘 아침에 윤정이가 형수님 몇 분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또 괴롭힐까 봐 도망쳤어요.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요. 우리 오빠들이 윤정에게 준 돈과 카드도 전부 형수님들이 빼앗아 갔어요. 엄마가 옷 외에 다른 물건은 전부 가져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형수님들도 엄마의 말씀을
이윤미는 더는 정군호를 쳐다보지 않고 이은화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이윤미는 보온 도시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면서 말했다.“만두 두 개도 포장해 가져왔어요.”이은화는 앉아서 이윤미가 가져온 흰죽과 반찬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너니까 나에게 진짜로 흰죽과 반찬을 가져오는구나.”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이라면 흰죽과 반찬들이 이은화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은화의 요구대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엄마,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이윤미는 양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학대받았을 때 흰죽 한 그릇도 먹지 못했다.어렸을 때, 흰 죽 한 그릇도 그녀에게 사치였다.삶의 고달픔을 일찍 알아버린 이윤미는 커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도 함부로 쓰지 않고 여전히 절약하며 살았다.이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으로 지갑이 두꺼워졌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았다.이은화는 묵묵히 죽을 먹으며 수십 년 전 그날 새벽의 이은숙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이은화는 자신의 맏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가주 자리에 앉았지만,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엄마, 아버지께서...”이윤미가 조용히 물었다.그녀는 정군호가 얻어맞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아마 이은화에게 칼에 찔렸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어젯밤 정군호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은화는 자식들이 자신에게 정군호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윤미 또한 정말로 묻지 않았다.어쨌든 이은화는 정군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이은화의 수단으로 분석해 보면 그녀는 정군호를 단번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괴롭힐 것이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죽지는 않아. 단지 내시가 되었을 뿐이야. 감염되지 않고 상처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대. 네 아버지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은 없을 거야. 앞으로 미녀를 보게 되면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을걸.”이윤미는 잠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윤미야.”이윤미는 이은화를 바라보았다.이은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엄마
정군호는 잠깐 고통과 절망한 표정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그는 정말 아팠다.정군호가 이은화를 보지 않아도 이은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리고 일어나 다시 창가로 걸어가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이은화의 생각은 이미 멀리 떠났다.만약 그 사람이 이은화와 함께 있었더라면, 그녀를 돕고 그녀와 결혼했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영원히 이은숙에게 충성했다.이은숙이 시집가서 딸을 낳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여전히 이은화와 함께하지 않고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이미 몇십 년이 흘러 이은화가 70세의 노인으로 되었는데, 그 사람은 아마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은화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따르릉...이은화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이윤미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은화는 잠시 휴대전화를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엄마.”이윤미는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넸다.“엄마, 괜찮으세요?”그녀는 아버지의 부상이 어떤지 직접 묻지 않고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최악인데 뭐가 괜찮겠어? 너희도 어른이 되고 나도 할머니로 되었는데 네 아빠가 내연녀가 있다고 해도 난 이제 여의치 않아.”앞으로 정군호는 다시는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엄마, 오늘 밥 안 드셨을 텐데 드실 것 좀 갖다 드릴까요?”“필요 없어.”이은화는 거절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그래, 너무 많이 가져오지는 말고. 흰죽에 반찬 조금만 갖다 줘.”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힘드실 텐데 그렇게 간단하게 드시면 쉽게 배고파요. 쉽게 체력도 떨어져서 안 돼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을 건넸다.“네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신 날 아침, 큰이모가 이렇게 드셨거든.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다면서 가끔 흰죽에 반찬을 곁들이면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셨어.”“알았어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윤미는 더는 아무
“괜찮아요. 누나는 일 보러 나갔어요. 우리 예진 누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 돼요. 누나는 이미 온갖 피바람을 겪은 사람이거든요. 15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사람 잡아먹을 정도의 친척들을 상대하면서 열 살짜리 여동생을 잘 가르치면서 살아오셨어요. 삶의 고초를 겪은 사람의 의지는 엄청나게 강한 법이죠.”전호영은 이경혜가 왜 하예진을 선택하고 강성으로 보내 이윤미와 경쟁하게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놀라지 않았다니, 안심이 되네요.”전호영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퇴근해도 될까요? 참, 현이 씨에게 선물을 준비했어요.”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케이스를 받아 열어 보지도 않고 일어나서 그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 넣었다.“열어 보지 않을래요?”“볼 필요 없어요. 호영 씨가 준 물건은 모두 최고이기 때문에 제가 한가할 때 천천히 열어보면서 호영 씨의 사랑을 느껴볼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보면서 오늘의 그녀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 고현은 전호영의 감정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전호영의 이 고된 사랑의 길에서 드디어 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전호영은 너무 뿌듯했다.병원.어느 고급 병실에서 이은화가 창가에 서서 창밖의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정군호였다. 정군호는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표정도 고통스러웠다.그는 눈을 감고 있다가 가끔 눈을 뜨고 그러다가 창가에 서 있는 이은화를 보더니 또 재빨리 눈을 감았다.아무도 정군호를 방문하러 오지 않았다.그가 칼을 휘둘러 그런 일을 저지른 소식을 이은화가 억눌러 소문이 퍼지지 않게 했다.그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이은화는 정군호가 아들딸 앞에서 그의 유일한 존엄을 잃지는 않도록 했다.시간이 한참 흘러 이은화가 돌아앉아 자는 척하는 정군호를 보며 말을 건넸다.“당신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아.”그녀는 정군호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진통제
고진호도 고현이 여자였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닌 사위가 필요했고 따라서 재벌가 딸들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고현이 고객을 배웅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뒤에는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객의 비서일 것이다.전호영과 고객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고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호영은 말없이 한쪽으로 비켜섰다.고현은 직접 고객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남 비서가 전호영을 쳐다보자 전호영은 눈빛으로 고현을 따라가라고 신호를 보냈다.전호영은 이미 고현의 사무실에 대해 매우 익숙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비서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었다.고현의 사무실과 휴게실에 관해 전호영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현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전호영은 스스로 고현의 사무실로 갔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선 전호영은 먼저 커피 한 잔을 타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고현이 돌아왔다.“어젯밤 일은 어떻게 됐어요?”고현은 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예진 누나를 대신해서 죽은 경호원 가족들이 와서 뒷일을 처리했어요. 이씨 가문도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보험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은 거액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저도 이따가 예진 누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후에 그 경호원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 경호원은 비록 이씨 가문의 희생 품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걸요.”현재, 그 차 사고는 잠시 의외 사고로 단정 지어졌다.이씨 가문의 음모라는 증거가 없어서 이씨 가문은 충분한 연기를 해야 만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죽은 그 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스스로 재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이은화의 마음이 그토록 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 처음 초대한 당일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하예진이 경계
다행히도 이 모든 악몽은 이미 끝났다.하예진은 이미 다시 일어서서 사업을 일으켰다.“호영 씨, 이만 가볼게요. 저도 나가서 일해야 하거든요. 회사를 설립하는 일을 아직 다 마치지 못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회사가 강성에 있어야 다른 회사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동명 형이 오시는 길일 텐데 더 기다리지 않으려고요?”전호영은 장난치고 싶었다.하예진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야 도착할 거에요. 동명 씨가 먼저 오면 저 대신 먼저 대접해 주세요. 호영 씨와 동명 씨가 더 친하잖아요.”“저도 좀 이따가 고씨 그룹에 갈 거예요.”“알겠어요. 그럼, 제가 빨리 돌아오죠. 미래의 아내가 더 중요한 법이죠. 호영 씨 둘째 형도 혼인신고 했다면서요. 호영 씨가 설을 쇠러 갈 때면 운초 씨는 아마 임신했을걸요. 힘내셔야겠는데요.”전호영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누나, 저도 필사적으로 힘을 내는 중이거든요. 우리 현이 씨는 둘째 형수님보다 따르기가 훨씬 어렵거든요.”여운초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하얀 꽃처럼 부드럽고 연약해 보였다.여운초가 여씨 그룹을 단단히 장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전호영도 여운초가 계략과 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끈질긴 열정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전호영의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전호영의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마침 이경혜의 전화를 받았다.이경혜와 하예진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하예진이 떠난 지 30분 만에 전호영은 일을 끝내고 호텔을 떠나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뒷일을 고현에게도 알려주려고 했다.이번에 전호영은 꽃도, 보석도 사지 않았다. 고현은 비록 여자이지만,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성격도 남성적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에게 손목시계를 하나 사줬다.고씨 그룹의 사람들은
“이 대표님께서도 크게 노하셨을 거예요. 정군호 씨는 잘 모르지만, 이윤정 씨는 그날 밤 쫓겨났어요. 한밤중에 정군호 씨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실려 갔다고 들었는데, 이 대표님은 아무도 병원에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정군호 씨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대요.”전호영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었다.하예진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물잔을 들고 두 모금 더 마시더니 다시 잔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전호영을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어나갈 때까지 기다렸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사람을 보내 병원에 가서 알아보게 했어요.”“이모할아버지의 부상 상황은 어떻게 되셨대요? 이모할머니가 벌인 일이래요?”그러자 전호영이 대답했다.“이 대표님께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 정군호 씨가 스스로 그 부위를 자른 거래요.”전호영은 정군호가 벌인 일이 이은화의 핍박이라고 추측했다.정군호는 절대로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이은화가 아마도 정군호에게 두 가지 길을 준 것 같았다.정군호 배후의 정씨 집안은 여전히 이씨 가문에 의지하여 살아가야 했기에 정군호는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지 않으면 정군호는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없기에 칼을 휘둘러 스스로 그런 짓을 해야만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하예진이가 깜빡이며 의아했다. 그녀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전호영도 정군호의 부상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고 그냥 말 한마디만 내뱉었다.“정군호 씨는 죽지 않았어요. 정군호 씨의 부상은 알아보기 어려울 거예요. 이 대표님께서 엄밀하게 숨기고 있거든요. 남자들에게는 특히 데릴사위인 정군호 씨에게는 존엄 없는 짓이나 다름없으니까요.”하예진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데릴사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재벌 가문으로 시집가는 여자들이 당하고 있는 일 아닌가요? 성별이 바뀌었을 뿐이죠.”전호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 후, 전호영이 말했다.“누나, 우리 동명 형은 좋은 사람이에요. 과거의 일은 지나
하예진이 위험에 처해 사고가 일어나야만 경호원들이 주동적으로 노동명에게 보고했다.“괜찮으면 됐어. 그럼 됐어. 너무 놀랐잖아. 예진아, 내가 이따가 강성으로 갈 건데 아마 오후 2시 전에 도착할 것 같아.”하예진이 대답했다.“전 괜찮아요.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요.”노동명이 외출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하예진은 늘 그를 걱정했다.“내 두 눈으로 네가 멀쩡한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네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야 내가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저는 정말 괜찮아요. 경호원들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린 다 괜찮아요. 동명 씨가 외출하기 불편하실 텐데 너무 멀리 오면 안 돼요.”노동명은 기어코 가겠다고 고집했다.“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 너무너무 보고 싶어. 네가 괜찮은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하예진은 반박하지 못했다.“그럼 조심히 오세요. 만약 몸이 불편하면 고집하지 마시고. 동명 씨, 우리는 각자가 서로를 위해서 자신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아시겠죠?”노동명은 부드러운 어조로 나지막이 대답했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면 외출하지도 않아.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오후에 봐.”“네, 오후에 봐요.”하예진은 전화를 끊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노동명이 하예진에게 주고 있는 것은 전남편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어쩌면, 노동명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주형인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적 있었겠지만, 나중에 복잡한 일들이 많이 끼는 바람에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하예진이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은 강성에 있는 전씨 가문의 사업 중 하나이며 전호영이 맡은 부분이다.하예진은 쉽게 전호영을 만날 수 있었다.그녀는 잠을 더 자려고 해도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약을 몇 알 먹은 하예진은 이내 두통이 사라지게 되었고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더니 전호영의 사무
게다가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한테 진심으로 잘해줬고 그는 우빈이를 자기 자식처럼 여겼다.그녀가 노동명을 거부하고 재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지 재혼하면 다시 불 구덩이에 빠질까 봐 걱정됐고 또한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노동명은 그녀를 도와 모든 장애물을 제거했다. 노씨 가문은 그녀를 받아들였고 그녀가 노동명과 결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 노동명은 친아빠인 주형인보다 우빈이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만약 그녀가 다시 결혼한다면 노동명이 가장 적합한 후보일 것이다.“동명 오빠도 언니한테 피해 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언니한테 피해보다 행복을 주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좀 더 기다려줘. 동명 오빠가 곧 일어설 거라고 난 믿어.”“알아. 그래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을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 동안 내 사업도 열심히 발전시키는 중이야.”지금의 그녀는 관성의 3대 재벌 가문의 투자, 후원 및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익보다도 그 속에서 얻은 경험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언니 화이팅! 우리 언니가 최고야. 난 항상 언니가 자랑스러워.”하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가 많이 힘낼게.”“언니, 수다 그만 떨고 얼른 잠 좀 자.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안 알려주면 걱정만 할 테지만 알려 주면 적어도 우리가 해결 방법을 같이 생각하고 모두가 같이 부담하면 훨씬 더 편해지잖아.”“그래 알았어.”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진은 계속 자려고 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그녀는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뭐 좀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이 시간에 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파서 캐리어에서 진통제를 꺼냈다.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