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미안하면 호텔에 묵던가.”“그냥 한번 해본 소리야. 내가 네 집에 처음 묵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나랑 정남이가 술을 많이 마셨거나 밤이 너무 깊으면 모두 너희 집에 묵었잖아. ”“...”전태윤은 와이프를 일으키며 차갑게 말했다.“넌 안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객실에 가서 쉬기나 해.”그리고 하예정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방으로 돌아온 전태윤은 찌뿌둥해서 말했다.“언제부터 우리 집이 동명이 녀석의 피난처가 된 거지?”하예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타일렀다. “동명 씨도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묵으러 온 걸 거예요. 당신들은 오랜 친구잖아요.”“그게 아니라 일부러 날 방패막이로 삼은 것 같아. 그 여자가 자기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똑똑히 알면서 어쩜 우빈에게 옷 몇 벌 사주고 처형한테 옷 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도통 모르겠네.”하예정은 남편을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녀의 적극적인 포옹에 전태윤의 불평하는 목소리도 점차 줄어들었다.“아마도 동명 씨는 정말 우빈이가 좋은 거지 언니에게는 다른 뜻이 없을지도 몰라요.”그들은 모두 노동명과 하예진 사이에 남녀 간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예정아, 한 남자가 아무 이유 없이 여자에게 잘해주지는 않거든. 그런 행동엔 분명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거야.”“동명 씨가 우빈이에게 아주 잘해주긴 해요.”전태윤은 그저 웃기만 했다.할머니는 진작 노동명을 떠보셨다.노동명은 아직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거나, 아니면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건데, 전태윤은 전자가 맞을 거로 생각했다.그는 자신이 하예진에게 잘해주는 이유가 우빈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우빈을 정말 좋아하니까.“노씨 사모님은 분명 문벌이 맞는 집안의 아가씨를 며느릿감으로 고르려 할 거예요. 설사 노 대표가 우리 언니에게 마음이 있다 해도... 난 동명 씨가 언니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니도 지금 재혼할 마음이 없고요, 설령 재혼한대도 그 상대가 동명
“그렇게 생각하지 마. 처형은 점점 더 행복해질 거야.”전태윤은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하긴요, 아직 결정된 일도 아니고... 당신 말대로 동명 씨는 매우 주견이 있는 사람이니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우리 언니에게 마음이 움직이면, 우리 언니 행복하게 해주겠죠?”“응, 우린 그저 천천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 당신은 지금 생각이 너무 많아.”전태윤은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여보, 얼른 씻어.”옷을 건네받은 하예정은 남편의 잘생긴 얼굴에 뽀뽀하고 샤워를 하러 갔다.30분 후.부부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여보, 언제쯤 나랑 같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전태윤이 물었다.“같이 참석해야 할 연회가 있나요?”이모를 따라 몇 차례 연회에 참석한 후, 그녀는 자신감이 커졌다. 주로 전태윤이 든든한 뒷배가 돼주었다.이제 남편이랑 연회에 참석해도 주눅 들지 않을 거다. 적어도 킬힐을 신고도 여성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됐다.이모는 그녀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 숨기는 거 하나 없이 모조리 다 가르쳐줬다.성소현은 줄곧 이 방면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 이렇게 배우려 하는 조카딸이 나타나자, 이모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을 모두 전수해 주려 한다.성씨네 사모님은 두 조카딸이 우수하면서도 강한 여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자기 딸은 출신이 좋고, 아버지와 형도 지켜주고 있어 노력하지 않아도 아무도 감히 괴롭히지 못하지만, 두 조카딸은 다르다. 열심히 배우고 강해져야 다른 사람들의 진정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낮에는 회사 일로 바빠, 당신도 바쁠 테니 당신의 낮 시간을 뺏지 않을게. 만약 저녁에 가야 할 연회가 있으면 같이 가줘.”남자들끼리 비즈니스 얘기할 때 아내를 데리고 가기 적합하지 않은 장소도 있다. 그는 그런 장소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네, 알겠어요.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해줘요. 인제 전씨 가문의 미래 안방마님이 등장할 때도 됐죠.
“마누라가 있는 남자는 당연히 다르지. 네가 조리한 스테이크는 너 혼자 먹지만, 내가 조리한 스테이크는 우리 부부가 함께 나눠 먹으며 향수할 수 있어. 사랑하는 마누라가 내가 조리한 스테이크를 먹는 걸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일이거든. 물론 이런 행복을 너 같은 싱글은 못 느끼겠지만. 너 혼자 산해진미를 먹은들 맛있을 것 같아? 하지만 부부가 같이 먹으면 맨밥에 김치라도 맛있는 거야.”“너 참 잘도 말한다. 마치 우리처럼 요리할 줄 모르는 남자는 나중에 행복을 얻지 못할 것처럼 말이야. 나는 너처럼 요리 솜씨는 없지만, 요리 솜씨가 아주 좋은 아내를 찾아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으면 돼.”“그러면 마누라 말고 밥하는 도우미를 찾아.”말문이 막힌 노동명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스테이크 나도 하나 줘.”“저절로 만들어 먹어. 이참에 배울 겸 경험도 쌓고 좋잖아. 나중에 네 마누라에게 스테이크를 조리해 주면 아주 즐겁고 맛있게 먹을 거야.”노동명은 입을 삐죽거렸다.“손님에게 그게 할 소리냐?”“요청받지도 않고 불쑥 찾아온 방해꾼이지 손님은 아니지. 직접 만들어 먹기 싫으면 요리사에게 부탁해. 일단 내가 다 조리하고 나서 부엌을 비우면 그때 다시 요리사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달라면 돼.”전태윤이 부엌을 차지하고 있을 때 요리사는 한창 마당에서 원예사와 허풍을 떨고 있었다.“그래, 그래, 나절로 할게. 내가 먹을 거 하나 못 만들 줄 알았어? 나 칼 좀 굴린 사람이야. 예전에, 밖에서 빈둥거릴 때 뭘 안 배웠겠어?”예전에 노동명은 조직의 선배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 경험이 있다.전태윤은 사랑하는 마누라에게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를 차려준 후, 또 마당에 가서 왕성하게 핀 장미꽃들을 잘라 아름다운 꽃다발을 묶었다.그는 꽃다발을 마누라가 앉을 자리에 가져다 놓은 후 위층으로 올라가 마누라를 깨웠다.노동명은 전태윤이 하예정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을 지켜보며 몰래 사진을 찍어 절친 소정남에게 보냈다.「정남아, 너도 보고 좀 배워.」「네가 배워야 하는 거
아침 8시, 하예진의 토스트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서성이던 노동명은 결국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불현듯 무언가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와 차 뒷좌석에서 작은 박스 하나를 꺼냈다.그 박스 안에는 블록 세트가 들어 있었다.우빈을 좋아하는 노동명은 많은 장난감을 사서 차에 놓아두었다. 가게에 들어가 우빈을 볼 때마다 장난감을 선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가게에 찾아가는 것은 하예진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빈을 좋아해서 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그는 우빈이가 선물한 바람개비를 싫증 내는 바람에 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노동명은 그 블록 박스를 들고 가게로 들어갔다.“노 대표님, 좋은 아침이에요.”하예진이 노동명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이전 메뉴 그대로 드실래요?”“응, 그대로 줘.”친구 집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오전에 많은 일을 하려면 좀 지나 배가 고플 것 같아서 하예진네 가게에서 좀 더 먹어두어야 한다.“우빈아.”노동명은 우빈이가 카운터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그 블록을 건네주었다.“우빈아, 이건 아저씨가 오늘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동명 아저씨한테서 선물을 받는 것에 익숙한 우빈이는 블록을 받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열어 봐, 아저씨가 같이 놀아줄게.”우빈이가 박스를 열고 안에 있는 블록 부품을 쏟아냈는데 로봇이었다. 현재 우빈의 나이에 이런 블록을 가지고 노는 것은 매우 어려운 편이었다.하지만 블록을 좋아하는 우빈은 하루 종일 놀아도 싫증 내지 않을지도.사실 노동명이 고난도 블록을 우빈에게 선물한 것은 자기 나름의 타산이 있었다. 우빈의 현재 나이로는 스스로 조립을 완성할 수 없으니 함께 놀 핑곗거리가 생긴 거다. 우빈을 도와 블록을 맞추면서 감정도 키울 수 있고. 그러면 우빈이도 동명 아저씨가 점점 더 좋아져 아저씨에게 고분고분 안길지도 모른다.“노 대표님, 우빈에게 장난감이 많은데 자꾸 사주지 마세요. 장난감 가게를 열어도 되겠어요.”하예진은 손님에게 주
“오늘 늦게 일어났어.”노동명이 거짓말을 하였다. 이미 친구 집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배가 부르지 않아서 또 가게에 온 거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사랑스러운 친구 부부네 집에서 식사할 때는 배가 부른 것 같았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으니 또 배가 고파 났다.노동명이 식사하면서 우빈이가 블록을 조립하는 걸 도와주자 하예진이 다가와 아들 옆에 앉았다.“우빈아, 엄마가 도와줄게.”공예품을 잘 짜고 손재주가 좋은 하예정은 블록 조립을 잘하지만 하예진은 블록 조립을 잘 못한다.도면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아들이 지저분하게 널어놓은 블록 부품들을 보고 막 머리가 아파 난 하예진은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자 마침 잘됐다 싶어 도면을 내려놓았다.“우빈아, 천천히 해 봐, 엄마가 일 끝나면 같이 해 줄게.”“엄만 할 줄 모르니 동명 아저씨랑 같이하면 돼요 .”우빈은 블록을 맞출 때만 동명 아저씨를 따르며 아저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우빈아, 아저씨 회사에 가서 천천히 블록을 조립하며 놀지 않을래? 모르는 건 아저씨가 잘 가르쳐줄게.”잠깐 생각하던 주우빈이 물었다.“엄마도 같이 가나요?”“우빈의 엄마는 바쁘셔서 아저씨 회사에 갈 수 없어.”그러자 우빈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엄마가 안 가면 나도 안 갈래요.”노동명이 사랑스러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예진에게 말했다.“우빈이가 경계심이 심하네.”잠시 후, 마침내 배불리 먹고 난 노동명은 이곳에 남아 우빈이가 블록 조립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꽉 찬 일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매일 하예진의 가게에서 잠시 머물며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노동명은 비서에게 뒤의 일정을 좀 더 빽빽하게 배정하게 하였다.노동명은 카드로 식사비를 지불한 후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아, 아저씨가 퇴근하면 같이 놀아줄게.”“동명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노동명한테서 블록을 선물 받고 기분이 좋아진 우빈이가 먼저 작별 인사를 하였다.이런 꼬마 녀석이 너무 귀여운 그는 아이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노동명의 어머니는 손은경 앞에서 하예정을 언급한 적이 있다.전씨 가문 사모님인 하예정과 친분을 쌓으려고 애를 쓰는 손은경이 분명 하예정의 언니인 하예진도 눈여겨봤을 것이다.“저 가게는 내가 전세로 준 가게예요.”노동명은 손은경이 자기가 가게주인을 도와 말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한 마디 덧붙였다.“어쩐지 동명 오빠가 그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 오빠 가게였네요.”“난 이미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요, 고마워요.”노동명은 손은경을 데리고 회사로 가고 싶지 않았다.“좀 있다 다시 가져갈게요. 지금은 동명 오빠 회사에 가보고 싶어요. 제가 이번에 관성에 온 건 내 일을 보는 것 외에, 오빠네 회사 같은 대기업과 협력하고 싶어서예요.”손씨 가문의 사업 규모도 매우 크다.노동명의 어머니 윤미라는 손씨 집안과 사돈이 되기를 바랐고, 손은경은 관성의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고 있다. 노씨 그룹과 같은 큰 그룹과 협력하면 손씨 가문에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를 통해 노동명과의 거리를 좁히고, 감정을 키울 수 있다.보기엔 거칠어 보이지만 섬세한 면도 있는 노동명을 정복하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행복을 기대할 수 있다.비즈니스 업계에 여러 해 동안 몸 담근 손은경은 도전적인 일을 가장 좋아했다. 노동명을 정복하는 것은 지금의 손은경에게 가장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 되었다.손은경이 노씨 그룹을 방문하겠다는 말에 노동명도 강경하게 그녀를 거절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어머니의 절친 딸이니까.그는 할 수 없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고, 그녀가 그의 뒤를 따랐다.가게에 있은 하예진은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노동명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씨 식구들이 호호탕탕하게 몰려왔다.김은희가 주서인 부부와 임정한까지 동물원에 같이 놀러 가자고 모두 불러들인 것이다.원래 유치원에 가려던 임정한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보살핌에서 떠난 후로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지금 또 감기에 걸리자, 주서인은 아예 이틀 휴가
“엄마, 우빈이가 장난감 못 놀게 해. 나, 우빈이 장난감 갖고 싶단 말이야.”임정한은 달려가 주서인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장난감을 가져다 달라고 떼를 썼다.항상 자기 애만 보배처럼 여기고 다른 애들은 안중에도 없는 주서인이 우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우빈아, 네 장난감 형한테 줘.”“싫어요, 내 거예요!”우빈은 박스를 품에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주서인이 우빈을 잡아당기려고 앞으로 다가가자 하예진이 손에 들었던 숟가락으로 그녀의 손목을 탁 내리쳤다. 아파 난 그녀는 바로 손을 움츠렸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하예진이 차갑게 말했다.“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이건 우빈의 장난감이에요. 우빈이가 정한이한테 주고 싶지 않다고 하잖아요. 안 주겠다는데 고모가 빼앗으려고요?”“...”주경진은 어두운 얼굴로 딸을 몇 마디 꾸짖었다. 그녀는 딸이 외손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가자 비로소 미안한 말투로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아, 우빈이가 장난감을 정한에게 주고 싶지 않다면 주지 않아도 돼. 우빈의 장난감이니.”“다들 무슨 일로 오신 거죠?”하예진이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묻자, 주형인이 바로 끼어들어 말했다.“어제 저녁에 아빠 엄마가 말씀하셨잖아, 오늘 우리가 우빈이 데리고 동물원에 호랑이 보러 갈 거라고. 우빈아, 아빠랑 동물원에 놀러 가지 않을래?”우빈이가 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엄마도 같이 가요?”주형인이 하예진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같이 가.”“예진아, 오늘 일찍 퇴근해. 여기서 동물원까지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우리 여기서 뭐 좀 먹고 동물원으로 바로 출발하자. 일찍 가면 애들도 오래 놀 수 있을 거야.”관성의 야생동물원은 규모가 매우 크고 동물들도 많이 있다.주형인이 하예진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주말에 한번 동물원에 갔었는데, 그때 아직 미성년자인 하예정도 데리고 갔었다.원래 아들더러 전 시댁 식구들을 따라 동물원에 가라고 말하려던 하예진은 자기가 따라가지 않으면 아들이 임정한에게
하예정은 전태윤의 롤스로이스에 앉아 가게로 돌아왔다.마침 그녀가 도움을 청한 친구들이 완성된 공예품을 납품하러 오자 그녀는 꼼꼼히 확인한 후 잘 짰다고 칭찬하며 처음 약속대로 돈을 정산했다.“예정아, 우리가 집에서 애를 보면서 여가에 공예품을 짜 돈을 버니 이제는 가족들이 모두 지지해 줘. 우리 시어머니도 더 이상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아.”“나도. 시어머니가 나를 도와 애를 봐주시겠다고 해서 정말 놀랐어. 예정아, 주문을 더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 우린 모두 완성할 수 있어.”모두 처음에 함께 공예품 짜는 것을 배운 친구들이다. 비록 평소에 왕래가 잦지 않지만, 연락은 유지하고 있었다. 하예정의 지금 신분은 모두가 알고 있어 부러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하예정이 배분해 준 일을 끝내면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집에서 애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에게 매우 유혹적이었다.시댁 식구들은 그녀들이 전씨 가문 사모님을 위해 일하며 수입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대하는 태도가 훨씬 좋아졌다. 하예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작년부터 주문이 밀렸어. 게다가 지난번에 손을 다친 바람에 더 많이 밀렸었는데, 너희들이 도와줘서 다행이야. 내가 재료를 더 가져오고 손님이 주문한 제품 견본도 줄게.”“좋아.”이 말에 모두 너무 기뻤다.준비한 재료를 나누어 주고, 또 그녀들이 차례로 떠나는 것을 지켜본 하예정은 다시 택배를 연락하여 고객들에게 물건을 보냈다.일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언니.”“이모.”전화가 연결되자 엄마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우빈이가 맑은 목소리로 외쳤다.“이모, 우빈이예요.”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모는 우리 우빈의 목소리를 알아들었어, 이모가 보고 싶었어? 이모가 소현 이모 더러 오는 길에 우빈이 데리러 오라고 말했어.”“이모, 아빠가 나랑 엄마를 데리고 동물원에 놀러 간다고 했어요. 많은 사람이 같이 가요, 이모도 같이 가요.”우빈은 소현 이모가 데리러 온다는 말을 듣고 하
“어쨌든 저도 그 경호원의 가족을 만나야 해요.”“그분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동생만 남겨졌대요. 동생이 오면 다시 예진 씨한테 연락드릴게요. 예진 씨, 지금 우리 집안이 난장판이라 제가 먼저 집안일을 처리하게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네.”하예진이 대답했다.이윤미는 전화를 끊었다.“이거 놔요! 저 엄마 볼래요. 엄마 보게 해주세요. 이거 놓으라고요!”정신을 차린 이윤정은 옷을 단정히 입었지만 결국 박수아와 김여희에게 끌려 내려갔다.그리고 조윤이 옷 몇 벌을 챙겨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정일범 형제는 말도 못 하고 정군호를 바라보기만 했다.정군호의 머릿속에는 하얀 종잇장처럼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정군호는 주저앉아 일어설 기력이 없었고 정일범 형제가 옷을 정리해 주는데도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것만 같았다.그는 지금 머리가 텅 비어 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몰랐다.정군호는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한 채 이윤정이 조윤 일행에게 질질 끌려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정군호의 결말도 좋을 리 없을 것이다!이은화가 얼마나 모질고 악랄한지 정군호는 잘 알고 있다.그녀를 화나게 하면 정군호와 그의 정씨 집안 사람들도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정군호는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이은화는 정군호를 죽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한 생활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아빠.”정일범은 여전히 이윤정을 아꼈다.정일범 형제는 이윤정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그들은 이윤정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될 신분이기 때문에 그녀와 남매간의 정을 잘 키우려고 했다. 이윤정이 가주 자리에 오른 후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윤정이 그들의 친동생이 아닐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하인의 딸이었다!그들의 친여동생 이윤미는 하인의 집에서 자랐고 그 하인의 가족들은 이윤미를 괴롭혔다.정일범 형제도 친동생 이윤미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조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까요? 윤정이가 깨어나면 윤정이 해명하는 것을 듣지 않으실래요?”이은화는 눈을 부릅뜨고 조윤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왜? 내 말이 지금 아무런 힘이 없어진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가! 당장 가서 해! 안 할 거면 너도 같이 꺼져!”조윤은 깜짝 놀라 얼른 대답했다.“갈게요. 지금 바로 갈게요. 자꾸 화내지 마세요. 몸 상해요.”조윤은 박수아와 김여희에게 함께 이윤정을 처리하러 가자고 눈빛을 보냈다.진숙녀가 2층으로 올라가더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이은화의 성난 고함을 들었기 때문이다.조윤 일행이 떠나자 이윤미는 그제야 진숙녀를 발견했다.“엄마, 화내지 말고 물 한 잔 드세요.”이윤미는 물컵을 들어 어머니에게 물 반 컵을 마시게 했다. 물컵을 내려놓은 이윤미는 이은화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운 것을 보더니 진숙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세요?”“아가씨, 예진 씨가 호텔로 돌아가시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뒤집혀 불이 나고 차가 망가졌대요.”“뭐라고요!”이윤미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진숙녀는 서둘러 해명했다.“아가씨, 예진 씨는 괜찮아요. 그분은 고 대표님 차를 타고 떠났거든요. 예진 씨 경호원들이 술을 마셔서 예진 씨 차는 우리 가문의 경호원이 대신 몰고 갔어요. 예진 씨 차가 파손되었지만 죽은 사람은 우리 가문의 경호원이에요.”진숙녀는 이은화의 눈치를 보더니 계속해서 나지막이 이윤미에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이 일을 가주님께 말씀드릴까요?”하예진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색이 좋아진 이윤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분부했다.“잠시 상황을 봐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요. 그리고 교통사고를 처리하라고 사람을 보냈어요? 사망한 사람은 누구죠? 그의 가족들에게 우리를 찾아오라고 전해주세요. 보상금을 드려야죠.”진숙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처리했어요. 돌아가신 경호원은 친부모가 모두 돌아가셨고 남동생이 한 명 있어요. 갓 대학을 졸업해 강성에서
“엄마, 사고일 거예요. 윤정이가 우리 아버지를 유혹할 리가 없잖아요.”이윤미가 한마디 했다. 그녀는 이윤정 대신 사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다.물론 이 일은 이윤미가 꾸민 일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조윤 일행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이윤미는 전부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이윤정을 일깨워주지 않고 사건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 사건은 이윤정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군호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정군호가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젊고 예쁘다고는 하지만 그는 절대로 친딸처럼 키운 이윤정에게 그런 생각을 품지 않을 것이다.정군호는 친딸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이윤정을 가장 아껴주었다.친딸 이윤미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정군호는 심지어 이윤정을 도와 이윤미를 괴롭혔다.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은 함께 있었고 그 장면도 이은화가 목격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후과는 아마 처참할 것이다.이은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내 말 안 들려? 이윤정을 내 던져! 다시는 안 보고 싶어! 당장! 얼른 깨워! 윤정이는 더는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윤정이는 내 딸도 아니잖아. 이씨 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꺼지라고 해!”이은화는 이윤정이 정군호를 꼬셨다고 의심하시는 게 아니다.하지만 20년 넘게 아꼈던 수양딸과 자신의 곁은 지켜주던 남편 정군호가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이은화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다시는 이윤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윤정이 그녀 앞에서 알른거리는 것을 내버려 둘 자신이 없었다.그리고 정군호도...이은호의 눈가에는 깊은 원한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정군호를 폐인으로 만들어 다시는 여자를 건드릴 수 없게 하고 싶었다.“엄마, 화내지 마마세요. 제가 금방 처리할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이윤미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이윤정을 처리해야 했
그 말을 듣고 있던 하예진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 사건이 이은화가 꾸민 음모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이은화가 의외의 사고로 위장하여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추측했다.그녀는 이은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연회에서 조용하고 식사했고 음식에도 독이 없었다. 하여 하예진은 이은화가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차에 수를 써서 교통사고를 당할까 봐 고현의 차에 탔다.이은화의 목적은 하예진이었기에 고현의 차를 건드리지 않았고 또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다. 하여 고현의 차에 앉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하예진의 경호원들은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 그리고 노씨 가문이 그녀에게 배정해준 가장 실력 있는 경호원들이었기 때문에 하혜정도 그 경호원들의 생명을 보장해야 했다.그래서 하예진은 그녀의 경호원들을 향해 윙크하며 술을 마셨으니 운전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고현의 경호원 차에 비집어 올라타게 했고 이씨 가문의 진숙녀에게 부탁하여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그녀의 차를 몰고 호텔로 가도록 했다.지금 부딪힌 차는 마침 전호영이 하예진에게 안배해 준 차였다.차가 뒤집힌 뒤로 빠르게 불이 붙는 바람에 누구에게도 구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차는 현장에서 부서지고 사람도 즉시 사망했다.하예진을 겨냥하여 꾸민 일이 틀림없다.만약 오늘 밤 전호영과 고현을 따라오게 하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설마 이은숙도 이렇게 죽었던 건가!전호영은 나지막이 말했다.“이씨 집안의 그 경호원이 불에 타 죽었어요. 우리가 구조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불길이 너무 세고 불이 붙는 속도도 너무 빨랐거든요. 누나, 우리 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 여기에서 얘기하기가 불편해요.”이은화가 하예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때, 전호영과 하예진은 이 연회가 그들을 해칠 연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나면 무사할 줄 알았지만 결국 길에서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정군호와 이윤정의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하예진이 말을 건넸다.“제 생각에는 사모님 세 분이 꾸민 음모일 가능성이 커요. 어떻게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그냥 우리의 추측일 뿐이에요. 대체 누가 진범인지 우리가 알 필요 없는걸요. 아마 그 진범의 실체를 드러내놓지도 않을걸요.”이은화는 기필코 이 일이 알려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미처 진실을 가릴 겨를이 없었다.나중에 이은화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바로 처리 할 것이다.현장을 본 몇몇 친척들도 빨리 도망가긴 했지만 사실 도망갈 수 없다. 이은화가 조사하기만 하면 누가 위층으로 올라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내일 이은화가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갈 것이라고 여겼다.그녀에게 외부에 소문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할 것이고 누가 꾸민 짓인지도 직접 조사할 것이다.나중에 조윤 일행이 이혼을 당했는지, 집에서 쫓겨났는지 눈여겨보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윤정 씨는 조만간 이씨 가문을 떠나야 할 것 같네요.”고현이 한마디 했다.고현은 이윤정을 매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연모하고 매달리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이윤정을 처음 본 순간부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정군호도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요즘 일어난 일들에 관해 이 대표님이 어찌 용서할 수 있겠어요? 설령 정군호 씨도 계략에 걸렸을지라도 이 대표님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조만간 이씨 가문의 상황도 많이 변할 것 같네요.”펑!갑자기 큰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고현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고현과 하예진은 고개를 돌렸다.고현의 경호원들의 차를 뒤따르던 검은 차가 대형 화물차에 의해 추돌당한 것이었다!화물차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그 검은 차는 경호원들의 차에 부딪혀 반대편 도로로 넘어지면서 네 바퀴가 하늘을 향했다.“차 세워!”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운전기사는 급히 속도를 줄여 길가에 차를 세웠다.모든 차량이 길가에 차를 멈추었다.그 화물차도 멈췄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큰 문제는
“윤정 씨가 올려간 요리에 문제가 생겼는데 누가 꾸몄을까요? 윤정 씨인가요? 아니면 이모할아버지인가요? 누가 손을 쓰든 간에 그 계략은 참으로 악랄하고 지독하네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생각해보더니 스스로를 비방하며 계속해서 말했다.“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는 독하지도 악랄하지도 않네요.”만약 가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런 수단을 써야 한다면 하예진은 결코 해내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차라리 이은화의 자리를 이윤미에게 양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현은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그 두 사람은 아닐 거예요. 이 대표님도 아닐 거고, 우리는 더더욱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연회 기간 내내 이은화의 시선 안에서 움직였어요. 이씨 가문의 친척들은 그럴 용기가 더더욱 없을 거고요. 윤미 씨의 담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윤미 씨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는 그녀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윤정 씨를 상대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어쨌든 정군호 씨는 윤미 씨의 친아버지인걸요.”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저도 윤미 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윤미 씨와 접촉한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분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윤미 씨가 그런 비열한 수단을 쓰고 싶었으면 진작에 썼을 것이라고 믿어요. 오늘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맞아요. 이씨 가문의 몇몇 친척들도 그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뛰쳐나갔지만, 이모할머니께서 분노에 휩싸이는 바람에 그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분들도 이모할머니께서 자신을 기억하고 보복하는 게 두려워서 뛰쳐나갔을 거예요.”하예진은 그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했다.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대표님의 성격은 모질어요. 집안의 추악함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그 몇몇 사람들이 똑똑히 보지 못했다면 살길이 있을 텐데. 만약 누군지 똑똑히 보았다면 아마도 목숨이 위
이씨 가문의 집사 진숙녀는 위층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였다.이은화가 자리에 없기에 진숙녀는 이은화 대신 손님을 문밖까지 배웅하고 있었다.진숙녀는 하예진의 말을 이은화에게 전하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하예진은 고현의 차에 탔고 그녀의 경호원들은 고현의 경호원들은 몇 대의 차 안에 비집어 들어가 앉았고 하예진의 차는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운전하게 하여 그녀를 뒤따라 가게 했다.지금 이 시각, 전호영도 하예진이 너무 부러웠지만 질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일단 이씨 가문 저택을 떠나려고 했다.방금 위층에서 본 장면도 전호영이 제아무리 뻔뻔하고 견식이 넓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그들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 그 두 사람은 침대에서 여전히 바쁘게 운동하고 있었다.차가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난 후, 고현은 비로소 궁금해하면서 하예진에게 물었다.“언니와 호영 씨가 위층으로 올라가서 대체 무엇을 보셨어요? 이 대표님 남편분에게 또 무슨 사고라고 생긴 거예요?”하예진이 대답했다.“네, 사고 났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큰 사고요. 오늘 밤에 이씨 가문으로 올 때도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그토록 자극적인 장면을 볼 줄은 몰랐어요.”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하예진의 본능적인 반응은 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몸을 돌리는 것이었다.하예진은 지금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정군호는 이은화의 남편으로서 얼마 전에 바람을 피우다가 이은화에게 잡혀 폭행까지 당해 오늘의 연회에도 감히 참석하지 못했다.겨우 며칠 지나지 않아 났는데 정군호가 또 바람을 피웠다.그것도 바람피우는 상대가 이윤정이었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옛날 집사의 딸이다. 그녀와 이윤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은화 부부는 진실도 모른 채 줄곧 이윤정을 친딸로 여기며 키웠다.정군호가 아무리 파렴치해도 이윤정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둘은 침대에서 함께 운동했다.하예진은 두 사람이
조윤이 넘어진 모습을 본 정일범은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조윤은 정일범의 손을 덥석 잡더니 놀라면서 말했다.“여보, 얼른 가서 아버님과 윤정이를 보세요. 두 사람... 두 사람이... 차마 말을 못 꺼내겠어요. 얼른 가서 직접 보세요.”그 말을 들은 정일범은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달려갔다.정일범 형제와 이윤미도 뒤를 따라 올라갔다.결국, 이은화도 올라갔다.원래 떠나려던 하예진 일행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위층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조윤을 저렇게 놀라게 했단 말인가!“형수님, 아버님과 윤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김여희와 박수아 조윤을 둘러싸고 궁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조윤의 얼굴이 붉어지며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다가 급기야 김여희 일행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순간 김여희와 박수아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그 좋은 연극을 그녀들은 놓칠 수 없었다.곧 위층에서 이씨 가문 사람들의 고함과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예진 일행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일이 생겼는지 제가 올라가 볼게요. 혹시 도울 일이라도 있는지.”전호영은 뻔뻔스럽게 도와주러 간다는 핑계로 이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다.하예진도 이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관심을 표현하고자 전호영의 뒤를 따라갔다.5분도 채 안 되어 전호영이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와 함께 올라갔던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당황한 표정으로 내려왔다.전호영은 고현을 끌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예진 누나, 우리 얼른 가요.”하예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더니 곧장 집 밖으로 나가면서 대답했다.“가요. 빨리 가요. 못 보겠네요.”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고 어떤 사람은 친절하게 모두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 얼른요.”이 피바람에 휩쓸리지 않도록 모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고현과 전호영이 하예진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눈치챘다.그들은 하예진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하예진의 뒤에 서 있는 몇몇 대가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그리고 하예진의 친동생은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었기에 하예진에게 투자해 줄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하예진이 용기와 안목이 훌륭하기만 하면 자금이 부족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이은화에게 눌렸던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점점 그들만의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지 관심이 있어요. 고 대표님, 내일 혹시 시간 되시는지요? 제가 한번 찾아뵙겠습니다.”고현이 말을 이었다.“오세요. 저야 언제든지 편하죠.”전호영은 곁에서 질투하며 말했다.“고현 씨가 우리 누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니 제가 질투 나네요. 제가 갈 때마다 고현 씨는 너무 바쁘다고 저와 말할 겨를도 없다고 하더니, 누나가 찾아간다고 하니 언제든지 편하다고 말하는 거예요?”고현은 곁눈질하며 대답했다.“저와 예진 씨가 마음이 잘 맞아서 그래요.”이윤미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저도 예진 씨랑 잘 맞는 것 같은데, 고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윤미 씨가 오신다면 제가 시간이 없어도 짜내야죠. 다른 사람이라면 저는 그럴 시간이 없을걸요.”이씨 가문에서 고현은 이윤미의 체면만 세워주고 싶었다.고현은 줄곧 이윤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윤미와 고빈을 맺어주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고빈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둘러댔다.사실 그는 이윤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감정이라는 것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설레는 느낌을 받아야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오랜 시간 끝에 사랑이 키워진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다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윤미가 웃으면서 말했다.“제 손에도 프로젝트가 있는데 저는 지금 엄청 좋게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