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요한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생각하지 마. 너도 알잖아, 대가문에서 영원한 사랑은 없어. 한 번 사랑을 잃으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너를 향해 올 거야. 지금 나는 바로 그런 상황이야.” “그럼 당신 위험하지 않겠어요?” “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내가 너도 평생 지켜 줄 거니까.” 육연희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윌리엄 요한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윌리엄 부인은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는 윌리엄 청을 보고 분노하며 말했다. “다 당신 잘못이야. 그때 그 엉뚱한 아
“하지만 나는 여러 번 해봐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당신은 왜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예요? 너무 불공평해요.” 윌리엄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야. 너는 내 여자니까 내가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이제 빨리 먹어. 조금 있다가 회의가 있어.” 육연희는 그가 만든 만두국을 다 먹고 반찬도 꽤 많이 먹었다. 옷을 입으려는데 도우미가 그녀를 보며 임신한 것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바쁜 업무를 마친 그녀는 지친 상태로 방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려던 찰나 비서가 다가와 보
머루가 배우진이 그녀에게 보낸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육연희는 충격을 받았고 이 만두국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치 수많은 가시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 2년 동안 배우진은 모든 일을 미뤄두고 대중의 시선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쭉 그녀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다. 그는 왜 그렇게 했을까? 왜 그녀에게 그런 일을 숨겼을까? 육연희는 눈이 뜨거웠고 눈가에 뭔가 축축한 것이 맺히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그를 잊으려 했는데 왜 그는 다시 그녀의 삶에 들어왔을까? 그녀가 그렇게 슬퍼하는
이 말을 들은 육문주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 “뭐가 궁금해?” 육연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매일 함께 있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어.” “누나.” 육문주는 한마디 했다. “누나가 이렇게 묻는 거 보니 이미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겠지. 그 사람은 누나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어. 거의 목숨까지 걸었고 도둑의 아들로 지내는 치욕을 견디며 어머니를 잃은 아픔도 겪었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나를 감동하게 해서 난 그를 도와주기로 했어.” 이
이 따뜻한 말을 들은 육연희는 눈물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국땅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 뒤에는 강력한 육씨 가문과 우씨 가문이 있으며 두 명의 사랑스러운 동생들이 그녀를 돕고 있었다.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그들은 그녀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 육연희는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야, 고마워. 이제 시간 나면 그 사람이랑 같이 애들 보러 갈게.” 육문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만 울어. 엄마가 보면 또 걱정할 거야. 기분 좋은 소식 하나 전해줄게. 네 큰 조카 육천우가 어린이집에 갈
육문주는 천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는 M국에 며칠만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비밀을 알게 된 거야?” 천우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제가 예쁘고 착해서 사람들이 저한테 비밀을 털어놓는 거예요. 아빠, 둘째 삼촌은 앞으로 아내가 생길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둘째 삼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천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말할 수 없어요. 말하면 약속을 어기게 되니까요.” “알았어. 물어보지 않을게. 아빠가 너 안고 잘까?” 그는 천우를 품
그의 도발에 윌리엄 청은 분노로 폐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눈이 뒤집히며 윌리엄 요한을 노려보며 물었다. “대체 뭐 하려는 거냐?” 윌리엄 요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저는 아버지께서 저를 어릴 때부터 키워주신 것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윌리엄 가문을 빨리 맡아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편안하게 지내시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효도하는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는 아직도 불만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저도 형들처럼 그렇게 둔하게 살아야 하나요?” “너는 그들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 “그건 왜 그런 거죠?
온종일 마음이 불편했던 육연희는 날이 어두워지자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안 좋은 생각만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걱정스러운 마음에 윌리엄 요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자 육연희는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육문주한테서 진실을 들은 후부터 육연희는 윌리엄 요한의 신변이 늘 걱정되었다.불안한 마음에 육연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윌리엄 요한의 비서에게 연락하자 비서는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여왕 폐하, 공자께서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기 좀 불편해요. 며칠 있다가 돌아갈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